[사설]이런 ‘자유투표’하려고 시간끌었나

  • 입력 2002년 7월 8일 18시 43분


국회가 하반기 임기 개시일을 39일이나 지난 어제 국회의장을 뽑았지만 새로운 국회상(像)과는 거리가 멀다. 그처럼 시일을 늦췄으면서도 의장을 ‘자유투표’로 뽑겠다던 당초의 약속을 깨는 등 국회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망을 저버렸다. 부의장선출도 ‘나눠먹기식’이었고 오늘 뽑게될 상임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날 국회는 ‘자유투표 방식’으로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이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후보를 내정하고 이 상태에서 당차원의 대결을 벌인 사실상의 ‘당론투표’였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투표는 후보자없이 의원들이 의원 중에서 적임자를 써내는 것이지만 두 당은 이를 외면했다.

올해 초 개정된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이탈을 규정하고 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국회를 이끌어가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신임 박 의장도 한나라당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나라당 당론에 의해 당선된 그가 과연 그 같은 무당적(無黨籍)정신에 충실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하반기 국회는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 시작돼 선거전략의 장(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정파에 치우친 국회운영은 국회를 그만큼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 새 국회의장은 이런 정쟁으로부터 초연해야 한다. 모든 사안을 국민과 국가의 편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회가 민생 경제 등에 치중하고 정쟁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권과 국회에 대한 곱지 않은 민심을 되돌리는 길이다.

우리는 특히 이번 기회에 원구성이 안될 경우 국회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임시의장을 미리 법으로 정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해교전이라는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국회조차 못 열리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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