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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0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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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은 경기 직후 운동장을 빠져나오면서 가진 플래시 인터뷰(토막 인터뷰)에서 “지금 완전 기진맥진한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매우 행복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 팀은 갖고 있는 에너지의 전부를 경기에 쏟아부을 것이라고 이미 밝힌 적이 있다”면서 “오늘 유럽의 강팀을 맞아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팬들의 열렬한 응원도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팬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시했다.
히딩크 감독은 “2차전 상대인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승리를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물론이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아직 시간이 남았고 그 경기에 대한 대비도 다 돼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승리는 한국 축구사에 있어서 첫 승리이므로 우선 승리를 자축할 것”이라고 말한 뒤 “그런 뒤 곧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공식 기자회견에서의 일문일답.
-소감은….
“우선 한국 축구에 있어서 매우 역사적인 경기였다. 월드컵에서 거둔 첫 승이라는 의미에서 사람들도, 나도 매우 기쁘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 3달간의 강훈련을 통해 한 단계 성숙했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첫 승의 의미는….
“오늘 승리는 그냥 한 걸음 전진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 않은가.”
-오늘 경기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없는가.
“오늘 우리가 세운 전략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폴란드는 중거리 슛에 능한 팀이어서 수비수들에게 전진 수비를 지시했는데 선수들이 훌륭하게 전술을 소화해줬다. 호텔로 돌아가 오늘 경기를 다시 보면서 세부 사항을 따져보긴 하겠지만 오늘 우리 팀은 큰 실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에 대해 부담이 없는가.
“어느 경기에서건 항상 부담은 따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 부담을 잘 이겨왔다. 선수들에게 이번 승리로 자만하지는 말되 승리에 대한 욕심은 계속 가지라고 요구할 것이다.”
-응원을 한 팬들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매우 환상적이었다. 관중들은 객석에 있으면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하면서 함께 뛰었다. 그들은 이 역사적인 첫 승의 기쁨을 함께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
-첫 승도 거뒀는데 한국 대표팀과의 계약을 연장할 계획은 없는가.
“지금은 월드컵만 생각하고 있다. 이 기간엔 월드컵만 즐길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 도중 폴란드 엥겔 감독이 찾아와 축하를 하자 얼싸안으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히딩크 감독은 미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기 위해 5일 수원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금동근기자 gold@donga.com
▼폴란드 엥겔 감독“한국팀 이기기 힘들었다”▼
전반 26분. 한국의 첫 골이 터지자 줄곧 벤치 안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던 예지 엥겔 폴란드감독은 사이드라인 쪽으로 나와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한국팀의 공세가 계속되자 엥겔 감독은 때론 고함으로, 때론 손짓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프타임 휴식 뒤 교체 선수를 투입해도 효과가 없자 손짓은 더욱 빨라졌다.
가끔 심판 판정이 폴란드 팀에 불리하게 나오면 항의의 뜻으로 과장된 제스처를 써보지만 분위기를 돌리기에는 이미 늦었음을 아는 눈치. 이윽고 한국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그의 얼굴에는 체념의 빛이 언뜻 스쳐갔다.
다음은 엥겔 감독과의 일문일답.
-첫 경기를 치른 소감은….
“한국이 예상보다 잘해 어려웠다. 프랑스,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을 통해 전력이 강한 것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 개최국과 첫 경기를 치르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오늘 폴란드 팀의 경기가 잘 안 풀렸는데….
“폴란드는 세 차례 찬스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홈팀과의 경기에 위축돼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다.”
-한국 팀을 평가한다면….
“매우 강한 상대다. 공격적일 뿐만 아니라 잘 조직돼 있다. 오늘 경기로 보면 우리보다 나았다. D조에 속한 어느 팀이든 한국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16강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출전에 따른 부담을 느꼈나.
“월드컵은 다른 어떤 축구 토너먼트 보다 어렵고 중요한 무대다. 부담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상대인 한국이 잘했다.”
-남은 조별리그 전략을 말해 달라.
“목표를 조 1위에서 2위로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 1승을 거둔 한국은 빠르고 체력도 좋아서 충분히 16강에 갈 것으로 본다. 폴란드도 한국과 함께 16강에 오를 것이다.”
-D조에서 가장 강한 팀을 꼽는다면….
“물론 포르투갈이다. 여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국이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므로 폴란드에도 여전히 기회는 있다.”
부산〓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