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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2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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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북부 생드니 지역 ‘1번 고속도로’상의 교통 전광판과 파리 시내 10여 곳에 설치된 이동식 교통전광판에는 ‘내일 오후 5시반 브라질 대 스코틀랜드 개막전 생드니경기장/고속전철 B선과 D선을 이용하시오’라는 문구가 떴다.
월드컵축구 주경기장인 생드니경기장으로 연결되는 일 드 프랑스 지역의 고속도로와 파리시내에서 연결되는 일반 도로를 경기가 있는 시간대에는 되도록 이용하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파리 근교의 고속도로와 도시순환도로 등 각종 외곽도로의 교통을 책임지는 일 드 프랑스 교통관제센터는 이렇게 각 도로 곳곳에 마련된 교통전광판을 이용해 월드컵 주경기장 부근 도로의 소통을 원활하게 했다.
▽교통전광판 릴레이〓일 드 프랑스 교통관제센터는 모두 4개의 하부 관제센터로 이뤄졌는데 그 중 하나가 파리 북부를 책임지는 생드니 교통관제센터다.
모두 9경기가 벌어진 생드니경기장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최소 6만여명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해도 경기장으로 연결되는 각 도로의 정체는 심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드니 관제센터가 택한 묘안은 관제시스템 시리우스(SIRIUS)를 이용해 도로의 시간별 상황을 파악, 40여개에 이르는 교통전광판에 릴레이식으로 띄우는 것.
고속도로 및 순환도로 전 구간에 500m 간격으로 센서를 달고 120대의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해 통과차량들의 속도와 흐름, 차량의 밀도 등을 측정해 경기장 주변의 차량소통을 조절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실시간으로 곳곳의 교통전광판에 전달돼 운전자들이 경기장 주변 도로를 피하도록 해 소통 원활에 큰 역할을 했다.
▽시뮬레이션〓경기가 있는 날의 도로 소통을 위해 생드니 관제센터는 월드컵 개막 전 5개 구간의 정체와 8개 구간의 교통사고에 대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예를 들면 생드니경기장으로 통하는 1번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순환도로가 막히면 1번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지방도로 410번을 탈 것을 권유한다.
교통전광판에는 이 지점에서 생드니경기장까지 정체되는 도로를 이용하는 경우 걸리는 시간과 지방도로를 이용하는 경우 걸리는 시간이 표시된다. 같은 시간 다른 곳의 교통전광판에도 그 지점에서 택할 수 있는 도로와 걸리는 시간이 나타나도록 했다.
▽효과〓경기가 있는 당일 도로 곳곳의 교통전광판에는 경기 개시 전부터 생드니경기장 주변의 도로 상황과 소통 시간이 시간별로 나타났다. 또 각 경기 전날에는 파리 시내에 설치된 이동식 교통전광판이 다음날 열리는 경기를 소개하면서 가급적 경기장 주변 도로를 이용하지 말 것을 주지시켰다.
그 결과 경기 당일 시합이 시작되기 2시간 전인 오후 4부터 경기가 끝나는 8시까지 생드니경기장 주변을 통과하는 도로의 차량 소통량이 평소보다 15%가량 줄어들었다.
생드니 교통관제센터 필립 튈리에 주임은 “보통 바캉스철의 교통전광판에는 ‘어느 도로를 이용해 달라’는 식의 청유형 문장을 쓰지만 월드컵 기간에는 ‘고속전철을 이용하시오’라는 식의 명령형 문장을 쓰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래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