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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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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이란 단어는 훈연한 돼지고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인 후 참나무나 벚나무 등을 태워 나오는 연기에 쏘여 익힌다. 그러면 연기 속에 포함된 알데히드류 등이 고기에 침투해 방부 효과를 증가시키면서 독특한 풍미를 띠게 된다. 원래는 돼지고기의 넓적다리살에 한정됐으나 이제는 고기 부위에 상관없이 훈연하면 모두 햄이라 부르게 됐다. 포장 방법도 다양화되어 요즘에는 깡통에 넣은 것이 유행하는데 이것을 스팸(Spam)이라 부른다. 이 제품은 미국의 호멜푸드(Hormel Foods)사가 개발해 대대적인 광고로 유행시켰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먹는 스팸 대신 ‘스팸메일(Spam mail)’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쌓여 있는 온갖 쓰레기 같은 광고성 메일을 골라 지우는 일은 짜증스럽기도 하고 생산성 저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사이버 세계의 공해’다. 그런데 이런 광고메일을 스팸메일이라 부르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먹는 스팸을 개발한 호멜푸드사가 하도 극성스럽게 광고를 해서 사람들을 싫증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짜증나는 광고를 스팸메일이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스팸메일을 막으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동으로 걸러내는 소프트웨어도 있고, 대량으로 e메일을 보낼 때는 돈(우편료)을 받아 광고메일의 발송을 억제하는 방법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e메일을 보내는 모든 메일 서버를 공공기관에 등록하도록 해서 ‘사이버 쓰레기’를 생산하는 서버에는 제재를 가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e메일 우편요금’ 부과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보통신부가 됐든 환경부가 됐든 정부도 이제 ‘사이버 공해’에 시달리는 국민의 고통을 헤아려주었으면 한다.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미래산업 석좌교수
khlee@if.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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