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지방선거 함수는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50분


《6월 지방선거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가 결정된 상태에서 치러진다. 따라서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양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는 각 당이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풍 영향력은…"與 영남 잠식"-"돌풍 없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이미 당내 경선 공약으로 “내가 후보가 되면 부산 경남 울산 중 1곳에서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키겠다. 만약 실패하면 재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노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면 ‘민주당은 이제 DJ당이 아니라, 노무현당’이라는 논리로 영남지역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며 “영남에서도 충분히 먹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노 후보로서는 위험 부담도 적지 않다. 노풍이 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의 민주당 돌풍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당 안팎에서 ‘거품’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영남 우세를 장담하면서도 노풍 차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의 경남지사후보 경선요구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가 김혁규(金爀珪) 현 지사를 4일 서둘러 경남지사후보로 추대한 것도 같은 맥락.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영남지역 광역단체장을 단 1석이라도 민주당에 뺏기면 대선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 향배는…구심점없어 치열한 3파전▼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에 대한 지지도 뜨뜻미지근하고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기세도 한풀 꺾인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충청 민심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쪽으로 쏠리는 것 같지도 않다.”

자민련 이양희(李良熙) 의원은 충청지역의 복잡한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충청의 여론 향배가 아직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향후 JP와 타 정파의 연대 문제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JP는 최근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중진들과도 분주히 접촉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JP에 대한 당 차원의 협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대신 이 후보를 포함한 충청권 의원들의 거취가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다음달 9일에야 대선후보가 확정되기 때문에 지방선거 문제를 자민련과 협상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하고, ‘JP 영입론’에 대한 당내 시각차도 너무 커서 지방선거와 월드컵 이전에는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

게다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끝날 경우 충청권은 뚜렷한 구심을 갖지 못한 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간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승부처 수도권…DJ 세아들 문제 '시계 제로'▼

이번 지방선거의 종합 승패와 대선의 향배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밀집돼 있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판가름난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수도권의 표심은 특히 정국의 변화에 대해 그 어느 지역보다 민감한 데다 당세(黨勢)뿐만 아니라 인물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양당이 벌써부터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를 정치쟁점화해 장외집회까지 계획하고 나선 것도 노풍을 차단하면서 지방선거를 ‘부패정권 청산’쪽으로 몰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풍을 좌시할 경우 영남권은 물론 수도권도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지역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개별지역 분위기보다는 정국의 풍향에 따라 선거 흐름이 바뀐다는 점에서 여야 간 치열한 선전전(宣傳戰)이 예고되고 있다.

여야는 후보가 확정되는 5월10일 이후부터 본격적인 폭로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