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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4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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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부평구 부평5동 다세대주택 붕괴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후 4개월된 아기의 기쁜 생존 소식은 새삼 생명의 한계를 생각하게 한다. 다행히도 조그만 몸뚱이를 건사할 틈새에 끼어 별 탈이 없었다지만 구조 작업이 늦어졌다면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아기는 며칠이나 견딜 수 있었을까. 출퇴근길 다리가 무너져 차를 탄 채 차가운 강물 속으로 내동댕이 쳐진다면?해 떨어진 산에서 길을 잃는다면?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 생존의 한계와 대처법이 궁금해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생리학 교수인 후란시스 아스크로프의 저서 ‘생존의 한계’를 들춰봤다.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의 저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인 박상준씨도 도움말을 주었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체온을 잃는 것이다. 체온이 섭씨 37도일 때를 정상이라고 한다. 하루에 약 0.5도의 변화를 보이는데 1도만 떨어져도 신체의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판단력도 떨어진다. 체온이 32도 미만으로 떨어지면 몸떨림마저 멈추고 20도 미만이 되면 심장이 멎는다. 영상 10도 안팎에서도 오래 방치되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산행길엔 방한 잠바를 꼭 가져간다. 몸을 움직이면 땀이 나면서 체온이 내려가므로 1, 2시간 돌아다녀 길을 찾을 가능성이 없으면 체온을 유지하기 좋은 안전한 곳을 찾아 구조를 기다린다.
●물에 빠졌을 때
물은 공기보다 25배나 열을 빨리 전달하기 때문에 산에서보다 저체온증이 훨씬 빨리 온다. 수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 온다. 수온이 0도일 경우 옷을 입고 있어도 15분 내에 저체온증이 오고 30∼90분 내에 목숨을 잃는다. 물에 빠졌을 경우 물 밖 온도와 물 속 온도를 가늠해 물 속이 따뜻하면 물에 몸을 담그고 그렇지 않으면 몸이 물 밖으로 최대한 많이 나와 있도록 한다. 물 속에서 움직이면 열 손실이 산 속에서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5분 내로 헤엄쳐 갈 수 있을 만큼 육지가 가깝지 않다면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낫다. 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옷을 잔뜩 껴입고 두툼한 장갑이나 양말도 끼어 신는다.
●더울 때
체온이 42도 이상 올라가면 열사병으로 죽는다. 아주 더울 땐 옷을 벗는 것보다 바람이 잘 통하는 옷을 입고 있는 게 덜 덥다. 사막의 원주민들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흰 천으로 가리고 지낸다. 낙타의 등도 두꺼운 털가죽으로 덮여 있다. 옷과 털가죽이 효과적으로 열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물질 대사와 근육 활동이 모두 열을 내므로 더울 땐 적게 먹고 활동량도 줄인다. 포유류의 뇌는 열에 민감해 체온이 오르면 가장 먼저 기능을 잃는다. 머리를 차게 유지해야 한다.
●물이 없을 때
사람은 물만 마실 수 있다면 먹지 않고도 20일 정도는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물이 없으면 보름도 힘들다. 몸 속 수분을 10% 이상 잃으면 심한 갈증과 정신적 육체적 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 15% 이상 수분을 잃으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손상을 입는다. 늦여름 서해의 무인도에서 3박4일을 맨몸으로 버티었던 박상준씨는 “사막이 아니라면 물이나 먹을 것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물은 이슬을 모아 마시거나 땅을 파면 차올라 오는 물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 물은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해변가엔 일회용 가스라이터, 불에 탄 나무, 깡통 등 별의별 게 다 떠내려 온다. 박씨는 불에 탄 나무로 물을 정수해 깡통에 담아 라이터로 불을 지펴 끓여 먹었다. 나무나 부싯돌로 불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딱 한가지만 몸에 지니고 무인도로 가라면 라이터나 성냥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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