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후 인문-사회과학 학문연구史 정리 총서 20권 발간

  • 입력 2002년 3월 26일 18시 27분


광복 후 반세기 동안 한국사회에서 이뤄진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학문적 성과가 총정리된다.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원장 진덕규)은 5년에 걸쳐 ‘한국학술사 총서’ 총 20권을 발간하기로 하고 3월 말에 그 첫 권으로 ‘국어학 연구 50년’(혜안)을 내놓는다.

선정된 분야는 올해 안에 발간 예정인 국문학, 한국사학, 신학, 사회학, 철학을 비롯해 정치학, 영문학, 불문학, 외국사학, 경제학, 법학, 독문학, 교육학, 미술사학, 경영학, 행정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신문방송학 등 거의 전 분야가 망라된다. 인문 사회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각 학문분야의 연구사적 동향과 주요 쟁점들을 조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총서는 특히 그 동안 여성학 연구에 치중해 온 이화여대에서 한국학 관련 연구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추진하는 대규모 기획이어서 더욱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화여대에는 본부 직속의 연구소로 ‘한국여성연구원’과 ‘한국문화연구원’이 있으나, 그 동안 한국의 여성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한국여성연구원에 비해 한국학 관련 연구소인 한국문화연구원은 활동이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기획을 주관하고 있는 함동주 부원장(사학과 교수)은 “인문학 분야를 육성하고 연구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작년부터 대학본부에서 한국문화연구원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술사를 정리할 때 관건은 학계에서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 그러나 출신학교별로 학맥이 강하게 형성돼 있는 한국의 학계에서 이런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함 부원장은 “이화여대에서 기획을 했기 때문에 학계의 학맥과 관계없이 공정하게 필자를 선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성중심적인 한국 학계의 특성상 이화여대 출신들은 학계에서 집단적 학맥을 형성할 만큼 학자군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학맥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필자들은 40대 학자들이 중심이다. 함 부원장은 “30대는 아직 학술사 전체를 보는 안목이 부족하고 50대 이상은 자신의 업적을 중심으로 학술사를 볼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40대 학자들 중 각 학문 분야의 학계에서 학문적으로 인정도 받고 학술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필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이 학술사 총서의 또 한 가지 특색은 각 분야마다 여성 관련 항목을 넣었다는 것이다. 근현대 한국사회에서 여성계를 주도해 온 이화여대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국어학 분야의 ‘여성어 연구사’, 신학 분야의 ‘여성신학’, 한국사 분야의 ‘여성사 및 생활사’, 사회학 분야의 ‘여성’ 등. 선정 항목만 보아도 이제까지 소홀히 다뤄져 왔던 여성 관련 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이번 기회에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철학 분야에서는 학술사로 정리할 만큼 여성 관련 내용이 아직 없다”며 함 부원장은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번에 총서의 첫 권으로 발간되는 국어학 분야에서는 형태, 방언, 문자, 음운, 분법, 여성어, 어휘 등의 연구사 및 최근 연구경향을 정리하고 21세기 국어학의 방향도 모색하고 있다.

서양 학문의 수입 단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자생적인 학문을 모색하자는 논의가 학계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시점에서 한국 학술 50년사의 정리는 새로운 학문적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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