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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30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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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즘 여성상사를 모시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02년 금강기획의 캠페인 2실 전혜자 부장(40)은 남성 후배들로부터 “혜자 누나” 소리를 들으며 업무 지시를 내린다. “전 부장요? 여자라는 선입견은 들지 않아요. 권위로 내리누르려 하지 않아서 좋죠.” 전 부장과 함께 일하는 서용민 차장(34)의 말이다.
대기업에서 한 부서를 책임지는 여성 매니저들이 늘고 있다. 여성 매니저가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부하 직원들의 평가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어떻게 여자 밑에서 일하느냐”가 대체적인 반응이었다면 최근에는 “능력만 있다면…”으로 변하고 있는 것.
▽이래서 좋다〓SK C&C 권정미 차장(44)과 6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 김정태 과장(35)은 “융통성이 있고 사람관리에 있어 섬세하다”고 말했다. 일하다 실수라도 할라치면 그 자리에서 ‘깨지’ 않고 “차나 한 잔 하자”는 식이다. 팀원인 유승열씨(28)는 “기안서를 올리거나 회식장소를 잡았을 때 보고를 하면 꼭 답 메일을 보내든가 수고했다는 말을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인테리어팀 오은식 부장(53)은 부하들로부터 “고모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후배를 스스럼없이 대한다는 말. 유강준 과장(39)은 “오 부장은 성격이 호탕한 편이라 앞에서는 꾸중해도 뒤끝이 없다”며 “남성 중심의 풍토가 강한 현대건설에서도 다른 부서와 잘 협력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금강기획 전 부장은 빼어난 외국어 실력으로 일단 부하들을 휘어잡는다.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한국어 실력도 뛰어나지만 영어 일어 스페인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한다.
LG카드 중앙 CRM(고객관계관리)팀 남효신 차장(35)은 과장 승진 2년만인 올해 파격적으로 차장으로 올라섰다. 팀원 500명 가운데 일부를 빼고는 모두 여성 상담원.
이에 따라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하는 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준다는 점을 팀원들은 최대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와 함께 일하는 이동희 팀장(32)은 “상사라기보다는 동료나 팀원이라는 느낌을 더 많이 준다”며 “일손이 모자랄 때는 남 차장이 나서서 전화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증권 홍보실에는 박미경 실장(43)이 부임한 이래 일이 보다 조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매일 오전 회의를 통해 그 날 할 일을 분담하기 때문이다. 이희주 차장(40)은 “박실장이 홍보경력이 10년이 넘기 때문에 누구보다 해야할 일을 잘 안다”며 “업무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점에 대해 직원들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래서 나쁘다〓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대체로 여성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가 팀원들의 불만을 샀으며 어떤 경우는 장점 자체가 단점이 되기도 했다.
관공서나 군대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일 때 남성 직원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내 ‘고위층의 기류’에 대해 무관심한 점도 여러 여성 매니저의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섬세함을 넘어서 너무 꼼꼼한 것이 단점이 되기도 했다.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성 매니저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한투 이 차장은 “앞으로 직장에서 여성의 비중이 점점 커질 것이고, 여성 상관을 모시는 경우는 허다할 것”이라며 “박 실장이 한투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되도록 잘 보좌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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