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남 속여가며 구걸해야 하나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33분


얼마 전 길을 가고 있는데 30대 초반의 여자가 다가와 “지갑을 분실해서 집에 갈 차비가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지갑에 1만원짜리 한 장밖에 없어 난감했다. 하지만 그것이나마 건네주고 버스 승차권을 함께 줬다.

여자는 갈 길이 바쁜지 곧바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2주 전에도 비슷한 일을 접했던 사실이 생각났다. 그때 보았던 여자와 키, 목소리, 얼굴 등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남을 도운 보람은 사라지고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속은 데 대한 한탄보다는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이웃사랑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우롱하는 행동이 원망스럽고 우려스러웠다. 외국 방문객에게라도 그런 거짓 구걸 행위는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소 재 웅(대전 동구 용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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