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업하기 어렵다"…재계 목소리 갈수록 커져

  • 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26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단체들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의견을 적극 내놓고 있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업하기가 어렵다’는 현실론에 힘입어 ‘정부 규제를 풀라’는 목소리를 부쩍 높이고 있는 것이다.

▽커지는 재계 목소리〓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좌승희·左承喜)은 최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보고서 대부분이 규제 일변도의 대기업 정책을 비판하고 개선방안을 찾아보자는 쪽에 쏠려 있다. 한경연은 5월9일 기업정책을 글로벌 스탠더드(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며 △출자총액규제 △부채비율 200% 적용 △사외이사 의무화 등이 문제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연구원은 6월말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정책을 문제삼기도 했다. 통화신용정책의 경우 한국은행과 한 차례 설전을 벌일 정도였다.

자유기업원(원장 민병균·閔丙均)도 △30대기업집단 지정제도와 △출자총액제한제도 △집단소송제도 등 대기업 정책에 대해 이형만 부원장 등을 중심으로 잇달아 문제제기를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원은 대기업 운명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정면으로 공격하면서 인터넷 공방을 벌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5월말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조건’이라는 보고서를 내 규제를 줄여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대기업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공방
주요 현안재계 논리정부 입장
지배구조평가원설립-외국에도 설립 사례 없고 또 다른 기업규제 수단 우려(대한상의)

-기업경영투명성은시장기능에서판단해야(전경련 등)

-증권거래소 주관으로 사단법인 설립

-지배구조등급 평가는 의무사항 아닌 기업자율 선택사항(재경부)

집단소송제 도입-증권투자자 소송남발 가능성

-기업정보 왜곡은 코스닥과 벤처기업에서 더 성행(한경연)

-필요성은 인정되나 제도보완해야(자유기업원)

-증권부문에 국한하고 허위공시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에만 적용

-소송요건을 까다롭게 규제해 소송 남발 방지

-시행도 하기 전에 부작용만 거론하는 것은 곤란(재경부)

출자총액제한제도-제도부활의 근거가 미비함

-국내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

-정책방향의 일관성 결여(한경연, 자유기업원 등)

-출자제한을 풀 만큼 재벌이 변한 게 없음

(공정위)

-설비투자 등에 저해되는 요소를 시정하는 것이 바람직(재경부)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민주주의와 사적(私的) 자치를 부정하는 제도

-현실적합성과 예측가능성이 결여

(자유기업원, 한경연 등)

-주채무계열로 단일화 바람직(전경련)

-재벌개념이 바뀌는 데 따라 탄력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재경부)

-재벌개혁의 핵심조치로 지나치게 줄이는 것은 곤란(공정위)

부채비율 200% 적용 문제-획일적 규제 대신 업종별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용 필요(삼성경제연 등) -원칙을 고수하되 예외조항을 두는 형태로 완화(재경부)

-지나친 예외조항은 무리(금감위)

기업구조조정촉진법-부실금융기관이 중심이 돼 구조조정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할 우려

-파산법원 설립 등 구조조정 제도를 선진화하는 것이 우선(한경연)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의 일환

-기업구조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 제고(재경부)

▽정부, 규제완화 우선요구 경계〓정부는 재계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임영록(林英鹿) 재경부 정책조정심의관은 “환란 이후 4대 부문 구조개혁 과정에서는 재계 목소리가 낮았으나 최근 경기가 어려운 분위기에 편승해 움츠렸던 소리를 높이는 것”이라면서 “이런 주장이 재계의 집단 이기주의로 흘러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조학국(趙學國) 공정위 사무처장은 “재벌들의 순환출자와 상호 빚보증, 내부거래 관행은 여전하다”며 “일부 기업 때문에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린다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문건(丁文建)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정부는 기업들이 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짜야 하며 재계도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내면서 비판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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