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focus]남덕우 前총리 "主敵개념 바꾸자"

  • 입력 2001년 7월 11일 18시 35분


남덕우(南悳祐·77·사진) 전 국무총리가 ‘북한〓주적(主敵)’이라는 우리 군의 주적 개념을 ‘우리의 자유민주체제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세력’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 전총리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 ‘한국군사’ 7월호에 ‘주적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6·15 공동선언에 따라 남북간의 화해 협력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어색한 감이 없지 않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주적 개념은 지난해 6·15 공동선언 이후 그 변경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첨예한 논란을 빚었고 북측도 이를 빌미로 군사 당국자간 대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남 전총리는 기고문에서 “북한도 막강한 군사력으로 남한을 겨냥하고 있는 터에 평양이 시비를 거는 것은 용어의 문제이지 사실상의 문제는 아니다”며 주적 개념을 재정의해야 할 이유 세 가지를 들었다.

그는 우선 북한 동포와 북한 정권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동포의 대다수는 우리의 주적이 될 수 없는데도 그들을 주적이라고 하면 북한 동포가 섭섭해할 것이고 우리 병사들도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둘째로 남 전총리는 보다 명확한 국가이념을 위해서도 주적 개념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제 공존과 화해 협력을 강조하는 지금 단순한 ‘반공’의 명분으로 군인들의 가치관을 통일하기는 힘들 것이므로 대신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도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동티모르에 군대를 보내고 있는 국방의 국제화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단일국가를 지칭하는 주적 개념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 수호를 위한 국제적 공동안보 측면을 간과하게 된다는 것.

이와 관련해 군의 한 관계자는 11일 “90년대 초중반 냉전 종식과 함께 군 일각에서 ‘주변국의 위협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때 국회 국방위원들이 이를 ‘주적 개념 포기’라고 비판하는 바람에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기하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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