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속속 드러나는 정부의 '거짓말'

  • 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28분


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둘러싼 정부의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관광공사가 자체 판단으로 금강산 사업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공사 조홍규(趙洪奎) 사장은 3일 발간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를 밝힌 6월20일 이전에 문화관광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과 사전 협의했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봐도 정부투자기관이며 경영부실로 정부로부터 330억원을 지원받는 관광공사가 ‘독자적으로’ 금강산 사업 참여를 결정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관광공사의 사업 참여가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해왔다. 정부는 당초 약속한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 부담이 된 듯 관광공사를 사업에 끌어들이면서 국민을 속인 것이다.

관광공사가 ‘수익성에 기초해서’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는 정부의 설명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조 사장은 “금강산 관광사업의 수익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고,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에 사업 참여를 발표했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관광공사는 수익성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해준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정부가 관광공사를 앞세워 금강산 관광사업에 나서게 된 것은 이제 와서 돌이키기 어렵다고 치자. 그러나 남북협력기금 900억원을 대출해주는 등 이 사업에 국민 세금을 쓰기로 한 이상 그 과정만큼은 투명하게, 국민 동의를 얻어가면서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처럼 무엇이든 감추고 국민을 기만하려고 드는 한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적 합의를 얻을 수 없다.

최근에는 충청남도가 10월 전국체전에 쓸 성화를 북한 묘향산에서 채화(採火)하겠다고 북측에 요청하자 북측이 10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충남도측은 파문이 일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돈 쓸 데가 많은 지자체가 굳이 거액을 들여가며 북한에서 채화를 해 와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꾸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이니까 내부적으론 ‘또 퍼준다’는 얘기가 나오고, 북측은 무슨 일에든 대가를 요구하는 게 습관이 돼 버린 게 아닌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