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초고속망 보급여부가 관건

  • 입력 2001년 5월 29일 19시 29분


남귤북지(南橘北枳).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기후와 풍토가 달라서 탱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도 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환경(인프라)의 차이로 인한 ’남귤북지’ 현상이 분명히 드러났다. 서울의 학생들이 홈페이지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책을 공동 구매하는 수준까지 이른데 반해 영남의 학생들 중에는 간단한 그림 파일도 볼 수 없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미 두 지역 학생들은 ’귤’과 ’탱자’로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차이는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여부. 한국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사대상인 군의 경우 읍지역에는 지난해 4월, 면지역은 10월에야 초고속망이 깔리기 시작했다. 현재 11개 읍면 가운데 초고속망이 설치된 곳은 7개.

면 단위 가운데는 가입자가 50명 미만인 곳도 적지 않다. 초고속망 사업자들로서는 수지가 맞지 않아 무턱대고 망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기죽지 않게 하려고 빚을 내서라도 컴퓨터는 사주고 있지만 ‘네트워크’가 없는 상태에서 PC는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소규모 학교들은 교육부가 진행중인 ’학교 정보화 사업’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A여고의 정보부 담당 교사는 ”교육부에서 전체 학급수가 24학급 이상일 때만 2Mbps의 속도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며 ”접속하는 컴퓨터수가 자꾸 늘어나다보니 속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곳’에 똑같은 인프라를 제공할 수 없다면 ‘한 곳’으로 지원을 집중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조언한다. 학교나 도서관 같은 공공 장소에 제대로된 멀티미디어 교육장을 설치하라는 것.

한양대 윤영민 교수는 “통신속도가 늦다는 것은 단지 ‘느리다 빠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가능한 콘텐츠 자체를 한정해 버리는 심각한 제약”이라며 “무작정 많이 보급한다는 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보자원을 풍부히 이용할 수 있는 질적 인프라를 갖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진·경북〓천광암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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