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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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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 효성 등 7개 그룹의 110개 계열회사에 30쪽에 이르는 서면조사 문서를 발송한 사실이 밝혀진 15일, 공정위 간부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이처럼 신신당부했다.
지금까지 공정위의 예비조사란 재무제표, 제보 등의 자료를 자체 분석하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이번 조사는 달랐다. 110개 회사에 모두 서면조사 자료를 만들라고 했다. 계열사간 금전 거래를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했다.
해당 기업들은 공정위 직원이 현장에 들이닥치지 않았을 뿐이지 본조사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묘하게도 공정위가 해당 기업들에 통보한 시점은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공정위와 재계간 갈등이 빚어지던 7일이었다.
기자는 공정위 조사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다. 상반기에는 기업 조사를 않겠다던 방침이 수시로 바뀌었고 7개 그룹 조사 착수 시기도 약속한 것과 다르며 방식도 예사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자는 공정위가 정치 논리를 바탕에 깔고 이번 조사를 서두르지는 않았을까 하는 문제 의식을 갖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대해 17일자 한겨레신문은 안재승기자의 ‘취재파일’을 통해 ‘왜곡 보도’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공정위의 대변인이나 된 것처럼 이번 조사에 아무 문제없다는 공정위의 논리를 그대로 반영했다.
본보의 보도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 해석하고 공정위를 두둔하는 듯한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청와대로부터도 ‘칭찬’을 받았다. 17일 박준영 대통령 공보수석은 아침 브리핑에서 한겨레신문의 이 기사를 복사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는 친절까지 베풀면서 모범적인 기사라는 찬사와 함께 “기사는 이렇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대통령 공보수석의 한겨레신문에 대한 칭찬과 동아일보 보도 태도에 대한 혹독한 비판은 오늘의 ‘권력과 언론’ 상황을 곱씹어보게 한다.
최영해<경제부>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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