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종석-장원진 등 4번 같은 2번타자 전성시대

  • 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30분


개울을 건너는 데 징검다리가 부실하면 발걸음을 뗄 때마다 불안하기 마련이다.

야구에서 2번 타자는 흔히 작은 돌다리에 비유된다. 톱타자와 중심타선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자기 공격보다는 번트와 히트 앤드 런 등 다양한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평범한 디딤돌 역할을 뛰어넘어 공격의 물꼬를 트는 중심타선의 역할까지 하는 2번 타자가 쏟아져 나와 ‘2번타자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경향은 상위 타선에서 득점력을 확 끌어올리려는 각 팀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면서 무엇보다도 타력이 강한 선수를 중용한데 따른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한화 김종석과 두산 장원진은 2번 타자의 전성기를 화끈하게 열어제친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미완의 대기’로 불리는 김종석은 14일 현재 타율 0.355로 타격 4위를 달리며 한화 공격의 선봉을 맡고 있다. 홈런도 6개나 쏘아 올렸으며 23타점을 기록하는 등 클린업 트리오 못지 않은 화끈한 장타를 과시했다.

‘안타 제조기’ 장원진의 활약도 눈부셨다. 타율 0.349의 장원진은 51개의 안타를 때려 1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득점도 1위(29점). 2년 연속 최다안타 등극을 향한 독주 체제에 들어간 양상이다. 스위치 히터로서 왼손과 오른손 투수를 가리지 않는 안타 행진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짧고 간결한 스윙과 선구안까지 겸비, 한 단계 뛰어올랐다는 평가.

삼성 김종훈도 눈을 비비고 볼만큼 달라졌다.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0.245에 머물렀지만 이번 시즌에는 0.333의 타율로 7위에 당당히 올라 있다. 타격 10걸 가운데 2번 타자가 무려 3명이나 포진해 있을 만큼 이들의 타격 감각은 한껏 물이 오른 상황.

이밖에 최하위를 맴돌며 ‘잔인한 4월’을 보낸 롯데의 박현승은 지난주 6경기에서 타율 0.444의 불 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소생을 거들었다. 지난해 교정한 타격 폼에 완전히 적응한 그가 절정의 타격을 보이면서 롯데 김명성 감독은 최근 그를 톱타자로 끌어 올렸다.

또 김재현(LG) 양현석(해태) 윤재국(SK) 등도 깨소금 노릇을 톡톡히 해내며 2번 타자의 영역을 새롭게 넓히고 있다.

다만 지난해 현대가 정상에 오르는데 한몫 했던 박종호는 2할을 조금 넘는 타율에 그치며 시즌 초반 몸이 덜 풀린 듯한 모습이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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