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의 중구난방

  • 입력 2001년 5월 13일 18시 37분


정치가 갈수록 갈피를 못 잡고 표류하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설이 하나씩 불거져 그것이 내년의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며 여야간, 여여간 정쟁거리로 비화하고 있다. 대선이 아직도 1년7개월이나 남았는데 정치인들은 경제 등 나라사정이나 민생은 뒷전인 채 오직 차기정권의 향배와 그를 둘러싼 유 불리만 따지고 있다.

연초부터 정계개편 음모론, 개헌론이 잇달아 정치권을 뒤흔들더니 최근에는 신당설에 여권의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론, 전당대회 분리론, JP(김종필 자민련명예총재) 대망론까지 튀어나왔다. 이런 판국에 여권 내부에서는 개혁을 둘러싸고 국민 피로론과 중단 없는 개혁론이 부딪치는 등 중구난방으로 온갖 설이 쏟아져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이런 설과 논의 근저에는 차기 대선을 자기 진영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정략이 도사리고 있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정권을 잡겠다는 것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긴 하다. 하지만 이처럼 국민의 마음과 삶에 동떨어진 얘기만 늘어놓는 정치권에 국민의 환멸은 더욱 깊어지고 나라 모양 또한 우습게 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비록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소집했다지만 국회는 문만 열어놓은 채 휴업한 지 보름이 지났다. 여야 모두 당회의에서는 경제가 큰일이고 민생이 시름에 빠져 있다고 말은 하지만 개혁법안이나 민생법안은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골프 정치’나 ‘강연 정치’를 한다며 국민의 속을 뒤집어 놓는 말을 양산하고 있으니 그들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며 정치인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실업자의 원망과 호소는 매일 도심 어디에서건 들을 수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고 경제가 빠른 시일 안에 회복되리란 기대도 아직은 이르다. 이런 것들은 몰라라한 채 차기 정권이니, 대권이니 하는 논쟁에만 함몰돼 있는 정치권을 쳐다보며 국민은 지금 한숨을 넘어 분노에 몸을 떨고 있다.

정치불신과 혐오감만 가중시키는 때이른 대권논쟁과 각종 설의 남발은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일의 우선순위는 도외시한 채 정쟁과 정략에만 빠진 정치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송두리째 잃기 마련이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국회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어루만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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