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0월 11일 15시 3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특히 외국인들이 선물과 현물에 대해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들 우량은행주에 대해서는 매수세를 유입시키고 있어 삼성전자 등 여타 종목군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우량은행을 중심으로 은행주 강세에 대해 ▲ 구조조정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에다 ▲ 우량은행들의 합병 기대감 ▲ 5월 선조정 이후 저가 메리트 부상 ▲ 외국 펀드 내 기술주 축소에 따른 은행주 비중 확대 등이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은행들의 경우 오는 20일께를 전후로 한 3/4분기 실적발표와 국회 공적자금 투입 결정 등으로 한번 더 차별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향후 우량은행간 합병의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차별화적 상승세가 좀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거래소시장에서 주택은행은 2만8100원으로 전일비 3.50% 급등했고, 한미은행은 6860원으로 4.48% 올랐으며, 하나은행은 장중 상승세를 보이다가 막판 밀리며 전일과 같은 746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1만3300원으로 전일비 3.97%, 신한은행은 1만2450원으로 1.19% 하락세를 보였으나 5% 이상의 주가하락률과 10% 이상 하락한 삼성전자 등에 비하면 상대적인 낙폭은 매우 적은 편이다.
공적자금 투입 대상인 한빛 외환은행 등의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2.5∼5.5%대의 하락세를 보였으며, 공적자금을 안받겠다고 선언한 조흥은행은 2.51% 떨어지며 마감했다.
◆ 은행주 합병기대감과 저가메리트 공존, 외국인 우량은행 위주 매수
증시전문가들은 공적자금 투입과 금융·기업구조조정 가속화 등으로 은행주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합병 등이 논의되면서 외국인 등 매수세가 견지되면서 상승세를 보였거나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보았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김석중 부장은 “주가대폭락에도 주택은행과 한미, 하나은행이 상승하는 것은 순전히 합병에 대한 기대감으로 볼 수 있다”면서 “주택은행은 해외DR 발행 이후 우량은행으로 확인됐고 우량은행간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비록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는 증시 급락 부담감과 함께 최근 상승에 따른 조정이며,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저가 메리트가 부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우의 김석중 부장은 “지난 5월19일 이래 반등세는 공적자금 투입 방침에 따라 저가 부실은행이 주도하면서 은행주를 끌어왔으나 지난 8월말 경영정상화계획 발표 이후에는 우량은행군을 중심으로 차별적인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향후 기업퇴출과 합병 등을 계기로 우량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주 상승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주는 여타 종목에 비해 자체의 금융구조조정 요인에다 부실기업에 대한 부실처리 문제로 이중고를 겪으면서 이미 빠질 대로 빠졌던 것이 구조조정 가속화 기대감으로 낙폭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업종지수는 지난 5월 71대의 저점에서 7월 상순 150대의 고점을 기록한 이래 업종지수 대체로 100선이 지지되면서 지난 8월말 이래 120선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동양증권의 조오규 투자전략팀 과장은 “은행주는 공적자금 투입과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지난 5월중에 여타 다른 업종에 비해 선조정에 들어가 이미 하락할 대로 하락한 상황”이라면서 “공적자금 투입이 곧 우량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은행주는 상대적인 저가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이 단기 매매패턴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데이트레이더에 의한 은행주 매입도 강화되고 있어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초 이래 은행주는 전체 거래량의 20∼30, 심지어는 한때 40%까지 거래비중이 높아지고, 최근 동원증권의 전산사고 이후 수수료 면제가 되면서 데이트레이더들이 이 창구를 통해 은행주를 대거 매매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 은행주 3/4분기 실적발표와 합병건으로 차별장세 지속 전망
이런 과정에서 은행주들은 오는 20일께를 전후로 한 3/4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부실은행과 우량은행을 가르는 계기가 한 번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퇴출기업과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을 높일 필요성이 대두되나 외부적으로는 실적악화에 대한 부담도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여기에 부실문제로 공적자금이 투입될 은행들은 한번 더 감자가능성을 겪어야 하고, 한미나 하나, 조흥은행 등은 충당금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실적악화가 예상돼 은행경영자들이 ‘부실털기와 실적악화’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이 실적전망이 불투명한 기술주를 줄이고 은행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들의 국내 은행주 매입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의 김석중 부장은 “세계적으로 올 4/4분기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 이전에 이미 하락한 텔레콤주 등이 반등기조를 보이고, 씨티, 체이스, JP모건 등의 대형합병이 진행되면서 은행주에 대한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기업퇴출과 합병이 가시화되면 우량은행 등을 중심으로 차별적인 추가상승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