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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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6-04-10~202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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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
문화 일반3%
  • [단독]한국국적 얻자 가출-잠적… 아내의 변심에 우는 다문화 남편들

    “핏덩이 같은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부모 없이 베트남에 방치해 둡니까.” 전남 광양에 사는 양종래 씨(46)는 쌍둥이 딸(5)을 데려온 사연을 털어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베트남 출신 아내(27)가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잠적하면서 고생이 시작됐다. 양 씨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찌검은커녕 말다툼도 거의 안 했어요. 우리처럼 잘 사는 부부가 없다고들 했는데…. 아내가 가정을 떠나고 연락을 끊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는 결혼중개업을 하는 형수의 소개로 2006년 결혼했다. 이듬해 쌍둥이 딸을 낳았다. 아이 둘 다 심장병을 갖고 있었지만 주변 도움을 받아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아내는 미용실에서, 양 씨는 일용직으로 돈을 벌며 오순도순 살았다. 지난해 5월 아내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의사는 “향수병이니 낫게 하려면 친정에 보내주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지 한 달이 된 9월 아내와 두 아이를 베트남으로 보냈다. 아내는 친정에 도착한 뒤에 전화로 “애들을 데려가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당신과 살기 싫다. 한국에 가기 싫다”고 했다. 옆에선 아이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며칠 뒤 아내가 “한 달 후 한국에 가겠다”고 연락했다. 한국 임시여권을 만들려면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영사관 직원과 통화해 보라고 했다. 선뜻 동의했다. 마지막 통화였다. 이후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영사관에 수소문한 끝에 아내가 아이들을 베트남에 두고 혼자 한국에 입국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부랴부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위험하니 혼자 가지 마라”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빗물이 새는 처갓집에 아이들이 엄마도 없이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통역사와 함께 처가를 찾았다. 아이들의 다리는 벌레에 물려 상처투성이였다.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약도 바르지 않았다. 속옷 없이 반바지만 입은 상태. 장모는 “한국에 간 딸과는 우리도 연락이 안 된다. 아이들은 줄 수 없으니 돌아가라”고 했다. 양 씨는 “내가 시신으로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아이들은 이대로 줄 수 없다”며 매달렸다. 아이들이 그립기도 했지만 상처를 보니 도저히 두고 올 수가 없었다. 한 명만 데려가라는 장모의 말에 상처가 심한 큰딸만 우선 데려왔다. 한국에 들어온 뒤 통역의 도움을 얻어 처가에 전화를 걸었다. 장모는 “아이를 데려가려면 돈을 달라”고 말했다. 터무니없는 요구였다. 직접 가서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다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장모는 의외로 둘째 아이를 내줬다. 두 딸을 찾기까지 꼬박 3개월이 걸렸다. 한국에 온 아이들은 지금도 엄마를 그리워한다. 양 씨는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데 아이들이 앞으로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제결혼피해센터가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양 씨처럼 국제결혼 피해를 입었다며 상담을 받은 사례는 약 700건, 올해는 1000건이 넘는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의 남편이 상담 또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은 부족하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결혼중개업체에 문제가 있어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해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20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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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추석의 뒤끝

    첫 대화 주제는 고려 무신정권이었다. 얼마 전 종영한 TV 드라마에 대한 총평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열띤 토론. 대화는 어느새 고려를 창건한 태조 왕건으로 옮아갔다. 그에 대한 인물비평이 이어졌다. “왕건이야말로 겸손의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이지. 암, 그런 왕이 드물어.” “아니죠. 왕건은 호족들에게 둘러싸여 제대로 힘도 못써 본 왕이에요. 초기의 고려는 왕국이라기보다는 호족연맹국가에 가깝죠.” 역사학자 서재의 풍경이 아니다. 추석 연휴, 어느 집 거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화기애애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을 기대했건만. 남자들은 결론도 내지 못할 거대 담론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이날을 위해 칼날을 갈기라도 한 듯 설전은 치열했다. 아주 짧은 휴식. 이번엔 대선을 놓고 ‘폭풍 토론’이 시작됐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는 적극 두둔하고, 상대방 후보는 혹평한다. ‘역사 논쟁’ 때보다 목소리가 더 올라갔다. 누가 들으면 싸우는 줄 알겠다. 이 풍경엔 오롯이 남자들만 등장한다. 여자들을 보려면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가야 한다. 거기서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필자에게 전한 여성은 “남자들은 다 왜 그래?”라고 말했다. 왜 남자들은 모이면 역사니, 정치니 하는 거대 담론을 떠들기 좋아하냐는 물음이다. 그러게. 왜 그럴까.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굳이 정치논쟁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유가 뭘까. 남성호르몬이 많아서? 그건 아닐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정치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지만 남성호르몬의 분비량은 줄어들지 않는가. 위기에 몰린 중년 남성의 허세가 거대 담론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중년의 위기는 여성이 오히려 더 크다. 수험생 자녀가 있다면 더 그렇다. 입시 준비 뒤치다꺼리하느라 몇 년을 쥐죽은 듯 살아왔는데, 아이들은 알아주지 않는다. 성인이 되면 훨훨 둥지를 떠나버린다. 오죽하면 이 무렵의 엄마가 느끼는 서운함과 쓸쓸함을 빈 둥지 증후군이라 할까. 폐경도 큰 위기다. 폐경은 말 그대로 월경이 끝났다는 뜻이다. 월경은 생산능력을 상징하므로 폐경은 여성성의 상실로 받아들여진다. 폐경을 맞은 여성들이 대부분 우울해하는 건 이 때문이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에서 힘이 쫙 빠져나가는 신체변화는 그 다음 문제다. 폐경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이에 따르면 월경은 출산을 의미한다. 월경이 끝났다는 것은 더이상 출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출산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비로소 여성이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맞는 셈이다. 이 해석을 적용하면 폐경은 월경을 완성하는 ‘완경(完經)’이 된다. 이미 여성계 일부에서는 이 단어를 쓴다. 필자는 이 해석에 담긴 적극성에 끌린다. 그렇기에 중년 아내들에게 ‘명절 뒤끝 작렬’을 주문하고 싶다. 남자들이 다 왜 그러느냐고 빈정대지 말고 스스로 거대 담론에 뛰어들면 어떨까. 신문도 꼼꼼히 보자. 정치와 역사 평론이 남자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자. 거대 담론의 변화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학사를 새로 쓴 지동설도 처음에는 작은 논문 형태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을 뿐이다. 변화의 시작은 늘 소박하다. 명절을 끝낸 이 순간, 머릿속을 맴도는 상념이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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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신문고]“백혈병 환자에 신약 처방 자유롭게 해달라”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 불합리한 의료정책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당했습니까. 지금보다 더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안이 있습니까. 더 확실한 건강정보를 원합니까.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동아일보가 ‘건강신문고’를 만들었습니다. 북을 울리세요.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입이 돼 드리겠습니다. 》▼ “이래서 문제”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치료할 때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모호해 약 처방에 제한이 많다. 여러 약물을 썼다가 나중에 진료비를 환수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한이 너무 많다. 환자의 생명이 우선 아닌가. 1세대와 2세대 항암제를 탄력적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기준을 완화해 달라.(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백혈병 치료제가 다양하고 국내 의료기술이 놀랄 만큼 발달했다. 환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그만큼 커졌으리라. 그런데도 김 교수는 불만이 많다. 동아일보의 ‘건강신문고’를 두드린 이유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혈액암의 하나다. 국내 인구 10만 명당 한두 명꼴로 걸린다. 현재 국내 환자는 어림잡아 2000∼3000명. 천천히 진행되는 게 특징이며 어린아이보다는 성인에게 더 많이 생긴다. 김 교수는 이 병에 관해서는 세계적 권위자다.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60%를 진료한다.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백혈병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의 패널위원으로 선정됐다. 백혈병 치료제가 출시될 때마다 김 교수가 환자 임상시험을 담당했다. 2001년 세계 최초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1세대 표적항암제)이 나왔을 때도 그랬고 2005년 이후 이른바 ‘슈퍼글리벡’이라 불리는 2세대 표적항암제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2세대 항암제로는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슈펙트’가 있다. 1세대 항암제인 글리벡 치료에는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나 환자 상태에 따라 효과와 나타나는 부작용이 모두 다르다. 이 때문에 약물을 바꿔 가면서 처방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가령 글리벡을 사용하다 2세대 신약으로 바꾸거나 2세대 신약을 쓰다 다른 2세대 신약 또는 글리벡으로 바꿀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모호한 8대 사례를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69세 남성 A 씨는 6개월간 글리벡 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2세대 신약으로 바꾸려 했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 현재 건강보험은 ‘부작용이 생겨 약물을 바꿀 경우’로 제한한다. 물론 약물을 바꿀 수는 있지만 나중에 진료비를 강제 환수당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피하려면 의사는 글리벡 용량을 늘리는 처방밖에 내릴 수 없다. 김 교수는 “2세대 신약을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치료효과는 더 떨어지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27세 남성 B 씨. 2세대 신약을 쓰다가 2개월 만에 부작용이 나타났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다른 2세대 신약이나 글리벡을 쓰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힘들다. 2세대 치료제를 썼다가 다른 2세대 치료제나 1세대 치료제로 바꾸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2차 항암제는 글리벡 치료 효과가 없거나 약품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2차 치료제로’ 투입하려고 만든 약품이다. 글리벡보다 효과와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입증돼 2년 전부터는 바로 쓰도록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여전히 제약조건이 많다. 김 교수는 2세대 신약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해달라며 두 달 전 환자들과 함께 보건복지부에 청원서를 냈다. 환자와 의사들은 보건당국이 경직됐고 안일하다고 지적한다. 의사 C 씨는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한다. 과연 건강보험 혜택을 실질적으로 늘리겠다는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답변 ▼식약청에 치료법 검증 의뢰… 제약사가 효능 입증해야김 교수를 비롯해 여러 번 제기된 민원이다. 의사와 환자가 무슨 요구를 하는지 잘 안다. 그러나 약물의 효과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으니 건강보험 혜택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제약사가 약의 효과를 입증할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제약사가 안일하다고 본다. 그래도 의료진과 환자의 요구가 강한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이런 요법이 의학적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논의 결과를 보고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검토할 생각이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지금 확답할 수 없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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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비윤리 의사 제재” 의협 최초 자정선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자정선언문을 만들고 리베이트와 폭행 등 의료계 비리를 수술하는 데 나서기로 했다. 의협의 자정선언 채택은 1908년 의협 전신인 의사연구회 창립 이후 104년 만에 처음이다. 동아일보가 9일 입수한 ‘의협 자정선언문’은 △총칙(1항) △의사의 의무(2항) △법과 처벌(3∼5항)로 구성돼 있다. 자정선언문 1항은 의사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가 요구되는 것은 마땅하며 의사들이 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나아가 “그렇게 할 때만이 의사와 환자의 상호 신뢰와 존중이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제2항에서는 모든 의사가 스스로 고도의 윤리적 수준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3∼5항은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를 제재하는 방법과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의협이 스스로 비윤리적인 의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이런 의사의 적발과 법적 처벌에 적극 협조하며 이를 위해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의협은 비윤리적인 의사 유형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지위를 이용해 환자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환자와 합의하에 성적관계를 갖고 △금전적 이익이나 학문적 성취를 목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함으로써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다른 의사보다 크게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면서도 수술을 계속하고 △전공의를 폭행하는 의사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최근 열린 의협 상임이사회에서는 자정 노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자정선언문은 상임이사회의 토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의협 고위관계자는 “비윤리적인 의사와 범죄 의사를 계속 방치하면 의사들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우리가 자정해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선언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모두 아우른 첫 포괄적 선언문”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협회 차원의 징계를 더욱 강화하고,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비윤리적 의사에 대한 의사면허를 영구 정지하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의사들이 보건당국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마당에 굳이 스스로 무덤을 팔 필요가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자정선언이 오히려 의사를 옥죌 수 있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정선언에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의사도 바뀌어야 한다. 그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포괄수가제도 공중보건의 등 의료정책을 두고 의협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의협이 한 발짝 물러서서 자정을 선언한 이상 보건당국의 대응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의사 8만5000명의 대부분이 회원으로 등록한 대표 의사단체다. 이 가운데 5만여 명은 회비를 낸다. 한일강제병합 직전인 1908년 창립된 의사연구회가 전신. 이후 조선의사협회, 건국의사회, 조선의학협회, 전국의사회, 대한의학협회로 바뀌다가 1995년에 대한의사협회라는 이름을 채택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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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청소년도 성(性)을 알 권리가 있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게 생겼으며, 얌전하기까지 한 여고생 이야기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엄마가 보호자를 자처했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통학했다. 학원에 갈 때나, 밤늦게 귀가할 때도 엄마는 늘 곁에 있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아이 신변이 안전하니 그것으로 위안이 됐다. 언제부턴가 아이의 표정이 이상했다. 이유를 알고 난 부모는 경악했다. 임신이라니! 아이를 홀로 둔 적이 없는데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은가. 아이를 추궁했다. 이실직고에 엄마는 넋이 나갔다. 새벽에 남자친구와 아파트 옥상에서 성(性)관계를 가졌단다. 이번에는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 화장실 이야기다. 여자화장실 입구에서 학생 3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점심시간도 다 끝나가는데…. 교사가 의아해하며 다가갔다. 이유를 물었더니 학생들은 “저기, 저기”만 반복했다. 교사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한 칸에서 민망한 소리가 들려왔다. 남녀 학생이 성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시퍼런 대낮에 학교 화장실에서 말이다. 교사는 까마득하게 현기증을 느꼈단다. 며칠 전 필자가 들은 이야기다. 두 사건 모두 최근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 했다. 학교나 부모 모두 쉬쉬하지만 그 동네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했다. 요즘 청소년들이 일찍 성에 눈을 뜬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전한 사람은 “그 아이들, 성에 대해 너무 몰라요”라며 혀를 쯧쯧 찼다. ‘이 놈의 환경’ 탓이다. 성인광고가 인터넷 공간에 넘친다. 더 노골적인 성인물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러니 못된 어른 흉내를 내며 음습한 성으로 빠져드는 게 아닌가. 반면 성이 건전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드물다.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 중 그 어디도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똑 부러진 프로그램 하나 없는 셈이다. 몇몇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행한다지만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고작 틀에 박힌 성교육 비디오를 틀어주거나 ‘성은 소중한 것이니 함부로 하지 마라’는 식의 강의가 대부분이다. 낙태당한 태아 사진을 보여주며 ‘생명을 경시하지 마라’고 훈계하는 곳도 있다. 아이들은 이런 성교육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 성을 모른다. 콘돔이란 단어를 입 밖에 꺼내는 게 민망해서일까. 피임법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얼마 전 복지부는 사후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을 받고 구입하도록 한 현 제도를 유지키로 했다. 종교계 반발 때문이라지만, 미성년자의 약품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고 한다. 성에 무지(無知)한 아이들이 사후피임약을 ‘관계 후 먹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만병통치약’쯤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기자만 모르는 것이라고 할 사람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어떤가. 16세의 한 소녀는 알몸 사진을 보내라는 채팅 상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 소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이 소녀는 현재 성폭행 피해자 시설에 머물고 있다. 연일 반인륜적인 성폭행 사건이 터지고 있다. 화학적 거세와 사형제도 부활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뭔가 빠진 느낌이다. 어른들이 약장사처럼 “애들은 가라”만 외치는 건 아닌가 싶다. 꼭꼭 감추니 탈이 나는 것이다. 아이들도 성을 제대로 배울 권리가 있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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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제조-판매사 17곳 고발

    가습기살균제로 가족을 잃은 8명이 살균제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31일 고발한다.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코스트코코리아 애경산업 SK케미칼 등 17개 업체가 대상이다. 이와 별도로 피해자 가족 26명은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일부 피해자와 가족은 4∼10명씩 소송을 따로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정부가 지난해 8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1년이 지나도록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연대에 따르면 자체 접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사망자 52명을 포함해 174건에 이른다. 반면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가 34건(사망자 10명)으로 지난해 8월의 발표와 차이가 없다고 30일 밝혔다. 1년이 지났어도 피해자 측과 정부의 인식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정부가 △제품 판매 중단 및 전량회수 명령을 내리고 △해당 업체에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하고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한 게 대책의 전부라고 비판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 업체가 제품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안전하다는 내용으로 광고를 했다며 5200만 원을 부과했지만 피해자 측은 턱없이 낮다고 주장한다. 환경부 역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안’에 가습기살균제 같은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담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와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여러 조항이 완화됐다.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 안에 미생물이 번식하거나 물때가 생기지 않도록 물에 섞어 사용하는 화학제품이다. 지난해 4, 5월 원인을 알 수 없이 폐가 손상되고 숨지는 사례가 생기자 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를 치료했던 서울아산병원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의 화학성분을 흡입할 때 기관지부터 폐까지 염증이 생기고 폐가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 확인됐다. 적어도 당시 사망자 5명은 가습기살균제로 사망했음을 보건당국이 인정한 셈이다.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20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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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교육청 교원복무지침 공문 변조’ 관련 반론보도

    본지는 7월 23일 ‘공문까지 변조한 전북교육청’ 제목의 기사에서 전라북도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원 복무지침 공문 중 ‘단축근무불가’ 내용을 ‘탄력적 근무’로 변조해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라북도교육청은 “공문내용을 변조한 것이 아니라 방학 중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장의 허가 후 탄력적으로 근무하라는 취지로 교과부의 지침과 어긋난 것은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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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젊은 의사들의 자기비하

    의사 A 씨로부터 흥미로운 e메일을 받았다.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떠도는 게시물이란다. 젊은 의사들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을 거라나. 첨부파일을 클릭하자 그래프 하나가 나왔다. 진료과 명칭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X축은 ‘간지’, Y축은 ‘수입’이라고 표시돼 있다. 간지는 폼이나 멋을 뜻하는 속어. 그래프가 보여주는 건 진료과별 실익이었다. 오른쪽 상단에 위치할수록 돈도 많이 벌고 의사로서 폼도 난다는 뜻이다. 성형외과가 단연 1위다. 그 다음은 안과. 피부과는 안과보다 폼은 덜 나지만 수입은 많은 영역에 있다. 이들 과를 포함해 정형외과, 정신과, 신경외과,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일반내과가 폼도 나고 돈도 잘 버는 과에 속한다. 임상병리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는 그래프의 왼쪽 하단에 있다. 돈도 못 벌고 폼도 안 난다는 뜻. 한마디로 최악이다.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는 폼은 안 나도 수입이 괜찮은 영역에 있다. 흉부외과와 일반외과는 수입은 최악이지만 가장 폼 나는 진료과로 분류된다. 그래프 한쪽 구석엔 ‘인턴과 공보의가 전공을 선택할 때 참고하라’는 안내 글이 달려 있다. 그래프 작성자는 수입과 폼이 젊은 의사들의 전공 선택 기준일 거라 생각했나 보다. 틀렸다. 전공 선택에서 폼은 기준에 들어가지 못한다. 올해 진료과목별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면 분명하다. 폼이 난다는 흉부외과, 외과는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정신과,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에는 응시자가 폭주했다. 가장 폼이 나지 않는다는 영상의학과와 재활의학과에도 응시자가 몰렸다. 실제론 안정성과 수입이 전공 선택의 기준인 셈이다. 그래프의 결말. 그럼 누가 가장 돈을 많이 벌까. 병원 사무장이다. 사무장은 그래프의 가장 상단에 있다. 그 어떤 의사보다 돈을 많이 번다는 뜻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젊은 의사들의 심리를 읽을 수 있었다. 사무장보다 못하다는 패배감과 자기 비하였다. 기자는 “요즘 후배들은 돈만 밝혀”라며 혀를 차는 의대 교수들을 간혹 봐왔다. 어디 의사만 그런가. 편한 것을 추구하는 세태가 아닌가. 하지만 선배 의사들은 그들이 후배 의사들을 ‘패배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들에 대한 의대 교수들의 폭력과 성희롱 사건이 속속 터지고 있다. 선배들은 오랜 관행이라 주장한다. 사람 목숨이 1분1초에 왔다 갔다 하는데, 매너를 챙길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거다. 생명을 구했는데, 왜 전공의 폭행 같은 ‘하찮은’ 일만 따지냐고 항변한다. 환자 앞에서 전공의를 폭행해도 죄의식은 없다. 피투성이 환자를 살리지 못한 자괴감에 한동안 우울증을 앓았다는 의사를 안다. 그는 다른 환자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단다. 목숨을 살린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없는 의사는 더이상 의사가 아니라는 그의 말이 머리에 맴돈다. 전공의에 대한 폭행은 교육과 훈련이란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명백한 범죄행위다. 열악한 의료 환경 때문이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은가. 그렇다면 선배 의사들부터 자정 선언을 하라. 대한의사협회가 나서라. 의사들이 국민의 존경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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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다문화 사회의 조건

    고대 세계의 유물을 접하는 건 큰 즐거움이다. 혹시 해외여행의 기회가 생기면 꼭 박물관을 찾는 것도 그래서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선 ‘함무라비 법전’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고, 대영 박물관에선 ‘로제타석(石)’ 주변을 서성였다. 고대 아시리아의 화려한 성벽이나 ‘날개달린 황소상(像)’도 인상 깊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즐거움을 맛볼 기회가 간혹 생긴다. 2008년 열린 ‘황금의 제국-페르시아 특별전’이 대표적이다. ‘황금’이란 단어에서 짐작하겠지만 페르시아 문화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유물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시리아는 기원전 7세기 초반 오리엔트를 최초로 통일한 제국이다. 기원전 30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 북부에 세워진 작은 도시국가가 부침(浮沈)을 거듭하다 결국 대업을 이룬 셈이다. 동시에 수많은 민족이 제국의 구성원으로 편입되면서 아시리아는 역사상 첫 다문화 제국이 됐다. 그러나 이 다문화 제국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아시리아인들은 전투력은 강했지만 포용력이 약했다. 정복지의 문화를 말살했다. 저항하면 처형했다. 자비와 관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자비한 통치에 민심은 등을 돌렸다. 피지배 민족들의 반란이 속출했다. 오리엔트 통일의 대업을 이룬 지 고작 50여 년. 반란군은 수도 니네베를 폐허로 만들었다.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두 번째로 오리엔트를 통일한 주역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이다. 이 업적도 대단하지만 아케메네스 제국의 진면목은 다른 데 있다. 다문화 국가가 어떠해야 하는지 그 전범을 만들어 몸소 실천한 것이다. 아케메네스의 키루스 대왕은 기원전 6세기 중반 메디아, 리디아를 차례차례 정복했다. 신바빌로니아 왕의 폭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성문을 활짝 열어 키루스 대왕을 맞았다. 바빌론에 입성한 키루스 대왕은 즉각 ‘공약’을 발표했다. “나는 어떤 민족도 위협하지 않겠다. 정복지의 전통과 종교를 존중하겠다. 그 누구도 다른 민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키루스 대왕은 약속을 모두 지켰다. 바빌론에 끌려갔던 유대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었다. 그들의 종교를 허용했고 성전 건설도 허락했다. 구약성경에 ‘고레스 왕’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키루스 대왕이다. 그리스 역사가들도 그에 대해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이며 자비로운 군주’라고 칭송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아시리아와 아케메네스 제국의 차이가 확연해진다. 아시리아가 갖추지 못한 덕목인 관용을 아케메네스 제국은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키루스 대왕의 뒤를 이은 제왕들도 관용을 베푸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아케메네스 제국이 230여 년간 번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이제 2012년 7월의 대한민국을 보자. 외국인 혐오증, 즉 제노포비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다문화정책 토론회를 외국인 혐오단체 회원들이 방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문화정책이 민족말살 정책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권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던 2500여 년 전에도 관용이 제국이 번영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에게 1948년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의 다음 한 문장을 꼭 암기할 것을 권하고 싶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의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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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상훈]포괄수가제와 음모론

    다음 달 1일부터 포괄수가제가 시행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시행 첫날부터 1주일간 제왕절개와 맹장 등 응급수술을 제외한 수술을 거부하기로 한 당초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질병의 경중에 따라 미리 정해진 금액을 내는, 일종의 진료비 정액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병원이 수익을 더 내려고 저가 의료재료를 쓸 것이고 진료가 하향평준화돼 환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칼로 두부 자르듯 이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가릴 수는 없다. 다만 우리보다 앞서 이 제도를 시행한 나라의 경험에서 지혜를 얻을 수는 있다. 기자는 2002년 이 제도를 도입한 독일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미국계 병원을 2008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그 병원의 심장 전문의도 이 제도가 썩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포괄수가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때로 환자 진료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협의 주장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해석’은 달랐다. 환자 진료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행정업무가 많아져 의사들이 힘들어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질병별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꼼꼼히 서류 작업을 하지 않으면 사후에 진료비를 삭감당할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의사들이 서류 작업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불만이었던 것이다. 국내의 경우 맹장수술은 12개, 치질수술은 21개 등급으로 분류해놓았다. 10여 년의 시범사업도 거쳤다. 의사들이 서류 작업에 매달릴 필요는 크게 없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환자의 반응은 어떨까. 당시 독일 병원에서 만난 60대의 당뇨병 환자는 “제도가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하에서는 등급에 따라 입원일수가 정해져 있다. 따라서 더 입원하고 싶어도 퇴원해야 한다. 이 환자는 “의사를 믿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환자는 의사를 믿고, 의사는 그런 환자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의사는 저가 의료재료를 몰래 쓰지 않았다. 이 병원의 사례를 통해 유추하자면, 이 제도의 성공은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 해법을 의협은 수용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게다가 정부가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의료비 가격통제가 쉽고, 의료기관의 경쟁력이 판가름 나면서 영리병원이 들어서기 좋은 환경이 된다는 논리다. 이 논리대로라면 포괄수가제는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기반 다지기가 된다. 의협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한 대학에서 “건강보험이 100% 보장 못하니 개인이 민간보험에 들어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 점을 음모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음모론에 정치적 셈법이 숨어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국민 정서에 의협이 편승해 포괄수가제 반대 여론을 끌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의협이 이 제도의 찬반 여론을 묻겠다는 시점에 음모론이 나왔다는 점이 이런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의협의 의혹 제기가 나중에 사실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포괄수가제의 테두리 안에서 논쟁을 해야 할 때다. 환자와 국민은 피로하다. 논쟁이 정치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의사와의 소통이다. 의협은 그 소통을 거부하지 말라. 환자를 잃으면 그 모든 것을 얻어도 의사는 다 잃은 게 된다. 이 소박한 진실을 의사들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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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상훈]괴질(怪疾)의 추억

    14세기 중반 이탈리아 북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돌기 시작했다. 감염자가 속출했다. 100%에 가까운 치사율. 피부에 검은 반점이 나타났다 죽는다고 해서 흑사병(黑死病·페스트)이라 불렀다. 흑사병은 사방으로 확산됐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과 백년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전염병은 전쟁보다 무서웠다. 두 나라는 흑사병이 잦아들 때까지 휴전을 결의했다. 절망에 가까운 공포. 유럽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병을 퍼뜨린 주범으로 지목된 유대인에 대한 집단테러가 자행됐다. 곳곳에서 유대인 화형식이 거행됐다. 정적(政敵)을 제거하기에 좋은 기회.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렸다. 미신도 횡행했다. 인간이 타락했기에 벌을 받는 것이라며 피가 날 때까지 제 몸을 채찍으로 쳐대는 ‘수행자’들도 등장했다. 흑사병은 이처럼 광기(狂氣)로 이어졌다. 첫 발병 후 십여 년 사이에 유럽 인구의 30% 이상이 줄어들었다. 광기가 없었다면 희생자의 수도 덜하지 않았을까. 중세유럽의 막바지에 창궐한 이 흑사병은 인류 역사상 첫 대유행병(Pandemic)으로 기록돼 있다. 훗날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쥐가 흑사병을 옮긴 매개체였다. 당시 도시들은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 페스트균을 보유한 쥐들은 식탁과 침대를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 페스트균이 성장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유럽 사람들은 이를 자각하지 못했다.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괴질(怪疾)이라며 두려워만 했다. 괴질은 현대에 들어와서도 종종 나타났다. 1981년 미국 의학계에 새로운 질병이 보고 됐다. 과학자들이 병의 원인을 찾는 사이에 많은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은 이 병을 괴질이라 불렀다. 1983년 프랑스의 한 연구소가 원인 바이러스를 찾아냈다. 그 후 이 괴질은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에이즈(AIDS)라 불리기 시작했다. 2003년 3월, 홍콩에서 갑자기 고열과 호흡곤란, 기침 증세를 보이던 미국인 사업가가 사망했다. 그를 치료하던 의료진까지 감염됐다. 이 소식은 전파를 타고 금세 전 세계로 알려졌다. 이 괴질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 원인이란 사실이 밝혀진 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라는 이름을 얻었다. 괴질이란 단어는 묵직하고 괴기스럽다. 때로는 그 어감에서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사실 이 단어에는 미지세계에 대한 인간의 불안한 심리가 집약돼 있다. 이 불안감은 미지세계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줄어든다. 따라서 괴질의 천적은 과학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병의 원인이 밝혀지면 괴질의 생명력은 급격히 감퇴한다. 그런데 요즘은 병의 원인과 예방법이 모두 공개돼도 괴질 공포가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정보의 전파 속도가 병의 전파속도를 크게 앞지르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괴질이 괴담으로 확대 포장되는 탓이다. 일단 괴담의 프레임에 갇히면 ‘뻔한’ 질병도 괴질로 둔갑한다. 광기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적절하게 진화한 걸까. 최근 국내에서 때 아닌 괴질 괴담이 돌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결핵과 백일해가 집단 발병한 데서 괴담이 시작됐다. ‘한때 정복됐던 질병이 되살아났다. 망조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의학자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방역을 철저히 하고, 환자를 즉각 치료하면 될 일이다. 보건당국도 신속한 대응을 통해 괴담이 확산될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명백한 과학이 광기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괴질은 추억으로 족하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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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해’ 고교생들에 집단 발병

    전남 영암군의 한 고등학교에서 백일해가 집단 발병한 데 이어 바로 옆에 위치한 중학교에서도 의심환자가 속출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중고교생이 집단으로 백일해에 걸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고교에서 백일해 의심환자가 처음 나온 것은 3월. 이 학교에서 의심환자가 늘어나자 전남도가 이달 14일 질병관리본부에 조사를 의뢰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증상이 심한 38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3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교생이 280명에 달하는 만큼 추가 확진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5일 바로 옆에 위치한 중학교에서도 백일해 의심환자 68명(전교생 436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아직 확진 판정은 받지 않았다. 이덕형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전염력이 있는 만큼 반경을 넓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인접한 또 다른 중학교에서는 의심환자가 나오지 않아 현재로선 두 학교에만 국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백일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의심환자들은 학교에 나오지 말고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윤승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은 “어렸을 때 예방접종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당수 부모가 기초접종은 열심히 하지만 추가 접종을 놓친다는 것. 백일해는 호흡만으로도 쉽게 옮기 때문에 가족에게 옮길 확률이 80%에 달한다. 2005∼2008년에는 매년 10명 내외의 환자만 발생했으나 2009년 66명, 2010년 27명, 2011년 97명으로 늘었다. :: 백일해 ::보르데텔라 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 보통 0∼9세에 발생한다. 초기 증상은 감기와 유사하지만 영유아의 경우 심각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백일간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백일해란 이름이 붙었다. 국가기본접종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생후 2, 4, 6개월 때 한 번씩 총 3회 기초접종을 한 뒤 15∼18개월, 만 4∼6세, 만 11∼12세에 추가접종 3회를 하면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201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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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상훈]상식의 조건

    1992년에 발표된 영화 ‘에일리언 3’의 마지막 장면. 에일리언의 숙주가 된 우주 여전사 리플리는 용광로에 스스로 몸을 던진다. 숙주인 자신이 죽어야 몸 안에 들어 있는 에일리언도 죽기 때문이다.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는 1979년 1편이 나온 후 총 4편이 만들어졌다. 우주 괴물이 인간의 몸을 숙주 삼아 번식한다는 설정이다. 황당할 수도 있지만 바이러스가 생물을 숙주 삼아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엄연한 과학이다. 감기만 해도 200여 종이 넘는 감기바이러스가 인체를 숙주로 삼는 질병이 아닌가. 과학 영역만 그러한 게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것이 ‘숙주’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식(常識)’ 또한 그러하다. 1776년 1월 10일 ‘펜실베이니아 매거진’의 기자 토머스 페인이 소책자를 출간했다. 페인은 이 책에서 “아메리카가 영국과 완전히 결별하고 독립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영국 군주제를 넘어 완전한 민주공화제를 채택한 새로운 아메리카 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아메리카는 종주국 영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메리카에 대한 영국 정부의 과도한 과세가 식민지 민중의 저항을 불렀다. 갈등은 커졌고, 급기야 이 책이 출간되기 9개월 전인 1775년 4월 19일 렉싱턴에서 전투가 시작됐다. 미국 독립전쟁이 터진 것이다. 전쟁이 진행 중이었지만 모든 아메리카인이 독립을 원하지는 않았다. 적잖은 사람이 스스로를 영국인이라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의 허상을 페인의 이 책이 부쉈다. 책을 읽은 아메리카인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 타오르던 독립 의지를 발견했다. 출간한 지 3개월 만에 10만 부가 팔려 나갔다. 이 책의 제목은 ‘Common Sense’. ‘상식’이란 제목을 달았지만 내용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았다. 두려울 만큼 강한 도발이었다. 영국 정부가 불온한 선동서적으로 분류했음은 물론이다. 아메리카 지도자인 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 워싱턴마저 페인의 주장이 과격하다고 여겼을 정도이니 당시의 상식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는 페인의 주장이 상식이었음을 입증했다. 미국 독립전쟁이 혁명의 수준으로 격상됐고, 그 결과 미국이 역사상 첫 민주공화제 국가로 탄생한 것이다.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인이 알고 있어야 할 지식’이다. 이 정의를 따르자면 페인의 도발은 상식과 거리가 멀다. 시대를 앞서도 한참 앞섰다. 그런데도 그의 도발이 상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공감과 지지가 상식의 숙주다. 바이러스가 숙주 없으면 살아갈 수 없듯이 그 어떤 고귀한 철학도 대중의 공감과 지지가 없으면 비(非)상식, 혹은 몰상식일 뿐이다. 최근의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보면서 비상식의 끝이 이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으로 볼 때 정치인들의 상식에 대한 기준은 자의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상식에 부합하고 객관적이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불리한 상황이 되면 남 탓, 환경 탓을 하며 자신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정치인들의 ‘상식 지능’이 이렇게 처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통합진보당 사태를 납득할 수 없다. 당권파는 끝내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거부했다. 상식이 갖춰야 할 조건을 버림으로써 그들은 스스로 ‘비상식 덩어리’임을 선포한 셈이다. 그런 그들에게는 이제 이 시대의 정의(正義)를 논할 자격이 없다. 국민의 ‘상식’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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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상훈]무상의료 공약은 ‘쇼’였나

    “대한민국 국회가 맞아요? 국회의원은 응급사고 안 당한답니까? 국회의원과 그 가족들이 응급사고로 병원에 오면 받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국회의원들이 정쟁에 ‘다걸기(올인)’하느라 본회의도 열지 못한 24일 오후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A 씨였다. 그는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좀처럼 분이 풀리지 않는지 험한 말을 잔뜩 쏟아냈다. 흥분을 가라앉힌 뒤에도 그는 하소연하듯 말했다. “이러고도 무상의료를 논합니까? 정치인들이 그럴 자격이 있나요?” A 씨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버림받을 위기에 놓이자 ‘꼭지’가 돌았단다. 이 법안은 중증외상센터 건립과 맞물려 한때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월 삼호주얼리 호 피랍사건을 계기로 열악한 의료 환경이 지적되면서 중증외상치료센터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권에도 이견이 없어 사업은 순조로운 듯했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전국에 16개의 외상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일단 올해 400억∼500억 원을 투입해 5곳의 문을 열기로 했다. 이 법안이 폐기되면 정부의 계획도 물거품이 된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성명을 내고 국회를 강력히 비판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몇몇 언론에서는 중증외상센터 확대를 주장해 온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분노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조금 늦추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법안이 폐기되면 자칫 대한민국 응급의료 시스템이 크게 후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응급의료 사업 예산은 모두 응급의료기금에서 나온다. 의료기관에서 거둔 과징금의 50%와 교통범칙금의 20%로 이 기금을 만든다. 연간 400억 원 내외지만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이 때문에 2009년 법을 개정해 과속차량 과태료 수입의 20%인 1600억 원을 응급의료 선진화 명목으로 기금에 할당했다. 문제는 지원 기간이 3년으로 제한됐다는 데 있다. 올해 12월이면 지원이 끝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1600억 원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여야 합의로 지원 기간을 5년 연장하는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이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올랐지만 약사법개정안과 마찬가지로 그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복지부는 내년부터 400억 원만으로 응급의료 사업을 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1곳을 짓는 데 80억 원, 연간 운영비로 30억 원씩 드는 외상센터는 당연히 중단이다. 취약지역 응급의료 사업, 미숙아 응급의료 지원 사업, 도서벽지 응급 헬기 사업, 낡은 응급의료시설 개보수 사업, 구급장비 및 구급차 교체 사업…. 이 모든 사업이 ‘올 스톱’될 수 있다. 응급의료기금에서 예산을 빼 쓰도록 한 법규정 때문에 다른 예산을 전용할 수도 없다. 19대 총선이 치러지기 전, 여당과 야당은 복지 공약을 쏟아냈다. 건강보험 혜택(보장성)을 90% 가까이로 올리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100% 무상의료를 실현해야 한다는 공약도 기억이 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공약들은 내동댕이쳐졌다. 공공의료 중 가장 1차적이며 중요한 응급의료마저 외면당하고 있잖은가. 결국 무상의료 공약은 ‘쇼’에 불과했던 것이다. 다행히 여야가 다음 달 초 본회의를 다시 연다니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 국회의원들이여, 이 법안은 민생법안이 아니라 ‘생명법안’이다. 더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쇼를 벌이지 말라.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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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상훈]선거 소음과 면죄부

    4, 5년 전 아파트 층간 소음에 시달린 적이 있다. 위층 아이는 3, 4세 돼 보였다. 한눈에 봐도 개구쟁이였다. 그 아이는 자정 이후에도 발에 오토바이가 달린 듯 거실을 질주했다. 점잖게 항의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불면의 밤’은 이어졌다. 그 후 기자는 다른 연유로 이사를 가야 했다. 이 덕분에 지긋지긋한 층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공동주택 층간 소음 때문에 어제까지 사이좋던 이웃사촌이 적으로 돌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드물지만 칼부림도 벌어진다. 신경전 이상의 갈등까지 치달은 건수는 환경부에 제기된 것만 2005년 114건에서 지난해 314건으로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분 동안 연속으로 소음을 측정할 때 주간(거실) 35dB(데시벨), 야간(침실) 30dB 미만이어야 ‘정상범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층간 소음 기준은 주간 55dB, 야간 45dB로 국제기준에 비해 너그러운 편이다. 최근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기준 수치를 더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볼 때 소음은 심신을 지치게 한다. 소음에 노출되면 짜증과 불안감이 생긴다. 사람에 따라서는 맥박수가 증가하거나 혈압이 상승하며 드물게는 공격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85dB 이상의 소음에 자주 노출되면 청력이 떨어지거나 난청이 생기기 쉽다. 바로 소음성 난청이다. 이처럼 소음의 폐해가 큰데 정부가 무제한의 소음을 허락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선거 소음’이다. 선거 유세에 사용하는 확성기 소리는 층간 소음 기준의 배에 가까운 100dB을 넘는다. 공사장에서 나오는 소음(85∼90dB)보다 크다. 이 때문에 대중가요를 개사한 로고송은 노래가 아니라 악다구니처럼 들린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확성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휴대용 확성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소음 기준은 없다. 아파트 층간 소음에는 경범죄가 적용되지만 선거 소음은 민원이 폭주해도 처벌할 수 없다. ‘무자비한 소음 남용’을 법이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절대 정숙이 필요한 학교와 병원 주변에서도 확성기는 빵빵 터진다. 날 좀 봐달라는 ‘구애’치고 이처럼 일방적이고 무식한 방식도 없으리라. ‘몰염치’에 대한 부끄러움도 없다. 중세 유럽의 교회는 천국으로 가는 티켓이라며 면죄부(免罪符)를 팔았다. 모든 죄를 사해준다는 면죄부. 혹시 후보들이 자신도 면죄부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묵직한 정치 쟁점도 아니고 사소한 소음 가지고 야박하게 그러느냐고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싹수가 노랗다. ‘사소한 주민 불편’도 해결할 의지가 없는데 정말 중요한 민생 문제에 팔을 걷고 나서겠는가. 확성기 유세는 지지자들에게나 선거운동으로 비친다. 나머지 사람에게는 짜증나는 소음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치 혐오증만 키울 수 있다. 2010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에서 국민의 62.1%가 유세차량에서 나오는 소음공해가 가장 불편했다고 응답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세 차량 대신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민과 접촉한 후보가 적잖았다. 선거유세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후보도 있었다. 19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은 오늘로 끝나지만 다음에는 이런 후보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면죄부를 판매한 로마교회는 종교개혁의 역풍을 맞았다. 민심의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법을 정비해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에게 선거 소음을 허락하는 면죄부를 준 적이 없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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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상훈]독이 든 사과

    지난 휴일 모처럼 역사책을 펼쳤다. 책장을 넘기다 한 삽화에 시선이 멈췄다. 독일 민족주의 화가 안톤 폰 베르너의 ‘독일제국의 선포’라는 작품이었다. 1871년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에서 프로이센 황제 빌헬름 1세는 독일제국의 수립을 선포했다. 적 심장부에서 즐기는 화려한 파티. 프로이센은 과거 나폴레옹 군대에 대패한 설욕을 이런 식으로 되갚았다. 화가는 바로 이 역사적 사건을 화폭에 담았다. 기자의 시선을 붙든 것은 작품 속 하얀 제복의 인물이었다. 이 이벤트를 기획한 주인공. 프로이센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다. 그 무렵 유럽에서는 자본주의가 본격화되고 있었다. 자본가들은 부와 명예, 권력을 얻었지만 노동자의 삶은 비참했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에, 빵 하나 살 수 없을 살인적인 저임금이 횡행했다. 소외된 노동자들은 단합했고, 사회주의자들이 가세했다. 철혈재상이라 불리던 비스마르크는 그 ‘꼴’을 볼 수 없었다. 노동자를 유혹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비스마르크가 1878년 야심작을 내놓았다. 저소득 노동자를 대상으로 의료·산재·노령보험 혜택을 주는 사회보장법을 시행한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 주도의 사회보장이 시행되는 순간이었다. ‘탐스러운 사과’. 비스마르크의 의도는 적중했다. 사회주의자와 결별하는 노동자들이 늘었다. 비스마르크는 미소를 지으며 사회주의자를 탄압하는 법을 만들었다. 사회주의 성향을 띤 노동조합은 모두 해체됐다. 이제 100여 년이 흐른 2000년대 초반의 독일을 보자. 탐스러운 사과는 썩었다. 과도한 사회보장 지출은 경제 근간을 흔들었다. 연금,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장세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1%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2002년 기준). 같은 기간 영국은 37.7%, 미국은 28.9%였다. 당연히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세금 부담이 커지니 국민의 허리부터 휘었다. 가용소득이 줄었으니 소비도 줄었다. 경기는 침체됐고, 노동시장은 경직됐다. 실업자가 늘었지만 실업급여가 넉넉하니 취직하려 들지 않았다. 전체 실업자의 47.9%가 1년 이상의 장기 실업자로 채워졌다. 결국 독일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축소하고 육아수당도 줄였다. 지속적인 개혁 끝에 2011년 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전년보다 8.3%나 줄었다. 청년 실업률도 떨어졌다.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독일은 과잉복지의 늪에서 헤어 나오는 듯하다. 반면 국내는 어떤가. 정부나 정치권 모두 무상복지 정책을 연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무상보육 사례에서도 나타났듯 면밀한 검토 과정이 생략된 무상복지의 부작용은 크다. 정부가 공짜로 복지혜택을 주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이 생각을 해 보자. 단지 몇조 원의 예산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복지 지출은 안일한 셈법으로 예측할 수 없다.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고 저출산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감안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막무가내 식 무상복지의 피해가 우리 자식 세대에 전가된다는 데 있다. 많은 전문가가 무상복지에 고개를 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년, 아니 5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포퓰리즘이기 때문이다. 내일 쓸 곡식을 남겨놓지 않고 오늘 곳간을 싹쓸이하는 게 과연 옳을까. 기자도 무상복지 혜택을 받고 싶다. 그러나 우리 자식들을 죽일 치명적인 독사과를 먹고 싶지는 않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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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상훈]소비자 의약주권은 없다

    올해 안으로 가정상비약을 약국 외의 장소에서 살 수 있을까.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망은 ‘긍정’이었다. 약사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이 사안을 1년 넘게 질질 끌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속도였다. 약사들의 반발 때문에 미적거리던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90% 이상이 원하니 무시할 수 없었으리라. 선거가 코앞이잖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만 통과하면 ‘종료’인데 원점으로 돌아갈 분위기다. 법안은 의결정족수를 못 채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금은 공천을 놓고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공천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선거 국면이다. 전망은 ‘부정’으로 급반전됐다. 사실 법안이 통과돼도 마뜩지 않다. 약사들도 챙기고 국민 눈치도 보자니 법안은 누더기가 됐다. 약국 외 판매가 허용되는 약품은 20종으로 제한했다. 게다가 하루 치 이상은 팔 수 없다. 편의점 같은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서만 취급할 수 있다. 소비자가 쉽게 약을 구하게 하겠다던 당초 포부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 연수시절 경험이 떠오른다. 직원도 없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였다. 주전부리를 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자동판매기로 다가갔다. 그때 타이레놀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가정상비약이 자동판매기에서 과자와 함께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약을 자동판매기에서 팔다니. 문화충격이라고 해야 할까. 대형마트에서도 약을 팔고 있었다. 점원은 원하는 약은 다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매니저에게 물었다. “오남용 위험이 있는데 이렇게 마구 팔아도 되나요?” 매니저는 기자의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는 약국에서만 약을 판다는 기자의 설명에 매니저는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가 사리판단을 못해 오남용할까 봐 약을 못 판다는 한국이 유별난 걸까, 아니면 미국이 무감한 걸까. 7년 전의 일이다. 근육질 남성의 팔뚝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중년들이여 단단함을 지키자’라는 카피가 달린 광고가 몇몇 일간지에 실렸다. 별 문제가 없는 광고 같은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즉각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 제약사는 발기부전치료제를 생산하고 있었다. 식약청은 ‘단단한 팔뚝’을 간접광고로 해석한 것이다. 현행법상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일간지나 방송 광고가 금지돼 있다. 이 해프닝은 소비자의 알 권리 논쟁으로 번졌다.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응답자의 59.5%는 “처방되는 약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프닝을 계기로 동아일보가 한 조사에서도 42.6%가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 환자가 알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소비자들은 “우리도 권리가 있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이내 논쟁은 잦아들었다. 미국 TV에서는 동맥경화증 발기부전 심장병 등 전문의약품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소비자의 ‘무식’을 항상 지적하는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허용해서는 안 될 광고다. 그렇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차분하다. 광고도 과장하지 않는다. 병을 앓았던 모델이 약을 먹은 뒤 달라진 점을 말한다. 자막으로 부작용을 알려주면서 웹사이트와 전화번호도 함께 보여준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조사에서 환자의 43%가 광고에서 약 정보를 얻지만 61%는 부작용 부분을 가장 먼저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소비자는 현명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런 선택권이 없다. 미국인에게는 있지만 우리에겐 없는 것. 그건 바로 소비자 의약주권이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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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환자 유치서 병원수출로… 정부 주도 ‘新의료한류’ 연다

    280여 병상을 갖춘 강원 원주의 A병원은 내년 중국 칭다오(靑島)에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연다. 국내 병원보다 덩치가 크다. 현재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A병원은 의료진과 기술을, 현지 파트너는 자본을 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A병원이 내년에 개원하면 개별 진료과가 아닌 종합병원 형태로 중국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런 병원을 찾아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해외 환자 유치로 ‘의료 한류’ 붐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가 이번에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의료기관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신(新)의료한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해외 환자 유치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의료 수출에 전념한다. 의료 한류의 ‘시즌2’라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 동아일보가 5일 입수한 복지부의 ‘신의료한류 로드맵’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까지 카자흐스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략국가 9곳에 10개의 병원을 진출시키기로 했다. 로드맵은 9개 국가를 다시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중국권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저개발국 등 5개 권역으로 분류했다. 권역별 특성에 따라 진출 전략을 달리할 계획이다. 가령 중국과 베트남에는 A병원처럼 합작법인 형태를 위주로 의료 수출을 지원한다. 중동 권역은 병원 위탁운영이나 의료시스템 수출에 주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국내 병·의원 70곳이 15개국에 진출해 있다. 그렇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지 적응을 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올해 신의료한류 프로젝트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에만 맡기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 해외 환자 유치만으로 의료 한류를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 환자가 국내의 피부과와 성형외과로 왔을 때 우리가 얻는 투자수익률이 5∼10%라고 한다면 외국의 신흥시장에 직접 진출할 때의 수익률은 중국의 경우 40∼50%나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관광, 즉 해외 환자 유치의 기본 골격은 이제 어느 정도 완성됐으니 우리의 의료 시스템을 들고 해외로 나갈 차례다”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원 공모를 실시해 A병원을 포함해 9곳을 1차 선정했다. 복지부는 곧 이 가운데 5곳을 최종 선정해 현지 채용 인력의 인건비와 홍보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예산은 19억 원. 복지부 관계자는 “사업의 성과를 봐 가면서 향후 예산을 늘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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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상훈]유머와 밥그릇 사이

    19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전국한의사대회가 열렸다. 한의사와 가족 1만여 명이 참가해 97년 만의 최대 행사라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내빈 명단도 화려하다.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 이희성 식품의약품안전청 청장, 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등 보건당국 최고위 인사가 모두 참석했다. 올해는 선거의 해. 정치인이 빠지면 섭섭하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황인자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을 비롯해 10여 명의 국회의원이 ‘자리를 빛냈다’. 이 정도라면 여흥이 빠질 수 없다.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개그맨 최효종 씨가 공연에 나섰다. 최 씨는 한방을 소재로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를 재연했다. “교통사고 났을 때 한의원 갈지, 양방병원 갈지 애매∼합니다잉! 제가 정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뼈가) 깨졌다 그러면 양방병원 가는 겁니다. 근데 겉은 멀쩡한데 어딘가 모르게 쑤시고 나도 모를 뭔가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한방병원 가는 겁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듯한 해법이다. 그런데도 최 씨는 더 나간다. 확실하게 한방 편을 든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역시 한의원입니다. 매니저와 제가 2009년 12월 17일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매니저는 양방병원 가고 저는 한의원에 갔습니다. 저는 침을 맞고 그 친구는 깁스를 했습니다. 누가 더 빨리 나았을까요? 여러분이 생각하신 그대로입니다. 교통사고에 관한 건 이제 정한 겁니다.” 관객이 한의사들이니 ‘빵’ 터진 것은 당연하다. 탄력을 받은 최 씨의 개그는 ‘겁’을 잃은 듯 논란이 남아 있는 양·한방 업무영역까지 건드린다. “의사들은 의료기사 지도권을 가지고 있는데, 국민에게 가까이 있는 우리가 갖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우리도 의료기사 지도권을 가져야 합니다. 이거 애매한 것 아닙니다. 딱 정한 겁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부터 협조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오늘부로 어디가 아프든지 무조건 한의원 가는 겁니다.” 한의사들은 “애매한 것을 명쾌하게 정해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뒤늦게 동영상을 접한 의사들은 일제히 최 씨를 성토했다.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거나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식이다. 일부 의사는 최 씨의 소속사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가 커지자 최 씨 담당 매니저가 “우리 모두 의료법을 알지 못했다. 시나리오대로 진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행사에 나가면 보통 주최 측이 주는 시나리오에 따라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매니저는 “기분이 언짢았다면 매니저로서 사과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의사들은 “웃자고 한 개그에 의사들이 죽자고 달려드느냐”고 말한다. “개그맨이 흥을 좀 돋운 걸 가지고 야박하게 그러느냐”는 속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그맨을 이용해 민감한 사안을 희화화한 한의협의 의도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의 항의가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개그가 맘에 안 든다고 남의 잔치 흥을 깰 것까지 있을까. 설령 항의한다 해도 그 대상은 개그맨이 아닌 행사 주최 측이다. 케케묵은 양·한방 갈등을 국민 대부분은 밥그릇 싸움으로 여기고 있다. 국민은 그들이 음지에 숨어 서로 빈정대지 말고 정정당당히 논쟁하고 토론하기를 원한다. 툭하면 충돌하는 모습에도 질렸다. 이번 해프닝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유머를 유머로 즐길 줄 안다. 이 여유를 의사와 한의사 집단도 가졌으면 좋겠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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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릭하면 비급여 진료비 한눈에… 환자, 병원 비교선택 가능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의 비급여 진료를 잡기 위해 재정당국이 나섰다. 보건당국이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에서 재정당국까지 가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의료복지, 비급여의 덫’ 시리즈를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제기한 동아일보의 지적을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이 시리즈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가 건강보험 혜택(보장성)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취재팀이 직접 서울과 경기 지역의 대형 대학병원 1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비급여 진료비의 실태를 파헤쳤다. 그 결과 병원마다 비급여 진료비가 다르게 책정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령 전립샘(전립선)암 다빈치 로봇수술의 경우 가장 비싼 병원과 가장 싼 병원의 진료비 격차가 500만 원에 이르렀다. 치과 임플란트 시술도 병원에 따라 160만 원의 차이가 났다. 취재팀은 보건복지부와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09년 국민의료비 보고서’도 따로 분석해 비급여 진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치상으로 처음 입증하기도 했다. 1999년 국민이 지출한 총 병원진료비(5조4313억 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1%(2조7185억 원)로, 비급여 진료비(2조7128억 원)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10년 만인 2009년에는 전체 병원 진료비(13조7572억 원)의 56%(7조7058억 원)가 비급여 진료였다. 이 기간 급여 진료비는 1.2배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비급여 진료비는 1.8배나 증가했다. 본보 보도가 나간 직후인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0년 12월 한 달 동안 727개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 진료비 202만6000건을 분석한 결과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 건강보험 보장성(혜택)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9년의 64.0%에서 62.7%로 되레 떨어진 반면 비급여 진료비 부담률은 13.3%에서 16%로 2.7%포인트가 늘어났다는 것. 당시 보건당국도 대책 마련을 선언했다. 손건익 복지부 차관은 “의료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볼 계획”이라고 말했고, 건강보험개혁 태스크포스(TF)를 이끄는 최희주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도 “급여와 비급여 구분 없이 개인이 지출하는 총 의료비를 낮추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진료의 코드를 통일하기로 했다. 25만 가지에 이르는 의료행위 모두의 코드를 통일할 수 없어 당장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CT) 같은 고가 검사장비 사용료와 상담료부터 코드 통일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본보는 시리즈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포괄수가제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방식은 의사들의 진료 행위 하나하나에 진료비가 붙는 ‘행위별수가제’다. 이 제도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가 증가할 확률이 높다. 이와 달리 포괄수가제는 질병별로 환자가 내는 진료비 상한선을 정해놓는 제도다. 15일 복지부는 중소병원과 의원은 7월부터,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내년 7월부터 7개 질병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대상이 되는 질병과 분야는 백내장 맹장 편도선 탈장 항문 자궁 제왕절개다. 복지부는 본보가 지적한 대로 포괄수가제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배경택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7가지 질병에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추가 대책 마련을 선언한 것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병원들은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병원마다 공개하는 방식이 다르고 설령 공개해도 전문용어가 많아 소비자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가격 정보가 없으니 일부 비급여 진료비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재정당국은 바로 이 점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정당국은 소비자가 각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쉽게 파악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소비자원의 가격비교사이트인 ‘T-price’에서 각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 목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각 병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고도 한눈에 모든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 목록과 비용을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가 공개되면 자연스럽게 병원 간에 할인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재정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와 병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가 증가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안일하게 건강보험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왜 병원들에 책임을 전가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경 태세다. 보건당국과 재정당국이 ‘뜻’을 합친 사실만으로도 이 점을 짐작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 201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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