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환자 유치서 병원수출로… 정부 주도 ‘新의료한류’ 연다

  • Array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280여 병상을 갖춘 강원 원주의 A병원은 내년 중국 칭다오(靑島)에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연다. 국내 병원보다 덩치가 크다. 현재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A병원은 의료진과 기술을, 현지 파트너는 자본을 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A병원이 내년에 개원하면 개별 진료과가 아닌 종합병원 형태로 중국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런 병원을 찾아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해외 환자 유치로 ‘의료 한류’ 붐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가 이번에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의료기관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신(新)의료한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해외 환자 유치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의료 수출에 전념한다. 의료 한류의 ‘시즌2’라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

동아일보가 5일 입수한 복지부의 ‘신의료한류 로드맵’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까지 카자흐스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략국가 9곳에 10개의 병원을 진출시키기로 했다. 로드맵은 9개 국가를 다시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중국권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저개발국 등 5개 권역으로 분류했다. 권역별 특성에 따라 진출 전략을 달리할 계획이다.

가령 중국과 베트남에는 A병원처럼 합작법인 형태를 위주로 의료 수출을 지원한다. 중동 권역은 병원 위탁운영이나 의료시스템 수출에 주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국내 병·의원 70곳이 15개국에 진출해 있다. 그렇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지 적응을 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올해 신의료한류 프로젝트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에만 맡기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 해외 환자 유치만으로 의료 한류를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 환자가 국내의 피부과와 성형외과로 왔을 때 우리가 얻는 투자수익률이 5∼10%라고 한다면 외국의 신흥시장에 직접 진출할 때의 수익률은 중국의 경우 40∼50%나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관광, 즉 해외 환자 유치의 기본 골격은 이제 어느 정도 완성됐으니 우리의 의료 시스템을 들고 해외로 나갈 차례다”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원 공모를 실시해 A병원을 포함해 9곳을 1차 선정했다. 복지부는 곧 이 가운데 5곳을 최종 선정해 현지 채용 인력의 인건비와 홍보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예산은 19억 원. 복지부 관계자는 “사업의 성과를 봐 가면서 향후 예산을 늘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