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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은 차원이 다르다.”20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주오TV 브리지스톤 레이디스 오픈이 끝난 뒤 일본의 간판 골퍼 아리무라 지에가 한 말이다. 이 대회에서는 이지희가 우승했다. 3라운드 내내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일궈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한국 선수의 일본 투어 우승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안선주만 해도 지난 2년 연속 일본 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이날 이지희의 우승이 일본 선수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최근 3대회 연속 우승컵을 한국 선수들이 가져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일본 무대에서 한국 낭자들의 선전은 눈부실 정도다. 지난주까지 열린 11개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은 여섯 번 우승했다. 나머지 5개 대회는 모두 한국 선수의 차지였다. 이지희가 2승을 거뒀고 이보미 안선주 박인비가 1승씩을 올렸다. 상금 순위로 따지면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4004만8000엔(약 5억9400만 원)을 벌어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선주를 필두로 2위는 전미정(3802만7166엔), 3위는 이지희(3522만6000엔)다. 박인비(2827만4666엔)와 이보미(2559만5666엔)는 각각 5, 6위다. 4위 류 리쓰코를 빼면 상금 랭킹 상위 6명 중 5명이 한국 선수다. 안방을 한국 선수들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하자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 통렬한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리무라는 “한국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확실히 스코어를 줄일 줄 안다”고 평가했다. 상금 9위인 핫토리 마유는 “샷이 흔들릴 때조차 곧장 자세를 수정한 뒤 공을 똑바로 쳐내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은 “강한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긴 안목으로 보면 일본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지만 위기감은 감추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25일 일본 니가타 현 요넥스CC에서 시작되는 요넥스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시즌 6승째에 도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4년 전 박세리(35·KDB산은금융그룹)가 ‘맨발 투혼’을 선보였던 18번홀의 연못은 이제 잔디로 메워졌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던 그 장면만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다. 박세리가 23일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미국 위스콘신 주 쾰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을 다시 찾았다. 14년 만에 다시 이 골프장에서 열리는 올해 US여자오픈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골프장 측에서는 박세리를 ‘모시기’ 위해 전용 비행기까지 제공했다. 1998년 당시 LPGA 신인이었던 박세리는 이 대회에서 제니 추아시리폰과 92홀까지 치르는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특히 18홀 연장전 18번홀에서 양말을 벗어던지고 연못에 들어가 멋진 샷을 선보여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세리는 18홀 연장전에서도 비긴 후 서든데스 연장전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기어이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7월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올해 대회에는 박세리를 비롯해 지난해 우승자 유소연과 준우승자 서희경 등 24명의 한국(계) 선수가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삼성과 일곱 난쟁이.’ 프로야구 시즌 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난해 챔피언 삼성의 독주를 예상했다. 2연패를 점친 전문가도 많았다. 삼성의 대항마로는 KIA를 꼽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삼성과 KIA는 6, 7위에 머물러 있다. 반면 꼴찌 후보 LG는 3위다. LG와 탈꼴찌를 다툴 것으로 보인 넥센은 선두 SK에 1경기 뒤진 2위다. 지난해에도 전문가들이 우승 후보로 꼽았던 두산은 포스트시즌에도 못 나갔다. 삼성은 4강 턱걸이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2년 연속 틀린 건 왜일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성적을 비롯한 기본 전력을 바탕으로 시즌을 예상한다. 그것도 각 팀의 베스트 전력을 상정한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로또’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할진 누구도 모른다. 부상이란 돌발 악재도 존재한다. 기존 선수도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 삼성이 올해 최강으로 꼽힌 이유는 지난해가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선발은 잘 굴러갔고, 불펜은 철벽이었으며, 홈런왕 최형우가 버틴 타선은 짜임새가 있었다. 여기에 8년간 일본에서 활약했던 ‘국민타자’ 이승엽까지 가세했으니 당연히 ‘A학점’이 쏟아졌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 보면 지난해 삼성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을 120% 발휘했다고 봐야 한다. 마무리 오승환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오승환은 1승 47세이브에 평균자책 0.63의 성적을 올렸다. 블론 세이브는 단 한 번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 성적은 역대를 통틀어도 첫 손가락에 꼽힐 대기록이다. 두 번 다시 이만 한 기록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성적을 바탕으로 예상을 한 것이다. LG와 넥센의 기대 밖 선전 역시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못했다고 올해 못하리라는 예상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무명 선수 몇몇이 툭툭 튀어나와 주면 팀 전체의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진다. 야구는 꼴찌가 1등을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다. 한 번 이기면 우연이지만, 두 번 이기면 실력이 된다. 예상과 다른 양상이 전개되는 게 야구의 재미이자 매력이다. “야구, 몰라요∼”가 야구계 최고의 명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헌재 스포츠레저부 uni@donga.com}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이대호(사진)가 이틀 연속 9회 결정적인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20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인터리그 경기. 이대호는 2-1로 앞선 9회초 야쿠르트의 3번째 투수 오시모토 다케히토의 3구째 한가운데 높은 직구(시속 140km)를 밀어 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쐐기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7호 대포로 팀의 4-1 승리에 기여한 소중한 한 방이었다. 이대호는 전날 야쿠르트전에서도 1-2로 뒤진 9회초 전날까지 평균자책 0점을 기록 중이던 상대 마무리 토니 바넷을 상대로 역전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팀은 연장 11회 접전 끝에 6-3으로 이겼다. 4월까지 단 2개의 홈런에 그쳤던 이대호는 5월 들어 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거포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7경기 4홈런의 상승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빅 보이’ 이대호(오릭스)가 일본 프로야구 진출 후 첫 3루타를 날렸다. 전날까지 센트럴리그 다승 및 평균자책 1위를 달리던 스기우치 도시야를 상대로 친 인상적인 3루타였다.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인터리그 경기. 1회 초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이대호는 상대 왼손 선발 스기우치의 6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시속 123km)을 통타해 중견수 키를 넘기는 1타점 3루타를 쳤다. 걸음이 느린 이대호에겐 보기 드문 3루타다. 이대호는 한국 롯데 소속으로 11시즌 동안 홈런 225개를 쳤지만 3루타는 5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대호는 이후 3타석에선 무안타에 그쳤다.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시즌 타율은 0.252. 오릭스는 이날 2-4로 지면서 최근 6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퓨처스리그(2군) 1위? 지금 전력으로 1군에선 2할대 승률이다.” 내년 시즌 1군 참여가 확정된 프로야구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요즘 잘나간다. 지난 주말 지역 라이벌 롯데 2군과의 경기에서 2연승하며 14일 현재 17승 8패(승률 0.680)로 남부리그 1위다. 북부리그 1위 경찰청(0.667)보다도 승률이 높다. 신인과 방출 선수가 주축인 팀치고는 기대 이상의 선전이다. 하지만 김경문 NC 감독(사진)의 평가는 냉정했다. 창원 마산구장에서 만난 그는 “NC는 내년에 1군에서 뛸 팀이다. 퓨처스리그 우승이 목표다. 하지만 1군은 냉혹한 무대다. 지금 전력으로는 3할대 승률도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 ‘공룡(다이노스)’은 아직 배고프다 NC는 창원에선 이미 인기 팀이다. 2군 경기임에도 안방경기 때 5000명이 넘는 관중이 마산구장을 찾는다. 지난 주말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2군과의 방문경기에는 NC 유니폼을 입은 팬 수십 명이 원정 응원을 왔을 정도다. 김 감독은 “많은 관심이 큰 힘이 된다. 선수들도 책임감을 갖고 플레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내년 시즌에 자칫 ‘동네북’이 될 수 있다. 기존 8개 팀의 타깃이 되선 안 된다. 우리를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NC는 올겨울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준비하고 있다. 시즌 직후 자유계약선수(FA) 3명을 데려온다. 또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1명씩의 선수를 넘겨받는다. 외국인 선수는 4명까지 보유(출전은 3명)할 수 있어 사전에 수준급 선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NC는 신인 우선 지명권 2장도 갖고 있다.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윤형배(북일고), 송주은(부산고), 조상우(대전고) 등이 유력한 영입 후보다. ○ “열정만은 우리가 최고” 방문경기를 다녀온 14일 마산구장의 NC 라커룸은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많은 선수가 웨이트 트레이닝 등 보강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NC 관계자는 “집에 일찍 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NC에는 정성기(전 애틀랜타), 문현정(전 KIA), 김동건(전 SK) 등 전 소속팀에서 방출된 뒤 제2의 야구인생을 살아가는 선수가 많다. 이들의 힘의 원천은 바로 절실함이다. 나성범, 이민호 등 신인들에게는 주전을 꿰찰 수 있는 기회의 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정신력과 의욕, 팀워크는 어느 팀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프로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다. 열심히 부닥쳐 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3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대전고와 부천고의 황금사자기 1회전. 3-4로 뒤진 6회말 2사 2루에서 조상우가 대전고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자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조상우(사진)는 윤형배(북일고) 송주은(부산고)과 함께 고교투수 가운데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빅3’ 중 한 명이다. 그는 몸이 덜 풀린 탓인지 첫 타자 김준모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직구 스피드도 140km대 중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2사 1, 2루에서 최고 149km의 강속구를 던지며 후속 김성모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7회에는 공이 더 빨라졌다. 선두 타자 진사무엘에게 던진 4구째 직구는 스피드건에 151km가 찍혔다. 여기에 110km대 커브와 120km대 슬라이더까지 곁들이며 부천고 타자들을 요리했다. 조상우는 3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7-4 역전승을 이끌었다. 삼진을 6개나 잡았지만 제구력이 흔들리며 볼넷을 3개 내준 게 옥에 티였다. 조상우는 “공을 던질 때 고개를 위로 드는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프로에 간다면 류현진(한화)이나 송승준(롯데)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강에서 만날 법한 팀들인데….”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13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 덕수고와 서울고의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덕수고는 올해 황금사자기 전에 치러진 주말리그 서울권 A리그에서 2학년 투수들인 안규현과 한주성을 앞세워 6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서울고 역시 에이스 장현식과 배재환을 앞세워 서울권 B리그에서 5승 1패로 우승했다. 각각 서울권 A리그와 B리그를 제패한 양 팀이 공교롭게 대회 초반에 맞대결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운 덕수고의 6-2 완승이었다. 덕수고는 0-0으로 맞선 3회 1사 2루에서 유영준의 중전 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계속된 1사 1루에서는 3번 타자 김경형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3루타를 쳤다. 덕수고 김진엽은 4회 2사 후 좌익선상 2루타를 치면서 주말리그에서 0점대 평균자책(0.75)을 기록했던 서울고 에이스 장현식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덕수고는 3-1로 앞선 8회 공격에서 안타 2개와 볼넷 1개, 상대 실책 등을 묶어 3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투수진에서는 깜짝 선발 김용인의 호투가 빛났다. 왼손 투수 김용인은 막강 서울고 타선을 상대로 3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무실점한 뒤 에이스 안규현에게 바통을 넘겼다. 4회 무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한 언더핸드 안규현은 4, 5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6일 강릉고와의 경기에 구원 등판해 6이닝 1실점하며 승리한 데 이어 이번 대회 2승째를 거뒀다. 6회부터 등판한 한주성은 4이닝을 2실점(1자책)으로 막고 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경북고는 순천효천고를 상대로 안타 9개와 4사구 19개를 묶어 대거 12득점하며 12-0,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4번 타자 이지우는 7회 2사 만루에서 좌중간을 꿰뚫는 싹쓸이 3루타 등으로 4타점을 올렸다. 톱타자 조준영도 4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동성고는 에이스 이현재의 완투에 힘입어 울산공고를 3-1로 꺾었다. 이현재는 최고 시속 138km의 직구에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9이닝 동안 1안타 4볼넷 13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대전고는 부천고에 7-4로 역전승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들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었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한 뒤 지길 바랐다. 콜드게임이 아니라 9회 말까지 경기를 하는 게 꿈이었다.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는 2002년 창단 후 전국대회와 지역대회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하기야 선수 대부분이 고교에 와서 야구를 시작한 멤버로 이뤄진 팀이 다른 팀을 이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1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 부산고와의 1회전. 충주성심학교는 이날도 패했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집념은 ‘소리 없는 반란’이라 할 만했다. 영화 ‘글러브’의 실제 주인공인 충주성심학교가 영화보다 더한 진한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충주성심학교는 올해 황금사자기 전에 치러진 주말리그 중부리그에서 5전 전패를 당했다. 다섯 번 모두 콜드게임패였다. 전국 최강으로 평가받는 천안북일고와의 경기에서는 1-35란 참담한 스코어로 5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지난 10년간 충주성심학교가 9회까지 경기를 치른 건 2005년 무등기와 지난해 주말리그 등 단 두 번밖에 없었다. 공교롭게 황금사자기 1회전에서 만난 부산고는 경상권A에서 우승한 강팀이었다. 지는 건 당연해 보였다. 몇 점 차로, 몇 회 콜드게임으로 질 건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전혀 뜻밖의 내용이 전개됐다. 충주성심학교 2학년 투수 양인하(사진)는 110km 전후의 느린 직구로 막강 부산고 타선을 적절하게 막았다. 투구 수가 100개를 넘기 전인 7회까지는 3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힘이 떨어진 8회와 9회 2점씩 내주긴 했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144개의 공을 혼자서 역투했다. 10개의 안타와 5개의 4사구, 13개의 도루를 허용하면서도 9회까지 내준 점수는 7점밖에 되지 않았다. 수비수들 역시 몸을 던져 공을 막아냈다. 난생 처음 조명탑을 켠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른 탓에 어처구니없이 뜬공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했지만 몸을 날려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것도 여러 차례였다. 9이닝 동안 안타는 하나도 치지 못했지만 4회 말 공격에서 천금같은 첫 득점을 했다. 선두타자 서길원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고 김권세의 보내기번트 때 3루를 밟은 뒤 김준호의 1루수 앞 땅볼 때 홈을 밟았다. 1-7로 졌지만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의 얼굴엔 ‘해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양인하는 경기 후 수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좀 더 열심히 연습해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컨트롤을 더 가다듬어 프로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창단 때부터 지휘봉을 잡아 온 박상수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100% 이상 발휘했다. 좋은 야구장에서 강팀을 상대로 9회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다는 건 선수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탑고는 원주고를 6-0으로 이기고 2회전에 진출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올해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 불펜은 철벽이었다. 그중 핵심은 단연 왼손 투수 박희수였다. 박희수는 9일 현재 13경기에 등판해 3승 8홀드를 거뒀다. 단 1실점도 하지 않아 평균자책은 0이었다. 마무리 투수 정우람도 든든했다. 11경기에 나와 6세이브를 따냈고 9이닝 동안 2점만 내줘 평균자책은 2.00에 불과했다. 그런 SK 불펜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철벽’을 무너뜨린 팀은 전날까지 4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두산이었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 팀의 경기. 두산은 8회초까지 5-8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더구나 마운드에는 8개 구단 왼손 불펜 투수를 통틀어 가장 구위가 좋다는 박희수가 서 있었다. 하지만 선두 타자 양의지가 우전 안타로 출루하며 포문을 열었다. 임재철이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대타로 들어선 윤석민이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쳐내며 1점을 따라붙었다. 무실점 행진 중이던 박희수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속 허경민까지 우중간 적시타를 치면서 스코어는 한 점차로 좁혀졌다. SK는 정우람을 급히 투입해 불을 껐다. 7-8로 뒤진 두산의 9회말 마지막 공격. 대타 이성열의 몸에 맞는 볼과 최재훈의 좌전 안타로 맞은 2사 1, 2루. 직전 3타석에서 3연속 삼진을 당한 임재철은 정우람의 바깥쪽 초구 체인지업을 밀어 쳐 우중간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전진 수비를 하고 있던 중견수 김강민이 끝까지 따라가 글러브를 내밀었으나 공은 글러브에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2타점 끝내기 3루타였다. 넥센은 목동 홈경기에서 서울 라이벌 LG를 2-1로 이기고 4연패 뒤 2연승을 달렸다. 목동구장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만원 관중(1만2500명)이 들어찼다. KIA는 한화를 4-1로 꺾었고 삼성과 롯데는 12회 연장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선수 시절부터 카리스마로 유명했던 이 남자. 한 번 화가 나면 누구도 못 말릴 것 같은 ‘열혈남아’였다. 그런데 그는 기대를 저버렸다. 아직 한 번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나면 항상 웃는 얼굴이다. “선수들이 알아서 잘하니 내가 할 말이 없네요”라는 게 고정 레퍼토리다. 올 시즌 LG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고 있는 김기태 신임 감독(43·사진)이 그렇다. ‘덕장(德將), 지장(智將), 용장(勇將)…’. 세상에 많고 많은 장수 중 제일은 단연 ‘복장(福將)’이라는 게 프로야구판의 진리다. 해태와 삼성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통산 10번 우승을 차지한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이 대표적이다. 반면 김 감독은 지지리 복도 없다. 팀을 맡자마자 조인성(SK), 이택근(넥센), 송신영(한화) 등 주축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났다. 스프링캠프 도중에는 에이스 박현준과 김성현이 경기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전문가들은 LG를 올 시즌 꼴찌 0순위로 꼽았다. 10년 연속 4강 탈락도 기정사실화했다. 운을 타고났다는 김 전 사장도 ‘(선)동열이고 없고, (이)종범이도 없는’ 상황에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야구는 역시 알 수 없었다. LG는 8일 현재 13승 10패로 4위다. 선두 SK와는 0.5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다. 대체 LG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출귀몰한 용병술이라곤 말하기 힘들다. 신개념 4번 타자 정성훈이 ‘거포’로 거듭났고 톱타자 박용택 카드도 성공적이지만 야심 차게 추진했던 리즈의 마무리 투수 전환은 상처만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 부분이 과거의 LG와 달라진 점이다. 예전엔 한 곳에 틈이 생기면 와르르 무너졌지만 요즘은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틴다. 그것도 이처럼 단단한 잇몸이다. 리즈가 물러난 뒷문은 봉중근과 유원상 한희 등이 메우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포수도 그렇다. 방출 선수 출신의 심광호와 2년차 신예 유강남이 마스크를 쓰지만 조인성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투수에선 ‘괴물’ 류현진(한화)을 이긴 최성훈과 이승우 등이 자리를 잡았다. 스타 선수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무명 선수들에겐 ‘기회의 땅’이 됐다. 김 감독은 공평하게 기회를 줬고 철저하게 실력으로 평가했다. 현재 LG는 누구든 열심히 하면 1군에 설 수 있는 팀이다. 오히려 스타가 없기에 최선을 다하는 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마흔 살이 넘은 류택현과 최동수도, 이제 갓 스무 살의 임찬규나 유강남도 실력에 따라 기회를 얻고 있다.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이런 팀워크를 만들어 낸 게 김 감독의 능력이다. 스스로 복을 만들어 낸 김 감독. 그를 바로 ‘신개념 복장(福將)’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교실이 아니라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교생 실습에 나선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의 첫 수업이 진행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선여고 회당기념관 도서관. 김연아가 들어서자 학생 40여 명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김연아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고려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4학년 김연아입니다”라고 인사하자 또 한 번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선생님’ 김연아를 이처럼 뜨겁게 맞이했다.김연아는 자신의 전공인 피겨스케이팅 이론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자 어느새 여유를 되찾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각종 피겨 동작을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고, 직접 피겨 기술을 몸동작으로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장난스레 자신이 가져온 피겨화의 냄새를 맡을 땐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50분간의 수업을 마친 김연아는 “처음 하는 수업이라 스케이팅을 할 때보다 더 긴장해 두서없이 이야기했는데 수업이 잘됐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교생실습 기간 동안 열심히 해 좋은 선생님이 되도록 하겠다”고 첫 수업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학생들은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2학년 만소영 양은 “상세하게 설명을 정말 잘해주시더라. 기분이 아주 좋았다. 복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의 골프 신성(新星) 이시카와 료(21·사진)는 시들해져 가던 일본 남자 프로 골프의 인기를 되살린 주인공이다. 2008년 프로에 데뷔한 뒤 이듬해 최연소 상금왕에 오르며 ‘이시카와 열풍’을 일으켰다. 곱상한 얼굴에 실력까지 뛰어나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일본프로골프협회(JGTO)가 이시카와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그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빼앗길까 봐다. 아마 시절을 포함해 일본 투어에서 9승을 올린 이시카와는 몇 해 전부터 PGA 투어 등 해외 출전을 늘리고 있다. 내년 PGA 투어 출전권을 따기 위해 이달 중순에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같은 기간인 5, 6월 일본에서 열리는 3개 대회에는 결장한다. 이시카와 덕분에 겨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투어로서는 이를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7일 열린 JGTO 이사회에서 이시카와의 3경기 결장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을 정도다. 이시카와의 결장은 갤러리 수 감소 및 시청률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급기야 에비사와 가쓰지 JGTO 회장은 이시카와에게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한 한 많이 일본투어에서도 뛰어줬으면 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투어를 총괄하는 회장이 선수 한 명에게 이례적인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시카와가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면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게 일본 남자 골프의 현실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두 번 상대해 삼진과 병살타로 물러났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했지만 추신수(클리블랜드)는 그동안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유(텍사스)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추신수가 마침내 다루빗슈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7일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홈경기에 6번 타자 겸 우익수로 출전한 추신수는 3회 2사 2루에서 다루빗슈의 바깥쪽 커터를 밀어 쳐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기록하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엘비스 앤드루스가 1루로 던진 공은 1루수의 키를 훌쩍 넘어가는 악송구가 되면서 3루 주자는 홈도 밟았다. 이에 앞서 2회에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낸 뒤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2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 클리블랜드는 이날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의 결승 2타점 2루타 등에 힘입어 4-2로 승리했다. 다루빗슈는 6이닝 동안 삼진을 11개나 잡아냈으나 6안타 4실점(3자책)하면서 시즌 첫 패(4승)를 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사진)가 교생 실습에 나선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김연아가 8일부터 4주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선여고에서 교생 실습을 한다”고 7일 밝혔다. 2009년 고려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한 김연아는 올해 4학년으로 5학기 이상 등록한 학부생에게 주어지는 교생실습 자격이 있다. 교사 자격증을 받기 위해선 졸업 전까지 4주간 교직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김연아는 모교인 경기 군포 수리고에서 교생실습을 할 수도 있었으나 이동거리가 멀어 서울 시내에 위치한 진선여고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아는 교생실습 기간 중에도 수업이 끝나면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 개인 훈련을 계속할 계획이다.8일 오전 9시 40분 진선여고 회당기념관에서 시작되는 김연아의 교생실습은 약 50분 동안만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아이스쇼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연아는 “아이스쇼가 끝나면 바로 교생실습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좋은 경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아이스쇼 ‘E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의 시즌 첫 대결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은 오후 4시 30분 현장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2만7000석의 전 좌석이 매진됐다. 만원 관중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7회말 두산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2아웃을 잡은 뒤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유강남에게 첫 안타를 맞은 뒤 연속으로 세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투수에게 가장 나쁘다는 밀어내기 실점이었다. 스코어는 두산이 6-3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LG로 넘어가 있었다. 2사 만루 상황이라 큰 거 한 방이면 단숨에 동점이었다. 타석에 선 이진영은 끈질겼다. 볼을 끝까지 보면서 승부를 풀 카운트까지 몰고 갔다. 노경은이 던진 7구째 슬라이더(시속 136km)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진영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딱 하는 타구음과 함께 공은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강하게 날아갔다. 하지만 어느 샌가 달려온 2루수 허경민(사진)이 팔을 쭉 뻗었고 공은 거짓말처럼 허경민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산을 살린 ‘더 캐치(The Catch)’였다. 허경민의 활약은 공격에서도 빛났다. 9번 타자로 출전한 허경민은 1-0으로 앞선 2회 1사 1, 3루에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타점을 올렸고, 5-2로 앞선 6회 1사 1, 2루에서도 좌익선상 2루타로 소중한 추가점을 올렸다. 3타수 2안타 2타점 1몸에 맞는 볼. 허경민은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무명이지만 고3이던 2008년 김상수(삼성), 오지환(LG), 안치홍(KIA), 이학주(탬파베이) 등 국내외를 누비는 스타들과 함께 ‘고교 5대 유격수’에 포함됐던 유망주였다. 경찰청을 제대하고 돌아온 올해 오재원과 고영민 등 주전 2루수들의 부상 공백을 깔끔히 메워 두산 ‘화수분 야구’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두산은 허경민의 활약과 선발 김선우의 6이닝 2실점 호투에 힘입어 LG를 6-3으로 꺾고 이틀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SK는 3-3 동점이던 8회말에 터진 박재홍의 결승 2점 홈런에 힘입어 롯데를 5-3으로 이겼다. 한화는 삼성에 7-1로 승리했다. KIA와 넥센은 12회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KIA는 3일 SK 경기에 이어 또 비겨 1986년 9월 8, 9일 MBC(LG의 전신) 이후 역대 두 번째로 2경기 연속 12회 연장전 무승부를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올해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사령탑으로 부임한 다카기 모리미치 감독(71)은 70대의 나이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4년간 주니치의 감독을 지낸 뒤 해설자 등으로 활동하다 다시 주니치의 지휘봉을 잡았다. 50대 초반이었던 당시 팀의 에이스는 야마모토 마사(47)였다. 그는 1993년 17승, 1994년 19승으로 2년 연속 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다. 1994년에는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도 받았다. 다카기 감독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됐지만 야마모토는 여전히 선수로 뛰고 있다. 그것도 한물간 퇴물로 선수 생명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또 한 번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야마모토는 지난달 30일 요코하마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2승째이자 개인 통산 212번째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그는 스기시타 시게루(211승)가 보유하던 주니치 선수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47세가 된 그가 올해 보여주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는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33이닝을 던져 2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평균자책은 0.55로 센트럴리그 1위다. 홈런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4사구도 2개밖에 안 된다. 그는 던질 때마다 일본 야구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달 15일 한신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64년 만에 일본프로야구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경신했다. 30일 요코하마전 승리로 15일 만에 자신의 기록을 다시 한 번 넘었다. 22일 히로시마전에서는 1타점을 올려 센트럴리그 최고령 타점 기록도 세웠다. 젊은 시절부터 그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었다. 시속 130km대의 직구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이 일품이다. 국내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은 송진우(전 한화)의 43세 1개월 23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제이미 모어의 49세 150일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승엽(삼성)에게 지난해 4월은 잔인했다. 맘고생이 심했던 요미우리를 떠나 오릭스로 이적했지만 4월 말까지 타율 0.148에 1홈런, 5타점에 불과했다. 반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이대호(현 오릭스)는 타율 0.341에 4홈런, 16타점을 몰아치며 이름값을 했다. 그랬던 둘의 운명이 1년 만에 거짓말처럼 뒤바뀌었다. 일본 오릭스로 이적한 이대호는 2할대 초반의 타율에 머물고 있다. 반면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4할대 타율(0.406)에 5홈런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부진이라 말할 수 없는 이대호 둘의 성적이 1년 만에 뒤바뀐 가장 큰 이유는 양국 투수들 간의 수준 차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올림픽 등에서 한국이 종종 일본을 꺾었지만 그건 단기전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의 에이스급 투수는 일본의 1, 2선발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3선발 이하 투수들은 제구력이나 변화구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승엽이나 김태균(한화), 이범호(KIA) 등 일본 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은 “일본에선 패전처리 투수들을 상대로도 홈런을 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대개의 홈런은 실투에서 나온다. 몸쪽이나 바깥쪽으로 제대로 제구된 공을 홈런으로 연결할 확률은 높지 않다. 일본 투수들이 이대호를 상대로 던지는 공엔 실투가 거의 없다. 집중 견제를 하면서 던지기 때문이다. 정면승부를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칠 테면 치고 말 테면 말라’는 식으로 요리조리 피해 던진다. 이 때문에 이대호는 30일 현재 볼넷을 14개나 골랐다. 퍼시픽리그 단독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롯데에선 이대호를 걸러 보내면 홍성흔이나 강민호를 상대해야 했다. 그렇지만 팀 타율이 6개팀 중 5위인 오릭스에선 이대호의 뒤를 받칠 선수가 별로 없다. 이대호로선 외로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타격폼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게 그렇다. 조급해하지 않고 공을 끝까지 본다. 30일 세이부와의 경기에서는 7회 후지타 다이요의 실투성 투구(한가운데 높은 직구)를 받아쳐 시즌 2호 홈런도 때렸다. 4-4 동점을 만드는 소중한 홈런이자 인내로 만들어낸 홈런이었다. 오릭스는 이날 9회 말 발데리스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5-4로 이겼다.○ 홈런 스윙으로 돌아온 이승엽 홈런의 대명사였던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 4번 타자로 41개의 홈런을 쳤다. 30홈런도 두 번(2005, 2007년)이나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부상에 따른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작아졌다. 홈런 스윙이 아니라 공을 맞히는 데 급급한 짧은 스윙을 했던 것이다. 올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것도 예전의 호쾌한 스윙을 되찾는 것이었다. 겨우내 훈련한 효과는 시즌 시작과 함께 빛나고 있다. 그가 날린 5개의 홈런은 대부분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적극적인 타격을 해서 얻은 결과다. 니퍼트(두산), 로페즈(SK), 바티스타(한화) 등 홈런을 친 상대 투수 역시 에이스급이다. “홈런 30개는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다. 이대호와 이승엽의 홈런레이스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근 몇 년간 롯데는 ‘4월병’을 앓았다. 2008년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이상하게도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4월에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롯데는 지난해 4월 30일 7승 2무 14패(승률 0.333)로 7위에 그쳤다. 2010년에는 11승 17패(승률 0.393)로 6위, 2009년에는 8승 15패(승률 0.348)로 최하위였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롯데의 ‘춘곤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롯데는 4월의 마지막 경기였던 29일 사직 LG전에서 5-0 완승을 거두고 8개 구단 가운데 두산과 함께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두산과 함께 승률 0.667(10승 1무 5패)로 공동 선두다. 승률 0.667은 1982년 팀 창단 후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가장 좋았던 해는 1986년의 0.684.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새 외국인 투수 셰인 유먼이었다. 키 195cm의 장신 왼손 투수인 유먼은 이날 최고 시속 149km의 빠른 공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LG 타선을 9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7개나 잡았다. 투구 수는 103개. 5회 선두 타자 정의윤에게 좌전 안타를 맞지 않았으면 노히트 노런을 기록할 뻔했다. 1안타 무4사구 완봉승은 프로야구 통산 3번째 나온 진기록이다. LG 타선은 정의윤과 2회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1루를 밟은 김일경을 제외하곤 누구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유먼의 완봉승은 생애 첫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21경기, 마이너리그 283경기 등 총 304경기에 등판해 완투만 2번 했을 뿐 완봉은 없었다. 유먼은 올해 4경기에서 3승 무패에 평균자책 1.53을 기록하며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두산은 잠실에서 에이스 윤석민을 내세운 KIA를 상대로 4-3으로 역전승하며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두산 정수빈은 2-3으로 뒤지던 7회 1사 1, 3루에서 기습 보내기 번트로 동점을 만들었고, 4-3으로 앞선 9회 수비 때는 신종길의 안타 때 3루로 뛰던 윤완주를 호송구로 잡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화는 넥센을 6-3, 삼성은 SK를 9-4로 이겼다. 한편 이날 프로야구가 열린 4개 구장에는 모두 8만6033명의 관중이 들어 역대 최소인 65경기 만에 100만 관중(101만1006명)을 돌파했다. 두산-KIA의 잠실 3연전(경기당 2만7000명)과 롯데-LG의 사직 3연전(경기당 2만8000명)은 모두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베이징 올림픽 남자 역도 77kg급 금메달리스트 사재혁(27·강원도청)이 체급을 변경해 출전한 평택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27일 경기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평택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남자 85kg급에 출전한 사재혁은 인상 167kg, 용상 203kg을 들어 합계 370kg으로 각 부문에서 모두 3위에 올랐다. 원래 77kg급인 사재혁은 이번 대회에서 85kg으로 체급을 변경했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무리하게 체중을 감량하는 대신 평소 체중(80kg)을 유지하며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또 그동안 정체됐던 자신의 최고기록을 향상시키려는 생각도 있었다. 사재혁은 인상에서는 자신의 최고 기록(165kg)을 경신하는 데 성공했으나 용상에서는 자신의 종전 기록(211kg)을 넘는 데 실패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