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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한화가 맞붙은 12일 문학구장에서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의 향연이 펼쳐졌다. 양팀 선발로 나선 ‘토종 괴물’ 류현진(한화)과 ‘외국인 괴물’ 마리오(SK)는 팬들에게 투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류현진의 투구는 한마디로 눈부셨다.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직구를 앞세워 8회까지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오른손 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왼손 타자에게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주무기로 활용하며 무려 13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위기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3회 1루수 장성호의 실책으로 맞은 1사 2, 3루 위기에서는 정근우와 박재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 1사 만루 위기에서도 상대의 스퀴즈 번트 작전을 봉쇄하면서 실점을 하지 않았다. 0의 행진이 계속 이어지던 8회말 2사 만루에서는 안치용을 상대로 삼구 삼진을 잡아냈다. 자신의 126번째 공이었던 이 공은 시속 147km가 찍혔다. 류현진은 8이닝 4안타 3볼넷 무실점을 기록한 뒤 9회부터 마운드를 바티스타에게 넘겼다. SK 선발 마리오 역시 뒤지지 않았다. 마리오는 시속 152km의 강속구를 스피드건에 찍으며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회초 선두 타자 강동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게 이날 허용한 유일한 안타였다. 7회까지 나머지 23타자를 상대해 볼넷 2개만을 내주는 동안 삼진은 6개나 잡았다. 승부는 두 투수가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 갈렸다. SK는 연장 10회말 선두 타자 김재현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출루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최윤석의 보내기 번트로 맞은 1사 3루에서 정근우가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짜릿한 1-0 승리를 거뒀다. KIA는 잠실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LG에 8-6으로 이겼다. 5-5 동점이던 연장 11회초 등판한 LG 마무리 투수 리즈는 첫 타자 차일목을 2루수 앞 땅볼을 잡은 뒤 네 타자에게 내리 볼넷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네 타자를 상대로 던진 직구 16개는 모두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리즈는 안치홍에게 적시타를 얻어맞고 마운드를 내려가 패전 투수가 됐다. 리즈를 구원 등판한 이상렬도 1사 만루에서 최희섭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두산은 사직경기에서 외국인 투수 니퍼트의 완투에 힘입어 롯데에 6-1로 승리했다. 니퍼트는 롯데 타선을 상대로 9이닝 동안 4안타 무사사구 6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처음이자 개인 통산 세 번째 완투승을 따냈다. 삼성은 넥센을 2-0으로 꺾고 3연패 뒤 2연승을 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는데 예의를 갖춰야죠.”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한화)의 한국 프로야구 정규시즌 첫 선발 등판이 예고된 12일 한화-두산의 청주 경기. 두산 김진욱 감독은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앞선 두 경기에 결장했던 간판타자 김현수를 3번에 배치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찬호가 아니더라도 김현수는 원래 이날부터 출전할 예정이었다. 김 감독은 최선을 다해 이날 경기를 잡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또 김 감독은 “박찬호에게 보복을 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는 “박찬호가 한창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 그가 선발로 나오는 중계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쳐야 했다. 오늘 거기에 대한 복수를 해야겠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개막 후 3연패를 당한 한화 처지에서는 박찬호의 어깨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이래저래 이날 박찬호의 등판은 양팀 벤치의 관심사였다. 정규시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박찬호를 보기 위해 팬들도 경기 시작 직전 7500석의 청주구장을 가득 메웠다. 1회는 불안했다. 선두 타자 이종욱에게 내리 볼 네 개를 던져 볼넷을 허용했다. 2사 3루 위기에서는 또다시 김동주에게 볼넷을 내줬다. 두 차례 등판한 시범경기에서 15안타(2홈런 포함)의 뭇매를 맞으며 1패에 평균자책 12.96을 기록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2사 1, 3루에서 5번 타자 최준석을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2회부터 박찬호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오가는 절묘한 컨트롤을 앞세워 두산 타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용덕한을 3루수 뜬공으로 잡을 때 던진 4구째는 이날 자신의 최고 구속인 149km를 기록했다. 3회에는 고영민-이종욱-정수빈을 모두 공 1개씩만 던져 처리했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36번째 나온 1이닝 공 3개 퍼펙트였다.박찬호는 5-0으로 앞선 7회 초 1사 1, 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구원투수 송신영이 고영민에게 2타점 2루타를 맞는 바람에 실점은 2점이 됐지만 승리투수는 그의 몫이었다. 6과 3분의 1이닝 4안타 2볼넷 5삼진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였다.전날까지 침묵하던 타선도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4번 타자 김태균이 4타수 4안타를 치는 등 무려 17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8-2 대승을 이끌었다. 박찬호는 “중학교 때 날 투수로 만들어 주신 오영세 감독님이 시구를 하셨고 부모님도 경기를 지켜봤다. 팀의 연패를 끊을 수 있어 더욱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한편 삼성은 광주에서 KIA를 10-2로 대파하고 역시 첫 승을 따냈다. LG는 롯데를 4-0으로, 넥센은 SK를 4-2로 꺾었다.청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한국 프로야구가 ‘8’과 ‘10’ 사이에서 길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야심 차게 창단한 ‘9’구단 NC 다이노스만 애매한 처지가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NC의 1군 진입 시기를 2013년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제대로 2013년 참가를 요청하라는 게 요지다.하지만 물밑에서는 NC의 2013년 1군 진입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구단들이 적지 않다. NC의 프로야구 진입 자체를 반대했던 롯데는 물론이고 삼성과 두산 등도 반대쪽으로 돌아섰다. 이들은 NC의 경기력과 함께 홀수 구단으로 시즌을 치르는 데 대한 부작용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창단 때는 가만히 있다가 새삼스레 지금 문제제기를 하는 것일까. 이는 10구단 문제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NC가 창단할 당시만 해도 9구단에 이어 10구단도 곧바로 창단될 분위기였다. 10구단 체제가 되면 다시 짝수가 되어 원활한 시즌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그렇지만 현재 10구단은 명확한 실체가 없다. 몇몇 기업이 창단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있을 뿐이다. 현행 구단들이 보기엔 이름이 거론되는 기업조차 야구단을 운영하기엔 무리인 ‘중소기업’들이다. NC나 넥센도 마음에 들지 않는 판에 ‘이들과는 같이 놀 수 없다’는 견해가 기저에 깔려 있다. 한 구단 사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오히려 8개 구단 체제로 돌아가는 게 정답일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NC만 애매한 처지에 빠졌다. 올해 퓨처스리그에 참가하는 NC는 내년 시즌 1군 진입을 목표로 60여 명의 선수들을 모았고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까지 다녀왔다. 내년까지 1년을 더 쉬게 되면 구단과 선수들이 느낄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상황을 타개할 가장 확실한 카드는 기존 구단들이 흠을 잡을 수 없는 10구단의 창단이다. 하지만 그런 10구단을 찾기 힘들다는 게 KBO의 고민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0안타를 주고받은 8일 잠실 두산-넥센전. 이날 가장 인상적인 안타는 8회에 터진 두산 최준석의 3루타였다. 10-11로 뒤진 8회말 승부를 뒤집은 2타점 결승타인 동시에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무거운 선수(몸무게 115kg)인 그의 보기 드문 3루타였다. 최준석은 3루에 안착한 뒤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역전 만루홈런이라도 친 것처럼 온몸으로 세리머리를 했다. 최준석 같은 중량급 선수에게 3루타는 쉽지 않다. 2002년 데뷔한 그는 10일 현재 모두 2726번 타석에 들어섰다. 그가 그동안 기록한 3루타는 8일 경기를 포함해 4개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그는 97개의 홈런을 쳤다. 일본 오릭스에 가기 전 최준석과 항상 몸무게 1, 2위를 다퉜던 이대호(전 롯데)는 지난해까지 4048타석에서 225홈런을 치는 동안 3루타는 5개였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3루타를 기록한 건 전준호 NC 코치다. 1991년 롯데에서 데뷔해 19시즌 동안 100개의 3루타를 쳤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능력을 갖춘 덕분이다. 2위 김응국(61개·전 롯데)과 무려 39개나 차이가 난다.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 3루타를 친 선수는 롯데 김주찬(36개)이어서 전준호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3루타의 달인’ 전 코치가 꼽은 3루타의 비결은 ‘마음가짐’이다. 홈에서 1루 베이스까지의 거리는 27.432m다. 3루까지 가기 위해선 82.296m를 전력 질주해야 한다. 전 코치는 “공을 때리는 순간 2루타로 만족할지 아니면 3루까지 갈지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죽고 사는 건 간발의 차이다. 나는 장타를 때리는 순간 3루를 마음에 품고 뛰었다”고 했다. 3루타가 되기 위해선 여러 조건들이 맞아야 한다. 타구는 우중간이나 우익선상 타구가 유리하다. 3루 베이스와 멀수록 좋기 때문이다. 역대 3루타 순위 상위 5걸은 모두 왼손 타자의 차지였다. 구장의 영향도 크다. 구장 규모가 큰 잠실이나 사직, 문학 구장이 대구나 대전 구장보다는 유리하다. 짧게 치는 타자는 외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이 빠르면서 가끔씩 장타를 치는 타자가 유리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한창 승승장구하던 시절 신지애(24·미래에셋)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실제로 그는 2010년까지는 종종 역전 우승을 했다. ‘파이널 퀸’이라는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 그런데 그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다 잡은 것 같던 우승을 장갑을 벗기 직전 날려버린 것이다. 8일 일본 효고 현 하나야시키GC(파72·6483야드)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스튜디오앨리스오픈 최종 3라운드. 전날까지 2타 차 단독 선두였던 신지애는 이날도 15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2위 사이키 미키에게 4타 차로 앞섰다. 하지만 17번홀(파4)에서 통한의 더블보기를 범하며 1타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마지막 18번홀(파4). 사이키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동타를 만들자 흔들린 신지애는 파 퍼트마저 놓치며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10타로 2위. 이로써 신지애의 우승 가뭄은 17개월째로 접어들게 됐다. 신지애는 2010년 미즈노 클래식을 마지막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이대호가 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또 귀중한 결승 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대호는 8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라쿠텐과의 안방경기에서 2회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왼손 선발투수 시모야나기 쓰요시로부터 가운데 안타를 날렸다. 3경기 연속 안타. 후속 타자들의 연속 안타로 3루를 밟은 이대호는 1사 만루에서 이토 히카루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이대호는 6회에도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으나 공이 투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면서 안타를 추가하진 못했다.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타율은 0.265. 오릭스가 2-0으로 이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양궁 여자단체 금메달과 개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성진(27·전북도청)이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성진은 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소프트볼경기장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3차 평가전에서 종합배점 14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기보배(광주시청)와 장혜진(LH), 최현주(창원시청)가 2∼4위를 차지했다. 대한양궁협회는 월드컵 1차 대회(중국 상하이·4월 10∼15일)와 2차 대회(터키 안탈리아·5월 1∼6일)를 통해 런던 올림픽에 나설 최종 엔트리 3명을 가릴 예정이다. 남자부에서는 오진혁(현대제철)이 1위로 평가전을 마친 가운데 김법민(배재대), 임동현 김우진(이상 청주시청) 등이 4강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만원 관중의 함성 속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건 모든 프로야구 선수의 꿈이다. 7일 2012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잠실(두산-넥센), 문학(SK-KIA), 대구(삼성-LG), 사직(롯데-한화) 구장은 이미 매진 사례가 예고돼 있다.올해는 9명의 신인 선수들이 그 영광스러운 무대를 밟는다. 투수 한현희(넥센)와 임치영(SK), 김성호(롯데), 포수 윤여운(롯데)과 조윤준(LG), 내야수 신본기(롯데) 윤완주(KIA) 하주석(한화), 외야수 양성우(한화)가 그렇다. 삼성과 두산 신인 선수들은 한명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엔트리에 든 선수들도 일부는 1군에 남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이른바 ‘시한부 1군 선수’다. 개막전 엔트리에는 KIA 에이스 윤석민,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인 한화 박찬호, 삼성 윤성환, 두산 임태훈 등 각 팀 주력 투수들의 이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음 주 선발 등판에 맞춰 1군에 올라온다. 그 사이 비어 있는 며칠 동안만 신인 선수들이 1군에 동행하는 것이다.이는 신인 선수들에 대한 배려이자 기 살리기다.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겐 공부가 된다.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을 때의 경험은 인내의 원동력이 된다.운이 좋은 몇몇 선수는 직접 경기에 출장하기도 한다. 이 기회를 살리면 1군에서 롱런할 수도 있다. ‘괴물투수’ 한화 류현진은 2006년 4월 12일 프로 첫 등판인 LG와의 경기에서 7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되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2010년 당시 신인이나 다름없던 두산 신예 포수 양의지도 2군으로 내려가기 하루 전 경기에서 홈런 2개를 몰아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한편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07명(외국인 선수 포함)의 평균 연봉은 1억3748만원으로 조사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야말로 화제만발이다. ‘명인열전’이라 불리는 마스터스 주간을 맞아 인구 20여만 명의 소도시 오거스타는 벌써 축제 분위기다. 5일 개막을 앞두고 이틀간 열린 연습 라운드에도 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안 그래도 인기가 많은 마스터스지만 76회를 맞는 올해 대회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차세대 황제’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의 빅 매치가 예고돼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는 ‘원조 황제’ 우즈의 부활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2009년 말 불거진 불륜스캔들 이후 부진에 빠졌던 우즈는 2주 전 마스터스의 전초전 격으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길었던 우승 가뭄을 끝냈다. 우즈와 매킬로이는 모두 마스터스와 인연이 깊다. 먼저 우즈에게 마스터스는 특별한 대회다. 우즈는 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14번이나 우승했는데 그 가운데 마스터스에서만 4번의 우승(1997, 2001, 2002, 2005년)을 차지했다. 1997년에는 최연소 우승(21세 3개월 14일)과 최다 타수 차 우승(12타 차)도 했다. 반면 매킬로이에게 마스터스는 ‘눈물의 대회’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3라운드까지 4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매킬로이는 최종 라운드 10번홀에서 통한의 트리플 보기를 하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매킬로이는 이날 무려 8타를 잃으며 우승권에서 멀어졌고 이튿날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한동안 눈물을 쏟았다. 그렇지만 매킬로이는 두 달 후 또 다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역대 최소타(16언더파 268타)로 우승하며 악몽에서 벗어났다. 한 달 전 열린 혼다클래식에서는 우즈를 제치고 우승하며 잠시나마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구 골프 황제의 샷 대결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지에이닷컴(PGA.com)이 꼽은 파워랭킹에서도 우즈와 매킬로이는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과연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의 주인은 누가 될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소년은 어릴 때부터 운동이 좋았다. 야구, 축구도 곧잘 했지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아이스하키였다. “스피드가 좋아서”라는 게 이유였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된 데에는 중학교 2학년 때의 특별한 경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클럽팀 소속으로 캐나다에서 열린 초청대회에 출전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그러자 몇몇 팬이 축하의 의미로 모자를 링크 안으로 던져 줬다. 그는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그해 곧바로 혈혈단신 캐나다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났다. 2007년 하키 명문 에지스쿨에 입학했고, 2009년에는 앨버타주니어하키리그(AJHL)에 데뷔해 캘거리 머스탱스에서 뛰고 있다. AJHL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입단하려는 어린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NHL 진출을 꿈꾸는 그의 이름은 성우제(20·사진)다. 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이긴 1일 ‘도쿄대첩’에서도 그는 큰 역할을 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3라인(세 번째 공격 교대조)의 센터로 활발한 몸놀림을 보였다. 그는 한국팀에서 가장 어리지만 가장 키(186cm)가 컸다. 변선욱 감독은 “체격과 스피드가 좋아 해외의 덩치 큰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실업팀인 안양 한라와 일본 팀들이 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는 6월 열리는 NHL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시즌 성적이 썩 좋지 않아 가능성이 크진 않다. 하지만 15일 폴란드에서 시작되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선전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 편의 유쾌한 토크쇼를 보는 듯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펼쳐진 2012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Let's Play Ball with Fans!’ 현장은 선수와 팬이 어우러진 축제의 마당이었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700만 관중 시대를 염원하며 초청한 700명의 팬들은 야구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스타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7일 개막한다.○ 역대 최강의 입담 대결토크 배틀의 포문은 입담꾼 정근우(SK)가 열었다. 정근우는 “승엽이 형은 지난해 삼성 우승할 때 한 것도 없는데 첫 번째로 인터뷰하네요”라며 자극한 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는데 지난해 준우승에 그치니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틀리더라. 올해는 통장에 돈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승엽은 “정상에 오르기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려운 것을 안다. 내년에도 가장 먼저 인터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받아쳤다. 미디어데이 단골손님 홍성흔은 소속팀 롯데의 상황을 ‘작은 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의 사자성어 ‘세류성해(細流成海)’에 비유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이대호 장원준 등 큰 바다 같은 선수들이 떠났다. 남은 선수들이 더 노력해 작은 물들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는 시즌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는 “일본으로 떠난 대호 생각이 나지 않도록 4번 자리에서 잘해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 김병현의 재발견이날 최고의 화제는 단연 김병현(넥센)의 입담이었다. 김병현은 특유의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때론 진지하게, 때론 4차원적인 답변을 해 팬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성균관대를 다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병현은 “97학번 성균관대 법학과 김병현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 여학생이 “선배님, 밥 사주세요”라고 하자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법대에 복학해 다시 학교를 다닐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누나가 (사법시험을) 10년 공부하다가 지금은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사회자가 “이래서 넥센이 우승한다고 할 만한 게 있느냐”고 묻자 “넥센의 홈구장은 목동에 있다”라는 뜬금없는 대답을 한 뒤 “모르시는 분이 많은 거 같은데 목동은 인천, 김포, 부천과 가깝습니다. 많이 오셔서 응원해 주시면 큰 힘이 된다”고 재치 있게 마무리했다.○ 박찬호-이승엽, 이제는 적으로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투수 박찬호(한화)와 타자 이승엽의 신경전도 흥미진진했다. 박찬호는 이승엽과의 대결에 대해 “내가 더 유리하다. 아니다 싶으면 볼넷으로 보내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이승엽은 “찬호형이 나를 거르면 뒤에 4번 최형우가 있기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고 받아친 뒤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인용해 “찬호 형과 10번 만나면 3번을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람쥐!”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또 이승엽은 “지난해 청백전 때 찬호 형과 여러 번 상대했는데 안타를 하나도 못 쳤다. 던질 때 ‘욱, 욱’ 하는 기합을 넣는데 주눅이 들어 스윙이 안 나오더라”고 농담을 던졌다. 김병현 역시 이승엽을 가장 피하고 싶은 타자로 꼽았다. ○ 예능감 폭발한 스타들숫자 10을 둘러싼 답변도 팬들을 즐겁게 했다. KIA 투수 윤석민은 “KIA는 10번 우승한 팀이다. 감독 코치들의 엄청난 우승 경험을 믿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자 LG 이병규는 “석민이는 KIA가 10번 우승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10년 연속 4강에 못 갈 위기다. 4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4강에 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받아쳤다.이에 홍성흔은 “10년 우승했다, 10년째 4강 못갈 수 있다는 답변이 나왔는데 롯데는 20년 동안 우승을 못했다. 사장님도 ‘말이 안 되는 현상이다’라고 했다. 꼭 우승하겠다”며 종지부를 찍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보였던 박찬호와 실전 경험이 부족한 김병현은 나란히 선발 10승을 목표로 잡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병철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심판이사는 1982년 선수로 치렀던 일본과의 경기를 잊을 수 없다. 30년 전인 그해 스페인 하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0-25의 참패를 당했다. 그 대회는 공식적으로 일본과 치른 첫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였다. 이후에도 한국은 일본 앞에만 서면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다. 맞붙었다 하면 10점 이상 차이로 졌다. 그나마 1999년을 기점으로 스코어 차이가 한 자릿수로 줄었다. 1999년과 2000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 극동 지역 예선에서 각각 0-9와 0-8로 졌다. 한국이 그동안 거둔 최고 성적은 2001년 국제연맹 극동 지역 예선에서 기록한 1-1 무승부다. 그랬던 한국 아이스하키에 2012년 4월 1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법하다. 한국은 이날 일본 도쿄 다이도드링크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제1회 한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평가전 2차전에서 일본을 시종 몰아붙인 끝에 4-2로 이겼다. 일본과 첫 A매치를 치른 지 30년 만에 마침내 일본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한 관계자는 “1928년 한국에 아이스하키가 도입된 이래 최고의 쾌거”라고 했다. 전날 1차전에서 0-2로 패한 한국은 경기 시작 1분 21초 만에 나리사와 유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14분 48초에 김상욱의 어시스트를 받은 김근호(이상 안양 한라)가 일본의 골네트를 가르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자신감을 찾은 한국은 2피리어드 들어 거세게 일본을 몰아붙였다. 마치 한국이 고양이가 된 듯했다. 2피리어드 시작과 함께 신상우(안양 한라)가 역전골을 터뜨렸다.변선욱 한국 대표팀 감독은 “너무 감격스럽다. 아시아리그를 통해 한국 아이스하키가 발전한 결과다. 이달 중순 시작되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선수들이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표팀의 마크 메이헌 감독(캐나다)은 “한국 선수들은 빠르고 강했다. 한국은 충분히 이길 만한 경기를 했다”고 패배를 시인했다.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기태 LG 감독(43)은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어지간해서 인상 쓰는 일이 없다. 하지만 만약 한 번 화가 나면 인정사정 보지 않는다. 그런 김 감독이 LG 선수들과 나누는 세리머니는 독특하다. 그는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를 향해 검지를 내민다. 그러면 그 선수도 검지를 펴 ‘작은’ 하이파이브를 한다. 주먹이나 손바닥을 부딪치는 다른 팀과는 차별화되는 풍경이다. 지난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손가락과 손가락을 부딪치기 위해선 상대에게 정성을 들여야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손가락에 담는 것”이라고 했다. LG는 올 시즌 유력한 꼴찌 후보로 꼽힌다. 자유계약선수 3인방(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은 다른 팀으로 떠났고, 지난해 에이스로 도약한 박현준과 선발 요원 김성현은 경기조작에 연루돼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 감독은 남은 선수들끼리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은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 선수들에게 물러서지 말고 밀어붙이라고 주문했다.” 김 감독은 부임한 뒤 악재가 연이어 터졌지만 선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혼자 있을 때 맥주 캔을 들이켜며 속을 끓였지만 그라운드에선 항상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상대와 우리 팀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강한 야구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LG의 팀 컬러도 상당히 변했다. 시범경기에서 선수들은 독기를 품고 열심히 뛰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 LG 선수들은 도련님 같이 야구를 했는데 요즘은 죽기 살기로 뛰는 모습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돌아온 LG 전력도 힘이 된다. 경찰청에서 돌아온 우규민이 필승 계투조에 합류했고 에이스 봉중근도 시범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지난해 부상으로 부진했던 이대형이나 이병규(7번)도 방망이가 날카로워졌다. 김 감독은 “투수나 야수 모두 부족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에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화 지휘봉을 처음 잡은 2010년. 한대화 감독(52)의 목표는 “꼴찌만 하지 말자”였다. 베테랑 투수들은 줄줄이 은퇴했고 김태균과 이범호(KIA)는 일본으로 떠났다. 그해 한화의 팀 순위는 꼴찌였다. 지난해도 한 감독은 ‘탈꼴찌’를 목표로 삼았다.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5월 이후 5할 승률을 유지하며 LG와 공동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 감독은 ‘야왕(야구의 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올해 한화의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한 감독은 “이제 4강 싸움을 할 전력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초 한화는 모처럼 뜨거운 오프 시즌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가 입단했고, 일본 롯데에서 뛰었던 거포 김태균이 돌아왔다. 수준급 계투요원 송신영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한화를 확실한 4강이라고 보긴 어렵다. 안정된 투수진에 비해 타선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왼손 타자인 장성호가 키 플레이어다. 그가 3번 타자로 잘해줘야 4번 김태균, 5번 최진행이 살아난다”고 했다. 한 감독은 평소 팀플레이와 희생을 강조한다. 지난해 후반기 때처럼 선수들이 자신을 버리고 팀을 위한 플레이를 펼치는 응집력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자신을 버리는 야구를 해야 한다. 뭉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게 우리 팀이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4강에 들긴 힘들지만 일단 4강에 오르면 우승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바로 확실한 에이스 류현진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류현진은 어느 팀과 만나도 승리를 책임지는 에이스다. 특히 큰 경기에서 류현진의 승리는 1승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 감독은 4월 한 달 성적에 한 해 농사가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한화는 6승 1무 16패를 했다. 5월부터는 잘 싸웠지만 4월 성적이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다. 올해는 4월에 승부수를 던질 생각이다. 삼성 SK 롯데 KIA가 강하지만 이들 중 한 팀을 끌어내리고 우리가 4강에 오를 것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야구는 일본에서 무시를 당했다. 연습경기라도 하려면 통사정을 해야 했다. 한국은 1군이, 일본은 2군이 경기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차례(2006년, 2009년)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곧잘 일본을 이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일 아이스하키의 관계는 예전 한일 야구와 닮았다. 그동안 한국은 여러 차례 일본에 평가전를 제안했다. 돌아온 답은 항상 “노(NO)!”였다. 수준 차가 너무 크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으로선 할 말이 없기도 했다. 1999년 이후 한일전에서 7번 맞붙어 6번을 졌다. 1999년과 2000년 국제연맹 극동 지역 예선에서는 각각 0-9와 0-8로 완패했다. 2003년 아오모리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2-11로 크게 졌다. 그나마 2001년 극동 지역 예선에서 1-1로 비기면서 전패는 면했다. 그러나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과의 격차가 최근 많이 좁혀졌다. 2000년대 후반 창설된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를 통해 한국 아이스하키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이다. 안양 한라는 2009∼2010시즌과 2010∼2011시즌에 쟁쟁한 일본 팀들을 제치고 2년 연속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말 한국의 세계 랭킹은 31위, 일본은 22위였다. 이 같은 배경 속에 마침내 한국과 일본의 아이스하키 정기전이 처음으로 성사됐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31일과 다음 달 1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대표팀과 맞대결한다. 매년 양국을 오가며 명실상부한 흥행 카드로 키운다는 게 양국 협회의 각오다. 일본 역시 점점 침체되고 있는 자국 아이스하키를 살리기 위한 반전 카드로 한일전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강팀을 상대로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세계랭킹에 반영되는 포인트가 걸린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기전에는 변선욱 전 한라 감독을 사령탑으로 캐나다에서 뛰고 있는 성우제 등 22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는 올해 정규시즌 개막(4월 7일)을 앞두고 유력한 ‘꼴찌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주전으로 뛰었던 자유계약선수(FA) 3인방(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에이스 박현준과 선발 요원 김성현이 경기조작에 연루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장기로 치면 ‘차, 포’는 물론이고 ‘마, 상’까지 떼고 시즌을 치러야 할 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기태 LG 감독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야구는 해 봐야 안다”는 것이다. 그는 “주전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남은 선수들이 경쟁하면서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시범경기에서는 이런 김 감독의 생각이 현실로 이뤄졌다. 선발투수로 나선 베테랑 이대진은 4와 3분의 1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막았다. 이후 등판한 승리 계투조(경헌호 우규민 한희 류택현)는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4-2로 앞선 9회 등판한 마무리 외국인투수 리즈는 최고 시속 156km의 강속구를 선보이며 세이브를 수확했다. 타선은 상대 에이스 윤석민을 무너뜨렸다. 2회초 2사 3루에서 이진영의 중전안타로 선제점을 뽑았고 계속된 2사 2, 3루에서 정성훈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6회에도 윤석민을 상대로 1점을 추가했다. 김 감독은 경기 직후 “오늘 같은 경기를 정규시즌에서도 한다면 충분히 4강에 도전할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두산은 넥센을 2-0, SK는 한화를 3-1로 꺾었다. 삼성은 롯데에 5-4로 이겼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고단백 식사 한번 하실래요?”올 초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의 훈련이 한창이던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빙상장. 점심시간이 되자 막내 김은지(22)가 배달식사 주문을 받았다. 당시 선수들은 일명 ‘촌외훈련’을 하고 있었다. 올해 7월 열리는 런던 올림픽 때문에 선수촌이 꽉 차는 바람에 인근 모텔에서 묵으며 훈련장을 오가고 있었다.선수촌에서 나오는 고단백 식사는 언감생심이었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자주 먹는다는 ‘특제 볶음밥’을 추천했다. 인근 분식집에서 배달해 온 특제볶음밥은 엄청난 양에 큼지막한 돈가스가 얹혀 있었다. 일반인인 기자는 먹다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밥을 먹었던 곳은 라커룸이었다. 모텔에서 자고 라커룸에 신문지를 깔고 밥을 먹으면서도 선수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한번 해 보자”는 분위기가 충만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여 후 그 선수들이 ‘대형 사고’를 쳤다.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2012 세계여자컬링선수권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쓴 것이다. ○ 코리아는 도깨비 팀한국은 26일 열린 3, 4위전에서 캐나다에 6-9로 패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기적의 4강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말 현재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남녀를 모두 합쳐 671명이다. 초중고교 학생까지 모두 더한 수다. 이 정도 선수를 보유한 나라가 세계 4강에 들었다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도깨비 같은 팀이었다. 세계랭킹 12위 한국은 18일 세계랭킹 1위이자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스웨덴을 9-8로 꺾었다. 그것도 최종 10엔드에 3점을 얻어 대역전승을 거뒀다. 컬링의 특성상 한 엔드에 3점을 얻는 건 무척 이례적이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거칠 게 없었다. 20일엔 컬링 종주국 스코틀랜드를 7-2로 꺾었고 21일엔 밴쿠버 올림픽 동메달 팀 중국마저 눌렀다. 25일 플레이오프에서 이겼던 캐나다를 이튿날 3, 4위전에서 만나 패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 소치를 향해, 평창을 향해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2014년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걱정하는 처지였다. 최소 8강에 들어야 안정적으로 출전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9포인트를 얻음으로써 한국 여자 컬링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게 확실시된다. 평창에서 열리는 2018 올림픽에서의 메달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최근 KB국민은행이 컬링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기로 했지만 선수단 지원과 함께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현재 국내에 컬링전용경기장은 태릉과 경북 의성 등 2곳밖에 없다. 2017년 충북 진천에 경기장이 들어서지만 훈련을 하기에는 너무 늦다. 한 컬링 관계자는 “태릉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관리가 엉망이다. 캐나다의 컬링장이 고속도로라면 태릉은 비포장도로로 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대표팀은 이번 대회가 열리기 3주 전부터 현지로 날아가 전지훈련을 했다. 얼음 적응이 관건인 컬링에서 그 전지훈련이 없었다면 한국의 기적적인 4강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는 TV 방송국의 입장에서 ‘효자’다. 한번 중계하면 3시간 이상을 책임진다. 월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경기가 열린다.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쉽다. 광고 수입도 좋다. 야구는 이닝이 바뀌거나 투수를 교체할 때마다 광고를 한다. 요즘엔 경기 도중에 간접광고까지 가능해졌다.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계권료도 치솟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요즘 중계권료가 급등하면서 대박이 났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각 구단이 지역 케이블 방송사에 중계권을 판매한다. 올해 30개 구단이 지역 케이블에 판매한 총 중계권료는 9억2300만 달러(약 1조469억 원)에 이른다. 10년 전(3억2800만 달러·약 3720억 원)에 비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면서 구단 가치도 급상승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평균 가치는 지난해보다 16%나 상승한 6억500만 달러(약 6862억 원)였다. 휴스턴과 LA 에인절스 등이 새로운 중계권 계약을 한 덕분이다. 뉴욕 양키스의 구단 가치는 무려 18억5000만 달러(약 2조983억 원)로 1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양키스는 지역 케이블 ‘YES 네트워크’의 지분을 34% 소유하고 있다. YES는 지난해 2억2400만 달러(약 2541억 원)의 수입을 올렸고, 양키스는 중계권료로만 9000만 달러(약 1021억 원)를 벌어 들였다. 올해 구단 가치 평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구단은 2위에 오른 LA 다저스다. 지난해 프랭크 매코트 구단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파산 신청을 했던 다저스의 가치는 8억 달러에서 14억 달러(약 1조5879억 원)로 75%나 급등했다. 매코트 구단주가 구단을 매각한다는 게 첫 번째 호재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역시 중계권료다. 올해까지 폭스 등과 연간 4500만 달러에 계약했던 다저스는 내년부터 새로운 방송국과 계약이 가능하다. 이 경우 연간 중계권료는 1억 달러(약 113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4억3000만 달러(약 4877억 원)에 다저스를 샀던 매코트 구단주가 매각 대금으로 15억 달러(약 1조7013억 원) 안팎을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네 차례의 수술과 재활.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역도 77kg급에서 따낸 금메달. 이형근 역도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사재혁(27·강원도청)을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부른다. 21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이 감독은 “한두 번도 아니고, 게다가 무릎과 어깨, 손목 등 여러 부위에 칼을 댔다. 특별하고 남다른 선수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올림픽 금메달까지 딸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인생 자체가 파란만장 그 자체인 사재혁은 인간 승리 드라마 2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무대는 7월 열리는 런던 올림픽이다.○ 5번째 수술…또다시 오뚝이처럼 그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뒤 승승장구했다. 2009년 고양 세계선수권대회 용상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0년 5월 열린 전국남자역도선수권대회에서는 용상에서 211kg을 들어올려 비공인 세계 신기록까지 세웠다. 그런데 그해 6월 훈련 도중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검진 결과 힘줄이 손상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선수권과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포기하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다섯 번째 수술이었다. 재활은 더뎠다. 대회 때마다 다른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갔지만 그는 혼자 텅 빈 태릉선수촌에 남았다. 그동안 입에 대지 않았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은퇴를 할까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가 다시 바벨을 잡게 된 계기는 그해 9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였다. 대회 1위를 차지한 티그란 마르티로시안(아르메니아)과 2위 류샤오준(중국)은 용상에서 나란히 200kg을 들었다. 사재혁은 “용상 200kg는 내가 그냥 갖고 놀던 기록이었다. 이 정도라면 한 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운동에 집중했다. 타고난 자질에 노력까지 더해지자 거칠 것이 없었다. 불과 몇 달 되지 않아 예전의 기량을 되찾았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인상 165kg을 들어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 기록(164kg)을 경신했고, 11월 열린 파리 세계선수권에서는 합계 360kg으로 3위에 올랐다. ○ “인상 170kg만 들면 상황 끝” 사재혁은 요즘 자신이 연습 때 기록했던 최고 기록(인상 167kg, 용상 213kg)을 1kg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생각처럼 기록이 안 늘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역기를 들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란다. 런던 올림픽을 향한 각오를 묻자 그는 “‘그냥 딱 한 번만 걸려라’는 심정이에요. 인상에서 170kg이 딱 걸리는 순간 모든 상황이 끝난다고 봐야죠”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용상에서는 경쟁자들보다 훨씬 앞서기에 인상에서 다소 좋은 기록이 나오면 대회 2연패가 가능하다는 거였다. “인상 최고 기록이 165kg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작년 전국체전에서 165kg을 들었을 때 엄청 가벼웠어요. 170kg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 있나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사재혁 부상 및 수술 일지2001년: 오른 무릎 연골 파열 수술2003년: 왼쪽 어깨 인대 및 힘줄 손상으로 3월 수술, 11월 재수술2005년: 오른 손목 골절 수술2010년: 오른쪽 어깨 힘줄 손상 수술}

1990년대 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모두 바꾸라”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건 프로야구판도 마찬가지다. 최근 많은 선수들이 수십 년간 간직했던 이름을 바꾸고 있다.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법원의 개명(改名) 허가를 받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명 변경 신청을 한 선수가 6명이다. 2010년 이후 13명의 선수가 이름을 바꿨다. 얼마나 절실했기에 그들은 이름까지 바꾼 것일까. ○ 개명은 부상을 피하는 수단1990년대 태평양과 LG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안병원(현 넥센 2군 재활코치)은 선수 생활 내내 지긋지긋한 부상과 싸워야 했다. 그는 당시 “이름에 ‘병원’이란 말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병원이란 이름 대신 ‘성용’이라고 불러 달라”고 선수단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법원에 개명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부상은 최대의 적이다. 안병원처럼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피하기 위해 개명을 한다.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김남석은 최근 김재율(LG)로 이름을 바꿨다. 그는 지난해 수비 도중 주자와 충돌해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는 “재활 도중 어머니의 권유로 개명을 신청했다. 재율은 ‘스스로 다시 일어선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 아프지 않고 운동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 개명의 원조는 ‘김바위’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바꾼 선수는 MBC(현 LG)에서 뛰었던 김바위(현 SK 원정기록원)다. 그의 원래 이름은 김용윤이었다. 같은 팀에 김용운이라는 비슷한 이름의 선수가 있어 이름을 바꿨다는 게 그동안의 통설이었다. 하지만 2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어릴 적 할머니께서 고향의 커다란 바위를 향해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 달라’며 매일 정성껏 기도를 했다. 그래서 집안에서는 일찌감치 ‘바우(바위의 사투리)’로 불렸다. 프로가 된 뒤 좀더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바위’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김용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바위라는 단단한 이름으로 그는 10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 롯데는 ‘개명 천국’개명을 통해 재미를 본 구단은 롯데다. 손아섭(전 손광민), 문규현(전 문재화), 박종윤(전 박승종) 등 3명의 주전 야수들이 모두 개명파다. 손아섭은 이름을 바꾼 뒤 2010년 타율 0.306을 치며 주전을 차지했고 지난해엔 타율 0.326에 15홈런 83타점으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2002년 입단과 함께 재화에서 규현으로 이름을 바꾼 문규현도 지난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같은 해 개명한 박종윤도 이대호(일본 오릭스)가 떠난 1루수의 새 주인으로 유력하다. 프로야구가 ‘개명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