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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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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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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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실의궤 반환하라” 한일 시민단체 日에 진정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23일 일본 내각부를 방문해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관방장관에게 제출했다.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위원장 김원웅)는 이날 “일본 시민단체인 일조협회의 주선으로 일본 궁내청이 소장한 의궤 81종의 반환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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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읽는 서울/책 예술과 만나다]보는 책은 덮어라, 五感으로 느껴라

    《“금 나와라 뚝딱” 하자 책 속에서 금이 쏟아지고 “은 나와라 뚝딱” 하자 책 속에서 은이 쏟아졌다. 21일 오후 2시 서울 금천구 가산정보도서관 6층 문화강좌실. 초등학생 30여 명은 책으로 만든 도깨비방망이, 책장을 날개 삼아 날아다니는 새를 보며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다. 극단 사다리의 독서 프로그램 ‘책, 오감도’는 ‘움직이는 책 연극’으로 시작했다. 도깨비이야기 ‘길어져라 뚝딱 넓어져라 뚝딱’을 각색한 연극이다.》 금은이 쏟아지는 책은 실은 책장에 금박종이와 은박종이를 붙인 것. 책장을 이어붙인 나무줄기, 책으로 만든 꽃과 바위 등 무대 배경과 소품은 모두 책이었다. ‘책, 오감도’는 서울문화재단의 ‘책 읽는 서울’ 중 문화예술단체들이 책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꾸미는 ‘책, 예술과 만나다’의 일환으로 기획한 독서 프로그램. 극단 사다리는 1988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곳이다. “지금부터 책을 여러분한테 나눠줄 거예요. 그런데 책을 읽지는 마세요. 책은 덮어서 무릎 위에 놔두는 거예요.” 40여 분간 연극을 본 아이들은 곧이어 그림책을 한 권씩 나눠 받은 뒤 교실에 원형으로 둘러앉았다. 극단의 책놀이 강사 정승원 씨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대신 책을 활용한 놀이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첫 번째 질문은 “책은 무엇일까요”였다. “책은 나의 생각” “책은 마음” “책은 나의 지식”이라는 답이 나왔다. 하지만 선생님이 제시한 답은 “책은 이태리타월”이었다. “자 다들 서로 책으로 등을 밀어주는 거예요. 아 시원하다∼.” 곧이어 책으로 사물을 표현하고 답을 맞히는 퀴즈가 시작됐다. 선생님의 엉뚱한 답에 웃음을 터뜨리던 아이들은 곧 상상력 가득한 문제들을 내놨다. 책은 머리에 쓰면 모자, 땅 위에서 굴리면 볼링공, 책 표지를 펼친 뒤 버튼을 누르면 전화기가 됐다. 답을 맞힌 아이들은 저마다 책과 손바닥을 마주치는 ‘책박수’를 쳤다. 순서는 책 속에서 가장 따뜻한 장면 찾기, 가장 추운 장면 찾기, 가장 향기로운 장면 찾기 등으로 이어졌다. 선생님이 책을 펼쳐 보여주자 아이들은 “아 춥다”를 연발하거나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연극을 포함해 두 시간 가까이 수업이 진행됐는데도 지루해하는 기색을 보이는 아이는 없었다.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자이기도 한 정승원 씨는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사용해 책 냄새도 맡아보고 소리도 들어보면서 아이들이 책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유빈 양(서울 가산초 3년)은 “책으로 여러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며 “책은 읽기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놀러 왔다 우연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김관우 군(울산 성안초 3년)은 “평소에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면 줄거리만 쓰게 되는데 오늘은 여러 느낌이나 생각을 적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은 저마다 그림책을 품에 꼭 안은 채 선생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책은 읽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책을 재미있게 만날 수도 있어요. 여러분 그럼 집에 가서 그림책 많이 사랑해 줄 수 있어요?” “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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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26, 27일 1000원짜리 발레공연 서울 세종문화회관 ‘더 히스토리…’

    1000원짜리 발레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발레시어터는 26, 27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모든 좌석이 1000원인 공연 ‘더 히스토리 오브 발레’를 공연한다. 고전발레와 모던발레 6편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갈라 공연이다. 고전주의 발레 ‘파 드 카트르’는 1845년 쥘 페로의 안무로 초연된 작품이자 당대 최고의 발레리나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영국의 유명한 낭만시인 바이런의 서사시 ‘해적’을 마리우스 페티파 발레로 재탄생시킨 ‘해적’은 낭만주의 발레의 대표작. 이외에도 ‘탱고 포 발레’, ‘Hope’ ‘1×1=?’(사진) 등 제임스 전 서울발레시어터 예술감독의 모던발레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1544-1887, 02-399-1114∼6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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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프랑스어 수업 고생했지만 지금은 ‘최고’ 얘기 들어…

    기자의 질문에 ‘예, 아니요’로만 대답하던 소년은 카메라 앞에 서자 의젓한 발레리노로 탈바꿈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곧 점프를 해보이며 새처럼 날아올랐다. 21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허완 군(15)은 1년 새 10cm 넘게 키가 컸다고 했다. 허 군은 2009년 9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학교에 입학해 연수생으로 공부한 뒤 올해 6월 교내 콩쿠르를 통과해 9월부터 정규 학생 자격으로 3학년 과정(한국의 고교 1년)에 들어간다. 연수생 7명 중 허 군을 포함해 3명만 합격했다. 파리오페라발레학교는 볼쇼이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등과 함께 세계 5대 발레단에 들어가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부속학교다. 300여 년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인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6년 과정에 학생은 학년별로 남녀 각 10여 명. 프랑스 정부가 기숙사비를 제외한 모든 학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입학시험 볼 때요? 떨리지는 않았고 좀 허무하면서도 시원했어요. 10분 정도 걸렸거든요.” 예원학교와 국립발레단 아카데미를 다니던 허 군은 2009년 5월 입학시험에서 수영복을 입고 신체검사를 한 뒤 교사가 보여주는 동작을 따라했다. “시험 끝나고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을 때 처음엔 떨어진 줄 알았어요. ‘H’를 ‘o’으로 읽는 프랑스어 발음 때문에 ‘허완’을 ‘우완’이라고 불렀거든요. 지금도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요.” 허 군은 매일 오전 6시 45분에 일어나 오전에는 학과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발레수업을 한다. 클래식 발레부터 포크댄스, 캐릭터댄스, 무용사는 물론이고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는 법을 공부한다. 바쁜 시간표지만 취침 시간만은 오후 10시로 정해져 있다. 식사는 성장기에 맞도록 전문 요리사 2명이 식단을 짠다. 남학생은 매주 한 번씩 체조 수업이 있어 부상을 막고 근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따로 하기도 한다. 허 군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무용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전에는 점프할 때 다리에 힘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확실히 힘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일 재미있는 수업은 클래식 발레예요. 처음에 어색했던 건 뮈지크 수업이고요. 음악을 듣고 자유롭게 춤을 추는 수업인데 동작과 동작이 잘 연결되지 않아 애를 먹었어요.” 프랑스로 가기 전 2년간 허 군을 지도했던 정진아 국립발레단 아카데미 전임교사는 “무릎과 발등의 유연성이 뛰어나 신체 코디네이션(팔이나 다리 등 신체 각 부분이 서로 다른 동작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능력)이 좋다. 복잡한 동작을 따라해야 하는 클래식 발레 수업이 쉬운 것도 그 덕분”이라고 말했다. 유학 초기에는 프랑스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첫 학기에는 “수업 내용을 못 알아듣는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3학기째인 지난 학기 성적표에는 “무용수로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사이 복슬복슬한 털옷을 자주 입고 다녀 ‘곰’이라는 별명도 얻었고 친구들과 컴퓨터로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하는 재미도 알았다. 허 군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마뉘엘 레그리를 가장 좋아하는 무용수로 꼽았다. 하지만 장래희망을 묻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새 학교가 소년에게 새 날개를 달아준 듯했다. “학교에서 안무 숙제를 내줬는데 제가 음악에 맞춰 동작을 짜는 게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훌륭한 안무가가 되고 싶어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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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서점가 ‘한국사열풍’

    “한국 학생이라면 계열을 불문하고 고교 때 한국사를 배워야 한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 서울대가 2014학년도 입시부터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이수하지 않으면 학생부평가에 불이익을 주기로 최근 결정했다. 지원 자격과는 관계없으나 한국사 이수 여부를 수시 및 정시모집 서류평가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2011년부터 시행하는 ‘2009년 개정 고교교과과정’이 사실상 한국사를 배우지 않고도 고등학교 졸업이 가능하도록 정한 것에 대한 서울대 차원의 조치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과과정이 바뀐 뒤에도 한국사 수업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려는 고등학교가 늘고 있으며 서점가에서도 한국사 관련 도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사는 학생들에게 기피 과목이다. 암기할 부분이 많은 데다 내신과 수학능력시험 성적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현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국사는 필수과목이지만 사회탐구 영역 선택이 가능한 수학능력시험에서는 응시자가 계속 감소했다. 2005학년도에 15만9052명이었던 응시자 수는 2010학년도에 절반도 안 되는 6만9704명으로 줄어들었다. 사회·문화(28만470명)나 한국지리(24만8246명)에 한참 뒤처진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가 한국사를 이수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입시에 불리하도록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대 방침에 따른 반응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학교 현장이다. 서울 서초구 상문고의 신용철 교무부장은 “한국사가 선택 교과로 바뀌는 내년에도 전교생이 수업을 듣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과과정과 관계없이 필수 과목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휘문고 측 역시 “서울대 입학생이 전체 학생 중에 극소수라고 해도 서울대 입시는 다른 대학의 선발 방식이나 내용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서울대에서 요구하는 대로 교과 과정을 유연하게 바꿔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발 빠르게 자녀의 한국사 공부 준비에 나서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고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문영란 씨(46)는 서울대 방침 발표 뒤에 여름방학 계획을 다시 짰다. 문 씨는 “한국사 교과뿐만 아니라 교외 활동도 중요할 것 같아 이번 여름방학 때 아이들을 5대 궁 청소, 유물 발굴 현장 돕기와 같은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의 경우 8월에 있는 한국사능력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다. 고교 2학년 자녀는 한국사편찬위원회에서 개최하는 ‘역사 바로 알기 논술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서점가에는 한국사 관련 책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인터파크 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인문 사회 역사 부문 도서 판매량이 1.3배 늘었다. 특히 한국사 관련 인문서가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이진한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서울대 입시는 지방균형선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영향이 전국적이다. 서울대 지원 학생을 위해서라도 고등학교에서 한국사 수업을 개설해야 하기 때문에 (역사교육 강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입시제도를 개선하는 것보다 아예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연세대 김동노 입학처장은 “한국사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교과과정과 어긋나게 대학에서 이를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대신 고교 교육과정에서 필수로 둬야 한다”고 밝혔다. 송상헌 공주교대 교수(전 역사교육연구회장) 역시 “서울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오히려 한국사는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만 공부하는 것으로 여겨져 전체 학생에게 거리감을 줄 개연성이 있다”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두는 것이 한국사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김희진 인턴기자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4년}

    • 201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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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리뷰]뒤집기 vs 화려함… 현대발레, 같지만 다른 길

    고흐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소용돌이치는 황금색 들판(‘아를의 여인’) vs 끊임없이 반복되는 회색 도로와 붉은색 주차선(‘올섈비’). 15∼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국립발레단의 ‘롤랑 프티의 밤’과 16∼18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은 첫 작품의 무대 배경부터 ‘낭만’과 ‘세련’의 대조를 보였다. ‘롤랑 프티의 밤’은 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의 대표작이자 국내 초연작인 ‘아를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을 선보였다. ‘디스 이즈 모던’은 하인츠 슈푀얼리의 ‘올섈비’,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을 엮었다. 두 공연 모두 현대 안무가의 작품 세 편을 선보이되 다른 전략을 택했다. ‘디스 이즈 모던’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발레는 아름답고 우아하다’는 고정관념 대신 무대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무용수들이 미끄러지거나 튀튀를 풍자한 듯한 커다란 후프를 허리에 두른 발레리나가 등장했다(‘올섈비’). 왕자 공주 역이 익숙해 보이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언뜻 트로트를 떠올리게 하는 테크노 음악에 맞춰 ‘막춤’을 추는 장면도 연출됐다(‘마이너스 7’). ‘인 더 미들…’의 폭발하는 듯한 금속성의 음악, 흑백 대비가 선명한 조명, 무용수의 몸에 딱 붙는 청록색 의상, 감정을 절제한 움직임은 현대의 미니멀리즘을 담아냈다. ‘롤랑 프티의 밤’은 화려하고 격정적인 무대로 관객을 압도했다. 세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호흡이 멎을 듯한 춤을 끝으로 목숨을 잃는다. 제1,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들로 삶의 허무함,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 등을 담아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카르멘’은 화려한 원색의 의자를 이용한 군무, 조명을 사용해 카르멘과 돈 호세의 마지막 파드되(2인무)를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장면으로 연출한 피날레 등 수준 높은 무대 미술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두 공연 모두 ‘젊은이와 죽음’에서 젊은이 역을 맡은 이동훈, ‘카르멘’에서 카르멘을 맡은 김지영, ‘올섈비’에서 2인무를 춘 강예나, ‘인 더 미들…’에서 아그네스 역을 맡은 이상은 등 주역들은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디스 이즈 모던’의 경우 ‘올섈비’에서 군무의 호흡이 흐트러지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고, ‘롤랑 프티의 밤’ 중 의자를 집어던지거나 책상을 뛰어넘는 등 소품을 이용한 동작이 많은 ‘젊은이와 죽음’에서는 주역 간의 호흡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반전’과 ‘압도’라는 전략을 통해 현대의 걸작을 성공적으로 선보였지만 전략을 뒷받침할 치밀함이 다소 부족한 무대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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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게임광’ 이인화 교수가 국민신문고 울린 까닭은 外

    소설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사진)가 국민신문고를 울렸다. 즐겨하던 한 온라인게임에서 패해 현금을 주고 산 캐릭터를 모두 뺏겼기 때문이다. 같은 편이던 그의 동료 교수는 충격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였단다. 이 교수는 “게임 내용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북한 전지역 사정권 크루즈미사일 개발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속이 탔다. 도대체 우리 정부는 뭘 하고 있냐고. 현실적으로 사거리 3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우리가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답답함은 컸다. 이런 제약 속에서 마침내 군이 회심의 카드를 내비쳤다.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크루즈 미사일을 개발했다는데….■ 동아일보로 본 근현대사: 민족혼 고취동아일보는 창간 때부터 단군의 유훈을 드높이고 이순신 권율 김정호 등 민족의 영웅을 부각시켰다. 민족의 웅혼이 깃든 백두산과 끈질긴 생명력의 무궁화 사진도 자주 실었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독립 열망을 고취하기 위한 지면이요 행사였다. ‘동아일보를 통해본 대한민국 근현대사’ 3회에 그 진면목을 담았다. ■ 美 세라 페일린 ‘엄마 곰’ 전략 논란 후끈‘‘엄마곰(Mama Grizzlies)’ 전략이 페미니즘? 2012년 미 대선을 노리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엄마 곰’ 메시지가 논란 속에 화제를 낳고 있다. ‘하키맘’ 및 ‘립스틱 안 바른 핏불(Pit Bull·투견)’에 이어 그가 새로 내놓은 이 한 단어가 도대체 무슨 뜻을 담고 있기에…. ■ 방학 중 산만한 아이 챙기기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집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엄마들의 고민도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살려주는’ 시간표 짜기. 그러나 부모가 원하는 대로 시키면 효율성은 빵점이다. 산만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표 짜는 법은? ■ 세계 50개 마을 도는 현대무용가 2인 마을회관, 시골 장터, 항구, 초등학교에서 현대무용 공연이 펼쳐진다. 한국 안무가 밝넝쿨 씨(왼쪽)와 미국 뉴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다비드 잠브라노 씨가 한국 10개 마을을 돌며 현대무용 공연을 하는 ‘10 빌리지 프로젝트’를 펼친다. 이들이 시골 마을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저가항공 춘추전국시대2005년 한성항공으로 시작된 저가항공업계에서 처음으로 상반기 흑자를 낸 회사들이 탄생했다. ‘저가항공은 불안하지 않나’ 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은 국제 노선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는데….}

    • 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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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벗어나 맨땅서 추는 춤 주민들과 ‘맨몸 소통’ 놀라워”

    시골 재래시장, 항구, 초등학교에서 미국 솔(soul) 음악이 울려 퍼지고 현대무용 공연이 펼쳐진다. 베네수엘라 출신 안무가 다비드 잠브라노 씨(51)와 한국 안무가 밝넝쿨(본명 박넝쿨·33) 씨가 16∼20일 군산 영광 청주 등에 있는 여러 마을을 돌며 공연하는 ‘10 빌리지 프로젝트’다. 잠브라노 씨는 미국 뉴욕 주 예술진흥원 전문위원을 비롯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 20여 년간 활동해왔다. “네덜란드의 마을 교회에서 춤을 춘 적 있어요. 노인들이 많았는데, 모두 일어나 함께 춤을 추며 어울리더군요.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이거 한번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죠.” 이번 프로젝트는 잠브라노 씨가 50세 생일을 맞아 기획한 것으로 5개국 50개 마을을 도는 ‘50 빌리지 프로젝트’의 하나다. ‘10 빌리지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10개 마을을 돌며 공연한다는 뜻. 코스타리카 세네갈에서 공연을 했고 한국 다음에는 폴란드와 네덜란드로 향한다. 2007년부터 잠브라노 씨와 교류해온 밝넝쿨 씨가 올해 봄 코스타리카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한국 공연이 이뤄졌다. 밝넝쿨 씨는 “무용수들은 공연을 극장에서 보여주기만 하고 떠난다. 그러다보니 관객과의 공유, 유대가 부족하다”며 “이렇게 차를 타고 마을까지 가서 공연을 하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며 경험을 나누는 모든 과정이 이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말했다.코스타리카 - 세네갈 - 폴란드 등5개국 ‘50 빌리지’ 프로젝트 진행“처음엔 어색해하던 한국 분들조금 지나니 가장 열렬히 호응” 공연은 두 안무가를 비롯해 모잠비크 출신 무용수 호라치오 마쿠아쿠아, 에디발도 에르네스트 씨가 약 5분간의 독무를 연이어 선보이는 형태다. 전주시 전북대 예술진흥관, 군산시 대하면 재래시장,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 전망대와 해룡고, 전남 영광군 염산면 설도항에서 공연을 마쳤다.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홍성군 홍동면 팔개리 마을회관(18일), 경기 오산시 장당초등학교, 충북 진천군 화랑대공원 공연(19일)을 앞두고 있다. 사진작가와 의상담당 등 12∼15명이 25인승 버스를 타고 하루 12시간 이상 이동하는 강행군이다. 18일 예산으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은 잠브라노 씨는 “한국 관객들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잘 받아들인다. 고등학교에 가서 공연을 했는데 꼭 록 콘서트 같았다”며 “한국인들의 특징은 모두 다가와서 말을 걸고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잠브라노 씨는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는 동안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흙바닥과 시멘트바닥, 축구장 잔디 위에서도 춤을 췄다. 그는 “세네갈에서는 늘 뜨거운 모래 위에서 춤을 춰야 했다. 발바닥이 뜨거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나중에는 발밑의 흙을 조금 파낸 뒤 춤을 시작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웃었다. 밝넝쿨 씨는 “한국 관객들은 처음엔 어색해하는 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외국보다 훨씬 더 크게 호응해준다. 마을 어르신들이 나서서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며 “춤이라는 것이 원초적인 소통의 수단이고 언어를 뛰어넘는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젝트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IG아트홀 공연으로 마무리된다. “제가 공연을 다니는 마을 분들은 현대무용은커녕 춤 공연 자체를 본 적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하는 대신 순수하게 마음으로 받아들이죠. 제가 뭔가 그들에게 가르쳐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배우고 있답니다.”(잠브라노 씨)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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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스승에 길을 묻고…스승과 고민하다

    《‘학생이 스승에게 묻는다.’ 1991∼2001년 ‘하버드 철학 리뷰’에 실린 세계적 석학 14명의 인터뷰를 엮었다. ‘하버드 철학 리뷰’는 미국 하버드대 학부생들이 1991년부터 매년 한 권씩 발행하는 철학지.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 ‘정의론’ 저자 존 롤스, 소설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 정의에 관한 강의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을 비롯해 2007년 사망한 신실용주의자 리처드 로티, 20세기 대표적 논리학자 윌러드 콰인 등 세계 철학의 흐름을 주도해온 학자들을 인터뷰했다.》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하버드 철학 리뷰 편집부 엮음·강유원 최봉실 옮김/363쪽·1만8000원·돌베개하버드 철학 리뷰는 학부생이 만들지만 저명한 철학자의 에세이와 인터뷰, 하버드대 학생들의 소논문을 소개하는 전문 학술지로 인정을 받으며 1000곳 이상의 도서관과 대학, 학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인터뷰는 인터뷰를 넘어 때로 학문적 논쟁으로 번진다. 단지 학생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이라는 세계를 공유한 동지들 사이의 지적 교류로 읽힌다. 존 롤스의 인터뷰는 그가 평생 한 단 세 번의 인터뷰 중 첫 번째다. 다른 두 번도 학부생이나 학과 졸업생들과 한 인터뷰였다. 1971년 출간한 ‘정의론’은 민권운동 직후 베트남전쟁 중 출간돼 ‘정치적 정의’의 학문적 연구에 목말라 있던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는 비판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 비판으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느꼈지만, 그 덕분에 저의 관점을 좀 더 타당한 형식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생이 그에 대한 학문적 비판과 반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롤스가 답한 말이다. 뇌중풍이 여러 차례 재발했지만 사망 직전까지 자신의 사상을 끊임없이 보완하며 저서를 출간한 노(老)학자의 면모가 이 겸허한 대답에 드러난다. 정치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롤스는 “우리 같은 유권자로 구성된 시민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내용을 명확히 해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고 소통하는 것이 학문의 의무라는 뜻이다. 각 인터뷰는 학자들의 개인적 면모를 넘어 그들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그의 강의를 담은 책 ‘정의란 무엇인가’로 이목을 끌고 있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흔히 공동체주의로 불리는 자신의 사상이 시민 공화주의에 더 가깝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유주의는 도덕적 정치적 의무감을 이해할 수 없게 하는 자아라는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며 개인의 권리와 중립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전통을 비판한다. 그에 비해 시민 공화주의는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 공동의 목표를 타인과 공유하는 능력 등 자치(自治)에 필요한 인간의 능력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도 소설가이기보다 철학자로서 인터뷰에 임한다. “정신에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것이 무엇이건, 그것이 작은 땅속 요정의 춤이라 해도 ‘어떤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것, ‘어떤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한다’가 기호의 정의이며 고대부터 전해지는 기호학적 과정의 정의이기도 합니다.” 기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답이다. 그는 철학적 에세이를 쓸 때는 단일한 결론에 도달하려 하고, 소설을 쓸 때는 ‘다수의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사실’을 재현하려 한다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의 인터뷰는 ‘철학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읽을 만하다. 그는 책에 실린 학자들 중 유일한 흑인으로 철학 외에 인종, 성, 계급문제도 연구한다. 웨스트 교수는 “화성인이 내려와 미국의 그 위대한 철학자들의 저작을 읽는다면 인종문제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것”이라며 철학은 사회현실에 관한 학문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비겁함은 권위주의 정치의 실질적인 바탕이 됩니다. 비겁함은 증오와 병행합니다. …현재를 정말 대체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락하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서두르거나, 질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신뢰할 만한 대체물’을 만들어내는 지적 용기가 철학의 전성기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인터뷰는 미국 학계의 주류인 분석철학과 프랑스, 독일 학계의 주류인 대륙철학의 관계, 철학사 연구의 필요성, 인식론적 회의주의에 대한 논의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다. 학자 14명은 공통적으로 ‘철학이 현실에 대해 사유해야 하며, 사유의 힘은 고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낯설어할 만한 개념을 따로 설명해주거나 인터뷰의 뉘앙스를 살리지 못하는 기계적인 번역이 아쉽지만, 세계 철학의 지형도와 철학적 사유의 진면목을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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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문화사를 수놓은 천재들의 역사

    ◇예술가란 무엇인가/베레나 크리거 지음/조이한, 김정근 옮김괴테의 ‘예술가의 인생역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재능, 재능을 방해하는 주변 환경, 시민적 관습에서 벗어난 삶, 가난, 비극적 요절, 죽은 뒤의 명성…. ‘천재 예술가’에 대한 이 같은 관념은 르네상스 때 형성되기 시작했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뛰어난 예술가들을 통해 본래 하늘에서 주어진 것으로 생각되던 영감과 천재성이 실은 인간 내면에서 온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책은 영감과 천재성의 역사를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 미학 이론과 함께 엮었다. 르네상스 이후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사회적 구원자, 광기를 지닌 천재 등 다양한 성격의 존재로 생각됐다. 20세기 들어서는 뒤샹, 앤디 워홀 등 창작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반예술가가 등장했다. 하지만 1960년대 창작된 브루스 나우먼의 조각상 ‘분수의 모습을 한 자화상’은 ‘영감이 샘솟는 천재 예술가’의 이미지가 현대에도 공고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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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단신]‘제7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본선 경연’ 外

    ■ 제7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본선 경연이 21∼25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누아홀에서 열린다. 발레, 현대무용, 민족무용 등 부문별로 주니어와 시니어 분야에 11개국 146명이 참여한다. 각 분야 남녀 1, 2, 3위를 선정하며 전체 입상자를 대상으로 다시 그랑프리를 수여한다. 그랑프리는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으며 발레와 현대무용 남자 1, 2위 수상자는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다. 02-588-7570, www.sicf.or.kr■ 서양화가 장재형 씨의 개인전이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투명성을 지닌 육면체의 유리를 캔버스로 활용해 현대인들의 공존을 추상으로 구현한 작품 24점을 선보인다. 유리의 투명성 덕분에 다양한 추상이 연속적인 시리즈처럼 발생한다. 작가는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 15년간 작품 활동을 해왔다. 02-725-9256}

    • 201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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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하 정치사 연구…독립운동 편향 벗자”

    1932년 서울지역 전차를 운영하던 경성전기가 교외선 전차 노선을 폐지하고 버스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불편을 겪게 된 주민들은 즉시 반대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포, 청량리, 왕십리 등 각 지역에서 기성회를 결성해 주민대회를 개최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반대운동은 이듬해 2월까지 계속돼 결국 전차 노선 폐지를 중단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주민 대표자는 일제에 협력해온 조선인 유력자나 일본인이 대부분이었다. 운동 방식도 관계기관에 대한 로비와 진정 등 체제 순응적이었다. 하지만 전차를 많이 이용하는 서울 외곽지역 거주민은 대부분 조선인이었다. 노선이 폐지될 경우 주로 일본인이 거주했던 남부지역으로 개발이 집중돼 조선인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전차 노선 폐지 반대운동을 일제에 대한 저항 혹은 적응 중 한쪽 성격만 지녔다고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일제강점기 상수도, 토지, 학교, 교통 등 공공 영역은 조선에 사는 이들의 생활을 위한 것이면서도 일제가 일방적으로 만든 공공질서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를 ‘식민지 공공성’의 관점으로 바라본 학술서 ‘식민지 공공성, 실체와 은유의 거리’(책과함께)가 최근 출간됐다. 윤해동 성균관대 HK(인문한국)연구교수,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나미키 마사히토 일본 페리스여학원대 교수 등 12명의 논문이 담겨 있다. 서문을 쓴 윤 교수는 “그동안 식민지 시기 정치사 연구는 독립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독립을 말하기 어려웠던 일반인들의 일상 속 정치에 주목하자는 차원에서 공공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식민지 공공성’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정치적인 현상들을 지칭한다. 서재길 서울대 HK연구교수는 ‘식민지 시기 조선어 방송과 식민지 공공성’에서 주로 일제강점기 통치수단이었던 라디오방송에 주목했다. 경성방송국 라디오방송은 1933년 4월 조선어 전용 제2방송을 시작했다. 조선의 아악과 민요, 설화 등을 방송하기도 했다. 일제는 통치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조선인의 관심을 끌어야 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라디오는) 식민지 지배권력과 식민지 민중 사이의 헤게모니가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식민지 공공 영역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이기훈 목포대 역사학과 교수는 ‘1920, 30년대 보통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당시 보통학교 설립을 둘러싼 지역갈등을 다뤘다. 당시 일제는 1면 1교, 혹은 3면 1교로 학교 수를 규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학교를 각자의 생활권 내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면민대회나 진정서 제출, 등교거부 운동은 물론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교수는 “제국주의 국가권력이 모든 공(公)을 완벽히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며, 또 주민들의 입장에서 공을 전유해 나름대로 자신의 권익을 지키려는 노력이 여전히 존재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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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제이야기’ 20선]축제문화의 제현상

    《“일상의 순환구조와 축제 이미지의 본질을 살펴볼 때, 인간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는 긴장을 경험하고 그것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우면서도 실제로는 관념화된 도덕과 형식화된 규율 속에 매여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인간은 지속적으로 전복을 꿈꾼다.”》 ◇ 축제문화의 제현상/연세대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엮음/연세대출판부인간은 질서 속에 살면서 동시에 전복을 꿈꾸는 존재다. 일탈을 용인하는 축제는 인간의 이런 이중적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화현상이며, 축제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 삶을 깊이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축제를 연구한 논문 8편을 엮어 그 구조와 기능, 사회문화적 맥락을 밝히고 있다. 축제의 특징 중 하나는 ‘거대함’이다. 사람들은 크게 부풀린 머리장식과 옷으로 자신을 꾸미고, 거대한 가마나 마차를 타고 행렬을 벌인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눠먹기도 한다. 논문 ‘축제의 거인성과 거인 신화’는 이 같은 거인성을 고대 거인신화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식인’은 거인신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티브다. 그리스 신화 최초의 거인인 티탄들은 아버지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에게 맞선다. 그중 막내 크로노스는 자신이 아버지의 힘을 빼앗은 것처럼 아들들이 자신을 죽일 거라는 말을 듣고 아들을 낳는 대로 모두 잡아먹는다. 거인에게 먹히는 것을 달리 해석하면 강력한 자연의 힘을 자신의 내부로 불러들여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부정하고 초인이 되는 과정이다. 거인성을 강조하는 축제 역시 불운에 대비하고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것 외에도 초자연적 힘을 자신의 내부로 불러들이고 정신과 육체, 인간과 문화의 이분법적 질서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논문 ‘전통축제모형으로서의 남사당패놀이’는 남사당패 놀이의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면서 그 안에서 우리나라 전통축제의 원형을 찾아내고 있다. 남사당패 놀이에 드는 비용은 모두 마을이 부담했고 놀이 기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일손을 놓아야 했다. 일상의 질서가 무너질 위험도 컸다. 그 때문에 놀이를 펼쳐도 된다는 허가가 나는 경우(‘곰뱅이를 트다’라고 표현)는 아주 드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남사당패 놀이를 종종 허용했던 이유는 그만큼 남사당패 놀이를 통해 마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축적된 욕망을 풀어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뜻이다. 남사당놀이의 절정은 꼭두각시놀음으로, 논문은 등장인물 홍동지가 축제 구성원의 욕망과 꿈을 응축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붉은 몸을 한 홍동지는 몰락한 양반이지만 날품팔이로 일을 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한 인물이다. 그는 크게 세 가지 극적 행동을 하는데 상좌와 소무가 서로 희롱하는 장면에 개입해 꾸짖고, 등장인물을 잡아먹는 이시미를 퇴치하며, 평안감사(혹은 그의 어머니)의 상여를 밀고 나간다. 우스꽝스러운 춤과 유희를 통해 무질서와 재앙, 죽음을 극복하는 홍동지는 축제의 기호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존재다. 축제에서 가면이 지니는 의미를 신성성과 타자성의 획득, 대조성의 결합 등으로 분석한 논문 ‘가면의 다중적 의미와 가면축제의 맥락적 이해’, 서구 카니발이 근대로 오면서 시민들의 자기표현의 장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한 논문 ‘독일 중세와 근대 카니발의 사회적 기능’, 환상이 축제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한 논문 ‘축제와 환상’ 등도 실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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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를 통해 본 대한민국 근현대사/1부]항일 투쟁을 이끌다

    1920년 7월 12일 서울 정동 특별법정에서는 대대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피고는 민족대표 48인.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인쇄 배포하는 데 적극 참여한 이들이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가운데 3·1운동 직후 해외에 망명해 체포되지 않은 김병조와 구금 중 사망한 양한묵을 제외한 31인, 여기에 박인호 등 17인이 포함됐다. 정동의 공판정 입구는 새벽부터 방청객들로 붐볐다. 1920년 7월 12일자 동아일보는 1, 2, 3면에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금일(今日)이 대(大)공판’. 1면은 48인의 얼굴사진으로 지면을 가득 채웠다. 조선총독부의 언론 검열을 전혀 개의치 않는 과감한 보도였다. 동아일보는 다음 날인 1920년 7월 13일 3면과 14일 3면에도 ‘조선독립운동의 일대사극(一大史劇), 만인의 주목할 제1막이 개(開)하다’ 등의 공판 기사를 이어갔다. 15일에도 3면 전면, 16일에는 2, 3면 전면을 통틀어 피고인들의 답변 속기록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 후에도 재판과정을 지속적으로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이 같은 보도를 통해 3·1정신을 일깨우고 독립의 당위성과 항일의지를 북돋웠다. 1926년 12월 28일. 나석주 의사는 식산은행과 동양척식회사에 잇달아 폭탄을 투척했다. 일제는 즉각 보도금지 조치를 내렸다. 보름 뒤인 1927년 1월 13일 보도금지가 해제되자 동아일보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호외를 냈다. ‘백주 돌발한 근래초유의 대사건’, ‘위선 식산에 일탄(一彈)!’. 일제 경찰은 허락받지 않은 내용이 담겼다며 이 기사를 삭제하고 호외를 압수했다. 동아일보는 다음 날인 1월 14일 다시 ‘호외의 호외’를 냈다. 의거를 더 상세히 보도하고 일제의 보도통제를 고발했다. ‘라석주 사건에 대하야 작일(昨日) 호외를 발행하엿스나 여러 차례나 당국의 삭제를 당하고 다시 호외를 발행하야 시내에 배포하엿스며 지방에는 금일 본지와 함께 배송하엿삽.’ 탄압이 심해질수록 필봉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上海) 훙커우(虹口)공원 폭탄투척 의거가 일어났다. 그날 동아일보는 호외를 발행했다. 윤봉길 의사의 영정을 봉안한 충남 예산군 덕산면 충의사 홈페이지는 “동아일보가 재빨리 호외로 윤 의사의 의거를 최초로 알렸다”고 소개하고 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호외를 한 번 더 발행해 의거의 주인공이 조선 청년 윤봉길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다음 날인 30일엔 이를 종합한 속보형 호외까지 냈다. 윤 의사 쾌거를 알리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호외를 발행한 것이다. 1920년 4월 강우규 의사의 공판 보도, 1922년 3월 김익상 의사의 공판상황 현장중계 보도, 1932년 1월 이봉창 의사 의거 호외 보도 등 동아일보의 독립운동 관련 보도는 쉼 없이 이어졌다. 독립운동에 대한 일제의 보도 통제가 극심했던 상황에서 연이은 대서특필로 민족정신을 고취한 것이다. 1920년 11월엔 동아일보의 장덕준 기자가 만주 훈춘에서 일본군이 독립군을 토벌하고 교민들을 대량 학살한다는 소식을 듣고 단신으로 건너가 이를 취재하던 중 일본군에게 희생되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한시준 단국대 교수(독립운동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일제강점기 곳곳에서 항일투쟁이 일어났다. 그 투쟁은 널리 알려져야 했다. 그래야 힘을 얻고 많은 사람들의 독립의지와 민족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일투쟁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민족의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다. 독립해야 한다는 민족의식. 그 역할을 동아일보가 한 것이다. 윤봉길 의사 의거를 호외 보도한 것을 예로 들면, 총독부의 언론통제가 극심하던 상황에서 호외를 발행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런 기사를 보도했다는 것 자체가 치열한 독립운동이었다.” 독립을 향한 동아일보의 열망은 국경을 넘나들었다. ‘지난해 세계약소민족의 해방운동은 과연 어떠하였는가. 동일한 처지에 처한 우리로서 이를 회고하여 보는 것도 또한 도로(徒勞)는 아닐 줄로 안다.” 1926년 1월 1일, 동아일보는 세계 약소민족의 독립투쟁 신년특집 기획 시리즈 ‘을축년간(乙丑年間) 약소민족운동 운강(雲岡)’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어 1929년과 1934년에도 세계 약소민족의 저항과 독립 투쟁을 신년특집 시리즈로 보도했다. 전 세계 피압박 민족의 독립투쟁을 한국인에게 각인시켜 독립의식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1920년 4월 중국의 배일(排日) 항쟁 기사 등 1920년대 내내 중국에서의 항일운동을 소개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 아래 신음하던 인도의 독립투쟁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1920년 7월 2일자 1면 사설 ‘인도에 민족자결주의 적용 결의’에선 ‘한 민족의 운명은 그 민족의 자유의사에 의해 그 민족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민족자결주의를 지지했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보도는 민족정론지로서 항일투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수행한 것이다. 국가보훈처가 발행한 ‘독립운동사 8권-문화투쟁사’는 이렇게 기록해 놓았다. “동아일보의 의도하는 바는 이를 통해 오늘을 개탄하고 내일을 기약하면서 나라 잃은 민족의 구심점을 찾는 데 앞장서는 것이었다.”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동병상련’ 인도의 격려 ▼간 디 “무저항적 수단으로 조선 독립 이루길”타고르 “아시아의 등불… 동방의 밝은빛 되리” 1926년 11월 26일 인도 사바르마티의 아슈람(ashram·수행자 공동주거지)에서 ‘코리아의 서울’로 날아온 영문 편지다. 발신인은 모한다스 K 간디, 수신인은 동아일보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이었다. 동아일보는 1927년 1월 5일자 2면 톱기사에 ‘간듸 씨의 멧세지’를 얼굴과 편지봉투 사진, 경력 요약문, 영어 원문과 함께 실었다. 이 편지는 1926년 10월 12일 인촌이 간디에게 쓴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사바르마티에 보관돼 있는 영문 편지에서 인촌은 “당신은 조선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우리에게 당신은 이방인이 아니다.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는 조선을 위해 선지자(先知者)인 당신의 고언을 청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창간 이후 지속적으로 영국 식민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벌여온 인도와 그 나라의 정신적 지도자 간디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방식으로 일제 식민 지배를 겪고 있는 조선인들에게 독립 정신을 일깨웠다. 동아일보에서 인도의 독립을 위한 간디의 외침은 곧 일제의 지배를 벗어나고자 했던 우리 민족의 목소리이기도 했던 것이다. 1929년 4월 1일자에는 “인도인 군중에게 영국제 면포(綿布)를 불살러버리라고 부르지진 마하도마 간듸 씨가 벌금 65전을 물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간디가 이끈 인도 독립투쟁과 영국의 탄압을 전한 동아일보의 기사들은 1920년 9월 25일 제1차 무기정간 사유 중 하나가 됐다. 1939년 11월 11일자 1면에는 ‘인도 독립을 위하여 최후까지 투쟁, 간디 옹 언명’이라는 기사를 간디의 사진과 함께 실었다. 석간 1판에 실렸던 이 기사는 검열로 인해 다음 판부터 사라졌다. 1929년 4월 2일자 2면에는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일본에서 만난 동아일보 도쿄지국장 이태로에게 건넨 시가 게재됐다. 동아일보는 캐나다 여행을 마치고 일본에 잠시 들른 그를 서울로 초청해 강연회를 열고자 했지만 타고르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다가 동행한 미국인을 통해 이 글을 전했다. “일즉이 아세아의 황금시기에/빗나든 아세아 등촉(燈燭)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비치(빛이) 되리라.” 1913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인도의 시성(詩聖)이 일제강점기 조선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고 격려하기 위해 시를 써내려간 것이다. 영어 원문 번역은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장을 지낸 시인 주요한이 맡았다.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유적 보존… 학술활동 지원… 3·1정신 계승 발전 선포 ▼동아일보의 지속적인 ‘선양 운동’언론사론 첫 ‘3·1문화상’ 받기도 “…본사에서는 전국적으로 3·1유적보존운동을 일으켜 3·1정신을 우리 민중의 가슴 속에 새겨두고자 합니다. 이 운동은 남녀노소, 전국의 모든 애국동포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1965년 4월 1일자 동아일보) 1965년 4월 1일, 동아일보는 창간 45주년을 맞아 6대 사업 중 하나로 3·1유적보존운동을 펼친다고 선언했다. 당시는 한일회담 반대 데모로 국론이 분열되던 시기. 전 국민이 한마음이 됐던 3·1운동의 정신을 새겨보자는 취지였다. 이 운동을 통해 전북 익산, 충북 영동, 강원 횡성 등 전국의 3·1운동 관련 지역에 3·1운동기념비가 건립됐다. 이후 동아일보의 3·1정신 선양사업은 1969년 3·1운동 50주년 기념 논문집 발간으로 이어졌다. 이 논문집은 논문 76편, 총 1086쪽이라는 방대한 규모로 이희승 김상기 오천석 김성균 신기석 등 국내 학자는 물론이고 해외 학자까지 참여했다. 1989년에는 3·1운동 70주년 기념 심포지엄 ‘3·1운동과 심포지엄’도 주최했다. 국내 학자는 물론 재일동포, 재중동포 사학자들이 참여하는 등 국제적 학술대회였다. 2000년대에는 2008년 기미독립선언서 재조명, 2009년 민족대표 48인 재조명 기획이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겼다. 동아일보는 2008년 3·1문화재단이 3·1운동 정신을 고양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여하는 3·1문화상 특별상을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수상하기도 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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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史·哲의 향기]‘히잡 속의 인권 외침’… 그녀들이 움직인다

    ◇이슬람과 페미니즘/하이다 모기시 지음·문은영 옮김/295쪽·1만5000원·프로네시스최근 유럽 전역에서는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가 히잡 착용을 전면 금지한 일 때문이었다. 히잡이 여성 억압의 상징이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견해와 문화적 전통이므로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했다. 이처럼 무슬림 여성의 인권은 지금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며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저자는 무슬림 여성이자 사회학자이며 이란 여성연합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가 어떤 식으로 서구와 이슬람 지식인들에게 이용돼 왔는지를 밝히고 미래를 전망한다. 서구의 무슬림 여성 이미지는 ‘아라비안나이트’와 연관이 있다. 무자비한 무슬림 남성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무력한 존재이자 서양 남성의 환상을 충족시킬 만큼 성적으로 매혹적이다. 제국주의 시기 여성에 대한 억압과 학대를 당연시하는 이슬람문화는 마치 악마처럼 취급받았다. 이 같은 오리엔탈리즘은 유럽의 식민정책과 이슬람 혐오증을 정당화했다. 저자는 “식민화 과정에서 무슬림 여성의 역할과 지위 문제는 서양이 동양을 타격하는 각목이 되곤 했다”며 무슬림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자고 외치는 서구 사회의 동기가 결코 순수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이슬람 사회에서는 수동적인 것에서 독립적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무슬림 여성상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이때 히잡은 전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여성의 참여와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모두 똑같이 쓰기 때문에 계급적 차이도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서구의 부패한 소비주의에서 자신을 지킬 수도 있다. 이른바 이슬람페미니즘의 등장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역시 무슬림 여성들의 현실을 무시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여전히 경제적 계층은 히잡 아래의 옷차림, 혹은 히잡의 소재와 디자인을 통해 구분된다. 여성을 제약하는 법안과 관습 역시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이슬람 사회의 시도가 상당 부분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 역시 지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서구의 지식, 합리성, 근대성에 대한 거부에서 시작됐다. 그 결과 문화적 다양성과 상대주의를 강조하며 서구 중심의 근대화를 반대한다. 서구에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슬람원리주의와 일부분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은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까지도 다양성과 상대주의의 범주에 놓으며, 그동안의 여성인권신장을 부정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이슬람원리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를 통해 무슬림 여성의 인권이 주로 서구에서 유입된 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돼 왔음을 드러낸다. 동시에 이란의 여성인권탄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며 여성인권운동이 이슬람 사회 내부의 여성들에게서 촉발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저자는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는 ‘여성들이 (여성 억압에 대한) 반대 담론과 반문화 정치학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을 때’ 비로소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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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클래식음악은 실생활과 뗄 수 없는 사이

    ◇나머지는 소음이다/알렉스 로스 지음·김병화 옮김/896쪽·4만5000원·21세기북스1900년부터 2000년까지 20세기 클래식음악의 역사와 변화상을 한 권에 담았다. 말러 스트라빈스키 시벨리우스 등 유명한 작곡가와 연주자의 삶에 담긴 구체적 실화뿐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음악 창작에 깊이 관계한 제작자나 기업인, 정치인 등 음악 바깥의 이야기도 풍부히 담아냈다. 재즈와 록 등 대중음악이 클래식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도 설명한다. 난해하며 어떤 이에게는 소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20세기 클래식 음악이 실제로는 역사와 우리의 실생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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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읽는 서울]“찾아가는 도서관, 내일도 꼭 오세요”

    “여러분, 도서관은 책을 읽으러 가는 곳이죠? 그런데 오늘은 도서관이 여러분을 찾아왔어요.” 서울 중랑구 면목5동 만나지역아동센터는 차 한 대 지나가기도 어려운 좁은 골목, 다닥다닥 붙은 집 사이에 자리해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어려운 형편의 아이 50여 명이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7일 오후 4시 이 센터의 공부방에 초등학생 7명이 모였다. 서울 중랑구립정보도서관의 ‘찾아가는 도서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동화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를 읽고 토론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도서관에서 나온 토론강사 김영란 씨가 “먼저 인사하고 시작하자”며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은 어색한 듯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수업은 책 내용의 일부를 연극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직접 등장인물이 되어 본 뒤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적어 보는 순서로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작았던 아이들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다. 공룡 옷을 입을 수 있는 주인공 토토 역할에 아이 두 명이 한꺼번에 지원하자 김 씨는 “어떻게 할래?”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로 정하자”고 했다. 역할을 정하고 연극을 연습하는 과정 모두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도록 진행됐다. “우리 주변에 정말 공룡 같은 친구는 없을까요? 그런 친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배려심 있게요!” “그럼, 배려가 뭘까?” “입장 바꿔 생각하는 거예요.” 30분 정도 역할극을 한 뒤 아이들은 느낀 점을 색종이에 써서 원하는 모양으로 오려 도화지에 붙였다. ‘토토야 미안해. 많이 아프지.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아이들아 토토가 공룡이라고 해도 너희에게 피해 준 거 없으니까 토토의 맘도 이해해줘’와 같은 글들이 구름, 사과, 하트, 책 모양의 색종이들을 수놓았다. 수업이 끝나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선생님 내일 또 와요?” “재미있어요. 또 오세요.” 박창조 만나지역아동센터장은 “센터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의 무관심과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사교육은 상상도 하기 힘들다”며 “수업을 들어 보니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생각하도록 돕는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도서관’은 중랑구립도서관이 중랑구 내 지역아동센터 10곳을 대상으로 6월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도서관을 찾아오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책과 친숙해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서울문화재단 캠페인 ‘책 읽는 서울’의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대상도서로 선정된 책 가운데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와 ‘국경 없는 마을’을 각 센터에 나눠준 뒤 전문 강사와 사서가 찾아가 한 시간가량 수업을 한다. 역할극 외에도 내가 선택한 나라의 문화책자 만들기, 신문을 활용해 세계지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모두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도록 돕는다. 도서관 사서 이지유 씨는 “대부분의 센터들이 센터장들의 사비와 구청 지원금으로 어렵게 운영되고 있어 전문적인 외부강사를 쓸 형편이 되지 않는다. 보통 학과공부를 도와주는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찾아가는 도서관’ 프로그램은 전문강사의 독서수업이라는 점에서 1년씩 장기간 수업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 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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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인연… 여유… 한국정서가 춤춰요”

    “‘벽오금학도’의 밑뿌리만 가져와서 다른 나무를 키워봤습니다. 소설 ‘벽오금학도’를 그대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제 안의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목도 ‘도’를 뺀 ‘벽오금학’입니다.” 안무가 홍승엽 씨와 소설가 이외수 씨가 만난다. 홍 씨는 동양적 선의 세계와 인연의 힘을 그려낸 소설 ‘벽오금학도’를 춤 ‘벽오금학’으로 탈바꿈시켜 9, 10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선보인다. ‘벽오금학도’는 어린 시절 선계의 마을인 오학동에서 며칠을 보낸 뒤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소년 강은백이 신선이 준 그림 ‘벽오금학도’를 지니고 다시 오학동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 오학동은 대상에 아름다움을 느끼면 자아가 대상과 합일돼 만물에 존재할 수 있는 ‘편재(遍在)’의 세계다. 홍 씨는 ‘아큐정전’을 소재로 한 ‘아큐’, 희곡 ‘에쿠우스’를 소재로 한 ‘말들의 눈에는 피가…’ 등 문학작품을 자주 활용해왔지만 한국작가의 장편을 원작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찾은 서울 광진구 능동 댄스씨어터온 연습실에서는 구석에 앉아 붉은 실뭉치를 정리하는 단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붉은 실은 홍 씨가 소설의 복잡다단한 줄거리를 추상화하기 위해 가져온 모티브다. 작품 첫 장면, 무용수들은 인연을 상징하는 이 실로 서로의 몸을 얽은 채 느릿느릿 움직인다. 연극적 성격이 강한 작품 전반부가 지나면 후반부 30여 분은 오로지 춤만 펼쳐진다. 피날레의 배경음악은 의아하게도 헨델의 음악이다. 홍 씨는 “가장 춤을 추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관객들이 춤 자체에 빠져들어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그래서 공연장 자체가 오학동으로 변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 책을 출간 당시인 1992년경 읽었다.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이 작품을 다시 꺼내든 것은 지난해 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계속해서 자문하다 보니 그들(서양)이 갖고 있지 않은, 우리만의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소박함, 여유, 만물에 자신을 이입할 수 있는 감수성, 그런 한국적 정서의 핵심을 담은 작품이 ‘벽오금학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만들기 전 이외수 씨와 e메일을 주고받았고 올해 3월에는 직접 이 씨가 사는 강원 홍천군 감성마을을 단원들과 찾았다. 하지만 이 씨가 작품을 어떻게 볼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서로 영역이 다르다. 독립적인 작품”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 대신 연습실 옆 게시판에는 이 씨가 직접 특유의 목저체(나무젓가락으로 쓴 글씨)로 써서 선물했다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관람하는 순간 모든 이들이 선계(仙界)에 들리라.” 2만∼4만 원. 02-3436-9048, 1544-5955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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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일상서 감성 꽃피듯 광고 모티브도 인문학이 딱”

    《“여기 오신 선생님들은 청류(淸流)고, 이렇게 맨발에 슬리퍼 신고 다니는 저는 탁류(濁流) 중의 탁류가 아닐까 하는데요. 어떻게 저 바깥의 저잣거리가 돌아가고 있는지를 오늘 한번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의 한 강의실. 굵은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중연의 교수 연구원 등 50여 명이 이날 연구전문직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정장 차림이었지만 강단에 선 강연자는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삭발한 머리, 뿔테 안경으로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광고기획사 TBWA코리아의 박웅현 전문임원(사진)이었다. 그는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청바지와 넥타이는 평등하다’ 등 인기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칸 국제광고제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박 임원이 준비해 온 파워포인트 자료를 화면에 띄우자 자두가 그려진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 물음표가 떴다. “과연 아이디어는 어디에 살까요?”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아이디어를 낼 때는 잘 모르지만 나중에 복기(復棋)해 보면 그때야 책, 그림, 음악 그리고 일상 속에 아이디어가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고 말했다. “비발디는 저한테 씹다 버린 껌이었어요. 초등학교에서 배우고 사방에서 벨소리로 나오는 익숙하고 지겨운 음악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비발디의 음악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지더군요.”이 체험을 통해 그는 한 피로해소제 광고에 비발디의 ‘사계’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하고 ‘××× 씨의 피로회복제는 상상력입니다’라는 카피를 내놨다. 2004년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에서 본 앙리 루소의 ‘꿈’을 통해 얻은 영감은 2008년 이동통신 광고의 밑바탕이 됐다. 김화영 산문집 ‘바람을 담는 집’에서 읽은 폴 세잔의 말 ‘나는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는 한 정유회사 광고의 ‘생각이 에너지다’라는 카피로 바뀌었다. 박 임원이 이날 강연을 하게 된 것은 TBWA코리아와 한중연의 인연 덕분이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등의 책을 낸 박 임원에게 5월 말 한중연이 TBWA코리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학 대중화 프로그램 ‘미루(美樓)’를 열자고 제안했고, 이날 강의는 그 답례로 마련됐다. 2009년 시작한 ‘미루’ 프로그램은 한중연 내에서만 진행돼 왔으나 TBWA코리아에서 처음으로 외부에서 열렸다. 앞으로도 외부 강의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박 임원은 “우리 회사에서 열린 미루 프로그램에서 한형조 교수님이 퇴계가 ‘일상(日常)이 곧 성사(聖事)다’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단원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를 봐도 그렇다. 그냥 말 타고 가는 평범한 일상인데 그걸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잘 감동받는 분들이었다. 바로 그게 창의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의 핵심을 ‘일상’이라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순간을 광고로 만들어야 마음을 끌 수 있으며 일상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해낼 줄 아는 감성은 인문학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문학은 수원지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여있는 인문학이 아니면 아이디어를 어디서 찾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TBWA코리아에서 고미술사를 강의했고 이날 박 임원의 강연에도 청중으로 참석한 윤진영 한중연 국학자료연구실 연구원은 “TBWA코리아에 가서 강의를 할 때 직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옛 그림을 한 장 보여줄 때마다 ‘우와’ 소리가 나며 반응이 좋았다”며 “원래 TV를 거의 안 보는데 그날 이후 광고만 따로 챙겨본다.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보며 우리는 연구를 하며 그런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 임원은 인문학자와 사회의 소통을 강조하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현대사회는 결핍이 결핍돼 있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을 제대로 느낄 수 없죠. 하지만 인문학을 접하고 나면 달라집니다. 인문학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사람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여기 인문학 하시는 분들이 바깥과 소통을 많이 하시길 바라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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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史·哲의 향기]톨스토이는 고슴도치일까, 여우일까

    ◇고슴도치와 여우/이사야 벌린 지음·강주헌 옮김/188쪽·1만1500원/애플북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 문호 톨스토이에 관한 이 책은 엉뚱하게도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말로 시작된다. 저자는 이 말이 두 가지 인간의 유형을 뜻한다고 해석한다. 모든 것을 하나의 거대한 구조에 근거해 이해하는 이들은 고슴도치형, 서로 모순되기도 하는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이들은 여우형이다. 고슴도치형에는 플라톤 헤겔 니체 도스토옙스키, 여우형에는 아리스토텔레스 에라스무스 괴테 푸시킨이 해당한다. 톨스토이는 둘 중 어느 쪽으로도 분류하기 애매한 인물이다. 그는 작가이자 사상가 예언자였다. 삶의 다양한 측면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묘사했던 여우형 인간이자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거대한 구조를 발견하고자 했던 고슴도치형의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철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저자는 톨스토이의 대표작 ‘전쟁과 평화’를 바탕으로 그가 어떻게 고슴도치와 여우의 양면을 드러냈는지 분석하고 톨스토이가 그 사이에서 겪은 고뇌를 추적해간다. 2007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으로 톨스토이의 100주기를 맞아 새로 출간됐다. ‘전쟁과 평화’ 속에 나타난 톨스토이의 역사관에 저자는 주목한다. 1812년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원정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톨스토이는 전쟁의 참혹함을 삶에 대한 의지로 헤쳐 나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세밀하게 포착해냈다. 그는 영웅 나폴레옹과 실제 역사를 살아가는 개인을 상징하는 농부 플라톤 카타라예프를 소설 속에서 대비시킨다. 등장인물이 겪은 사건이 소설 속의 ‘공식 발표’ 속에서 왜곡된 채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는 설정도 자주 등장한다. 이는 기존 역사가들의 역사 서술을 전복하려는 톨스토이의 의도를 보여준다. 흔히 역사가들은 나폴레옹 같은 영웅이나 시대정신, 어떤 거대한 구조가 역사를 움직인다고 설명하지만 톨스토이의 관점에서 이는 실제로 역사를 살아가는 개인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거짓 역사다. 이 같은 전복을 가능케 하는 것은 톨스토이의 탁월한 재능이다. 저자는 “톨스토이는 특유의 속성, 즉 어떤 대상이 다른 모든 대상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특정한 속성을 찾아내는 데 천재적 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다채로운 삶의 본질을 포착하고 이를 묘사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타고난 여우형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최종 목적은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혼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톨스토이의 목표는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역사가 무엇으로 이뤄지는지 찾아내 역사를 재창조할 수 있어야 했다.” ‘전쟁과 평화’ 에필로그에서 등장인물들은 10여 년간의 풍파와 고뇌 끝에 일종의 평화를 얻는다. 마치 세상이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이제 깨달았다는 듯한 평화다. 그러나 세상을 움직이는 근원이 무엇인지 톨스토이는 끝까지 답하지 못한다. 전체를 보는 것처럼 말할 뿐이었다. 고슴도치가 되고자 했지만 될 수 없었던 타고난 여우. 저자가 보는 톨스토이의 진짜 모습이다. “그가 본 것은 하나의 일체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세분화하는 미세한 것들, 무수한 개체로 나뉜 세계를 보았다. 떨쳐낼 수도 없고 변하지도 않는 재능, 곧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자신의 명철함에 톨스토이는 미치도록 분노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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