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감성 ‘세레나데’… 세밀한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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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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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발레시어터 15돌 기념 공연 안무가
제임스 전-안성수 씨 강렬한 개성 선보여

“졸업하고 나서 학교를 찾은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재학생 중에 한국인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발레 역사 수업이었던가? 강의실에 가봤는데 안성수 씨가 먼발치에 앉아 있었죠.”

“아, 그랬나요? 전혀 몰랐어요.”

두 사람이 마주앉자 학교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 씨와 현대무용 안무가 안성수 씨는 미국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무용원 동문이다. 전 씨가 1985년 졸업, 안 씨가 1989년 입학해 함께 배운 시기는 없다. 두 사람은 27, 28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서울발레시어터 15주년 기념공연 ‘모던발레프로젝트 JOY’에 함께 작품을 올린다. 안 씨는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3번 ‘에로이카’를 음악으로 한 신작 ‘영웅’을 내놓는다. 전 씨는 1999년 초연한 ‘세레나데’를 일부 리메이크해 무대에 올린다.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음악으로 사용했다.

16일 오후 찾은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영웅’ 연습을 하는 서울발레시어터 단원들 사이에 조용한 긴장감이 흘렀다. 음악의 모든 박자를 동작으로 표현하려는 듯한 빠르고 세밀한 움직임이 20여 분의 작품 안에 꽉 찼다. 넓은 무대에서 하는 연습이 처음이라 실수도 이어졌지만 안 씨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베토벤의 음악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동작으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16명이 나오는데 이렇게 큰 규모의 작업도 오랜만이고요.”

이어 ‘세레나데’ 연습이 시작됐다. 특징은 남녀를 가리지 않은 흰색 치마. 긴 치맛자락을 손에 들고 무대를 가로지르는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갈매기의 날갯짓을 표현했다. 무용수 중 몇 명이 치맛자락을 잘못 잡아 길이가 훌쩍 짧아지자 먼발치에서 보고 있던 전 씨는 “다리 다 보인다! 치마 똑바로 잡아야지!”라며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때 경험은 두 사람의 작품세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현대무용과 모던발레로 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성이 강한 안무를 선보인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영웅’ 동작이 음 하나하나를 정확히 짚고 넘어간다면 ‘세레나데’의 동작은 음악을 타고 흐르듯 감성적이다. 전 씨는 “음악원과 무용원이 함께 있어 공짜 오케스트라 공연도 많았고 음악전공 학생들과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때 배운 게 지금까지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 씨도 “학교 때 청음시험을 보던 게 기억난다. 안무에서 음악은 50% 이상의 역할을 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모던발레와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함께 공연을 올리는 이유 역시 ‘배운 것을 실천하기’에서 출발한다. “줄리아드를 다닐 때는 여러 선생님의 다양한 스타일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몸이 자유로워지고 안무에 대한 생각도 넓어졌죠. 우리 발레단 단원들도 같은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전 씨) “무용수들이 새로운 움직임을 잘 받아들여 오히려 제가 배우고 있어요. 이런 작업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열심히 춤추는 무용수들이 곧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안 씨)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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