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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하면 뭐가 연상되십니까. 노란 택시, 브로드웨이, 레스토랑, 높은 빌딩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뉴욕만이 가진 특유의 생동감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이 살고 싶어 하고, 해외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이겠죠. 그런데 요즘 ‘리빙 뉴욕’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리빙’은 ‘leaving,’ 즉 ‘뉴욕 떠나기’ ‘뉴욕 탈출’ 러시를 말합니다. 이유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죠.사실 코로나19 이후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는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입니다. 학계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죠. 특히 세계질서가 전쟁이나 갈등으로 이어질지, 평화 공존 시대가 올지는 정치 경제 분야를 가릴 것 없이 학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입니다. 국제관계의 미래상은 코로나19를 체감하는 일반 국민에게 별로 실감나지 않는 주제입니다. 다만 ‘리빙 뉴욕’처럼 사회 안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이동 움직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코로나19 이후 ‘리빙 뉴욕’ ‘뉴욕은 끝장났다’ 등은 화제의 검색어가 됐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에 올라온 ‘뉴욕은 영원히 죽었다’라는 글은 수만 뷰를 기록 중입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워낙 비관론이 우세해지자 뉴욕 출신의 유명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트는 최근 NYT 기고에서 “코로나 때문에 며칠 극장에 못 갔다고 너무 청승 떨지 마라. 뉴욕의 에너지는 건재하다”고 반박하기도 했죠. 화제의 링크트인 글은 뉴욕이 전통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로 경제적 기회, 문화, 음식 등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 같은 3대 동인(動因)이 사라지면서 2001년 9·11 테러 같은 초대형 악재도 견뎌냈던 콧대 높은 뉴요커들이 짐을 싸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의 명소들이 고스트타운(유령도시)처럼 변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시사뉴스 프로그램들의 단골 소재가 됐습니다. 뉴욕 부동산은 임대건 매매건 코로나19 이전보다 30~50%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인구가 유입되는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애틀랜타 등 다른 대도시들은 시세가 오르고 있죠.사실 지금 뉴욕을 떠나는 사람들은 후발주자들입니다. 1차 탈출은 3월초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 2차는 6월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을 때, 지금은 재 확산으로 위기감을 느낀 3차 그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뉴욕을 떠나지 않는 것은 파크 애비뉴와 피프스 애비뉴 주민들뿐’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뉴욕의 부촌인 양대 애비뉴 주민들은 이미 다른 곳에 ‘세컨드 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뉴욕 탈출 러시를 ‘잠시 스쳐지나가는 넋두리’라고 반박합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거죠. 사실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인들은 옮겨 다니며 산다는 것에 우리만큼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명성을 잃게 된다면 그동안 뉴욕을 칭송해온 그 많은 대중가요, 영화 등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두 번째로 큰 로스앤젤레스(LA)가 대표 도시로 등극할까요. LA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뉴욕만한 아우라가, 깊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전국 골고루 코로나19가 발생하는 것이 큰 폭의 인구이동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왠지 위로가 되기까지 합니다. 애초에 뉴욕과 서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중견 유통회사에 다니는 김모 대리(31)는 요즘 고민이 많다. 취업한파 시대에 일단 취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직장을 보는 눈이 생기기 마련이다. 김 대리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 ‘연봉 수준이 높은 회사’다. 여기에 ‘복지 혜택이 좋은 회사’라면 금상첨화다. 김 대리는 특별하지 않다. 모든 직장인들은 이 ‘3박자’를 갖춘 회사를 찾는다. 다만 모든 것을 갖춘 회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지 않겠는가. 김 대리는 인터넷을 폭풍검색하고 친구들로부터 얻는 정보를 종합해 식품업계에서 하이트진로가 이런 조건들에 근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상장 식품기업들의 업무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하이트진로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5.5년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 식품기업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0여 년인 것에 비해 5년 이상 길다. 좋은 직장의 3대 조건은 근속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근속연수가 긴 회사는 복지수준이 높은 회사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요즘처럼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복리후생이 경제적 보상보다 우선된다. 하이트진로는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없애기 위해 2015년부터 ‘PC OFF’제를 도입했다. 또 매달 ‘연차 사용 권장 캠페인’을 벌여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 보장되도록 적극 권장한다. 이 밖에도 자녀 학자금, 본인 및 가족 의료비 지원, 장기근속자 포상, 복지카드 지급, 연금지원, 재해위로금, 사외교육, 동아리 지원, 기숙사 운영 등 탄탄한 복지제도 덕분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회사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전체 직원 중 정규직 직원 비율이 97.4%에 달할 정도로 고용안정성도 높다. 상장 식품기업들의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평균 연봉은 9598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장기근속 사원들이 회사의 연봉 수준을 높이고, 고(高)연봉에 대한 기대감이 회사를 오래 다니도록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참이슬’이라는 부동의 1위 소주 브랜드 영향력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아닌 ‘한 우물을 판다’는 전문 주류기업의 이미지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하이트(맥주)’에만 안주했다면 정체된 기업 이미지가 따라다녔을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내놓은 ‘테라(맥주)’와 ‘진로(소주)’가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하이트진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테라’는 올해 5월 말까지 8억6000만 병이 판매되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적자를 보여 온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은 올 1분기에 88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통의 강자인 소주 사업 부문에서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분기 소주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148.9% 성장한 463억 원에 달했다. 회사명을 그대로 제품명으로 사용한 ‘진로’는 출시 13개월 만에 3억 병을 돌파했다. ‘진로’ 홍보를 위해 가수 비와 함께 진행하는 ‘1일 1깡’ 디지털 캠페인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진로’ 출시 1주년을 맞아 일본, 미국, 중국 등 7개국에 수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소주 세계화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4년 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직원들은 ‘테라’와 ‘진로’의 판매 호조가 실적 턴어라운드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 직원은 “요즘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신제품들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의 자긍심과 회사 분위기가 ‘업(UP)’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이 부부는 참 능력도 좋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를 말하는 건데요. 최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이 소셜미디어에서 트렌딩(화제가) 된 연설 1,2위에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올랐습니다. 미셸 여사가 1위, 오바마 전 대통령이 2위였죠. 정작 전당대회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후보 수락 연설은 3위에 그쳤습니다. 전당대회에서는 이런저런 행사를 합쳐서 총 100여명이 넘는 연사가 마이크 앞에 서는데요. ‘톱 1, 2위’ 자리를 고스란히 오바마 부부가 가져간 것이지요.연설이라고 하면 대통령이나 정치인 연설이 곧잘 연상됩니다만 사실 우리 자신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종종 있지요. 회사에서 하는 프레젠테이션도 일종의 연설입니다. 부모님 생신 때 손님들 앞에서 자식으로서 한마디 하는 것도 연설의 하나죠. 이런 때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조리 있게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아 등에서 식은땀이 났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연설이라기보다 대중 앞에서 말하기, 즉 ‘퍼블릭 스피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네요.오바마 부부의 명연설 때문일까요. 요즘 미국에서 연설 잘하기 비법에 대해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인들은 워낙 평소에도 수도꼭지 튼 것처럼 좔좔 말을 잘해서 ‘저런 능력은 타고 태어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미국인들도 연설 잘 하는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그냥 말 잘하는 것과는 달리 연설은 전략과 논리가 필요하니까요. 미 전문가들의 충고를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첫째, “‘클라이맥스 빌딩’에 모든 것을 걸어라.” 연사는 핵심, 즉 결론을 말하기 얼마 전부터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청중들을 불러 모아야 합니다. 즉 정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정점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 진입했다면 특정 단어 또는 문장 구조를 계속 반복해줘야 합니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지만 연사도 동어반복을 꺼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단어나 문장이 반복되면 단번에 주의를 끌기 마련이지요. 미셸 여사는 18분 동안 전당대회 연설을 했습니다. ‘VOTE(투표)’라고 새겨진 목걸이를 관찰하느라 정신이 팔리기도 했겠지만 18분 동안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연설 내용을 계속 주목한 시청자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녀는 연설의 3분의 2정도 지난 시점부터 4,5개의 비슷한 문장으로 공격 수위를 높여가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실망시켰다’는 메시지를 부각시킵니다. 그런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든 희망을 접은 듯 “It is what it is(세상사가 그런 거죠)”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도 이 전략을 잘 구사합니다. 그가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 때 흑백 인종 학생들을 같은 버스에 태워 등교시키는 ‘버싱’ 문제를 두고 바이든 후보를 한 발짝씩 밀어붙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둘째, ‘실패의 연설은 승리의 연설보다 중요하다.’ 중요한 대회에서 패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망쳤을 때 더 이상 얘기할 의욕이 사라집니다. 계속 떠드는 것은 변명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을 보일 때가 바로 패배의 연설이라는 것이죠. 2008년 대선 경선 레이스 포기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유리천정을 깰 만큼 높이 날아오르지 못했지만 여러분들 덕분에 1800만개(경선에서 얻은 득표 수)의 금을 냈다. 그 유리를 통과한 희망의 빛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고 말한 것은 그녀 최고의 연설로 꼽힙니다. 좋은 연설을 하려면 자세도 중요합니다. 흔히 하는 실수로 두 손바닥으로 연단 테이블 모서리를 짚고 연설을 하면 어깨가 들리면서 매우 긴장한 듯 보이게 됩니다, 또 예전에는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는 것이 ‘표준 자세’로 통했지만 지금은 ‘구식’으로 통합니다. 대신 두 발을 자연스럽게 벌리고 한쪽 발은 약간 앞으로, 다른 쪽 발은 뒤로 하면서 뒤쪽 발에 무게 중심을 두면 자연스런 포즈가 나온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다음 기회에는 좀 더 프로다운 연설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최근 미국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갑자기 소셜미디어 화제어 상위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왜 9년 전 죽은 알카에다 테러조직 리더가 지금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말)’했을까요. 알아본 결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빈 라덴을 거론하면서 전국적 화제어로 떠오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인들은 “충분히 납득할만하다”는 반응입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온갖 황당 발언과 돌출행동으로 전국구 조롱거리가 된 인물입니다. 그가 빈 라덴을 언급하며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켜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지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최근 미국은 코로나 확산 와중에 학교 재 개학 문제를 두고 시끄럽습니다. 플로리다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지사가 재 개학을 밀어붙이는 상황인데요. 디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재 개학은 빈 라덴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나중에 “‘재 개학을 위해 보건당국이 빈 라덴을 죽인 네이비실(특수부대)처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하려 했다”고 부연설명을 했지만 어디 대중의 반응은 그렇습니까. 가장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인 빈 라덴만 기억하지요. 특히 부모들은 “안 그래도 애들 학교 보내기가 찝찝한데 어디 비교할 데가 없어 끔찍하게 사람 죽이는 것에 비유하느냐”고 발끈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민들은 화가 날만도 합니다. 미 언론은 플로리다를 두고 코로나19 ‘진원지(epicenter)’라고 부릅니다. 코로나 발생자 수에서 플로리다는 뉴욕을 제치고 캘리포니아에 이어 2위로 올라섰습니다. 인구당 발생률로 본다면 전국 톱입니다. 8월 15일 현재 플로리다 확진자는 57만여 명, 사망자는 9300명 수준입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데는 지역적 특성이 한몫합니다. 플로리다는 의료보험율이 15%대로 매우 낮고, 저소득층 의료보조제도인 메디케이드 참여 병원에 대한 보상액을 매년 삭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구 5명당 1명꼴로 65세 이상이다 보니 코로나가 발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죠. 여기에 더해진 것이 디샌티스 주지사의 무능입니다. 4월 말 미국 대학생들의 봄 방학(스프링 브레이크) 때는 해변 폐쇄 조치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6월 초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술집, 레스토랑을 재개장했습니다. 6월 말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아닌 권고 조치가 나왔습니다. 이달 초 학교 재 개학 비상명령을 내렸으나 주민과 교사들의 불같은 반대로 주춤하고 있습니다. 교사 노조는 주정부를 상대로 재 개학을 연기하라며 소송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디샌티스 주지사의 코로나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재선 전략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는 4월 초 전국 주지사 중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워싱턴에 달려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각종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코로나 실적 홍보 ‘쇼’를 벌이기도 했습니다.워싱턴 호사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비전을 충실히 수행하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가리켜 ‘다이내믹 듀오’라고 부릅니다. 그 앞에 ‘덤 앤 더머’라는 단어가 생략된 것이라고 뒤에서 비웃고 있지요. 그런데 이 듀오에서 트럼프 대통령마저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달 24~27일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플로리다 잭슨빌에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공화당 지도부에 “대회 기간 중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방역조치를 대폭 생략하겠다”는 약속을 한 덕분에 전당대회를 따낼 수 있었죠. 그러나 플로리다의 코로나 위험성을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이 잭슨빌 전당대회를 전격 취소하면서 전국구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하겠다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야심찬 계획에도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코로나19 시대에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신속한 위기대응력과 일사불란한 리더십을 목격한 미국인들은 웬만한 주지사의 활약에는 눈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후방 지원’만 믿고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죠. 물론 그 지원마저도 위태한 지경이 됐지만요. 그 결과로 주지사 지지율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민들은 주 정치 시스템이 워싱턴이나 뉴욕처럼 견고하게 발달하지 못했다는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후진적 정치 스타일이 그런 열등감을 부채질하고 있지요. 그는 지난해 초 임기 4년의 주지사 직에 당선됐습니다. 남은 시간동안 그가 민심에 다가갈지, 계속 대통령 심중에만 믿고 기댈지 갈수록 흥미로워 집니다.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자연 속에서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의 아름다움을 즐기세요.’ ‘평화 5군’으로 불리는 강원도 5개 비무장지대(DMZ) 접경 지역에서 열리는 ‘PLZ(Peace & Life Zone) 뮤직 페스티벌’이 그렇다. 고성 인제 양구 화천 철원 일대에서 9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음악을 들으며 분단과 생태보존이라는 우리 시대의 명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다. 강원도와 인제 고성 양구 화천 철원 등 ‘평화 5군’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 개막식은 지난달 25일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라시대에 지어진 고성군의 ‘금강산 건봉사’에서 열렸다. 이날은 굵은 장대비가 하염없이 쏟아졌다. 악기들은 비를 맞으면 안 되기 때문에 누각에 연주회장을 마련하고 피아노, 바이올린, 하모니카 등의 연주가 펼쳐졌다. 당시 피아노를 연주했던 임미정 PLZ 예술감독(한세대 교수)은 “행사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비가 내려 걱정됐지만 오히려 관객들은 ‘빗소리 속에서 음악을 들으니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PLZ 페스티벌은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초의 람사르 습지인 인제군 용늪과 내린천, 양구군 펀치볼과 박수근 미술관 등에서 열렸다. 올해는 규모를 확대해 강원도와 인제, 양구, 고성, 화천, 철원군까지 가세했다. 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올해는 3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PLZ 페스티벌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은 피아노, 바이올린에서부터 클라리넷, 하모니카 연주까지 다양하다. 성악과 국악, 탱고 오케스트라 연주회도 마련된다. 행사 장소는 미술관, 전망대, 동네 꽃 축제장은 물론이고 작은 마을교회에서도 열린다. 각 지역의 역사와 환경, 꾸미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장소들이다. PLZ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공연을 선택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PLZ 페스티벌의 모체는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이라는 음악 비정부기구(NGO)이다. 1984년 동아콩쿠르 1위에 입상하기도 했던 임 감독은 줄리아드음악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피아노를 연주했고 2000년대 중반 귀국해 재단을 만들어 활동해왔다. 아프리카에서 음악을 가르쳤고, 평양을 6차례 방문해 모란봉 클래식 전용공연장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협연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클래식 음악에 대해 “클래식이 발달한 동유럽과 교류가 많기 때문에 예상외로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임 감독이 올해 행사에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행사는 다음 달 19일 철원읍 수도국지에서 열리는 피아노 성악 현악 4중주다. 수도국지는 일제때 상수도 공급원으로 6·25전쟁 당시 국군의 북진으로 후퇴하던 북한군이 반공인사들을 모아 학살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임 감독은 “이곳에서 위로와 치유의 음악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공연장을 직접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PLZ 측은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행사에 참석하려면 사전 신청자 확인부터 현장 거리 두기, 클린강원패스포트 앱을 이용한 문진표 작성까지 코로나19 대비 수칙을 지키면 된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남성 의원들이 저를 구경하러 왔더군요. 다들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제 앞에서 욕은 안 하더군요. 제럴드 포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로부터는 ‘보기 좋다. 더 자주 입어라’는 격려까지 들었습니다.” 때는 1969년. 샬럿 리드라는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의회에 처음 바지를 입고 등원한 여성의원이라는 ‘대역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와 이렇게 인터뷰까지 했죠. 최근 한국 여성 국회의원의 ‘원피스 논란’을 보면서 미 의회의 여성 드레스코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대표적으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흔히 ‘파워슈트’라고 불리는 강렬한 원색의 바지정장을 즐겨 입습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미국에서는 1969년이 돼서야 바지를 입은 여성 의원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 의원은 의회에서 공식 업무를 볼 때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적용됐던 것이죠. 1969년은 미국에서 반전 시위가 활화산처럼 타오른 해입니다. 당시 56세의 리드 의원은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에 용기를 얻어 바지를 입는 대 모험을 강행했습니다. 물론 바지를 입는다고 여성인권이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성에서만 적용하는 복장 규제는 성차별의 중요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죠. 당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는 남성 의원의 감상 평(?)까지 실려 있습니다. “글쎄 바지를 입은 여성 의원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리드 의원은 한번의 시도로 족했는지 더 이상 바지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물러섭니다. 보수적인 의회 분위기가 신경이 쓰였던 걸까요.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녀는 여성스러움(femininity)을 강조하기 바쁩니다. “그래도 의회에서 여성의 여성다움을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바지를 입었다고 여성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바지 모드’는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다 1993년 여성 상원의원 3명이 작심을 하고 단체로 바지를 입고 본회의장에 등장한 뒤부터 많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내친 김에 미국 여성 정치인들의 눈물나는 성차별 철폐 노력을 한번 살펴볼까요. 1962년 워싱턴 국회의사당 건물에 처음으로 여성 화장실이 생깁니다. 단독 화장실이 아닌 여성 휴게실 내 화장실 구조입니다. 단독 여성 화장실은 1992년 처음 생깁니다. 1971년 의회 사무보조, 도어맨, 경비원, 경찰관 등 행정업무에 처음 여성이 채용됩니다. 1985년 여성 하원의원 3명이 의회 지도부 사무실 앞에서 시위까지 벌인 후 남성 전용으로 운영돼온 의회 헬스클럽이 여성의원에게 개방됩니다. 하지만 여성 탈의실은 만들지 않아 꽉 끼는 헬스 복을 입은 여성의원들이 자기 사무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의회 복도를 뛰어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2006년 상원, 2007년 하원에서 처음 수유실이 문을 엽니다. 2017년 여성 하원의원 30명을 주축으로 ‘민소매 금요일’을 만들어 단체로 팔뚝을 드러낸 옷을 입고 본회의장에 나타납니다. ‘팔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드레스코드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죠. 거창한 슬로건이 아닌 생활 주변의 화장실, 수유실, 헬스클럽 등에서 펼쳐온 양성평등의 역사는 정말 길고 험난한 길을 걸어왔네요. 1969년 ‘바지녀’ 리드 의원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저는 5년 전 의원에 당선된 뒤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만 의정활동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랬는데 바지 한번 입고 왔더니 유명인이 됐네요.” 그녀가 굳이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이번 주부터 디지털스페셜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가 매주 온라인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2011~14년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필자가 세계 정치외교의 중심지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의 뒷얘기를 풀어놓겠습니다.》 세계 각국은 워싱턴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칩니다. “치외법권 지대 대사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첩보 액션….” 이런 카피의 영화도 있었죠. 워싱턴 북서쪽 매사추세츠 애비뉴에 형성된 대사관 거리에 가보면 정말로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너무 조용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대사관 내부에서야 치열한 정보전쟁이 벌어지고 있겠지만 외관상으로만 보면 평온하고 한적한 미국 도심 부촌의 모습입니다. 가끔 지나다니는 외교전용 번호판을 단 자동차를 보고서야 “내가 지금 외교가 한복판에 있구나”를 깨닫게 되죠. 이 거리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요즘 폐쇄 논란으로 시끄러운 미국 내 중국 공관의 좌장격인 워싱턴의 주미 중국대사관입니다. 매사추세츠 애비뉴에서 좀더 북서쪽으로 가면 나오는 인터내셔널 플레이스라는 곳에 위치한 중국 대사관은 날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중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인권탄압, 소수민족 박해에서부터 노벨평화상 수상자 가택연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미국 방문까지 중국 관련 온갖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사관 앞은 시위대로 시끌벅적합니다. 주로 중국 사회주의 정권에 반대하는 미국 내 중국인들이 시위를 조직하고 미국인들도 많이 가세합니다. 저는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취재하기 위해 몇 차례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중국대사관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도 분위기는 막상막하입니다. 미국 외교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중동사태의 핵심 국가인 만큼 이스라엘 대사관 앞도, 좋게 말해 생동감이 넘칩니다. 중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이 쌍둥이처럼 주목을 한 몸에 받고 나머지 대사관들은 조연에 만족하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현주소라 할 수 있죠. 외관상으로도, 실제 외교 당국자들의 정책적 관심도와 범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사랑하던지, 미워하던지” 날로 팽창하는 중국의 위세를 보여주듯 중국 대사관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합니다. 규모가 너무 커 가까이 서면 벽밖에 안 보이고, 저 멀리 언덕 위에서 내려다봐야만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국력에 걸맞지 않게 워싱턴 도심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신세였다가 2억 달러를 들여 2008년 현재의 위치에 신축했습니다. 면적 2만3000㎡로 중국의 해외 공관 중 가장 넓습니다. 대사관은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 밍 페이의 작품입니다. 영문 이니셜을 따 ‘I M 페이’로 더 잘 알려진 그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건축가입니다. 건축계에서 록스타 급 인기를 누리던 디자이너로 지난해 타계했죠.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그의 모더니즘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콕 집어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기념 도서관 설계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Love him or hate him(사랑하던지, 미워하던지).” 미국인들은 페이의 건축을 두고 이 말을 자주 합니다. “그저 그래” 같은 미지근한 감정은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는 워싱턴에서 중국대사관 말고도 랑팡 플라자, 국립미술관 동관 등 많은 건물을 지었습니다. “워싱턴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건물의 절반은 페이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의 건물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콘크리트, 강철, 유리 자재를 즐겨 이용하고 요즘 대세인 자연친화적 디자인과는 조금 거리가 멉니다. 중국대사관도 마찬가지. 베이지색 페인트로 칠한 기하학적 콘크리트 건물로 보안을 이유로 창문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러니 이리 봐도 벽, 저리 봐도 벽 밖에 안 보입니다. 감정을 배제한 현대사회처럼 ‘드라이’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중국이라 편의 봐드린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한 명성의 페이가 가장 중국적인 컨셉인 풍수에 집착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국무부의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그는 풍수학적으로 좋지 않다며 중국대사관 건립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세계 각국은 워싱턴에 대사관을 신축할 때 국무부에 부지 선정을 요청합니다. 2006년 중국 측의 요청을 받은 국무부는 현재의 자리를 선정해줬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설계 총감독을 맡은 페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지죠. “펭수이(풍수의 미국식 발음)가 좋지 않아.” 국무부 당국자들은 두 번 놀랐다고 합니다. 첫째, 그 유명한 페이가 국무부 공무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오다니. 둘째, 전문적이고 심오한 건축학 설교를 할 줄 알았던 페이가 아직 서구인들에게는 낯설고 심지어 미신으로까지 여겨지는 풍수를 거론하다니. 미 정부는 페이 설득 작전에 나섭니다. 좋게 말해 ‘설득’이지 실제론 ‘생색내기’입니다. 당국자들은 페이를 직접 만나 “다른 나라도 아니고 중국이라 우리가 매우 신경을 써서 정해 드린 겁니다. 그런데 싫다고 하시면…”이라고 얘기합니다. 실제로 미 정부가 신경을 많이 쓴 것만은 확실합니다. 워싱턴DC의 토지 구획 시스템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복잡합니다. 비슷한 구역이라도 관할권이 특별구인 DC 정부, 연방 정부, 버지니아 주정부, 메릴랜드 주정부로 제 각각입니다. 인근 지역은 모두 DC 정부 관할인데 반해 중국 대사관이 위치한 인터내셔널 플레이스 일대는 연방 정부가 소유권을 행사합니다. 아무래도 중국대사관 입장에서 보면 연방 정부 관할인 것이 지자체를 일일이 상대하는 것보다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편하겠죠. 게다가 우연하게도 미국은 비슷한 시기에 베이징에 자국 대사관을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중국대사관 부지를 잘 잡아줘야 중국도 보답의 표시로 베이징 좋은 곳에 미국대사관을 짓도록 편의를 봐주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페이를 설득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지요. 미 정부가 집요하게 설득하자 당시 90대 할아버지로 산전수전 다 겪은 페이는 허허 웃으며 “알겠다. 그 부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중국의 대미 정보수집 타격 불가피 이제 현재로 건너뛰어 여론의 관심사는 영사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중 외교 갈등이 대사관까지 확대될지 여부입니다. 그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대사관 폐쇄는 외교관계 파탄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매우 비밀스러워 보이는 대사관 내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대사관을 거점으로 주재원, 연구원, 심지어 특파원까지 정보 수집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은 워싱턴의 비밀 아닌 비밀이니까요. 미중 외교 전면전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페이의 말이 예언인 듯 아닌 듯 뇌리에 남습니다. “펭수이가 좋지 않아.”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부모님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홍역,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어린이 사망률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자연스레 의사의 꿈을 키웠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겸 세계 최대 자선재단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이끌고 있는 빌 게이츠(65)의 자녀 양육법은 달라도 뭐가 다른 듯하다. 26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게이츠의 1남 2녀 중 맏이 겸 장녀인 제니퍼(24)는 승마 전문잡지 사이드라인즈 7월호에 실린 첫 언론 인터뷰에서 “부모님과의 식사 중 단골 주제는 세계 보건 문제였다”고 소개했다. 게이츠 창업주가 어린 자녀들에게 다소 재미없는 주제로 열을 올려 어느 날 부인 멀린다(56)가 남편에게 “더 이상 세계 보건에 대해 얘기하지 말자”는 금지령을 내린 일화도 소개했다. 1996년 미 워싱턴주에서 태어난 제니퍼는 현재 뉴욕 아이칸의대 2학년에 재학 중으로, 휴학을 하고 승마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의대 진학 계기에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의료 실천’이란 부모님의 이상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은 지금까지 500억 달러(약 60조 원) 이상을 저개발국 홍역, 말라리아 퇴치 등에 투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구에도 3억3500만 달러(4033억 원)를 기부했다. 제니퍼는 부모님에 대해 ‘나이가 들어도 향학열에 불타는 부부’라고 소개했다. “부모님은 부자로서의 특권을 누리기보다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는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 역시 특권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조금이라도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아과나 가정의학 전문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도 밝혔다. 부친의 소탈하고 재미있는 일면도 털어놨다. 최근 게이츠 창업주는 제니퍼와 막내딸 피비(18)의 ‘틱톡’(댄스 경연으로 유명해진 짧은 동영상 전문 소셜미디어) 계정에 출연해 어설프지만 열심히 ‘아저씨 댄스’를 선보였다. “코로나19 퇴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이야말로 나의 영웅”이라는 인사말과 곁들였다. 게이츠 부부는 두 딸 외에도 아들 로리(21)를 두고 있다. CNBC는 게이츠 창업주의 양육법을 두고 “자녀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해 겸손하면서도 ‘쿨’한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를 두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 ‘아빠는 우리 세대를 몰라요’라는 자녀들의 원성이 대단하다”고도 밝혔다. 자신은 인터넷 기반의 e메일이 편하지만 틱톡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셜미디어를 배워 매일 세 자녀의 계정에 들어가 이들의 관심사를 배운다고도 전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연설에서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행동들을 했다고 뉴욕데일리뉴스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 목을 축이기 위해 물컵을 들 때 오른손을 떨었고, 제대로 입에 갖다 대지 못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왼손을 함께 받쳐 들었다. 연설이 끝난 뒤 계단을 내려갈 때 휘청거렸으며,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언급할 때는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반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른손 떨림 때문에 두 손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취임 직후 군인들을 상대로 국가안보 관련 연설을 하면서 물컵을 들 때 두 손으로 떠받치는 모습을 보였고, 같은 해 다른 연설에서는 아예 생수병을 두 손으로 들고 마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휘청거린 것은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이었다”며 “가짜뉴스 매체들을 위해 내가 넘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 떨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신경계 장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밴디 리 예일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은 뇌검사를 빨리 받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우리는 갑부들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자들의 습관’ 유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을 점령하고, ‘만약 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면…’ 같은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그들의 언행이 더욱 주목받습니다. △“I doubted us.”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 회사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을 자사의 재활용 로켓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에 대한 끝없는 질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인이라도 인간인 이상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 것이죠. “나는 우리를(우리가 해낼 것이라고) 믿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이를 약간 변형시킨 “I doubt it(아닐걸, 과연 그럴까)”을 자주 쓰는데요. 상대방이 단정적으로 말할 때 그것이 틀렸다고 완곡하게 고쳐주고 싶다면 이렇게 말합니다. △“It has no history of being read as a dog whistle.”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인종차별 시위가 불붙은 와중에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될 것이다”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가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는 페이스북 직원 2만5000명과의 내부 화상대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 논란만 더 키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개 호루라기처럼 읽힐 만한 전력이 없다.” 개 호루라기는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신호를 발산해 개를 불러 모을 때 씁니다. 지지자들의 폭력을 조장하는 잠재적 메시지가 트럼프 발언 속에 숨어있다고 볼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Why we swing for the fences.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대유행을 수년 전 예측했다고 해서 화제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세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기념사 제목입니다. 홈런을 치려면 펜스를 넘길 수 있게 스윙을 크게 해야 합니다. ‘큰 걸 노리다’는 의미죠. 재단은 이런저런 목표에 조금씩 자선금을 할당하기보다 한 가지 목표를 정했으면 거기에 올인(다걸기)해 왔다는 겁니다. 자선에서도 사업가적 기질이 보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OECD가 26일(현지 시간)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8%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 1분기 ―2.3%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국가별로 보면 코로나19의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은 ―9.8%로 전 분기(1.5%)보다 1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프랑스(―5.8%), 스페인(―5.2%), 이탈리아(―4.7%), 독일(―2.2%) 등 유로존의 평균 경제성장률 역시 ―3.8%로 크게 후퇴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2%, ―0.9%였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4%로 OECD 평균보다는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 미네소타주의 대형병원 마요 클리닉을 방문하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FT) 수장인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머무는 병원에서 핵심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마요 클리닉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회복 환자들의 혈장 기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들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나홀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 병원의 코로나19 검사 센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펜스 부통령은 이 병원 고위 관계자, 스티븐 한 식품의약처(FDA) 국장, 팀 월츠 미네소타 주지사 등과 함께 참석한 원탁회의에서도 유일하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병원 전체를 활보한 셈이다. 병원 측은 트위터를 통해 “부통령이 도착하자마자 병원의 마스크 의무 착용 규칙에 대해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30분 후 이 트윗은 삭제됐다. 펜스 부통령은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마스크는 자신의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쓰는 것이다. 나는 주기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기 때문에 전파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검사를 받는 기간이 아닐 때 감염될 수도 있고, 검사가 완전히 정확한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가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 대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50세 생일을 이용해 유권자들의 개인정보를 모으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6일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 등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인들은 ‘공화당전국위원회(RNA)’, ‘도널드트럼프를대통령으로위원회’, ‘미국을위대하게위원회’ 공동 명의로 된 e메일을 받았다. e메일을 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쓴 듯한 편지 한 통이 나온다. “특급비밀이에요. 당신은 비밀을 지켜줄 수 있죠? 멜라니아는 이 나라를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26일 50세 생일을 맞아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게 해주고 싶어요. 미국인 100만 명의 서명이 담긴 생일카드를 선물하고 싶어요.” 밑에는 수신자의 이름과 성, 우편번호, e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서식이 나온다. 서식을 채워 답신하면 멜라니아 생일카드에 서명을 해주는 셈이 된다. e메일을 받은 미국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트럼프 진영이 불법으로 유권자의 개인정보를 모으려는 꼼수가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e메일에 서명한 생일카드를 즐겨 주고받지만 우편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에 미국인들 사이에는 “멜라니아, 당신은 이것보다는 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멜라니아 여사에게 보내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에서 장갑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17일 NBC방송에 따르면 춥지도 않은 3월에 열심히 장갑을 끼는 미국인이 늘었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시에 대한 보상심리로 장갑을 택한 것이다.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의료용 라텍스장갑부터 부엌 찬장에 굴러다니던 일회용 비닐장갑까지 온갖 장갑이 총동원됐다. 셀러브리티들은 이를 ‘패션 아이템’으로 승화시켰다. 영화배우 다코타 패닝은 핫핑크 장갑을 선보였고 유명 모델 카이아 거버는 흰 장갑을 끼고 슈퍼마켓에서 사재기에 나섰다. 하지만 장갑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미지수다. 의료용 라텍스 장갑은 찢어지기 쉬워 금세 구멍이 생긴다. 의료인들은 이런 장갑은 끼지 않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또 맨손보다 장갑을 낀 채 얼굴을 만지면 세균에 노출되기 쉽다. 장갑의 재질이 각종 세균과 오염물질의 저장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메시 아달자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교수는 “‘장갑을 끼면 내 손은 깨끗하겠지’라는 잘못된 안도감을 버려라”고 충고했다. 얼라인 홈스 뉴저지주 간호사는 “여러 가지 요행을 따르지 말고 정직하게 손에 물을 묻혀 30초 이상 닦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에서 장갑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17일 NBC방송에 따르면 춥지도 않은 3월에 열심히 장갑을 끼는 미국인이 늘었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마스크를 쓸 필요 없다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시에 대한 보상심리로 장갑을 택한 것이다.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의료용 라텍스장갑부터 부엌 찬장에 굴러다니던 일회용 비닐장갑까지 온갖 장갑이 총동원됐다. 셀러브리티들은 이를 ‘패션 아이템’으로 승화시켰다. 영화배우 다코타 패닝은 핫핑크 장갑을 선보였고 유명 모델 카이아 거버는 흰 장갑을 끼고 슈퍼마켓 사재기에 나섰다. 하지만 장갑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미지수다. 의료용 라텍스 장갑은 찢어지기 쉬어 금세 구멍이 생긴다. 의료인들은 이런 장갑은 끼지 않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또 맨손보다 장갑을 낀 채 얼굴을 만지면 세균에 노출되기 쉽다. 장갑의 재질은 각종 세균과 오염물질의 저장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메쉬 아달자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교수는 “‘장갑을 끼면 내 손은 깨끗하겠지’라는 잘못된 안도감을 버려라”고 충고했다. 에이라인 홈즈 뉴저지주 간호사는 “여러 가지 요행을 따르지 말고 정직하게 손에 물을 묻혀 30초 이상 닦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화장실 휴지가 없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신문사는 8개 페이지를 추가로 발행했습니다. 이 페이지들은 부드러운 재질에 잘 뜯어지도록 절개선도 박혀 있습니다.” 최근 호주 신문 NT뉴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화장지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화장지 대용 신문’이라는 묘수를 내놨다. 이 신문사의 맷 윌리엄스 편집국장은 “화장지용 8개 페이지는 신체 부분과 닿는 만큼 뻣뻣한 재질의 종이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자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티나게 팔리는 3대 제품으로 마스크, 손 소독제, 두루마리 화장지가 꼽힌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예방품이지만 화장지가 왜 구매 수위를 다투는지에 대해서는 의학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고 CNN이 9일 보도했다. 화장지가 귀해지자 1롤을 구하기 위해 원거리 슈퍼마켓을 찾아 헤매는 ‘화장지 노마드족’까지 등장했다. 최근 홍콩 도심의 대형 슈퍼마켓에 침입한 3인조 강도는 다른 상품들은 그대로 두고 화장지만 가져갔다. 비싸게 되팔기 위해 600롤을 훔쳐갔다. 호주 슈퍼마켓에서는 마지막 화장지 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육탄전을 벌이는 여성 3명의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지가 비교적 여유 있던 미국의 콜스, 영국의 테스코 등 대형 슈퍼마켓들은 화장지를 서로 차지하려는 고객들의 난투극이 빈번해지자 1인당 5롤로 구매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영국 남서부 데번주에는 인형 대신 두루마리 화장지를 뽑는 기계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화장지가 마스크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덩달아 품귀 현상을 빚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화장지 재료는 펄프인 반면 마스크 재료는 폴리에틸렌으로 엄연히 다르다. 또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화장지 생산 수출을 멈췄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화장지는 수입품이 아니라 국내에서 자체 생산된다. CNN은 “화장지의 폭발적 인기는 의학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리적 공포와 군중심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사면 내 것은 없을 것이라는 공포와 남들이 하면 무조건 따라 해야 한다는 떼거리 정신이 이유로 꼽힌다. 화장지는 꼭 필요한 생필품인 만큼 미국에서는 다량 보관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연방전략화장지보관소 설립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수억 개의 화장지를 부패 방지 기술을 이용해 땅속에 묻어둔 뒤 재난 발생 시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화장실 휴지가 없으시다구요. 걱정을 마세요. 저희 신문사는 8개 페이지를 추가로 발행했습니다. 이 페이지들은 부드러운 재질에 잘 뜯어지도록 절개선도 박혀 있습니다.” 최근 호주 신문 NT뉴스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화장지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화장지 대용 신문’이라는 묘수를 내놨다. 이 신문사의 맷 윌리엄스 편집국장은 “화장지용 8개 페이지는 신체 부분과 닿는 만큼 뻣뻣한 재질의 종이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자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티나게 팔리는 3대 제품으로 마스크, 손 소독제, 두루마리 화장지가 꼽힌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예방품이지만 화장지가 왜 구매 수위를 다투는지에 대해서는 의학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고 CNN은 9일 보도했다. 화장지가 귀해지자 1롤을 구하기 위해 원거리 슈퍼마켓을 찾아 헤매는 ‘화장지 노마드족’까지 등장했다. 최근 홍콩 도심의 대형 슈퍼마켓에 침입한 3인조 강도는 다른 상품들은 그대로 두고 화장지만 가져갔다. 비싸게 되팔기 위해 600롤을 훔쳐갔다. 호주 슈퍼마켓에서는 마지막 화장지 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육탄전을 벌이는 여성 3명의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비교적 화장지 여유가 있던 미국의 콜스, 영국의 테스코 등 대형 슈퍼마켓들은 화장지를 서로 차지하려는 고객들의 난투극이 빈번해지자 1인당 5롤로 구매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화장지가 마스크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덩달아 품귀현상을 빚는다고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화장지 재료는 펄프인 반면 마스크 재료는 폴리에틸렌으로 엄연히 다르다. 또 중국이 코로나 사태 때문에 화장지 생산 수출을 멈췄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화장지는 수입품이 아니라 국내에서 자체 생산된다. CNN은 “화장지의 폭발적 인기는 의학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리적 공포와 군중심리 때문이라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사면 내 것은 없을 것이라는 공포와 남들이 하면 무조건 따라해야 한다는 떼거리 정신이 이유로 꼽힌다. 화장지는 꼭 필요한 생필품이니 만큼 미국에서는 다량 보관의 연구가 진행돼 왔다. 연방전략화장지보관소 설립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수억 개의 화장지를 부패 방지 기술을 이용해 땅속에 묻어둔 뒤 재난 발생 시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3일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대승을 거둔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이 10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승기 굳히기에 나섰다. 3일 경선이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14개 지역에서 동시에 치러졌고 한 주 후 7개 주 동시 경선이 열려 ‘미니’ 슈퍼 화요일로 부른다. 바이든 후보와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은 10일 미시간, 미시시피, 미주리, 아이다호, 워싱턴, 노스다코타, 하와이에서 맞붙는다. 특히 대선 때마다 지지 정당이 바뀌는 미시간이 격전지로 꼽힌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미시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0.2%포인트 뒤져 미시간과 백악관 주인 자리를 모두 내줬다. 민주당은 11월 대선에서 반드시 미시간을 탈환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인구 998만 명의 미시간은 백인(79%)과 흑인(14%)이 대부분이다. 샌더스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라틴계가 많지 않아 흑인 지지가 높은 바이든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다. ‘슈퍼 화요일’ 패배 직후 경선 포기를 선언한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바이든 캠프에 거액을 후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 진영이 축제 분위기인 것만은 아니다. 노회한 이미지, 그와 외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의혹, 거듭된 말실수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바이든 후보는 최근 부인 질 여사(69)를 “내 여동생”, ‘슈퍼 화요일’을 “슈퍼 목요일”이라고 칭해 구설에 올랐다. 3일 캘리포니아에서는 동물보호 단체 회원들이 유세 무대에 진입해 난장판을 만드는데도 대처를 하지 못해 질 여사가 육탄전까지 벌여가며 남편을 보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은 바이든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대선의 최대 격전지이자 538명의 선거인단 중 20명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바이든 후보가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진 백인 남성 유권자를 사로잡을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보다 4세 많은 바이든 후보의 나이를 거론하며 “양로원에 가라”고 조롱했고, 바이든의 말실수 목록을 모아 트위터에 올렸다. 바이든 주변의 일부 인사는 샌더스보다 더 나쁜 급진 좌파라고도 공격했다.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은 “조만간 헌터와 우크라이나 가스사 부리스마홀딩스의 유착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부자(父子)의 비리 의혹을 거론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의 수사를 압박했다는 사실도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어 공화당의 자승자박이란 평가도 나온다. 갈 길이 급해진 샌더스 후보 측은 노선이 비슷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경선 사퇴 및 지지 표명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둘이 올해 초 여성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두고 격한 공방을 벌인 터라 워런이 샌더스를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CNN은 워런이 바이든과 샌더스 지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대비해 무보험 환자의 치료비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무보험 환자에 대한 치료비를 보전해주기 위해 국가 재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퍼지면서 무보험 미국인들이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건강보험 체계의 허점이 부각되면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치료비를 병원에 보전해주는 국가 재난 복구 프로그램 적용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는 2017년 허리케인 어마 사태 때 이 프로그램을 가동해 환자들의 치료비를 보전해준 바 있다. 2018년 현재 고용주나 메디케이드 및 메디케어가 제공하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무보험자는 미국 전체 인구의 8.5%인 약 2750만 명에 달한다. 미 병원협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병원이 받지 못한 치료비는 380억 달러로 집계됐다. 톰 니켈스 미국병원협회 수석부회장은 “비용 때문에 환자에 대한 검진이나 치료를 재고해선 안 되기 때문에 당국이 국가재난 프로그램을 옵션으로 사용하는 것을 살펴보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9명으로 늘었다. 미 워싱턴주 보건당국은 이날 킹카운티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3명 더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사망자는 워싱턴주에서 모두 나왔으며 킹카운티에서만 8명이 숨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퇴치에 써달라며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HHS)에 자신의 월급을 기부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HHS가 주도하는 코로나19 퇴치 노력을 지원하가 위해 2019년 4분기(10∼12월) 급여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년 대선 당시 “대통령이 되면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그는 취임 후 3년 동안 국토안보부, HHS 등에 기부해 왔다.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4억7000만 원) 수준이다. 시민단체들은 “10만 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즐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생색 내기용 기부’”라고 비난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정미경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의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3일)을 하루 앞두고 경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경선 하차를 선언한 주요 주자, 당 수뇌부가 잇달아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 지지를 표명하면서 바이든과 ‘강경 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의 대결 구도가 굳어졌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14개 주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는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일반 대의원 3979명의 34%인 1357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다. 에이미 클로버샤 후보는 2일 바이든 후보의 텍사스 유세장에 나타나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바이든은 나라를 통합시키고 민주당, 중도 성향의 공화당 및 무소속 유권자까지 아우를 인물”이라며 “우리는 대승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전 경선 포기를 선언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우리 모두로부터 가장 좋은 점을 이끌어낼 지도자는 바이든”이라고 외쳤다. 모두 중도 성향인 클로버샤와 부티지지의 잇따른 사퇴는 급진적인 샌더스 후보가 대선주자로 뽑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결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당내 여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좌파 트럼프’로 불리는 샌더스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대결하면 중도층 유권자 포섭이 어려워 공화당의 재집권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부티지지와 통화하며 중도파 후보의 단일화를 종용했다고 전했다. 이날 해리 리드 전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오바마 행정부의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태미 더크워스 상원의원(일리노이) 등도 모두 바이든 지지를 표명했다. CNN은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후보가 ‘슈퍼 화요일’ 경선부터 참가하지만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 그 역시 ‘사퇴 후 바이든을 지지하라’는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의 지지율도 상승세다. 이날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샌더스와 바이든의 지지율은 각각 29%, 26%로 별 차이가 없다. 두 사람이 각각 라틴계와 흑인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고 동성결혼 등 진보 의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편인 흑인들은 바이든을 지지한다. 반면에 라틴계는 샌더스 후보의 불법이민자 포용 및 국경장벽 건설 중단 공약에 환호하고 있다. 샌더스 후보는 당내의 급격한 반(反)샌더스 흐름에 개의치 않겠다며 “나를 막으려는 거대한 시도가 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기업 및 정치 기득권이 뭉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중도파가 바이든을 중심으로 뭉치듯 샌더스 후보와 노선이 비슷한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 역시 경선을 포기하고 샌더스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런 캠프 측은 “경선 중단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티지지의 사퇴 배경에 대가성 거래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이들을 탄핵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중도 주자 결집을 비난했다. 그는 “바이든은 자신이 무슨 공직에 도전하는지도 모른다. 8개월 후 급진 사회주의자들을 물리치겠다”며 바이든과 샌더스 모두를 깎아내렸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