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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하십니까?” 2015년 을미(乙未)년 마지막 달인 12월. 한국인 상당수는 “그리 행복하지 않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한강의 기적’이 상징하는 고도성장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다. 지속적 경제성장을 포기할 순 없지만 물질적 행복만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시대인 것이다. 성장의 새로운 단계를 앞둔 현재, 한국인의 주관적인 행복을 면밀히 측정하고 이를 개선할 행복정책 개발과 사회문화 변화가 절실하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이런 취지에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길을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컨설팅과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를 개발해 한국인의 행복을 조사했다. 본보는 올해 4월 1일 창간 95주년을 맞아 ‘엄마의 행복’을 주제로 ‘2020 행복원정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에 조사된 평균 동행지수는 57.43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낙제점에 해당하지만 동아일보 창간 100년을 맞는 2020년까지 매년 동행지수를 점검하고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봉사활동을 하는 저소득 집단(월 300만 원 미만·62.58점)이 봉사를 하지 않는 고소득 집단(월 300만 원 이상·55.51점)보다 동행지수가 7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결과를 주목한다. 동아일보는 이처럼 한국인의 삶에서 돈 외에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복의 비밀을 찾아내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행복 10대 제언’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될 30대의 동행지수는 53.73점으로 20대(55.06점)는 물론이고 모든 조사 연령대(20∼50대)에서 가장 낮았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6일 “한국의 30대는 초라한 현실의 모습과 이상적인 자아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점점 불행해지는 이른바 ‘쇼윈도 세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동아일보의 ‘동아행복(동행)지수’는 소득 직장 연령 등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개인의 심리적 안정과 인간관계 건강 등 주관적 요소를 포함해 개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엔 등이 발표하는 기존 행복지수는 상당 부분 국내총생산(GDP) 같은 거시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이는 국가 간 비교에는 적합하나 실제 한 나라 국민 개개인의 심리와 행복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근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단순히 ‘행복하십니까’ 등 기분이나 상태를 묻는 방식이어서 전날의 감정 상태가 반영되곤 했다. 동행지수 개발은 딜로이트컨설팅과 박도형 국민대 교수(경영정보) 연구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업체인 씨이랩의 협업으로 3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8가지 측면에 대해 20∼50대 1000명을 온라인에서 심층 설문했다. 답변자의 취미나 특기, 소비지출 성향, 기술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도, 봉사와 나눔의 태도도 세밀하게 물었다.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는 본가와 처가, 시집과 친정의 관계 등도 설문에 포함해 최근 달라진 한국사회의 모습을 반영했다. 60대 이상은 SNS의 사용량이 적어 이번 분석에서 빠졌다. 동행지수는 최근 1년간 주요 뉴스 중 행복에 영향을 미친 이슈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선별했다. 인터넷 포털과 동아닷컴(dongA.com) 등 주요 언론사 사이트에서 관심도가 가장 높았던 뉴스를 뽑아 설문 응답자의 행복과의 상호관계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로는 최근 한 달 동안 SNS상에서 행복과 관련된 다양한 추세를 뽑아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연구팀은 6개월간의 작업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동아일보와 함께 동행지수의 신뢰성과 그에 담긴 의미를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번 분석은 특정 기간에 한국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 행복 관련 트렌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동적인 조사”라며 “거시경제 지표의 발표시점과 상관없이 한국인의 현재 심리를 가장 잘 반영한 지수”라고 설명했다.특별취재팀△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아이 셋과 놀러 가면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가는 비현실적인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자꾸 스스로와 비교하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기업 전산망 관리자로 일하는 김보길 씨(33). 수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직장을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기술(IT)의 특성상 새로운 기술을 익힌 후배들이 들어오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가 태어난 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불안감은 더 커졌다. 김 씨는 “주식을 해 간신히 생활비를 보충하는데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이 4000만 원이 넘는다는 뉴스를 보면 할 말이 사라진다”며 “무엇 하나라도 만족해야 행복할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취업’의 문턱을 넘어선 한국의 30대는 스스로를 가장 불행한 세대로 여기고 있다. 이들은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보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성장이 정체된 한국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 어릴 때의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동시에 스스로를 외부의 이상형과 비교하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쇼윈도 세대’의 한 단면이다.○ 직장, 가정의 초보인 한국의 30대 동아일보와 딜로이트컨설팅이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30대의 동아행복(동행)지수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통상 나이가 들면 행복도가 높아지는 흐름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30대의 낮은 행복감은 구직활동에 대한 불안감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한 30대의 무직자 비율(24.1%)은 20대(61.0%)보다 훨씬 낮았다. 구직의 문턱을 넘어선 30대 직장인들이 현재의 삶과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면 경제적 안정도는 다소 증가(4.64점)했다. 반면 여가와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감은 각각 6.76점과 5.55점이 하락했다. 딜로이트 측은 “한국의 30대는 일을 통해 느끼는 경제적 만족도는 크지 않고 일을 하면서 희생을 요구받아 삶의 질 수준이 가장 낮다”고 해석했다. 한국 30대의 불안감은 10명 중 3명꼴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불안감과 이들의 낮은 임금 수준과도 연관이 깊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2.5%인 627만1000여 명에 이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계속 벌어져 올해 비정규직은 정규직 급여의 54.4%인 월 146만7000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전세금과 월세비용 등 주거 문제에서까지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조사에선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면서 전반적인 행복도가 개선됐다. 하지만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40대가 되면 경제적 안정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30대보다 2.64점이 더 감소했다. 30대에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40대에도 삶의 행복도가 개선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 셈이다. ○ 불행한 ‘쇼윈도 세대’ 대기업을 다니던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고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박훈구(가명·35) 씨. 그는 요즘 세 번째 직장을 찾고 있다. 마케팅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만뒀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이상 연봉 4000여만 원으로는 아이를 키우고 집을 사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박 씨가 두 번째로 들어간 회사는 제조업을 하는 지인의 회사. 하지만 마케팅 업무를 하던 박 씨는 제조업에 적응할 수 없어 일을 그만뒀다. 그는 “고교 시절 공부를 못하던 친구는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주중에도 골프를 치며 여유롭게 사는데 학창 시절에 열심히 살던 나와 다른 친구들은 왜 이렇게 삶이 팍팍하고 힘든지 좌절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박 씨 같은 30대들은 자신의 현재 모습과 이상적인 자아와의 괴리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이런 심리는 최근 유행한 이른바 ‘수저계급론’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스스로를 금수저부터 흙수저까지로 나누는데 이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불평등에 대한 반감과 한탄이 투영된 것이다. 최근 서울대생의 9급 공무원 합격을 둘러싼 찬반 논란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방의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서울대 여학생은 학교 게시판에 “월급 150만 원으로 시작하는 게 까마득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9급 공무원을 선택했다”고 썼다. 이에 “서울대생이 어떻게 지방의 9급 공무원이 되느냐”는 논란부터 “아무리 취업이 힘들어도 (현실을) 인정하기 싫다”는 반응도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서울대생으로의 역할 모델과 현실 사이에서 적응하게 된 사례”라며 “한국 30대들이 획일적인 삶의 목표를 위한 비교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쇼윈도 세대 ::소유할 수 없는 화려한 물건이 즐비한 쇼윈도의 내부를 응시하며 외부에 서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한 말. 현실과 이상적인 삶 사이의 괴리로 불만을 가진 한국의 젊은 세대를 의미.특별취재팀△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경찰이 불법 성인사이트 ‘소라넷’의 실제 운영진을 추적하고 사이트 폐쇄까지 추진 중이다. 1999년 개설된 소라넷은 사진과 동영상 등 각종 음란물이 넘쳐나고 이 과정에서 몰래카메라 피해와 성매매 알선까지 이뤄지는 대표적 음란 웹사이트다. 그러나 서버가 미국에 있어 그동안 운영진 수사는 물론이고 사이트 영구 폐쇄도 어려웠다. 경찰청은 소라넷 수사와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해 사이트 폐쇄를 검토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강신명 경찰청장도 23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 경찰은 2000년대 초반부터 소라넷을 꾸준히 추적해 왔다. 2004년 사이트 운영자 등을 무더기로 검거했지만 해외 체류 중인 운영자를 잡지 못했다. 한동안 침체상태였던 소라넷은 2009년 6월 트위터 열풍과 함께 다시 활성화했다. 소라넷 운영진은 사이트 차단에 대비해 일주일마다 바뀌는 사이트 주소를 트위터로 공지했다. 차단 그리고 새로운 주소를 통한 우회 접속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올해 소라넷 관련 수사를 다시 시작해 사이트에 음란 동영상 600여 건을 올린 안모 씨(37) 등 회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사이트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커뮤니티 청원 사이트 아바즈에서는 9월 9일 10만 명을 목표로 ‘불법 성인사이트 소라넷 폐쇄와 관련자 전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청원서를 받는 사람을 강신명 경찰청장이라고 명시했다. 25일까지 청원에 동참한 사람은 7만5000여 명. 이들은 소라넷에서 몰카 영상 유통뿐 아니라 각종 성범죄 모의가 이뤄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이트 회원이 올리는 음란물은 단순한 ‘야동(야한 동영상)’ 수준을 넘어선다.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성관계 장면이나 은밀한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공유하는 자료가 셀 수 없을 정도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라넷은 불법 음란물 유통과 함께 성폭행 및 성매매 행태를 자랑하는 게시물이 등장하면서 기형적으로 성장했다”며 “단순 폐쇄에 멈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12월 5일로 예정된 ‘제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의 평화적 개최를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전날 화쟁위에 중재를 요청한 3개 안 가운데 하나다.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24일 오후 “화쟁위는 노동계에 이어 정부, 정치권과 대화하겠다”며 “12월 5일 예정된 집회가 시위 문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주최 측과 경찰, 정부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로운 집회 시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불교계뿐 아니라 범종교계가 함께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하자”며 다른 종교단체에 제안했다. 이를 위해 화쟁위는 중재 전담 소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기로 했다. 도법 스님은 “7명 정도로 구성될 소위원회는 범종교계 연대를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화쟁위는 한 위원장이 중재를 요청한 나머지 2개 안의 판단을 유보했다. 한 위원장은 2차 투쟁대회의 평화로운 진행과 함께 △정부와 노동자 대표의 대화 △정부의 노동법 개정 추진 중단 등의 중재를 요청했었다. 화쟁위는 연석회의 끝에 “현재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가 폭력적 집회 진행 및 대응이라고 판단해 이 문제를 먼저 중재하면서 판단하겠다”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한 종단 관계자는 “이번 화쟁위 결정은 조계종 측의 부담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23일 자승 총무원장께서 ‘이번 사안을 화쟁위뿐 아니라 조계사와 신도,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해결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사실상 화쟁위 논의는 종단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화쟁위가 어쩔 수 없이 ‘평화’라는 종교적 대의를 내세우며 최소한의 결론만 내렸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종단 관계자는 “조계종 측에서 볼 때 정부와 노동계가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 앉고 12월 5일 평화적 집회가 이뤄지면 크게 잃을 것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화쟁위가 중재를 진행할 역량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화쟁위에 ‘평화적 집회’ 중재를 요청한 한 위원장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2차 투쟁대회 때 강경투쟁을 선동하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가 국민을 죽이고 있다. 우리가 우리 권력을 찾자. 모두가 나서야 가능하다”는 글을 남겼다. 민주노총도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2차 투쟁대회에 모든 역량을 집결할 것을 강조했다. 조합원 300여 명이 참가한 결의대회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폭력 탄압을 넘어서 집회조차 금지하겠다는 초헌법적 유신 발상을 내뱉고 있다”며 “더이상 피할 곳이 없으니 쫄지 말고 당당하게 총궐기에 나서 박근혜 정부 끝장내는 데 앞장서자”고 외쳤다.박성진 psjin@donga.com·권오혁 기자}
경찰이 다음 달 5일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열겠다는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금지 통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서대문구 경찰청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한 옥외집회도 금지를 통고했다. 집회가 신고내용과 달리 폭력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3일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와 이에 참가한 53개 단체 명의로 다음 달 5일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신고 내용이나 목적을 면밀히 파악해 폭력시위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금지 통고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2차 집회가 공공질서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금지가 통고된 집회를 개최하면 주최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단순 참가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 투쟁본부 측은 강경한 2차 투쟁대회를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다음 달 5일 전국 각지에서 2차 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공안 탄압에 맞서기 위해 1차 대회처럼 집중 상경투쟁 방식으로 치를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투쟁본부가 다른 명의로 집회 신고를 한다면 사실상 막기는 어렵다. 경찰이 2013년 7월 덕수궁 대한문 앞을 점거한 쌍용차 범대위 집회를 물리적 충돌과 교통 혼잡, 시민 불편 등을 이유로 금지했다가 소송을 당해 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쌍용차 범대위에 참여한 참여연대가 같은 장소에서 집회 신고를 하자 경찰이 이를 금지했다가 소송을 당했고, 집회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패소했다. 하지만 이번 폭력시위를 계기로 반복해서 폭력 시위를 저지른 단체의 집회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투쟁본부에 참가한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등 상당수 단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 제주해군기지 건설, 쌍용차 정리해고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반정부 집회에 계속 참가했다. 현재 경찰은 53개 단체 중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를 포함한 46개 단체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2008년 광우병 시위 때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불법시위를 일삼는 단체가 참여하는 집회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금지통고를 행사해야 한다”며 “수십개 단체가 연합해 나오는 시위가 반복적으로 불법을 저질러도 사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만큼 이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국민의 권리인 집회 시위를 범죄로 간주해 문제”라며 “집회를 폭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국민 주권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14일 시위 현장에서 파손된 경찰 장비의 손해 추정액이 3억8960만 원이라고 23일 밝혔다. 시위대에 맞아 부상한 경찰관 113명의 치료비 등을 합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민주노총 압수수색 등 시위 기획부터 실행, 증거인멸까지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신속히 하고 이미 출석 요구한 투쟁본부 참가 46개 단체 대표가 끝내 불응하면 혐의에 따라 체포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53)은 은신 일주일 만인 23일 오후 모습을 드러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12월 5일 민중총궐기 시위 평화적 진행 △노동자 대표와 정부의 대화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 중단 등 세 가지 사안의 중재를 요청했다. 화쟁위는 24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중재 요청을 받아들일지 논의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23일 오후 2시 20분경부터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조계사 부주지 담화 스님을 면담했다. 한 위원장은 면담 후 피신 중인 관음전 건물 입구까지 나와 이들을 배웅한 뒤 취재진을 향해 합장하며 인사하는 여유를 보였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1. 2013년 12월.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그는 가장 먼저 조계종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또 공식 창구를 통해 종단 측과 소통했다. 종단은 박 수석부위원장이 머무는 건물 아래층에 직원을 상주시켰다. 조계종 직원들은 직접 식사까지 제공하고 경찰과 언론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굳이 민주노총 직원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이따금 스님들과 식사하고 경내 산책도 했다. 조계종은 적극적으로 노사 중재에 나섰고 내부의 반발 여론도 달랬다.#2. 2015년 11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그는 조계종 측과 공식 대면한 18일 전까지 이틀 동안 비공식 창구로 접촉했다. 하지만 2년 전과 달리 한 위원장을 보호하는 종단 직원들은 없다. 식사도 제공되지 않아 민주노총 자체적으로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산책은커녕 은신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서신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은 한 위원장의 중재 요청에 ‘즉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당장 그를 내치지는 않았지만 내부 의견은 부정적이다. 2013년 12월의 조계사와 2015년 11월의 조계사는 달랐다. 두 모습을 비교해 보면 조계종 측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파업하다 들어온 박 수석부위원장과 불법 폭력시위를 하고 도피한 한 위원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단은 이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고 있다. 종교시설이 사람을 내치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민주화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성당이나 사찰 등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었다. 시대적 상황이 바뀌면서 이에 대한 종교시설의 대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민주투사의 ‘은신처’ 명동성당의 변화 1970, 80년대 군부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의 ‘성지’이자 수배자들의 마지막 은신처는 주로 명동성당이었다. 명동성당은 군사정권도 강제 진입을 주저할 정도로 성역으로 받아들여졌다. 군부의 억압을 피해 수많은 ‘민주투사’들이 명동성당에 몸을 숨기거나 성당 안에 터를 잡고 장기 농성을 했다.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당시 강 씨가 명동성당에 숨었을 때도 가톨릭계는 “극단적으로 따지면 성당은 죄인들의 모임 장소다. 천사에게는 성당이 필요 없다”며 그를 보듬었다. 명동성당이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자리 잡은 건 유신체제 선포 2년 후인 1974년경이다. 유신정권이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다며 지학순 주교를 구속했고, 이후 천주교가 민주화운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명동성당은 시국사범을 보듬는 ‘정치, 사회적 공간’이 됐다. 그런 명동성동이 변한 건 15년 전. “그때 명동성당 언덕이 텐트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죠. 성당에서 농성을 한다고 양해를 구한 사람은 10명 중 1명이나 됐을까요? 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12월 명동성당이 중부경찰서에 시설보호 요청을 할 무렵 성당에 근무했던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소외 계층이 아닌 사람들이 찾아와 성당 측에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장소’만 이용하는 건 문제였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 댐 건설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 등 다양한 이익집단이 몰려왔다. 그는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열면 언론에서 한 번이라도 더 비춰 준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리가 비좁을 정도여서 성당에 모여든 수배자들끼리 서로 텐트를 ‘대물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떤 이는 성당 관계자에게 “이틀 정도 있겠습니다”라고 해놓고 1주일이 넘도록 철거하지 않았고, 밤에 몰래 들어와 그냥 지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는 신부나 신도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2000년 한국통신 노조의 농성이었다. 대규모 파업 농성을 벌였던 한국통신 노조는 그해 12월 22일 농성을 풀고 철수했다. 노조원들이 철수한 성당 주변은 한마디로 쓰레기 더미였다. 명동성당은 다음 날 “앞으로 명동성당 내에서 점거농성과 시위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교구장이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의지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구보다 강력하게 민주화운동을 후원해 온 김 추기경도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무분별한 집단행동으로 인해 가톨릭 성지가 더 이상 훼손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는 게 가톨릭계 인사들 얘기다. 당시 백남용 명동성당 주임신부는 “그동안 성당 내 여론을 수렴한 결과 교회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정상적인 신앙활동을 차단하는 집회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정리집회 등 간단한 행사는 허용하겠지만 점거집회나 장기 천막농성 등의 요청이 들어오면 단호히 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정진석 추기경이 “국책 사업인데 무조건 반대보다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에 우려를 표명하자 진보와 보수 성향 단체들의 시위로 한때 시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이는 모두 성당 밖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서울대교구 서동경 홍보팀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명동성당 내에서 농성이나 시위가 벌어진 적이 없다”며 “명동성당이 정치적 또는 집단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교회의 원칙이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새로운 은신처로 자리 잡은 조계사도… 명동성당의 집회 불허 방침 이후 조계사가 수배자들의 새로운 은신처가 됐다. 2013년 말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로 숨어들었을 때 “산사에 찾아온 짐승도 쫓지 않고 먹이를 주는 게 불교 정신”이라며 그를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한 위원장의 은신을 바라보는 조계종 내부의 시선은 딴판이다. 17일 조계사를 찾은 신도 유모 씨(42·여)는 “관음전 앞에 카메라가 많아 ‘부처님을 찍는 건가’ 생각했는데 한 위원장을 찍기 위해 온 것이었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조용한 사찰에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이곳도 당분간 시끄러워질 것 같다”며 절을 나섰다. 조계사는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행정부’ 격인 총무원이 있는 핵심 시설이다. 총무원장으로 상징되는 종단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운동권 세력이 선호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관련한 수배자들의 장기 은신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은 불교계를 자극했다. 조계사 주변에 배치된 경찰이 수배자 검거를 위해 일일이 차량을 검문하면서 당시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이 타고 있는 차량 트렁크를 뒤지자 불교계가 크게 반발했다. 공교롭게도 기독교(개신교) 장로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불교계가 정부의 종교 편향을 주장하던 때였다. 결국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이 사과했지만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그해 8월 서울광장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20만 명, 경찰 추산 6만 명의 대규모 행사였다. 하지만 이번 한 위원장 은신을 둘러싸고 조계사 신도는 물론 종단 내부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기류가 확연하다. 그만큼 이번 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음을 방증한다. 한 위원장 은신 이후 조계종 내부에서는 자비를 표방하는 불교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내쳐선 안 된다는 정서도 있지만 퇴거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핍박받는 자의 피난처인가, 범법자 위한 소도(蘇塗)인가 군부독재나 부당한 공권력이 활개 치던 당시 종교시설은 ‘소외된 자’에게 중요한 피난처였다. 종교계가 그들을 보듬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고,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종교시설 내 공권력 투입은 금기(禁忌)로 여겨졌다.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조계사 내부로 진입했다 결국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하고, 이후 조계사에 공권력이 투입된 적이 없다. 종교시설 외에도 민주화 이후 대학, 언론사 등은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대학이나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본연의 기능으로 하는 언론사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국민적 공감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학교 방문에 반대하는 총학생회 학생들을 사복 경찰이 저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관련 청와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강제수사 가능성이 나올 때도 논란이 거셌다. 하지만 요즘 종교계의 고민은 공권력이 아닌 국민의 시선이다. 한 위원장이 도피 중인 조계사가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국민 여론이다. 현재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한 위원장은 종교가 보호해야 할 소외된 약자일까, 종교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불청객일까? 그리고 2000년 명동성당의 결정과 2015년 조계종의 결정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김민 kimmin@donga.com·김갑식·박성진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대중목욕탕은 주말을 맞아 목욕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온 부모가 많았다. 어른들이 온탕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사이 냉탕은 아이들의 차지였다. “들어간다!” 한 아이가 고함을 지르며 탕 안으로 뛰어들자 ‘첨벙’ 하며 물이 탕 바깥까지 튀었다. 물싸움을 하거나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은 쉴 새 없이 “까르르” 웃어댔다. 수영복이 없을 뿐 워터파크의 한 장면과 다를 바 없었다. 이들이 내는 소리는 목욕탕 전체에 울려 퍼졌다. 냉탕 옆 벽면에는 ‘10세 이하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소란을 일으킬 경우 강제 퇴실 조치할 수 있습니다’라고 빨간 글씨로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얘기하는 아버지는 한 명도 없었다. 이따금 어른들이 냉탕 안 아이들에게 “좀 조용히 하자”고 주의를 줘도 조용한 건 잠시뿐이었다. 이날 목욕탕을 찾은 김민혁 씨(29)는 “주말이면 항상 냉탕 안은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들로 넘치는데 목욕탕 특성 때문에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데다 온탕에 앉아있는 사람한테까지 차가운 물이 튀어 불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로 성인들이 몸을 담그는 온탕에서도 에티켓에 어긋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샤워를 하지 않은 맨몸으로 탕 안에 들어오거나 손으로 몸을 문질러 때를 미는 사람이 있었다. 그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도 정작 당사자는 ‘무엇이 문제냐’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일부는 손톱으로 발바닥의 각질을 벗기거나 발가락 사이를 긁었다. 수면에 각종 부유물이 떠다니는 이유다. 1주일에 2, 3번 목욕탕을 찾는다는 이형석 씨(32)는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갔을 때 밀려오는 쾌감이 좋아 목욕탕에 가는데 매너를 지키지 않는 이들을 보면 짜증이 밀려올 때가 많다”며 “피로를 풀러 갔다가 오히려 더 피곤해질 때도 있는 만큼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기본적인 매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이 19일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도피를 막기 위해 경계를 한층 강화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10시경 민주노총 고위 여간부는 조계사 인근에서 승복 1벌을 구입했다. 이 간부는 종이 쇼핑백에 승복을 담아 한 위원장이 숨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방에 들어갔다 나온 간부의 손에 쇼핑백은 없었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승복으로 갈아입고 도피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승복 차림의 스님들을 일일이 검색했다. 비슷한 시간. 천막과 검은색 나무 깔판, 스티로폼 등을 실은 차량 3대가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경내 진입을 시도했다. 민주노총 측은 차량이 도착하자 오전 11시 입장 발표를 위해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차량 3대에 나눠 탄 민주노총 관계자는 진입을 막아선 경찰에게 “조계사 내부 행사를 위해 천막 등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릴 행사는 없었다. 거짓임이 드러나자 조합원은 “기자회견을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경찰은 기자회견만을 위해서는 천막과 한기를 막아 줄 스티로폼 등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천막 농성을 위한 도구라고 파악한 경찰은 차량 경내 진입을 막았다. 경찰은 숨 가빴던 이날 오전 상황을 한 위원장의 계획된 이중 도피 작전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찰과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어수선한 틈을 타 경내를 빠져나갈 계획이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이날 유독 많은 여성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은신처를 방문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성 조합원에 둘러싸여 경내를 빠져나가면 남성 경찰관들의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여성 경찰관을 추가로 배치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조계종 관계자는 “조계종 내부적으로 ‘한 위원장의 장기 체류 및 경내 투쟁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센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 측이 단순히 천막뿐 아니라 스티로폼 깔판 등을 가지고 온 것은 도피 시도가 실패할 경우 조계종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한 위원장이 실제로 천막 농성에 들어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한 위원장이 18일 조계종 사회적기구인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부탁하면서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불교 신도들로 이뤄진 대한민국 지키기 불교도총연합 등은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 위원장을 청정도량에서 즉시 추방하라”며 “조계사를 범법자 은닉단체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외쳤다. 경찰은 14일 폭력 집회 당시 한 위원장 검거를 방해했던 노조원 1명을 18일 오후 인천에서 긴급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명 호위대로 불리는 노조원들을 속속 검거해 더는 그를 비호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이 조계사를 민주노총의 제2본부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조계종 측에 요청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조계종은 종교시설에서 투쟁은 안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17일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턱 밑인 조계사에서 장기 체류하면 이쪽으로 경찰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어 12월 5일로 예정된 2차 대규모 집회 때 동지들이 편하게 시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계사를 제2의 노동운동 성지로 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은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쟁을 위한 준비도 했다. 18일 오전 한 위원장 측은 조계사 대웅전 뒤편 공터에 천막을 설치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막 농성 계획은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과의 면담 이후 취소됐다. 조계종 측은 면담에서 한 위원장 은신과 관련한 세간의 분위기를 전하며 조계사를 투쟁본부로 삼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 은신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17일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단순 은신이 아닌 투쟁의 뜻을 내비친 한 위원장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입장 표명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측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민주노총 직원들이 오가며 시위 관련 회의를 하는 것도 불편하다”며 “경내에서 투쟁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8일 오전 “사전 양해 없이 조계사로 들어오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며 조계종 총무원의 허가 없이 숨어든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부처님의 넓은 자비심과 화쟁의 마음으로 보듬어 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조계종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부탁했다. 화쟁위원회는 19일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경찰은 조계종 측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계종 측이 회의를 거쳐 전격적으로 퇴거 요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18일 조계종 측의 강경 분위기를 전해들은 한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승복을 입는 등 변복을 하고 조계사를 빠져나가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조계종 측이 공식적으로 퇴거 요청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2차 대규모 집회를 지휘하기 위해 경내를 빠져나가는 한 위원장을 무조건 검거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그의 집회 참여를 막을 방침”이라고 밝혔다.박성진 psjin@donga.com·김민 기자}

조계종 측이 16일 오후 조계사로 잠입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의 장기 체류 요청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의 ‘퇴거’ 시한을 12월 초로 정하고 이르면 18일 이런 방침을 한 위원장에게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경찰과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오전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과 이세용 종무실장이 한 위원장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당분간 머물 수는 있지만 계속 있는 것은 곤란하며 12월 초까지는 나가 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측의 이런 의견은 한 위원장 은신에 대한 내부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열린 조계종 대책회의에서는 “명백한 불법과 폭력을 일삼은 이들을 보호해야 하느냐” “그래도 종교 시설에서 품어야 한다” 등 상반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은신자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전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조계사는 2000년 명동성당이 ‘성당의 동의 없는 집회를 불허한다’고 선언한 이후 각종 시국사건 수배자들의 은신처로 떠올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도 당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가깝게는 2013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 은신했을 때와도 사뭇 다르다. 당시 조계종은 “산사에 찾아온 짐승도 쫓지 않고 먹이를 주는 게 불교정신”이라며 철도노조와 사측의 중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과거와 달리 조계종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민주노총이 조계사로 상징되는 한국 불교의 총본산을 정치투쟁의 거점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한 위원장의 은신을 철도노조 파업 때와 같은 차원에서 보기 어렵다는 게 조계종의 시각이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철도노조 때는 사측이 대화를 거부한 데다 먼저 종단의 사회적 기구인 화쟁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이번 사안은 다르다”며 “불법 폭력시위를 향한 비판적 여론이 거센 데다 노골적으로 반(反)정부 구호를 앞세우고 있어 중재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조계사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조계종 측의 승인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6일 오후 9시 30분경 측근 1명과 조계사를 찾았다. 경비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자승 총무원장 면담과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총무원 측이 고심하는 사이 조계종 노동위원회 소속 직원은 평소 템플스테이 장소로 활용하는 ‘관음전’ 4층 방을 내줬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대통령) 심장 밑에 은신해 처절한 노동운동을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관계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조계사로 피신할 것이면 경내 소란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대동해 달라고 민주노총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종단은 한 위원장의 피신을 거부할 방침이었다”며 “노동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은신처를 내줘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신도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 신도는 “특정 집단이 종교시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종단 차원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17일 오전 불교종단협의회 차원의 성지 순례를 위해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출국 전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을 보고받았지만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집회 현장에서 한 위원장 검거에 실패한 경찰은 이후에도 그의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17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 위원장이 당시 1000여 명의 호위대에 둘러싸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건물로 도주한 이후 행적을 놓쳤다”며 “검거를 시도할 경우 대규모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체포조만 구성하고 검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간첩 작전 하듯 움직이는데 도청할 수 없고 통신 수사도 못해 조계사로 들어간 이후에야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7일 “한 위원장 중심으로 민중연대를 다져 노동현장 투쟁 태세를 가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 시설이 시국 사건 수배자들의 공공연한 도피처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조계종 측이 한 위원장에게 퇴거 요청을 할 경우 한 위원장의 은신은 장기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박성진 psjin@donga.com·김갑식·권오혁 기자}

14일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주도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사진)이 16일 밤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은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사 관계자는 “16일 오후 민주노총 간부급 인사 2명이 관음전에 머물며 한 위원장의 은신이 가능한지 상의하기 위해 자승 총무원장 면담을 요청했다”며 “조계사 노동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1월 박태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한 것처럼 한 위원장도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요구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조계사 측은 이날 오후 10시 긴급 내부회의를 소집해 한 위원장의 피신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 측이 수용 결론을 내리자 이날 오후 11시경 곧바로 조계사로 들어가 관음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4일 집회에서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선동적인 발언을 하며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경찰은 검거 전담반을 30명으로 확대해 추적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은신하면서 신병 확보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psjin@donga.com·박훈상 기자}
겨울 휴가와 방학에 맞춰 프랑스 파리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4, 15일 주말 동안 국내 여행사들은 여행 안전성 여부를 묻는 고객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파리 현지 상황을 자세히 물으며 예정대로 여행해도 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며 “패키지여행 취소 요청은 아직 없지만 16일부터 고객들의 취소 요청이 몰릴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서둘러 여행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14일 결혼한 권모 씨(27·여)는 파리로 가려던 신혼여행 계획을 급하게 변경했다. 권 씨는 “사건 당일 크게 놀라 불안한 마음에 목적지를 오스트리아 빈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은퇴 이후 부인과 유럽 일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이모 씨(60)도 여행 책자를 다시 펼쳤다. 이 씨는 “치안이 좋은 파리에 테러가 발생하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곳곳을 여행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14일 프랑스에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수도권(일드프랑스)에는 ‘여행 자제’에 해당하는 황색경보를, 나머지 지역에는 ‘여행유의’에 해당하는 남색경보를 발령했다. 정부는 ‘여행유의’(남색)→‘여행자제’(황색)→‘철수권고’(적색)→‘여행금지’(흑색) 등 4단계 여행경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있어요.”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 테러 공격지가 된 파리의 희생자들과 프랑스 국민을 위해 지구촌에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전하며 “무고한 시민을 위협하는 무도한 테러를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긴급 회견을 열고 “우리의 자유로운 삶이 테러보다 강하다”고 역설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 중동 국가들도 테러 비난 대열에 동참했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아시아 정상들도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올랑드 대통령에게 보낸 전문에서 “이번 비극은 테러리즘의 야만적 본질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으로 모든 국제사회의 단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까지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국제관계위원회의 바셈 나임은 14일 IS의 파리 공격은 “침략 행위이자 잔인한 행위”라며 “그곳의 안정과 안전을 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3색기 색을 입혀 애도의 뜻을 표할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내놓았다.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 장 쥘리앵 씨가 평화 이미지와 에펠탑 이미지를 결합해 만든 ‘피스 포 파리’ 이미지가 각국 SNS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프랑스어권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테러 직후인 14일 밤 시민 500여 명이 모여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지킨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추모 집회를 벌이는 등 비슷한 집회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국내에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 정문에는 시민들과 주한 프랑스 교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과 초 등이 놓여 있었다. 이곳을 찾은 김형석 씨(32)는 “대학생 때 유럽 여행을 하며 파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후 지난해까지 6차례 파리를 방문했는데 즐겨 찾던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아직까지도 믿을 수 없다”며 “테러로 희생된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프랑스 시민들의 희생정신과 온정도 빛났다. 5명이 희생된 파리의 피자가게 ‘카사 노스트라’에서는 무슬림 종업원이 총격을 입은 여성 2명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계산대 뒤에 숨어 있던 세이퍼 씨는 테라스에 앉아 있다가 각각 손목과 어깨에 총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여성 2명을 발견해 지하창고로 옮겨 목숨을 구했다. 테러 직후 프랑스 SNS에는 해시태그 ‘#열린대문(#portesouvertes)’을 단 글이 줄을 이었다. 거리에 발이 묶인 시민들에게 “11구 생모르에 당신을 위한 방이 있다”며 주소와 방 개수, 수용 가능한 인원 등을 공개하는 식이었다. 택시기사들도 비용을 받지 않고 밤새 시민들의 발을 자처했다. AFP통신 등은 14일(현지 시간) 파리의 헌혈센터에 테러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 주려는 시민들이 100m가량 늘어섰다고 보도했다.이설 snow@donga.com·박성진 기자}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50년 동안 암 말기 환자 등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보살핀 국내 최초의 호스피스병원 강릉 갈바리의원을 ‘제27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15일 선정했다. 상금은 3억 원이다. 1965년 설립된 강릉 갈바리의원은 천주교 수녀회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운영하는 호스피스병원이다. 23년 동안 우간다에서 의료활동을 벌인 유덕종 우간다 마케레레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회봉사상은 39년 동안 전화 상담을 통해 자살예방사업과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힘쓴 ‘한국생명의전화’가 받는다. ‘사랑의 소리방송’ KBS 3라디오는 특별상을 수상했다.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 특별상 수상자에겐 각각 상금 1억 원이 수여된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대법원이 세월호 이준석 선장(70)에게 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250명·실종자 4명 포함)이 생존해 있었다면 수능을 치르고 있을 시간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날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 선장에게 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재난사고에서 총괄 책임자가 마땅히 해야 할 구조의무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명피해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처음 인정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 선장이 세월호의 총책임자로서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당시 상황을 지배하고 있었는데도 퇴선 명령 없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행위는 승객들을 물에 빠뜨려 익사시킨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선장이 조타실 방송 장비로 손쉽게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릴 수 있었는데도 승객 안전에 철저히 무관심한 채 혼자 살겠다며 탈출했고, 탈출 후에도 아무런 구조조치를 하지 않고 신분을 속인 채 해경구조함에 숨어 있었던 건 선장의 역할을 고의적으로 전면 포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월호와 교신하던 진도VTS가 승객들의 탈출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한 요청을 무시한 행위도 감안됐다. 이 선장의 행위가 단순히 승객들의 사망을 예측한 수준을 넘어 ‘승객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에서 비롯돼 미필적 고의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는 “사건을 수사할수록 이 선장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도 사라질 만큼 그는 승객 안전에 철저하게 무관심했다”며 “대법원이 이 선장의 살인죄를 인정한 게 희생자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선장과 함께 살인죄로 기소된 강원식 1등 항해사(43), 김영호 2등 항해사(48), 박기호 기관장(55) 등 3명은 다수 의견으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이 이 선장의 명령 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박보영 김소영 박상옥 대법관은 “강원식 김영호 항해사는 사고 당시 이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있으면서 선장을 대행해 구조조치를 지휘할 의무가 있었다”며 살인죄를 인정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날 대법정에는 세월호 리본이 그려진 노란 점퍼를 맞춰 입은 세월호 유가족 30여 명을 포함해 방청객이 몰리면서 180석이 일찌감치 메워졌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이 주로 거주하는 경기 안산 지역 관할 법원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법정에는 대법원 재판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단원고 2학년 8반이었던 이재욱 군의 어머니 홍영미 씨는 “아이들이 하늘에서 친구들에게 힘을 주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남을 잃은 김모 씨(46)는 안산지원에서 TV 화면으로 재판을 지켜본 뒤 “아침에 학생들이 수험장에 가는 걸 보고 울컥했다. 우리 아들도 시험 잘 보라고 도시락 싸줘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동주 djc@donga.com·신나리 / 안산=박성진 기자}
혼탁한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주름진 눈가를 타고 뺨으로 흘러내렸다. 10여 년 아픈 사람 욕창 닦아주고 배설물 치워주며 번 돈을 다 잃었다. 간병하며 친해진 유일한 단짝 친구도 떠났다. 그래도 원모 할머니(67)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해 버리면 이제 정말 혼자였다. 믿었던 그놈이 진짜 사기꾼이라고 하더라도. 할머니는 평생 혼자 살았다. 가족을 꾸릴 기회는 없었다. 젊었을 적 우연히 찾은 교회의 일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곳에 가면 적어도 인사 나눌 사람은 있었다. 교회 일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어 10여 년 전 간병인이 됐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증환자를 주로 돌봤다.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 몸을 뒤집어가며 욕창과 배설물을 닦아줬다. 고됐다. 몸은 쉽게 피곤해졌다. 환자를 돌보던 할머니는 암 환자가 됐다. 2012년 8월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보험금으로 수술 비용은 해결했다. 오랜 입원 생활은 꿈도 못 꿨다. 남은 보험금을 은행에 저축하고 단칸방을 얻었다. 몸은 쉽게 낫지 않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랐다. 그래도 움직였다. 혼자인 세상에 기댈 곳은 없었다. 더 늙어서 추해지지 않으려면 용돈을 벌어야 했다. 하루 종일 서울 강서구 일대를 돌며 폐지를 주웠다. 그렇게 모은 폐지는 kg당 70원 받고 고물상에 팔았다. 직접 고물상을 찾는 일은 없었다. 폐지 줍는 할머니들이 폐지를 모아 놓으면 한꺼번에 자동차로 수거해가는 사람이 있었다. 지난해 9월 원 할머니는 서울 양천구의 한 고물상에서 일하는 김모 씨(45)를 이렇게 처음 만났다. 김 씨는 할머니를 “누이”라고 불렀다. “누이, 몸도 안 좋은데 고생했어요”라며 살갑게 굴었다. 사람의 정이 그리웠던 할머니는 마음을 내줬다. 젊은 사람이 참 성실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김 씨 생각은 달랐다. 할머니가 암 치료를 미루며 저축해둔 돈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본색을 드러냈다. “누이, 제가 원래 베트남에 원단 수출하는 일을 하는데 세금 문제로 은행에 1억6000여만 원이 묶여 있어서 고물상에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사업 자금을 빌려주면 4배로 갚을게요.” 할머니에게 4배로 늘어날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남동생 같은 김 씨가 안쓰러웠다. 한 번에 200만∼300만 원씩 빌려주던 돈은 1년 동안 2억여 원까지 늘었다. 간병하며 번 돈, 폐지 주워 판 돈, 암 치료 미루며 모아 둔 돈까지 모두 빌려줬다. 돈을 돌려받은 적은 없었다. 박모 씨(68·여·간병인)도 김 씨에게 소개시켜 줬다. 김 씨는 능숙한 말솜씨로 원 할머니도 자신을 믿고 돈을 빌려주지 않았느냐며 박 씨마저 속였다. 발신번호표시제한 서비스를 이용해 시중은행 직원으로 가장한 뒤 사업 투자 독려 전화도 걸었다. 박 씨는 친구를 믿고 28회에 걸쳐 1억8000여만 원을 김 씨에게 건넸다. 박 씨 역시 평생 간병하며 번 돈이었다. 먼저 세상을 떠나면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이 홀로 살도록 준비한 돈이기도 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원 할머니 등 4명으로부터 3억9000여만 원을 가로챈 전과 15범 김 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김 씨 통장 잔액은 1900여 원뿐이었다. 원 할머니는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가로챈 돈을 모두 경륜 등으로 다 썼다고 말해 돈을 찾으려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도 여전히 김 씨를 믿으려 하는 할머니가 너무 안쓰럽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경찰청은 10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전국 251개 경찰서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합동으로 성매매 알선 음란전단지 집중 단속을 벌인다고 9일 밝혔다. 본보가 3일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지역의 무분별한 성매매 전단 살포 현장을 보도한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이 기간에 청소년 밀집 지역, 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주 2회 이상 성매매 전단지를 강도 높게 단속한다. 경찰은 전단지를 뿌린 업소를 추적하고 성매매 현장까지 단속해 업주 등을 처벌할 계획이다.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 이용 정지, 성매매 사이트 폐쇄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말연시를 맞아 오프라인 전단지를 집중 단속해 건전한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성매매 전단지 단속 수사 노하우를 전국 경찰이 공유해 성매매 전단지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은 3일부터 합동단속반을 일산동구청 일대에 투입해 성매매 전단 살포 업자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전모 씨는 7일 본보에 보낸 e메일에서 “지금까지 국민신문고와 구청 등에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는 답만 들었다”며 “넘치는 성매매 전단지로 가족 단위 손님이 줄어 상권 붕괴 지경까지 치달았는데 합동단속반이 나서고 전단지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방송인 에이미(본명 이에이미·33·여)가 심부름센터를 통해 또 다시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심부름센터를 통해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20여정을 구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에이미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마약류인 졸피뎀을 병원에서 대리처방 받은 뒤 주문한 고객에게 판매하던 심부름업체의 구매 의뢰자 중 한 명이 에이미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병원에서 졸피뎀 2400여정을 처방받은 뒤 이를 고객에게 되팔아 35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심부름업체 대표 고모 씨(47) 등 업체 관계자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고 씨에게 대리구매를 의뢰해 졸피뎀을 손에 넣은 고객 3명도 입건했는데 이 중 에이미가 포함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에이미가 9월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동안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배달받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밝혔다. 에이미는 2012년 11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춘천지법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약물치료 강의 24시간 수강 명령 받았다. 이듬해 졸피뎀을 복용한 혐의로 또다시 기소돼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됐다. 이에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미국 국적인 에이미에게 출국명령 처분을 내렸지만 에이미는 올해 3월 출국명령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4월 이를 기각했으나 에이미가 항고장을 제출해 서울고법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박성진 기자psjin@donga.com}

난감했다. 버스 막차 시간이 다가와 걸음을 재촉하는데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이 사람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길 한가운데서 담배 피우는 사람, 자전거를 세워두고 한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잘 피했다고 생각했다. 순간 “와 진짜 반갑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벽이 생겼다. 덩치 좋은 남성 5명이 눈앞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도로. 양쪽으로는 경쟁하듯 도로를 점령한 가게 입간판들. 피해 갈 수 없었다. 몸을 세로로 세워 무리 사이를 비켜 가려다 한 남성과 어깨가 닿았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남성은 “사과하는 태도가 건방지다”며 몰아세웠다. 밀려오는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인근 파출소까지 가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지난달 31일 “순간 화를 참지 못해 시비가 붙은 것은 분명 잘못됐지만 자동차처럼 사람도 잠시 멈춰야 할 때는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게 한쪽으로 비켜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행로를 점령한 갖가지 장애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길 한복판을 점령한 채 한바탕 수다를 떠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입간판을 세우기 위한 가게들의 경쟁에서 비롯된 답답함은 종종 폭행 사건으로까지 번진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올해 3월부터 9개월여 동안 바람직한 보행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선 지키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상인들을 설득해 광진구 맛 거리와 양꼬치 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선을 설정하고 각종 입간판 540여 개 등을 가게로부터 50여 cm 밖에 그려진 선 안쪽으로 들여놓게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상인 간 불필요한 경쟁을 막아 분쟁을 줄였고 입간판이 차지하던 도로를 보행자들에게 양보해 보행의 불편함을 줄였다. 캠페인 이후 이 지역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지난해 49건에서 올해는 이달까지 28건으로 42.9%가량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동차도 차선을 지키듯 사람도 선을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면 지금보다 갈등이 훨씬 줄 것”이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