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불량으로 첫 퇴출… ‘브랜드 가치 손실’ 추정 힘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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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노트7’ 단종]초유의 동일제품 2차례 리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의 판매와 교환 전면 중단 조치가 내려진 11일 서울 종로구 KT올레스퀘어 매장에 판매 중단을 알리는 고지문이 설치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의 판매와 교환 전면 중단 조치가 내려진 11일 서울 종로구 KT올레스퀘어 매장에 판매 중단을 알리는 고지문이 설치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2일 ‘갤럭시 노트7’에 대한 전량 리콜을 선언한 삼성전자에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교환 제품마저 이상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게 결국 현실이 됐다. 지금까지 소소한 리콜 사태는 있었지만 동일한 제품에 대해 두 차례 리콜과 함께 단종 선언까지 이어진 것은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198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급박한 결정과 수조 원대 손실

 
일요일인 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삼성그룹 최고 수뇌부가 모인 가운데 갤럭시 노트7 관련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배터리를 갈아 끼운 새 갤럭시 노트7에서도 잇달아 발화 사례가 접수된 만큼 추가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대만, 중국 등 각국 정부가 다양하게 엮여 있는 상황이라 자체적으로 판매 중단 선언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손발이 묶인 삼성전자는 정부 측 발표가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틀 뒤인 10일(한국 시간) 미국 이동통신업체들이 미국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제품 교환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삼성전자는 생산 라인 가동을 전면 중지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손을 떠난 갤럭시 노트7은 총 250만여 대. 이 중 165만여 대가 소비자의 손에 쥐여졌다. 이미 1차 리콜 비용으로만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쓴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 깔린 제품을 회수하는 데 이보다 많은 비용을 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삼성 브랜드 가치 하락 및 소비자 신뢰 하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까지 더하면 삼성전자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당장 리콜 비용보다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인한 향후 갤럭시 S8 등 신제품 출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예상보다 빠른 단종을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시간을 갖고 차기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2차 리콜 불가피… 소비자 불만 달래야

 삼성전자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사용 중지 권고에 따른 후속 조치로 13일부터 제품 교환 및 환불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갤럭시 노트7 이용자들은 모두 최초 구매처(개통처)를 찾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할 수 있다. 교환 및 환불 기한은 12월 31일까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S7이나 갤럭시 S7엣지 등을 포함해 삼성전자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3만 원 상당의 삼성전자 이벤트몰 할인 쿠폰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이나 LG전자 등 다른 제품으로 교환을 원할 경우 환불 후 재구매하면 된다.

 삼성전자가 교환 및 환불 계획을 밝혔지만 국내 이동통신 구조가 제조사-이통사-유통점-소비자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이용자마다 부가서비스 가입 및 할인 금액 등 조건이 다른 만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전량 교체 및 환불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전국 판매점은 10월 내내 이 작업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라며 “단말기를 판매하고 일정 부분 수익을 갖고 가는 판매점들은 일시적인 수익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때 리콜 되지 않는 갤럭시 노트7을 어떻게 수거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2일 첫 리콜 발표 이후 한 달 이상이 지난 이달 8일까지도 15%(6만7000여 대)가 수거되지 않았다. 소비자 거부로 교환 및 수거가 제때 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로서는 사라지지 않는 위험 요소로 남는 셈이다.
○ 왜 이런 일이…

 세계 최고 품질경쟁력을 자랑하던 삼성전자에 왜 두 번씩이나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7∼9월) 실적을 4분기(10∼12월)에 만회하기 위해 리콜 후 교환까지의 시간을 지나칠 정도로 촉박하게 잡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애플 ‘아이폰7’ 시리즈에 시장을 뺏기지 않아야 한다는 기한 압박에 시달린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중국 ATL사 배터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전제를 깔다 보니 원인을 파악하는 시야가 좁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부재는 삼성전자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애플과 구글의 새로운 스마트폰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장이 지난해 교체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품질보다는 마케팅을 중시하는 조직 분위기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누구보다 임직원들의 심려가 클 것”이라며 “짧은 시간 내에 원인을 파악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 거시경제에도 악영향

 갤럭시 노트7 단종 결정이 경기침체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휴대전화가 한국 수출의 2%, 산업생산의 2.4%를 차지하고, 그중 60%를 삼성이 생산한다”며 “삼성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선통신기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2% 감소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기지인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완제품의 상당 부분이 한국산 소재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 중단의 악영향이 예상외로 클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 및 리콜 사태는 글로벌 시장 전체를 봐도 전례를 찾기 힘든 심각한 일”이라며 “문제 원인뿐 아니라 한국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 논의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서동일·박성진 기자
#삼성전자#갤노트7#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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