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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팔짱을 끼고 코트를 응시하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두 손을 모아 이마에 붙였다.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시즌부터 코치와 감독으로 한 시즌도 쉬지 않으며 984경기에서 벤치를 지킨 ‘만수(萬手) 감독’도 이 순간만큼은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모비스가 10일 창원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6차전에서 LG를 79-76으로 꺾고 4승 2패로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였다. 모비스는 1999년 현대 이후 1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2연패에 성공하며 통산 5번째 정상(기아 시절 1회 포함)을 밟았다. 2004년 부임해 10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유 감독은 국내 프로농구 감독 중 최다인 4번째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2.5년에 한 번꼴로 우승한 셈. 유 감독은 “우승하고 운 것은 처음 정상에 올랐던 2007년 이후 두 번째다. 그만큼 힘들었던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 앞서 유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4개월 동안 팀을 떠나 있었지만 코치들에게 체계적인 체력 프로그램을 지시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이지원 김종근 등을 육성해 LG로 이적한 김시래의 빈자리를 메웠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이대성을 11순위로 지명해 재목으로 키웠다. 다른 구단에서는 이대성을 미덥지 않게 봤지만 그의 눈은 정확했다. 정규리그에서 양동근과 이대성이 다쳤을 때도 화수분 농구 덕분에 전력 손실을 줄였다. 모비스는 이날 경기 종료 1분 전 함지훈의 부상과 문태영의 퇴장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식스맨 천대현이 결정적인 블록슛을 해내는 등 백업 멤버들을 앞세워 승리를 지켰다. 한 명의 영웅보다는 여러 명의 영웅을 지향하는 유재학 농구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유 감독은 “작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큰 결과를 얻었다.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한 덕분”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정규리그 때 일찌감치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SK, LG의 전술에 대한 대비책을 반복 훈련시켜 효과를 봤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없었다면 타이틀 방어는 힘들었다. 늘 아침 식사를 같이 하고 훈련이나 이동 시간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유 감독의 원칙주의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유 감독은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을 이끈다. 모비스는 주전 대다수가 30대에 접어들어 팀 리빌딩도 과제로 떠올랐다. 유 감독의 시선은 이미 내일을 향하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다 잊고 취하고 싶다”며 웃었다.창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SK 김선형(26)과 LG 김종규(23)는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기 스타다. 가드 김선형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종규는 207cm의 장신을 앞세운 골밑 플레이가 위력적이다.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둔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SK와의 4강전에서 김선형 봉쇄에 성공한 뒤 LG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김종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유 감독은 “대표팀에서 선형이와 종규를 가르쳐 봐서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오른쪽 돌파를 선호하고 수비에 약점이 있다. 김종규는 득점 루트가 골밑으로 제한적이며 주로 베이스라인을 따라서만 움직인다는 게 유 감독의 분석. 이런 습성을 노린 모비스는 효과적으로 이들을 막을 수 있었다. 유 감독의 ‘현미경 농구’는 포스트 시즌 들어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10일 창원 6차전에서 모비스는 1승을 추가해 2년 연속 우승을 확정지으려 한다. 홈에서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는 LG는 주전 가드 김시래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게 부담스럽다. 김시래가 결장할 경우 LG는 공격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게 될 수 있다. 모비스는 기복이 심한 벤슨이 버티는 골밑이 얼마나 안정되느냐가 대미 장식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모비스는 정규리그에서 자유투 성공률 67%로 10개 구단 중 9위에 그쳤다.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98개의 자유투를 시도해 36개를 실패해 성공률은 63%로 더 나빠졌다. 그래도 유 감독은 “자유투 갖고 뭐라 그러지 않는다. 더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진 LG 감독은 양우섭을 모비스 양동근의 마크맨으로 붙인다거나 김종규의 출전시간을 줄인 스몰 라인업 구사 등 경기마다 비장의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다. 두 감독의 지략이 빛을 뿜으면서 이번 시리즈는 역대 최고 명승부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6차전은 경기 초반 흐름이 중요해 보인다. 5차전을 치르는 동안 전반을 앞선 팀이 모두 승리했다. 지상파 TV의 7차전 중계일정을 잡아뒀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할지 모른다는 괴담에 대해 한국농구연맹 측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빙상의 전설 이규혁(36)은 한 번 나가기도 힘든 올림픽에 6번이나 출전했지만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7일 은퇴식을 가진 이규혁이 펴낸 자서전의 제목이 ‘나는 아직도 금메달을 꿈꾼다’인 걸 보면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여전히 커 보인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44)는 10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골프대회인 마스터스에 12년 연속 출전한다. 명인 열전에 개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2004년 3위, 2010년 공동 4위, 2011년 공동 8위에 오르며 세 번의 우승 기회를 놓친 소회가 남다르다. 최경주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하나님은 내가 (마스터스 우승을) 감당 못할 거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감당할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패 경험을 토대로 우승을 만들어내고 싶다. 올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 기회가 온다면 놓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이었다. 책 제목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린재킷을 꿈꾸고 있는 최경주의 장수 비결은 쉼 없는 변화다. 새로운 클럽 사용을 주저하지 않으며 체중 감량을 하기도 했다. 이번 결전을 앞두고는 3주 전 퍼터 그립을 바꿨다. “톱질을 떠올리게 하는 소(saw) 그립(사진)으로 변화를 줬더니 페이스가 일정해 공을 똑바로 보낼 수 있다. 라운드마다 2타를 줄이는 느낌이다.” 퍼터를 잡은 손 모양이 톱질하는 자세처럼 보이는데 오른손 엄지를 그립에 대고 나머지 손가락을 약간 펴서 잡는다는 게 그의 설명. 최경주는 동반 출전한 후배 배상문, 이창우에게 자신만의 코스 노하우를 전수하며 맏형다운 자상한 모습도 보였다. “확실하게 (그린에) 올리지 못할 거면 잘라 가야 한다. 끝까지 즐기면서 집중해라.” 최경주는 만약 마스터스에서 우승해 대회 전통에 따라 동료 선수들에게 베푸는 챔피언스 디너를 열게 되면 구수한 청국장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부푼 희망을 간직한 최경주는 10일 오후 10시 57분 2007년 우승자 잭 존슨, 스티브 스트리커(이상 미국)와 1라운드를 시작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퍼라면 누구나 동경한다는 ‘꿈의 무대’ 마스터스가 막을 올린다. 명인의 열전으로 불리는 시즌 첫 메이저 골프대회는 10일 밤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7445야드)에서 나흘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다른 3개 메이저 골프대회는 코스가 해마다 바뀌는 반면 마스터스는 1934년부터 한 장소만을 굳게 지키고 있다. 상업화를 배격하며 광고판 하나 세우지 않는 대회 주최 측의 깐깐한 자존심도 오랜 세월 변함이 없다.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한 97명의 출전 선수들은 저마다 챔피언만이 입을 수 있는 ‘그린재킷’을 노리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최경주(44), 양용은(42), 배상문(28)과 함께 아마추어 국가대표 이창우(21)가 도전장을 던졌다. 이창우는 지난해 10월 열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으며 초청장을 받았다. 최경주는 스물세 살 차이를 뛰어넘어 이창우와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하며 코스 공략 노하우를 전수했다. 재미교포 존 허도 가세한다.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개근하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허리 디스크 수술로 불참한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애덤 스콧(호주)을 비롯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필 미켈슨(미국) 등이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화려한 봄꽃이 코스 구석구석을 수놓는 가운데 빠르기로 소문난 유리알 그린, 하도 어려워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아멘 코너(11∼13번홀)에서는 올해도 환호와 탄식이 교차할 것이다. 8일 현지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연습 라운드가 중단되기도 했다. 변덕스러운 하늘은 누구를 최후의 승자로 점지할 것인가. 결전을 향한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김진 LG 감독과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장군 멍군’을 불렀다. 2승 2패로 팽팽히 맞선 LG와 모비스 가운데 누가 먼저 2승을 더 챙길까. 정상 가는 길목의 최대 분수령이 될 8일 울산 5차전을 앞둔 두 감독의 출사표를 가상 대담 형식으로 풀어 보았다. 》 ▽사회=LG는 챔프전 4경기 동안 한 번도 리바운드 우위를 지킨 적이 없다. 평균 리바운드는 모비스가 33.75개였고 LG는 25개다. ▽김진 감독(이하 김)=특히 공격 리바운드의 열세가 고민이다. 모비스에 연이어 공격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 상대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 수비를 펼치다 보니 박스 아웃과 위치 선점이 어려운데 그 부분에 변화를 주겠다. ▽유재학 감독(이하 유)=문태영이 꾸준히 득점(4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해줘 희망적이다. 4차전에서 로드 벤슨이 잘했지만 골밑은 불안하다. 골프로 치면 버디 잡고 다음 홀에서 OB를 내는 식이다. ▽사회=LG 데이본 제퍼슨은 어떤가. ▽김=모비스가 문태영, 함지훈, 벤슨의 협력 수비로 제퍼슨의 득점을 떨어뜨렸다. 제퍼슨이 살아나려면 베이스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김종규가 활동 반경을 넓혀 공격 기회를 잡아야 한다. ▽유=평소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김종규는 과연 어떨는지. 이지원, 박구영, 송창용 등 식스맨들이 한방 터져주면 경기는 더욱 잘 풀릴 것이다. ▽김=모비스 양동근에 대한 집중 수비는 잘되고 있다. 4경기 연속 70점대 실점이다. 한 명을 양동근 마크에만 집중시키다 보니 외곽 공격이 답답할 때도 있다. ▽유=챔프전 경험이 풍부한 동근이는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수비는 제 몫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면서 몇 개 터뜨리면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 ▽사회=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을 2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이끈 위성우 감독이 3, 4차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위 감독=내가 선수 때 두 감독님 밑에서 많이 배웠다. 모비스는 함지훈이 자신감을 되찾는다면 더욱 위력적일 것 같다. 모비스는 ‘타짜(특급 스타)’는 없지만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과 강력한 수비가 인상적이다. LG는 제퍼슨과 문태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 어떨까. 남은 시리즈는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이다. 초반 흐름이 중요하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저도 NC를 꼽겠습니다.” 프로야구 9개 구단 감독에게서 이구동성의 대답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다크호스를 예상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NC는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7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1년을 경험하면서 ‘아기 공룡’(NC의 팀명은 다이노스)이던 우리 선수들의 발톱이 자라고 성장했다는 뜻 아니겠는가.” NC를 이끌고 있는 김경문 감독(56)을 2일 광주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인터뷰 전날 밤 NC는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0-1로 패했다. 그는 “어제처럼 아쉽게 패한 날은 잠이 잘 안 온다. 경기를 복기해야 잊을 수 있다. 오전 2시 넘어 겨우 눈을 붙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사령탑, 두산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준우승 3회….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이지만 불면의 밤과 함께 새 시즌은 시작됐나 보다.○ 재능보다는 땀 NC가 김 감독을 창단 사령탑으로 선임했던 이유 중 하나는 명성보다는 잠재된 능력이나 장점을 중시해 선수를 뽑아내는 그의 탁월한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처음에는 앞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하게 노력하고 성실해야 결국 이긴다.” 두산 감독 시절 김현수, 손시헌, 이종욱, 고영민, 정수빈 등을 발탁했던 그는 NC에서도 이재학, 김종호, 모창민, 박민우 등을 키워냈다. 흙 속의 진주를 캐내는 비결을 묻자 김 감독은 “내 머릿속에는 카메라가 아주 많다”고 말하며 웃었다. 훈련할 때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이를 카메라처럼 찍어 머릿속에 저장해 둔다는 뜻이다. “투수나 타자 폼이 이상해져도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컨디션을 잘 느낄 수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퓨처스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신생 KT 조범현 감독을 비롯해 프로 사령탑 10명 중 4명이 김 감독과 같은 포수 출신이다. 포수 감독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이유는 뭘까. “포수는 투수와 야수를 넘나들면서 볼 수 있다. 투수와의 호흡뿐 아니라 야수와의 이해력도 높다.” 김 감독은 NC와의 계약을 1년 남겨둔 올 1월 2016년까지로 기간을 연장했다. 창단 감독의 재계약은 사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NC는 더이상 막내, 신생 팀이 아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는 보장도 없다. 올해를 4강 진출의 첫해로 만들고 싶다.”○ 팔도 사나이와 내 집 마련의 꿈 NC는 시즌 첫 경기를 KIA의 새 홈구장인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치렀다. 챔피언스 필드는 1000억 원 가까운 건설비를 들여 신축한 구장이다. 지난해까지 KIA가 쓰던 무등 구장은 낙후된 시설과 열악한 환경으로 팬과 선수들의 원성을 샀다. 뜻깊은 현장에 막내 NC가 초대받은 것 자체가 NC의 한층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 것이다. 챔피언스 필드는 김 감독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인천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초등학교는 대구, 중학교는 부산, 고등학교는 충남 공주, 대학은 서울에서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부평초(浮萍草)처럼 돌아다닌 그였기에 안정된 둥지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심해 보인다. “광주까지 응원 온 우리 창원 팬들이 많은 걸 보고 느꼈을 것 같다. 창원에도 광주 같은 야구 타운이 생기기를 바란다.” NC는 연고지 경남 창원시가 야구단 유치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야구장 신축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NC 1군 팀은 창원에 있는 반면 2군 팀은 3시간 거리인 경북 포항에 있어 두 집 살림으로 선수 육성과 운영 등에 어려움이 많다. NC는 현재 ‘안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마산구장 옆에 구장을 신축할 것을 바라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와 팬 모두 편하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장을 원한다. 마산에 그런 구장이 생긴다면 경사가 된다. 야구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부상 속에서 싹튼 미래 1977년 5월 30일자 본보 사회면에 ‘공주고 포수 중상 대전고 타자의 고의성 스윙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의 주인공인 중상을 입은 포수가 바로 김 감독이다. 당시 공주고 졸업반이던 김 감독은 청룡기 충남 예선에서 상대 선수가 휘두른 방망이에 머리를 맞아 실신한 뒤 5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김 감독은 그 일이 있은 후 두 달도 안 돼 다시 본보에 재등장했다. 이번에는 스포츠면이었다. 황금사자기에서 팀을 8강으로 이끈 그의 활약상을 소개한 기사에는 ‘1개월의 투병 끝에 병상에서 일어나 연습 5일 만에 출전’, ‘체중이 10kg이나 줄어 캐처를 맡기에는 무리한 여건이었지만…초인간적인 인내력’이란 내용이 담겼다. 당시를 언급하자 김 감독은 곡절 많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몸이 너무 안 좋아 프로 대신 한일은행을 가려 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프로 유니폼을 입고 싶어 OB에 입단했는데 1년 만에 허리 수술을 받았다. 손과 다리도 여러 번 부러졌었다.” 그는 병원을 들락거리며 오히려 내면이 강한 정신력과 독기로 채워졌다고 한다. “아픈 선수를 어떤 감독이 좋아하겠는가.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다른 선수가 나서는데 몇 달씩 떠난 내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약 먹고 경기에 나섰다. 뼈에 금이 가도 뛰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된다.” 덕장(德將) 이미지 속에 강한 카리스마가 감춰져 있다는 평판이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김 감독은 번트 대신 강공을 선호한다. 그 이유도 어쩌면 역경을 만나도 정면 돌파했던 지난 발자취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2시간 가까운 만남을 정리할 무렵 김 감독이 “이건 우리끼리 얘기”라며 불쑥 입을 열었다. “어젠 KIA 집들이 파티 아니었나. 져준 건 아니지만 그래야 팬들이 신나는 거 아닌가. 앞으론 다를 거다.” 그의 공언대로 NC는 이후 KIA와의 두 경기를 모두 이겨 시즌 초반이긴 해도 창단 첫 단독 1위에 나서기도 했다. ‘검은 말’의 질주는 이미 시작됐는지 모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03년 앳된 표정의 14세 소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해 공동 9위를 차지했다. 톱10에 들며 베스트 아마추어로 트로피까지 받은 그는 세상을 놀라게 할 골프 천재 소녀로 주목받았다. 어느덧 20대 중반이 된 재미교포 미셸 위(25)였다. 10년 넘게 메이저 정상과는 인연이 멀었던 그가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렸던 바로 그 무대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 미셸 위는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나비스코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알렉시스 톰프슨(미국)과 공동 선두를 이뤘다.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과 2010년 캐나다오픈에서 LPGA투어 통산 2승을 거뒀던 그는 그토록 꿈꾸던 메이저 대회 첫 승을 노리게 됐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박세리(37)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선두그룹에 2타 뒤진 8언더파 208타를 기록해 찰리 헐(잉글랜드)과 공동 3위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박인비(26)는 1오버파 217타로 공동 34위에 머물러 대회 2연패가 힘들어졌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형택(38)이 한국인 최초로 국제테니스연맹(ITF) 데이비스컵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형택은 6일까지 한국과 인도의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그룹 2회전(4단식 1복식)이 열린 부산 스포원 테니스코트에서 5일 상을 받았다. 데이비스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이 상은 데이비스컵 20회 이상 출전 등의 조건을 채워야 수상할 수 있다. 보리스 베커(독일), 레이턴 휴잇(호주), 로저 페데러(스위스)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역대 수상자다. 이번에 플레잉 감독을 맡은 이형택은 국가대표로 14년을 뛰는 동안 데이비스컵에 30회 출전해 한국 선수 최다승인 51승(23패)을 기록했다. 이형택은 “국내 처음이라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후배들이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형택의 은사인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대표팀에 대한 각별한 의식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값진 성과”라고 칭찬했다. 이형택은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 단체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있으면 남다른 각오와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한편 이형택이 후배들을 지도하며 복식까지 출전했던 한국은 한 수 위 기량을 지닌 인도에 임용규, 정현 등이 첫 번째, 세 번째 단식과 복식을 내주며 1-3으로 패해 월드그룹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평소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5세트 경기가 진행되면서 체력 저하와 잦은 실수가 나타난 것이 패인으로 지적됐다.부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포공항 인근에 추진되고 있는 대중 골프장 건설 사업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권 경쟁에 대기업인 롯데건설까지 뛰어들면서 대중 골프장의 당초 취지를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옆 서울 강서구 오곡동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 일대 99만8126m²에 27홀 대중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사업계획서를 받았다. 귀뚜라미그룹과 롯데건설, 경동나비엔과 대보건설, 금호개발 등 3개 컨소시엄이 계획서를 제출해 경합하게 됐다. 이 골프장은 서울 시내에 처음 개장하게 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대중 골프장이라 누구나 쉽게 저렴한 가격에 운동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골프업계 전문가들은 대기업인 롯데건설이 가세하면서 이런 기대가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대기업 건설사는 인건비 등이 중소업체보다 높아 50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건설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그린피(골프장 입장료) 인상이 불가피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골퍼에게 전가될 수 있다. 특히 이 골프장은 항공기 안전을 이유로 야간 라운드를 위한 라이트 설치가 불가능하기에 고가(高價) 그린피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한국대중골프장협회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65%의 지분으로 참여해 영업 중인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클럽은 대중 골프장인데도 주말 정상 그린피는 26만 원이며 주중도 19만 원에 이른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 골프장이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회원제 골프장보다 높은 입장료를 책정하고 있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4월에 사업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업계획서 종합 심사에서 토지 사용료의 비중을 낮춰 공익성과 똑같이 150점으로 배정해 적정한 그린피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포공항 내에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가 골프장 사업까지 맡게 될 경우 공항공사와의 기존 네트워크를 통한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동반성장, 중소기업 상생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건설 측은 “지역 독과점 문제가 있었다면 발주처가 애초에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롯데건설은 시공만 하고 운영은 귀뚜라미그룹이 맡는다”고 설명했다.귀뚜라미그룹 측은 “이번 컨소시엄은 귀뚜라미가 50% 지분을 투자해 주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10%의 적은 지분이지만 시공 능력과 책임 준공의 필요성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컨소시엄 주관사인 귀뚜라미랜드는 한탄강 골프장을 건설해 15년 동안 저렴한 그린피로 운영한 노하우가 있다”고 덧붙였다.김종석 kjs0123@donga.com·김준일 기자}
박인비(26)는 요즘 골프장 밖에서 더 바빠 보인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에서 3연속 우승을 포함해 6승을 거두며 ‘골프 여왕’에 등극한 뒤 올 들어 한층 높아진 지명도 속에 유명세까지 톡톡히 치르고 있다. 박인비는 3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6738야드)에서 개막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앞두고 인터뷰뿐 아니라 이런저런 행사에 초청받았다. 지난해 우승자 자격으로 몇 주 전 이미 대회 코스를 방문해 공식 행사에 참석한 뒤 이번 주 새로 창설한 국가 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 행사에 주요 인사로 얼굴을 내비쳤다. 대회 개막 전날에도 원조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제정한 ‘메이저 트로피’ 발표식에 얼굴을 내민 뒤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 대회를 마치면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을 찾아 미국 골프기자협회가 시상하는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수상한 뒤 하와이로 이동해 다음 대회에 대비할 계획. 쏟아지는 장외 스케줄로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을 수 있다. 평소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인 그로서는 눈앞의 현실이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박인비는 “골프 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도 커다란 테스트가 된다. 운동에 집중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영광일 수도 있다. 즐기면서 잘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몰려드는 취재진의 인터뷰와 팬들의 사인, 사진 촬영 요청에도 얼굴 한번 구기는 법이 없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박인비는 2002년 소렌스탐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박인비는 올해 4대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며 평균 타수 1위(69.25타)에 올랐다. 우승컵만 없었을 뿐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박인비는 “샷 감각은 아주 좋다. 다만 퍼팅이 지난해만큼 안 되고 있는데 잘 풀리기를 기대해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띠동갑 정도가 아니라 스무 살 차이가 난다. 그런데 나도 아직 어리지 않은가. 하하.” 조카뻘 되는 후배들과 땀을 흘리고 있어서였을까.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이형택(38·사진)의 목소리가 2일 한층 밝게 들렸다. 2009년 은퇴했다 지난해 복귀한 이형택은 2월 말 한국 남자대표팀 플레잉코치로 발탁돼 직접 선수로 뛰면서 지도까지 병행하고 있다. 세월을 거스르고 있는 그가 대표팀을 이끌고 4일부터 사흘간 부산 스포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리는 인도와의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1그룹 예선 2회전(4단1복식)에 나선다. 불혹을 바라보는 이형택과 함께 평균 연령 20.6세인 임용규(23), 정석영(21), 정현(18)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에 이기면 한국은 월드그룹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따낸다. 세계 88위 솜데브 데바르만을 앞세운 인도의 전력이 한수 위로 평가되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데다 세계 147위인 유키 밤브리가 부상으로 빠져 해볼 만하다는 게 이형택의 전망이다.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으로 결전을 대비한 이형택은 “임용규가 2승을 해줘야 한다. 정현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데이비스컵이라는 부담감만 극복하면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형택은 당초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복식에 출전하려고 했지만 복부 통증에 시달리고 있어 3일 대진 추첨 전까지 컨디션을 봐가며 결정하기로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9·미국·사진)가 허리 수술을 받아 19년 연속 출전했던 마스터스에 불참한다. 우즈는 2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허리 수술로 마스터스를 포기하게 돼 슬프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여름쯤 복귀하기 위해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기로 했다. 지금은 무척 힘들지만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즈는 아마추어 때인 1995년 마스터스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개근했다. 무릎 부상에 시달렸던 2008년과 섹스 스캔들에 휘말렸던 2010년에도 건너뛰지 않으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로 ‘명인 열전’이라는 상징성에 1997년 처음 메이저 타이틀을 안은 것을 포함해 4차례 ‘그린재킷’을 입었기에 그 어느 대회보다 각별했다. 올해도 10일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의욕을 보였으나 1일 미국 유타 주에서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미세현미경 디스크 절제술을 받아 출전이 무산됐다. 지난해 8월 바클레이스 클래식에서 기권하며 허리 부상을 드러낸 우즈는 올 들어 부진하다 지난달 혼다클래식에서 통증 재발로 경기를 포기했다. 미국의 ESPN은 우즈와 같은 부상에서 정상 기량을 되찾을 가능성은 90%이며 회복에는 평균 4.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14번 우승한 우즈가 목표로 삼고 있는 잭 니클라우스의 최다 기록(18회) 경신도 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즈는 2008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뒤 메이저 무관에 그치고 있다. 1996년 프로 데뷔 후 2009년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두 차례만 기권했지만 2010년 이후 4차례 기권했을 정도로 하락세 속에 컨디션 난조를 드러냈다. 한편 세계 여자 골프 랭킹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도 허리 디스크 악화로 4일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기권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유난히 길어 보이는 손가락에는 흉터가 많았다. 잦은 골절상으로 마디마디는 구불구불 휘어져 있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42)는 1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우승 반지 7개를 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이 2년 연속 통합 챔피언을 완성하면서 선수와 지도자를 합쳐 프로 통산 10회 우승의 이정표를 세웠다. 1991년 선일여고 졸업 후 아마추어 현대에 입단해 2011년 프로 신한은행에서 은퇴할 때까지 성인 무대에서 20년 동안 코트를 누비며 7번 우승했다. 코치로는 2012년 신한은행의 정상 등극을 거든 뒤 우리은행으로 둥지를 옮겨 두 번 더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10번의 우승 중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결혼과 출산 후 복귀해 우승했던 2005년과 처음 우리은행 코치를 맡았던 지난해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20년 넘게 한 팀에만 머물다 우리은행으로 갔기에 걱정과 부담이 많았다.” 이번 시즌 우승 반지는 제작에 들어가 아직 없다고 해도 손가락에 낀 반지가 9개가 아닌 두 개 적은 7개인 이유가 궁금했다. 4번의 준우승 끝에 프로 첫 우승을 거뒀던 2002년 현대에서는 팀 사정이 어려워 반지를 만들 형편이 아니었다. 나머지 한 개의 행방에 대해 전 코치는 “그냥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다른 경로로 취재해 보니 2012년 신한은행을 떠나면서 당시 반지를 못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친정팀에 누가 될까 조심스러워하는 섬세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반지 하나하나가 그의 발자취를 투영하고 있었다. 전 코치는 선수 시절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했다. 몸에 나쁠까봐 청량음료는 젼혀 입에 대지 않았다. 일찍부터 이름을 날린 천재성을 지녔지만 훈련 한번 게을리 한 적이 없었다. 임신한 몸으로 국제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지도자로 변신해서는 원칙을 중시하고 선수와 타협하는 법이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대표팀 차출로 오랜 기간 팀을 비웠기에 책임감이 더 커졌다. 훈련 때 선수들만큼 뛰어다니다 보니 손가락을 접질리기도 하고 체중은 선수 때보다 오히려 4kg 이상 줄었다. 시즌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거의 본 적이 없을 만큼 일에만 매달렸다. 전 코치는 “가족의 희생과 좋은 팀, 좋은 감독님, 좋은 선수들을 만난 덕분이다. 난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일 창원에서 시작하는 LG와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은 역대 최고의 빅 카드로 손꼽힌다. 두 팀은 정규리그에서 똑같이 40승 14패를 기록했고 상대 전적에서도 3승 3패로 맞서 맞대결 공방률(득실점 차)에서 앞선 LG가 1위에 올랐다. 5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승률에서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을 만큼 전력 차가 백지 한 장이다. 김진 LG 감독과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대표적인 명장. 김 감독은 2002년 동양을 정상으로 이끈 뒤 그해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농구에 20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모비스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의 업적을 쌓은 유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을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데 이어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도 지휘봉을 잡는다. 최고의 지략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두 감독 모두 우승 반지를 향한 갈증이 크다. 김 감독은 동양 시절인 2003년 챔프전에 올랐다 TG를 상대로 ‘15초 사건’ 등 석연찮은 경기 운영으로 준우승에 머문 뒤 11년 만에 다시 우승 문턱을 밟았다. LG는 1997년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리고 있어 김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우승 제조기라는 명성을 얻은 유 감독도 2년 연속 챔프전 트로피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제로는 사상 처음 챔프전에서 맞붙는 LG 문태종(39)과 모비스 문태영(36)에게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최고령 선수인 문태종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LG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LG에서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지난 시즌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김시래가 유일하다. 김진 감독은 “문태종이 후배들을 잡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LG에서 뛰다 지난해 모비스로 옮겨 우승을 엮어낸 문태영은 포스트 시즌 들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판 판정과 상대의 거친 수비에 감정을 다스리는가 하면 정규리그 때 평균 5.69개였던 리바운드가 플레이오프 때 8.5개로 늘어났을 만큼 궂은일에도 집중했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출신 LG 김종규(23)와 모비스의 에이스 양동근(33)도 키 플레이어다. 시즌 직전 “한국 농구를 뒤집어놓겠다”고 큰소리쳤던 김종규가 프로 데뷔 첫해에 통합 우승의 목표를 이룰지 흥미롭다. 당초 김종규는 “껄끄러운 모비스보다 SK가 올라오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결전을 앞두고는 “누구라도 상관없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양동근은 이대성이 여전히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 40분 가까이 코트에 서야 할 처지. 양동근이 코트에 있고 없고에 따라 모비스 전력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는 김시래 등 가드진을 총동원해 스피드로 양동근 봉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동근은 “어쩌면 나와의 싸움이 될지 모른다. 정규리그에서 우승 못한 걸 이번엔 풀겠다”고 다짐했다.“길게 갈수록 불리하지 않다”△김진 LG 감독=최소 6차전까지 갈 것 같다. 길게 갈수록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중요하다. 첫 우승의 부담보다는 동기부여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모비스 수비가 문태종, 데이본 제퍼슨에게 집중될 것이지만 개의치 않겠다.“경험 많아서 불리하지 않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6, 7차전까지 예상하고 있다. LG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속공과 공수전환에 이은 3점슛을 막아야 한다. 문태종과 데이본 제퍼슨을 경계한다. 단기전이고 큰 경기에서 중요한 경험은 우리가 앞선다고 본다. 움직이는 농구를 해야 한다. 체력 문제는 핑계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독종으로 유명한 그의 눈이 벌겋게 물들었다. 감독 되고 운 적은 처음이었다. 여자프로농구에서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룬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43)이었다. 우리은행은 29일 안산에서 끝난 신한은행과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67-66으로 이기며 3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위 감독은 2년 전 우리은행 사령탑 제의를 받고 신한은행 안산 숙소의 짐을 쌌다. 당시 신한은행은 몇 년째 최강으로 군림한 반면 우리은행은 4년 연속 최하위였다.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새 길을 떠난 위 감독이 7년 동안 머물렀던 안산에서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공중에 던져진 위 감독의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몸이 기억해야 이긴다 위 감독 부임 후 우리은행 훈련장 식당 아주머니들의 퇴근이 늦어졌다. 훈련 내용이 나쁘면 예정된 저녁식사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오후 3시에 시작한 훈련이 오후 10시에 끝난 적도 있었다. 훈련 목표를 채우기 전에는 절대 관두지 않았다.” 여자농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잠시 팀을 비웠던 위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족한 훈련을 채우려고 밤늦도록 연습장 불을 밝혔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감독님 안 계셨으면 이런 기쁨은 없었다. 그래도 당분간 감독님에게서 멀리 떠나 쉬고 싶다”며 웃었다. 입안의 단내가 짙어질수록 우리은행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실전에 맞춘 다양한 전술이 밴 몸으로 코트를 지배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은행은 이번에는 국내 선수 위주로 트로피를 안았다. 위 감독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졌다. 중요한 순간에 피하던 모습이 사라져 두려움 없이 맞섰다”고 흐뭇해했다.○ 떠돌이 신세가 오히려 행운 위 감독은 현역 시절 주류와는 거리가 먼 무명이었다. 식스맨으로 간간이 코트에 섰다. 아마추어 현대와 프로 SBS, 동양, 모비스 등을 전전했다. 여러 팀을 옮기면서 국내 최고 감독들의 가르침을 받은 것은 큰 자산이 됐다. 김진 LG 감독과 유재학 모비스 감독뿐 아니라 신선우 한국여자농구연맹 전무, 최희암 임달식 감독과도 인연을 맺었다. 위 감독은 “전술뿐 아니라 선수 장악과 관리 등에 대해 폭넓게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선수로 한 번, 코치로 일곱 번, 감독으로 두 번 등 통산 10번째 우승반지를 낀 위 감독은 어느덧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대표팀을 이끈다. 그는 “아직 멀었다. 얼떨결에 우승했던 지난 시즌보다 이번 시즌에 더 높은 벽을 느꼈다. 아직 채울 게 많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중략)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결전을 앞두고 찾은 신한은행 라커룸에는 음악이 흘렀다.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가수 조영남의 ‘모란동백’이라는 가요였다. 가사가 마치 “노래가 좋아 자주 듣는다”는 임 감독의 요즘 처지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에서 신한은행은 1, 2차전을 모두 패했다. 신한은행의 6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던 임 감독은 지난해 4강 탈락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챔프전에서 1승도 못할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28일 안방인 안산에서 열린 3차전에서 연장 끝에 76-71로 이기며 기사회생했다. 4차전은 29일 오후 7시 안산에서 계속된다. 임 감독이 감상에 빠졌어도 필승의 카드는 있었다. 1, 2차전에서 평균 22점을 넣었던 우리은행 임영희를 봉쇄하기 위해 앨레나 비어드를 전담 마크시켰다. 1쿼터에 무득점에 묶인 임영희는 8득점에 머물렀다. 임 감독은 우리은행 이은혜는 풀어주더라도 나머지 4명을 집중 견제했다. 이은혜는 공격 기회를 자주 잡았으나 3점슛 6개를 던져 1개만 적중시키며 3득점했다. 끈끈한 수비로 팽팽하게 맞서 나간 신한은행은 2점 뒤진 4쿼터 종료 6.7초 전 곽주영(16득점)의 골밑슛으로 동점을 이뤘다. 연장전은 양쪽 무릎이 모두 신통치 않은 신한은행 최윤아의 독무대였다.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8개씩을 기록하며 9점을 보탠 최윤아는 연장에만 기선을 제압하는 3점슛을 비롯해 5점을 집중시켰다. 신한은행 에이스 김단비는 양 팀 최다인 19점을 터뜨렸다. 임 감독은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올 정규리그에서 신한은행은 안산 안방경기에서 우리은행의 10연승 도전과 정규리그 우승 확정을 잇달아 저지했다. 플레이오프 들어 신한은행은 나흘 동안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으로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지만 안방에서 라이벌 구단의 우승 파티를 지켜볼 수 없다는 의지로 기어이 승리를 엮어냈다. 최윤아는 “시즌이 끝나면 휠체어를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회복하려면 휴가도 한 달은 가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우승의 희망이 남아있는 한 모든 힘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17득점을 기록했다. 안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다음 주면 찾아오는 4월은 프로농구 지도자에게 잔인한 달로 불린다. 시즌 종료로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라 거취를 둘러싼 희비가 엇갈리는 때다. 계약 기간이 남았어도 성적에 따라 문책되는 경우도 잦았다. 당초 남자프로농구는 올 시즌 종료 후 계약 만료되는 감독이 두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8위 삼성, 9위 인삼공사, 10위 동부가 시즌 도중 사령탑 퇴진의 홍역을 겪으면서 물갈이 폭이 더욱 커졌다. 인삼공사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이동남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해 정규리그 막판 벤치를 맡겼다. 5년 동안 인삼공사 코치로 일한 이 감독대행을 배려해 기회를 준 것이라는 게 구단 측의 설명이었다. 발탁 인사의 배경은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도 하차한 이상범 감독의 1년 치 잔여 연봉(3억5000만 원)을 지급했기에 감독 외부 영입으로 코칭스태프를 새로 구성할 경우 지급해야 했던 추가 연봉을 아낄 수 있었다. 후임 감독 선임의 장고에 들어간 삼성과 동부 역시 인삼공사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은 김상식 감독대행, 동부는 김영만 감독대행을 4, 5명에 이르는 감독 최종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다만 내부 승진이 이뤄질 경우 두 팀 모두 인삼공사와 달리 정식 감독으로 새롭게 계약을 해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KT에서 5시즌 동안 4차례 팀을 4강으로 이끈 전창진 감독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삼성 또는 동부로 이적한다는 루머에 휩싸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세인 KT 전력을 갖고 120%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판을 듣고 있는 전 감독은 “팀을 옮기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달 말 계약이 끝나는 김진 LG 감독은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팀을 13년 만의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면서 사실상 재계약을 확정지었다. 올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최하위 하나외환은행은 여자프로 현대(현 신한은행), 남자프로 LG, 전자랜드 등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박종천 KBS 해설위원이 신임 감독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남자프로농구 단장은 “현장 감각을 유지하면서 젊은 선수들과 호흡을 할 수 있는 감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감독 자리를 찾는 농구인들의 구직난이 심각해진 반면 구단 입장에서는 구인난에 빠져 있는 양상이다. 구단들이 소통과 컨트롤을 하기에 수월한 젊은 감독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폐단으로 지적된다. 노장 지도자들의 풍부한 경험은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지도자 육성과 관리도 국내 프로농구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LG가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한 퍼즐 한 조각을 더 맞췄다. 1997년 창단한 LG는 2000∼2001시즌 처음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삼성에 1승 4패로 무너졌다. 그로부터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을 긴 세월 동안 LG는 정상 언저리에도 머물지 못했다. 올 시즌 숙원이던 우승 반지를 꿈꾸며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성한 LG가 26일 부산에서 방문경기로 열린 5전 3선승제의 4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KT를 96-82로 꺾었다. 3연승으로 KT를 제친 정규리그 1위 LG는 13시즌 만이자 통산 두 번째로 챔프전에 진출해 모비스-SK의 4강 PO 승자와 우승을 다투게 됐다. 시즌 개막 전 “국내 리그를 뒤집어놓겠다”고 출사표를 냈던 LG 특급 신인 김종규(7득점)는 시즌 막판 미들슛 능력까지 갖춰 한층 업드레이드된 기량을 과시했다. 김진 LG 감독이 공을 들여 선발한 데이본 제퍼슨(25득점, 13리바운드)은 폭발적인 공격력을 떨쳤다. 새롭게 LG 유니폼을 입은 문태종(15득점) 역시 제몫을 다했다. 동양(오리온스) 사령탑 시절인 2002년 우승 헹가래를 받았던 김 감독은 “시즌 초반 기대 반 우려 반이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돼 기쁘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성장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그는 “큰 경기 경험이 없는 게 약점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패기와 젊음을 바탕으로 부담 없이 해주기를 기대한다. 4강전을 빨리 끝낸 만큼 상대 지역방어를 집중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KT는 어깨와 등 부상으로 이틀 동안 훈련을 전혀 못했던 간판스타 조성민까지 투입했다. 조성민은 14점 차로 뒤진 2쿼터 중반 코트에 나서 25분을 뛰며 13점을 넣는 투혼을 보였다. 2차전에서 출전 정지 징계로 벤치를 지키지 못했던 전창진 KT 감독은 상대 외곽보다는 골밑을 철저히 봉쇄하는 수비 전술로 끈끈한 접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자랜드와의 6강 PO에서 5차전을 치르는 격전 속에서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전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눈물겹도록 고맙다”고 했다. LG는 KT의 거센 추격에 3쿼터 막판 3점 차까지 바짝 쫓겼다. 3쿼터까지 12개를 시도해 3개를 적중시키는 데 그쳤던 외곽슛 난조가 고전의 원인이었다. 4쿼터 초반 LG는 유병훈(10득점)과 박래훈의 연속 3점슛으로 11점 차까지 달아난 뒤 김시래(12득점)가 경기 종료 2분 49초 전 승리를 자축하듯 장거리포를 쏘아올렸다. LG가 89-75로 앞서면서 KT의 부산 홈팬들은 서서히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전 감독과 제퍼슨은 3쿼터 종료 45초 전 조성민의 파울 상황을 놓고 서로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했다고 주장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을 만큼 코트는 후끈 달아올랐다. LG는 리바운드에서 37-16으로 크게 앞서며 승리의 발판으로 삼았다. KT는 아이라 클라크(25득점)와 후안 파틸로(12득점)가 모두 일찌감치 반칙 4개로 파울 트러블에 걸린 대목도 아쉬웠다. 부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절묘한 전술이 많아 ‘만수(萬手)’라는 별명이 붙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사진)이 악수(惡手)를 언급했다. 25일 울산에서 열린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였다. 10년 이상 유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동훈 모비스 사무국장은 “감독님이 경기 후 자신의 선수 기용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례적이었다. 안방 2연승을 자신했던 유 감독으로서는 패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 감독이 말한 악수는 크게 두 가지였다. 4쿼터 중반 로드 벤슨이 골밑에서 공을 흘리자 바로 리카르도 라틀리프로 교체한 것과 천대현을 빼고 박구영을 투입한 것이었다. 당시 4반칙이었던 라틀리프는 적극적인 수비를 할 수 없어 SK 코트니 심스에게 연이은 득점을 허용했다. 박구영 역시 슈팅 난조에 허덕이며 자신감을 잃은 탓인지 수비에서도 SK 변기훈에게 3점슛을 내줬다. 이날 벤슨이 부진했기에 유 감독의 결단을 재촉했던 측면도 있다. 이날 문경은 SK 감독은 “리바운드와 턴오버에서는 모비스에 졌다. 외곽슛 때문에 이겼다”고 분석했다. 경기 내용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비스의 남은 시리즈 승산도 높아 보인다. 다만 이대성(발목)과 박종천(허리)이 부상으로 정상 가동이 힘들면서 선수 운용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대성은 체력 부담이 심한 양동근의 숨통을 터줄 수 있었다. 박종천은 고비에서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슈터였기에 아쉬워 보인다. 벤슨이 정상적인 기량을 펼치지 못하면서 모비스는 라틀리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SK 심스에 대한 견제가 힘들어진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두 팀이 1승1패로 맞선 이제 5전 3승제의 4강 플레이오프는 3전 2승제가 됐다. 27일 잠실 3차전은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플레이오프에서 5연패를 안겼던 모비스 징크스에서 벗어나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고참 주희정의 활약 속에 김선형이 잘해야 된다는 지나친 부담감에서 벗어난 것도 SK로서는 호재다. 묘수가 필요한 유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됐다.울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람보 슈터’로 유명했던 문경은 SK 감독은 습한 날씨에 득점력이 더욱 폭발했다. 습기를 머금은 가죽공이 촉촉해져 손끝 감각이 살아나고 회전도 잘 먹어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 25일 SK와 모비스의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이 열린 울산은 봄비가 촉촉이 내려 습도는 90%를 넘겼다. 1차전에서 패한 문 감독은 경기 전 “우리 슈팅이 살아나기 바란다. 누군가 미쳐야 한다. 우리보다 선수층이 얇은 모비스는 1쿼터부터 철저한 전면 강압수비로 봉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감독의 이런 간절한 바람을 17시즌째 코트를 지키고 있는 SK 최고참 주희정(37·사진)이 들어줬다. 문 감독이 삼성에서 뛰던 2001년 우승을 합작했던 주희정(16득점)은 4쿼터에만 3점슛 3개를 꽂으며 10점을 집중시켜 74-69의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1승 1패를 기록해 27일 3차전이 열리는 안방인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을 향한 상경길을 가볍게 했다. 경기 전 주희정은 “패기와 의지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패할 경우 탈락 위기에 빠지는 데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를 상대로 4전 전패의 수모를 안아서였다. 1차전에서 2점에 그쳤던 주희정은 속공 기회에서 과감한 3점슛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SK에서 유일하게 챔프전 우승 경험이 있는 주희정은 “감독님과 함께 뛸 때 슈팅을 많이 배웠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과감하게 던지라고 감독님이 조언해줬다. 비가 오면 힘이 난다”며 웃었다. 문 감독은 “희정이가 시원시원하게 해줬다. 모비스에 리바운드와 턴오버에서 뒤졌지만 외곽슛이 승인”이라고 했다. 53-58로 뒤진 4쿼터 중반 3점슛을 터뜨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주희정은 64-64이던 경기 종료 3분 10초 전 다시 3점슛을 꽂은 뒤 경기 종료 1분58초 전에는 팀에 5점차 리드를 안기는 축포까지 쏘아올렸다. 양손을 모두 쓰는 주희정은 철저하게 SK 선수들을 취약 지역인 왼쪽 코너로 몰아 길목을 차단하는 유기적인 모비스의 수비에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주희정이 정규리그를 포함해 시즌 개인 최다인 3점슛 5개를 적중시킨 SK는 3점슛 22개를 시도해 45%인 10개를 성공시켰다. 1차전에서 3득점으로 부진했던 SK 김선형은 14점을 보탰고 코트니 심스도 17점을 넣었다. 양동근(17득점)과 문태영(22득점)이 버틴 모비스는 전반에 시도한 3점슛 9개가 모두 실패하는 외곽슛 난조에 허덕이며 플레이오프 8연승을 마감했다. 모비스는 24%의 성공률로 3점슛 4개만을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어려운 경기를 잘 뒤집었는데 막판 선수 교체에서 내가 악수(惡手)를 뒀다. 슈팅이 안 됐을 뿐 나쁜 내용은 아니었다. 안 들어갈수록 적극적인 공격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울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