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40승, 진짜 우열 가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LG-모비스, 2일부터 챔프전

2일 창원에서 시작하는 LG와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은 역대 최고의 빅 카드로 손꼽힌다. 두 팀은 정규리그에서 똑같이 40승 14패를 기록했고 상대 전적에서도 3승 3패로 맞서 맞대결 공방률(득실점 차)에서 앞선 LG가 1위에 올랐다. 5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승률에서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을 만큼 전력 차가 백지 한 장이다.

김진 LG 감독과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대표적인 명장. 김 감독은 2002년 동양을 정상으로 이끈 뒤 그해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농구에 20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모비스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의 업적을 쌓은 유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을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데 이어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도 지휘봉을 잡는다. 최고의 지략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두 감독 모두 우승 반지를 향한 갈증이 크다. 김 감독은 동양 시절인 2003년 챔프전에 올랐다 TG를 상대로 ‘15초 사건’ 등 석연찮은 경기 운영으로 준우승에 머문 뒤 11년 만에 다시 우승 문턱을 밟았다. LG는 1997년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리고 있어 김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우승 제조기라는 명성을 얻은 유 감독도 2년 연속 챔프전 트로피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제로는 사상 처음 챔프전에서 맞붙는 LG 문태종(39)과 모비스 문태영(36)에게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최고령 선수인 문태종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LG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LG에서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지난 시즌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김시래가 유일하다. 김진 감독은 “문태종이 후배들을 잡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LG에서 뛰다 지난해 모비스로 옮겨 우승을 엮어낸 문태영은 포스트 시즌 들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판 판정과 상대의 거친 수비에 감정을 다스리는가 하면 정규리그 때 평균 5.69개였던 리바운드가 플레이오프 때 8.5개로 늘어났을 만큼 궂은일에도 집중했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출신 LG 김종규(23)와 모비스의 에이스 양동근(33)도 키 플레이어다. 시즌 직전 “한국 농구를 뒤집어놓겠다”고 큰소리쳤던 김종규가 프로 데뷔 첫해에 통합 우승의 목표를 이룰지 흥미롭다. 당초 김종규는 “껄끄러운 모비스보다 SK가 올라오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결전을 앞두고는 “누구라도 상관없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양동근은 이대성이 여전히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 40분 가까이 코트에 서야 할 처지. 양동근이 코트에 있고 없고에 따라 모비스 전력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는 김시래 등 가드진을 총동원해 스피드로 양동근 봉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동근은 “어쩌면 나와의 싸움이 될지 모른다. 정규리그에서 우승 못한 걸 이번엔 풀겠다”고 다짐했다.

“길게 갈수록 불리하지 않다”

△김진 LG 감독
=최소 6차전까지 갈 것 같다. 길게 갈수록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중요하다. 첫 우승의 부담보다는 동기부여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모비스 수비가 문태종, 데이본 제퍼슨에게 집중될 것이지만 개의치 않겠다.

“경험 많아서 불리하지 않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
=6, 7차전까지 예상하고 있다. LG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속공과 공수전환에 이은 3점슛을 막아야 한다. 문태종과 데이본 제퍼슨을 경계한다. 단기전이고 큰 경기에서 중요한 경험은 우리가 앞선다고 본다. 움직이는 농구를 해야 한다. 체력 문제는 핑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LG#모비스#챔피언결정전#김진#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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