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의 실수… 유재학 남은 묘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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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전술이 많아 ‘만수(萬手)’라는 별명이 붙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사진)이 악수(惡手)를 언급했다. 25일 울산에서 열린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였다. 10년 이상 유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동훈 모비스 사무국장은 “감독님이 경기 후 자신의 선수 기용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례적이었다.

안방 2연승을 자신했던 유 감독으로서는 패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 감독이 말한 악수는 크게 두 가지였다. 4쿼터 중반 로드 벤슨이 골밑에서 공을 흘리자 바로 리카르도 라틀리프로 교체한 것과 천대현을 빼고 박구영을 투입한 것이었다. 당시 4반칙이었던 라틀리프는 적극적인 수비를 할 수 없어 SK 코트니 심스에게 연이은 득점을 허용했다. 박구영 역시 슈팅 난조에 허덕이며 자신감을 잃은 탓인지 수비에서도 SK 변기훈에게 3점슛을 내줬다. 이날 벤슨이 부진했기에 유 감독의 결단을 재촉했던 측면도 있다.

이날 문경은 SK 감독은 “리바운드와 턴오버에서는 모비스에 졌다. 외곽슛 때문에 이겼다”고 분석했다. 경기 내용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비스의 남은 시리즈 승산도 높아 보인다. 다만 이대성(발목)과 박종천(허리)이 부상으로 정상 가동이 힘들면서 선수 운용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대성은 체력 부담이 심한 양동근의 숨통을 터줄 수 있었다. 박종천은 고비에서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슈터였기에 아쉬워 보인다. 벤슨이 정상적인 기량을 펼치지 못하면서 모비스는 라틀리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SK 심스에 대한 견제가 힘들어진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두 팀이 1승1패로 맞선 이제 5전 3승제의 4강 플레이오프는 3전 2승제가 됐다. 27일 잠실 3차전은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플레이오프에서 5연패를 안겼던 모비스 징크스에서 벗어나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고참 주희정의 활약 속에 김선형이 잘해야 된다는 지나친 부담감에서 벗어난 것도 SK로서는 호재다.

묘수가 필요한 유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됐다.

울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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