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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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3-01~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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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퓨처 컴퍼니’ 앞세워 인간을 교묘히 지배하는 惡

    11권짜리 ‘고양이 학교’로 판타지 소설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작가(사진)의 신작이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간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1, 2권을 먼저 선보였고 이달 말 마지막 3권이 나온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유리’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지하철에서 찾다가 우연히 정체 모를 할머니를 만난다. 그 할머니의 도움으로 미지의 세계인 ‘잃어버린 것들의 도시’로 가는 지하철을 타게 된다. 그곳은 ‘어머니의 숲 여왕’이 다스리는 곳이었지만 ‘산카라’라는 악의 근원이 지배한 뒤 폐허로 변한 곳이었다. 힘이 커진 산카라는 인간 세계까지 지배하기 위해 자신의 심복인 ‘달팽이 모자를 쓴 사람들’을 보내고, 결국 ‘잃어버린 것들의 세계’와 인간 세계가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된다. 판타지 소설의 매력이라면 작가가 창조한 거대한 판타지 월드를 여행하는 것. 사람들이 버리거나 잃어버린 각종 물건과 사람들이 ‘잃어버린 세계’에 쌓여 있다는 설정은 신선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전에 읽은 듯한 ‘낯익음’의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유리가 ‘검은 무사 하라’ ‘사냥꾼 솔본’ ‘허깨비 야바달’ 등의 도움을 받아 원정대를 꾸리고 산카라가 있는 ‘그림자의 탑’을 향해 가는 험난한 여정은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 한다. 비밀 통로를 통해 인간 세상과 잃어버린 세계가 순간 이동처럼 이어지는 설정은 ‘나니아 연대기’와 비슷하다. 1권에선 유리가 동료들과 함께 그만그만한 적들을 만나면서 행군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다소 지루하다. 산카라를 만나 일전을 벌이지만 괴물에게 상처를 입히는 데 그친다. 작품이 생동감을 얻게 되는 것은 유리가 현실 세계로 돌아온 2권부터. 산카라는 다국적 기업 ‘퓨처 컴퍼니’를 앞세워 시의 행정을 장악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려 나선다. 사람들은 이에 반발해 시위대를 조직하고, 유리는 이 모든 위기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현재 산카라가 있는 ‘귀도시’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며 펼쳐지는 유리와 산카라의 대결은 흥미롭다. 하지만 유리를 뺀 다른 등장인물이 각자 독특한 매력을 가지지 못하고 유리를 돕기만 하는 조연 역에 그치는 것은 아쉽다. 유리 쪽 세력에만 10명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산만하기도 하다. 작품은 퓨처 컴퍼니가 현실 세계를 지배하면서 학생들을 성적 지상주의자로 키우고, 상인들에게는 일방적으로 통합된 할인 카드를 사용하도록 강압하는 과정을 그린다. 우리 사회의 지나친 교육 경쟁, 대기업의 횡포 등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판타지 소설의 환상과 들어맞지 않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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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세 박경리’ 47년 만에 만난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가 서른여덟의 나이에 집필했던 장편소설 ‘녹지대(綠地帶)’가 탈고 47년 만인 내년 1월 책으로 나온다. 부산일보에 1964년 6월 1일∼1965년 4월 30일 연재됐던 이 작품은 박경리의 작품 연표 등을 통해 제목만 알려져 있었을 뿐 학계에는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소설은 1960년대 서울 명동의 음악다방 ‘녹지대’를 배경으로 시인, 조각가 등 예술가들의 사랑 얘기를 다뤘다. 당시의 시대상은 거의 다루지 않고 불륜, 배신 등의 치정(癡情)을 그리는 데 집중한 통속적 연애소설이다. 한국인의 수난사를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으로 그렸던 ‘토지’와는 전혀 다른 작가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박경리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대표작인 ‘토지’에 집중됐고, 범위를 넓힌다고 해도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파시’ 등 몇 작품에 그쳤다. ‘녹지대’처럼 신문에 연재된 작품은 통속적이라는 이유로 학계가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1963년 전남일보에 연재됐던 ‘그 형제의 연인들’도 책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녹지대’는 2008년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김은경 KAIST 강사가 당시 신문을 일일이 살펴 자료를 모았고, 이를 출판사 북폴리오가 교정 편집해 책으로 나오게 됐다. 6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전쟁고아로 자라나 시인을 꿈꾸는 여주인공 하인애는 시화전을 준비하다 만난 김정현을 첫눈에 반해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김정현은 유부녀인 ‘그 여자’(이름이 나오지 않는다)와 불륜의 관계. 하인애는 ‘그 여자’에게 협박을 당하고, ‘그 여자’의 남편인 조각가 민상건으로부터 김정현이 자신의 육촌동생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불륜과 삼각관계, 그리고 근친상간까지 펼쳐지는 이 소설에는 미스터리 요소도 가미돼 있다. 김정현이 과거 과실치사로 친구를 죽였으며 ‘그 여자’가 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라는 것. 김정현이 홀연히 행방을 감추면서 하인애가 그를 찾아가는 과정도 나온다. 박경리의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녹지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출판을 결정하신 작품이다. 생전 추리소설을 즐겨 읽으셨던 어머니는 이 작품에 추리적 요소를 많이 가미하셨다”고 말했다. 작품은 김정현을 향한 하인애의 순종적인 사랑과 ‘그 여자’의 편집증적인 사랑을 대비시키며 흡인력을 높인다. 하인애의 친구 윤은자 또한 두 남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등 음악다방 ‘녹지대’를 배경으로 엇갈린 사랑의 모습을 다양하게 조명했다. 김은경 강사는 “녹지대에서 나타난 치열하거나 유연한 사랑은 박경리 문학의 ‘원숙함’이 ‘젊음’과 함께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며 “주로 ‘미망인’으로 대표되는 6·25전쟁 1세대가 아니라 6·25 2세대 청춘들의 자유로운 꿈과 사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다르다”고 평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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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 엘도라도행 로또 한장이면 된다

    똥이다, 돼지다, 길몽(吉夢)이다. 생각만 하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번진다. 가슴이 벌렁거린다. 영수증 쪼가리 같은 로또 한 장 샀지만 역시 꽝이다. 하지만 다음 주는 금세 온다. 위안이 된다. 눈앞에 퍼런 지폐가 우수수 쏟아지고 찬란한 황금빛에 눈이 부신다. 아 그곳은 엘도라도, 월급봉투로는 닿을 수 없는 그곳에 가기 위해 오늘도 티켓을 산다, 복권을 산다. ‘이달에 만나는 시’는 11월 추천작으로 최금진 시인(41)의 ‘황금을 찾아서’를 선정했다. 이 시는 지난달 나온 시집 ‘황금을 찾아서’(창비)에 실렸다. 시인 이건청, 김요일, 손택수, 이원, 장석주 씨가 추천에 참여했다. 최금진 시인은 “다다를 수 없는 허황된 꿈을 다룬 시”라고 했다. “3년 전쯤 복권을 한창 많이 살 때 쓴 작품입니다.(웃음) 복권을 사는 것을 한탕주의나 배금주의로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서민들에게는 복권만이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되는 게 현실이니까요. 가장 원하는 희망사항(복권 당첨)에 늘 속임을 당하게 되고, 속을 줄 알면서도 계속 사게 되니까 더 절망스러운 겁니다.”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2007년 낸 첫 시집 ‘새들의 역사’로 오장환문학상을 받았다. 그가 면도날처럼 도려낸 현실은 섬뜩하고 냉혹하다. “현실을 낙천적으로 혹은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사는 현실을 그냥 사실적으로 그려냈을 뿐입니다. 제가 부정적인 게 아니라 실제 세상이 그런 거죠.” 손택수 시인은 “최금진의 금광은 고통스럽다. 폐광 속에 묻어둔 채 그만 잊고 지내고 싶은 고통스러운 현실이 욱신욱신 일그러진 모습으로 육박해 들어온다. 그의 시를 통해 마주하는 당대의 자화상은 냉소와 비애가 뒤섞인 채로 무섭도록 치열한 리얼리즘을 선물한다”며 추천했다. “팽팽한 긴장과 은유가 없어도, 최금진 시인이 시로 그려낸 그의 가계(家系)와 개인사(個人史) 속에 숨어 있는 몽환적인 연대기는 떠돌이 악사의 연주처럼 쓸쓸하면서도 따스하다. 밥 짓는 굴뚝의 잿빛 연기처럼 매캐하면서 침 돌게 하는 시집을 묶어낸 그에게 소주 한잔 따라주고 싶다”고 김요일 시인은 말했다. 장석주 시인의 추천평은 이렇다. “암울하고 절박한 언어의 전압이 높다. 편하게 읽히지 않는다. 다만 그의 시가 아버지와 만날 때 진정성의 깊이를 얻고 호흡이 안정되는 느낌이 든다.” 이건청 시인은 오정국 시인의 시집 ‘파묻힌 얼굴’을 꼽으며 “강한 시 정신으로 시적 대상의 근원까지 하강해 사물들을 다시 호명해 내고 있으며, 그렇게 발견된 새로운 사물들이 존재의 결핍을 메워주는 시적 성과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원 시인은 조동범 시인의 시집 ‘카니발’에 대해 “현실의 비극성을 아이러니를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비극성을 벗어난 장면까지를 책임지고 보여준다”고 평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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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와 광장, 넓고 깊은 세계”

    “최인훈 선생님께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시상식이 지연되는 점 죄송합니다.”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가 공동 제정한 제1회 박경리문학상의 시상식이 열린 29일 오후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토지문화관. 사회자가 수상자이자 장편소설 ‘광장’의 작가인 최인훈 씨(75)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시상식이 지연된다고 밝히자 식장을 가득 메운 150여 명의 참석자들은 술렁였다. 최 씨는 이날 오전 9시쯤 경기 고양시의 집을 출발해 점심께 원주에 도착한 뒤 문학상 주최 측과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주에 도착할 무렵 지병인 협심증으로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급히 원주 기독병원으로 목적지를 돌려 진료를 받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잠시 후,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 씨가 예정시간보다 10분 늦게 시상식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 부축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려 단상에 오른 최 씨는 거동이 불편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느껴졌다. “오는 도중 건강상 문제가 발생해 시상식을 몇 분 지연시켜서 죄송합니다. 몸도 흔들흔들하고 그런 감도 있지만 여러 이야기를 토로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최 씨는 박경리 선생에 대해 “한국 현대사의 방대한 화폭 위에 광활, 광대한 인물을 성찰하여 생명과 평화의 의미를 밝힌 분”이라며 “박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문학상의 첫 수상자가 돼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고 말했다. 박경리문학상은 민족의 수난사와 시대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년)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으며 문학작품이 아니라 소설가를 대상으로 한다. 상금은 1억5000만 원으로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고이며, 내년부터는 해외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탄생한다. 박경리문학상위원회 위원장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인사말에서 “최 선생은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이 시대의 진정한 작가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보편성 속에서 자리 잡는 데 큰 기여를 하셨다”며 “박경리 문학상도 편협과 이념의 도그마를 넘어 사랑과 평화라는 이념을 실현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최일남 씨는 축사에서 “박경리와 최인훈 선생은 세속에 빠지지 않고 고집스럽게 속 깊은 작가로 일관한 것이 서로 비슷하다. 박 선생이 강원도 원주 땅 이 오봉산 아래, 토지문화관을 굽어보며 한층 흡족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쌀쌀한 날씨에 간간이 빗방울까지 내려 야외에서 치를 예정이던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 공연과 청소년 백일장은 모두 실내에서 펼쳐졌다. 궂은 날씨였지만 오봉산을 물들인 형형색색의 단풍과 짙은 운무가 빚어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에 참가자들은 탄성을 질렀다. 30일 ‘토지와 바느질-김혜련 개인전’을 끝으로 제2회 박경리 문학제는 막을 내렸다.원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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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42만2000여 종 식물 이름엔 인류역사가 흐른다

    ‘식물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기원전 372년경∼기원전 287년)가 식물을 연구할 당시만 해도 그가 이름을 붙인 식물 종류는 500여 개에 머물렀다. 현재 학계에선 42만2000여 종의 식물이 파악됐다. 이 책은 2000년 넘게 이어진 식물학자들의 노력과 그로 인해 ‘이름을 갖게 된’ 식물들의 역사를 700쪽 넘는 분량에 담았다. 기원전 사람들은 주로 식물을 약초나 음식의 개념으로 바라봤다. 테오프라스토스는 ‘식물이 인간에게 어떤 효용성이 있나’를 넘어 처음으로 ‘식물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나’란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식물을 성장 습관, 줄기와 잎, 열매와 뿌리 등 다양한 지표로 구분하며 식물학의 기초를 닦았다. 그의 연구에는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식물과 동물의 지식도 형이상학이나 천문학 지식만큼 중요하다”고 아리스토텔레스가 평소 역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오프라스토스가 토대를 닦은 식물학은 당시 탐미주의적이던 아테네인들에게 외면당했고, 그는 1000년이 넘은 뒤에야 선구적 자연과학자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출판 기술의 발전이 불러온 식물학 부흥 역사도 이 책은 짚는다. 두루마리 형태의 파피루스를 대신해 서기 100년경 파피루스 종이들을 묶은 현재 형태의 책이 나오면서 식물도감의 제작이 용이해졌다. 중세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보급되면서 식물학은 한층 보급에 탄력을 받는다. 하지만 저작권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해적판 식물도감’이 활개를 치면서 오류가 많은 식물도감들이 유통되는 폐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화가들도 식물학 발전에 역할이 컸다. 사진 기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책에 담기는 식물들의 시각적 정확성은 화가가 식물의 모습을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주느냐에 달려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촛불에서 나온 검댕을 잎에 칠한 다음 종이에 대고 눌러 잎사귀를 지탱하고 있는 잎맥과 골을 정교하게 표현했다. 독일의 화가 뒤러는 꽃이나 잎이 솟아나는 방식의 차이들을 면밀히 화폭에 담아 식물학 발전에 기여했다. 식물을 알파벳순으로 처음 배열한 고대 그리스 의학자 갈레노스, 영국 성직자이자 식물학 연구자인 윌리엄 터너, 오늘날 사용하는 생물 분류법인 이명법(二名法)을 고안한 칼 폰 린네 등의 연구사도 정리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원예전문기자인 저자는 과학, 종교, 역사를 아우르며 2000년 넘게 이어진 식물학의 흐름을 되짚는다. 고대와 중세 식물도감에 실린 오래된 식물 그림들을 살펴보는 즐거움도 크다. 방대하고도 세세한 설명은 전공자에게는 반갑겠지만 일반인 대상의 ‘식물학 입문서’로는 지나치게 전문적인 느낌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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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불행, 다시 생각하면 다행

    “길을 잘 몰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택시 운전을 하려면 길부터 알고 핸들을 잡았어야 하는데 갑자기 사업이 망하다 보니 두서가 없었습니다.” 6개월 전까지 중소기업체 사장이었다가 핸들을 잡게 된 중년 남성. “고생과 심려가 많으셨겠다”고 저자가 위로하자 그 남성은 되레 호쾌하게 웃었다. “택시 운전을 서너 달 해보니 제가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이 나이에 세상 공부 다시 하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중견 소설가가 펴낸 이 책의 한 토막. ‘불행’을 ‘다행’으로 여기며 새 출발을 다짐하는 희망찬 얘기가 가득한 산문집이다. 2009년 1월 시작해 현재 동아일보에 연재 중인 ‘작가 박상우의 그림읽기’에서 아흔아홉 편을 선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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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사랑하면 왜 괴물이 될까

    어떤 오누이가 서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천제(天帝)가 분노해서 이들을 산 깊은 곳에 유배 보냈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오누이는 산속에서 서로 끌어안고 죽었다. 신조(神鳥) 한 마리가 이들에게 불사(不死)의 풀을 물어다 주었다. 7년 만에 부활한 이들은 몸이 한데 붙어서 두 개의 머리에 네 개의 팔이 달렸다. 이들의 후손이 몽쌍씨(蒙雙氏)다. 중국 신화에 나오는 몽쌍씨 얘기다. 저자는 기괴한 괴물이 된 오누이의 몸에서 사랑의 코드를 읽어낸다. “둘이 ‘오누이’였다는 것은 사실 형벌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그것은 둘이 한 몸에서 나서 한 몸으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사랑해서 ‘한 몸이 되다’는 비유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이들은 정말로 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신화나 전설 속에서 사랑의 상징을 이끌어내고 해석한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시각은 독특하다. 인간과는 거리가 먼 괴물들의 모습, 더 구체적으로는 기괴하게 생긴 그들의 몸뚱이에 내재된 사랑의 의미를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괴물들이 (자신의 몸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몸의 몸이며 사랑의 사랑이다. 모든 괴물은 순수한 멜랑콜리아(melancholia)를 구현한다. 몬스터(monster)란 본래 라틴어로 ‘보여 주다(monstere)’라는 뜻이기도 하다.”중국 고대 신화집이자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는 일비민(一臂民)이란 족속이 있다. 팔이 하나란 뜻이지만 사실 온몸이 다 반쪽인 사람이어서, 이들은 둘이 합쳐야만 한 사람이 된다. 예멘의 산속에 사는 괴물인 니스나스도 반쪽의 몸으로 살아간다. 중국 신화 속 관흉국(貫匈國) 사람들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로 살아간다. 세상과 격리된 채 결핍된 신체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사랑의 결여를 읽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한 몸이 되다’ ‘반쪽이 되다’ ‘가슴에 구멍이 나다’와 같은 비유를 그들은 몸의 차원에서 완전하게 실현했다.”동서양의 신화나 전설, 소설 등에 나오는 100여 개의 괴물들의 신체적 특징을 ‘이름’ ‘약속’ ‘망각’ ‘짝사랑’ ‘유혹’ 등 16개 키워드로 해석해 묶었다. 저자는 2005년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를 정신분석의 논리로 풀어가기도 했다.‘괴물의 몸에서 사랑의 여러 행태를 읽는다’는 접근은 신선하지만 억지스러운 해석도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앞부분은 사자, 뒤는 개미의 모습을 한 괴물 ‘미르메콜레온’이 아무것도 먹지 못해 태어나자마자 죽는 것에 대해서 ‘불가능한 첫사랑의 운명’을 연결짓는 것이나 자르고 잘라도 뱀 머리카락이 다시 돋아나는 히드라에 대해서 “해야 할 말이 있었지만 그녀의 고백은 제지당하고 부정되고 무시당했다”라는 해석 등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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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석 추기경 -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하다

    《 10·26 재·보궐선거 하루 뒤인 27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80·오른쪽)과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 작가(48)가 만났다. 두 사람은 선거 민심과 문학, 행복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의 ‘팬’을 자처하는 추기경은 성경책과 세례명 ‘그레이스’를 선물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 27일 오전 서울 명동대성당 옆 주교관 추기경 집무실에서 신경숙 작가(48)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80)과 인사를 나눈 뒤 가방 속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찾았다. 잠시 뒤 그가 꺼낸 것은 손때가 묻은 성경(聖經)이었다. 신 작가는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추기경께서 보내준 것”이라며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미국판과 영문판을 정 추기경에게 선물했다. 신 작가가 “2년 전 뵈었을 때보다 더 건강해 보여 마음이 놓인다”고 말하자 정 추기경은 “신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잘 듣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은 10·26 재·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과 세대갈등, 문학과 종교, 가족과 행복 등 다양한 주제로 1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추기경께서 성경을 보내준 이유가 궁금합니다. ▽신 작가=여러 나라를 다니는 동안 (성경을) 읽고 싶어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께 부탁했는데 추기경께서 직접 글을 쓴 성경을 보내주실 줄 몰랐죠. 해외에서 시차 때문에 새벽에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았는데 성경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정 추기경=하느님이 신경숙 씨를 보살펴 주셔서 내가 선물할 기회를 주신 것 같습니다.(웃음) 정 추기경은 성경의 표지 다음 장에 ‘친애하는 신경숙 씨. 하느님의 훌륭한 도구로 선택되셨음을 축하드리고, 전폭적으로 후원할 것을 약속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신 작가를 위해 ‘그레이스’란 세례명을 선물했다. 정 추기경이 세례명을 선물한 것은 처음이다. ―추기경께서도 연말에 새 책을 출간한다고 들었습니다. ▽정=안전한 금고가 있을까요? 정 추기경이 이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자 좌중에선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아∼ 제목이 ‘안전한 금고가 있을까?’예요”라고 웃으며 침묵을 깬 것은 신 작가였다. ▽정=독재자들이 재산을 많이 감춰뒀는데, 그 안전한 금고가 아닙니다. 하늘이 안전한 금고죠. ‘하늘에 보화를 쌓아라’, 즉 ‘남을 위해 선용하라’는 뜻입니다. ▽신=추기경께서 쓴 책이라고는 상상 못할 제목이네요.(웃음) 안 볼 수 없겠는데요.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안철수 씨는 대선후보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세대 간의 확연한 의식차를 보여준 선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정=사람은 다 자기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안 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표한 사람들도 자기 투표에 책임을 져야 하고, 정치를 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갈등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지만, 뽑힌 사람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야 합니다. ▽신=충분히 예측된 투표 결과죠. 시민의식은 굉장히 올라왔는데 정치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정치 쪽만 모른 거죠. ―새 시장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정=사랑은 주고받는 거지 일방통행은 없습니다. 표 받은 만큼 국민에게 보답을 해야 합니다. ▽신=정말 동감입니다. ―암 투병 중인 최인호 작가를 보면서 종교와 문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신=문학과 종교는 서로 통하고 의지하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문학이 제게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문학 속에는 너무나 많은 오류를 지닌 사람들이 나오고, 그들을 저라고 생각해 편하기 때문입니다. 패배자들과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시선을 준다는 의미에서 문학과 종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돈이 아니라 부모에게, 선생님에게,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 인간의 행복입니다. (심지어) 하느님도 세상을 창조한 뒤 자기 작품을 알아주는 이가 없자 당신과 가장 비슷한 사람을 만든 겁니다. 작가도 자신을 알아주는 독자가 없다면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죠. ▽신=문학은 어찌 보면 끊임없는 세상에 대한 질문이고, 종교는 그것에 대한 대답 같습니다. 똑같이 인간을 사랑하고 의미를 부여하다 어느 순간 질문과 대답으로 갈라지는 게 문학과 종교 아닐까 합니다. ―그럼 기자는 어떻습니까. ▽정=창작하고 보도는 다르지 않나요.(웃음) ―신 작가는 최근 ‘엄마를 부탁해’ 일본판 출간 때문에 일본에 다녀왔는데요. ▽신=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이 겪고 있는 공황이나 상실감이 컸습니다. 재난 이후 가장 중요한 단어는 ‘가족’이랍니다. 지진 이후 오히려 결혼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떨어져 살던 부부도 같이 살려고 한답니다. ▽정=재난을 당했을 때 인류애가 발휘된다면 그 재난을 좀 더 쉽게 잘 이겨낼 수가 있겠지요. ―동아미디어그룹의 종합편성TV 채널A가 12월 개국합니다. 어떤 방송이 되기를 바라는지요. ▽정=좋은 소식뿐 아니라 언짢고 보도하기 싫은 뉴스도 있을 겁니다. 어려운 뉴스일수록 희망을 불어넣는 멘트 하나를 더 부탁합니다. ▽신=제 책에 쓴 말을 인용한다면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어떤 방송을 하든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기를 바랍니다. ―요즘 무엇을 하실 때 가장 행복합니까. ▽정=요즘 기도할 때마다 올바르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묻습니다. ‘나한테 맡겨라’라는 대답을 들을 때 행복하죠. ▽신=시골(전북 정읍시)에 있는 어머니와 전화 통화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어머니가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추기경께서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묻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습니까. ▽정=6·25전쟁 중에 항상 ‘내가 마지막 날을 살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는데 여전히 그런 자세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시간에 대해 엄격합니다. 저녁에는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나’ 생각하고, 아침에 눈 뜨면 ‘오늘 하루를 더 살게 해 주시는구나’라며 감사해요. 다른 계획보다는 하루, 한 순간을 가장 보람 있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신=미국에서 푹 쉬려고 했는데 못 쉬고 책 때문에 많은 여행을 했으니 새 작품을 쓰고 싶지요. 내용은 아직 비밀입니다. (정 추기경을) 만나 뵙고 나니 마음속의 빈곳이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외로운 사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셨으면 합니다.진행=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정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정 추기경-신 작가 “병마 떨치고 글 통해 세상에 힘을 주길” ▼암투병 중인 최인호 작가 쾌유기원 메시지최인호 “추기경 격려에 큰 힘 얻어”“최인호 작가는 글을 통해 나에게 큰 힘을 준 일이 많았습니다.”(정진석 추기경) “지난 작품을 쓰시면서 다른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하셨으니 또 작품이 나올 겁니다.”(신경숙 작가) 대담 중 정 추기경과 신 작가는 올해 5월 암과 싸우며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출간한 소설가 최인호 씨(66·사진)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가톨릭 세례명이 베드로인 최 작가는 2006년 동아일보를 통해 정 추기경과 특별회견을 했고 부부가 정 추기경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신 작가는 “미국에 있을 때 선생님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책을 좀 보내달라고 해서 읽었다”며 “작가이자 개인으로 가장 나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가장 좋은 쪽으로 자신을 바꿔가는 모습이 무엇보다 아름답다. 건강이 빨리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최근 최 작가와 한 통화에서 “하느님께 모든 걸 맡기면 더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대담에 함께한 허영엽 신부는 최 작가의 요청에 따라 정 추기경과 전화를 연결했다. 최 작가가 나중에 ‘하느님이 쓰시는(사용하시는) 것을 꼭 믿으라’는 추기경의 말이 큰 힘이 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은 “아픈 분이 어디서 그런 글을 쓸 힘이 나올까 한참 생각했다”면서 “재주만 갖고 글을 쓴다면 그런 힘이 안 나온다. 나를 포함해 세상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있는 그 재능을 더 오래 발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 201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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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숙씨, 신동아 논픽션 공모 최우수상

    제47회 월간 ‘신동아’ 논픽션 공모 시상식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이희숙 씨가 호주 카카두 국립공원을 등산한 이야기를 다룬 ‘연-태초(太初)의 품으로 들어가다’로 최우수상(고료 1000만 원)을 받았다. 김정숙 씨는 자신과 어머니의 신산한 삶을 울림 있게 전달한 ‘진혼(鎭魂)의 서(書)’로 우수상(고료 500만 원)을 수상했다.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희숙 씨가 관찰하고 성찰한 것을 글로 풀어내는 문장력이 대단했고, 김정숙 씨는 대한민국에서 여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절절하게 풀어내셨다. 두 분 모두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신동아 논픽션 공모는 1964년 신동아 복간 사업으로 시작된 국내 대표적 기록문학상이다. 당선작은 신동아 11월호부터 게재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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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김주영 “밉고 고집세고 억척스럽던 나의 어머니…”

    소설가 김주영(72)은 2년 전 아흔넷의 노모를 잃었다. 2009년 4월의 어느 새벽, 고향인 경북 청송군에 있는 아우가 “내려오셔야 되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부음을 전했다. 세찬 비바람이 유리창을 때리던 밤이었다. 단절음도 끊어진 수화기를 들고 일흔 살의 작가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일찍이 남편을 잃고 날품팔이로 자식을 키운 어머니. 김주영이 여덟 살이던 1947년, 광복 직후의 극심한 혼란기에 징용 갔다 돌아온 새아버지에게 개가(改嫁)해 주변 사람들의 구설에 휘말렸던 어머니. 농사도 못 짓고 벌이도 없던 새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가녀린 어깨에 홀로 짊어졌던 어머니…. 세 끼를 온전히 챙겨 먹는 날이 드물던 유년 시절. ‘혼절할 정도의 가난’으로 당시를 추억하는 작가는 어머니의 부음을 주위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내 일생 동안 주변에 도움을 준 일이 없다. 내가 죽더라도 주변에 알리지 마라. 그리고 화장해 다오.” 두 번 세 번 간곡하게 남긴 어머니의 고집스러운 유언 때문이었다. 올해 인촌상을 수상한 김주영 작가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초상화를 소설로 풀어낸다.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에서 17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장편 소설 ‘잘 가요 엄마’. 원고지 1000여 장 분량으로 내년 1월쯤 연재를 마치고 책으로 나온다. ‘객주’(1981년) ‘천둥소리’(1986년) ‘화척’(1995년) ‘홍어’(1997년) 등의 작품에서 서민들 삶의 애환을 토속적 언어로 풀어냈던 그가 등단 40년 만에 친어머니를 주제로 삼아 소설을 집필하는 것.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가) 개가하셔서 낳은 아우와 며칠을 같이 지냈죠. 장례를 함께 치르면서 어머니의 인생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머니와 나의 관계, 생전 의붓아버지와 나의 관계를요. ‘홍어’ 등 작품에서 우리나라의 어머니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했지만, 제 어머니 얘기를 소설 전면에 내세운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김주영은 광복과 6·25전쟁 시기의 궁핍했던 유년 시절에 대해선 각종 기고문과 작품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어머니와 새아버지, 동생에 대해서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머니를 보내고, 일흔이 넘은 원로 소설가가 스스로 ‘비참한 가정사’라고 말하는 가족 얘기를 꺼낸 이유가 무얼까. “어릴 적에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제 나이에 뭐 그렇게 숨기고 그럴 것이 있나 싶어요. 이름 없이 살다간 어머니에 대한 자서전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싶었고, 진실한 마음을 가지니까 주위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일기를 쓰지 않는 작가는 오로지 기억력에 의지해 어머니의 삶을 하나씩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내 기억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시험해보고 있다”는 그는 겉으로는 고집스러우면서도 속으로는 한없이 희생적인 어머니상을 그려낸다. 작품에서 20여 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작가의 서울 집을 찾은 어머니는 63빌딩도, 청와대 구경도 하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며칠이나마 서울 구경을 하고 돌아가시라는 간청을 끝내 뿌리쳤던 어머니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던 것은 서울 경치도, 며느리도, 손자나 손녀도 아닌 바로 평생 당신께 부담만 주었던 당신의 늙은 아들이었다.’ 김주영은 연재를 시작하며 인터넷에 짤막한 글을 올렸다. “어머니는 나에게 크나큰 행운을 선물했다. 어머니와 내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어머니는 나로 하여금 도떼기시장 같은 세상을 방황하게 하였으며, 저주하게 하였고, 파렴치로 살게 하였으며, 쉴 새 없이 닥치는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어머니가 내게 주었던 자유의 시간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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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리 단편소설 4편 문학사상 11월호 실려

    소설가 김동리(1913∼1995·사진)가 6·25전쟁 당시 발표했던 ‘P이등병’ 등 단편소설 네 편이 ‘문학사상’ 11월호를 통해 소개된다. 이 작품들은 학계에서는 발굴 사실이 알려졌지만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P이등병’은 부상을 당한 학도병이 전장의 참혹함을 증언하는 내용을 담았고 ‘스딸린의 노쇠(老衰)’는 스탈린의 내면의식을 통해 옛 소련이 6·25전쟁에 개입하게 된 내막을 다룬 소설이다. ‘우물과 감나무와 고양이가 있는 집’은 어린 ‘나’의 시선을 통해 누님의 삶을 조명했고, ‘난중기(亂中記)’는 신문기자 ‘병수’와 그 가족의 피란사를 다룬 작품이다. 김병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네 작품의 배경은 모두 6·25다. 대체로 설화적 시공간을 향해 열려 있는 김동리의 일반적인 소설 무대를 생각한다면 예외적인 경우”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동리는 전쟁의 승리를 독려하는 이데올로기 서사가 아니라 일상적 현실에 밀착해 사실주의적으로 소설을 썼다”며 “이들 소설엔 전쟁의 폭력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 내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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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이면 등단 20년… 시인 최영미씨에게 90년대 중반 화제작 ‘서른, 잔치는 끝났다’ 물어보니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최근 축구에세이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순)를 펴냈다.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한물간 시인에게 연락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1961년 서울 출생, 1992년 계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1994년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출간…. 도발적인 서른 살 담론으로 1990년대 중반을 뜨겁게 달궜던 시인은 어느새 쉰 살이 됐다. 게다가 내년이면 등단 20주년.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인이 서른셋에 펴낸 첫 시집 ‘서른…’은 출간 두 달 만에 16만 부(현재까지 약 52만 부)가 팔리며 문단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뜨거웠던 1980년대의 투쟁 열기는 식었고, 대학가에는 개인주의가 고개를 들었다. 도발적이고 직설적인 한 젊은 여성 시인의 시어들은 당시 ‘정서적 해빙기’를 맞은 사회적 분위기와도 합일했다. 하지만 아직 맥주보다 소주와 막걸리가 익숙하던 시절. 반발도 거셌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서) “지금 시집을 펼쳐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라고 묻자 시인은 한숨을 쉬었다. “요새도 같은 질문을 많이들 물어봐요. 솔직히 나는 ‘내가 그때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사람들이 내게 ‘도발적이다’라고 말하는 걸 듣는 게 가장 싫어요. 사실 전 담배를 피우지만 사람들 눈을 의식해 남들 앞에서는 안 피우거든요. 그런데 도발적이라니…. 내가 그때 한국 사회가 어떤지 모르고 이렇게 쓴 것 같아요.” 그는 시집 출간 뒤 노동권으로부터 “운동권 문화를 청산하려 한다”며 많은 협박 전화를 받았다. “죽이겠다”는 위협도 있었다. 하지만 시인은 “오해였다”고 말했다. “‘잔치는 끝났다’는 ‘운동이 끝났다’가 아니라 말 그대로 ‘파티가 끝났다’는 의미로 쓴 거예요. 서른 살 즈음에 저녁에 대학 동창회 모임이 잡혀 있었는데 그날 점심에 저녁 모임의 모습을 상상하며 쓴 것이죠.” 시인은 시를 쓰고, 시는 시인의 이미지를 만든다. ‘어젯밤 꿈 속에서 그대와 그것을 했다’(시 ‘꿈 속의 꿈’에서), ‘아아 컴퓨터와 ×할 수 있다면!’(시 ‘퍼스널 컴퓨터’에서) 등의 시가 만든 자극적인 이미지도 시인에게는 부담이었다. “‘컴퓨터와 ×할 수 있다면’에서 ×는 섹스가 아니에요. 반대 의미로 쓴 일종의 반어법이고, 사실 컴퓨터에 대한 복수의 의미죠. 전 기계치인데 무슨, 컴퓨터와 섹스를 하고 싶겠어요?” 이번 에세이는 박지성 이청용 등 유럽파 선수들 인터뷰와 유럽 축구 관전기 등으로 꾸몄다. “1998년 헤어졌던 남자가 축구 선수 호나우두를 닮았어요. 마침 그때 프랑스 월드컵이 열렸고 열심히 보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축구 재미를 알게 됐고 푹 빠지게 됐죠. 축구에 미쳐 10년 동안 데이트 한 번 제대로 안 했어요. 이제는 축구 좋아하는 남자랑 축구장에 함께 가고 싶네요.” 그의 시집 ‘서른…’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와 함께 서른의 감성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 됐다. 이제 쉰 살이 된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서른이면 푸르디푸른 나이고 이제 시작하는 나이죠. 서른에 잔치가 끝나다니…. 지나고 보니 저에게는 마흔다섯 살 정도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던 것 같아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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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 동리문학상에 소설가 최인호씨-목월문학상에 시인 조정권씨

    《소설가 최인호 씨(66)와 시인 조정권 씨(62)가 올해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려 제정된 상으로 이번에 4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상작은 최 씨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조 씨의 ‘고요로의 초대’. 상금은 각 7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2월 9일 오후 6시 경주시 신평동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 소설가 최인호 씨… 그분 오시면 다시 글쓸것“참 어렵게 쓴 작품인데, 참 기쁩니다. 무엇보다 독자에게 감사해요. 책이 23만 부가 나갔는데 나를 믿어준 사람들이 그만큼 된다는 거니까요.” 3년 전 침샘암이 발병한 소설가 최인호 씨가 암과 싸우며 쓴 장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동리문학상을 받았다. 항암치료로 손톱이 빠지자 골무를 끼고 육필로 완성한 집필 과정을 작가는 ‘고통의 축제’라 일컫는다. 수화기 너머 전해오는 그의 목소리는 탁했지만 또렷했고, 무엇보다 밝았다. 현재도 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고 있는 그에게 건강을 물었더니 껄껄 웃었다. “어떤 영화가 흥미로우면 그 영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 건데요. 내 병에 대해 내가 스스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은 힘든 일인 거 같습니다. 다만 엔딩이 가까워진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허허.” 심사위원들은 “주인공 K의 3일간의 곤혹과 자아 찾기의 탐색은 카프카적인 변신이 아니라 후기 산업사회가 초래한 자아상실과 분열, 망각과 착란 등 현대인의 총체적인 초상을 그렸다”고 평했다. 작가는 최근 여행을 자주 다닐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제주도, 충남 예산군 수덕사, 충북 제천시 배론성지 등 몇 군데를 “밑도 끝도 없이 찾아간다”고 했다. “다시 돌아다니고 집을 나서는 게 좋습니다. 작품 구상도 하고 그러지요. ‘그분(문학적 영감)’이 언젠가 내게 찾아오시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이라도 그분이 오면 다시 쓰기 시작할 겁니다.” 작가는 여러 번 독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심사위원과 문학 담당 기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가 장난스럽게 기자에게 남긴 마지막 말도 “아이 러브 유∼”였다. ■ 시인 조정권 씨… 정신주의 詩향해 채찍질“시단으로 저를 이끌어주신 분이 목월 선생님입니다. 그분의 이름을 딴 상을 받으니 무척 기쁘지만 사명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선생님이 제게 ‘다시 시작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시인 조정권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은사인 박목월 선생을 떠올렸다. 서울 양정고 문예반 시절 그는 학교 축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월계문학의 밤’에 찾아온 목월 선생과 인연을 맺고 개인적으로 시를 배웠다. 중앙대에 진학한 이후에도 목월 선생의 한양대 연구실을 찾아가 지도를 받았고 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197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그의 첫 시집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1977년)의 서문을 써준 이도 목월 선생이었다. “선생님은 그때 서문에서 제게 ‘천재적 자질의 편린이 보인다’고 과분한 칭찬을 하셨죠.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그분의 제자라는 위치에 걸맞게 정말 열심히 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조 시인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집에서 칩거하며 수상작 ‘고요로의 초대’를 썼다. “정신의 드높음 속에 있는 깊음을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말. 심사위원들은 “세상의 아수라를 품어 안으면서도 그 속에서 고요와 평정을 구하는 강한 정신성이 들어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낮과 밤이 뒤바뀐 채 고요한 적막 속에서 작업을 한다는 그는 문단 인사들과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정신주의 시’라는 지향점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 온 그에게는 ‘유파로부터 자유로운 1인 종교의 1인 신자’라는 평도 붙었다. “사실 제게는 시 쓰는 일밖에 남은 건 없습니다. 돌아다닐 일도 없고 그런 체질도 아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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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편견 먹고 자라는 극단주의

    2005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연구자들이 주민들을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그룹으로 나눈 뒤 동성애와 기후변화 문제 등에 대해 토론하게 했다. 토론을 마친 뒤 각 그룹의 보수성과 진보성은 각각 더욱 짙어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치우친 정보만 공유하면 기존의 생각이 신념으로 굳어지고, 타인이 이에 동조하는 과정에서 극단주의가 더욱 심해진다”고 설명한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부동산시장, 종교단체뿐 아니라 법원의 배심원제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극단주의의 원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표현 자유 보장’ ‘제도적인 견제와 균형 장치 마련’ 등 해결책도 제시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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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하루 10km씩 ‘책의 바다’ 헤엄치기

    김경욱 김애란 김연수 김인숙 김종광 김훈 박민규 서하진 심윤경 윤성희 윤영수 이순원 이혜경 전경린 하성란 한창훈 함정임.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17명의 에세이다. 월간 ‘문학사상’ 연재물을 묶은 것으로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이 형형색색으로 펼쳐진다. 김훈은 이렇게 툭 내뱉는다. “‘창작론’을 쓰는 일은 소설 쓰기보다 어렵고 지겹다. 그것이 어려운 까닭은 나에게 아무런 ‘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쓸 때, 나는 늘 희뿌옇고 몽롱해서, 저편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간과 공간 속을 헤맨다. 내 글쓰기란 몸과 마음의 절박함과 말의 모호성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파행이다.” 박민규는 “문학사상 원고는 쓰고 있나요?”란 아내의 채근에 허둥지둥 자신의 창작방법론을 적어 내려간다. ‘하루 10km씩 조깅하기’ ‘하루 두 권의 책을 읽고, 한 권의 외국어 원서를 독해하기’ ‘진지한 시각과 문학관 확보를 위해 만화와 영화는 절대 읽지 않는다’…. 김연수는 음악을 통해 소설 속 리얼리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말한다. “자료를 다 들여다보고 나면 서사 구조는 대부분 완성된다. 그때 내가 찾아 헤매는 것은 디테일이다. 소설가라고 해도 모든 일들을 다 경험할 수는 없다. 내게 음악들은 다른 리얼리티를 통하게 하는 내밀한 통로와 같다.” 서하진은 “글쓰기라는 작업이 때로 하잘것없다 싶으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소설가가 아닐지라도 어쩌면 모든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하고, 윤영수는 “혼자만의 체력으로 혼자만의 역기를 들어다가 얌전히 다치지 않게 내려놓는 게 작가의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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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조선 말을 잃은 시인 윤동주, 그 恨의 메아리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한 시인 윤동주(1917∼1945)는 민족 저항 시인의 대명사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저항시인 윤동주’가 아니라 ‘시인 윤동주’의 죽음에 주목한다. 형무소에 가기 전 시모가모 경찰서에서 윤동주는 조선어로 쓴 자기의 시들을 강제로 번역해야 했다. ‘사상 검증’이 이유였다. 시인의 언어(조선어)를 빼앗긴 그는 시인으로서 이미 그때 사망했다는 해석이다. 윤동주가 직접 화자로 나서지는 않는다. 그가 교토 유학 시절 살았던 아파트에서 잔일을 하던 ‘요코’의 기록을 통해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살았던 시인을 아련히 되살린다. ‘동주는 조선어를 교토까지 갖고 와 밤이면 남몰래 노트를 펴고 뜨거운 말과 만났다. 시를 쓰고 난 아침이면 그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산책에 나서곤 했다’ ‘동주는 고향과 나라를 모두 일본에 잃고 말까지 빼앗겼다. 어디에 있든 그의 땅이 아니었다. 언어의 영토를 잃은 시인의 슬픔이 느껴졌다….’ 요코가 남긴 기록을 읽는 이는 현재 시점에서 살고 있는 재일교포 3세 김경식이다. 그는 정체불명 청탁자의 제의에 고액의 문서검색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일본인 친구가 하루아침에 모습을 감추자 김경식은 친구가 검색한 자료를 바탕으로 친구를 찾아 헤매며 사라진 윤동주의 유고(遺稿)에 점차 접근하게 된다. 작품은 초반 윤동주의 생애와 그 유고를 철저히 타자의 시각으로 추적해 나가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요코가 어릴 적 남긴 기록, 중년이 돼 남긴 기록, 그리고 현 시점 김경식의 모험과 또 그가 한국어로 써가는 기록 등을 중첩해 과거의 윤동주를 점차 현재로 끌어낸다. 흡사 고고학 발굴 조사 현장을 보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윤동주 유고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을 띠고 있지만 한 겹을 벗겨내면 한 사람, 한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언어에 관한 얘기이자 결국 모국어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들을 그린 소설이다. 윤동주는 만주 간도에서 태어나 조선어에서 자신의 시적 고향을 찾았고, 요코는 모국어인 일본 홋카이도의 아이누어를 익히고, 재일교포 김경식은 한국어를 배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 요코의 기록에서 윤동주는 이렇게 말한다. ‘말(言)은 젖 같은 거야. 그게 육신이 되고 영혼이 됐을 테니까. 젖과 같은 어머니의 조선말을 나는 먹고 자랐어. 그래서 내가 조선인인 거라고 생각해.’ 김경식이 사라진 친구를 찾으면서 작품은 끝나지만 초중반의 거대한 밑그림에 비해 결말은 싱겁다. ‘유고를 추적한다’는 이야기 줄기와 상관없는 요코의 우울한 가정사가 반복되는 것도 지루하다. 본문 초반과 작가의 말에서 개요나 서술방식을 설명해주는 ‘친절함’이 불가피하게 느껴질 정도로, 화자와 시대를 자주 교차시킨 구성은 무척 복잡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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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 당신의 몬스터 外

    ○ 문학 당신의 몬스터(서유미 지음·자음과모음)=거액의 적선을 바라는 노숙인, 한 줄의 곡도 쓸 수 없게 된 작곡가, 나이가 들어 톱스타 자리에서 물러난 여배우…. 절망에 떨어진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을 그렸다. 1만3000원 머리털자리(드니 게즈 지음·이지북)=고대 그리스 수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크기를 재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떠난 모험담을 그린 과학소설. 1만5000원 난설헌(최문희 지음·다산책방)=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16세기 시인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올해 일흔일곱인 여성 저자가 촘촘하게 되짚어갔다. 1만3000원 독일. 어느 겨울동화(하인리히 하이네 지음·시공사)=하이네의 운문 서사시 ‘독일. 어느 겨울동화’ ‘아타 트롤. 한여름 밤의 꿈’을 담았다. 현실적인 참여시를 미적인 예술시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1만 원 ○ 학술 영조, 民國을 꿈꾼 탕평군주(김백철 지음·태학사)=영조의 일대기와 통치 사상을 통해 그가 꿈꾸고 평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국(民國)’이라는 정치적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1만6000원 과학철학-흐름과 쟁점, 그리고 확장(강신익 등 19명 지음·창비)=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를 거쳐 흘러온 과학철학의 논의를 소개한다. 과학에 대한 반성의 학문인 과학철학이 앞으로는 과학기술윤리 부문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3만2000원 고구려 유민 고선지와 토번·서역사(지배선 지음·혜안)=고선지 장군에 대한 영웅주의적, 민족주의적 시선을 넘어 7∼8세기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역사적 변화 과정 속에서 그가 토번과 서역에서 활동한 20년간의 내용을 밝혔다. 3만8000원○인문·교양 뉴욕에서 예술 찾기(조이한 지음·현암사)=1000여 개의 갤러리와 200여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밀집한 미국 뉴욕은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됐다. 현지 사진과 해설을 곁들여 뉴욕 미술의 현주소를 전달한다. 1만6800원 역사상 유례가 없는 남이흥의 비장한 순국(남균우 지음·한누리미디어)=정묘호란 때 평안병사로서 안주성 싸움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적을 유인한 후 화약고에 불을 질러 장병들과 함께 장렬하게 순절한 충장공 남이흥 장군의 사적을 정리했다. 1만5000원 전쟁, 총, 투표(폴 콜리어 지음·21세기북스)=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내전과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그들 국가에 필요한 것은 경제적 원조나 민주주의 정착이 아닌 안전한 사회보장”이라고 지적한다. 1만5000원 오후 네 시의 루브르(박제 지음·이숲)=프랑스 파리에서 30년 가까이 살며 미술 관련 저술을 하고 있는 저자가 루브르박물관 소장 작품 70여 편을 미술사적으로 해석했다. 2만5000원 장하준 식 경제학 비판(박동운 지음·노스보스)=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의 대척점에 선 책. 국가주도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장하준 식 경제학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하며 그의 주장을 현실과 역사의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1만5000원○실용·기타 편두통(올리버 색스 지음·알마)=현대인에게 흔한 질병인 편두통.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가 그 증상과 원인, 그리고 치료 방법을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3만2000원 분석의 힘(삼일PwC컨설팅 기업 인텔리전스 그룹 지음·교보문고)=다양한 기업의 데이터 분석 사례와 성패 원인을 살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쟁 환경을 이해하고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는 법을 알려준다. 1만5000원 박정희 패러다임(황병태 지음·조선뉴스프레스)=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기획원 운영차관보를 지낸 저자가 국회의원, 주중대사 시절 등의 체험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경제개발과 정치발전 패러다임을 정리했다. 1만3000원 알루미늄의 역사(루이트가르트 마샬 지음·자연과생태)=1886년 전기분해식 양산 체제가 발명되기 전까지 알루미늄은 황금 못지않게 희귀했다. 알루미늄캔에서 비행기 부품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알루미늄을 다각적으로 조명했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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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5회 인촌상 시상식… 각계 350여명 참석 축하, 수상자 5명에 1억씩 상금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제25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인촌상은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현승종)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해 운영한다. 현 이사장은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교육 부문)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산업기술) △김주영 소설가(인문사회문학) △강현배 인하대 수학과 교수(자연과학) △김성수 푸르메재단 이사장 겸 ‘우리마을’ 촌장(공공봉사) 등 5명에게 상패와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각각 수여했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해마다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으며 올해까지 104명의 수상자를 냈다. 인촌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조완규)는 올해 교육, 언론출판, 산업기술, 인문사회문학, 자연과학, 공공봉사 등 6개 부문에 대해 5월 말부터 후보자를 받아 8월까지 24명의 외부 심사위원이 엄격한 심사를 벌여 5개 부문을 선정했다. 언론출판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현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인촌상을 제정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께 영예와 격려를 드리는 것은 인촌 선생이 실천하신 공선사후, 민족자강의 참뜻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인촌상을 받으신 다섯 분은 모두 인촌 선생이 구현하고자 한 민족애와 공익을 실천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이화여대가 일제 치하에서 시련을 겪을 때 인촌 선생은 새로 시작한 교육사업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이화전문후원회’ 위원으로 이화의 어려움과 함께하셨다. 상을 받는 분들의 모습에서 인촌정신의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상국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은 “중등교육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인촌상을 받아 서울여상 식구들에게 영광”이라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내실 있는 교육기관이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정범식 대표이사는 “화학산업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채찍으로 알겠다. 한국 화학산업이 친환경소재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주영 씨는 “살아오는 동안 한 일이라곤 거짓말밖에 없다. 내가 추구하는 이상의 세계가 현실에서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팥으로 메주를 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스스로를 더 추스르고 다스리며 살겠다”고 말했다. 강현배 교수는 “광복 후 국내 수학자는 단 4명에 그쳤지만 지금은 세계적 수학자들을 보유한 나라가 됐고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도 서울에서 열게 됐다. 이런 모든 것은 선배 수학자들의 공로다. 그들에게 상을 돌린다”고 말했다. 김성수 이사장은 “제 손을 잡아주신 모든 분에게 주는 상”이라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 그들은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시상식이 수상자들이 우리 사회에 공헌한 것에 대한 보답이 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큰 보람”이라며 “인촌상은 한층 더 넓고 깊은 시각으로 각 분야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신 분들의 공헌과 성과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역대 수상자, 각계 인사 등 350여 명이 참석했으며 수원대 홍주희 국악과 교수가 지도하는 국악앙상블팀과 테너 이동현 교수(성악과)가 축하공연을 펼쳤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참석자 명단 ::▽정·관·법조계=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현재 고건 전 국무총리,(이하 가나다순) 강인섭 전 한나라당 의원, 강지원 변호사, 김병국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동훈 전 국토통일원 차관,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손세일 전 민주당 의원, 손학규 민주당 대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 오정소 전 국가보훈처장,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 이상혁 변호사, 이승환 전 그리스 주재 대사,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장성원 전 민주당 의원,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학계·교육계=국양 서울대 교수, 권기준 중앙고 교장, 권대봉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권순달 수원대 교수, 김광수 고대부고 교장, 김도한 서울대 교수, 김동원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김병기 고려대 교수, 김성수 고대부고 행정실장, 김상기 고려사이버대 기획예산처장, 김성중 중앙중 교장, 김웅철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장, 김정배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재천 전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김재화 성공회대 명예교수, 김정규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장, 김진규 건국대 총장, 김진현 울산과기대 이사장, 김학준 단국대 이사장, 김헌규 동국대 명예교수, 나홍석 고려사이버대 연구개발처장, 남기춘 고려대 연구처장, 박건우 고려대 의무교학처장, 박능후 경기대 교수,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 박정호 고려대 대학원장, 박종규 고려중앙학원 기획실장, 박형주 포스텍 교수, 백완기 학술원 회원, 변병석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서동엽 KAIST 교수, 손창성 고려대 의료원장, 신용하 울산대 석좌교수, 양권석 성공회대 총장, 양옥경 이화여대 교수, 오수길 고려사이버대 학생처장, 엄규백 양정고 이사장, 오명 KAIST 이사장, 유종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 윤기현 한국외국어대 교수, 윤영섭 고려대 대외부총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이상학 고대의료원 의무기획처장, 이원희 전 대원외고 이사장, 이윤원 이익권 이현대 조태창 천진환 인하대 교수, 이장규 고대부중 교장, 이재열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장, 이종은 국민대 교수, 이태수 인제대 교수, 이택휘 한영외고 교장, 이호왕 전 학술원 회장, 정원주 고려대 정보전산처장, 정의숙 이화학당 명예이사장,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진인주 인하대 대외부총장, 최권열 서울여상 학운위원장, 최병희 인하대 자연과학대학장, 최성재 서울대 교수, 최영실 성공회대 교수,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최진수 이재홍 최형재 정영진 서울여상 교사, 한정훈 문영여중 교장, 현재천 고려대 명예교수 ▽경제계=권이상 경방 감사, 김교현 호남석유화학 전무, 김량 김원 삼양사 부회장, 김명하 김앤에이엘 회장, 김선휘 삼양염업 회장, 김순진 놀부NBG 회장, 김재억 삼양사 감사,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 김준 경방 사장, 김한 전북은행장, 노한성 파라다이스 고문, 마용도 용마 회장, 박문두 경일상사 대표, 박종용 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봉태열 부영 고문, 안덕영 파라다이스건설 사장, 양재룡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 오성엽 호남석유화학 상무,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유종섭 전 한국여신전문금융업협회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정부옥 호남석유화학 이사, 조시영 대창 회장, 최길선 한국플랜트산업협회장, 하세청 케미코 회장 ▽언론·출판·문화·체육계=구효서 권지예 김일주 박상우 백가흠 이현수 해이수 소설가, 김광희 동우회 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오준 울산김씨대종회 부회장, 김인호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김일동 배권호 홍성혁 전 동아일보 부국장, 김정태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김준하 전 강원일보 사장, 김풍삼 대구일보 고문, 남시욱 광화문문화포럼 회장, 문명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문영복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사, 민병욱 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 민현식 전 화정평화재단 감사, 박경석 대통령포럼 공동대표, 박기정 전 전남일보 사장, 박오학 전 동아일보 전무, 박진성 인촌장학생동문회장, 박창래 어린이재단 대표, 박충서 동아꿈나무재단 사무국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안병모 유창건축사사무소 대표, 안평선 코리아미디어센터 고문,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여영무 뉴스앤피플 대표, 유종관 세계일보 사장, 이구용 성공회 원로위원, 이근배 시인, 이기웅 열화당 대표,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두환 전 동아일보 출판영업국장,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장, 이영근 전 동아일보 국장, 이명득 전 동아일보 시설본부국장, 이정호 성공회 신부, 이종석 위암장지연기념사업회장, 이채주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 이현락 전 경기일보 사장, 임권택 영화감독, 전만길 전 대한매일 사장,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 위원장, 정출도 전 전국문화원연합회 사무총장,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 최규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최동욱 라디오서울코리아 대표, 한돈희 인촌기념회 감사, 홍원기 대한언론인회 회장, 홍정선 문학과지성사 대표}

    • 201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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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 소설 '흑산' “절두산 망자들의 통곡이 나를 깨웠다”

    《소설가 김훈(63)이 새 역사소설 ‘흑산(黑山·사진)’을 다음 주 출간한다. ‘남한산성’ 이후 4년 만의 역사소설로, 학고재 출판사가 다시 출간을 맡았다. 김훈은 역사소설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충무공의 삶을 다룬 ‘칼의 노래’(2001년)는 100만 부를 넘겼고, 가야 악사 우륵을 다룬 ‘현의 노래’(2004년)도 30만 부를 넘겼다. 병자호란을 맞아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조정 내에서 척화파와 주화파의 첨예한 갈등을 그렸던 ‘남한산성’(2007년)도 60만 부를 넘기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가 이번 역사소설에서 주목한 인물은 조선 후기 정약용의 형이자 문신이었던 정약전(1758∼1816)이다. 1783년 사마시(司馬試) 과거에 합격해 관직에 나선 정약전은 일찍이 서양의 학문을 가깝게 접하고, 천주교 신봉자가 된 진보적 지식인이었다. 하지만 조정의 천주교 박해로 동생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 유배됐고 정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돼 ‘자산어보(玆山魚譜)’ 등을 남기고 생을 마쳤다. 소설의 제목은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가져왔다. ‘흑산’은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기였던 1800년 전후를 배경으로 낡은 사회 및 제도를 개혁하려고 했던 진보적 인물들의 꿈과 좌절을 펼친다. 전작 ‘남한산성’처럼 외부 세계에 무지몽매했던 권력 핵심층도 비판적으로 그렸다. 홍경래의 난, 정감록 유행, 영국 프로비던스호 입항 등 당시 역사와 사회상도 들어간다. 15년 전 서울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로 이사한 작가는 자유로를 타고 한강을 따라서 서울에 드나들었다. 그렇게 오가며 이 작품이 잉태되기 시작했다. 공식 출간에 앞서 공개한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혔다. “귀가하는 저녁이면 하구 쪽으로 노을이 넓고 깊었다. 옛 양화진(楊花津) 자리에 강물을 향해 불쑥 튀어나온 봉우리가 있는데, 누에 대가리 같다고 해서 이름이 잠두봉(蠶頭峰)이었다. 140여 년 전에 무너져가는 나라의 정치권력은 이 봉우리에서 ‘사학(邪學)의 무리’를 목 자르고 그 시체를 강물에 던졌다. 죽임을 당한 자들이 1만 명이 넘었다.” 시간이 흘러 봉우리의 이름은 절두산(切頭山)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망자(亡者)들의 통곡은 여전히 메아리친다. 김 씨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주목했다. “비 오는 날에는 절두산 벼랑이 빗물에 번들거리고 그 아래 자유로에는 늘 자동차들이 밀려있었다. 자유로를 따라서 서울을 드나들 때마다, 이 한줌의 흙더미는 나의 일상을 심하게 압박하였다. 이 소설은 그 억압과 부자유의 소산이다.” 그는 집을 떠나 올해 4월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들어갔고, 칩거 5개월 만에 원고지 1100여 쪽 분량으로 탈고했다. 연필을 한 자 한 자 밀어내며 쓴 지난한 과정 가운데 틈틈이 흑산도, 경기 화성시 남양성모성지, 충북 제천시 베론성지 등을 답사했다. “흑산의 여러 섬에 갔더니, 물고기를 들여다보던 유배객의 자취는 풀섶에 덮였고 지나간 날들의 물고기는 오늘의 물고기로 이어져서 연안으로 몰려왔다. 섬에서 죽은 유자의 넋이 물고기가 되어 온 바다에 들끓는 것이려니 여겼다.” 투박한 말투. 그마저도 단문으로 끊어 내뱉는 과묵한 작가는 “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나는, 겨우, 조금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선감도에 가둔 채 매진한 창작 과정에 대해서는 “혼자서 견디는 날들과, 내 영세한 필경(筆耕)의 기진한 노동에 관하여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닫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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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상의 폭력’ 고발

    제목은 반어법이다. 실상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학교폭력과 성추행, 도박중독, 방화, 살인 기도 등이 책장 가득 널려있다. 비정하고 냉혹하다.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로 등단한 작가는 ‘오즈의 닥터’(2009년)에 이어 일상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린다. 두 사람이 있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슈렉’으로 불리며 왕따당하는 초등학교 5학년생 ‘아영’. 또래 남학생들에게 맞는 것을 넘어 성적 착취까지 당하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서른아홉 살의 헌책방 주인인 ‘두식’은 게이다. 남자 후배를 사랑하지만 그 후배는 자신이 도박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밑천이 거덜 났을 때만 두식을 찾아와 돈을 요구한다. 이들이 만난다. 어느 날 또래들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아영은 헌책방으로 숨어들고, 두식은 갈 곳이 없는 아영과 함께 생활을 시작한다. 주위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고 소외된 이들은 서로가 사회적 약자로서 ‘동류(同類)’임을 깨달으며 가까워진다. 당사자가 아니면 폭력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작품은 눈을 질끈 감게 만들 정도로 디테일하고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독자를 폭력 현장의 가운데에 세워놓는다. 놀이터에서 벌어지는 초등생들의 성폭행, 모텔에서 벌어지는 동성애자들의 폭행 등. 신문 사회면 한구석에 건조한 문체로 ‘죽어있던’ 일상의 폭력이 문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눈앞에 생생히 살아나고, 이는 섬뜩한 각성으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런데, 그래도 무시할거야?”라고 책은 묻는 듯하다. 아영과 두식을 절망의 끝으로 내몬 육체적 정신적 폭력은 끝난다. 하지만 깊은 상처가 남았고, 상황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그들의 자각은 매우 현실적이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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