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내의 기침소리에 애끓는… 칠순시인의 처연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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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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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새 1, 2/김지하 지음/167쪽·175쪽·각권 8000원·신생

전통음악에 ‘시김새’란 말이 있다. 화려함이나 멋을 더하기 위한 꾸밈음 정도로 정의하는 음악용어다. 하지만 우리 소리를 이해하는 데 이런 사전적 정의만으론 부족하다. 흔히 시김새가 좋은 소리는 인생의 온갖 세파와 신산고초를 겪은 뒤에야 낼 수 있는, 그런 아픔이 있는 깊은 소리로 알려져 있다.

김지하. 그가 ‘시김새’란 제목의 시집 두 권을 냈다. 1970년대 필화사건을 일으켰던 시집 ‘오적’,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타는 목마름’을 냈던 그는 평생 저항시인, 민족문화운동가로 불려왔다. 불같은 청장년을 지낸 그도 이제 일흔한 살이 됐고, 시에는 다른 음조의 아픔이 배어 있다.

‘잠속에서 들으면/아내의 기침소리/좋지 않다//끊임없이 일하는 그이/쉬지도 않는/그이의/외로움//…//나는 구석방에서 겨우 겨우/숨쉰다//살아있는 것 단 한가지로 그저 그렇게//서럽다.’(시 ‘아내의 기침소리’에서)

시인은 2009년 경기 고양시 일산 자택을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강원 원주시 무실동 아파트로 옮겨갔다. 그 후 2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서 그는 원주의 자연을 벗 삼아 그의 생명철학을 가다듬거나 지난 세월을 조용히 반추하는 일상의 모습을 흐르는 듯한 시로 풀었다.

“시집 같은 건 생각도 안 했다. 그저 일기 쓰듯이 끄적인 것뿐”이라고 인사말을 붙인 시인은 농담어린 항변을 한다. “시가 시원치 않다는 평이 있다. 시원할 까닭이 없다. 그 사이 내 삶을 알기나 하는가? 본디 ‘시김새’는 ‘시원끼’ 하고는 멀다.”

시인은 2009년 정운찬 국무총리 인준 청문회 당시 한 일간지에 쓴 정 총리후보자 옹호 칼럼, 이명박 대통령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동행했던 황석영 씨에 대한 옹호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번 시집에는 ‘이익공유제와 소말리아 해적 소탕’이란 시가 실려 있다.

‘정운찬의/이익공유제와/김관진의/소말리아 해적 소탕은/시(詩)다//내가 현 집권층의 어떤 일을/참으로 감동하기는/처음//처음은 호혜와 교환이/객관적 시장패턴 안에서/현실화하는/길//다음은 글로벌 물의 시대에/민족의 생명을 지킨/한 작은 나라의 커다란/모범//난/처음으로 국가에 대한 만족 비슷한/촌놈다운 안심에 사로잡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책의향기#문학예술#시김새#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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