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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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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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2~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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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13%
교육3%
국제교류3%
  • 탈레반, 아프간 대통령궁 공격

    탈레반의 자살테러 요원 20명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폭탄조끼로 무장하고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과 정부 건물 등을 목표로 한 동시다발 공격을 벌였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경 카불 시내 대통령궁 인근 지역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렸으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3시간여 동안 맹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자살폭탄 테러는 대통령궁 주변에 이어 2시간 후 교육부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도로에는 불에 탄 승용차가 나뒹굴었고 인근 쇼핑센터도 불길에 휩싸였다. 아프간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최소 12명이 숨졌고 71명이 부상했다. 무함마드 자히르 아지미 국방부 대변인은 “사망자 가운데 어린아이가 1명 있으며 나머지는 보안군 대원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대원들이 자폭하거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카불의 유일한 5성급 호텔인 세레나 호텔의 정원에 최소 한 개의 로켓이 떨어졌다고 한 외국인 투숙객이 말했다. 공격이 시작될 당시 대통령궁에서 신임 장관 임명식을 거행하고 있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적들은 카불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확산시키고자 했지만 이제 상황이 정리됐으며 질서가 회복됐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AFP통신과의 통화에서 “오늘 공격은 우리가 실행했다. 목표는 대통령궁과 재무부, 법무부, 광산부와 중앙은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명의 우리 자살공격 대원이 카불 시내에 침투했다”며 “이 가운데 1명은 대통령궁 출입구에서 폭탄을 터뜨렸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격은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총 3만7000명의 병력 증파를 밝힌 후 처음으로 탈레반이 펼친 대규모 테러공격이다. 특히 이날은 카르자이 정부가 탈레반 및 다른 무장단체와의 평화협상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 지도부에 정부 내각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한 평화협상안을 제안해 왔으나 탈레반 측은 외국 군대의 철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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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기 든 난민들 무차별 총격-약탈… 국가비상사태 선포

    아이티 지진 참사로 거리로 내몰린 이재민의 고통이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재난지역의 치안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생필품을 얻기 위해 곳곳에서 약탈에 나서면서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폭동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이에 따라 아이티 정부는 이달 말 기한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치안 확보를 위해 18일에는 7500명의 미군이 추가 투입돼 총 1만3000명 이상의 병력이 배치될 예정이다. 아이티 경찰도 거리 통행을 제한하고 약탈 방지를 위해 발포까지 하는 등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지진 발생 6일째인 17일 경찰이 수도 도심에서 대형 상점을 약탈 중인 수백 명의 주민에게 총을 쏴 30대 남성이 사망했다. 일부 이재민 역시 약탈을 위해 총기를 사용하고 있다. 대통령궁 인근 라빌 지역에서는 이재민들이 경찰 언론인은 물론이고 일반 주민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해 경찰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치안이 불안해지자 일부 이재민은 수도를 떠나 교외로 피난 행렬에 나서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재민 구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기독교연합 봉사단은 이날 오전 의약품과 구호품을 직접 나눠주려다 이재민이 대거 몰리면서 통제 불능의 상황이 되자 결국 포기했다. 링거 1만3000병 등 의약품 3만 달러어치와 물 비스킷 생리대 등 구호품 2만 달러어치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구입해 15일 포르토프랭스에 들어온 봉사단은 유엔군 10여 명의 호위를 받으며 2대의 대형 트럭에 구호품을 싣고 이재민 천막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유엔군이 잠깐 보이지 않는 사이 이재민이 몰려들어 트럭 뒷문을 열라고 소리치는 등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줄을 세워 차근차근 나눠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돼 봉사단은 결국 이날 오후 병원 보육원 선교원 등 기관에 구호품을 전달했다.봉사단 관계자는 “시내의 재래시장엔 큰 칼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대 후반의 여자는 봉사단이 탄 버스를 향해 손으로 목을 베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며 “심지어 구호단체 회원 중 일부는 포르토프랭스의 대표적인 빈민촌인 시테솔레유의 한 병원에 의약품을 전달하고 나오는 길에 권총을 든 이재민에게 돈을 빼앗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30도가 넘는 한낮의 더위에 미처 매장하지 못한 시신들이 부패하면서 생길 전염병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아이티의 보건위생 체계가 사실상 무너진 상태에서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의 시신 중 상당수가 그냥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이티 지진 구호단원은 전염병 예방 접종을 권고 받고 있다. 매장된 시신만 7만 구로 확인된 가운데 아이티 현지에서 미군의 구호작업을 지휘하는 켄 킨 중장은 “사망자가 2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포르토프랭스(아이티)=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권인혁 前駐아이티 대사 “아이티, 6·25때 한국에 물자지원… 이제 우리가 갚아야”▼ “지금은 최빈국이지만 60년 전 6·25전쟁 때 한국에 1000달러 이상을 지원한 나라입니다. 당시 인구가 300만∼400만 명에 불과한 소국 아이티로서는 나름대로 큰 규모로 한국을 도와준 셈이에요. 도움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아이티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처음이자 마지막 아이티 주재 한국대사(1987∼1990년)를 지낸 권인혁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63·사진)은 18일 한국 정부가 강진 피해를 본 아이티에 대한 추가 지원에 나선다는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아이티는 6·25전쟁 때 한국에 물자를 지원한 32개국 중 하나다. 권 전 이사장은 “현재의 아이티는 뒤발리에 부자의 오랜 독재(1957∼1986년)로 행정부가 재난 대처는커녕 자치 능력도 상실한 상태”라며 “대통령의 평균 수명(재임기간)이 8개월에 불과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가 대사로 근무했던 3년 반 동안에도 쿠데타로 대통령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아이티 정부는 재난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권 전 이사장은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이티 재건을 위해 유엔의 신탁통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구의 5%에 불과한 물라토(백인과 흑인의 혼혈)가 부를 독점하면서 95%의 흑인이 느끼는 사회적 불신도 문제다. 권 전 이사장은 “강진 피해 이후 속수무책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진 것도 정치, 사회적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티는 국가 존립에 필요한 기초 인프라가 부족하고 경제난도 심각하다고 그는 전했다.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에 사는 이민자의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전 이사장은 또 “아이티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아니어서 내진 시설이 없고 목조건물이 많아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대한적십자사-본보 공동모금▽온라인 참여www.redcross.or.kr (후원참여 ⇒일시후원 ⇒ 기부하기) 신용카드, 휴대전화, 온라인 계좌이체 가능▽계좌 번호우리은행 1005-601-613021 (예금주: 대한적십자사)▽문의 02-3705-3661∼5}

    • 201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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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티의 내 아이들아, 너희를 위해 할수 있는게 기도밖에 없다니…

    “얘들아, 어디 있니? 고통스럽겠지만 꼭 견뎌내야 해. 부디 살아서 우리 다시 만나자.” 영화배우 예지원 씨는 최근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차인표 신애라 씨 등 연예인들과 함께 국제 구호단체 컴패션의 일원으로서 아이티를 방문했을 때 결연한 두 명의 아이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컴패션하우스를 찾은 예 씨는 컴패션 본부 측에 아이들의 생사확인을 요청했으나 “현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찍은 흑인 소녀 마리 로데스 스테이시 양(7)의 사진과 프레드슨 게리내 군(8)이 보내온 편지를 어루만지며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난해 3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한 예 씨의 눈에 우선 들어온 건 벌거숭이가 된 황량한 산이었다. 전 국민의 70%가 실업자이며, 절반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아이티는 사람들만 말라 있는 게 아니었다. 땅도 메말라 있고, 풀도 말라 죽었고, 소도 개도 모두 비쩍 말라 있었다. 아이들은 더러운 진흙에 버터와 소금을 넣어 만든 진흙 쿠키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교회에서 한 아이를 품에 안았어요. 그 아기가 저를 보는데 눈빛이 마치 80세 노인 같았어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인생을 다 산 아기 같았죠. 그 눈빛을 보고 나선 도저히 그대로 떠날 수가 없더라고요.” 예 씨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아이티에 사는 어린이 두 명과 필리핀, 케냐에 있는 아이들 등 총 5명에게 매달 양육비(각 3만5000원)를 후원해왔다. 컴패션 아이티 지부는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아이들에게 식량과 옷, 의약품을 지원해주고 학교 공부도 시켜주고 있다. 그는 두세 달에 한 번씩 아이들과 편지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에 감동을 느꼈다. “안녕하세요. 예지원 누나. 저는 엄마가 배 사고로 돌아가셔서 아빠랑 살고 있어요. 저를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게리내) “우리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시는데 일거리가 많이 없어요. 저는 집에서 청소와 물을 길어 나르는 일을 맡아서 해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요.”(스테이시) 예 씨는 이날 아이들이 지난해 말에 보내온 편지를 다시 꺼내 보며 이것이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글썽였다. 예 씨는 “우리는 대참사로 수만 명이 숨져야만 지구촌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다”며 “평소에도 조금씩만 눈을 돌려보면 우리가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 삶을 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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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나오키상 시라이시-사사키 씨

    일본 최고 권위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直木)상 2009년 하반기(제142회) 수상작으로 시라이시 가즈후미(白石一文·52·왼쪽) 씨의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사람에게’와 사사키 조(佐佐木讓·60·오른쪽) 씨의 ‘폐허에 바란다’가 공동 선정됐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시라이시 씨는 부산에서 태어난 부친 고 시라이시 이치로(白石一郞)에 이어 수상함으로써 최초의 부자 수상 영예를 안았다. 시라이시 씨는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주간문예’ 기자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수상작은 명문대를 나온 평범한 회사원이 결혼에 실패한 뒤 직장 상사의 상냥함에 이끌려 진정한 상대를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사사키 씨는 고교 졸업 후 자동차 회사 근무 등을 거쳐 1979년 ‘철기병, 뛰었다’로 데뷔한 뒤 추리 모험 경찰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왔다. 수상작은 병으로 휴직한 홋카이도의 형사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사건을 쫓는다는 내용의 시리즈물이다. 나오키상과 함께 선정하는 순수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은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을 결정하지 못한 것은 1999년 제121회 이래 11년 만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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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트-졸리 커플 100만달러 쾌척

    할리우드 ‘파워 커플’인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를 쾌척하는 등 미국 유명 연예인들이 아이티 지진 피해자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피트와 졸리 부부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운영 중인 3개 병원이 강진으로 심하게 파괴됐다는 소식을 듣고 100만 달러를 내놓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두 사람은 성명을 통해 “집과 가족을 잃은 지진 피해민들에게 인도적인 지원과 구호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대중의 성금 모금을 유도했다. 미남 배우 조지 클루니도 22일 MTV를 통해 대규모 모금 방송을 할 예정이다. 이 방송은 ABC, NBC, HBO, CNN 등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한편 그룹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은 자선단체 ‘옥스팜’을 통해 기부했다. 또 대표적인 아이티 출신 팝스타인 와이클리프 진(37)을 비롯해 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웹사이트와 트위터를 통해 팬과 국제사회에 아이티 지원을 호소했다. 미국 힙합그룹 ‘푸지스(The Fugees)’의 전 멤버인 진은 13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늘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2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재앙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영화배우 데미 무어, 애슈턴 커처 부부, 니콜 리치 등은 팬들에게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아이티 지진 구호 사이트(www.unicefusa.org/haitiquake)를 방문해 달라고 부탁했으며 할리우드의 ‘트러블 메이커’ 린제이 로한, 패리스 힐턴도 지진 피해자 돕기에 동참했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쇼를 통해,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벤 스틸러는 트위터에서 “아이티인들에게는 지금 우리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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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캘리포니아주 신용 부정적”… S&P, 등급 한단계 낮춰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신용등급이 한 단계 더 떨어졌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3일 총 640억 달러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주의 일반채무 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춘다고 밝혔다. 또 94억 달러 규모의 리스수익채권도 A―에서 BBB―로 3단계 떨어뜨렸다. S&P는 캘리포니아 주의 신용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밝힘으로써 등급이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일반채무 등급은 지난해 2월 S&P에 의해 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져 이미 미국 주 가운데 신용도가 가장 낮은 상태였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201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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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포커스/로저 코언]떨고 있는 아시아의 ‘70% 神’

    나는 최근 중국과 베트남에서 웅장한 영묘(靈廟)에 안치된 ‘아시아의 신’들을 참배한 적이 있다. 아시아의 신이란 마오쩌둥(毛澤東)과 호찌민을 지칭한다. 나는 그곳에서 어떻게 대명천지의 21세기에도 이들이 신적 존재로 남아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먼저 베트남 하노이에 안치된 호찌민은 프랑스와 미국의 군대가 꺾을 수 없는 전쟁지도자이자 베트남의 통일영웅이다. 베트남 국민은 그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자신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에도 현재 그의 유해는 영구 보존 처리돼 있다. 그리고 중국 베이징(北京)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도 맥도널드 매장 주변에 마오가 호찌민보다 좀 더 혈색이 좋은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마오와 호찌민의 사상을 위해 많은 사람이 죽어야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1958년부터 1961년까지 중국에서는 3500만 명이 아사(餓死)했다. 1966년부터 시작된 문화대혁명은 ‘소름 끼치는 10년’으로 이어졌다. 호찌민은 30년 전쟁을 통해 국민을 집단화시켰다. 죽어서 신이 된 이들은 한때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가혹한 정치를 펼쳤다. 그런데 왜 이들은 아직도 숭배되고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들은 국민에게 애국심과 자존심을 내세우며 서방의 침략에 맞서 독립을 주장하고 통일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마오와 호찌민은 서방의 힘과 도덕적 권위가 도전받는 시대에 ‘반(反)서구’를 상징하는 신이었다. 그러나 이런 마오와 호찌민도 최근엔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일당독재를 펼치고 있는 공산당은 두 사람의 사상을 바꾸고 있다. 마오의 사상에는 맥도널드 매장이 없다. 그들은 현재 전지전능함이 줄어든 ‘70%의 신’에 머물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 경제를 급성장시키자 세계인들은 국민을 굶주리게 했던 마오의 사상이 틀렸다(약 30%)고 생각했다. 베트남 공산당 지도자들도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돼야 하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돼야 한다”고 한 호찌민의 말을 찾아내(어쩌면 지어내) 시장경제를 정당화했다. 이런 ‘70%의 신’은 흥미로운 존재다. 그들은 더는 사람들을 죽일 수도, 감옥에 가둘 수도 없다. 그들은 장벽 대신 방화벽을 쌓으며 21세기형으로 변신했다. 인민을 수용소로 보내지 않는 대신 인터넷 인맥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막는다. 덜 무자비해졌지만 압박의 강도는 더 세졌다. 이러한 변신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중국과 베트남에 대해 ‘시장 레닌주의(Market Leninism)’가 만들어낸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빼놓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더 많이 교육받고 더 부자가 된 사람들은 단순히 더 큰 아파트나 자동차만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을 다스리는 정치권력을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하며 표현의 자유를 바란다. 정권의 부패에도 관심을 갖게 되며 왜 트위터를 할 수 없는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70%의 신’을 떠받들고 있는 공산당이 왜 그토록 불안에 떠는지 알게 해준다. 중국은 최근 반체제 작가인 류샤오보(劉曉波) 씨에게 11년의 징역형을 내렸다. 류 씨는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08 헌장’을 통해 “말하는 것을 범죄로 여기는 관행을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불안 때문에 베트남도 인권변호사인 레꽁딘을 국가 전복 혐의로 체포했다. ‘아시아의 신’은 변형 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이는 세계인에게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쳤다. 그들이 체포한 사람들의 말은 범죄가 아니다. 이들의 수난은 가면 뒤에 가려진 불안의 표현이다.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 201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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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남미국가 첫 OECD 가입

    칠레가 남미 국가로는 처음으로 ‘선진국 모임’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됐다. OECD 회원국은 31개국으로 늘어났다. 호세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과 안드레스 벨라스코 칠레 재무장관은 11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서명식을 갖고 가입협정에 서명했다. OECD는 성명에서 “칠레를 회원국으로 승인한 것은 20년간 이루어진 민주적 개혁과 건전한 경제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OECD는 2007년부터 칠레 러시아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슬로베니아 등 5개국과 가입협상을 벌였지만 이번에 칠레만 가입했다. 칠레는 199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가입하고 유럽연합 미국 한국 중국 일본 등 56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대외개방과 수출주도 정책을 펴왔다. 칠레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만4900달러에 이르는 등 지난 10년간 남미에서 가장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로 꼽힌다. 1810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칠레는 오랫동안 남미의 최빈국으로 남아 있었다. 이후 1974∼1990년 피노체트 군사정권 이후 20년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이 뿌리를 내리면서 빈곤율은 피노체트 정권 당시 45% 수준에서 13% 안팎으로 떨어졌다. OECD는 최근 칠레 GDP가 올해는 4%, 2011년에는 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노체트 정권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중도좌파 연합인 콘세르타시온이 집권하면서 칠레는 빈곤퇴치, 교육개혁 등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에도 칠레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했고 빈곤층을 위한 복지혜택도 확대했다. 그 결과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임기 말에도 국정 지지율 80%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OECD 가입이 선진국을 향해 더 빨리 발전해 갈 수 있는 새롭고 위대한 기회를 여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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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지준율 0.5%P 인상… 출구전략 신호탄?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2008년 6월 이후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상키로 했다. 런민은행은 18일부터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중국의 지급준비율은 대형 은행은 15.5%이며 중소형 은행은 13.5% 수준이다. 그러나 농촌자금력 강화와 농업지원을 위해 농촌신용사 등 소형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은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조정을 통해 대형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16%로 오르게 됐다”며 중국에서 지급준비율이 인상된 것은 2008년 6월 이후 19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급준비율이 조정된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이던 2008년 12월 말 0.5%가 인하된 이후 1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지급준비율 인상은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향후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신호탄 성격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경기부양책으로 지난 한 해 다소 느슨한 통화정책을 편 결과 은행의 신규대출이 2008년의 2배가량인 약 10조 위안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투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런민은행은 연초부터 은행 간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국채 입찰 수익률을 인상하는 등 유동성 억제 효과가 있는 각종 조치를 내놓았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금융위기 후의 출구전략에 사실상 착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런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은행대출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유동성 관리 차원일 뿐 느슨한 통화란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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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 비행기

    《“비행기의 발명, 항공기의 발달은 이제 인류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케 하고 있습니다. 이 문명의 진전, 이기의 발달에 선각하는자는 흥하고 낙오하는 자는 망합니다.” (안창남이 고국방문비행에서 뿌린 전단 내용)―1922년 12월 11일자 동아일보》1922년 5만명 집결‘금강호’ 탄 안창남서울상공 첫 비행 시인 이상화(1901∼1943)는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라며 식민지 조선의 설움을 노래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우리는 들판만 빼앗긴 것이 아니었다. 하늘도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최초로 한반도 하늘을 비행기로 날았던 사람은 일본 해군 중위 나라하라 산지(奈良原三次)였다. 1913년 8월 29일. 경술국치 3주년에 맞춰 일본의 기계문명을 과시하는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후 미국과 이탈리아의 비행사들도 방문해 곡예비행을 펼쳤다. 매번 입이 떡 벌어지는 구경거리였지만 조선의 영공(領空)을 외국 비행사들에 내준 현실은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그즈음 일본에서 안창남(1900∼1930)이 1등 비행사가 되고, 일본 비행협회 주최 우편비행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조선인 천재 비행사의 탄생소식이 어찌나 기뻤던지 “떳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란 노래가 유행할 정도였다. 1921년 안창남을 초청해 한국인 최초로 한반도의 하늘을 날게 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안창남 후원회가 조직되고, 비행기 구입을 위한 2만 원 모금운동이 벌어졌으나 실패했다. 이듬해 동아일보사 주최로 드디어 안창남 고국방문 비행이 성사됐다. 1922년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간이비행장.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씨에도 구경꾼 5만여 명이 몰렸다. 안창남의 비행기 ‘금강호’가 여의도 간이비행장을 이륙해 하늘로 치솟자 구경꾼들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안창남은 이듬해 1월 잡지 ‘개벽’에 첫 비행의 감격을 토로했다. “경성의 한울! 비행장에서 1100m 이상 높직이 뜨니까 벌써 경성은 들여다 보였습니다. 뒤이어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남대문이었습니다…. 그냥 가기가 섭섭하여 비행기를 틀어 독립문 위까지 떠가서 한바퀴 휘휘 돌았습니다. 서대문 감옥에서도 머리 위에 뜬 것이 보였을 것이지만 갇혀있는 형제의 몇 사람이나 내 뜻과 내 몸을 보아 주었을는지….” 안창남의 첫 비행은 평면에 머물던 한국인의 시각을 3차원으로 확대했다. 2008년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우주에서 본 한반도는 하나였다”고 말한 것과 비견되는 감동이었다. 동아일보 사설은 “안창남군의 1회 비행은 기다(幾多)의 비행가를 산출할 것이며, 무수한 과학자를 표현하여 20세기 과학세계에 만장의 기함을 토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후 안창남은 일본에서 비행사로서 출세의 길을 버리고 중국으로 망명해 군벌 염석산 아래서 중국인과 한국인 비행사를 키워내는 교관으로 일하다가 31세의 나이에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일찍이 “비행기로 국내 민심을 격발하고 장래 국내의 대폭발을 일으키기 위함이니라”고 한 말처럼 안창남은 과학기술을 통한 독립운동을 펼친 선구자였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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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공항에 전신 스캐너 본격 도입 논란

    지난해 성탄절에 일어난 미국 노스웨스트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 이후 전 세계 공항에 일명 '알몸 투시기'로 불리는 전신 스캐너(Body scanner)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TSA)은 올해 안에 미국 전역의 공항에 150대의 전신 스캐너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CNN이 5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공항안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신스캐너 구입에 2500만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은 현재 워싱턴 D.C.의 레이건공항과 볼티모어 공항 등 19개 공항에 전신 스캐너 40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캐나다도 향후 2개월 안에 전신 스캐너를 벤쿠버, 캘거리, 에드먼턴, 위니펙,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 핼리팩스 등 11개 국제공항에 44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태국도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아시아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전신 스캐너 설치키로 했다. 유럽연합(EU) 국가도 전신 스캐너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국제공항은 1월 중순부터 미국행 여객기 탑승자에 한해 전신 투시기를 의무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히폴 국제공항은 현재 보유 중인 15대에 더해 60대의 전신 스캐너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런던 히스로 공항과 맨체스터 공항에서 시범운영해 왔으며 이를 다른 공항들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네테 샤반 독일 교육장관은 주간지 '빌트 암 존탁' 최신호에서 올해 하반기 공항에 전신 스캐너를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마로니 내무장관은 로마와 밀라노 공항에 전신 스캐너를 설치해 테러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항공편 승객에 대해 검색을 실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일부터 6개월 임기의 EU 이사회 순회의장국을 맡은 스페인은 전신 스캐너의 사생활 침해논란, 인체에 미치는 의학적 부작용 등의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이를 도입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호세 블랑코 스페인 교통장관은 5일 "EU차원의 합의가 도출되기 전에는 스페인은 전신스캐너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용성·사생활침해 논란=전신 스캐너는 30~300기가 헤르츠에 이르는 극고주파수 전파를 사용하는 밀리미터파(Millimeter Wave) 스캐너와 고에너지 광선을 사용하는 후방산란 스캐너 두 종류가 있다. 승객들은 전신 스캐너 앞에서 6초간 극초단파를 쏘이게 되며, 30초간의 분석으로 희미한 이미지가 만들어져 옷 속에 감춘 금속성 물질과 폭발물을 식별할 수 있는 장비다. 그러나 몸매 라인과 여성의 유방, 남성의 성기는 물론 각종 인체 보형물까지 드러나는 사실상의 '알몸수색'으로 사생활 침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외신에는 "이제는 공항 검색대에서 팬티 속까지 다 드러내게 됐다"고 비판하는 칼럼이 실리고 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5일 "영국 아동보호법은 아동포르노 방지를 위해 18세 미성년자의 음란 이미지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며 "전신 스캐너가 미성년자 승객에게까지 적용되면 아동포르노 방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공항안전을 위해서는 사생활침해는 희생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존 아들러 미 연방수사관협회장은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비행기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이 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고치의 사생활 침해"라고 반박했다. 영국 교통부는 18세 미만 아동을 검색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유명인사들의 알몸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지 않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효용성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전신 스캐너가 검색대에서 유산탄과 금속 등은 탐지하지만, 플라스틱과 화학물질 및 액체는 탐지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속칼이나 총, 고밀도 플라스틱 등은 밀리미터파를 반사해 물체의 이미지를 남기지만, 가루나 액체 뿐 아니라 옷과 같은 얇은 플라스틱 물질은 밀리미터파 검색대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가 가루 형태의 고폭발물 펜타에리트리올(PEN) 80g을 속 옷 깊숙이 숨긴 채 탑승했던 점을 감안할 때 알몸 검색대가 설치됐다 하더라도 폭발물을 탐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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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개혁파 핵심인사 잇달아 체포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8명이 숨지는 등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이란 정부가 개혁파 진영의 유력 인사를 잇달아 검거하고 나섰다. 이란 당국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시린 에바디 씨의 친자매인 누신 에바디 씨(테헤란대 의대 교수) 등 최소 4명 이상의 반정부 인사를 체포했다고 야권 웹사이트 자라스가 29일 보도했다. 시린 씨는 “28일 오후 9시경 누신이 집에서 정보요원 4명에게 체포됐다”며 “누신은 의대 교수로 정치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체포된 것은 나의 인권보호 활동에 압력을 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정부 성향의 정치평론가 마샬라 삼솔바에진 씨도 29일 오전 자택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진영의 중심인물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보좌관 3명과 처남도 체포되는 등 27일 이후 최소 18명의 개혁파 고위층 인사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위대는 반종교적이며 반혁명적”이라며 “사법부와 정보 당국이 종교를 모욕한 시위대를 체포해 주저 없이 최고 형량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외교부 라민 마흐만파라스트 대변인은 “일부 서방국가들이 시위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내정 간섭으로 우리는 이를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29일) 중으로 이란 주재 영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엄중 항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최정예 군조직인 혁명수비대도 성명을 통해 “외국 언론이 이란 체제 전복을 위해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며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시도는 아무런 효과 없이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란 전역에서는 수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친정부 집회가 열렸다고 국영TV가 전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0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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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경찰, 반정부 시위대에 발포 4명 사망

    이슬람 시아파 최대 종교 기념일인 ‘아슈라(Ashura)’의 마지막 날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AFP통신은 27일 테헤란의 중심부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해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이란의 개혁성향 웹사이트 ‘라헤사브즈’를 인용해 보도했다. 3명은 테헤란 엥겔라브(혁명)대로의 중간에 있는 칼리지 브리지 주변에서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으며, 한 명은 인근 교차로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에서 시위 도중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올 6월 대선 불복시위 이후 처음이다. AP통신은 아슈라 행사에 참가한 시위대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며 경찰 오토바이를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저항하고 나섰고, 이란 당국은 경찰과 혁명수비대를 동원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에 나섰다고 전했다. 26일에도 이란의 보안당국은 테헤란의 자마란 사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개혁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연설을 경찰을 동원해 막는 등 시내 곳곳에서 충돌했다. 자마란 사원은 이란 이슬람혁명의 아버지인 루홀라 호메이니가 자주 연설하던 곳으로 시위대는 “호메이니가 살아 있다면 우리와 함께했을 것!”이란 구호를 외쳤다. 아슈라는 7세기경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이맘 호세인이 이라크 바그다드 남서쪽의 카르발라에서 수니파 무슬림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을 기리는 열흘간의 기간이다. 특히 올해는 아슈라 행사의 마지막 날이 이란 개혁파 종교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의 죽음을 기리는 7번째 날과 겹쳐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왔다. 이란 당국은 특히 아슈라 행사 도중 이맘 호세인이 죽는 장면을 재연하는 거리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개혁파들이 순교자 이맘 호세인에게는 개혁파 시위대의 상징인 초록색 옷을 입히고, 호세인을 죽인 포악한 칼리프 야지드를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비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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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사회주의

    日해외서적 반입 막자러-만주 통해 사상 유입독립운동 실천 무기로《“레닌은 엇더한 사람인가. 호한(好漢)인가 위인(偉人)인가. 아니라 악한인가 걸물인가. 레닌은 현(現) 노서아(露西亞) 소비에트정부의 수석(首席)이오 과격파의 두령이라. 그 사상은 막쓰(Karl Marx)의 계통을 승(承)하야 막쓰보다도 과격하며 그정치는 전제정치를 파괴하야 그 우에 다시 독재정치를 시행하나니….”―동아일보 1921년 6월 3일 1면, ‘니콜라이 레닌은어떠한 사람인가’ 시리즈 1회》 3·1운동 직후인 1920년대에는 민족주의는 물론이고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등 갖가지 사상운동이 폭발적으로 전개됐다. 3·1운동을 거치면서 지식인들이 독립운동의 다양한 실천적 이념 무기로서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사상운동의 국내 유입 경로는 크게 두 갈래였다. 첫째는 러시아와 만주였다. 이동휘는 1918년 하바로프스크에서 처음으로 한인사회당을 건설했으며 남만춘도 이르쿠츠크에서 공산당 한국지부를 결성했다. 일본에서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한 유학생들도 귀국 후 사상운동단체 결성에 나섰다. 서대숙 하와이대 석좌교수는 “일제가 해외간행물의 한반도 내 반입을 봉쇄했기 때문에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같은 일간신문과 개벽 조선지광 신천지 등 잡지가 한국에 사상운동을 소개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1920년대 초기 사회주의 연구단체였던 신사상연구회를 개칭한 화요회, 일본 유학생들의 사회주의 단체였던 북성회의 국내 본부격인 북풍회, 서울에서 창립된 사회주의 청년단체 서울청년회 등에 소속된 인사들은 언론계에서도 활약했다. 조선공산당의 지도자 박헌영도 1924년 동아일보에서 판매부 서기와 지방부 기자로 활동했다. 유재천 상지대 총장의 저서 ‘한국언론과 공산주의’에 따르면 1920∼1932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실린 공산주의 관계 기사는 450건에 이른다. 연평균 35건씩 게재된 셈이다. 동아일보에는 154건, 조선일보에는 두 배가량인 296건이 게재됐다. 동아일보에는 1921년 1면에 ‘니콜라이 레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제목의 레닌 전기가 61회에 걸쳐 실렸고 1922년에는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이 37회 연재됐다. ‘장래 조선민족의 순응할 바 대세를 고찰하기 위해 사회주의의 진수와 정신을 참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1923년에는 서구의 다양한 ‘사회주의 비판론’도 연재됐다. 마르크스와 레닌주의를 비판하고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를 높이 평가했다. 이 같은 보도는 1920년대 초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이 독립운동의 이념적 방편을 찾기 위해 펼친 사상 논쟁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1928년 ‘제3차 조선공산당사건’에 관련돼 7년간 옥고를 치른 김준연은 “당시 세계정세로 보아 일본과 대차적 관계에 있는 소련과 악수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첩경이라고 청년들은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광복 후 격심해진 좌우 이념 분화는 6·25전쟁과 분단을 낳았다. 1922년 10월 13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이를 내다보듯 “과격한 사회주의는 왕왕 계급증오와 동족분열의 우려가 없지 않다”며 “적어도 동족상애와 인도적 색채를 띤 사회주의가 아니면 허무 참담한 흑막을 연출할 것도 예상되는 바”라는 경계의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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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워싱턴 사는 청취자 배리인데요”

    “저, 워싱턴에 사는 청취자 배리인데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2일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라디오 프로그램에 깜짝 참여해 청취자들을 놀라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퇴임을 앞둔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가 출연한 워싱턴 지역 라디오 방송의 ‘주지사에게 묻는다’ 프로그램에 예고 없이 전화를 걸었다. 케인 주지사는 전화를 걸어온 청취자가 “실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신분을 공개하자 “말도 안 돼. 오, 맙소사”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과 절친한 케인 주지사에게 “북버지니아의 악명 높은 교통사정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서 농담조로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깜짝 전화를 건 것은 자신이 신뢰해 온 케인 주지사의 퇴임을 축하하기 위한 것.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직후 케인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까지 고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신의 노고를 우리가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말하고 싶었다”며 “당신이나 나나 훨씬 더 나은 사람(부인)과 결혼한 만큼 우리는 함께 서로 뭉쳐야 한다”는 농담도 나눈 뒤 성탄절 축하인사를 전했다. ‘배리’라는 이름은 오바마 대통령의 어린 시절 애칭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유년 시절 이후 배리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지만 주지사를 놀라게 하기 위해 배리라는 이름으로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0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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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버스사고 유족들의 차분한 이웃사랑 外

    버스추락사고로 숨진 경북 경주시 황성동 유림마을 주민 18명의 장례식이 마무리됐다. 인명 피해가 많은 사고의 경우 보상과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흔히 벌어지는 거친 항의나 농성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너무 차분하게 사태를 수습하고 있어 이상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유족들은 “죽음을 놓고 흥정하려는 태도는 불효”라며 보상금의 일부를 내놓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하토야마-오자와 쌍두마차 100일 성적표 출범 100일을 맞이한 일본 민주당 정권은 흔히 쌍두마차 체제라고 일컬어진다. 행정을 맡은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와 당무를 장악한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는 법. ‘오너 오자와’ ‘월급사장 하토야마’의 실체를 분석했다.■ 회사가 번 20억 모교에 기부한 교수님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서광석 교수는 교수인 동시에 연매출 300억 원대인 알짜 기업의 ‘사장님’이다. “이공계생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며 회사가 거둔 이윤 20억 원을 고려대에 기부한 서 교수를 만나 그의 ‘맨주먹 창업 성공기’를 들어봤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변신 성공할까 소박한 일상의 감동이 담긴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재테크와 요리 같은 기사도 실을 뿐 아니라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파산 위기에 몰렸던 이 잡지를 구한 것은 프라다 구두를 신은 금발의 여인들이라는데….■ 엣지녀… 할머니… 올해 방송가 달군 ‘캐릭터 7’ 배우 김혜수(사진)는 드라마 ‘스타일’에서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으며 ‘엣지녀’로 불렸다. 그룹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약골 이미지로 인기를 끌며 ‘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팔등신 송혜교’(정가은), ‘도자기녀’(고현정) 등 남다른 별명으로 불린 올해 방송가 캐릭터 7을 살펴봤다.■ 줄줄이 오르는 월동 물가… 내복값 가장 많이 올라 난로, 남녀 내의, 연탄 등 겨울나기에 필요한 물품들의 가격이 최근 크게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커졌다. 강추위로 월동 품목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일부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품목별로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들여다봤다.}

    • 200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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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코펜하겐] ‘CO₂ 감축량 제시 시한’ 내달말로 연기

    ‘지구를 구할 마지막 기회’로 기대를 모았던 덴마크 코펜하겐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19일 ‘코펜하겐 합의(Copenhagen Accord)’를 발표하고 폐막했다. 합의문에는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억제하고 △각국이 내년 1월 31일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며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매년 100억∼1000억 달러를 지원하며 △산림 파괴를 막기 위해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각국이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설정하는 데는 실패했다.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혹평과 함께 내년 기후변화협약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왔다. 라젠드라 파차우리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위원장은 20일 “코펜하겐 합의문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을 각국이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목표와 성과 이번 총회의 성과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수준에서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데 합의를 이룬 것. 당초 온난화의 직접 피해를 받는 섬나라들은 1.5도 억제안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합의문은 2015년 중간 평가 때 1.5도 이내 억제안을 재검토키로 했다. 지구의 허파인 숲 보전에 합의한 것도 나름의 성과다. 숲을 비롯해 기후변화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토양, 습지 같은 자연지형을 보전하는 개도국에 선진국이 돈으로 보상해 주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뤄냈다. 선진국은 이러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2012년까지 3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또 선진국은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코펜하겐 그린 플래닛 펀드’를 공동 조성해 섬나라, 아프리카 등 취약국가들을 우선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선진국이 매년 2000억∼3000억 달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개도국들은 지원 규모가 적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선진국들도 누가 얼마만큼의 돈을 낼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아 공방은 계속될 듯하다.○ 남은 과제 코펜하겐 총회에서 최대 쟁점인 2020년부터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목표에 대한 구속력 있는 합의는 내지 못했다. 조제 마누엘 두랑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기온 상승폭을 섭씨 2도로 제한하기로 한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한다는 합의 없이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교토의정서가 마무리되는 2013년 이후의 선진국(의무감축국)과 개도국(자발감축국)의 감축 목표 제시 시한을 내년 1월까지 미루고, 법적인 구속력 부여 시점은 내년 말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차기 총회로 미뤘다.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수준 대비 16∼23% 줄이겠다고 한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감축치를 약 40%로 늘릴 것을 주장하며 맞섰다. 이번 합의문에서 선진국은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국인 개도국도 2년마다 감축량을 유엔에 보고하도록 하고 선진국이 요구하는 투명성 부합을 위해 ‘국제적인 확인’ 절차를 밟도록 했다. 그러나 중국의 주장을 수용해 ‘국가 주권이 존중되는 것을 보장한다’는 문구도 삽입했다. 국제적인 확인 절차 방식에 대해선 여전히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Copenhagen Accord ::Accord라는 말은 ‘협정’으로도, ‘합의’로도 쓰인다. 지금까지 Accord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의 판단에 따라 ‘합의’와 ‘협정’을 구분해 왔다. 이번 코펜하겐 회의 기간에 정부 측 대표단은 일관되게 ‘합의’, ‘합의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왔기에 ‘합의(문)’로 쓰기로 했다.}

    • 20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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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백두산 탐험기

    《“산꼭대기에 도착하매 천지(天池)의 물빛이 쪽보다도 더욱 푸르고 거울보다도 더욱 고요하여 창공에 배회하는 백운(白雲)의 그림자와 전후좌우에 삼엄하게 버텨선 고봉준령(高峰峻嶺)의 머리가 그 속에 비치어 그 아름다운 경치는 그릴 수 없으며 그 장엄한 풍경은 오직 감격을 일으킬 뿐이었다.” ―1921년 8월 21일자 동아일보 1면》“민족영산에 올라보자” 1면에 17회 르포 실어육당도 근참기 연재 약 1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긴 백두산은 해발 2744m인 한반도의 최고봉이다. 백두산은 한반도 여러 산의 근원이 되는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곳이며,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인 압록강과 두만강이 발원하는 민족의 영산이다. 특히 우리 민족이 백두산을 성스러운 산으로 생각해온 것은 개국신화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는 환웅이 ‘태백산(太白山)’에 내려와서 인간세상을 다스리고 웅녀와 결혼해 단군을 낳았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 태백산은 지금의 백두산을 일컫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말살하려 했던 일제강점기에 백두산은 민족혼의 상징이었다. 동아일보는 1921년 8월 백두산에 탐험대를 보냈다. 단순한 등산이나 탐험의 의미가 아니라 ‘단군 탄강(誕降)’의 성지요 ‘근역(槿域) 산하의 조종(祖宗)’으로 전승돼 온 백두산을 민중의 의식 속에 널리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백두산 탐험대에는 사회부 기자였던 소설가 민태원(1894∼1935)과 사진반이 파견됐다. 이들은 8월 13일 삼지연 언덕에 노숙한 뒤 16일에 천지(天池)가에 닿았다. 당시 기사는 ‘우리 손으로 백두산을 사진 박은 것은 처음 일’이라고 밝혔다. 백두산 정상에는 ‘대한독립군기념’이라는 문구를 새긴 비석들이 있었다고 전해 산악에서 활동하던 독립군들의 활약상을 증언했다. ‘백두산행’ 르포 기사는 17회에 걸쳐 신문 1면에 연재됐고 백두산 관련 강연회와 사진전도 열렸다. 육당 최남선은 1926년 백두산을 직접 등정해 7월 28일부터 동아일보에 ‘백두산 근참기’를 연재했다. 이듬해 1월까지 89회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연재 계기는 일제의 단군 깎아내리기였다. 1926년 2월 한 경성제대 교수는 조선교육협회 기관지 ‘문교(文敎)의 조선’에 논문을 기고해 단군을 ‘전설’로 비하했다. 당시 동아일보 사설은 논문 이면에 일제의 조선정신 말살 기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최남선이 동아일보에 77회나 ‘단군론’을 연재한 뒤 ‘백두산 근참’에 나선 것이다. 이 글은 필체가 웅건할 뿐 아니라 백두산정계비에 대한 학술적 고증도 담아 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부른다. 과거 여진족들도 백두산을 그들의 조상의 발상지라 믿어 금나라, 청나라가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중국은 2005년부터 ‘장백산보호개발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백두산 관광개발에 나서고, 장백산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 하고 있다. 백두산 천지는 1962년 북한과 중국이 ‘조중변계조약’을 맺은 이후 중국과 북한의 영토로 양분된 상태다. 우리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을 온전히 지키는 일은 지금부터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0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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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실가스 감축량 내년까지 결정” 합의문 윤곽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국이 빈곤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을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에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7일 코펜하겐에서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데 미국이 참여할 것”이라며 “주요 경제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장기적인 빈곤국 지원액을 밝힌 만큼 협상 타결에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호주 노르웨이 등 선진 6개국은 16일 열대우림 훼손 방지와 개발도상국의 지구온난화 대응 지원금으로 220억 달러를 약속했다. 특히 일본은 이번 기후회의에서 포괄적인 협약이 체결될 경우 개도국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지원금으로 195억 달러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견해차가 너무 커 이번 회의에서 발표될 합의문에는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설정하는 대신 내년 12월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제16차 당사국총회(COP16)까지 결정하자는 ‘마감 시한’만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순번의장국을 맡은 스웨덴 정부는 17일 공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EU는 (기후변화) 협상에 진전이 없음에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오후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녹색성장 모델이 한국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내년 상반기에 개도국의 녹색성장 정책 수립을 지원할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포스트 2012 기후변화 대응체제의 성공적인 출범을 지원하겠다”며 2012년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될 제18차 당사국총회의 한국 유치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코펜하겐=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200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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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포커스/토머스 프리드먼]지하드.com의 공습

    더는 우리를 스스로 속이지 말자. 실재하는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겠지만 온라인상의 ‘가상 아프가니스탄’은 엄청난 위협이다. 가상 아프가니스탄은 수백 개에 이르는 지하드(성전·聖戰)주의자의 웹사이트 네트워크다. 이들은 젊은 무슬림에게 끊임없이 서구세계에 대항하는 지하드에 참여하도록 영감을 주고 모집과 교육, 훈련을 실시한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아무리 많은 병력을 보내도 가상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지속가능한 평화는 보장하기 어렵다. 지난주 북(北)버지니아에 사는 미국 국적의 무슬림 청년 5명이 파키스탄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아프간에 파견된 미군에 대항하는 지하드에 합류하기 위해 스스로 왔다고 파키스탄 경찰에 밝혔다. 이들은 올 8월 e메일을 통해 파키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과 연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이용한 온라인 지하드전사 모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시가 심한 이슬람 사원에서 신병 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활동무대를 인터넷으로 옮긴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아프간전쟁에 동맹국이 많다고 자랑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우리에겐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뿌리 뽑기 위한 동맹군은 더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가상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활개 치는 극단주의 사고와 맞서 싸울 아랍과 무슬림 세계의 동맹군이다. 이슬람 내부에서 사상전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아랍인과 무슬림뿐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19세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그릇된 사상과 싸우기 위해 남북전쟁을 벌였다.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던지 남부지역의 후손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북부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이슬람 내부에서도 그런 싸움이 필요하다. 소수에 불과한 극단주의자들은 이교도뿐 아니라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무슬림까지 살해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들이 이슬람 세계에서 최고의 정통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이슬람의 정치·종교 지도자는 거의 없다. 이슬람 지도부가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비난하는 율법적 결정을 내린 적은 거의 없다. 지난주 이라크 의회가 자유-공정선거를 치르기 위한 선거법에 합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날 사상 유례 없는 테러로 최소 127명이 숨지고 어린아이를 포함해 400여 명이 부상했지만 이에 대한 이슬람권의 분노는 없었다. 런던 국제전략연구협회의 중동 전문가인 마문 판디 씨는 “지난주 무슬림 세계에서 비난의 초점은 스위스의 미나렛(첨탑)이었지 이라크나 파키스탄에서의 살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과격 지하드주의자들이 다른 무슬림을 죽여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프간이나 파키스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실현되겠는가. 아랍인과 무슬림은 제3자로 이슬람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에도 책임이 없다는 식의 분위기는 9·11테러 이후에 나타났다. 미국이 모든 책임과 행동의 주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어린아이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랍인과 무슬림은 객체가 아니라 주인공이다. 그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향해 입을 닫는다면 실재하는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가상의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우리는 물론 그들도 모두 패배하고 말 것이다.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 200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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