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천안함 의장성명’ 채택]中입김에 ‘北책임’ 직접 명시못해… ‘공격-규탄’ 표현은 성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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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은 북한의 책임을 묻는 과정이 마무리되고 다음 과정을 준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한국과 미국 등 각국이 북한을 상대로 한 각종 제재를 확대 강화하는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 북한을 간접 규탄한 의장성명의 의미는?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가 모든 외교력을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못한 데다 지난달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북한 비난 성명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문구 하나하나가 국제정치적 협상의 산물일 수밖에 없는 안보리 협의 과정을 고려하면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목표로 삼았던 것은 △북한의 공격 책임을 명시적으로 거명하고 △이를 규탄(condemn)하며 △향후 유사사건의 재발 방지를 명시하는 것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책임을 직접 거명하지는 못했지만 성명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이런 메시지를 모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장성명은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하고(2항), 북한의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린 한국의 조사 결과에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명하며(5항),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7항)’는 표현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책임자에 대한 조치(4항)와 한국에 대한 공격이나 적대행위 방지(8항) 등 북한에 대한 요구사항도 우회적으로 반영됐다.

하지만 중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북한의 반응에 유의한다’는 대목(6항)은 대북 규탄의 선명성을 흐리게 만들었다.

중국은 협상 초기부터 ‘북한이 과잉 대응할 빌미를 주면 안 된다’는 논리로 북한을 직접 거명해 규탄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중국은 공격(attack)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 문안 협상에서는 이를 행위(act) 또는 사건(incident)으로 바꾸자고 주장해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야 했다. 중국은 또 한국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 대신 ‘유의한다(take note)’는 표현으로 물 타기를 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절반의 성공’

北에 간접적 경고 메시지 전달
아쉬움 남지만 소기목적은 달성

향후 조치 어떻게 되나

‘先천안함 後6자’ 기조 반영
자금차단 등 대북제재 강화할 듯

北 어떤 반응 보일까

재발 방지 약속땐 ‘대화’열려
계속 부인하며 추가도발 할수도


○ 안보리 이후 대화 또는 제재의 갈림길


이달 중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해 한미 연합훈련과 21일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의)는 안보리 이후 한미동맹 차원의 대북 제재 등 대응 조치를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은행을 통해 움직이는 자금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에 반발해 한반도에서 긴장을 유발시킬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7일에도 “정의의 결사대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총의가 결집된 의장성명 이후 북한의 추가 도발은 스스로에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섣불리 도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이후 북한이 천안함 공격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함으로써 긴장 상태에서 탈출할 출구를 찾을지, 아니면 계속 대결구도를 이어갈지는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전문

외교통상부 번역


[1] 안보리는 2010년 6월 4일자 대한민국 주유엔 대사 명의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81) 및 2010년 8월 8일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유엔 대사 명의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94)에 유의(note)한다.

[2] 안보리는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 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개탄(deplore)한다.

[3] 안보리는 이러한 사건(incident)이 역내 및 역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4] 안보리는 인명의 손실과 부상을 개탄(deplore)하며,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한국 국민과 정부에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명하고, 유엔 헌장 및 여타 모든 국제법 관련 규정에 따라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이번 사건 책임자(those responsible for the incident)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5]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비춰(in view of) 깊은 우려를 표명(express the Security Council's deep concern)한다.

[6]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

[7] 이에 따라(therefore)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규탄(condemn)한다.

[8] 안보리는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러한 공격이나 적대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underscore)한다.

[9] 안보리는 한국이 자제를 발휘한 것을 환영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stress)한다.

[10]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

[11] 안보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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