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김성모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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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부에서 글로벌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012년 사회부를 시작으로 소비자경제부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습니다. 신문과 방송, 매거진(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mo@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미국/북미30%
국제일반20%
국제정치17%
일본10%
국제정세7%
인사일반7%
중국3%
국제인물3%
유럽/EU3%
  • ‘트럼프 연설 왜곡편집’ 英BBC 사장-뉴스책임자 사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조작해 방영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영국 공영방송 BBC의 팀 데이비 사장과 뉴스 보도 부문 총괄 책임자인 데보라 터너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데이비 사장은 2020년 취임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당국자 아들의 내레이터 참여, 간판 뉴스 진행자 휴 에드워즈의 아동 성적 이미지 소지 등 수차례 스캔들 속에서도 살아남아 ‘테플론(타격을 입지 않는) 팀’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결국 트럼프 대통령 연설 조작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BBC 수뇌부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엔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10월 방영된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의 ‘트럼프: 두 번째 기회?’ 특집 다큐멘터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 의회 폭동이 일어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연설을 오편집해 마치 국회의사당 난입을 선동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라며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는 연설의 서로 다른 부분을 짜깁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의사당으로 걸어가자”는 발언 직후 “용감한 상하원 의원들을 응원하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의 다른 부분을 한 문장처럼 보이도록 이어붙여 의회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BBC 편집 기준을 설정하는 편집위원회 자문위원인 마이클 프레스콧 전 고문이 이사회에 보낸 메모를 텔레그래프 보도로 알려졌다. 프레스콧의 메모에는 BBC 아랍어 뉴스의 가자 전쟁 보도에서 반이스라엘 편향,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적대적인 일부 직원들의 영향력 행사 등의 문제를 BBC 경영진이 무시했다는 지적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메모 유출 후 BBC 경영진이 ‘고도의 긴장’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논란이 확산되자 데이비 사장은 “실수가 있었고 사장으로서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터너스 총괄 역시 “논란이 BBC에 피해를 주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다만, 터너스 총괄은 “제도적 편향 주장은 틀렸다”고 반박했다.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BBC를 “100% 가짜뉴스”, “좌파 선전 기계”라고 부르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BBC의 최고 인사들, 사장 팀 데이비를 포함해 모두 사임하거나 해고됐다. 그들은 내 완벽한 연설을 조작하다가 들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2027년 예정된 왕립헌장(Royal Charter) 갱신 협상이 이들의 사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10년 단위로 갱신되는 왕립헌장은 BBC의 존립 근거이자 재원 보장의 법적 토대다. 방송사의 운명이 걸린 중요 협상을 앞두고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BBC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공영방송이지만 영국 내에서는 수신료 기반 재원 모델과 ‘진보 편향’ 논란으로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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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3시 출근 논란 다카이치 “주말은 숙소서 지낼것”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사진) 일본 총리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실패해 남편에게 웃음거리가 됐다”며 “국회 답변이 없는 날에는 미용실에 가기로 결심했다”고 8일 소셜미디어 X에 밝혔다. 일본 첫 여성 총리로 당선된 직후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며 ‘워라밸 포기’ 선언을 한 그가 오전 3시 출근으로 논란을 빚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야간이나 주말에 미용실에 가지 못하는 것이 현재 고민이다. 원래 머리 염색은 제가 직접 하고 있었지만 색이 얼룩덜룩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숙소에서 나오면 경호 요원이나 운전사에게 폐가 되기 때문에 공식 행사가 없는 주말은 숙소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며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관사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밀린 집안일과 예산위원회 준비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썼다. 국회 일정이 없는 날에는 미용실을 찾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개인 용무를 보겠다고 밝힌 것.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총리 자신의) 과로 문제나 직원들의 업무 부담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확산되자 이를 의식해 ‘주말 외출’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오전 3시 1분 국회 일정을 위해 아카사카 숙소를 출발해 3시 4분에 공저(公邸·공관)에 도착했다. 이어 비서관들과 함께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답변 준비 회의를 약 3시간 동안 진행했다. 역대 총리들이 국회 준비를 앞둔 날 일찍 출근하기는 했지만, ‘오전 3시 출근’은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야당에선 “총리가 오전 3시부터라면 직원들은 오전 1시 반, 2시부터 대기해야 한다”며 주변을 혹사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6일 밤 답변서가 완성되지 않았고, 숙소에는 구형 팩스밖에 없어서 부득이하게 일찍 공저에 나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도와준 비서관, 경호원, 운전사들께 폐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특히, 다카이치 내각이 노동시간 상한 규제 완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논란이 빠르게 확산됐다. 총리의 수면 부족과 과로에 대한 걱정도 이어졌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구로이와 다카히로 의원은 “오전 3시에 공저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며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하루라도 빨리 공저에서 사는 게 어떠한가”라고 제안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야 한다”며 “일련의 일정이 마무리되면 되도록 빨리 공저로 이사하겠다”고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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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선 1주년 트럼프에 ‘경고 신호’… 버지니아-뉴저지도 민주당 석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4일(현지 시간)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시장 선거뿐 아니라 두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 특히 직전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었고, 뉴욕이나 뉴저지주보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시각이 많다. 또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두 주지사 당선인이 모두 여성들로, 버지니아주에서 여성 주지사가 탄생한 건 처음이란 점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인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46)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57.5%(개표율 97% 기준)를 얻어 공화당의 윈섬 얼 시어스 부지사(42.3%)를 제치고 당선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교육재정 지원, 주택비 부담 완화, 의료 접근성 보장 등 ‘식탁 위 문제’에 집중한 게 스팬버거의 승리 요인”이라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연방 우편 검사관을 거친 스팬버거 당선인은 버지니아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내리 3선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도 노선을 걸으며 민주당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53)이 공화당 소속의 잭 치타렐리 전 뉴저지주 의원(64)을 누르고 당선됐다. 헬리콥터 조종사로 해군에서 9년간 복무한 뒤 변호사와 연방 검사를 지낸 셰릴 당선인도 민주당 내 중도파에 속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전초전 성격도 지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승하면서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의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쇼트는 “트럼프가 이번 패배를 어떻게 해석하든 공화당은 선거 결과를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WP에 전했다. WP는 “이번 선거의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경제였다”며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를 승리로 이끈 핵심 이슈였다”고 지적했다. 고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유권자들의 불만이 크단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트루스소셜에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표 용지에 트럼프가 적혀 있지 않았고,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이 발생한 게 공화당이 오늘 선거에서 패한 두 가지 이유다”라고 적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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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선 1주년에 트럼프 ‘경고신호’…버지니아-뉴저지도 민주당 석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4일(현지 시간)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시장 선거뿐 아니라 두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특히 직전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었고, 뉴욕이나 뉴저지주보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시각이 많다. 또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두 주지사 당선인이 모두 여성들로, 버지니아주에서 여성 주지사가 탄생한 건 처음이란 점에도 관심이 모아진다.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인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46)은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57.5%(개표율 97% 기준)를 얻어 공화당의 윈섬 얼 시어스 부지사(42.3%)를 제치고 당선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교육재정 지원, 주택비 부담 완화, 의료 접근성 보장 등 ‘식탁 위 문제’에 집중한 게 스팬버거의 승리 요인”이라고 전했다.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연방 우편 검사관을 거친 스팬버거 당선인은 버지니아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내리 3선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도 노선을 걸으며 민주당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53)이 공화당 소속의 잭 치타렐리 전 뉴저지주 의원(64)을 누르고 당선됐다. 헬리콥터 조종사로 해군에서 9년간 복무한 뒤 변호사와 연방 검사를 지낸 셰릴 당선인도 민주당 내 중도파에 속한다.트럼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전초전 성격도 지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승하면서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의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쇼트는 “트럼프가 이번 패배를 어떻게 해석하든 공화당은 선거 결과를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WP에 전했다. WP는 “이번 선거의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경제였다”며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를 승리로 이끈 핵심 이슈였다”고 지적했다. 고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유권자들의 불만이 크단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트루스소셜에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표 용지에 트럼프가 적혀 있지 않았고,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이 발생한 게 공화당이 오늘 선거에서 패한 두 가지 이유다”라고 적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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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슨 황, “블랙웰 中수출” 트럼프 설득… 참모들이 막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때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 수출을 거론하지 않은 건 참모들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미중 정상회담 직전까지 대통령에게 블랙웰의 중국 수출을 허용해 달라고 설득했지만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한 참모들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이날 WSJ에 따르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은 블랙웰의 대중 수출이 중국의 AI 역량을 강화해 미국 안보를 약화시킬 거라며 일제히 반대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는 황 CEO는 중국 시장 접근을 위해 끊임없이 로비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젠슨 황의 요청을 (중국과) 논의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자국 안보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블랙웰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이전 세대인 H100 기반보다 AI 학습에서 3배, 추론 모델 가동에서 약 15배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다.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블랙웰 수정 버전을 중국에 판매하겠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반도체인 블랙웰의 중국 수출은 수조 원의 매출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는 중국 AI 기업 생태계가 엔비디아 반도체에 계속 의존하게 만들려면 대중 수출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블랙웰 수출을 논의하지 않은 데 대해 엔비디아 수장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WSJ는 해석했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엔비디아 행사에서 황 CEO는 “중국에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가량이 있다”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시장을 영구적으로 포기할까 봐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황 CEO의 블랙웰 중국 판매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WSJ는 예상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블랙웰 등 최첨단 AI 반도체를 내수용으로만 쓰도록 규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방영된 미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를 판매하도록 허용할 거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최첨단 반도체는 미국 말고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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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슨 황, 트럼프에 블랙웰 中수출 허용 로비…참모들이 막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때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 수출을 거론하지 않은 건 참모들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중 정상회담 직전까지 대통령에게 블랙웰의 중국 수출을 허용해 달라고 설득했지만,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한 참모들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이날 WSJ에 따르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블랙웰의 대중 수출이 중국의 AI 역량을 강화해 미국 안보를 약화시킬 거라며 일제히 반대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는 황 CEO는 중국 시장 접근을 위해 끊임없이 로비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젠슨황의 요청을 (중국과) 논의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미국은 자국 안보에 악영향 줄 것을 우려해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블랙웰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이전 세대인 H100 기반보다 AI 학습에서 3배, 추론 모델 가동에서 약 15배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다.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블랙웰 수정 버전을 중국에 판매하겠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고 있다.엔비디아 최신 반도체인 블랙웰의 중국 수출은 약 수조 원의 매출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는 중국 AI 기업 생태계가 엔비디아 반도체에 계속 의존하게 만들려면 대중 수출이 허용돼야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블랙웰 수출을 논의하지 않은 데 대해 엔비디아 수장보다 트럼프 핵심 참모들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한 거라고 WSJ은 해석했다.미중 정상회담 직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엔비디아 행사에서 황 CEO는 “중국에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 가량이 있다”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시장을 영구적으로 포기할까봐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황 CEO의 블랙웰 중국 판매 시도가 계속될 수 것으로 WSJ은 예상했다.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블랙웰 등 최첨단 AI 반도체를 내수용으로만 쓰도록 규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방영된 미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ㅅ서 ‘엔비디아가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를 판매하도록 허용할 거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최첨단 반도체는 미국 말고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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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셧다운 낳은 美국가부채, 두달새 1조달러 늘어 역대 최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shutdown·일시 업무 정지)의 원인이 된 국가부채 문제는 최근 두 달 사이에 약 1조 달러(약 1427조 원) 증가하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 정부 부채가 2030년에는 유럽 재정 위기국인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3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미 재무부는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8조 달러(약 5경4241조 원)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올 8월 37조 달러(약 5경2814조 원)를 찍은 데 이어 지난달 38조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불과 두 달 만에 1조 달러나 급증한 것으로 사회보장제도와 의료 서비스 지출 확대와 이자 지급 비용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장기화하는 것도 향후 국가부채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행정관리예산처(OMB)는 2013년 미국 정부 셧다운 당시 노동 생산성 손실로 약 20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정부 재정 감시단체인 피터슨재단의 마이클 A 피터슨 대표는 성명을 통해 “정부 셧다운 중에 국가부채가 38조 달러에 도달한 건 입법자들이 기본적인 재정 관련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심각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켄트 스매터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도 “부채 증가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국민 구매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상원 합동경제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1년간 초당 7만1253.9달러(약 1억 원)씩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 중이며 2016년 이후엔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있다. IMF는 지난달 27일 2030년 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143.4%에 이르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과거 유럽 재정 위기의 중심에 있던 이탈리아와 그리스보다도 심각한 것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긴축정책으로 국가부채 비율을 적극 낮추겠다는 방침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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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국가부채 38조달러 넘어서 ‘사상 최대치’…두달새 1조달러 늘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shutdown·일시 업무정지)의 원인이 된 국가부채 문제는 최근 두 달 사이에 약 1조 달러(약 1427조 원) 증가하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 정부 부채가 2030년에는 유럽 재정 위기국인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3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미 재무부는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8조 달러(약 5경4241조 원)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올 8월 37조 달러(약 5경2814조 원)를 찍은 데 이어 지난달 38조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불과 두 달 만에 1조 달러나 급증한 것으로 사회보장제도와 의료 서비스 지출 확대와 이자 지급 비용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장기화하는 것도 향후 국가부채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행정관리예산처(OMB)는 2013년 미국 정부 셧다운 당시 노동 생산성 손실로 약 20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정부 재정 감시단체인 피터슨재단의 마이클 A. 피터슨 대표는 성명을 통해 “정부 셧다운 중에 국가부채가 38조 달러에 도달한 건 입법자들이 기본적인 재정 관련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심각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켄트 스매터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도 “부채 증가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국민 구매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미 상원 합동경제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1년간 1초당 7만1253.9달러(약 1억 원)씩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 중이며 2016년 이후엔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있다. IMF는 지난달 27일 2030년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143.4%에 이르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과거 유럽 재정 위기의 중심에 있던 이탈리아와 그리스보다도 심각한 것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긴축정책으로 국가부채 비율을 적극 낮추겠단 방침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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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재무, 관세 심리 앞두고 “中 희토류 통제로 비상사태… 관세로 연기 시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30일 미중 정상회담에 따른 합의가 올해 5월 무역전쟁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회담 결과는 모두 미국에 더 큰 협상력을 가져다 줬다”고 2일(현지 시간) CNN 방송에 출연해 밝혔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 따라 중국에 부과한 20%의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했다. 중국은 대신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1년간 중단하고 미국산 대두를 구입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CNN 등 외신들은 “사실상 중국의 승리” “큰 진전 없는 결과물” 등의 평가를 내놓았는데, 베선트 장관이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 베선트 장관은 인터뷰에서 “중국은 희토류 제한 계획을 25~30년 동안 준비해 왔다. 그동안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금 행정부는 앞으로 1~2년 동안 ‘초고속(warp speed)’으로 움직여 이 중국의 ‘목 위에 들이댄 칼날(sword)’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이번 협상으로 미국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중국의 희토류 압박에서 벗어날 시간을 벌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엔 우리 동맹국들이 모두 함께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급망을 재구성하려 한다”고 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완전 분리)’하고 싶은 건 아니다”라면서 “‘디리스크(de-risk·위험 완화)’는 필요하다”고 밝혔다.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적법성을 두고 이번 주 연방대법원이 심리를 시작하는 것과 관련해선 “내 생각에는 중국이 10월 8일 전 세계를 상대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위협하며, 사실상 서방의 제조 시스템을 느리게 하거나 멈추게 할 수도 있었던 그 행동 자체가 명백한 ‘비상 사태’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따른 ‘100% 관세 부과 위협’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이 조치를 연기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그게(희토류 수출 통제) 비상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비상이냐”고 반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펜타닐에 20% 관세를 부과해 중국을 이 문제와 관련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됐다면서 “미국인을 죽음으로 모는 펜타닐 사태가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또 무엇이 비상이냐”고도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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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언론 “한국 핵잠, 동아시아 안보역학 바꿀 것”…日도 도입 여론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언론이 이를 신속히 보도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31일 이를 한국 대미(對美) 투자의 보상이라고 짚으면서 “동아시아 안보 역학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일본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에 핵잠수함 보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산케이신문은 이날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수중에서 기습 공격하는 사태는 한·미·일에 큰 위협”이라며 “한국이 핵잠수함으로 대응하면 미국의 방위 전략에도 플러스가 된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방위 전략에도 보탬이 된다는 전략적 판단 하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 앞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 잠수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용 연료 공급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 3월 핵잠수함 건조 상황을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한국이 낡은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전날 밝혔다.일본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동아시아 안보 역학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닛케이는 “한국이 핵잠수함을 운용하면 미국·중국·러시아의 경우처럼 한국이 태평양에 이를 전개해 미국과 공동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의 방위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일본에선 즉각 핵잠수함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운용하게 되면 미국이 태평양 방위를 한국에 맡길 가능성이 있고, 일본 역시 자국 방위력을 높이기 위해 핵잠수함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토 도시유키 가나자와 공업대학 도라노몬대학원 교수는 “일본 국내에서도 핵잠수함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그는 해상자위대 잠수함 하야시오 함장을 지낸 바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승인이 대미 투자의 보상격이라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에 제한을 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작업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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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韓 대미투자액, 日보다 적고 안전장치 확보”

    한국과 미국이 29일 타결한 관세 협상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로 일본의 5500억 달러(약 791조 원)보다 적으며, 한국은 투자 대상 프로젝트가 상업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안전장치를 확보했지만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자 결정권을 넘겼다”고 전했다. 한국이 미국과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맺었다고 진단한 것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이재명 정부에 큰 안도감을 안긴 외교 정책상 성과”라고 NYT에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1500억 달러(약 214조 원)를 미국이 재건에 공들이고 있는 조선업에 투자하고 외환시장에 안정장치를 마련한 부분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투자자금 조달 방식에 지분·대출·보증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핵심적인 양보 조치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선물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NYT는 신라 금관에 얽힌 역사 등 배경을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 받은) 복제된 왕관을 착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 대통령과 박물관에 있는 진품 왕관을 보러 갔다”고 전했다. CNN은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적 취향과 금 사랑(gold obsession)을 적극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더미러는 보디랭귀지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을 받은 순간 금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는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어 “입은 다물어 있지만 몸을 좌우로 약간 돌리는 제스처를 보였는데 이는 억눌린 즐거움과 흥분을 나타내는 신체 신호”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표정과 몸짓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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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타닐 관세 내린 美, 희토류 통제 미룬 中… 일단 정면충돌 피해

    “0에서 10까지 점수가 있다면, 나는 이번 회담에 12점을 주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말 훌륭한 결정들이 많았다. 많은 합의가 이뤄졌고, 거의 남은 쟁점이 없다”고도 했다. 미중은 이번 회담을 통해 △고율 관세 부과 △희토류 수출 통제 △대두(大豆) 수입 중단 △해운·물류·조선산업 관련 조사 등 양국이 핵심 무역 쟁점으로 꼽은 사안들에 대해 한 걸음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대립보다는 ‘생산적 회담’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 다만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를 공급받기 위한 확실한 안전장치를 확보하지 못했고, 중국 역시 미국이 자신들에게 판매를 제한하는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 약속을 얻어내지 못했다. 당장은 미중이 ‘휴전’에 들어간 형국이지만 서로에게 치명타를 가할 카드는 남겨둔 셈이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희토류 단어 입에 안 올리길 바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우린 많은 사안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며 “막대한 양의 (미국산) 대두와 다른 농산물이 즉시 구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희토류 문제가 해결됐다”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당분간 ‘희토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신 “(시 주석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합성마약) 펜타닐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해 매우 노력할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이 펜타닐 단속 미흡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했던 관세를 10%로 즉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기존에 중국에 부과한 관세는 기본 관세 10%, 펜타닐 관세 20%,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 관세 25% 등 총 55%였는데, 이를 45%까지 낮추겠다는 의미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미국의 펜타닐 관련 관세 인하 결정과 자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 등 미 측과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대중 상호 관세(24%) 유예 시한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미중은 정상회담에 앞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특히 중국이 강력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적용 중인 관세에 추가로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수출 통제도 시행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것에도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미국의 주요 대두 생산지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처럼 갈등이 고조되던 가운데, 양국은 일단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휴전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 서명은 언제쯤 가능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곧 가능하다”고 했다. 베선트 재무장관도 “다음 주 중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도 이번 회담을 두고 “양국이 중요한 경제무역 문제와 관련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올해 중 1200만 t, 향후 3년간 매년 2500만 t의 대두를 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성능 칩 ‘블랙웰’ 中 수출은 논의 안 돼 다만 반도체와 희토류 관련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인 ‘블랙웰’ 중국 수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칩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이 엔비디아 및 다른 기업들과 직접 (중국 내 칩 공급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블랙웰에 대해선 선을 그은 것이다. 이를 두고, 결국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통제를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핵심 무기로 인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8월엔 블랙웰 성능을 낮추면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중국 역시 미국에 절실한 희토류 공급과 관련해 최소한의 양보만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일단 수출 통제를 1년만 유예했다. 희토류를 미국을 겨냥한 전략적 통제 수단으로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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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타닐 관세 내린 美, 희토류 통제 미룬 中…일단 정면충돌 피해

    “0에서 10까지 점수가 있다면, 나는 이번 회담에 12점을 주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말 훌륭한 결정들이 많았다. 많은 합의가 이뤄졌고, 거의 남은 쟁점이 없다”고도 했다.미중은 이번 회담을 통해 △고율 관세 부과 △희토류 수출 통제 △대두(大豆) 수입 중단 △해운·물류·조선산업 관련 조사 등 양국이 핵심 무역 쟁점으로 꼽은 사안들에 대해 한 걸음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대립보다는 ‘생산적 회담’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다만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를 공급받기 위한 확실한 안전장치를 확보하지 못했고, 중국 역시 미국이 자신들에게 판매를 제한하는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 약속을 얻어내지 못했다. 당장은 미중이 ‘휴전’에 들어간 형국이지만 서로에게 치명타를 가할 카드는 남겨둔 셈이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희토류 단어 입에 안 올리길 바라”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우린 많은 사안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며 “막대한 양의 (미국산) 대두와 다른 농산물이 즉시 구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희토류 문제가 해결됐다”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당분간 ‘희토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그는 대신 “(시 주석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합성마약) 펜타닐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해 매우 노력할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이 펜타닐 단속 미흡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했던 관세를 10%로 즉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기존에 중국에 부과한 관세는 기본 관세 10%, 펜타닐 관세 20%,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 관세 25% 등 총 55%였는데, 이를 45%까지 낮추겠다는 의미다.중국 상무부도 이날 미국의 펜타닐 관련 관세 인하 결정과 자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 등 미 측과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대중 상호 관세(24%) 유예 시한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또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에 대해선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틱톡 양도 합의가 마무리됐고, 몇주에서 몇달 내 매각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미중은 정상회담에 앞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특히 중국이 강력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적용 중인 관세에 추가로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수출 통제도 시행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것에도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미국의 주요 대두 생산지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이처럼 갈등이 고조되던 가운데, 양국은 일단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휴전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 서명은 언제쯤 가능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곧 가능하다”고 했다. 베선트 재무장관도 “다음 주 중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도 이번 회담을 두고 “양국이 중요한 경제무역 문제와 관련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올해 중 1200만t, 향후 3년간 매년 2500만t의 대두를 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성능 칩 ‘블랙웰’ 中 수출은 논의 안 돼다만 반도체와 희토류 관련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인 ‘블랙웰’ 중국 수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칩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이 엔비디아 및 다른 기업들과 직접 (중국 내 칩 공급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블랙웰에 대해선 선을 그은 것이다.이를 두고, 결국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통제를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핵심 무기로 인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8월엔 블랙웰 성능을 낮추면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중국 역시 미국에 절실한 희토류 공급과 관련해 최소한의 양보만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일단 수출 통제를 1년만 유예했다. 희토류를 미국을 겨냥한 전략적 통제 수단으로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한편 CNN은 “시 주석이 협상은 하되 굴복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미국과의 협상마다 유리한 결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단속 약속을 받고 관련 관세를 내렸지만, 중국이 과거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실질적 성과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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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 “韓, 줄다리기 끝에 日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

    한국과 미국이 29일 타결한 관세 협상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로 일본의 5500억 달러(약 791조 원)보다 적으며, 한국은 투자 대상 프로젝트가 상업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안전장치를 확보했지만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자 결정권을 넘겼다”고 전했다. 한국이 미국과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맺었다고 진단한 것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이재명 정부에 큰 안도감을 안긴 외교 정책상 성과”라고 NYT에 말했다.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1500억 달러(약 214조 원)를 미국이 재건에 공들이고 있는 조선업에 투자하고 외환시장에 안정장치를 마련한 부분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투자자금 조달 방식에 지분·대출·보증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핵심적인 양보 조치로 평가된다”고 전했다.외신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선물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NYT는 신라 금관에 얽힌 역사 등 배경을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 받은) 복제된 왕관을 착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 대통령과 박물관에 있는 진품 왕관을 보러 갔다”고 전했다. CNN은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적 취향과 금 사랑(gold obsession)을 적극 활용했다”고 평가했다.영국 더미러는 바디랭귀지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을 받은 순간 금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는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어 “입술은 다물려 있지만 몸을 좌우로 약간 돌리는 제스처를 보였는데 이는 억눌린 즐거움과 흥분을 나타내는 신체 신호”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표정과 몸짓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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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헬기-장갑차 맞서 ‘드론 폭탄’ 저항… 브라질 마약갱단 소탕작전, 64명 사망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州) 당국이 28일 빈민촌인 파벨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마약 밀매 조직 체포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포함해 최소 6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폭탄, 총격전 소리와 주택가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에 체포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현지에선 경찰관 4명이 숨지고, 일부 주민이 총상을 입는 등 무리한 작전 수행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주 정부는 “오늘 15년 만에 최대 규모의 조직폭력배(갱단) 활동 지역 봉쇄 작전을 진행해 81명의 조직원을 체포했고, 72정의 소총과 대량의 마약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클라우지우 카스트루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는 “이번 검거 작전을 위해 1년 이상 수사하고 60일간 계획을 점검했다”며 “경찰이 법원에서 발부한 수백 건의 체포·수색·압수영장을 집행했다”고 했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해당 지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갱단인 ‘코만두 베르멜류’ 구성원을 대대적으로 검거하는 것이었다. 코만두 베르멜류는 1970년대 리우데자네이루 교도소에서 결성된 조직으로 마약류·무기 밀매, 살인, 납치 등을 벌이며 빈민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 왔다. 주 정부는 빈민지역 내 26개 지점을 목표로 검거 작전을 펼쳤다. 2500여 명의 경찰 및 보안요원과 헬기 2대, 장갑차 32대, 특수전술차량 12대 등이 투입됐다. NYT에 따르면 갱단도 무인 비행장치(드론)까지 동원해 폭발물을 투하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이번 충돌로 일대 학교는 긴급 휴교에 들어갔고, 한때 리우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등이 폐쇄됐다. 카스트루 주지사는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런 전쟁에는 군 병력 등 훨씬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작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다니 몬테이루 주의원은 “경찰 작전에서의 폭력이 곧 효과를 불러오는 건 아니다. 오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진 일은 야만적”이라고 지적했다. 카스트루 주지사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웠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같은 자유당 소속이다. 이 때문에 이번 작전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형성 등을 의식한 조치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간선거가 치러진 아르헨티나에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등 중남미 국가의 보수 정권 지원에 관심이 많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노동당 소속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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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역대 최대 규모 마약갱단 소탕작전…64명 사망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州) 당국이 28일 빈민촌인 파벨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마약밀매 조직 체포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포함해 최소 6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폭탄, 총성 소리와 주택가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에 체포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현지에선 경찰관 4명이 숨지고, 일부 주민이 총상을 입는 등 무리한 작전 수행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이날 주정부는 “오늘 15년 만에 최대 규모의 조직폭력배(갱단) 활동지역 봉쇄 작전을 진행해 81명의 조직원을 체포했고, 72정의 소총과 대량의 마약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클라우지우 카스트루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는 “이번 검거 작전을 위해 1년 이상 수사하고 60일간 계획을 점검했다”며 “경찰이 법원에서 발부한 수백 건의 체포·수색·압수영장을 집행했다”고 했다.이번 작전의 목표는 해당 지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갱단인 ‘코만두 베르멜류(Comando Vermelho)’ 구성원을 대대적으로 검거하는 것이었다. 코만두 베르멜류는 1970년대 리우데자네이루 교도소에서 결성된 조직으로 마약류·무기 밀매, 살인, 납치 등을 벌이며 빈민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 왔다.주정부는 빈민지역 내 26개 지점을 목표로 검거 작전을 펼쳤다. 2500여 명의 경찰·보안요원과 헬기 2대, 장갑차 32대, 특수전술차량 12대 등이 투입됐다. NYT에 따르면 갱단도 무인 비행장치(드론)까지 동원해 폭발물을 투하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이번 충돌로 일대 학교는 긴급 휴교에 들어갔고, 한때 리우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등이 폐쇄됐다. 카스트루 주지사는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런 전쟁에는 군병력 등 훨씬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특히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작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다니 몬테이루 주의원은 “경찰 작전에서의 폭력이 곧 효과를 불러오는 건 아니다. 오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진 일은 야만적”이라고 지적했다.카스트루 주지사는 강경보수 성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웠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같은 자유당 소속이다. 이 때문에 이번 작전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형성 등을 의식한 조치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간선거가 치러진 아르헨티나에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등 중남미 국가의 보수 정권 지원에 관심이 많다.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브라질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노동당 소속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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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항모 함께 탄 美日정상 “동맹 새 황금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우리(미국과 일본)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며 미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올 1월 재집권에 성공한 뒤 첫 방일에서 미일 동맹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날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군사력을 상당한 규모로 증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일본으로부터) 매우 큰 규모의 신규 군사 장비 주문을 수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체결한 미일 무역 합의에 대해 “매우 공정한 합의이며 우리는 거대한 교역을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다카이치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화답했다. 그는 미일 동맹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 될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New Golden Age)를 함께 열 것”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 정상이 동시에 안보 및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과 일본이 더 밀착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양 정상은 이날 ‘미일 동맹의 새 황금시대를 위한 합의 이행’이란 문서에 서명하며 대미 투자 이행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두 정상은 ‘위대한 합의(Great Deal)’를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해당 문서에 남겼다. 올 7월 체결된 무역 합의를 다카이치 총리가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9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자동차, 쌀 시장 개방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정상회담과 업무 오찬을 마친 뒤 미국 대통령 전용헬기 ‘머린 원’을 타고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의 미군기지를 방문해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에 승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미국 공장에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나가서 도요타 차를 사라”고 권고했다. 또 일본 재계 관계자들과 만찬을 갖고 대미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미일 정상이 무역 합의 이행에 적극 나설 모양새를 취하고, 나아가 두 나라 간 안보 및 경제 협력 강화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지면서 아직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한국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미투자 못박고 무기 세일즈… 다카이치 “희토류 협력”美日정상 ‘아베 시즌2’ 협력5500억 달러중 73% 에너지-AI에… 대미투자 후보군 선정하며 속도中견제 위한 日방위력 증강 공감… 다카이치 “트럼프 北비핵화 재확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8일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New Golden Age)를 함께 열자”고 의기투합했다.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 1월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던 발언을 반영해 양국의 협력 의지를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특히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집권 일주일 만에 만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5500억 달러(약 790조 원) 규모 대미(對美) 투자의 신속 이행,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관련 협력 등 속속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일 무역 합의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사실상의 ‘대못 박기’ 모양새를 취했는데, 일본 측은 대미 투자와 희토류 공급망 강화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두 정상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다카이치 총리가 역시 중국 견제에 공을 들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이에 ‘아베 시즌 2’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중국 견제 등에 뜻을 같이하며 밀착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와도 만났다.● 무역 합의 이행 속도 내고 대미 투자 후보 선정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28일 오전 도쿄 영빈관에서 약 4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올 7월 체결된 미일 무역 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향후 관련 장관 등에게 필요한 추가 조치를 지시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양자 기술, 우주, 6세대 통신(6G), 생명공학 등 여러 미래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에너지, AI 등 일본 기업의 구체적인 투자 대상 후보군도 선정했다. 사업 규모는 4000억 달러로 일본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5500억 달러의 72.7%에 달한다. 미쓰비시중공업, 도시바, 파나소닉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의 대미 투자에 대해 “이는 일본과 미국의 경제 안보를 위한 공동 투자이며, 첫 번째 프로젝트는 전력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사업에 대한 투자로 일본의 손실 위험은 제로(0)가 될 것”이라며 “일본 측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전액 회수할 수 있고, 일본 납세자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두 정상은 ‘희토류 무기화’에 나선 중국에 맞서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에 협력하기로 하고 관련 문서에 서명했다.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넓힐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호주와의 희토류 협력에 합의한 미국이 ‘반중국 희토류 동맹’ 확대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다카이치, 트럼프 앞에서 “강한 일본 되찾겠다”두 정상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 대규모 군사 장비를 새로 주문한 것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 또한 “강한 일본 외교를 되찾겠다”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해 미일 협력을 더 진전시키고 싶다”고 했다.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영어로 ‘저팬 이즈 백(Japan is back·일본이 돌아왔다)’이라고 적힌 검은색 야구 모자에 각각 서명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조하는 ‘강한 일본’의 부활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취재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관여를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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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트닉, 日재계와 만찬서 “4900억달러 투자 유치”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도쿄 주일본 미국대사관저에서 양국 주요 기업인과 만찬을 갖고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를 독려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한국계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그룹 회장 등을 필두로 미쓰비시, 소니, 라쿠텐, 혼다, 전일본공수(ANA), 이토추상사 같은 기업의 경영진과 하워트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CNN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일본 측이 원자력,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에 총 4900억 달러(약 703조60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며 “한 일본 기업은 최소 100억 달러(약 14조4000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인데, 이름은 차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것을 거론하며 “여러분들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 (일본)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기 때문이냐”며 농담을 던졌다. 또 미국 알래스카주의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이 이 사업에도 적극 관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후지필름, 다케다제약, 전력기업 제라 등이 대규모 대(對)미국 투자 계획을 속속 밝혔다. 또 도요타는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내 판매 확대를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고려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일본으로 역수입해 판매하겠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조선 기업 또한 3500억 엔(약 3조30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항공업계 역시 ANA를 중심으로 미국 보잉 항공기 100대를 공동 구매하기로 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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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업 몰락’ 말뫼… 음쓰로 버스 운행 친환경-재생에너지 도시로[인구 절벽을 넘어선 도시들]

    12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약 600km 떨어진 항구도시 말뫼를 찾았다. 항구에는 꽈배기처럼 비틀린 듯한 모양의 고층 빌딩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보였다. 폐쇄된 조선소 부지에 들어선 높이 190m인 이 건물 주변을 에워싼 여러 주택의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벽면에는 은색 관이 설치돼 있었다. 기자를 데리고 도시 곳곳을 안내해 준 일마르 레팔루 전 시장(82)은 “관은 빗물을 모으는 통로”라며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사용한 후 정화해 바다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인구 36만6000여 명의 말뫼는 수도 스톡홀름, 2대 도시 예테보리에 이은 3대 도시다. 한때 조선, 자동차 산업 등으로 유명했지만 급속한 세계화 여파 등으로 주요 공장이 속속 문을 닫았다. 이 여파로 1990년대 초 인구 역시 약 22만 명으로 줄었고 실업률 또한 22%로 치솟았다. 말뫼는 위기 탈출을 위해 친(親)환경, 재생에너지 전문 도시로의 변신에 주력했다. 470km의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 지하에 있는 자연열을 펌프로 끌어올려 각각 버스 운행, 난방 원료로 쓴다. 풍력 발전도 속속 설치했다.이런 노력을 통해 30여 년 만에 인구가 14만 명 이상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2016년 말뫼를 세계 4위 혁신도시로 선정했다.● ‘음식물 쓰레기’로 버스 운행 한국에서 이곳은 ‘말뫼의 눈물’로 유명하다. 한때 세계 최대 규모였던 도심의 코쿰스 조선소는 1986년 폐쇄됐다. 2002년 현대중공업이 조선소 내 마지막 남은 크레인을 1달러(약 1450원)라는 상징적 가격에 사들였다. 이를 본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당국은 시 관계자, 시민, 교수, 기업가, 노조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부활을 모색했다. 수차례의 끝장 토론 끝에 ‘친환경’을 주제로 한 도시 부활 프로젝트 ‘시티오브투모로(city of tomorrow)’를 시작했다. 당국은 우선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470km 자전거 도로를 건설했다. 친환경을 위해서는 화석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 시 인구의 약 40%가 자전거를 타고 통학 및 통근한다. 도심 곳곳의 교차로에는 차보다 자전거에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센서가 설치돼 있었다. 자전거 통행자가 이 교차로에 접근하면 신호등이 빠르게 바뀌어 차보다 먼저 자전거를 통과시킨다. 음식물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 또한 주요 에너지원이다. 가정마다 음식물 분쇄 장치를 설치해 음식물 쓰레기를 소각한 후 만들어지는 바이오가스를 하이브리드형 버스 운행에 사용한다. 현재 200여 대의 버스가 바이오가스로 운행된다. 2000년에는 말뫼 가구의 55%가 쓰레기를 땅에 매립했지만 이제 이 비율 또한 1.4%까지 떨어졌다.터닝 토르소 인근에는 350가구의 기후 중립지역 ‘Bo01’도 조성됐다. ‘살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Bo’와 이 사업이 시작된 2001년을 합한 이름이다. 이곳의 집들은 지하 90m에 존재하는 자연열을 펌프로 끌어올려 난방 등에 사용한다. 풍력 발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는 가구 또한 6만 가구에 달한다. 요나스 캄레 시 기후전환국장은 “2030년까지 도시 전체가 100% 재생 및 재활용 에너지를 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종종 홍수가 발생했던 동부 아우구스텐보리 일대에 6km의 운하를 조성하고 곳곳의 건물 옥상에 식물정원도 만들었다. 지붕에 설치된 빗물 배수로를 통해 빗물을 모으고 이를 식물을 키우는 데 쓴다. 밭과 황무지가 많았던 남부 휠리에에는 9000채의 주거·사무 공간도 개발했다. 주요 건물마다 에너지 소비를 제어하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설치해 에너지 사용을 줄였다.● 인구 37%가 젊은층 친환경을 중시하면서도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평판을 얻으며 각국 기업과 젊은이들이 속속 말뫼를 찾고 있다. 현재 시 인구의 약 37%인 13만5934명이 30세 이하다. 딜로이트컨설팅, KPMG, PWC 등 글로벌 기업들도 북유럽 본사를 말뫼로 이전했다. 스웨덴에서 탄생한 글로벌 가구 업체 이케아 본사 역시 말뫼에 있다. 현지에서 미디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미디어에볼루션의 망누스 닐손 대표는 “스톡홀름, 이웃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같은 대도시는 규제도 많고 상대적으로 멈춰 있는 느낌”이라며 “말뫼는 과거 몰락했다가 되살아났다는 스토리텔링까지 보유하고 있어 젊은층이 관심을 갖는다”고 평했다. 주민 크리스티안 바키르 씨(58)는 “한때 도심의 주요 카페가 모두 문을 닫아 커피 한 잔 마시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나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1994∼2013년의 19년 동안 말뫼를 이끈 레팔루 전 시장은 “시민, 시 관계자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도시 재개발에 나섰다”며 “휠리에 개발 당시 밭농사를 하던 지역민들의 반대가 많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주민 동의를 받아냈다”고 소개했다.말뫼-코펜하겐 잇는 외레순대교… 코펜하겐서 물가 싼 말뫼로 이주 활발말뫼, 코펜하겐보다 생활비 약 30% 저렴 코펜하겐서 말뫼로 이전 기업 100개 이상 덴마크-스웨덴 교역량도 25% 증가13일(현지 시간) 스웨덴 말뫼에서 약 40km 떨어진 이웃 나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을 이어주는 ‘외레순 대교’를 열차를 타고 직접 건넜다. 말뫼역에서 코펜하겐역까지 걸린 시간은 41분. 매일 약 4만1000명이 이용하며 10∼15분마다 양쪽을 오가는 기차가 배치돼 있다. 승무원은 150크로나(약 2만3000원)의 표만 확인했을 뿐 여권을 요구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싣고 열차에 오른 한 30대 직장인은 “말뫼에서 코펜하겐으로 매일 출퇴근한다. 달리는 동안 나라가 바뀌는 것을 종종 깜빡한다”며 웃었다. 몰락했던 말뫼가 부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레순 대교의 역할도 컸다고 현지에선 강조한다. 2000년 개통된 이 다리의 길이는 16km.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이며 동시에 철도 교량이다. 공사 기간은 5년, 비용은 43억 달러(약 6조2000억 원)가 들었다. 다리 자체는 말뫼와 덴마크의 인공섬 페베르홀름섬을 연결하며, 이 섬에서부터는 해저 터널을 통해 코펜하겐까지 이어진다. 이 다리는 현재 말뫼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두 도시가 단일 경제권으로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코펜하겐보다 생활비가 저렴한 말뫼가 더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 말뫼의 주택 임대료, 교통비, 외식비 등은 코펜하겐보다 약 30% 저렴해 말뫼로의 이주가 활발하다. 코펜하겐에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 등 제약기업과 정보기술(IT) 회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말뫼와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물가가 싼 말뫼를 거주·사업 거점으로 삼는 사례가 늘었다. 말뫼의 인구 규모 대비 특허 출원 건수는 수도 스톡홀름, 2대 도시 예테보리보다 많은데 이 역시 코펜하겐에 본사를 뒀지만 말뫼에서도 활동하는 제약 및 IT 기업의 효과로 풀이된다. 말뫼의 싱크탱크 외레순연구소, 스웨덴 룬드대 등의 자료에 따르면 두 국가를 오가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대교 건설 전보다 73% 증가했다. 특히 코펜하겐에서 말뫼로 이전한 기업이 100개 이상이며 양국을 오가는 통근자 수는 약 400% 늘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교역량 또한 대교 건설 전보다 25% 증가했다. 말뫼 인구의 약 10%가 일자리가 많은 코펜하겐에서 근무한다. 당초 상당수 말뫼 시민은 비싼 건설비용, 덴마크에 예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건설을 반대했다. 이런 시민들을 꾸준히 설득한 사람이 일마르 레팔루 전 시장(82)이다. 1994∼2013년 시장으로 재직하며 대교 건설을 진두지휘한 그는 기자에게 “말뫼의 부흥을 위해 도입했던 여러 정책 중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이 대교 건설이었다. 이 다리가 없는 말뫼를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 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말뫼·코펜하겐=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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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희토류 통제에 글로벌 車생산 중단 위기 “두달 막히면 전체 붕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희토류 공급 차질로 기업들이 더 이상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희토류 통제 강화를 예고하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또다시 공급망이 꼬이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이 올 4월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섰을 때 약 두 달 만에 미국 포드와 일본 스즈키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라인이 일부 중단된 바 있는데 이런 상황이 또다시 재연될 위기에 처했다.● 中 희토류 통제, 자동차·방산 등 전방위 위협22일 재계 및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다음 달 8일 시행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앞두고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이터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9일 중국의 수출 통제 발표 이후 중국 희토류 업체에 해외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희토류 공급 업체들이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배에 실어서 미국, 유럽 등에 보내는 데만 두 달이 걸려 대응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라이언 그림 도요타 북미법인 부사장은 “그들(중국)은 2개월이면 자동차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경우 변속기, 모터, 센서, 스피커, 조명 등에 모두 희토류가 들어가 희토류 공급이 막히면 제품 완성이 불가능하다.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자동차뿐 아니라 방산, 로봇업계의 우려도 키우고 있다. 전투기, 미사일, 로봇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이 희토류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각종 모터 제품에도 희토류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F-35 전투기 한 대에는 900파운드(약 408kg) 이상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한국 산업계도 중국발 희토류 공급난으로 인한 영향권에 들어 있다. 현대자동차에 자석을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 임원은 “올해 초 쌓은 자석 재고가 대부분 고갈돼 현재 수급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석 납품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현장 경영의 어려움이 크다”며 “통제가 장기화될 경우 비용 증가와 함께 자동차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희토류는 각종 전자제품 및 소재에도 활용되고 특히 반도체 업계가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첨단 장비에 반드시 필요해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 각국, 희토류 연대 모색하고 대체재 찾아 나서각 나라 및 기업들은 중국의 이 같은 희토류 수출 불확실성 때문에 희토류 대체 기술을 개발하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대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희토류 세계 4위 매장량을 확보한 호주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이 6개월간 30억 달러(약 4조3000억 원) 이상을 핵심 광물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와 200억 달러 규모의 환율 안정화(통화 스와프) 협정도 체결했는데, 이 역시 희토류 확보 목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기업 중에서는 BMW, 르노가 희토류가 없는 모터를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동차 모터 제조에서 희토류 함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도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가 및 정제 기술의 격차 때문에 중국을 대체할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엔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미국, 일본의 희토류 수입액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1%, 75%, 83%였다. 특히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 수입 비중이 2023년 67%에서 8%포인트 더 올랐다. 공급망 조사기관 SC인사이츠의 앤디 레일랜드 창업자는 “중국은 항상 경쟁국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 결국에는 글로벌 제조사들이 (중국 외) 대안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며 “(중국 희토류를 대체하는 투자는) 정말 위험한 투자”라고 말했다. 한편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21일 중국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과 회의를 열고 희토류 수출 통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상황이 EU-중국 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으며, 신속한 해결책은 필수”라고 밝혔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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