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김성모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구독 67

추천

현재 국제부에서 글로벌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012년 사회부를 시작으로 소비자경제부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습니다. 신문과 방송, 매거진(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m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0~2024-04-19
국제경제87%
경제일반7%
국제일반6%
  • 애플이 만든 자동차 과연 나올까[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받은메일함: Steve Jobs(스티브 잡스)2010년 5월 어느 날, 미국 자동차 스타트업 ‘브이-비히클’의 디자이너인 브라이언 톰슨은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제목은 ‘Steve Jobs’였다. 당시 브이-비히클은 작고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는데, 비공식 고문을 맡고 있던 잡스가 만나자고 연락해온 것. 톰슨은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외곽에 있는 잡스의 집을 찾았다. 영국 가디언은 그곳을 학교 선생님 스타일의 수수한 집이라고 묘사했다. 마른 체형에 청바지를 입은 잡스와 톰슨이 악수하는 동안 잡스의 아들은 “아이폰 시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불평하고 있었다. 둘은 브이-비히클 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존 강철보다 가벼운 차체, 크림색과 흰색 해치백, 합성수지와 목재 펄프의 합성물로 만들어진 대시보드 등. 잡스가 “영혼이 있다”고 극찬한 브이-비히클 사업은 결국 실패했다. 회사는 이름이 바꿨다가, 다른 기업에 넘어갔다. 1년 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도 세상을 떠났다. 2016년 6월 가디언은 ‘스티브 잡스의 시선을 사로잡은 비밀 자동차’라는 글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당시 소문이 무성했던 ‘애플 자동차에 대한 단서’라는 보충 설명도 달았다. 이후 6년 간 ‘애플카’는 유령처럼 세상을 떠다녔다.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소식은 꾸준히 전해졌다. 공식 코멘트는 없었지만, ‘익명의 소식통’이 전하는 뉴스는 계속됐다. 더 이상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는 소식에 놀랄 사람은 없어 보인다. 정보를 유출한 직원을 곧바로 집에 보낼 정도로 보안에 철저한 애플이었지만, 사람들이 애플을 가만두지 않았다. ‘아이폰’으로 모바일 혁신을 이끈 애플이라서 그렇다. 최근 애플이 인재를 영입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완성차 업체 포드 출신의 베테랑 엔지니어인 데시 우즈카셰비치를 영입했다고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포드에서 31년 간 근무한 그는 차량 안전 시스템과 엔지니어링 디자인, 차체 인테리어 엔지니어링 등 자동차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다. 포드 이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 등의 차량 개발에 참여했고, 전기차도 개발해봤다. 확실히 아이폰을 만들 것 같지는 않다. 애플은 자동차 개발에 과연 진심일까. 자동차는 왜 만들려는 것일까. 과거 휴대전화에서 자판을 없앤 것처럼, 차 바퀴마저 없애버릴까. 여러 단서들을 찾아봤다. ● 프로젝트명: ‘타이탄’애플의 자동차 개발 소식은 정말 뜬금없는 곳에서 처음 나왔다. 삼성과 애플이 특허소송을 벌이던 2012년에 법정 증인으로 나선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이 “애플은 아이폰을 선보이기 이전부터 자동차 개발을 논의했다”는 폭탄 발언을 한 것. 그는 “애플 내부에서 카메라, 자동차 등 여러 물건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이후 나온 토니 파델 전 애플 부사장의 인터뷰는 더 구체적이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잡스와 여러 번 자동차 만드는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배터리와 시스템, 모터 등의 기계적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자동차와 아이폰은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5년 2월 ‘애플, 전기차에서 테슬라에 도전할 준비’라는 글에서 비밀 프로젝트 ‘타이탄’을 공개했다. 애플이 미니밴 스타일의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14년 승인한 이 프로젝트는 포드 엔지니어 출신의 스티브 자데스키 당시 부사장이 이끌었다. WSJ은 수백 명이라고 했지만, 팀원이 1000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팀은 애플에서 누구나 차출할 수 있는 권한도 지녔다. WSJ은 쿡 CEO가 이전 인터뷰에서 “아무도 모르는 제품이 있다. 아직 소문이 나지 않았다”고 언급한 내용도 담았다. 이를 밝혀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나보다. 그냥 전기차가 아니라, 자율주행 전기차였다. 2015년 8월 가디언은 애플이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다는 문서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수백 명의 개발자들이 캘리포니아주의 한 건물에서 비밀리에 이를 개발 중인데,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보안이 철저한 옛 해군 기지로 장소를 옮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와 혼다도 이곳의 철조망 뒤에서 자율주행차 실험을 진행했다. 더 이상 숨기기 어려웠는지, 애플카에 대한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발에 정당성까지 부여했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15년 한 정보기술(IT) 매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애플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자동차는 궁극의 모바일 기기라고 본다.” ● 공개된 비밀, 직원들의 ‘묘지’2016년 초 애플은 ‘apple.car’, ‘apple.cars’, ‘apple.auto’ 등의 도메인을 등록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런데, 사업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나보다. 1년 뒤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 일부를 중단하고, 수십 명의 직원을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좀 들여다보니 오히려 프로젝트에 힘을 더 실어 주려했던 것 같다. 2016년 7월 애플은 프로젝트의 수장을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에서 스티브 잡스의 왼팔이라 불렸던 밥 맨스필드 수석 부사장으로 바꿨다. 그는 아이폰과 맥북에어, 아이패드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그간 자데스키의 보고는 하드웨어 책임자를 거쳐 쿡 CEO에게 전달됐는데, 맨스필드는 쿡 CEO에게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직접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애플은 자동차 소프트웨어사인 QNX 창립자 겸 전 CEO 댄 다지도 스카웃했다. 중요한 전략적 수정도 있었다. 사업 초기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 전체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차 제조는 협업사를 찾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처음 자체 자동차를 만들려고 했지만 자율주행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재조정했다”고 했다. 목적지는 정했는데, 가는 길은 더디기만 했다. 이후 수백 명의 직원이 나가고 들어오고를 반복했다. 타이탄을 책임지던 맨스필드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애플은 2018년 당시 테슬라 개발담당 임원이었던 더그 필드를 영입해 그를 대신하게 했다. 3년 뒤, 더그 필드는 포드 자동차의 첨단 기술 및 임베디스 시스템 최고책임자로 이직해버렸다. 이후 애플워치를 맡던 케빈 린치 부사장이 현재까지 타이탄을 이끌고 있다. 과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 프로젝트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애플을 테슬라 직원들의 ‘묘지’라고 언급했다. 직원 유출을 우려했던 것 같다. 머스크는 한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애플에서 일하게 된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지만, 머스크는 2016년(추정) 테슬라를 애플에 헐값으로 매각하려 했는데, 쿡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600억 달러로 추정된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최근 급락해서 8288억 달러 정도다. 당시 자금난을 겪던 머스크는 자동차 산업을 ‘제조업의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여러모로 애플에 대한 감정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애플이 왜 자동차에 관심을?애플카 개발은 제한적인 자율주행만 가능한 모델과 운전자의 조작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진행돼 왔다. 그러다가 케빈 린치가 프로젝트를 맡은 이후 완전 자율주행차를 목표로 현재 애플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2025년 내 자율주행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더 늦춰질 수도 있다. 팀쿡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은 모든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의 어머니와 같다”며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에 가면 애플의 자율주행 테스트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붕에 센서가 달린 흰색 렉서스 차량이다. 캘리포니아주 차량국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시범운행 거리는 1만3000마일(2만1300㎞)이었다. 1위는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230만 마일, 370만㎞)였다. 시범운행 거리는 곧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 개발을 위한 데이터 분석량을 상징한다. 구글에 비하면 애플의 테스트 경험은 아직 한참 못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전자 기기를 만들어 온 애플은 왜 ‘차’에 꽂혔을까. 엔진과 브레이크, 변속기 등의 운동으로 백 년을 달려 온 자동차는 최근 몇 년 새 진화했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 전자 센서, 중앙 시스템 등이 이를 대체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버전도 업그레이드한다. 자동차가 애플이 제일 잘 하는 ‘전자 기기’(전기차)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웅장한 엔진 소리를, 똑똑한 두뇌가 대신한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졌다. 이제야 “자동차는 궁극의 모바일 기기”라고 했던 제프 윌리엄스 COO의 말이 이해가 간다. 토요타의 벤처캐피털펀드인 토요타AI벤처스의 짐 애들러 이사는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다음 메뉴는 자동차”라고 했다. 미국 컨설팅사 맥킨지의 요하네스 다이히만 자동차 파트너는 “오늘날 가장 복잡한 자동차에는 많게는 200개의 컴퓨터가 달려 있다. 컴퓨터들은 엔진,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것을 제어한다”며 “이는 공급사의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데, 자동차 제조사의 능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 “주유소에서 멈추지 않는 놀라운 경험”현재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가 이를 만들었고, 테슬라와 폭스바겐, 다임러는 자체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애플의 카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오토도 있다. 포드는 내년부터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 모델에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자동차 대시보드의 작은 모니터가 사실상 네비게이션에 그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소프트웨어 개발이 진행되면 스마트폰, 테블릿PC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릴 수 있다. 컴퓨터는 자동차 안에서의 사람들의 활동(데이터)을 수집할 것이다. 언제 될지 모르는 자율주행 시대가 열린다면 영화를 보거나, 물건을 살 수도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심리스’(Seamless, 끊김 없이 매끄러운)다. 디지털 경험을 끊김 없이 유지한다는 의미다.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과 자주 등장한다. 안방 TV에서 보던 넷플릭스 영화가 주방에 가니 냉장고에 달린 화면에서 곧이어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걸을 때는 스마트폰이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에서, 차에 타면 대시보드에 등장할 수 있다. 물 흐르듯 이어서 나온다는 것이 핵심이다. 애플도 점점 확장되는 ‘연결성’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쿡은 5년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유소에서 멈추지 않는 것은 놀라운 경험일 것이다.”● 달리는 플랫폼, ‘애플카’ 애플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제일 먼저 세상에 내놓고 싶을 것이다. 현재는 사람들이 디자인과 가격, 일부 성능을 고려해 자동차를 고르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나오면 초기에는 이를 개발한 회사로 고객이 우르르 몰려갈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제대로 된 스마트폰을 처음 내놨을 때처럼 말이다. 그 다음에는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생태계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매력적인 아이폰에 빠진 사람들이 IOS에서 허우적대는 모습과 비슷하다. 다만, 스마트폰과 다르게 생명이 걸린 만큼 디자인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게 고려될 수도 있겠다. 애플은 이 주도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애플도 한 때는 잔소리를 들었다. WSJ은 2020년 “아이폰이 나온 뒤 10년 간 애플이 한 가장 큰 혁신은 이어폰”이라고 비꼬면서, 성장이 정체됐다고 비판했다. WSJ의 지적처럼 2015년 2338억 달러였던 애플의 연 매출은 2019년(2745억 달러)까지만 해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애플은 지난해 365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올해 1월에는 시가총액이 장중 3조 달러(약 3823조5000억 원)를 찍었다. 삼성전자 가치의 8배 이상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다. 애플의 사업 전략이 빛났다. NYT는 “스마트폰은 냉장고, TV처럼 자주 구매하지 않는 필수품”이라며 “사람들은 예전만큼 자주 새 제품을 구입하지 않자 애플은 추가 용량, 애플리케이션 구독, 헤드폰 등 아이폰을 더욱 유용하게 만드는 것들로 돈을 버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모바일 생태계를 움켜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향후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도 애플은 이 같은 전략을 펼칠지 모른다. 사람들이 애플카를 더 이상 바꾸지 않는다면, 연관된 서비스에서 열심히 돈 벌 궁리를 할 것이다. 핸들이나, 차 열쇠를 따로 팔지도 모른다. 모두 다 차가 제품으로 있어야 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 애플과 또 손잡은 폭스콘? 애플의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2025년에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애플의 행보가 심상찮다. 차를 조립, 생산해 줄 파트너를 찾았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한 대만 언론은 유명 IT 전문가를 인용해 애플카 진행이 한창 진행 중이며, 애플이 차 조립과 생산을 혼하이그룹에 맡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면서 오래 신뢰를 쌓아 온 혼하이그룹 ‘폭스콘’에 차 생산까지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체는 애플카가 고품질 금속 소재 티타늄 합금을 사용하며, 아이폰으로 열쇠 없이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을 가질 것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애플은 BMW, 제네시스, 기아 등 차량 모델에서 이 자동차키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이미 폭스콘은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전기차 브랜드 ‘폭스트론’을 발표하고 모델E(전기 세단), 모델C(전기 SUV), 모델T(전기버스) 등을 공개했다. 애플카 생산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애플은 일본 차량용 에어컨 부품 제조사인 산덴과 비밀리에 논의를 진행했는데, 당시 회사가 애플카 설계도까지 공유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애플은 지난해 차 조립을 위해 현대차그룹과 닛산,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연달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당시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애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자동차 산업은 한순간에 정복할 수 있는 일반적 기술 분야가 아니다”라고 했다. 현지에서는 이를 폭스바겐이 애플의 협력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플은 차 설계부터 디자인과 마케팅, 판매까지 전부 애플이 주도하고 차량 조립만 완성차 업체에 맡기는 생산 방식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선 ‘사실상 하도급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 “‘시리’야 동해 바다로 부탁해”애플카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특허들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자동차 선루프 특허를 미 특허청에 등록했다. 특허대로라면 자동차 선루프에 가변 불투명 유리를 탑재해 운전자가 선루프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 선루프가 차량 윗면과 측면 창 전체가 연결돼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위와 옆 창문 등 개방 순서를 통제할 수 있다. 손동작만으로 주차와 차선 변경해주는 기능도 있다. 지난해 2월 ‘제스처 기반 자율주행차’라는 이름으로 출원된 특허다. 직진을 할지 옆 차선으로 옮길지 손짓만으로 차를 움직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애플카 전면 유리창에는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특허청에 ‘구역 식별 및 표시 시스템’이라는 특허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가 차량 전면에 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알려진 ‘시리’(Siri) 명령 기능은 더 영화 같다. 해외 자동차 매체 카스쿱스에 따르면 애플은 ‘목적을 가진 신호를 이용, 목적지 주변 자율주행차 안내’라는 특허를 냈다. 음성인식 시스템 시리나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자율주행차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도착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섬세한 위치까지 조정한다. 자율주행차 탑승자가 말(시리)이나 손(터치스크린)으로 원하는 특정한 주차장소, 심지어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고 싶은 문까지 선택할 수 있다. 특허는 아직 신청 단계에 있다. 애플은 이 같은 기능들을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중앙집중형 운용체계(OS)도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처럼 차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여러 전자제어장치(ECU)를 하나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에서 통합적으로 관리(DCU)하게 된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차 중 통합 관리를 쓰는 것은 테슬라가 유일하다. 애플은 자율주행차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직접 설계하고, 한국 협력사에게 후공정 중 일부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중앙집중형 설계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로 복잡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 ‘아이폰’ 만든 애플이라는 기대감그동안 애플은 프로세서와 배터리, 카메라, 센서, 디스플레이 개발에 투자해왔다. 모두 자율주행전기차의 핵심기술들이다. 아이폰 최신 기종에는 라이다(LiDAR) 센서가 탑재됐는데, 레이저를 쏴서 대상에 부딪혀 돌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공간을 지도로 구성하고 개체를 식별하는 기술로 자율주행에 필수적이다. 기술 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자본력이다. 인재를 끌어 오거나 외부 기술을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현금성 자산은 2026억 달러(약 261조 원)에 달한다.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자본조달력과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할 능력, 하드웨어 디자인 능력 등 애플은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성공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애플 특유의 ‘감성’이다. ‘사용하기 편하다’, ‘예쁘다’ 등으로 단순화 시켜서 말하곤 하지만, 여기에는 애플의 완벽성이 녹아있다. 2007년 한 일화를 소개한다. 아이폰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시제품을 써본 스티브 잡스가 개발자들에게 불 같이 화를 냈다. 청바지 주머니에서 열쇠와 함께 꺼낸 아이폰의 플라스틱 화면에 흠집이 선명하게 난 것. 잡스는 “나는 흠집 나는 제품은 안 판다”며 6주 안에 완벽하게 유리 화면으로 설계를 바꿀 것을 지시했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할 때의 미묘한 편의성과 아이폰 카메라에 담기는 대상의 느낌, IOS의 생태계 등은 이 같은 노력 하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물론, 이는 사용자마다 다르게 느낄 수는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역시 애플이 만들면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간간히 들리는 신선한 소식은 우리를 더 설레게 만든다. 타이탄 프로젝트 초기, 직원들은 삭막한 도로 대신에 탑승자끼리 서로 마주보는 라운지 형태의 내부 인테리어부터 떠올렸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한 팀은 측면 이동을 더 잘할 수 있는 공 모양의 구형(球形) 형태로 자동차 바퀴를 재발명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애플다운 발상이다.김성모기자 mo@donga.com}

    • 2022-05-15
    • 좋아요
    • 코멘트
  • 전쟁에 이상기온까지…곡물생산량 ‘뚝’ 세계 식량위기 확산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이 전쟁과 기상 이변 등으로 예년만큼의 곡물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세계 밀 수출의 30%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출길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모두 막힌 가운데 미국, 중국 등에서도 이상 기온 등으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애그플레이션’(농산물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 현상)이 악화하고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캥커키의 한 농장을 찾아 “미 농민은 ‘민주주의의 곡창지대’ 역할도 하고 있다”며 농가의 생산 확대를 독려했다. 특히 그는 2000만 t의 밀을 보유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때문에 제대로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흑해의 러시아 전함이 우크라이나의 물품 배송을 막고 있다”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 곡물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 수많은 아프리카인이 굶어 죽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옥수수 파종률은 22%로 5년 전(50%)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콩(12%)과 봄밀(27%)의 파종률 또한 각각 5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곡창지대인 미 중서부에서 습하고 서늘한 기온이 지속돼 파종이 지연된 탓이다. 미 국립해양대기국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네소타 노스다코타주 등 주요 곡창 생산지의 강수량이 예년 평균을 뛰어넘는 바람에 파종이 늦어졌다. 캔자스, 네브래스카주 등에선 이상 가뭄으로 토양이 말라 역시 파종에 애를 먹었다. 수확량 감소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옥수수, 콩 등을 재배하는 아이오와주 농부 제프 라이언 씨는 “올해 수확량이 최대 10~20%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밀 생산국 겸 소비국인 중국 또한 대홍수 등의 여파로 곡물 매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지난해 가을 대홍수로 지난해 말 중국의 밀 생육 환경 또한 좋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다음 달부터 지난해 겨울 재배한 밀 수확에 나서는데 매집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태다. 지난달 미 농무부는 올해 중국의 밀 수확량이 작년보다 3%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 정세가 엄중해 식량 안보가 시급하다며 “더 많이 생산하고 비축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12
    • 좋아요
    • 코멘트
  • 러 가짜뉴스에 맞선 우크라 언론인들 퓰리처賞

    지난달 29일 러시아군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셰우첸키우스키의 한 아파트를 강타했을 때 비라 히리치 ‘라디오 리버티’ 기자(55)는 25층 자신의 집에 있었다. 건물 일부가 불에 타고 무너져 내렸다. 소방대원들이 밤새 불을 끈 뒤에야 히리치 기자의 시신이 수습됐다. 그의 동료는 “훌륭한 동료가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히리치 기자처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러시아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에 맞서 전쟁의 진실을 보도하려 애쓴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이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 시간)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을 퓰리처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선정위원회는 “용기와 인내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무자비한 침공을 진실하게 보도하려는 헌신”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선정위원회 위원장 매저리 밀러 AP통신 부사장은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은 러시아군의 폭격과 점령 납치 살해 등 각종 위험에도 참혹한 현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헌신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국언론인연합에 따르면 올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인과 외국인 등 언론인 23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취재 도중 숨졌다. 퓰리처상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안과 관련된 인물이나 단체에 특별상을 수여해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하는 장면을 찍어 세계에 알린 10대 소녀 다넬라 프레이저가 특별상을 받았다. 올해 퓰리처상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보도 분야 수상작은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을 다룬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차지했다. NYT는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분쟁 지역에서 벌어진 미군 오폭(誤爆) 문제와 미 경찰의 폭력적인 교통 단속을 파헤친 탐사보도로 각각 국제, 국내 분야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 언론 재벌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제정된 퓰리처상은 매년 언론 15개 부문, 예술 7개 부문 등 22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텅스텐 5800만t 묻혀있는데… 혜택 못보는 한국

    전 세계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재편하며 ‘자원 무기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첨단무기 등을 생산할 때 꼭 필요한 전략광물 텅스텐이 1992년 이후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생산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9일 보도했다. 2015년 강원 영월의 상동광산 영업권을 사들인 캐나다 광산개발회사 ‘알몬티’는 지난해부터 광산 개발을 본격화했고 이르면 내년부터 대량 생산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텅스텐은 코발트 리튬 니켈 망간과 함께 5대 핵심 광물로 꼽힌다. 상동광산에서는 전 세계 텅스텐 공급량의 10%를 생산할 수 있지만 제품은 모두 주요 소비국이자 제련 시설이 있는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텅스텐 필요량의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상동광산에서 생산되는 텅스텐 절반을 한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텅스텐 제련 설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 미국에서 다시 수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등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전략광물을 관리할 국내 공급망 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품질 우수한 텅스텐 원광 5800만 t 보유‘알몬티’ 측에 따르면 현재 상동광산에는 5800만 t이 넘는 텅스텐이 매장돼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연간 100만 t씩 캐어도 60년 동안 채굴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상동광산에 매장된 텅스텐의 광물 내 함량은 0.45%로 중국산(0.19%), 세계 평균(0.18%)의 약 2.5배에 달해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1916년 문을 연 상동광산은 1960, 70년대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17%를 점유하며 호황을 누렸다. 1980년대 세계 최대 텅스텐 생산국인 중국의 시장 개방으로 텅스텐 공급이 급증하자 가격이 급락해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1992년 원광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 국영기업 대한중석이 보유했던 광산 운영권은 이후 여러 기업을 거쳐 2015년 알몬티로 넘어갔다. 알몬티는 지난해 5월 미국 등 해외 자본을 유치해 생산 재개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15년 광업권 확보 후 진행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현재 상동광산에서는 원광만 생산할 수 있다. 이 원광의 불순물을 제거해 품위를 높인 광석 즉 ‘정광’은 없으며 갱도 또한 300, 400m 정도만 굴착한 초기 단계다. 알몬티 측은 원광을 정광으로 바꾸는 불순물 제거 시설만 국내에 갖추고 나머지 제련 작업은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제조 및 판매업체 GTP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GTP의 손을 거치면 비록 한국에서 캤지만 완제품은 미국산이 되는 셈이다. 알몬티 측은 빠르면 내년부터 연 2500t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여 년 만에 국내 텅스텐 생산 기회 잡았지만…텅스텐이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생산될 기회를 잡은 것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데다 미국 등 서방과 중국, 러시아 등이 이념은 물론이고 경제자원을 가지고도 일종의 신냉전을 벌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귀금속 희토류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미국, 일본 등과 대립할 때마다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텅스텐 생산을 위한 핵심 원자재 파라텅스테이트 가격은 t당 346달러로 지난해보다 25% 이상 상승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비싸다. 국내 텅스텐 필요량 대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도 텅스텐 제련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산 요소수 사태처럼 텅스텐 수입이 막힐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 및 지역 주민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22-05-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영월 텅스텐광산 30년만에 부활…국내공급 못하는 이유는

    반도체, 전기차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 공급량 확보에 주요국이 힘을 쏟는 가운데 한국의 텅스텐(중석) 광산이 30여 년 만에 채굴을 재개한다. 9일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 강원도 영월군 상동광산은 텅스텐 채굴을 곧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호주 리튬과 미국 희토류 등을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계 각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분위기 속에 국내에서 핵심 자원 텅스텐을 다시 캐게 됐지만 국내 공급은 불가능하다. 상동광산은 한국 기업이 아니라 외국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텅스텐 수요량의 70%를 수입하고 있다. 코발트 리튬 니켈 망간과 함께 핵심 5대 광물로 꼽히는 텅스텐은 화합물이나 합금 형태로 전기전자 분야에 많이 쓰인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 총알을 비롯한 무기의 각종 탄(彈)류 제작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기술에 쓰이며 사용량이 늘어 가격도 뛰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에서 텅스텐 생산물 핵심 원자재인 파라텅스테이트 가격은 t당 346달러로 지난해보다 25% 이상 상승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비싸다.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부존(賦存)량의 60%, 생산량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텅스텐 연간 수입량의 약 70%가 중국산이어서 의존도가 높다. 정부는 지난해 말 ‘요소수 사태’가 터지자 공급망 편중을 막기 위해 핵심품목 200여 개를 선정했다. 이 중 텅스텐은 ‘20대 우선관리품목’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과거 텅스텐 수출국이었다. 유엔(UN)에 따르면 1944년 한국에서 생산된 텅스텐은 7402t이었다. 6·25전쟁 이후에는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당시 상동광산을 비롯해 경북 옥방광산, 대구 달성광산, 충북 월악광산, 충남 청양광산 등에서 텅스텐을 채굴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국이 저가 텅스텐을 수출하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상동광산은 국영기업 대한중석이 보유하다가 민영화돼 여러 기업을 거쳐 2015년 캐나다 광산개발사 알몬티로 넘어갔다. 2018년 알몬티는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고 지난해 5월 텅스텐 광산 개발을 본격화하는 ‘상동프로젝트’를 띄웠다. 이 프로젝트는 알몬티 본사와 해외자본이 진행하며 현재 불순물 제거 시설만 국내에 갖출 계획이다. 상동광산 텅스텐 매장량은 약 5800만 t이다. 품질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상동광산 광물 내 텅스텐 함량은 0.44%로 중국(0.19%), 세계 평균(0.18%)의 두 배가 넘는다. 본격 채굴이 시작되면 상동광산 텅스텐은 제조 및 판매업체인 미국 GTP에서 제련 과정을 거쳐 미국산으로 판매된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9
    • 좋아요
    • 코멘트
  • “네이버와 카카오 중 주식을 산다면?” 넷플릭스로 보는 플랫폼 비즈니스[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흔들리는 ‘파괴적 혁신’ “음, 망했어요.”(Well, it’s a bitch.)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1~3월) 실적 발표 다음 날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적 때문이다.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신화를 일군 넷플릭스가 최근 휘청이고 있다. 신규 가입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 넷플릭스는 19일(현지 시간) 1분기 전 세계 가입자 수가 2억2164만 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20만 명 줄었다. 순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1분기 가입자가 25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전망도 어둡다. 넷플릭스는 2분기(4~6월) 고객 200만 명이 더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해 11월 장 중 700달러를 찍었던 주가는 지난달 29일 185달러까지 추락했다. 거의 ‘반의 반 토막’까지 났었다. ‘개척자’에 대한 존경심은 어디로 갔는지, 그간 꾹꾹 눌러온 것처럼 비판들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경쟁사와 가격을 비교하면서 “비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애플TV플러스의 ‘파친코’가 뜨면서 ‘오징어게임’의 딱지치기는 정말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넷플릭스가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지적도 나왔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다. ● 한때는 넷플릭스 보려 케이블 선을 잘랐다넷플릭스는 ‘파괴적 혁신’의 상징이다. 넷플릭스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디지털 전환 두 가지 모두 성공한 케이스다. 헤이스팅스는 과거 DVD를 빌린 뒤 반납을 깜빡했다가 40달러의 연체료를 물어줬는데, 여기서 ‘연체료 없는 비디오 대여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1997년 DVD 대여 업체를 설립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언젠가는 디지털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것으로 확신하고, 2007년 직원 7명과 동영상을 PC 등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차렸다.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물론, 사업 초기 넷플릭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차가웠다. 2011년 넷플릭스는 가격을 올리고 DVD와 스트리밍을 분리시켰는데, 스트리밍 서비스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였다. DVD 대여는 아예 새 웹사이트로 옮겨버렸다. 이후 페이스북에는 8만2000개의 ‘분노의 댓글’들이 쏟아졌다. 가격을 올린 데다,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던 DVD 사업을 따로 떼놓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해 9월 ‘엉망진창 넷플릭스’라는 기사에서 “영화가 영화관에 나오고 4개월 후면 DVD 대여가 가능하다”며 “반면, 스트리밍은 영화를 소유한 스튜디오마다 계약해야 하는데, 협상에 수 년은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DVD로는 몇 달 안 돼 신작을 소개할 수 있지만, 스트리밍은 개별적으로 스튜디오마다 계약을 해야 해 작품을 공개하는데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넷플릭스가 유명해질수록(부자가 될 수록) 콘텐츠를 보유해 ‘갑’ 노릇을 하는 스튜디오의 요구사항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성급하게 미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보란 듯 성공가도를 달렸다. 미국 범죄물 ‘브레이킹 베드’ ‘베터 콜 사울’ 등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한 넷플릭스는 직접 제작에 나섰고, 곧바로 독점 콘텐츠(오리지널)들을 선보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스 더 뉴 블랙’, ‘나르코스’ 등은 전 세계 팬을 끌어 모았다. 특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2013년 1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2917만 명을 기록하며 미국 2위 케이블 방송인 HBO까지 제쳤다. 케이블방송·인터넷TV(IPTV)·위성방송 같은 전통 유료 방송을 끊고, 대신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코드커팅’(Cord cutting) 현상이 이어졌다. 전 세계 콘텐츠 제작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브레이킹 베드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을 시작한 이후 10배 더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좋은 원재료(각본)와 자본이 몰리면서 ‘방구석 시청자들’은 계속 모여들었다. 스트리밍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영화 007 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도 스트리밍 트렌드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한 축을 세우면서 ‘넷플릭소노믹스’(Netflixonomics·넷플릭스+경제)라는 단어까지 만들었다. ● “올드 미디어들이 넷플릭스를 쫓고 있다”그랬던 넷플릭스가 최근 들어 힘이 빠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고객이 줄었다. 해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서 경제활동이 기지개를 켰다. 각국이 리오프닝에 돌입하자 미 블룸버그통신은 “넷플릭스가 할리우드를 뒤흔들며 빠르게 성장했는데, 벽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시청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가 서방의 규제에 발 맞춰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으면서 70만 명의 가입자가 줄어들었다. 넷플릭스에서 이보다 더 심각하게 본 것은 ‘계정 공유’다. 고객들이 비밀번호를 서로 공유해 한 계정으로 여러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몰래 시청’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무단 가입 계정이 1억 가구에 달한다”고 밝혔다. 싸울 상대도 많아졌다. 국내외에서 지난해부터 판도 변화에 대한 예상이 종종 나왔다.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프라임, 애플TV플러스, 훌루 등의 업체가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의 OTT 업체다. 보유한 자체 콘텐츠만 1만6000여 편에 달한다. 넷플릭스의 4배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왕국의 디즈니와 어벤져스의 마블, 토이스토리의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유명 콘텐츠들이 수두룩하다. 팬데믹(대유행) 기간 스트리밍 시장에서 어린이 고객이 늘어난 것도 ‘애니메이션 왕국’으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데이터 분석 회사 패럿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어린이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58% 증가한 반면, 기타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22.5% 늘었다. 전체에서 아동용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서 10.5%로 확대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젊은 시청자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애플TV플러스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로 최근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 업체들은 OTT라는 본업에 집중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랜드나 아이폰, 아마존닷컴 등 기존 핵심 사업을 스트리밍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2월 넷플릭스의 미국 TV 시청점유율은 6.4%로 지난해 5월의 6%에서 0.4%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아마존프라임도 2%에서 2.3%로, 디즈니플러스도 1%에서 1.7% 늘어났다. 그간 외면 받던 ‘올드 미디어’들의 활약도 있다. 워너미디어 계열의 OTT인 HBO맥스와 케이블 채널 HBO의 1분기 전 세계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80만 명 늘어난 7680만 명이었다. 직전분기 보다 300만 명이나 늘었다. HBO는 밴드오브브라더스, 왕좌의 게임 같은 드라마로 유명한 미국 대표 방송국이다. 시트콤 프렌즈와 빅뱅이론 등도 HBO맥스에서 볼 수 있다. HBO맥스는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경쟁사들이 가지고 있는 스포츠 중계권이 넷플릭스에 없다는 점도 넷플릭스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NYT는 최근 “디즈니, HBO 같은 구식 미디어 회사가 스트리밍 스타에 도전하고 있다”며 “노인들이 넷플릭스를 쫓고 있다”고 전했다. ● P(가격)도 Q(고객)도 ‘C(비용)’도 걱정가격도 문제다. 경쟁사들이 사업을 키우면서 선택권이 늘어나자 고객들은 가격표를 보기 시작했다. 디즈니플러스의 월 구독료는 9900원이다. 월 9500원~1만7000원 수준인 넷플릭스보다 싸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 가격을 올렸는데, 가격 인상으로 고객이 이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이익은 가격(P)과 판매량(Q), 비용(C)의 함수다. 가격을 올리거나 많이 팔면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리거나 물건을 더 팔기 어려울 때는 비용(C)을 줄인다. 가격은 이미 올렸고, 경쟁자로 고객이 늘기는커녕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넷플릭스의 비용에 관심이 모아졌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조 단위’다. 어마어마하다. 이 같은 비판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테슬라, 우버 등과 함께 “1년에 10억 달러(약 1조2600억 원)를 태워버리는 회사는 섹시하지만 통계적으로는 파멸”이라며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런데, 콘텐츠 제작에 이 만큼 투자하지 않았으면 넷플릭스가 지금과 같은 ‘스트리밍의 거물’이 될 수 있었을까. 넷플릭스는 미끄러진 실적에 효율적인 제작을 강조하면서도 제작비를 줄이진 않겠다고 밝혔다. WSJ은 “넷플릭스가 비용 대비 효율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비 관리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면서도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지난해보단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투자비를 깎진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신규 콘텐츠 제작에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70억 달러(21조47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0년보다 57% 늘어난 규모다. 인도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흔들리는 구‘속’경제넷플릭스가 흔들리면서 구독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두고도 말이 많다. 구독경제는 고객이 한 달에 정해진 비용을 내면, 서비스를 맘껏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용자는 개별 콘텐츠를 이용할 때보다 적은 금액으로 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정기적으로 수익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업 전략은 초기에는 가입비로 쉽게 수익화를 할 수 있지만, 추격자가 저렴한 가입비로 공격할 수 있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회사는 고객이 특정 콘텐츠에 꽂혀서 한 번 결제를 시작하면 쉽게 구독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구독경제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잘 나가자,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넷플릭스 모델을 따라서 한 달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두 번째 달부터 결제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짰다. 고객 중 일부는 한 달 안에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을 깜빡 잊고, 이용 대금을 내기도 한다. 기자도 그랬다. 넷플릭스의 고객 이탈을 보면서 구독경제 모델의 ‘구속력’이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잇달아 나왔다. 정기 결제를 한 이용자들이 ‘잡아둔 고기’인 줄 알고 안심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플랫폼 회사에게 ‘록인’(lock-in) 전략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요즘 IT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경쟁사 대신 자사 플랫폼 내에 이용자들을 묶어둘까 고민한다.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물건을 사게 하거나 최소한 광고라도 보게 만드는 것이다.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 제작사와 이용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업체에 속한다. 다만, 넷플릭스는 광고 없이 월별 구독료만 받는 전략을 그동안 유지해왔다. ● 네이버·카카오로 보는 ‘록인 전략’전문가들은 이 같은 쉬운 고객 이탈이 구독 서비스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비용을 어떻게 받는지 보다, 비즈니스 속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들이 월별 요금을 받고 이모티콘이나 웹툰 등을 이용하게 하는 구독모델을 도입하고 있다”며 “이들도 항상 고객 이탈을 두려워하고 고객을 묶어두는 자물쇠 전략을 핵심으로 둔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중에 주식을 산다면 무엇을 사겠느냐”고 되물었다. 돈은 네이버가 더 잘 번다. 지난해 네이버 실적은 연 매출 6조8176억 원, 영업이익은 1조3255억 원이었다. 카카오는 6조1361억 원, 5969억원. 2020년에는 격차가 더 컸다. 그런데, 현재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네이버가 46조2600억 원, 카카오가 39조7100억 원으로 버는 것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안 난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카카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업에서 차이가 있다. 네이버의 주요 사업은 검색 광고, 쇼핑, 핀테크, 웹툰 등이다. 카카오는 톡비즈(카카오톡), 웹툰 등 콘텐츠, 게임 등이다. 임 교수는 “네이버는 검색으로, 카카오톡은 네트워크(SNS)로 시작한 회사”라며 “검색은 구글로, 쇼핑은 더 저렴한 플랫폼으로 넘어가기 쉽지만, 카카오톡이나 택시 등 모빌리티, 은행 등은 사람들이 많이 쓸수록 효용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구속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당장 수익으로 보면 네이버의 경쟁력이 강하지만, 카카오의 주요 사업이 록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미래 전망을 보고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플랫폼 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넷플릭스가 꺼내든 쌍따봉·광고·단속반넷플릭스도 네이버와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 제 아무리 오징어게임 같은 글로벌 히트작을 내놔도, 사람들은 이 시리즈만 보고 구독을 해지하거나, 어벤져스 시리즈 신작을 찾아서 디즈니플러스 같은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 물론 다른 재밌는 작품을 내놓으면 다시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명작을 내놓아 고객을 붙잡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투자를 늘려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영화·드라마 같은 작품은 흥행을 사전에 알 수 없는 ‘행운의 과자(포춘쿠키)’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처참한 실적 발표와 함께 꺼내든 ‘더블 떰스-업(Double Thumbs-Up)’ 대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려 ‘쌍따봉’이다. 현재 넷플릭스 이용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양인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데, ‘최고예요’를 추가한 것.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는 “이용자들끼리 서로 평가를 공유할 수 있게 해서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넷플릭스가 향후 다양한 전략 변화를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 기간에는 대다수가 콘텐츠 소비가 많아 수혜를 봤지만, 리오프닝으로 ‘헤비유저’가 줄어들기 때문에 맞춤형 상품으로 매출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 교수는 “고객 수요가 변화한 만큼 넷플릭스가 이용자의 선호도 정보를 활용해 ‘버저닝’(제품 별 가격 다양화)이나 ‘번들링’(묶음 판매), ‘프리미엄’(Free+Premium, 무료+고급화) 등 다양한 가격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넷플릭스가 밝힌 광고 도입도 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에 비해 비싸다는 비판을 들어왔던 넷플릭스는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가 저렴한 요금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요금제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몰래 시청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입자 성장기에는 계정 공유를 묵인해 왔지만, 상황이 변했다”면서 공유 계정 상대로 과금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회사는 미국, 캐나다에서만 아이디(ID)를 공유하는 고객이 300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유료 계정 공유 고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 ‘넷플릭스 앤드 칠’(Netflix and chill) 미디어 컨설팅 회사의 온프렘의 설립자인 존 크리스찬은 “극장, 테마파크, 소비재를 가진 디즈니를 보라”며 “넷플릭스가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해선 이러한 것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사업의 다각화를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NYT는 “고객들은 인기 프로그램을 고수하기 보다는 ’히트작‘이 있는 곳으로 옮겨갔다”며 “꼭 봐야 할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넷플릭스를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사업이 어디 말처럼 쉬울까. 어찌됐든 경쟁사들이 OTT 시장에 들어오면서 선택권이 넓어지고,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는 현 상황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비즈니스 혁신을 넘어서서 ‘넷플릭스 앤드 칠’이라는 문화적 현상까지 만들어낸 넷플릭스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집에서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편하게 놀자는 뜻으로, 성적인 유혹도 들어가 있다. 해외에서 “라면 먹고 갈래”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재밌는 설문조사도 있다. 2017년 넷플릭스가 의뢰한 설문에 따르면 집 밖에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 미국인 중 12%가 “공중 화장실에서 시청한 적 있다”고 답했다. 37%는 회사에서도 봤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미국인의 드라마·영화 시청 습관을 일정 부분 바꿔놓은 셈이다. 물론 그만큼 유튜브도 많이 봤을 듯하다. 수년 간 넷플릭스는 단순히 할리우드 영화 산업만 뒤 흔든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를 미국 중심의 블록버스터에서 다변화시켰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더빙과 자막이 전 세계 170여 개 스튜디오에서 34개 언어로 만들어진다. 어디에서나 여러 나라의 다양한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연합(EU)의 24개 공식 통번역 제공 언어에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사용자가 적은 룩셈부르크어로 만들어진 경찰 드라마 ‘캐피타니’가 넷플릭스 덕분에 탄생했다”고 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국경을 넘나든다. 이코노미스트는 “챔피언스리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말고 유럽인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보는 순간은 드물었다”며 “자막이 서비스되는 넷플릭스가 유럽 공통의 문화를 만들었다”고도 평가했다.● 쿠키 코멘트이러한 분석에 지극히 공감한다. 최근 기자가 봤던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 하나는 브라질 드라마 ‘부패의 메커니즘’이었다. 이는 과거 브라질 정경유착 비리 스캔들 수사인 ‘세차(Lava Jato) 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머나먼 브라질에서 나왔을 법한 TV 드라마를 국내에서 볼 기회가 있었을까.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8
    • 좋아요
    • 코멘트
  • 빌 게이츠 “난 머스크처럼 우주산업 안해… 자선사업 더 중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사진)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을 언급하며 자신은 다른 세계적인 부자들처럼 우주 산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고, 이들에게 자선사업에 나설 것을 권했다고 5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게이츠는 최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 다른 부호들을 따라 우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각각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등의 기업을 통해 우주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다. 게이츠는 이보다 자선사업 같은 사회적 책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바른 명분에 (재산을) 돌려줄 것을 나처럼 크게 성공한 이들에게 권할 것”이라며 “자선사업으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 꿈은 먼저 소아마비를 없애는 것이며, 그 다음 말라리아 퇴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日 “반도체 개발 협력”… ‘한국-대만 따라잡기’ 본격화

    미국과 일본이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과 공급망 강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최신 반도체 기술에서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으려는 목적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하기우다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서로 잘하는 분야에서 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고 했다. 또한 미일 양국에서 반도체가 부족해지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조하기로 했다. 미일 양국은 우선 반도체 초미세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인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칩 개발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2나노’ 기술은 현재 주류로 쓰이는 5∼7nm 기술보다 2세대 앞선 것으로,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2나노’ 기술에서 가장 앞선 곳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다. TSMC는 스마트폰과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될 2나노 제품의 양산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도 2025년부터 2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대만과 한국의 ‘2나노’ 기술력을 따라잡고, 2나노를 넘어서는 최첨단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미일 협력의 목표”라며 “미중 대립 상황에서 반도체의 경제 안보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반도체 조달을 대만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 생산 기술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 간 직접적인 반도체 기술 협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가 각종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군사협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도 있다. 자국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던 미국이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2018년 미중 무역갈등 이후 TSMC나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라인을 자국에 유치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짜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에너지 수급 대란이 벌어지는 등 국제적 불안정성이 커지자 안보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인 반도체를 자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려 한다는 것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원전 세일즈 재시동… 한전, 英정부와 협의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영국 정부와 원자력발전소 설립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원전 수출 세일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 실무자들은 지난달 초 영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영국의 원전 정책과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투자 협의가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영국 정부가 ‘원전 확대’를 공언한 만큼 한국 기업의 원전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영국의 신규 원전 건축에 참여하는 기업은 프랑스 국영기업(프랑스 전력공사)이 유일하다. 2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에너지 자립을 추진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050년까지 원전 8기를 새로 지어 전력수요의 25%를 공급하기를 원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원자력 발전은 연 전력량의 18%를 공급 중인데 이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러시아는 최근 폴란드,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연방대법, 여성 낙태권 인정 49년전 판례 뒤집을 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49년 전 판례를 뒤집을 가능성이 커졌다. 2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해 대법관들이 회람한 의견서 초안을 입수했다며 과반수의 대법관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기각하는 데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판결 초안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낙태에 찬성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 수백 명이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앞으로 몰려들어 밤새 시위를 벌였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얼리토 대법관은 의견서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논리가 빈약하고 판결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우리는 이 판결을 기각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낙태 문제를 국민이 뽑은 대표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이 1973년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임신 22∼24주)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고 판결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여성의 낙태권을 확립한 판결로 평가받아 왔다.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이 의견서에는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이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찬성 의견을 밝힌 만큼 최종 판결에서도 낙태권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다음 달 최종 판결할 예정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낙태권은 각 주 의회의 결정 사항으로 넘어간다. 미국에서 낙태권은 정당의 이념적 성향을 보여주는 민감한 현안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 성명을 내고 “여성의 선택권은 기본적 권리다. 약 50년간 국법으로 역할하며 기본적인 평등과 법적 안정성을 제공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메타버스內 가상토지 분양… 4048억원 조달

    미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가랩스’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안에서 활용되는 ‘가상 토지’ 분양 등으로 3억2000만 달러(약 4048억 원)를 조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메타버스가 활성화하면서 가상세계 안의 소유권, 저작권, 지식재산권 등도 주목받고 있다. 1일 로이터통신은 원숭이를 변형한 가상 캐릭터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이라는 대체불가토큰(NFT)을 제작하는 유가랩스가 메타버스 게임에 쓰이는 가상 토지를 사전 분양해 총 5만5000여 필지가 전부 팔렸다고 보도했다. 유가랩스는 지난해 1만여 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 시리즈를 만들었다. 특히 가수 저스틴 비버와 에미넘, 방송인 패리스 힐턴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이 NFT에 투자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미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는 100여 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 세트가 2440만 달러(약 310억 원)에 낙찰됐다. 이 NFT가 인기를 끌자 유가랩스는 올해 3월 ‘에이프코인’이라는 가상자산도 발행했다. 한 달 후에는 지루한 원숭이 캐릭터를 활용한 메타버스 게임 ‘아더사이드’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18% 하락한 가상화폐의 대표주자 비트코인과 대조를 보인다”고 진단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루한 원숭이 NFT’ 유가랩스, 가상토지 분양해 4048억원 조달

    미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가랩스’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안에서 활용되는 ‘가상 토지’를 분양해 3억2000만 달러(약 4048억 원)를 조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메타버스가 활성화하면서 가상세계 안의 소유권, 저작권, 지식재산권 등도 주목받고 있다. 유가랩스는 원숭이를 변형한 가상 캐릭터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이라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제작한다. 최근 게임 내부의 땅 소유권을 NFT에 표시해 사전 분양했는데 총 5만5000여 필지가 전부 팔려 큰 돈을 벌었다. 유가랩스는 지난해 1만여 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 시리즈를 만들었다. 특히 가수 저스틴 비버와 에미넘, 방송인 패리스 힐턴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이 회사에 투자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미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는 100여 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 세트가 2440만 달러(약 310억 원)에 낙찰됐다. 이 NFT가 인기를 끌자 유가랩스는 올해 3월 ‘에이프코인’이라는 가상 자산도 발행했다. 한 달 후에는 지루한 원숭이 캐릭터를 활용한 메타버스 게임 ‘아더사이드’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지루한 원숭이’ 메타버스 게임이 인기를 얻자 게임 이용자들이 가상의 땅까지 사들이기 위해 몰려들었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18% 하락한 가상 화폐의 대표주자 비트코인과 대조를 보인다”고 진단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2
    • 좋아요
    • 코멘트
  • “하느님 감사합니다, 목요일이라니” 주 4일제, 정말 도입될까[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Thank God, It‘s Thursday” (TGIT·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이 목요일이라니)’월화수목일일일‘의 시대가 열릴까. 해외에서 주 4일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외 직장인들은 들뜬 분위기다. 온라인에서는 “’TGIF‘(Thank God, It’s Friday)가 아니라, ‘TGIT’라고 불러야한다”며 환호했다. TGIF는 주말의 해방감을 뜻하는 관용어다. 반면, “수년 전부터 언론에서 주 4일제가 금방 도입될 것처럼 언급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주 5일 일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야기와 같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50개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3900만 명)가 ‘주 4일제’ 법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최근 500명 이상 직원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발의했다. 이전 주 5일·40시간에서 8시간이 줄었다. 이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금지되고, 32시간보다 더 많이 일할 때는 정규 급여의 1.5배 이상 수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기업 2600여 곳과 주 노동인력 5분의 1이 영향을 받게 된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집권 민주당의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주의회 의원은 “과거 산업혁명 시대 때의 근무 스케줄을 아직도 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 많이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실리콘밸리를 보유한 캘리포니아가 주 4일제를 도입하면 미국의 나머지 주는 물론 세계 IT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주 4일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전자·중공업 대기업 히타치는 올해 안으로 직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총 근로시간과 급여를 낮추지 않으면서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파나소닉, NEC 등 다른 대기업 또한 주 4일제 시행을 준비 중이다. IT·제조 등 글로벌 산업을 이끄는 두 국가에서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주 4일제를 꺼내든 것이다. ● 주 4일제의 물결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북유럽 국가인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회사원, 유치원 교사, 병원 종사자 등 여러 직군을 대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주 4일 근무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노동자의 약 85%가 임금 감소 없이 주 4일 일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2014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하루 노동시간을 6시간으로 2시간 단축하는 실험을 했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스페인, 벨기에, 영국 등으로 주 4일제가 확산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서 일하는 81명의 직원이 현재 1년 동안 주 4일 근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지난해 이와 같은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200개 중소기업 직원 6000여 명이 대상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위해 5000만 유로(약 67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사업 첫 해에 정부가 추가 비용의 전액을 보상하고 두 번째 해에는 50%, 세 번째 해에는 33%를 보상한다. 벨기에는 기존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하루 근무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 방식의 주 4일제를 허용했고, 스코틀랜드 정부도 내년부터 6개월간 실험을 진행한다. 영국에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녹색당, 노동당 등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주 4일제가 꾸준히 논의돼왔다. 그러다가 최근 본격적으로 관련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영국 전역의 60개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3000명이 주 4근무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4일(현지 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캠브리지대와 미국 보스턴대가 운영하는 ‘포데이위크글로벌’(4 Day Week Global)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다. ●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같은 ‘주 4일제’주 5일제는 1908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한 공장이 토요일 안식일을 중요시하는 유대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시작했다. 이후 1922년 포드 자동차 창업주 헨리 포드가 이를 도입하면서 미국 전역에 주 5일 근무가 확산됐다. 포드가 직원들에게 하루의 휴일을 더 줄 수 있었던 것은 제조 공정의 혁신이 바탕이 됐다. 포드는 이동식 조립라인인 컨베이어 벨트를 깔고, 제조 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모델T’ 차량의 생산량은 1910년대에 연 3만 대 가량에서 1920년대 100만 대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제조업에서는 “포드가 보급형 자동차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주 5일제의 시대’도 연 셈이다. 포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장 기계를 꺼버렸다고 한다. 당시 스타 경제학자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2030년쯤이면 사람들이 주당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까지는 케인즈가 틀렸다. 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미국 등에서 노동 시간은 40시간으로 굳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주 4일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2019년 보도했다. NYT는 “반 세기 동안 주 4일 근무가 논의됐는데 변함이 없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라며 “이는 ‘노동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같다. 수십 년 동안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고 비꼬았다. 금방 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 조만간 그렇게(주 4일제 도입)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애덤 그랜트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조직심리학 교수의 견해도 담았다. ● 왜 하필 지금?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라 보인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법으로 주 4일 근무를 의무화하겠다고 나선 점이 그렇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앞장 선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향후 언급할 예정인 한국도 일부 기업들이 주 4일제를 시도하고 있다.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주요 국가들이 속속 주 4일제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020년 기준 1767시간(6위)으로 OECD 38개국 평균(1687시간)보다 높았다. 한국은 1908시간으로 3위였고, 일본은 1598시간으로 17위였다. 1위는 멕시코(2124시간)였다. 팬데믹(대유행)이 막 저물기 시작한 이 시기에 주 4일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일단 구인난 이야기가 많다. 일 할 사람이 부족한데 내부에 있는 사람도 나가려고 하니, 회사가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줘야 한다는 해석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미국 전체 퇴직자는 610만 명으로 전월보다 약 5만 명 늘었다. 이중 자발적 퇴직자는 44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자발적 퇴직자는 지난해 11월 450만 명으로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2월에도 비슷한 숫자가 집계됐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대 사직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라고 부르고 있다. 퇴사자가 줄을 잇는 가운데 주 4일제에 대한 직장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미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퀄트릭스가 최근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주 4일 근무를 지지했다. 돈 문제도 아닌 듯하다. 37%의 응답자는 “주 4일제 도입의 대가로 급여 5%를 삭감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했다. ● 퇴근하는 기분, 2년 동안 못 느꼈다구인난이 발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번아웃’을 느꼈다. 이 기간 집에서 가족과 머물면서 ‘일에 대한 관념’이 바뀌기도 했다. 아직 코로나19의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보육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WSJ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은 비율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데, 스트레스, 번아웃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앞서, 신비월드 8화(코로나19 이후 사무실은 다시 붐빌까?)에서 MZ세대(밀레니얼, Z세대)의 이탈을 상세히 언급한 바 있다. 각국 정부의 재정 확대로 주식, 부동산 등 각종 자산 가격이 올랐고, 뚱뚱해진 계좌를 믿고 회사를 그만두는 젊은층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NYT는 이를 두고 ‘욜로 이코노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대다수의 현실은 그렇게 장밋빛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외신들을 살펴보면, 현재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느끼는 정신적인 피로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직장인들이 회사를 그만둬 생긴 구인난을 경제 문제 이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사회적 동력을 상실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럴 만하다. 직장인들은 2년 가까이 붐비는 버스 대신, 침대에서 거실이나 서재로 이동해 하루를 시작했다. 이메일을 체크하고 화상 회의를 하는 등 분주함은 여전했지만, 가상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 순간 집 안 가득 차 있는 적막감을 느끼곤 했다. 또는 관심을 바라는 자녀나 애완견에게 쉬는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거실에서 다시 침대에 들어서기까지 PC가 켜져 있는 것이 다반사였고, 이는 출근과 퇴근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더 오래 일했다는 분석도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의 연구원들은 65개 국가의 직장인들의 행동을 조사했다. 업무 때 쓰는 프로그램의 접속 시간을 측정했는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시작된 2020년 3월에 근무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발견됐다. 2020년 4월과 5월의 평균 근무일은 1월과 2월보다 30분 더 길었다. 대부분의 추가 업무는 저녁에 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추가적으로 일을 많이 한 나라는 이스라엘(평균 47분 더 근무)이었다. 남아공(38분)과 미국(32분), 호주(32분) 등이 뒤를 이었다. 팬데믹 이후 한국은 7분, 일본은 16분 평소보다 더 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틀라시안은 사람들이 대유행 전보다 낮에 더 적게 일하고, 아침과 저녁에 더 많은 작업을 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재택근무의 유연성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과거 자유 시간이었을 시간이 잠식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 ‘반(反) 야망의 시대’NYT는 정부가 코로나19 초기에 직업군을 ‘필수’나 ‘비(非)필수’로 갈라놓은 것을 올해 2월 비판했다. NYT는 “중환자실 간호사나 호흡기내과 의사는 명백히 필수적인 직업군”이라며 “아마존 창고 직원이나 슈퍼마켓 계산원도 필수적인 직업으로 분류됐는데, (비필수로 분류된 직장인은) 집에서 마케팅 보고서를 만든다. ‘비필수적’이라는 말은 은근히 허무주의를 불러일킨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재택근무의 가능 여부를 따지는 분류에 ‘필수’라는 단어를 넣어 사람들의 소명 의식을 깎아내리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팬데믹은 직장인들의 성공에 대한 열망을 미지근하게 만들었다. NYT는 “필수적이든 비필수적이든, 원격이든 대면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현재 직업이 불러일으키는 주된 감정은 견디겠다는 결의”라고 미국 분위기를 전했다. 사람들의 일 할 의지가 꺾였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NYT는 이를 ‘반(反) 야망의 시대’(The Age of Anti-Ambition)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미국의 현재 구인난은 단순히 월급 수준의 문제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누적된 피로감과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주 4일제도 이러한 차원에서 논의가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고용주의 32%가 직원들에게 주 4일 근무를 제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노동력 부족이 병원부터 호텔, 슈퍼마켓,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을 타격하고 있다”며 “고용주는 근로자를 유지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에서도 일부 IT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 근무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교육 업체 에듀윌은 2019년 6월 하루 8시간씩 주 32시간을 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숙박플랫폼 여기어때는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SK그룹의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한 달에 두 번, 주 4일 일한다.● 생산성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그동안 기업들은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임금 비용의 상승과 생산성 저하를 걱정해서다. 최근 각국의 움직임은 이 같은 우려가 해소돼서일까. 수년 간 유럽 국가와 일부 기업들의 테스트 결과를 참고한 듯하다. 주 4일제로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결과가 여럿 있다.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와 아이슬란드의 지속가능민주주의(Alda) 연구원들은 아이슬란드의 주 4일 근무 효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성과 직원들 건강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일하는 시간이 단축된 현장에서 전체적인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았고, 생산성이 올라간 경우도 발견됐다. 연구원들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나 번아웃 현상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 지사는 2019년 8월, 한 달 간 2300명 직원에게 주 4일 근무를 시켰는데, 생산성이 40% 껑충 뛰었다. 타쿠야 히라노 당시 일본 MS 최고경영자(CEO)는 “짧게 일하고 잘 쉬고 많이 배우라”고 직원들에게 전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20% 더 적은 노동 시간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은 업무 동안 쉬는 시간이 25% 감소했고, 쉬는 날이 늘면서 사무실 전기 사용량과 종이 사용량도 각각 23%, 59% 줄어들었다. 직원 중 92%가 이 프로젝트에 만족했다. 국내에서도 효과를 봤다는 회사가 있다. 에듀윌은 주 4일제 도입 초기 업무 강도가 높았지만, 시스템 개편과 일자리 나누기 등으로 부작용을 보완해나갔다. 제도 시행 전 470명이었던 직원은 750명으로 늘었다. 연 매출은 800억 원대에서 1100억 원대로 올랐다. 주 4일제와 실적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2018년 말 이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한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산만한 8시간보다 집중적으로 일한 6시간에 더 많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 평균적인 직장인은 하루 74번 이메일을 확인했고, 2617번 스마트폰을 만진다”며 직원들의 산만하고 과민한 상태를 지적했다. 집중해서 일하면 기존보다 짧게 일해도 똑같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 “주 5일제 도입에 50년 걸렸다는 점을 기억하라” 물론 이러한 실험 결과에는 허점이 있을 수 있다. 피실험자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능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거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호손효과’가 작동했을 수 있다. 결과가 평소와 다르게 왜곡되거나 과장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 4일제 도입에 적극적이거나 효과를 봤다는 회사들이 금융이나 IT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인난, 개발자를 중심으로 ‘인재 쟁탈전’을 벌이는 회사와 과로를 호소하는 직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근무 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직원도 있었다. 영국 싱크탱크인 소셜마켓재단(SMF)의 지난해 조사에서 서비스 업종 직원 7명 중 1명은 “더 오래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들은 줄어든 업무 시간만큼 보상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업성과를 좌우하는 업종에 주 4일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더 많이 체험하고 교육받은 직원이 생산성을 뛰어 넘는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연구하는 크리스 베일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식 작업’ 시대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성을 측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 경우 활동(업무량)이 아닌 영향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산업 및 업종 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부 업종에서는 직원들의 생산성과 무관하게 추가 채용이 필요할 수 있다. 서비스나 사업장 유지를 위한 인력이 필요할 수 있어서다. 그런 경우 기업의 추가적인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점진적이고 자율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앤서니 뷔엘 시드니공과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주 5일제가 정착되기까지 5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주 4일제가 한 번에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노사 간 진통 등 다양한 갈등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 4일제 도입을 고려 중이라면 직원들의 소속감과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NYT는 “아이슬란드의 주 4일제 실험 보고서에서 관리자가 직원 교육이나 회식 등 단체 활동을 꾸려나가는 것이 전보다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직원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이서영 노무사는 “근무 제도를 바꾸면 임금, 휴일, 각종 복지 제도뿐만 아니라 조직문화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제도를 정비하고 구성원들과 효율성 및 장단점을 충분히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와 ‘워라밸 빈부격차’직원들의 업무 시간 단축이 기업들에게 부담만 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기업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당장 여행 등 레저 산업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휴일이 하루 더 늘면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IT 업체들에게 ‘시간’은 금과 같다. 기업들이 고객이 PC와 스마트폰에서 머무는 한정된 시간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 토머스 프리드먼 등과 함께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로 불리는 토머스 데이븐포트 미국 뱁슨대 석좌교수는 이를 ‘관심 경제’라고 불렀다.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사람들에게 하루에 시간이 더 주어지는 만큼 디지털 콘텐츠 소비 등이 늘어날 수 있다. ‘전체 파이’가 커지는 셈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의 빈부격차는 확대될 수 있다. 누군가 3일의 주말을 보내기 위해 호텔스닷컴을 접속하고 있을 때, 누구는 일자리 구인 사이트를 들락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는 자녀 돌봄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지 모른다. 어찌됐든 기업 전략과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 크게 바뀔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5-01
    • 좋아요
    • 코멘트
  • 美-英-佛-獨, 실내 노마스크도 자율… 伊는 재확산에 ‘착용 의무’ 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난 국가들은 대부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29일 AP통신을 비롯한 외신과 보건복지부 자료를 종합하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뉴질랜드 일본 등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정점을 지났고 백신 접종률도 충분히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실외가 실내보다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 완료자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두 달 후 델타 변이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CDC는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에서는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쓰도록 했지만 실외 착용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영국은 올 1월 방역 규제를 전부 해제했다. 학교 공공장소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지만 의무는 아니다.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는 “60세 이상 인구의 90%가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았고 전문가들도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권고했다. 그러나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사회적 규범처럼 굳어져 대부분은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직 마스크 착용 해제를 선언하지 않은 일본 정부는 여전히 착용하라고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일본 의사회에서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6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올 2월, 뉴질랜드는 이달 초 각각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도 느슨해지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대중교통을 제외하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미국은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연장하려고 했지만 최근 플로리다주 연방판사가 무효로 판결해 주마다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이달 말까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려고 했지만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8만 명을 넘는 등 급증세를 보이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6월까지로 연장했다. 해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해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해제를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 “코로나 끝났다는 생각 위험… 미감염자는 마스크 유지를” 시민들 “자유로운 야외활동 기대”… “나 혼자라도 계속 쓸것” 반응 엇갈려 방역당국이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다음 달 2일부터 해제하기로 하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야외활동을 원하던 시민들은 “이제 답답함은 끝났다”고 기대감을 보인 반면 “혼자라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니겠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No) 마스크’ 활동을 학수고대하던 시민들은 “이제야 마스크로부터 해방된다”며 환영했다. 직장인 김광현 씨(25)는 “주말마다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데 마스크를 착용하면 땀이 차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해서 불편했다”며 “크게 숨을 내뱉을 수 있게 된다니 이제야 ‘운동할 맛’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우려하는 반응도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주부 이모 씨(45)는 “전교생이 모이는 운동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방역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또다시 바이러스가 확산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는 50명 이상 모이는 집회나 공연, 스포츠경기 관람을 제외한 모든 야외 행사에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야외 결혼식과 운동회 등의 참석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박모 씨(25)는 “손님들이 바깥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니다가 카페 안으로 들어올 때 마스크를 잘 착용할지 의문”이라며 “알바생들 사이에선 ‘대처할 일만 는 것 같다’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조치에 대해 “섣부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 없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은 시기상조”라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뿐인데, 국민들에게 끝났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조치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가 (방역당국의)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감염자는 혼잡한 상황의 감염을 피하기 위해 실외에서도 되도록이면 마스크 착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2-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실외 노마스크,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난 국가들은 대부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29일 AP통신을 비롯한 외신과 보건복지부 자료를 종합하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뉴질랜드 일본 등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정점을 지났고 백신 접종률도 충분히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실외가 실내보다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 완료자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두 달 후 델타 변이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CDC는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에서는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쓰도록 했지만 실외 착용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영국은 올 1월 방역 규제를 전부 해제했다. 학교 공공장소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지만 의무는 아니다.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는 “60세 이상 인구의 90%가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았고 전문가들도 오미크론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마스트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권고했다. 그러나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사회적 규범처럼 굳어져 대부분은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직 마스크 착용 해제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강하게 착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일본 의사회에서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6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올 2월, 뉴질랜드는 이달 초 각각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도 느슨해지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대중교통을 제외하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미국은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연장하려고 했지만 최근 플로리다주 연방판사가 무효로 판결해 주마다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이달 말까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려고 했지만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8만 명을 넘는 등 급증세를 보이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6월까지로 연장했다. 해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해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해제를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29
    • 좋아요
    • 코멘트
  • 생산 3개월 만에 증가했지만 소비·투자 ‘감소’… 회복세 꺾이나

    지난달 국내 산업 생산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했지만 소비와 투자는 동시에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마저 6개월 만에 하락해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전달 대비 1.5%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해 6월(1.8%)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서비스업,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각각 1.5%, 1.3% 늘었다. 라면, 김치 등 가정용을 중심으로 식료품 생산이 7.1% 증가했다. 증가 폭은 1989년 8월(12.0%) 이후 약 33년 만에 가장 컸다. 국내 내수 지표들은 뒷걸음질쳤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가전제품 신규 교체 수요가 줄면서 내구재 판매가 7.0% 감소했다. 재택치료 증가 등으로 의복 수요가 감소해 준내구재 판매도 2.6%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2.9% 줄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2.9%)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3.0%) 투자 감소가 영향을 줬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수 지표들이 다 감소하면서 불안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하며 6개월 만에 마이너스(―)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 경기 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징표”라고 했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월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락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 등으로 수출이 안 좋아지면 회복세가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미국 경제는 올 1분기(1~3월) 2년 만에 역성장했지만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든 한국보다는 질적으로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소비지출은 1분기 연율 2.7% 증가했다. PNC 거스 포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침체된 것은 아니다. 2분기 성장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9
    • 좋아요
    • 코멘트
  • 원-달러 환율, 금융위기때 수준 폭등… 수입기업-유학생 등 비상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65원을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중국의 봉쇄 조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공포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4원 급등한(원화 가치는 하락) 1265.2원으로 마감해 사흘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1260원을 넘어선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처음이다. 장 마감 직전엔 1266.0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까지 1240원 선을 방어했지만 이번 주 들어서만 26.1원 급등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봉쇄 조치가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 일부까지 확대되자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코스피도 1.1% 하락한 2,639.06에 거래를 마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고 있어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상반기 내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환율, 2년1개월만에 1265원 돌파美긴축-中봉쇄 등에 달러 수요 폭발… 수입물가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박시중銀 환전-해외송금 문의 빗발… 항공-부품업체 등 산업계도 울상수출기업, 원화 약세 호재지만, 원자재값 급등-수요 감소 더 긴장 미국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 씨(32)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환율 시세를 들여다본다. 한국에서 부모님이 매달 생활비 3500달러를 송금해 주는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말보다 60만 원 이상이 더 들기 때문이다. 김 씨는 “생활비 부담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2년 1개월 만에 1260원을 뛰어넘으면서 ‘강달러 쇼크’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환율 급등세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10년 만에 4%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더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의 이중고를 떠안은 기업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급 환율에 비상27일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61원으로 급등해 장을 시작하자 은행 딜링룸은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환율은 장중 15원 넘게 치솟았다가 14.4원 오른 1265.2원에 마감했다. 이날 시중은행 영업점과 자산관리(WM)센터에는 환전, 해외 송금과 관련된 문의가 빗발쳤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240원을 넘긴 25일부터 개인과 기업 고객의 문의가 4배 이상 늘었다”며 “환전, 송금뿐만 아니라 달러예금 투자 문의도 많다”고 했다.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60원을 넘어선 건 2002년 닷컴버블 붕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 3차례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의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봉쇄 조치 등 글로벌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폭발하자 환율이 위기 수준으로까지 치솟은 것이다.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부풀어있던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64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 1분기(1∼3월)에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운송비 부담 등으로 1000억 원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2, 3차 협력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 WB,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수출 기업들은 원화 약세가 호재지만 가격 경쟁력보다는 오히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봉쇄령이 확대되면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보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 버팀목이 됐던 수출 기업의 실적이 부진할 경우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에 이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마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의 ‘어닝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26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4% 가까이 급락했고 27일 한국 코스피(―1.10%)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17%), 대만 자취안지수(―2.05%)도 줄줄이 떨어졌다. 세계은행(WB)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50년 만의 최대 물가 충격을 맞고 있다며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2024년 말까지 식량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계은행 “50년만의 최대 물가 충격 온다”…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세계은행은 26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50년 만의 최대 물가 충격을 맞고 있다며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024년 말까지 향후 3년 간 전 세계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올해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악화, 서방의 러시아 제재 등으로 유럽의 가스 가격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석탄 가격은 8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까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또한 배럴당 100달러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밀과 비료의 주요 수출국이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 또한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은행은 올해 밀 가격이 40% 이상 뛰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에 의존하는 저개발국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닭고기 가격 또한 41.8% 오를 것이며 식용유(29.8%), 보리(33.3%), 콩(20.0%) 등 주요 식자재의 상승 압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언더미트 질 세계은행 부총재는 “우리가 1970년대 이후 경험한 가장 큰 상품 쇼크에 해당한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식량, 연료, 비료 무역의 제약이 급증하면서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피터 네이글 이코노미스트 또한 경제학자는 “전세계 가계가 생활비 위기를 느끼고 있다. 소득 대부분을 식량과 에너지에 지출하는 가난한 가정들이 특히 우려된다”고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27
    • 좋아요
    • 코멘트
  • 머스크, 55조원에 트위터 인수 “나 비판한 사람들 떠나지 마시라”

    세계 최대 부자이자 괴짜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트위터 인수에 성공했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머스크 성향을 감안하면 향후 트위터 게시물 관리 정책과 글로벌 여론 지형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25일(현지 시간) 머스크가 트위터를 주당 54.20달러, 총 44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인수하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현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38%를 추가한 것으로, 트위터 이사회는 합의 내용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후 주주 표결과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전체를 인수한 뒤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달 초 트위터 지분 9.2%를 획득해 최대주주가 된 사실이 공개된 머스크는 14일 트위터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반대하며 경영권 보호 장치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가 이후 구체적인 자금 조달계획을 밝히자 25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팔로어 8300만 명을 거느린 머스크는 트위터를 애용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줄곧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트위터 게시물 정책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머스크는 이날 성명과 트윗을 통해 “나에 대한 최악의 비판자들도 트위터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그게 표현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는 그동안 혐오·폭력을 선동하는 콘텐츠나 가짜뉴스를 강력하게 규제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계정 300여 개의 노출을 제한했다. 지난달 국내 대선 기간에는 왜곡된 선거 정보를 담은 수백 개의 라벨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주석을 달아 공유나 댓글을 달 수 없도록 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트위터의 허위정보 차단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며 트위터를 변화시키겠다고 밝혀 왔다. 특히 트윗 삭제, 계정 영구 금지 등의 조치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 지도자나 유명 인사의 ‘여론몰이’ 주장들이 트위터에 범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치권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복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뒤 트위터 이용이 금지된 상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 운영자가 누구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해 왔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데버라 브라운 연구원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트위터는 가장 취약한 사용자들을 플랫폼에서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 부호가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소셜미디어 패권’을 확보하면서 머스크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과거 미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한 것과 같다. 이는 정치적 인수”라며 머스크가 SNS 통제권 등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트위터는 정치 체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 중 하나”라며 “경영 방식의 변화 등을 통해 소통 도구로서 트위터가 변화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트위터 수익 모델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위터 전체 수익의 90%는 광고 수익인데, 머스크는 트위터 광고를 점차 없애고 그 대신 이용자에게 사용료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25일 스팸과 사기 게시물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스팸봇’을 없애고, 트위터 알고리즘을 공개해 기술을 더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알파벳 280자(한글 140자)인 게시물 길이 한도를 없애 더 긴 트윗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발표 후 트위터를 비롯한 SNS 플랫폼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25일 트위터는 전일 대비 5.66% 오른 51.70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메타(1.56%), 스냅챗(0.5%)도 주가가 상승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SNS 패권’ 거머쥔 머스크, 트위터 발판 삼아 뉴 미디어 거물 될까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를 뉴 미디어의 거물(mogul)로 만들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그의 정치·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고 갑부가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소셜미디어 패권’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트위터 인수 배경에 여러 해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 정치권에선 ‘괴짜 부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 시간) 이번 인수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 이상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과거 미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한 것과 같다. 이는 정치적 인수”라며 머스크가 SNS 통제권 등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갑부들은 신문·방송 등 주요 매체 인수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2013년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를 2억5000만 달러(약 3100억 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미 프로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 존 헨리도 미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를 7000만 달러(약 870억 원)에 사들였다. 머스크가 주요 기성 매체 대신 소셜미디어를 인수 대상으로 택한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표현의 자유나 사회적 영향력 확대 등 그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와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데이터 확보를 언급하며 “테슬라나 스페이스X보다 더 민감한 사용자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회사와 제품을 홍보하는 ‘확성기용’으로 트위터를 인수했다는 시각도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8260만 명이 넘는 ‘열렬한 팬(팔로워)’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간 활동으로 홍보 효고 등 트위터의 경제적 가치를 체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팔로워 중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홍보하는 트윗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자신의 트위터를 테슬라의 주요 마케팅 부서로 만든 것이다. 트위터는 테슬라 성장세를 도왔다”고 전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머스크의 야망’과 별개로 당장 그가 미칠 정치·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정책을 앞세워 정치 지도자나 유명 인사의 ‘여론몰이’ 주장들이 트위터에 범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복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뒤 트위터 이용이 금지된 상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 운영자가 누구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형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해 왔다”며 “그들이 초래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 거래는 우리 민주주의에 위험하다.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축적한다”며 “빅테크에 책임을 묻기 위해 부유세와 강력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2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