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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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부터 죽음까지, 보건복지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보건31%
사회일반27%
미담13%
복지10%
건강7%
사건·범죄3%
경제일반3%
칼럼3%
인사일반3%
  • 데이식스 도운, 삼성서울병원에 1억 원 기부

    삼성서울병원은 밴드 데이식스 멤버 도운(사진)이 소아청소년 환아들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했다고 4일 밝혔다. 기부금은 환아들의 수술과 이식 등 치료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도운은 “팬 분들이 보내주신 사랑과 응원 덕분에 나눔에 동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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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증 천식에 생물학적 제제 효과…“연 800만원 비용 부담 낮춰야”

    중증 천식 환자에게 ‘생물학적 제제’ 치료 효과가 크지만, 비용 부담이 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중증 천식 치료 보장성 확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이런 내용의 환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올 9~10월 생물학적 제제(오말리주맙, 메폴리주맙, 벤라리주맙, 레슬리주맙, 듀필루맙) 처방 경험이 있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생물학적 제제는 살아있는 사람, 미생물 등 생물체에서 유래한 물질이나, 생물체를 직접 이용해서 만들어낸 물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의약품이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 값이 비싼 편이다.설문 결과를 보면 중증 천식 환자의 63%가 천식 진단 후 10년 이상이 지난 장기 환자였다. 63.8%는 심혈관 질환, 대사 질환 등의 동반 질환을 함께 앓고 있었다.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경험한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6.5점으로 기존 흡입기 및 경구제(3.3점)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았다. 천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 지수도 생물학적 제제 치료 전 평균 6.1점에서 치료 후 2.6점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그러나 생물학적 제제의 비싼 약값이 환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의 연평균 약제비는 803만136원에 달했다. 입원 1회당 환자 부담금은 평균 220만4615원, 응급실 방문 시에는 평균 58만1216원이 들었다. 응답자들은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받는데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치료 비용’(96.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병원 방문 및 대기 시간(56.8%), 건강보험 혜택 적용의 어려움(49.5%) 순이었다. 중증 질환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 주는 산정특례가 적용돼 본인 부담이 10%로 낮아지면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지속하거나 다시 시작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기조 강연에 나선 김주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닌 다면적 평가와 지속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만성질환이지만, 근거 기반 진료와 단계별 전달 시스템의 부재로 여전히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상헌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임에도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비용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산정특례 및 보험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장안수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은 “중증 환자들이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장기적으로 중증 천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역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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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안산병원 강영선 교수, 사망한 배우자 이름으로 병원에 1억 기부

    고려대 안산병원은 신장내과 강영선 교수가 남편 고 김주현 씨(재활의학과 전문의) 이름으로 병원에 1억 원을 기부했다고 3일 밝혔다. 강 교수는 “남편이 생전 사망보험금 일부가 소아암재단에 기부되도록 약정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당연하게 어겼던 남편의 뜻이 더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부금은 연구 환경 조성 등에 쓰일 예정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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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희귀질환자 6만2420명 신규 발생…진료비 평균 652만원

    2023년 국내에서 6만2000여명이 희귀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1인당 연간 평균 진료비는 약 652만 원이었고, 3%는 그 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31일 이런 내용의 ‘2023년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를 발표했다. 2023년 신규 희귀질환 진단은 총 6만2420명으로 전년 대비 13.6% 늘었다. 이는 ‘다낭성 신장, 보통염색체 우성’(4830명), ‘특발성 비특이성 간질성 폐렴’(313명) 등 42개 질환이 2023년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으로 새로 지정된 영향이라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2023년 신규 희귀질환자 중 유병 인구가 200명 이하인 극희귀질환자는 2510명(4.0%)이었다. 신규 희귀질환자 중 같은 해 사망한 환자는 2093명(3.4%)이었다. 신규 희귀질환자 1인당 평균 총진료비는 약 652만 원, 이 중 환자 본인부담금은 68만 원이었다. 희귀질환 중 1인당 진료비 부담이 가장 큰 질환은 고쉐병(Gaucher Disease)으로, 총진료비가 약 3억1000만 원, 본인부담금은 3184만 원이었다. 이어 모르키오 증후군이 1인당 진료비 2억4000만 원, 본인부담금 2132만 원으로 진료비 부담이 컸다. 질병청 관계자는 “희귀·중증 난치 질환 등의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대폭 낮춰주는 산정 특례 제도와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본인부담금을 더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희귀질환자와 가족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도록 국가 관리 체계도 강화 하겠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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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도 못 고쳤는데 OO로 해결”…경험담 가장 SNS 불법광고 기승

    “피부 질환으로 고생했는데 OOO 썼더니 완치됐어요.”“병원도 약도 소용 없었는데, OOO 일주일 먹고 거짓말처럼 나았어요.”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용 후기를 가장한 의료 광고 유형이다. 직접 의료기기나 건강식품을 사용한 뒤 효과를 본 것처럼 소개하지만, 실제는 경험담을 가장한 광고인 경우가 흔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광고 자율심의기구 모니터링 결과 전체 불법 의료광구 중 31.7%가 자발적 후기를 가장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런 광고는 대개 “통증이나 비만으로 고통받았는데 병원에서도 해결하지 못했고, 논문을 찾아봤지만 방법이 없었다”는 식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OO 제품으로 완치됐다”며 특정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 등을 자연스럽게 홍보한다. 이런 게시물은 광고 표시가 없고 개인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상업 목적의 광고나 협찬 정보인 경우가 많다. 개발원은 “체중 감량, 소화기 질환, 여성 건강, 피부 질환 등에서 이런 건강 정보형 광고가 확산하고 있다”며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제품이나 시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개발원은 “게시물의 출처를 꼭 확인하고, 정보 제공인지 판매 목적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과장된 효과는 없는지 합리적 의심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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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내 20% 사망하는 이 병, 심한 두통-어지럼증 나타나면 의심해야

    이른 추위 탓에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을 맞아 뇌졸중 조기 증상 인지와 예방 수칙 실천을 당부했다. 뇌졸종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뇌가 손상되고 신체장애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국내 사망 원인 4위로, 지난해 인구 10만명 중 48.2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2022년 기준 뇌졸중 발생 건수는 11만574건이었다. 남성(6만1988건)이 여성(4만8568건)보다 27.6% 많았다. 뇌졸중 발생 후 30일 이내 사망 비율인 ‘30일 치명률’은 2022년 기준 7.9%다. 65세 이상에선 11.5%로 더 높다. 발생 후 1년 이내 사망하는 ‘1년 치명률’은 20.1%, 65세 이상은 32.1%였다. 뇌졸중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장애가 남을 수 있다. 뇌졸중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혈증, 흡연 등이 꼽힌다. 이런 증상이나 습관이 있다면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 대표적인 뇌졸중 조기 증상은 한쪽 얼굴·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다.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나타날 때도 있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거나, 양쪽 눈 시야의 반이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물체가 두 개로 보이기도 한다. 또 심한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도 조기 증상으로 의심해야 한다. 증상을 느끼면 시간대를 따지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하거나 응급실로 가야 한다. 직접 운전하는 것은 위험하다.지난해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 뇌졸중 조기 증상 인지율은 59.2%에 그쳤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뇌졸중은 갑작스럽게 발현되는 것이 특징인 만큼 조기 증상을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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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아동 유전자검사, 아동기관 거치느라 2주 지연… “통합관리 필요”

    어린이가 실종됐을 때 아동권리보장원을 거쳐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한 현행법이 조기 발견을 늦추고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 성인 범죄 등은 경찰이 직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해 절차가 단순하다. 그러나 아동 실종의 경우 유전자 검체가 아동권리보장원을 두 번 거치면서 평균 2주가량 유전자 검사 기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아동권리보장원과 국과수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을 만난 실종 아동은 103명이었다. 국과수가 진행한 실종 아동 관련 유전자 분석은 총 2467건이었다. 일반 성인 범죄 사건과 달리 아동 실종 사건은 유전자 검사 과정에서 아동권리보장원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무연고 아동이 발견되거나 아동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아동, 보호자 유전자를 채취해 아동권리보장원에 보낸다. 실종 아동 통합정보시스템을 관리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은 신상 정보를 안 보이게 가린 뒤, 유전자 정보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한다. 국과수에서 검사 결과를 받은 아동권리보장원은 분석 결과와 신상 정보를 다시 결합해 경찰에 전달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유전자 신상 정보를 가린 뒤 국과수로 보내는 데 평균 10일, 길게는 2주가 걸린다. 검사 결과를 다시 신상 정보와 결합하는 것도 평균 5일이 걸린다. 결과가 불확실해 다시 검사를 하게 되면 경찰 통보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 절차가 이렇게 복잡한 건 2005년 실종아동법을 제정할 때 아동 유전자 정보가 민감하다는 이유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게 검사 절차를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일반 사건처럼 경찰이 유전자 정보를 비식별화해 국과수로 보내도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실종 아동 유전자 검사 절차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1년 이상 실종 아동은 1116명, 이 중 20년 이상 실종 아동은 1050명에 이른다.이 의원은 “미국 등에선 실종자 유전자 정보 관리와 검사를 단일 기관에서 수행한다”며 “유전자 분석 업무를 통합해 수사와 행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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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 아동 가족 애타는데…아동기관 거치느라 유전자 검사 2주 지연

    어린이가 실종됐을 때 아동권리보장원을 거쳐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한 현행법이 조기 발견을 늦추고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인이 실종되면 경찰이 직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해 절차가 단순하다. 그러나 아동 실종의 경우 성인보다 평균 2주가량 유전자 검사 기간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아동권리보장원과 경찰청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을 만난 실종 아동은 103명이었다. 국과수가 진행한 실종 아동 관련 유전자 분석은 총 2467건이었다.성인 실종과 달리 아동 실종 사건은 유전자 검사 과정에서 아동권리보장원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무연고 아동이 발견되거나 아동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아동, 보호자 유전자를 채취해 아동권리보장원에 보낸다. 실종 아동 통합정보시스템을 관리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은 신상 정보를 안 보이게 가린 뒤, 유전자 정보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한다. 국과수에서 검사 결과를 받은 아동권리보장원은 분석 결과와 신상 정보를 다시 결합해 경찰에 전달한다.아동권리보장원이 유전자 신상 정보를 가린 뒤 국과수로 보내는 데 평균 10일, 길게는 2주가 걸린다. 검사 결과를 다시 신상 정보와 결합하는 것도 평균 5일이 걸린다. 결과가 불확실해 다시 검사를 하게 되면 경찰 통보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 국과수 유전자 분석에 평일 기준 약 30일이 걸리는 데, 아동권리보장원을 거치느라 평균 2주 이상을 허비하는 셈이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직원 1명이 유전자 정보를 코드화하고 다시 결합하는 과정을 전담한다. 우편과 공문 작성 등 서류 작업까지 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절차가 이렇게 복잡한 건 2005년 실종아동법을 제정할 때 아동 유전자 정보가 민감하다는 이유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게 검사 절차를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성인 사건처럼 경찰이 유전자 정보를 비식별화해 국과수로 보내도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실종 아동 유전자 검사 절차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지난해 말 기준 1년 이상 실종 아동은 1116명, 이 중 20년 이상 실종 아동은 1050명에 이른다. 이 의원은 “미국 등에선 실종자 유전자 정보 관리와 검사를 단일 기관으로 통합해 수사와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유전자 분석과 관리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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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빼려 마약류 식욕억제제 年2억정 처방

    직장인 김모 씨(28)는 체중 감량을 위해 3년 전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았다. 식사량이 3분의 1로 줄면서 체중은 급격히 빠졌지만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불면증에 시달렸고, 기억력도 나빠져 직장 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김 씨는 “약을 끊으면 요요 현상이 왔지만, 한번 쉽게 살을 빼고 나니 운동과 식단으로 감량하는 건강한 다이어트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10만 명 이상이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처방량은 10억 정이 넘었다. 쉽게 살을 뺄 수 있다는 유혹에 마약류 식욕억제제 오남용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류 식욕억제제 5년간 10억 정 처방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처방된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총 10억3365만 정이었다. 처방량은 2021년 약 2억4343만 정에서 지난해 약 2억1714만 정으로 소폭 줄었지만, 매년 2억 정 넘게 처방됐다. 올 상반기 처방량도 약 1억654만 정으로 연간 2억 정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는 2021년 약 125만 명에서 지난해 108만 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80만 명 이상이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환자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여성 환자는 96만9341명으로 전체 환자의 89.7%를 차지했다. 10대 이하 청소년 5899명도 55만여 정의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가은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학생 중에는 비만 관리보다는 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에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경우도 있다. 처방 기준에 맞지 않으면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부작용 신고 3년 새 42.6% 늘어 전문가들은 부작용 우려가 큰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암페프라몬 등의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한다. 지난해 펜터민은 약 70만 명이, 펜디메트라진은 약 50만 명이 처방을 받았다. 이런 성분은 교감 신경을 자극해 혈압 상승,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마약류 식욕억제제 이상 사례 보고는 455건으로 2021년 319건보다 42.6% 늘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욕 억제 효과가 잠깐 발생했다가 사라지면 많은 환자들은 여러 성분을 섞은 더 센 처방을 받는다. 부작용은 심해지고, 지방보단 근육 손실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프랑스는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을 금지하고 비향정신성 약물만 허용한다. 일본, 미국 등은 체질량지수(BMI) 27∼35 이상 환자에게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한다. 대한비만학회 비만치료지침에 따르면 비약물치료에서 실패하면 BMI 25 이상도 약물 치료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선 환자가 원하면 약물 치료를 우선 처방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렇다 보니 펜터민의 미국 내 복용자가 총인구의 0.31%(약 107만 명)인데, 한국은 1.35%(약 70만 명)로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남용 관리 감독도 부실하다. 2022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 사용 기준을 벗어난 처방을 한 의사 3636명이 적발됐지만, 행정 처분은 11명에 그쳤다. 김 의원은 “여성과 청소년층의 식욕억제제 처방 실태 조사와 기준 강화가 시급하다”며 “과잉 처방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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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백세희 작가, 5명에게 새 생명 나누고 떠나

    우울증 치료 과정을 담은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쓴 백세희 작가(사진)가 사망했다. 향년 35세.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6일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백 작가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고 17일 밝혔다. 뇌사에 이르게 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고인은 동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후 출판사에서 약 5년 동안 근무한 뒤 2018년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기분부전장애(경미한 우울증이 지속되는 상태)를 겪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나눈 대화를 담아낸 책으로 방탄소년단(BTS) RM이 추천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2019년 내놓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까지 국내외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됐으며 약 25개국에 번역 수출됐다.고인은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도움을 전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가족은 전했다. 동생 다희 씨는 “아무도 미워하지 못하는 착한 마음을 알기에, 이제는 하늘에서 편히 잘 쉬길 바란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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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 주의보 발령…작년보다 두달 빨라 백신접종 서둘러야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증가에 따라 17일 오전 0시부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12월 20일)보다 약 두 달 빠른 수준이다. 질병청의 의원급 의료기관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 표본 감시 결과에 따르면 올해 40주 차(9월 28일~10월 4일) 인플루엔자 감시 지표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 환자 1000명당 12.1명이다. 이는 2025~2026절기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 9.1명을 초과한 수치다. 최근 4주간 의사환자 분율은 38주 8.0명, 39주 9.0명, 40주 12.1명, 41주 14.5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41주 차 연령별 환자는 7~12세 24.3명, 1~6세 19.0명 등 소아 환자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질병청은 “최근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주로 A형(H3N2)으로 이번 절기 백신 생산에 사용된 바이러스와 유사하고, 치료제 내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되면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으로 항바이러스제(2종)를 처방받는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지난달 22일부터 국가예방접종이 시행돼 75세 이상은 이달 15일, 70~74세는 20일, 65~69세는 22일부터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예년에 비해 인플루엔자 유행이 이르게 시작돼 주의가 필요하다”며 “ 고위험군은 본격적인 유행에 앞서 예방접종을 받고, 고열 등 증상이 있는 경우 신속하게 진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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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말기암이면…“연명치료 중단” 41%, “안락사” 36%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말기암 진단을 받았을 때 연명의료 중단을 원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연명의료를 지속하기 원한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16일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따르면 성누가병원 김수정·신명섭 연구팀과 서울대 허대석 명예교수가 지난해 6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1.3%는 ‘본인이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결정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연명의료 중단’을 택했다. ‘안락사’가 35.5%, ‘의사조력 자살’ 15.4%였다. 연명의료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7.8%에 그쳤다. 안락사와 의사조력 자살은 모두 의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죽음을 유도하는 약물을 처방해 생을 마감하는 행위다.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고, 의사조력 자살은 환자 스스로 약물을 복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연구진은 “국민 다수는 상당수는 삶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고통 연장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는 주관적 용어가 연명의료 결정, 안락사, 의사 조력 자살 다양한 의료행위를 구분하지 못해 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에서 연명의료 결정을 정확하게 인식한 응답자는 85.9%로 높았지만, 안락사(37.4%)와 의사 조력 자살(53.8%)의 인식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생애 말기 연명의료 결정을 택한 응답자의 57.2%, 의사 조력 자살 응답자의 34.3%, 안락사 시나리오 응답자의 27.3%가 이를 ‘존엄사’로 인식했다.이명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은 “존엄사라는 표현은 따뜻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안락사와 연명의료 결정을 뒤섞는 위험한 언어적 착시를 일으킨다”며 “앞으로는 ‘죽음의 방식’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존엄하게 살 것인가’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실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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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꾼 겸 연극인 박현덕씨, 5명에 새 생명 나누고 떠나

    40년간 무대를 지켜온 지켜 온 60대 춤꾼 겸 연극인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올 8월 7일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박현덕 씨(60)가 심장,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15일 밝혔다. 박 씨는 수영 강습을 받던 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평소 ‘재산과 몸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고 떠나고 싶다’던 박 씨의 뜻을 기려 기증에 동의했다.경남 남해군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대학 풍물패로 활동하다 졸업 후 객원 배우와 예술 강사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환경 살리기 활동과 탈춤 등 민속 예술 계승에 힘썼다. 2002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고, 10여 년간 40회 이상 헌혈을 할 만큼 이웃에 베푸는 삶을 살았다고 가족은 전했다. 아내 김혜라 씨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싶다던 바람대로 떠나게 됐네.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던 모습을 기억하겠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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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올 상반기 마약사범 집유 1296명… 치료 명령은 20명뿐

    마약 투약 사범이 연간 1만 명에 이르지만 처벌 과정에서 마약 사범을 치료로 이어주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선 중독 치료와 재활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1심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1296명 중 치료 명령을 받은 마약 사범은 20명(1.5%)이었다. 대다수는 보호관찰이나 교육 수강 명령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 사범 총 2만3022명 중 9528명(41.4%)이 투약 사범이다. 검찰은 초범이나 단순 투약자에겐 주로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올 1∼7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 사범 2068명 중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는 3명에 불과했다. 교육 이수 조건부 305건,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146건 등 대다수는 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형식적인 재활 과정 이수에 그쳤다.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는 2023년 14건, 지난해 11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수사기관이 처벌에만 집중할 뿐 치료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독자가 약을 끊고 재활하기 위한 치료 기반도 부족하다. 전국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31곳이지만 지난해 이용자는 875명에 불과했다. 이 중 14곳은 진료 기록이 한 건도 없고, 연간 5명 이하를 진료한 기관도 4곳이다. 지난해 마약사범 재범률은 34.5%로 전년도 32.8%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마약 근절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20년 넘게 재활 지도를 하고 있는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전문위원은 “마약 중독은 교육이나 상담만으론 고칠 수 없는 질병의 영역이다. 투약 사범에겐 3∼6개월의 의무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체내 독성 제거부터 정신건강 문제 확인, 약물 처방 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국은 중독 치료를 적극 지원한다. 영국은 법원이 중독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하고, 치료 과정까지 감독한다. 싱가포르는 마약 중독자를 재활센터에 강제로 입소시켜 치료를 받게 한다. 한 의원은 “마약 중독자를 회복으로 이끌 ‘치료 사다리’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예방부터 치료, 사회 복귀까지 전 주기를 통합 지원하는 ‘중독치료회복지원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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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집행유예 마약사범 1.5%만 치료 연계…재범률 못 낮춰

    마약 투약 사범이 연간 1만 명에 이르지만, 처벌 과정에서 마약 사범을 치료로 이어주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선 중독 치료와 재활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14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1심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1296명 중 치료 명령을 받은 마약 사범은 20명(1.5%)이었다. 대다수는 보호관찰이나 교육 수강 명령 처분을 받았다.지난해 적발된 마약 사범 총 2만3022명 중 9528명(41.4%)이 투약 사범이다. 검찰은 초범이나 단순 투약자에겐 주로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올 1~7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 사범 2068명 중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는 3명에 불과했다. 교육 이수 조건부 305건,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146건 등 대다수는 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형식적인 재활 과정 이수에 그쳤다.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는 2023년 14건, 지난해 11건으로 감소 추세다. 수사기관이 처벌에만 집중할 뿐, 치료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중독자가 약을 끊고 재활하기 위한 치료 기반도 부족하다. 전국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31곳이지만, 지난해 이용자는 875명에 불과했다. 이 중 14곳은 진료 기록이 한 건도 없고, 연간 5명 이하를 진료한 기관도 4곳이다. 지난해 마약사범 재범률은 34.5%로 전년도 32.8%보다 오히려 증가했다.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마약 근절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20년 넘게 재활 지도를 하고 있는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전문위원은 “마약 중독은 교육이나 상담만으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의 영역이다. 투약 사범에겐 3~6개월 의무 치료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체내 독성 제거부터 정신건강 문제 확인, 약물 처방 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주요국은 중독 치료를 적극 지원한다. 영국은 법원이 중독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하고, 치료 과정까지 감독한다. 싱가포르는 마약 중독자를 재활센터에 강제 입소시켜 치료받게 한다. 한 의원은 “마약 중독자를 회복으로 이끌 ‘치료 사다리’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예방부터 치료, 사회 복귀까지 전 주기를 통합 지원하는 ‘중독치료회복지원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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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건희표’ 마음투자 사업, 부정 의심 결제 296건

    지난 정부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 상담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정 결제 사례가 약 300건에 이르고, 무자격자가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상담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사례도 있었다. 12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마음투자 사업의 부정 의심 결제는 296건 집계됐다. 상담사나 이용자가 해외 체류 중일 때 결제된 사례가 273건, 심야 시간대(오후 10시∼오전 7시) 결제가 23건이었다. 실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다. 현행 시스템상 정부가 감지할 수 있는 부정 의심 결제는 이 두 가지 유형뿐이라 부실 운영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투자 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총사업비 7892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국민 정신건강 지원 사업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의료기관에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서류를 발급받으면 총 8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비용은 회차당 7만∼8만 원이다. 기준 중위소득 70% 이하는 무료, 초과 시엔 소득 구간에 따라 최대 30%의 본인 부담금을 낸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 100만 명 지원이 목표였지만, 올 6월까지 1년간 이용자는 8만8318명에 그쳤다. 정부가 국민 정신건강을 책임진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두고 김건희 여사의 관심 사업이라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기획재정부가 의뢰해 올 1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음투자 사업은 사업 대상자를 지나치게 넓게 예측해 예산이 최대 4661억 원 과다 추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심리상담 인력이 부족한 지방에선 성과 부풀리기 사례도 적발됐다. 전북 김제시의 한 상담센터에선 대학교수를 겸임 중인 센터장이 무자격자 후배에게 “챗GPT로 상담 기록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보자는 의원실에 “잠깐 커피 마시고 나눈 대화 내용을 50분짜리 8회 상담 기록으로 만들라는 요구를 장기간 받았다”고 밝혔다. 김제시는 상담자 119명을 조사해 실제 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이뤄진 상담 42건, 상담 시간 및 일대일 상담 원칙을 어긴 2건 등을 적발했지만, 해당 센터가 받은 상담 비용 약 7614만 원 중 108만 원가량만 환수하는 데 그쳤다. 의원실이 서비스 결제 기록 996건과 센터장의 대학 강의 일정 등을 비교한 결과 164건은 강의 시간에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이 진행되는 사이에 중복으로 결제된 건수도 67건이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김제시를 사업 시행 우수 지자체 대상으로 선정해 포상금 2000만 원을 지급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 관리 감독 지침은 각 지자체가 관내 기관 중 일정 비율 이상을 대상으로 연 1회 현장 조사하는 것이 전부다. 각 기관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하고, 이상 결제 탐지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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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성민]‘안락사 찬성 80%’ 이면 불편한 진실 직시해야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지난해 사망자의 약 6%(9958명)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안락사 대상도 점차 확대돼 현재 치매와 정신질환까지도 안락사를 허용한다. 죽음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측면에서 네덜란드는 가장 앞선 국가다.그런 네덜란드에서도 안락사를 둘러싼 논란은 크다. 지난해 정신질환을 이유로 안락사를 택한 219명 중 29명(13%)은 20대였다. 16∼19세 청소년도 있었다. 당사자 고통을 감히 짐작할 순 없지만, 청년들이 삶을 쉽게 포기하도록 국가와 사회가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선 2020년 ‘75세 이상 안락사 선택 법안’, 2023년 ‘1∼11세 안락사 허용 법안’ 등이 발의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번 문턱이 낮아지자 안락사 대상을 넓히려는 사회적 압력이 더 커진 것이다.국내에서도 안락사 도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있다. 최근 수년간 안락사 관련 설문에선 찬성 응답이 꾸준히 70∼80%대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조력 사망이 허용된 스위스에서 생을 마감한 한국인은 10여 명, 대기자는 약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를 살리는 게 본분인 의사들도 과거 안락사 합법화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근엔 환자 고통 경감과 편안한 임종을 위해 안락사를 받아들이자는 목소리가 늘었다.하지만 안락사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들은 “안락사 찬성 80%를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안락사 도입에 대한 찬반을 묻지 않고, 실제 자신과 가족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의 안락사 의향을 물으면 찬성 비율이 더 낮다는 것이다. 한 웰다잉(well-dying) 전문가는 “좋은 죽음,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부재하니 안락사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더 큰 문제는 경제적 문제나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한 비자발적 안락사 가능성이다. 실제 여러 설문에서 안락사 찬성 응답자 중 상당수는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안락사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안락사 합법화는 자칫 취약계층에게 삶을 포기하도록 등을 떠미는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의료비가 부담스러운 빈곤한 노인, 오랜 시간 가족이 간병 부담을 떠안아 온 희소 질환자 등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안락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노인 빈곤율 38%, 인구 10만 명당 노인 자살률 40.6명의 한국에선 안락사가 버거운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사회적 타살’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저소득층,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다.안락사도 언젠가는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안락사 합법화보다 선행돼야 하는 건 생애 마지막까지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의료·돌봄 서비스 확충이다. 말기 환자라면 누구나 큰 부담 없이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노후 빈곤과 재난적 의료비를 걱정하지 않을 사회 경제적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죽음의 자기 결정권 확대는 그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 202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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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건희표’ 마음투자사업, 부정결제 300건…챗GPT 허위 상담 의혹도

    지난 정부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 상담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정 결제 사례가 약 300건에 이르고, 무자격자가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상담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사례도 있었다.12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마음투자 사업의 부정 의심 결제는 296건 집계됐다. 상담사나 이용자가 해외 체류 중일 때 결제된 사례가 273건, 심야 시간대(오후 10시~오전 7시) 결제가 23건이었다. 실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다. 현행 시스템상 정부가 감지할 수 있는 부정 의심 결제는 이 두 가지 유형뿐이라 부실 운영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마음투자 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총사업비 7892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국민 정신건강 지원 사업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의료기관에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서류를 발급받으면 총 8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비용은 회차당 7만~8만 원이다. 기준 중위소득 70% 이하는 무료, 초과 시엔 소득 구간에 따라 최대 30%의 본인 부담금을 낸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 100만 명 지원이 목표였지만, 올 6월까지 1년간 이용자는 8만8318명에 그쳤다.정부가 국민 정신건강을 책임진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두고 김건희 여사의 관심 사업이라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기획재정부가 의뢰해 올 1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음투자 사업은 사업 대상자를 지나치게 넓게 예측해 예산이 최대 4661억 원 과다 추계된 것으로 분석됐다.심리상담 인력이 부족한 지방에선 성과 부풀리기 사례도 적발됐다. 전북 김제시의 한 상담센터에선 대학교수를 겸임 중인 센터장이 무자격자 후배에게 “챗GPT로 상담 기록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보자는 의원실에 “잠깐 커피 마시고 나눈 대화 내용을 50분짜리 8회 상담 기록으로 만들라는 요구를 장기간 받았다”고 밝혔다.김제시는 상담자 119명을 조사해 실제 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이뤄진 상담 42건, 상담 시간 및 일대일 상담 원칙을 어긴 2건 등을 적발했지만, 해당 센터가 받은 상담 비용 약 7614만 원 중 108만 원가량만 환수하는 데 그쳤다. 의원실이 서비스 결제 기록 996건과 센터장의 대학 강의 일정 등을 비교한 결과 164건은 강의 시간에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이 진행되는 사이에 중복으로 결제된 건수도 67건이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김제시를 사업 시행 우수 지자체 대상으로 선정해 포상금 2000만 원을 지급했다.김 의원은 “복지부 관리 감독 지침은 각 지자체가 관내 기관 중 일정 비율 이상을 대상으로 연 1회 현장 조사하는 것이 전부다. 각 기관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하고, 이상 결제 탐지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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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10명 중 9명 “호스피스 병상-말기 간병 지원 늘려야” [품위 있는 죽음]

    “임종과 돌봄의 질은 100점 기준 60점을 넘기 힘들다.”(김용익 돌봄과 미래 이사장)“생애 말기 돌봄·의료 정책들이 분산돼 환자 체감도가 낮다.”(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구체적인 사전돌봄 계획(ACP) 작성이 활성화돼야 한다.”(김대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직접 임종기 환자를 돌보거나 웰다잉(well-dying)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해 온 전문가들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부담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책임을 지고 생애 말기 돌봄 전략 수립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종기 불필요한 의료행위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줄여야 ‘품위 있는 죽음’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호스피스와 재택의료 기반을 강화해 ‘살던 곳에서 나답게’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호스피스 병상·인력 확충 시급국민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정부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연구처·산학협력단이 올 5월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0.4%는 웰다잉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호스피스 병상 및 의료인력 확대’를 꼽았다. ‘말기 환자 간병 지원 확대’ 89.9%, ‘웰다잉 상담 지원’ 86.9% 순이었다. 호스피스는 임종기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이는 완화의료가 핵심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호스피스 이용 환자는 2만4318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한국 의료가 환자를 살리는 것에만 집중할 뿐, 임종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중증 환자 사망이 많은 상급종합병원 중에도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곳은 전체 47곳 중 19곳(40.4%)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부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의 임종실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올 5월 기준 상급종합병원 설치율은 57.4%(27곳)에 그쳤다. 윤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등에서 적절한 통증 관리와 심리적 지원을 못 받고 생을 마감하는 환자가 많다”며 “미국 뉴욕 메모리얼 병원 등 해외 대형 병원처럼 호스피스 병동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호스피스는 암, 만성 호흡부전 등 5개 질환 환자만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설문에서 호스피스 대상에 포함되길 원하는 질환으로 응답자의 83.6%는 치매를 꼽았다. 뇌졸중 83.4%, 난치성 유전 및 신경질환 79.3% 순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선 호스피스 대상 확대보다도 기관과 인력 확충, 호스피스 이용 시기 등에 대한 진료과별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도 전체 호스피스 환자 중 암 외 4개 질환 환자 비율은 1% 미만이다. 기대 여명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암과 달리 치매 등은 질병 진행 과정이 다양해 호스피스 전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완화의료가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론 호스피스 질환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신부전 환자라면 언제부터 투석을 중단하고 완화의료를 받을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 호스피스 의료진도 치매 환자 등에게 어떤 완화의료를 제공해야 하는지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임종기 의료 중심 ‘병원에서 집으로’ 전문가들은 생애 말기 돌봄은 집과 지역사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가정형 호스피스 신규 이용자는 2245명에 불과했다. 가정형 호스피스 전문기관도 올해 기준 40곳뿐이다. 현재 운영 중인 방문 진료 시범사업, 재택의료 센터 등을 활용해 ‘집에서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국내 재택의료 기반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2년 12월 재택의료 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해 전국에 195개 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시군구 229곳 중 116곳(50.7%)은 센터가 없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울산엔 센터가 한 곳도 없고, 경북은 22개 시군 중 4곳만 센터를 운영 중이다. 박건우 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당사자가 재가 임종을 원해도 보호자는 사망 신고부터 장례까지 부담이 커 다시 병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재택의료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불필요한 병원 의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호스피스와 방문 진료,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개별 사업의 칸막이를 없애야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전돌봄 계획 작성 정착돼야” 2018년 2월 전면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도 허점이 적지 않다.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미리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올해 300만 명을 넘었지만, 정작 임종기엔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연명의료 중단을 반대하거나, 병원에서 임종기 판단을 미루기도 한다. 이는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죽기 직전까지 비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거나 인공 영양 공급을 받는다. 건강보험연구원의 2023년 사망자 분석 결과 사망 30일 이전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린 경우 마지막 한 달 의료비(약 460만 원)가 일반 사망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연명의료 중단을 이행하려면 병원에 이를 결정할 윤리위원회가 있어야 하는데, 요양병원 대다수는 위원회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 윤리위원회 설치율은 지난해 기준 10.5%에 그쳤다. 연명의료만 중단했을 뿐 임종 전까지 불필요한 치료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김 교수는 “임종 직전 환자에게 불필요한 심혈관 질환 예방약을 처방하고, 일반 환자처럼 2L짜리 수액을 맞게 해 폐에 물이 차고 팔다리가 부은 채 눈을 감는 환자가 많다. 임종에 가까울수록 의료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서울아산병원 완화의료센터 교수(종양내과)는 “완화의료가 필요한 환자와 보호자들도 ‘왜 포기하느냐’며 임종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호스피스가 활성화되려면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구체적인 사전 돌봄 계획(ACP)이 필수다. 호주, 미국 등에선 ‘사전 의료 지시서’를 작성해 호흡 보조 장치 사용, 항생제 처방 등 특정 치료 이행 여부까지 미리 정한다. 환자가 원하지 않는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약 처방이나 검사 대신 ‘일주일에 한 번 페디큐어를 받겠다’처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소망을 적기도 한다.● “죽음을 국가 정책 과제로 인식해야” 전문가들은 죽음을 개인적 문제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출산, 청년 정책처럼 ‘품위 있는 죽음’도 정부가 나서야 체계적인 정책 수립, 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애 말기 돌봄과 의료에 들어가는 간병비, 호스피스 등 비용을 투자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 이사장은 “초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사망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이들을 돌볼 자녀 수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돌봄의 강도는 더 세지고, 노동력은 부족해지는 인구 축소기엔 정부가 생애 말기 돌봄을 적극 지원해야 젊은층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국가가 국민의 죽음의 질까지 살피겠다는 ‘웰다잉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고 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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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신과 진료 1~9세, 작년 10만명 육박

    초등학생 김모 군(8)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지난해부터 약을 먹고 있다. 입학 초기부터 수업 종이 울려도 교실로 돌아오지 않거나, 교단에 필통을 던지는 등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김 군 어머니는 “어릴 때 스마트폰을 보다 빼앗으면 돌려줄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아 그냥 두는 날이 많았다”며 “약을 먹고 감정 조절이 나아지긴 했지만, 언제 어떻게 나빠질지 몰라 늘 불안하다”고 했다. 김 군처럼 정신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10세 미만 아동이 지난해 1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ADHD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조기 진단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일각에선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ADHD 약을 미취학 아동에게까지 과도하게 처방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에선 뇌 발달 시기에 디지털 기기에 너무 일찍 노출되면서 아동 정신건강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ADHD 진단 증가, 오남용 우려도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 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1∼9세 아동은 9만3655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6만2399명에서 4년 만에 50.1% 늘었다. ADHD 등 운동 과다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 소아 정신건강 질환 진료 인원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0세 이하 ADHD 급여 의약품 처방 인원은 2021년 2만7865명에서 지난해 5만3053명으로 3년 새 1.9배로 늘었다. 의료계에선 ADHD 증상에 관심을 갖는 부모가 늘면서 과거 ‘산만한 아이’ 정도로 여겼던 ADHD 환자가 조기 발견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진단 인원이 늘어나는 것보다 약물에만 의존하는 문화가 더 큰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에너지와 욕구가 잘 조절되도록 방과 후 운동, 놀이 치료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데, 무조건 약 처방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아이 집중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ADHD 약을 학습 보조 도구로 쓰는 경우도 있다. 수험생 학부모 사이에서 유행하는 ADHD 약 복용 연령대가 ‘4세 고시’ ‘초등 의대반’ 등 사교육 열풍을 타고 미취학 아동에게까지 내려갔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강남에서 ADHD 약 처방을 받은 아이는 다른 지역에서 주의력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4세 고시, 숏폼에 무너지는 아동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과도한 선행 학습과 디지털 기기 노출이 아동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거주하는 9세 이하 아동이 우울증·불안장애 진단을 받아 건강보험금이 청구된 건수는 3309건으로 4년 만에 3.2배로 급증했다. 천근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은 “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이라며 “15분 집중도 어려운 아이를 (선행 학습을 위해) 억지로 앉혀 놓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 뇌 기초공사를 막는다. 아동 학대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기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갈수록 신체 활동이나 또래와의 교류보단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이 교수는 “집에 혼자 남아 게임, 숏폼(짧은 동영상) 등에 중독된 아이들이 충동 조절이나 새로운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병원을 많이 찾는다”며 “청소년 자살, 자해 등 더 심각한 문제로 확산하지 않도록 가정과 학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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