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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숨을 들이쉬었죠. 그러곤 ‘주님, 이제 시작입니다. 당신이 주관하시고 당신이 이끄소서’ 라고 말했습니다.”레오 14세 교황이 6일간의 첫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자신을 교황으로 선출한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는 가톨릭 추기경단 비밀회의) 당시의 심경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 5월 사상 첫 미국인 교황으로 선출됐던 당시 자신을 향해 쏠리는 표를 확인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레오 14세는 2일(현지 시간) 튀르키예와 레바논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30분간 동행 취재진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황은 콘클라베 상황에 대해 “투표 진행 상황을 보면서 교황직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순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나도 1~2년 전엔 은퇴 생각했었는데…”그가 교황이 되기 전엔 은퇴를 생각했다는 고백도 나왔다. 은퇴를 앞둔 기자에게 교황은 “나 역시 1~2년 전만 해도 언젠가 은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그 선물을 받은 것 같지만 우리 중 일부는 계속 일해야 할 것”이라며 농담조로 말했다.미국 시카고 태생인 레오 14세는 올해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AP통신은 당시 콘클라베에 참여했던 추기경 반응을 종합한 결과, 투표 이틀째 오전 세 번째 투표에서 이미 당시 현 교황인 당시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에게 표가 쏠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네 번째 투표에서 그가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는 “페루에서 테러리즘이 극심했던 시기를 살았고, 결코 가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봉사하도록 부름받았지만 항상 하느님을 신뢰한다”며 “이것이 오랫동안 나의 영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바 있다. 교황은 남미 상황을 설명하는 도중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력으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은 일정한 주기로 변한다. 대화 방안을 모색하거나 경제 압박을 포함한 다른 수단을 고려하는 게 더 낫다”라고 말했다.레바논 베이루트 미사엔 15만 명 운집…내년은 알제리 방문 희망 레오 14세는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집전한 미사 도중 모인 인파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는 지적에 대해 “기자들이 내 얼굴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면 종종 재미있다”라며 “때로는 여러분이 내 마음이나 얼굴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답했다. 그는 “(기자의 해석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미사가 열린 베이루트 해안엔 15만 명이 모였다. 교황은 미사를 집전하며 “불안정과 전쟁, 고통으로 얼룩진 이 땅에 평화를 내려주시길 간절히 청한다”라고 말했다.레오 14세는 레바논에서 젊은 가톨릭 신자들의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람들이 교황을 보러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보고 평화의 메신저를 보러 온 것”이라며 “그들의 열정과 평화의 메시지에 대한 반응을 듣는 것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내년 두 번째 교황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자신이 존경한다고 밝힌 성 아우구스티노가 평생을 지낸 알제리 방문을 희망한다며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 간 대화와 가교 구축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티칸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카메룬과 적도기니 방문도 검토 중이다. 교황은 2026년이나 2027년에는 라틴아메리카 3개국인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자신이 20년간 선교사로 살았던 페루를 방문하고 싶다고도 밝혔다.비행기에서 ‘빠따’를 든 최초의 교황 기록도교황은 지난달 27일 튀르키예부터 이달 2일 레바논까지 총 6일간의 첫 해외 순방 일정을 마무리했다. 첫 해외 순방 일정으로 무슬림 국가를 택한 것에 대해 분열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종교간 화합과 공존 메시지를 내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교황 첫 해외 순방에선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1936~2025)에 비해 다소 엄숙하고 경직돼 보이던 모습을 벗고 유머 감각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발 당시 전용기에서는 가벼운 분위기도 연출됐다. 동행 기자단이 선물을 전달하는 전통에 따라 CBS 방송 기자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전설적인 2루수 넬리 폭스가 사용했던 야구 배트를 선물하자 교황은 이를 받아들고 기뻐하면서도 “어떻게 보안검색대를 통과했소?”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온라인에선 야구 배트를 들고 기자에게 질문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는 이유로 밈으로 쓰이고 있다. 비행기에서 야구 배트를 든 최초의 교황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시카고 출신인 교황 레오 14세는 열렬한 화이트삭스 팬이다. 그는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우승한 월드시리즈에서 1차전 당시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모습이 교황 선출 후 회자되기도 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화폐 개념과 경제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일(현지 시간) 인도 기업가 니킬 카마스가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돈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와 로봇 기술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발전한다면 돈의 중요성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그는 “물리학에 기반한 근본적인 화폐는 여전히 존재하게 되며, 에너지가 진짜 화폐”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우리는 돈을 갖지 않고 에너지만 갖게 되고, 발전이 사실상 통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스크는 “문명이 계속 발전하는 한 우리는 대규모 AI와 로봇을 갖게 될 것”이라며 “그것이 미국 부채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I와 로봇공학으로 상품과 서비스 생산량이 급증한다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3년 이내에 상품과 서비스 생산량이 화폐 공급 증가율을 초과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고, 이후 금리가 제로로 떨어지면 부채 문제가 지금보다 작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투자 전략을 묻는 질문에 머스크는 “나는 주식을 사거나 투자할 대상을 찾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를 만들거나 구축하려 하며, 내가 만든 회사들의 주식이 따라올 뿐”이라고 답했다. 다만 “AI와 로봇이 매우 중요해지는 만큼 구글이 미래에 꽤 가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엄청난 가치 창출의 토대를 마련했고 엔비디아도 현시점에서 명백히 그렇다”고 평가했다.머스크는 AI 규제 문제에 대해 “강력한 기술을 창조할 때 그것이 잠재적으로 파괴적일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진실과 아름다움, 호기심, 이 세 가지가 AI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실을 엄격하게 추구하지 않으면 AI가 온라인 출처에서 많은 거짓을 흡수하게 되고, 이런 거짓들이 현실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추론에 문제가 생긴다“며 ”AI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믿도록 강요하면 AI가 미쳐버릴 수 있다.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현실의 본질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진리와 아름다움, 호기심을 가치관으로 삼는다면 인류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려고 할 것”이라며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존재하는 것이 훨씬 흥미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한편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인 H-1B 신청 수수료를 100배 인상한 것과 관련해 “나는 H-1B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매우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미국의 각 주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것은 경제에 재앙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왜 국가 간 관세를 원하느냐”라고 지적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올해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65) 감독이 이란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이란 내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영화를 제작했다는 혐의다. 1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파나히 감독은 선전 활동 혐의로 궐석재판을 받은 끝에 징역 1년과 출국금지 2년을 선고받았다. 모든 정치·사회 단체 가입도 금지됐다. 그의 변호사 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파나히 감독은 현재 이란 국외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파나히 감독은 올해 5월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과거 수감 경험이 있는 다섯 명이 자신들을 잔혹하게 고문한 전직 교도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복수를 고민한다는 내용이다. 파나히 감독은 이미 2010년부터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은 상태로 이번 작품 역시 이란 당국의 사전 제작 허가를 받지 않고 비밀리에 촬영됐다. 또 영화 내용도 고문 문제를 거론하는 등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란 내 사회·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로 명성을 쌓아온 파나히 감독은 정부로부터 수차례 처벌을 받아왔다. 2010년 체제 선전 활동 혐의로 징역 6년과 영화 제작 및 여행 금지 20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듬해 가택연금으로 형이 완화됐다. 2022년 이란 당국에 다시 체포된 그는 2010년 선고된 징역형이 재집행된다는 통보를 받았고, 2023년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파나히 감독은 2000년 ‘써클’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2015년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아 올해 칸영화제까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역대 네 번째이자, 현존 유일 감독이다. 관련 기사 이란 ‘저항의 아이콘’… “영화제작 막을수 없다” - 2025년 9월 19일 동아일보 김태언 기자 [이승재의 무비홀릭]선을 넘어라, 그것이 예술이다 - 2025년 10월 20일 이승재 영화평론가(동아이지에듀 상무)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중국이 20년 만에 새 핵 정책 백서를 내놓으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핵 군비 증강 방침을 비판했다. 중국은 평화적 핵 정책을 강조하며 미국의 핵 증강을 지역 불안 요인으로 지목한 것인데, 발표와 달리 중국이 핵 군비 경쟁에 적극적인 정황이 포착돼 백서가 대미 공세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27일 공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이라는 백서엔 “중국의 군사정책이 패권 추구나 세력권 확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방어적 성격”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의 군비통제 관련 백서 발표는 1995년, 200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또 “중국은 1964년부터 고수해온 핵무기 선제불사용 원칙을 계속 지킬 것이고, 핵무기 미보유국이나 비핵지대에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엔 상호 선제불사용 공약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백서는 특정 국가라는 표현으로 미국을 겨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백서는 “해당 특정 국가가 지속적인 군비 증강과 전투태세 강화로 전략적 우위를 추구하며 군비 경쟁을 심화시키고 지역 갈등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발표한 ‘골든 돔’(미국 본토 미사일 방어망) 계획이 우주 안보까지 위협한다며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과의 군사동맹 강화, 중거리 미사일 전진 배치, 핵우산 정책도 긴장과 대립을 조장하는 행위로 규정했다.다만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지난해 500개에서 올해 600개로 20% 증가했다. 군비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주장과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문제삼으며 핵 비확산 협상을 중단했고 올해 9월에도 미국·러시아와의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국제사회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미래가 위태롭다.”올 5월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이 27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행정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났다. 교황은 즉위 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무슬림 국가를 택했다. 1700년 전인 325년 튀르키예 이즈니크에서 ‘삼위일체’를 규정한 ‘니케아 공의회’기 열린데다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 중재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레오 14세는 이날 “세계 곳곳의 갈등이 평화, 기아 및 빈곤 퇴치, 보건 및 교육, 환경 보호 등 인류의 가장 큰 과제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튀르키예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민족들 사이의 안정과 화해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팔레스타인 사태 해결에 관심을 촉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에 “‘정의’를 빚지고 있다”며 서방 이스라엘과 밀착하는 서구 주요국을 겨냥했다.교황은 앙카라 일정을 마친 후 이즈니크로 이동해 동방정교회 수장 바르톨로메오스 1세 총대주교 등 타 종교 지도자와 만나기로 했다. 또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고, 정교회 성당과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등도 찾기로 했다.교황은 튀르키예 일정을 마친 후 레바논을 찾기로 했다. 레바논은 2019년 경제위기에 따른 대규모 반정부 시위, 2020년 베이루트항의 대규모 폭발 사고, 이스라엘과의 거듭된 교전 등으로 정국 혼란이 극심한 상태다. 교황은 이 곳에서도 평화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사진)와 러시아 크렘린궁 보좌관이 나눈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워싱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윗코프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에게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를 먼저 제안하고, 협상 전략을 조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러시아 밀착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 방문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4일 윗코프 특사는 우샤코프 보좌관과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함께 논의하자. 둘이 협상안을 마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방식을 택하자”고 말했다. 또 “나는 평화 협정을 성사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우크라 도네츠크 지역과 아마 어느 땅과 다른 땅의 교환”이라고 했다.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 영토를 러시아에 내주는 방안을 언급한 것. 26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주 공개한 ‘평화 구상안’이 러시아 측이 마련한 초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순경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과 윗코프 특사가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 대표를 미국 마이애미에서 비밀리에 만난 뒤 평화 구상안이 나왔다는 것이다. 28개 항으로 구성된 이 평화 구상안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이양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를 8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축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일각에선 ‘반역자’란 표현까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 보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협상 담당자가 으레 하는 일”이라며 윗코프 특사를 두둔했다. 미-러 정상들의 최측근 간 통화가 언론에 유출된 경로도 논란이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성급한 종전 협상에 반대하는 유럽 정보기관부터 러시아 내부 강경파,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정책에 불만을 품은 미국 정보기관까지 다양한 관계자들이 유출 배후로 거론되고 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이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러시아 고위 인사와 나눈 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워싱턴에 정치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윗코프 특사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에 협상 전략을 조언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를 먼저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 종전안 논란이 증폭됐다. 25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양측 녹취록에 따르면, 윗코프 특사는 우샤코프 보좌관과 지난달 14일 통화했다. 윗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안을 함께 논의하자며, 둘이 협상안을 마련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방식을 택하자고 제안했다. 윗코프 특사는 “나는 평화 협정을 성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과 아마 어느 땅과 다른 땅의 교환“이라고도 말했다. 윗코프 특사가 종전 협상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러시아에 내주는 방안을 언급한 것이다.또 로이터통신은 26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주 공개한 28개 조항의 우크라이나 종전안이 러시아 측 초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10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윗코프 특사가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 대표를 미국 마이애미에서 비밀리에 만난 뒤 ‘28개조 평화안’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고 군대 규모를 60만 명으로 축소하며 나토 확장을 억제하는 등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담겼다.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미국 내에서 즉각 반발이 나왔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공화당 하원의원은 “비밀 회동과 부적절한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돈 베이커 공화당 하원의원은 윗코프 특사 해임을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반역자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연방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방안이 러시아 입장을 정리한 목록일 뿐 진지한 제안이 아니라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블럼버그통신 보도 내용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협상 담당자가 으레 하는 일”이라며 윗코프 특사를 옹호했다.이번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은 미국과 러시아 최측근 간 통화가 어떻게 언론에 유출됐느냐는 점이다. 외교가와 정보당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급한 종전 협상에 반대하는 유럽 정보기관, 러시아 내부 강경파, 트럼프의 대러 정책에 불만을 품은 미국 정보기관 내부자 등을 유출 배후로 거론한다.미·러 간 비공개 소통 채널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에 따라 향후 양국 간 신뢰 구축과 민감한 종전 협상 과정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렘린궁은 “평화 노력을 방해하려는 시도”라며 유출을 비난했고, 우크라이나 측도 “이번 유출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윗코프 특사를 재신임했지만 협상 과정의 공정성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란이 무기와 자금 지원을 하며 자국의 역내 대리 세력 중 하나로 육성해 온 무장단체인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각각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서 지원해 왔던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와 하마스 역시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을 겪으며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사망하는 등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이란이 중동에서 구축해 왔던 무장단체 연합 전선인 이른바 ‘저항의 축’이 사실상 와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란 관료들을 인용해 “홍해 국제 해상 운송로에서 정기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해 온 후티 반군이 더 이상 이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이란 고위 관리는 이 매체에 “후티뿐 아니라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아 온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통제력도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란은 미국이 주도한 원유 수출 금지 같은 제재를 겪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올 6월에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집중 공습으로 핵시설을 포함한 주요 군사 인프라가 대거 파괴됐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란, 반미·반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온 후티 반군, 하마스, 헤즈볼라,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등에 대한 이란의 지원 역시 크게 줄어든 것. 결국 자금과 무기 지원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며 후티 반군을 포함한 이란의 무장단체들에 대한 영향력도 축소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이란이 시아파 종주국) 정권이었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무너진 것 역시 이란엔 큰 악재였다. 바데르 알 사이프 쿠웨이트대 역사학과 교수는 “앞으로 이란과 후티는 각자 이익을 추구하는 가운데 이득이 있을 때만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26일(현지 시간) 홍콩 북부 타이포 지구 내 주거용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BBC 등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후 2시51분경 발생했고, 같은날 오후 9시 기준 최소 1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소방관도 포함돼 있다. BBC는 전직 지역구 의원을 인용해 화재가 발생한 건물 안에 노인 8명과 영아 2명 포함 최소 13명이 건물에 갇혀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지 소방당국은 로이터통신에 아직 건물 내부에 몇 명이 남아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총 8개 동 2000가구 규모로 46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완공됐으며 최근 1년 넘게 보수 공사 중이었다. 화재는 건물 외벽의 대나무 비계를 타고 빠르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비계는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임시 구조물이다. 대나무 비계는 가볍고 설치가 빠르며 튼튼해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건설 현장에서 널리 사용된다. 홍콩 당국은 올해 3월 안전 문제를 이유로 대나무 비계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홍콩 당국은 오후 6시22분 화재 등급을 최고 단계인 5급으로 격상했다. 홍콩에서 5급 화재는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17년 만이다. AFP 등은 주거단지 내 최소 4개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홍콩 당국은 임시 대피소를 열고 관광 버스 등을 동원해 주민들을 인근 건물로 대피시켰다. 교통당국은 화재 현장을 지나는 버스 노선에 대한 우회 운행 조치를 내렸고, 인근 도로를 폐쇄했다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이슬람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주요 중동 지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 지부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비롯한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을 지원하고 반미 전선을 주도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최근 미국 내 강경 보수층을 중심으로 대학가 내 반이스라엘 정서가 이슬람 단체들에 의해 조장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를 수용하며 보수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또 미국과 가까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미 백악관 행정명령을 통해 미 국무부와 재무부에 무슬림형제단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지부를 외국테러단체(FTO) 및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하는 방안을 30일 이내에 검토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FTO 지정이 확정되면 해당 지부 인사들의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금융 제재도 받게 된다. 이날 공개된 행정명령은 세 지부가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를 지원해 왔다고 명시했다. 특히 레바논 지부는 하마스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함께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공격을 가했고, 요르단 지부는 하마스에 물품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지부는 미국에 대한 폭력 공격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1928년 이집트의 근본주의 이슬람 학자 하산 알반나가 설립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의한 국가 수립을 지향하며 왕정국가와 세속 국가 체제를 전복하려 해 충돌을 빚었다. 1952년 이집트 군부가 집권하며 정교분리를 내세우자 불법단체로 지정됐지만,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사상적 모체가 됐다. 이집트, 사우디 등은 미국에 무슬림형제단을 FTO로 지정해 달라고 촉구했으나 역대 미국 행정부는 무슬림형제단이 광범위한 종교사회정치 조직이라는 이유로 이를 꺼려 왔다. 튀르키예와 카타르 같은 우방국이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이란 것도 미국이 선뜻 FTO 지정에 못 나서는 이유였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친미 국가로 무슬림형제단을 적대시해 온 사우디,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위해 일부 지부에 대한 FTO 지정에 나섰단 해석이 나온다. 알자지라방송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내 정치 상황과도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공화당 강경파와 복음주의 기독교인 등 그간 대학가 반이스라엘 시위 배후에 무슬림형제단 연계 조직이 있다고 주장해 온 핵심 보수 지지층을 트럼프 행정부가 달래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18일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를 주 차원의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텍사스 내 토지 취득을 금지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부인 우샤 밴스 여사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결혼반지를 착용하지 않아 이혼설에 휩싸였다. 우샤 여사 측은 24일 성명을 통해 “그녀가 세 아이의 엄마로서 설거지를 많이 하고 아이들을 자주 씻기다 보니 때로는 반지 끼는 것을 깜빡하곤 한다”며 단순한 실수였다고 밝혔다. 논란은 이달 19일 우샤 여사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주 잭슨빌의 해병대 훈련 시설인 캠프 러전을 방문했을 때 우샤 여사의 왼손 약지에 반지가 없는 게 목격되면서 시작됐다. 특히 최근 밴스 부통령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 및 발언들과 맞물려 온라인 등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지난달 밴스 부통령이 총기 테러로 숨진 미국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의 부인인 에리카 커크와 ‘터닝 포인트 USA’ 행사 무대 위에서 포옹하는 모습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에리카가 “죽은 남편과 밴스 부통령이 닮았다”고 말한 뒤 나눈 포옹이 지나치게 친밀해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은 밴스 부통령과 우샤 여사의 종교 차이와 과거 발언들을 재조명하며 불화 징후가 있다고 추측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이 최근 미시시피대 강연에서 “아내도 언젠가 기독교 복음의 감동을 느껴 개종하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반면 힌두교도인 우샤 여사는 올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 “개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올 3월에도 미시간주에서 연설하던 중 “카메라가 켜져 있으면 내가 아무리 미친 소리를 해도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축하해 줘야 한다”고 발언해 아내를 통제하려는 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예일대 로스쿨 동기로 만나 2014년 결혼한 두 사람은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저서 ‘힐빌리의 노래’에서 아내를 “나의 영적 인도자이자 유전적 기적”이라고 치켜세웠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이슬람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주요 중동 지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 지부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비롯한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을 지원하고 반미 전선을 주도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최근 미국 내 강경 보수층을 중심으로 대학가 내 반이스라엘 정서가 이슬람 단체들에 의해 조장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를 수용하며 보수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또 미국과 가까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미 백악관 행정명령을 통해 미 국무부와 재무부에 무슬림형제단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지부를 외국테러단체(FTO) 및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하는 방안을 30일 이내에 검토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FTO 지정이 확정되면 해당 지부 인사들의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금융 제재도 받게 된다.이날 공개된 행정명령은 세 지부가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를 지원해왔다고 명시했다. 특히 레바논 지부는 하마스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함께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공격을 가했고, 요르단 지부는 하마스에 물품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지부는 미국에 대한 폭력 공격을 촉구했다고 전했다.1928년 이집트의 근본주의 이슬람 학자 하산 알반나가 설립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의한 국가 수립을 지향하며 왕정국가와 세속 국가 체제를 전복하려 해 충돌을 빚었다. 1952년 이집트 군부가 집권하며 정교분리를 내세우자 불법단체로 지정됐지만,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사상적 모체가 됐다.이집트, 사우디 등은 미국에 무슬림형제단을 FTO로 지정해 달라고 촉구했으나 역대 미국 행정부는 무슬림형제단이 광범위한 종교사회정치 조직이라는 이유로 이를 꺼려 왔다. 튀르키예와 카타르 같은 우방국이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이란 것도 미국이 선뜻 FTO 지정에 못 나서는 이유였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친미 국가로 무슬림형제단을 적대시해 온 사우디,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위해 일부 지부에 대한 FTO 지정에 나섰단 해석이 나온다.알자지라방송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내 정치 상황과도 연관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공화당 강경파와 복음주의 기독교인 등 그간 대학가 반이스라엘 시위 배후에 무슬림형제단 연계 조직이 있다고 주장해온 핵심 보수 지지층을 트럼프 행정부가 달래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18일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를 주 차원의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텍사스 내 토지 취득을 금지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부인 우샤 밴스 여사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결혼 반지를 착용하지 않아 이혼설에 휩싸였다. 우샤 여사 측은 24일 성명을 통해 “그녀가 세 아이의 엄마로서 설거지를 많이 하고 아이들을 자주 씻기다 보니 때로는 반지 끼는 것을 깜빡하곤 한다”며 단순한 실수였다고 밝혔다.논란은 이달 19일 우샤 여사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주 잭슨빌의 해병대 훈련 시설인 캠프 러전을 방문했을 때 우샤 여사의 왼손 약지에 반지가 없는 게 목격되면서 시작됐다. 특히 최근 밴스 부통령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과 발언들과 맞물려 온라인 등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지난달 밴스 부통령이 총기 테러로 숨진 미국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의 부인인 에리카 커크와 ‘터닝 포인트 USA’ 행사 무대 위에서 포옹하는 모습으로 구설에 오른바 있다. 당시 에리카가 “죽은 남편과 밴스 부통령이 닮았다”고 말한 뒤 나눈 포옹이 지나치게 친밀해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여기에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은 밴스 부통령과 우샤 여사의 종교 차이와 과거 발언들을 재조명하며 불화 징후가 있다고 추측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이 최근 미시시피대 강연에서 “아내도 언젠가 기독교 복음의 감동을 느껴 개종하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반면 힌두교도인 우샤 여사는 올해 6월 언론인터뷰에서 “개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올 3월에도 미시간주에서 연설하던 중 “카메라가 켜져 있으면 내가 아무리 미친 소리를 해도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축하해줘야 한다”고 발언해 아내를 통제하려는 태도란 비판을 받았다.예일대 로스쿨 동기로 만나 2014년 결혼한 두 사람은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저서 ‘힐빌리의 노래’에서 아내를 “나의 영적 인도자이자 유전적 기적”이라고 치켜세웠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23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자국과 충돌해 온 친이란계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군사 부문 최고 책임자를 살해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베이루트 공습을 감행한 건 5개월 만이다. 또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으로 반미, 반이스라엘 활동을 펼쳐 온 ‘무슬림형제단’을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확대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정책으로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될 조짐이다. 23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전투기 등을 이용해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의 한 아파트를 공습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의 재건과 무장 활동을 지휘하던 하이삼 알리 타바타바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타바타바이는 헤즈볼라에서 나임 카셈 사무총장 다음으로 높은 고위 인사로 군사 부문을 담당해 왔다. 특히 그는 헤즈볼라 내에서 이스라엘 침투를 전문적으로 수행해 왔던 ‘라드완 특수부대’를 지휘하기도 했다. 미국은 2016년부터 타바타바이에게 500만 달러(약 74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공습 뒤 성명을 내고 타바타바이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번 공습으로 타바타바이 외에 4명의 조직원이 숨지고 최소 시민 24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헤즈볼라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해 이스라엘 북부 군사 시설 등을 대거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도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에 나서며 양측은 지속적으로 충돌해 왔다. 지난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지휘부와 주요 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헤즈볼라의 군사 역량은 크게 약화됐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휴전에 합의했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국경 철수 약속을 어겼고, 전투력 복원에 나서고 있다며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군사 활동을 재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자국 보수 성향 매체 ‘저스트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슬림형제단을 외국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다. 이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조치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1928년 이집트에서 설립된 무슬림형제단은 구성원 1000만 명, 전 세계 지부가 70여 곳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이슬람주의 단체다. 이슬람 율법 기반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중동 내 왕정과 군부독재 전복을 시도해 왔다. 또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상당수 이슬람 무장단체에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22일(현지 시간) 다자주의 정신 회복을 강조하는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을 채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0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이 자유무역 회복과 기후 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합의문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은 2028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확정됐다. 미국을 제외한 G20 회원국 대표들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인 이날 122개 항으로 이뤄진 ‘남아공 정상선언’에 서명했다. 정상들은 공동선언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합의된 규칙들이 글로벌 무역을 촉진하는 데 핵심”이라며 “WTO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인 무역조치(unilateral trade measures)’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미국발(發) 관세와 중국의 희토류 통제 등에 반대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의장국인 남아공의 인종차별 등을 주장하며 G20 정상회의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다자주의 회복을 내건 정상선언문 채택에 반대했다. 정상선언에 동참한 이재명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해서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WTO의 기능 회복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사회는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중장기 기후탄력적 발전 경로를 확정했다”고 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 한국도 다자 자유무역 체제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은 이날 정상선언을 통해 2028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공식 확정됐다.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는 2010년 이후 18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과의 회담으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외교 다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단순히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외교적 균형을 추구하기보다는, 경쟁·협력·도전이 교차하는 최근의 상황을 유연하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평가하면서 국익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현안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3일 2박 3일간의 G20 일정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순방지인 튀르키예로 출국했다. 요하네스버그=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국회의원(중의원) 10% 삭감’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21일 취임 일성을 통해 ‘일하고, 일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강조한 그가 예산 절감과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고강도 정치 개혁에 나선 것. 하지만 비례대표 위주로 의원 삭감이 추진될 가능성이 나오면서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또 소수 야당의 의석수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의 의석 감소는 상대적으로 적어 ‘정권 강화’를 위한 노림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다카이치 정권은 정부 예산 지출과 관련된 효율성 등을 점검하는 ‘조세특별조치·보조금 재검토 담당실’(가칭)을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끈 ‘정부효율부(DOGE)’와 유사한 조직이 가동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의원 45명 줄이면 세금 연 423억 원 절약22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전날 중의원(하원) 전체 의석 465석 중 최소 45석(약 9.7%) 이상을 줄이는 법안을 올해 안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당은 지난달 20일 연립정권 구성에 합의한 뒤 중의원 의원을 10% 줄이기로 했는데, 한 달여 만에 실행 조치에 나선 것이다. 중의원 의원 수 감축은 일본유신회가 강하게 요구하고, 자민당이 이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사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일본유신회는 2011년 109석이던 오사카부 지방의회 의석을 88석으로 줄이고, 오사카 지사와 시장의 월급을 30∼40% 깎고 퇴직금을 없애는 개혁에 나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역정당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일본유신회는 이런 개혁을 중의원에도 적용시켜 전국 정당으로 도약의 발판을 닦으려는 포석이다. 반면 자민당은 안정적 연립정권 유지를 위해 일본유신회의 요구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일본 중의원 의원 수는 선거제도 변경과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1996년 511명에서 500명으로 줄어든 것을 포함해 총 4차례 감축돼 현재 465명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의원 의원 한 명당 의원 세비와 입법사무비, 비서 3명 인건비 등을 합해 한 해 약 1억 엔(약 9억4000만 원)이 들어간다. 의원 45명이 줄면 연 45억 엔(약 423억 원)의 예산이 절감되는 셈이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각료에게 지급하는 급여 삭감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 의원은 매달 세비 129만4000엔(약 1218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총리는 115만2000엔(약 1084만 원), 각료는 48만9000엔(약 460만 원)을 각각 추가로 받는다. 이에 따라 의원 봉급만 받고 각료 봉급은 포기해 ‘이중 수령’ 구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일본판 정부효율부(DOGE)’도 시동 자민당(196석)과 일본유신회(35석)의 중의원 의석 수는 231석으로 과반(233석)에 불과 2석이 모자라 ‘의원 수 삭감’ 법안의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란 우려도 있다. 법안 통과 후 감소 의석을 지역구나 비례대표 중 어디서, 몇 석을 줄일지는 여야가 참여하는 중의원선거제도협의회에서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비례 비율이 높은 소수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정당 간 유불리에 따른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현재 중의원 전체 465명 가운데 지역구는 289명, 비례대표는 176명이다. 앞선 선거 결과를 토대로 요미우리신문이 비례대표만 50석 감소하는 경우를 계산해 봤더니 자민당(9%)과 일본유신회(13%)보다 야당인 공명당(25%)과 레이와신센구미(33%)의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의원 정수가 415석으로 줄면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의석 수 합이 212석으로 과반(208석)을 웃돌 것으로 봤다. 의원 수 삭감이 예산 절감 등 정치 개혁 목적 외에 장기 집권 토대를 닦기 위한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커지자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정원 삭감을 비례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3일 조세특별조치·보조금 재검토 담당실을 일본 정부 내각 관방에 30명 정도 규모로 신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치권에선 사실상 일본판 DOGE란 평가가 나온다. 다음 달 초 첫 회의를 열 예정이며 정부 보조금 효율성 제고, 조세특별조치와 기금 상황 등을 점검해 예산 낭비를 줄이는 게 목표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반도체 강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로 이뤄진 연합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라피더스에 약 11조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 투자가 주춤한 사이 정부가 직접 나서 2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등 첨단 제품의 공정 양산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라피더스에 대해 2027 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까지 총 1조1800억 엔(약 11조1000억 원) 이상을 추가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일본 정부는 내년 3월까지 1000억 엔(약 9400억 원)을 우선 출자하고, 2026 회계연도에는 1500억 엔(약 1조4000억 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연구개발(R&D) 위탁비 명목으로 내년과 2027년에 각각 6300억 엔(약 5조9000억 원)과 3000억 엔(약 2조8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로써 일본 정부의 라피더스에 대한 누적 지원 규모는 2조9000억 엔(약 27조3000억 원)에 달하게 됐다. 라피더스는 2022년 도요타, 소니, 키옥시아 등 일본의 대표급 기업 8개가 연합해 설립한 파운드리 업체로 한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상용화되지 않은 최첨단 2나노 반도체를 2027년 하반기부터 양산하고, 이후 1.4나노 공정까지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9년 흑자 전환, 2031년 증시 상장(IPO)까지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경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중요 의사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보유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지난달과 이달 중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 영변 원자력연구단지에서 시설 현대화 및 확장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3일(현지 시간) 38노스에 따르면, 기존에 설치된 50메가와트(MWe)급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사이에 새로 건설된 파란색 지붕 건물 주변에서 집중적인 확장 작업이 포착됐다. 이는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우라늄 농축 활동 확대 가능성을 제기했던 곳이다. 38노스는 지난달 22일 위성 영상에서 이 건물 동쪽으로 소형 보조 건물의 외관이 완성되고, 북서쪽 보조 건물 근처에 차량 창고가 추가된 것을 확인했다. 또 건물을 둘러싼 지면은 콘크리트로 포장되고 부지 경사면은 계단식으로 조성되는 등 정비 작업이 이뤄졌다. 이달 13일 영상에서는 파란 지붕 건물에 열교환기 6개가 설치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해당 장치는 우라늄 농축에 필수적인 원심분리기의 냉각 및 온도 조절에 사용되는 핵심 설비다. 38노스는 핵 시설 단지 내에 폐기물 부지에서 반매립형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공사도 진행중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올 6월11일 촬영본에선 해당 부지에 콘크리트 건물도 건설되고 있었다. 지난달 촬영된 영상에선 해당 건물은 흙으로 뒤덮혀 꼭대기만 드러난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우라늄 농축 활동에 필수적인 150m 길이의 불화수소(HF) 취급 건물 지붕에서는 여러 개의 개구부가 포착됐다. 역시 해당 건물에 대한 개보수 또는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38노스는 분석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핵무기 관련 연구소를 방문하면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계획을 초과수행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반도체 강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로 이뤄진 연합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라피더스에 약 11조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 투자가 주춤한 사이 정부가 직접 나서서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등 첨단 제품의 공정 양산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다.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라피더스에 대해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까지 총 1조 1800억 엔(약 11조 1000억 원) 이상을 추가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일본 정부는 내년 3월까지 1000억 엔(약 9400억 원)을 우선 출자하고, 2026회계연도에는 1500억 엔(약 1조 40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연구개발(R&D) 위탁비 명목으로 내년과 2027년에 각각 6300억 엔(약 5조 9000억 원)과 3000억 엔(약 2조 8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로써 일본 정부의 라피더스에 대한 누적 지원 규모는 2조 9000억 엔(약 27조 3000억 원)에 달하게 됐다. 라피더스는 2022년 도요타, 소니, 키옥시아 등 일본의 대표급 기업 8개가 연합해 설립한 파운드리 업체로 한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상용화되지 않은 최첨단 2나노 반도체를 2027년 하반기부터 양산하고, 이후 1.4나노 공정까지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9년 흑자 전환, 2031년 증시 상장(IPO)까지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일본 정부는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경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중요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보유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美우선주의 파고에 ‘반일 감정’ 억누르고 ‘안보·경제 협력’ 선택20대 男 “일본 좋다” 43% vs 30대 女 18%젊은층 안에서도 ‘성별 대분열’일본에 아쉬움이 있고, 아직 신뢰가 부족해도 일단 안보와 경제를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적 협력론이 한국 사회에서 부상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위협 고조와 ‘트럼프 2.0’ 시대의 불확실성이 한국인들로 하여금 일본을 감정적으로 불편한 나라에서 현실적 파트너로 재정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21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한국정당학회 연례학술회의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패널 회의’에서는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올해 6월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한국 기준 국내 성인 1010명 대상, 리서치앤리서치(R&R)가 국내 여론조사를 진행)를 토대로 한 학계의 심층 분석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이 당위에서 실리로 대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가 만든 ‘비호감 속 협력’… 50대의 변심 (김성조 연세대 동아시아국제학부 교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한국 내에서 반일이지만 협력이라는 새로운 여론 지형을 만들어냈다.”김성조 연세대 동아시아국제학부 교수는 한국인의 대일 인식을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했다. 일본을 싫어하고 협력도 반대하는 전통적 ‘반일 그룹’, 일본을 좋아하고 협력도 찬성하는 ‘긍정적 협력 그룹’, 그리고 새롭게 부상한 ‘실용적 협력 그룹’이다. 김 교수는 실용적 협력 그룹을 일본에 대한 감정적 호감도는 낮지만, 미국의 관세 압박이나 방위비 증액 요구 등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 연대해야 한다고 보는 집단으로 분류했다.김 교수는 “통계적으로 보면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50대 사무직 그룹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며 “이들은 전통적으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반일 그룹이지만, 트럼프 2기라는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일본과의 전략적 협력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다만 김 교수는 새로운 집단의 실용 협력 의지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유럽연합(EU) 같은 깊은 신뢰 기반의 공동체가 아니다”라며 “경제적 이익을 위한 단기적이고 전략적인 제휴는 찬성하지만, 군사 협력과 같은 깊은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정적인 거리감 속에서도 실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첨단 분야 한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70.0%, ‘방위 분야 협력 강화’는 59.7%에 달해, 높은 비호감도와는 별개로 실리적 협력에 대한 지지는 과반을 훌쩍 넘겼다.●“과거사 해결” 10년 새 6배 급증… 안보 위기감이 대일 인식에도 영향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 한국인의 비율이 2015년 3% 수준에서 2025년 17.3%로 10년 사이 약 6배 가까이 급증한 점에 주목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전히 국민의 84.9%가 “일본의 사과가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을 선택한 비율이 늘어났다는 점이다.조 교수는 이를 안보 현실주의의 결과로 해석했다. 그는 “통계 분석 결과, 한미일 군사협력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느낄수록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답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돼서가 아니라, 북한의 위협 등 안보 위기 속에서 한일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과거사 인식까지 변화시켰다는 진단이다.여기에 한국의 국격 상승에 따른 국민적 자긍심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형성된 자긍심이 일본을 대하는 태도에 여유를 불어넣어, 과거사에 매몰되기보다 미래를 보게 하는 동력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조 교수는 “한일 관계는 역사적으로 여론보다 앞서가는 ‘엘리트 주도(Elite-driven)’의 성격이 강하다”며 “현재 국민들이 완벽하게 동의하지 않더라도, 양국 지도층과 실무 그룹이 신뢰를 쌓고 협력을 추진한다면 여론을 견인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30의 성별 분화… 문화에 대한 호감 큰 男 vs 역사 문제 먼저 떠올리는 女 (유민영 고려대 연구원)미래 한일 관계의 주역인 2030세대 내에서는 성별에 따른 인식 격차가 벌어지는 점도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유민영 고려대 연구원은 2030세대의 대일 인식이 젠더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에 주목한다. 분석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일본 호감도는 2015년 10.2%에서 2025년 42.9%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30대 여성의 호감도는 17.6%에 머물러 전체 평균(23.0%)보다도 낮았다.유 연구원은 “기성세대의 협력 인식이 북한 위협이라는 안보 요인에 의해 작동한다면, 젊은 층의 인식 변화는 문화적 호감도가 핵심 기제”라며 “2030 남성들은 애니메이션 등 일본 문화를 적극 소비하며 친밀감을 쌓고 이것이 안보 협력 지지로 이어지는 반면, 여성들은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이슈와 젠더 문제에 더 의미있게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20대에서 65.8%로 가장 높았으나, 이를 호감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유 연구원은 한일 양국의 문화와 정치의 연결고리 또한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2030 남성은 일본 문화를 소비하며 이를 보수적 실용주의라는 정치 성향으로 연결하지만, 일본의 경우 한국 문화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역사 수정주의를 지지하는 등 문화 호감이 정치적 우호로 직결되지 않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20대와 30대 사이에서도 인식 변화가 발생하는 점에 대해선 “20대는 일본에 대해 역사적 부채감이나 경제적 열등감 없이 동등한 이웃 나라로 바라보기 때문에 관계 개선에 훨씬 유연하다”라고 짚었다.● “우리 외교 인식, 가까운 나라 이해하려는 의지조차 상실한 비정상적 상황은 아닐지”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소위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명확한 대립 구도로 주변국을 인식하는 경향은 보수 성향 응답자에게서만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층은 미국을 좋아할수록 일본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맹 일체감을 강하게 보이는 반면, 진보나 중도층에서는 이러한 이분법적 진영 논리가 상대적으로 옅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의 일본 호감도는 31.4%였으나, 진보 성향 응답자는 12.9%에 그쳐 정치 성향에 따른 인식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흥미로운 대목은 일본을 좋아하면 중국을 싫어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이번 조사에서 실제로는 일본 호감도가 중국 호감도와 정(+)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 국면이라 해서 유권자들이 반드시 양자택일을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하 교수는 “오히려 주변국 전반에 대해 개방적이거나 혹은 무관심한 태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인의 외교 인식이 지나치게 미국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진단도 조심스레 제기했다. 하 교수는 “지난 20년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인이 가장 가깝게 느끼는 나라는 압도적으로 미국(80% 이상)이며, 일본을 꼽는 비율은 국제 정세 변화와 무관하게 항상 10% 수준에 고착화돼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이는 단순히 미국을 선호한다는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가 일본이나 중국 등 가까운 이웃 나라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의지조차 상실한 비정상적 상황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도 일본이나 중국 정치 수업을 듣는 학생이 줄고 관련 연구도 부족해지는 현실이다. 단순히 호불호를 떠나 주변국에 대한 관심의 베이스라인을 높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