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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화단에 낙엽을 모아 둔 통이 놓여 있습니다. 쓸려 모인 낙엽도 이곳에선 왠지 설치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고양이가 나비를 쫓습니다. 쇳조각 작품도 폐목 위에 놓이니 고양이는 금세 뛰어오를 듯 생동감을 얻고, 버려진 나무는 이를 지지해 줄 작은 무대가 됩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AI 합성사진으로 밝혀진 늑대 탈출 사진지난 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아기 늑대 한 마리가 철조망 아래 흙을 파 구멍을 만든 후 탈출했습니다. 인근 초등학교는 휴교를 하는 등 일대 비상이 걸렸습니다.이날 대전소방본부는 보도참고자료 형식으로 탈출 직후 촬영된 것처럼 보이는 사진 한 장을 언론사에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보자가 자기가 본 것을 설명하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였습니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본 상태라 소방본부 입장에서는 조금 난감했을 것 같습니다. 늑대의 탈출 사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사진이라고 믿었던 사람들도 개운치 않은 마음일 것입니다.● 선거 앞둔 예비 후보자들의 인터넷 선거 운동뭔가를 보여준다는 것은 이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방식입니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지하철역에는 예비후보들이 나타나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네고 악수를 합니다. 노련한 정치인은 악수 하나에도 계산이 있었습니다. 눈을 너무 오래 보면 상대가 불편하니 넥타이 매듭 정도를 보라고 했고, 악력은 적당히 넣으라고 했습니다. 너무 세면 위협이고 너무 약하면 자신감 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다음은 시장에 가서 순대를 먹고, 허리 숙여 절을 했습니다.이제는 쇼츠입니다. 요즘엔 인터넷망과 SNS가 발달되어 있으니 후보자들이 직접 자신들을 촬영하고 편집해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쉽습니다. 언론사의 귀찮은 질문이나 기준에 맞출 필요도 없고 대중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제 유튜브 알고리즘이 각 지역에서 나온 예비 후보자들의 쇼츠 콘텐츠를 띄웁니다. 트로트 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후보자들도 많고,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땅바닥에 인공호흡 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합니다. 50대, 60대 아저씨들이 그러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같은 나이대의 일반인이 저러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색해하거나 걱정할 겁니다. 그런데 후보라는 이름이 붙으면 암묵적 동의가 생깁니다.● 왜 후보의 춤은 허용되는가정치인의 퍼포먼스에 대한 사회의 묵인은 오래된 관행입니다.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울고 웃는 것, 기자 앞에서 과장된 분노와 눈물을 쏟아내는 것도 일반인이 직장에서 하면 민망한 일입니다. 정치인이 하면 ‘설득을 위한 몸짓’이라는 인식이 이미 사회적으로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갑니다.쇼츠는 이 허용의 범위를 한층 더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직접 연출하고, 직접 배포하고, 알고리즘을 타고 지지자들에게 도달하는 방식입니다. 기자가 찍은 사진에는 후보가 원하지 않는 순간이 섞입니다. 그러나 쇼츠는 처음부터 끝까지 후보가 원하는 얼굴만 담습니다. 물론 의도하지 않았던 포인트에서 대중들이 반응하는 경우도 태반이긴 합니다.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출정식을 유튜브로 진행하고, 트럼프가 흑백 사진 한 장에 ‘관세 왕’이라는 문구를 얹어 배포한 것처럼, 플랫폼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이 시대 정치의 숙제입니다. 그 흐름에서 쇼츠는 가장 앞단에 있고, 그 방식으로라도 시민들과 열심히 소통하려는 캠프와 후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방향은 맞으니까요.● 형식은 바꿨는데,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쇼츠라는 형식은 새롭지만, 그 형식을 소화하는 몸은 새롭지 않다는 점입니다.수십 년간 회의실과 당 사무소에서 권위 있는 자리를 지켜온 몸은 그 자세와 시선과 말투가 이미 그 환경에 맞게 굳어있습니다. 유연하고 경쾌한 15초짜리 세계는 그 몸에게 낯섭니다. 그래서 많은 쇼츠 후보들이 어색합니다. 웃음의 타이밍이 0.5초 늦고, 손동작이 음악보다 반 박자 느립니다. 억지로 몸을 비틀어 넣은 느낌입니다. 형식을 빌려 입는 것과 몸에 배는 것은 다릅니다.쇼츠가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도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자극이 약해지는 순간 시청자를 다른 화면으로 보냅니다. 더 웃기거나, 더 과감하거나, 더 황당해야 다음 영상도 클릭됩니다. 오늘의 춤은 내일 더 격한 퍼포먼스에 덮입니다.● 이미지로 정치를 다 할 수는 없다이 문제는 사실 오래된 것입니다. 사진이 등장한 이후 유럽의 왕들도 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했습니다. 사진사에게 멋진 사진을 찍게 하고 액자와 앨범을 만들어 일반 가정에 전달했습니다. 이미지를 통해 통치자의 정당성이 주장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냉정한 결론을 내려왔습니다. 이미지의 유통이 실제 권력을 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시각정치의 장에서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후보가 본 투표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솔직히 말하면 저도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지만으로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쇼츠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소통하지 않는 정치인은 더 나쁜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어색하더라도 유권자를 향해 몸을 낮추는 시도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어쩌면 쇼츠는 수능 시험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수험생들이 입시가 끝나면 더 이상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 공부 말입니다. 선거라는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익힌 기술이, 당선 이후의 정치와 얼마나 연결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15초로 편집된 얼굴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 것, 그것이 유권자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최근 신차 발표회에 가면 여성 모델들이 차를 소개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확 줄었습니다.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그럴수록 오히려 본질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쇼츠도 그랬으면 합니다. 백년사진이었습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9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상록경로당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어르신들의 균형 감각을 측정하고 있다. 금천구 독산보건지소는 지난 달부터 ‘찾아가는 건강관리 데이(Day)’를 운영하며 지역 주민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재건축이 시작된 아파트 단지에 나무가 베어지고 그루터기만 남았습니다. 오랜 시간 그늘을 내어주던 넓은 품, 이제 새로운 풍경을 위해 조용히 물러납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조선시대 사역원 터 표석 위, 누군가 목련 꽃잎에 ‘LOVE’를 새겨 올려놓았습니다. 이곳에선 예나 지금이나 언어를 오가며 마음을 나누네요. ―서울 종로구 당주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파란 하늘 아래, 사물놀이 한바탕이 펼쳐집니다. 다채로운 색과 몸짓이 어우러져 봄날의 흥을 끌어올립니다. ―충남 천안시 흥타령관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통신 철탑에 새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며 둥지를 틀었습니다. 신호가 오가는 철탑 위에 그들만의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충남 온양아산역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번 주 초 정부서울청사에서 눈길을 끄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지식재산처가 “기업 홀로 싸우던 위조상품 전쟁, 국가가 지원군으로”라는 이름의 대책을 발표했고, 브리핑에 앞서 공무원들이 한류편승상품과 위조상품, 이른바 짝퉁 제품들을 직접 설명했습니다. 한때는 외국 유명 브랜드의 가짜 상품이 넘쳐나던 나라였는데, 이제는 우리 제품을 베껴 파는 해외 업자들을 정부가 막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세월이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짝퉁’이라는 용어는 1998년 등장이 날 행사를 하면서 지식재산처는 보도자료에서 ‘’한류편승상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한국의 브랜드에 기대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 짝퉁은 아주 낯선 물건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짝퉁’보다 ‘모조품’, ‘가짜’, ‘밀수품’ 같은 말이 더 익숙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흔한 말이 된 ‘짝퉁’이 신문에 처음 등장한 것도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동아일보 지면 기준으로는 1998년 4월 27일이 처음이었습니다. 천리안 ‘클럽10’을 소개한 기사에서 10대 은어 가운데 하나로 ‘빼깔이(백댄서)’ ‘깔쌈하다(멋져보인다)’와 함께 ‘짝퉁(가짜)’이라는 말이 소개됐습니다. 원래는 청소년들끼리 쓰던 말이 어느새 온 사회가 다 아는 말이 된 것입니다. ● 가짜 분유에서 가짜 휘발유, 가짜 동전까지사진 데이터베이스를 훑어보니 가짜의 종류는 시대마다 달랐습니다. 1966년에는 밀가루를 섞어 만든 가짜 분유가 있었고, 기름값이 폭등한 1982년에는 대형 탱크까지 갖춘 가짜 휘발유 제조시설이 적발됐습니다. 1983년에는 외제 고급시계 상당수가 홍콩과 일본에서 조립한 모조품이라는 기사가 실렸고, 1985년 명동 거리에는 싸구려 모조 장신구 노점이 연말 야시장을 이뤘습니다. 2000년대 들어 시장이 더 커졌습니다. 2001년에는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가짜 명품이 일본으로 밀수출되려다 적발됐고, 2004년에는 중국산 가짜 명품이 대량으로 국내에 들어오다 세관에 걸렸습니다. 2005년에는 명품가방 모조품 판매업자가 붙잡혔고, 2006년에는 가짜 동전 문제까지 기사화됐습니다. 필리핀 1페소짜리가 한국의 100원짜리와 크기 두께 무게가 비슷해 자동판매기와 전자오락실 게임기 등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짝퉁은 어느새 길거리 노점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유통과 범죄, 세관과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2023년에는 중국산 짝퉁 골프채가 정품으로 둔갑해 유통되다 적발됐고, 2024년에는 가짜 귀걸이 같은 위조상품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한류편승상품…2006년부터 세계가 한국 제품을 베끼기 시작그런데 더 눈에 띄는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도 짝퉁의 피해자가 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2006년에는 해외에서 초코파이와 참이슬을 흉내 낸 한국 식품 짝퉁이 문제로 등장했습니다.한국 화장품, 식품, 패션, 생활용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한국 제품을 베낀 가짜가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불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브랜드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짜는 대체로 아무 물건이나 베끼지 않습니다. 팔릴 만한 것,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따라 합니다.2025년 10월 지식재산처의 출범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지식재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신호였습니다. 예전에는 위조상품 문제가 개별 기업의 피해나 세관 단속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국가 경쟁력과 수출 질서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허청이 처로 승격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보여줍니다. 특허, 상표, 디자인을 등록하고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쟁 대응과 정책 조정까지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짝퉁이 더 이상 시장의 변두리에 있는 불법상품이 아니라, 한국 산업 전체를 갉아먹을 수 있는 위협으로 격상된 셈입니다.지난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올 하반기 시작될, K-브랜드 정부 인증제도는 그 변화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정부는 해외 70개국에 인증 상표를 등록하고, 위조상품이 유통되면 외교와 통상, 통관 보류까지 포함한 범정부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기업이 당하면 정부가 돕는 수준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권리자가 되어 싸우겠다는 뜻입니다. ● 달라진 K-브랜드의 위상긴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짝퉁의 역사는 한국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 같기도 합니다. 한때는 외국 브랜드를 흉내 낸 물건이 시장을 돌았고, 이제는 우리 상품이 해외에서 베껴지고 있습니다. 짝퉁의 풍경만 봐도 한국 문화와 산업의 위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하게 됩니다.짝퉁, 여러분은 어디까지 경험해보셨나요. 예전에 짝퉁 시계나 가방, 운동화를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혹은 해외에서 한국 제품을 흉내 낸 물건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백년사진이었습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참새 떼가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대에 구역을 나눠 앉아 있습니다. 골목 안전은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듯, 사각지대를 조금도 두지 않겠다는 듯. ―인천 동구 금곡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컨벤션웨딩홀에서 ‘2026년 상반기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 행사가 열려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종로구는 홀로 지내는 어르신에게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옛 교복을 입고 대화하는 ‘7080 추억의 종로다방’ 콘셉트로 행사를 마련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까마귀 한 마리가 높은 빌딩을 뒤로하고 철조망 위에 앉아 있습니다. 도심 속에서 관조하는 듯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이 분주한 현대인의 일상과 대조를 이루네요. ―서울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960년 8월 25일. 김정일, 18세. 탱크.2010년 1월 6일. 김정은, 26세. 탱크.2026년 3월 20일. 김주애, 13세. 탱크.미국의 이란 공습 와중에 북한의 군사력 과시가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어제는 차력쇼에 가까운 특수군인들의 훈련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13살 김주애가 권총 사격에 이어 탱크를 탄 모습까지 잇달아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탱크입니다. 총을 드는 장면은 군사 훈련 격려 차원에서 볼 수 있지만 탱크는 다릅니다. 북한에서 탱크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후계자의 군 통수권과 세습의 정당성을 보여주려는 상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넘어갈 때도,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갈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주애의 탱크 탑승은 단순한 현장 참관이 아니라, 북한이 후계 구도를 어떤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만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힙니다. ●우선 김정일입니다. 그의 나이 18세였습니다. 북한은 1960년 8월 25일 김정일이 김일성과 함께 제105탱크 사단을 방문한 날을 ‘선군혁명 영도의 시작’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서사는 나중에 소급해 정리된 성격이 강합니다. 본래 북한은 김일성 사망 후인 1995년 1월 1일 김정일의 다박솔 초소 시찰을 선군정치의 출발점처럼 강조했습니다. 그러다 2005년 8월 24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그 기원을 1960년의 탱크 사단 방문으로 앞당겨 설명하기 시작하고 이후부터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김일성 종합대학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 김일성과 함께 방문했다고 하는, 당시를 증명하는 사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은 김정은입니다. 그의 나이 26세였습니다. 김정일이 건강 문제로 죽음을 앞두고 있던 2010년 1월 6일,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이 지켜보는 가운데 탱크를 직접 몰았습니다. 다음 날 북한 노동신문에는 처음으로 김정은의 얼굴이 실렸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도시 이름이 적힌 훈련장에서 탱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김정일이 바라보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 신문에 실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얼굴이 너무 작게 찍혔고 설명에 이름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훈련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에선 김정은이 빠져 있었구요. 나중에 김정일이 사망한 후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의 사진을 처음 공개한 것이 탱크 부대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포인트입니다. 김정일 사망 직후 2012년 1월 1일 첫 공식 활동 역시 류경수 제 105 탱크사단 방문이었습니다. ●이번엔 13세 소녀 김주애입니다. 지난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연속으로 공개된 군 관련 김주애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2월 27일에는 김주애가 저격용 소총을 들고 조준 사격을 하는 모습을, 3월 11일에는 군수공장 시찰을 하면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을, 그리고 20일에는 탱크를 탄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소총 → 권총 → 탱크. 3주 안에 세 번. 이것은 우연한 일정이 아닙니다. ● 어색한 사진을 공개한 북한의 의도군복·권총·탱크는 원래 어른 남성의 권력을 보여주는 도구였습니다. 13세 소녀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도 자연스러운 조합이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어색함을 마다하지 않고 꾸준히 김주애를 군사 현장에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 역시 이 장면을 어색하게 볼 것입니다. 그러나 사진 속 군 간부 누구도 어색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모두가 너무 자연스럽게 그 장면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비현실적인 장면을 현실처럼 굳히는 역할을 합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 인물은 이미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김주애의 탱크 사진은 단순한 훈련 참관 사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다음 권력을 사람들의 눈에 먼저 익숙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김정일·김정은의 후계자 이미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김주애의 경우는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국가정보원이 올해 2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주애가 이미 후계 내정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점도 함께 떠올릴 만합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 공연 이후 훼손된 잔디를 복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복구 비용은 사용자 원상복구 원칙에 따라 하이브 측이 부담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색의 조화 누군가 매화나무 가지에 빨간색과 흰색 실을 꼬아 만든 매듭을 묶어놨습니다. 활짝 핀 매화꽃이 한층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진해군항제 ‘벚꽃의 향연’… 서울 벚꽃, 평년보다 열흘 일찍 개화 29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서 열린 ‘제64회 진해군항제’를 찾은 시민이 벚꽃과 색색의 전시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진해군항제는 다음 달 5일까지 진해구 일대에서 열린다. 이날 서울에서도 벚꽃이 공식 개화했다. 평년보다 열흘 빠른 것으로, 서울의 벚꽃 개화는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에 지정된 왕벚나무 가지에 꽃이 세 송이 이상 피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창원=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겨울에 입었던 외투를 아직 세탁소에 제대로 맡기지도 않았는데 따뜻한 바람과 함께 전국 곳곳에 봄꽃 소식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남쪽 바닷가에서 시작된 봄기운이 어느새 내륙 깊숙한 지리산 자락까지 퍼졌고, 서울에서도 곧 분홍빛 물결이 시작될 예정이에요. ● 진해 군항제 —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의 현장경남 창원 진해구 여좌천 일대에서 제64회 진해군항제가 지난 27일 화려하게 막을 올렸습니다. ‘로망스다리’로 유명한 여좌천 벚꽃길은 이미 상당 부분 꽃망울을 터뜨리며 나들이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늘(29일) 휴일 오전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여좌천을 찾아 만개를 향해 치닫는 벚꽃 풍경을 즐겼습니다. 이곳에서 6km 떨어진 또 다른 관광 포인트인 경화역 부근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예전에는 기차가 섰던 역인데 지금은 폐역사만 남아 있습니다. 경화역 부근은 아직 꽃이 덜 피었지만 이번 주 초에 만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해 군항제는 4월 5일까지 10일간 진해구 전역에서 펼쳐집니다. ● 서울 벚꽃 — 이제 곧 시작됩니다서울에 계신 분들은 오늘 벚꽃을 보셨나요? 기상청은 29일 오늘 오후 “서울에 벚꽃이 피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기상청은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앞마당에 있는 왕벚나무 한 가지에서 세 송이 이상 벚꽃이 피면 개화 시작이라고 발표합니다. 최근 따뜻한 날이 이어지면서 서울에 벚꽃이 일찍 찾아왔습니다. 지난 해(4월 4일 개화)보다 엿새, 평년 (4월 8일)보다 열흘 일찍 폈습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벚꽃 축제인 여의도 봄꽃축제는 4월 8일~12일 개최 예정입니다. 석촌호수 벚꽃 축제는 3일 시작합니다. 올봄은 유독 빠르고 풍성하게 벚꽃이 찾아왔습니다. 진해의 벚꽃, 그리고 곧 만개할 서울 벚꽃까지 — 짧은 봄꽃의 계절, 놓치지 말고 꼭 즐기시길 바랍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9년 만에 범죄혐의자로 송환된 마약왕이 공항에서 던진 한마디필리핀에서 한국인 교민 3명을 사탕수수밭에서 총으로 쏴 살해하고, 두 차례 탈옥하고, 교도소 안에서도 텔레그램으로 국내 마약 유통을 지휘하던 박왕열이 9년 만에 이번 주 (25일)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송환이 성사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필리핀 국빈 방문 당시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직접 임시 인도를 요청한 결과였습니다. 9년간 풀리지 않던 문제가 정상회담 한 번으로 3주 만에 전격적으로 해결되었습니다. 그를 한국 당국이 직접 조사함으로써,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마약 유통망에 대한 수사가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습니다.이날 오전 7시 16분, 남색 야구 모자를 쓴 박왕열이 인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는 마스크 없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수갑을 가린 천 옆으로 문신이 보입니다. 경찰과 법무부 직원 수십 명이 에워싼 가운데 3분 만에 호송차에 실렸습니다.● 마약왕이 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유와 눈빛호송차로 이동하는 동안 박왕열은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대신 자신을 취재한 후 사건을 공론화시킨 방송국 소속 특정 기자를 알아보고 “너는 남자도 아니다”라는 말을 던졌습니다. 현장을 팔로우하던 사진기자들이 이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법적 판단과는 무관하게 이 장면은 보는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취재진에 노출되어도 된다는 경찰의 조언에도 박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국내로 송환되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이런 심리에 대해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SBS 라디오에 나와 “그가 권력감과 우월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발차기 했던 범인들현장 취재를 하다 보면 점잖은 사람들도 만나지만 험상궂은 형사 피의자를 볼 때도 있습니다. 범죄자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당당한 표정을 볼 수도 있고, 위협적인 눈빛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이 그런 경우입니다. 험악한 느낌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국민들에게 전해집니다. 과거에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습니다.2021년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두 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던 강윤성은 법원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이어 “보도 똑바로 하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취재진을 향한 발길질 가운데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사진은 종교연구가 탁명환 피살 사건의 피고인 임홍천의 모습입니다. 1994년 5월 20일자 뉴스입니다. 법정으로 호송되던 그는 자신을 둘러싼 보도에 불만을 품고 취재진을 향해 다리를 뻗었습니다.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몸을 비틀어 공격 자세를 취한 순간이 플래시와 함께 포착됐습니다. 좁은 복도에서, 놀란 기자들과 교도관의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앞에서 사진 찍던 카메라가 렌즈 안으로 들어오는 발을 그대로 잡았습니다. 엄청난 긴장감입니다.● 카메라 앞 마지막 연출압송 장면에서 피의자는 이미 사회적으로 패배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스스로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무죄를 주장할 수도 있고, 욕설을 할 수도 있고, 발길질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반성을 보여주는 침묵을 택하거나 고개를 숙일 수도 있습니다. 뉴시스의 기사에 따르면, “박왕열은 과거 국내에서 생참치를 수입해 백화점에 납품하던 촉망받는 기업인이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참치 해체쇼’를 선보이며 대중적 신뢰를 쌓았던 그는 사업 실패와 사기를 겪으며 타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 필리핀으로 건너간 그는 사설 카지노와 불법 도박 사업을 운영하며 범죄의 늪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혹시 동아일보 옛날 사진 중에 참치 해체쇼를 하고 있는 그의 사진이 있나 검색해 봤지만 특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참치 해체쇼를 취재하더라도 진행자의 이름을 따로 설명에 남겨놓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의 기억과 핸드폰 속에는 대중의 주목을 받던 퍼포먼스가 남아 있을 겁니다.취재진을 향해 소리치며 응시하던 박씨의 눈빛은 위협적이고 표독스러웠습니다. 그 눈빛은 취재진을 넘어 화면 너머 국민에게 전달됐습니다. 어제 27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수갑을 찬 채 다시 공개된 박씨는 이번에는 조용히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면서 그가 보여준 눈빛과 취재진을 무시하는 발언처럼 흉악범 호송 장면 가운데 지금도 여러분 기억에 남는 사진이나 영상이 있으신가요. 어떤 장면이었는지, 왜 기억에 남으셨는지 댓글로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백년사진이었습니다.● p.s. 아주 옛날에도 호송되는 범죄피의자를 촬영하는 경우가 있었더라구요. 사진이 있어 한 장 첨부합니다. <1926년 4월 3일 경성역에 호송된 광화문 우편국 공금 횡령범. 오사카에서 체포되어서 호송되는 사진>입니다. 오른쪽은 형사, 왼쪽 사람이 횡령범입니다. 사진출처는 매일신보입니다. 당시 동아일보는 ‘국제 농민회에서 위로 차 조선농민회에 보낸 응원 메시지 전문을 번역해 실었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한 달 반 가량 정간 조치가 취해진 상태’라 이 사진을 신문에 싣지 못했었다고 합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