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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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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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자베스 테일러 1932~2011]‘저승에서 보내온’ 부고 기사

    23일자 뉴욕타임스(NYT)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부고 기사 ‘할리우드 매력의 빛나는 최절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어 내려가던 독자들은 기사 뒤에 붙은 마지막 문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기사를 쓴 멜 구소 기자(사진)는 2005년 사망했습니다. 윌리엄 맥도널드 기자 등이 기사를 업데이트했습니다.” 35년간 4000여 건의 기사를 쓴 베테랑 기자였던 멜 구소는 영화 연극 전문기자로 활동하다 71세에 암으로 사망했다. 유명인의 예기치 않은 죽음에 대비해 미리 부고 기사를 써놓는 신문사 관행에 따라 테일러 생전에 부고 기사를 미리 써놓았던 것. NYT 부고면 담당 에디터 빌 맥도널드는 “구소가 생전에 써둔 기사가 너무 훌륭했다. 우리는 독자들이 이 기사를 즐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사는 4000단어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내용의 충실함에서 타 매체를 압도했다는 평을 들었다. NYT에 이미 사망한 기자가 써놓은 부고 기사가 실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3년 미국 코미디 황제 밥 호프가 100세로 사망했을 때 그의 부고 기사를 쓴 사람은 3년 앞선 2000년 사망한 빈센트 캔비 기자였다. 부고 기사를 미리 써두는 바람에 죽지도 않은 유명인의 부고 기사가 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2003년 미국 CNN 방송 홈페이지의 오류로 당시 멀쩡히 살아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밥 호프의 부고 기사가 게재돼 인터넷에 급속히 퍼졌다. 밥 호프의 경우 100세까지 장수하는 동안 생전에 두 번이나 부고 기사가 실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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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국적軍, 다국적 기자 폭격할 뻔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인간방패’ 전략으로 다국적군의 공습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변경되고 있다. 이 과정에 트리폴리에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는 외신기자들이 하마터면 다국적군의 폭격을 받을 뻔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영국 데일리메일 22일자에 따르면 리비아 당국은 20일 밤 카다피 원수 관저가 폭격을 당하자 21일 아침 외신기자들을 폭격현장에 데려갔다. 이 가운데는 미국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 시간 트리폴리에서 2400km 떨어진 영국 동부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토네이도 폭격기들이 카다피 원수 관저에 3차 공격을 하기 위해 접근해오고 있었다. 폭격기들은 1.3t짜리 ‘스톰새더’ 미사일들을 카다피 원수 관저에 퍼부을 예정이었다. 폭격이 끝나면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곳을 때릴 작정이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3주 전 트리폴리에 잠입해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던 영국 특수부대 요원들이 목표물 주변에 민간인들이 몰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공격을 중지시켰다. 이 사건 때문에 CNN방송과 폭스뉴스는 22일 설전을 벌였다. 폭스뉴스가 이날 오전 영국군의 폭격이 CNN 등 외신기자들 때문에 중단됐다면서 카다피 정권이 외신기자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했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CNN 측은 “우리는 인간방패로 이용되지 않았으며 폭스뉴스의 보도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리비아 정부가 카다피 원수 관저가 3차 공격 목표가 될 것임을 알고 외신기자들을 현장에 데리고 갔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리비아 당국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텔레그래프는 리비아 당국이 버스를 동원해 ‘인간방패’를 데려오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특히 리비아 어린이들의 최대 명절인 21일 지방 학교에 6세 어린이들까지 모아놓고 바비인형과 기념물을 나눠주면서 카다피 원수 찬양 구호를 외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벵가지에서도 이곳까지 진주했던 카다피 병력이 민간인 속에 섞여버리는 바람에 프랑스군이 공격을 포기했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연합군의 정밀폭격과 인간방패를 의식한 공격 취소로 민간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측도 20일 오전 연합군의 1차 공습으로 64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2, 3차 공습 이후에는 민간인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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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국적군 리비아 공습]카다피 어디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사진)의 ‘최악의 악몽’이 되풀이됐다. 20일 오후 10시경 영국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리비아 트리폴리에 있는 그의 관저 단지인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 구내의 한 건물을 명중한 것이다. 영국군은 그 건물이 리비아 정부군의 지휘통제사령부로 쓰여 폭격했다고 밝혔으나, 리비아 정부 측은 행정동이라고 반박했다. 이 건물은 카다피 원수가 주로 외빈을 맞을 때 이용하는 대형 텐트 모양의 귀빈 영접실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리비아 국영TV는 20일 폭발로 폭삭 주저앉은 건물을 공개하면서 사람들이 미사일의 잔해를 쳐들어 보이는 장면도 방영했다. 면적 6km²인 바브 알아지지아는 1986년 미군의 공습을 받았던 곳이다. 당시 카다피 원수가 사택으로 쓰던 관내 건물이 폭격을 받아 무너졌고 15개월 된 수양딸이 숨졌다. 카다피 원수는 이 집을 수리하는 대신 ‘반미의 상징’으로 남겨두는 쪽을 선택했다. 서방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자 인간방패를 자청하며 나온 수백 명의 리비아 시민들은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를 에워쌌다. 미사일 공격을 당한 건물에서 시민들이 있던 곳까지는 400m 정도 떨어져 있다.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 피해 정도와 미사일 공격 당시 카다피 원수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군의 카다피 관저 공격이 리비아 군사작전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미국 영국 프랑스의 견해차를 드러낸 상징이라는 관측도 많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20일 “군사 개입의 당면 목표는 카다피 축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리엄 폭스 영국 국방장관은 21일 “카다피는 합법적인 공격 목표”라고 말했다. 카다피 원수가 리비아군의 수뇌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카다피 관저 폭격이 직접적으로 카다피 원수를 노린 것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번 군사작전은 가장 근본적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작전의 목표가 단순히 리비아 국민을 정부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주 전 공언한 대로 카다피가 권좌에서 떠나는 데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다피의 행방은 20일 새벽 국영 TV를 통해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전화 연설을 한 이후로 묘연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8일 밤이었다. 1986년 관저를 피격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완벽한 보호시설에 들어가 있을 것이며 신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추정이 우세하다. 그가 현재 트리폴리가 아닌 친위부대가 장악하고 있는 다른 도시에서 지내고 있다는 설도 유력하다. 리비아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카다피가 자신이 성장한 남부 소도시 세브하를 요새로 바꾸어 놓아 그곳에 숨을 확률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카다피군은 현재 벵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를 재탈환한 상태이기 때문에 카다피가 몸을 숨길 수 있는 지역은 많다.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20일 서방의 군사 개입으로 카다피가 퇴진할지를 묻는 질문에 “물러난다고? 왜?”라고 반문하며 “아버지가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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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던져 공습 방해 ‘리비아 인간 방패’는… 대부분 아이-여성

    서방 연합군이 리비아 주요 시설물에 여러 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폭탄을 퍼붓자 리비아 정부는 인간방패 작전으로 맞서고 있다. 카다피 관저와 군사 시설물 인근에는 리비아인 수천 명이 모여 국기를 흔들며 반서방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이 자원했는지, 강제로 동원됐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리비아 정부 초청으로 20일 이들 군중을 취재한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는 “대다수는 아이와 여성이며 일부는 카다피 친위부대원의 가족”이라고 전했다. 남편이 군인이었다는 52세 여성은 자녀 6명을 데리고 나왔고, 마흐무드라는 이름의 열 살 소년도 “지도자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카다피 원수가 신격화 리더십으로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해온 데다 그 자신이 카다파 부족의 부족장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인간방패 가운데는 자원한 사람도 적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앞으로 서방과의 대치상태가 길어지면 카다피 정권이 무고한 시민들을 인간방패로 동원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강제동원이든 자원자든 인간방패 민간인 가운데 인명 피해가 늘어나면 전쟁의 양상은 크게 바뀔 수 있다. 카다피 정부는 1차 공습 직후부터 “민간인 64명이 숨졌다”며 선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연합군 측은 “민간인 희생은 알려진 바 없다”며 “연합군은 군사시설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특화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간방패 작전은 이미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 리엄 폭스 영국 국방장관은 21일 “영국 동부 기지에서 발진한 토네이도 폭격기들이 리비아 목표물을 폭격하기 위해 2400km를 날아갔지만 주변에 민간인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폭격을 중단하고 돌아왔다”고 밝혔다.인간방패는 비무장 민간인이나 노약자, 어린이들을 내세워 적의 공격을 억제하려는 비정규전의 일종이다. 비열한 전술이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현재까지 전쟁에서 광범위하게 운용돼 왔다. 최근만 해도 1995년 보스니아내전 때 세르비아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추가 공습을 막기 위해 탄약저장고 쇠기둥에 유엔군 포로 3명을 묶어놓고 그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강제로 쿠웨이트인들을 군사시설과 대통령궁 주변에 인간방패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인간방패 작전도 상대가 똑같이 비인도주의적으로 나올 때는 별 효과가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이 소련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앞세워 진격해오자 이오시프 스탈린 원수는 “자기 뜻이 아니라 해도 적을 돕는 자는 적”이라며 “인간방패를 쏘지 않는 부대 역시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명령을 내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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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국적군, 리비아 폭격]카다피의 선택과 리비아의 미래는

    다국적군이 19일 전격 공습에 나서자 무아마르 카다피 진영은 ‘인간방패 작전’으로 대응했다. 폭격으로 시민들이 죽어나갈 수 있다고 선전함으로써 카다피군의 무차별 학살로부터 무고한 시민을 지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서방의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고도의 전술로 보인다. 앞으로 서방국가들의 공습은 인간방패를 의식해 상당 부분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일 카다피 측은 자신의 지지자 수백 명을 인간방패로 동원했는데 그 가운데는 친위대원의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과 어린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 카다피의 선택… 마이웨이냐 협상이냐 카다피 원수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하나는 다국적군 공습을 무릅쓰고 벵가지 공격을 다시 강행하는 것이다. 리비아 정규군과 반군의 압도적인 전력차를 감안할 때 벵가지를 점령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압도적 화력을 자랑하는 다국적군의 공습을 피할 수가 없다.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카다피 정권을 지탱해주는 리비아 정규군은 재기가 불가능할 만큼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반카다피군이 다시 전열을 재정비한다면 카다피 원수의 운명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두 번째 길은 인간방패 작전을 계속하면서 서방세계의 공습을 차단하면서 국제사회와 협상을 통해 장기전을 벌이는 것이다. 카다피 원수의 신변 안전을 보장받고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 대부분 지역의 카다피 통치권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비행금지구역 운영에는 막대한 인력과 재정이 수반되므로 장기전이 될수록 국제사회의 피로도가 커질 수 있다. 카다피 원수는 19일 다국적군의 공격을 ‘식민지화를 위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또 무기고를 개방해 100만 명 이상의 국민에게 무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외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향후 있을 수 있는 다국적군의 지상군 투입에 대비한 엄포용일 수 있다. ○ 지상군 투입 가능성 부인하는 서방국 다국적군의 공습 명분은 ‘리비아군의 폭력적 진압에 따른 시민 보호’다. 미국은 물론 다른 서방국가들은 이번 공습이 대량 인명 살상을 막으려는 인도주의적 목적 때문이지 카다피 정권의 축출을 위한 행동은 아니라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향후 리비아군이 군사행동을 중단하면 서방국가도 리비아를 공습할 명분을 찾기 힘들다. 이 경우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와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가 어느 한쪽도 먼저 움직이기 힘든 장기적인 대치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리비아 상황은 1990년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지역 쿠르드족과 대치했던 모습과 흡사하다. 1991년 걸프전 이후 후세인 정권에 의한 쿠르드족 학살을 우려한 서방은 북위 36도 이북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북부 지역은 2003년 미군이 바그다드로 진주할 때까지 후세인 정권의 통치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자치구로 존재해왔다. 향후 리비아도 동부 지역이 카다피 통치에서 벗어나 자치권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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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東日本 대지진]방사능 공포 확산… 후쿠시마 엑소더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폭발에 따른 ‘방사능 공포’가 날로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일본 거주 자국민들을 서둘러 대피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대사관까지 옮기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16일 대사관을 도쿄에서 오사카로 옮기는 조치를 단행했다. 주일 독일대사관은 일부 직원을 오사카 총영사관으로 이동시켰다. 러시아 외교부도 대사관 가족들과 영사관, 기업 및 정부기관 고용원들을 18일부터 도쿄에서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전세기를 이용해 자국민들을 홍콩으로 철수시키고 있다. 특히 지진해일(쓰나미)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자국민에겐 항공료를 부담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프랑스 스위스 세르비아 호주 등도 도쿄 북쪽지역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철수와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 정부는 15일부터 전세버스 수십 대를 동원해 지진 피해 지역의 자국민 3000여 명을 도쿄 나리타공항과 서부 해안의 니가타공항으로 대피시킨 데 이어 대사관 직원 및 가족 철수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정부도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독려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자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미국 정부도 17일 태도를 바꾸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자국민들에게 후쿠시마 원전에서 80km 떨어진 곳으로 피신할 것을 권고했던 미국은 17일부터는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의 철수를 도울 방침이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교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은 확고하지만 방사능 피해 확산과 관련한 과학적,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 아직까지 교민 철수는 상황을 더 지켜본 뒤 결정한다는 견해다.아사히신문은 17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400km 떨어진 시즈오카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세슘134 등 5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미량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하마오카 원전을 운영하는 주부(中部)전력이 전날 “하마오카 원전은 안정되게 돌아가고 있다. 주변 방사능 수치도 변동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날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이런 상황에서 방사능 오염에 따른 직접 피해보다는 일본인들의 공포와 불안이 빚는 정신 건강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자들을 연구해 온 미국 스토니브룩대 에벌린 브로멧 의학박사는 16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원전 사고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소량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너무 두려워하는 바람에 공포와 장기적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린다. 일본인들도 (그럴까 봐)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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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東日本 대지진]“지진 순간 원전 천장 벌어지면서 물 뚝뚝”

    외벽이 폭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서 지진이 강타했을 당시 벌어졌던 일들이 현장 근로자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요미우리신문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11일 오후 1호기 건물 내에 있던 하청업체의 한 남성 직원은 서 있기 힘든 강한 진동이 일어나자 일반적인 지진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어 정전되면서 비상등이 켜졌고, 천장 배관의 이음매가 벌어지면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직원은 “원전 배관에서 나온 물이면 방사능에 오염됐을 수 있기 때문에 누수는 절대 만지지 말고 신고하라는 규정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방호복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 누군가가 “피해!”라고 소리쳤고 이 직원은 출구가 있는 1층으로 뛰어갔다. 달리는 순간에도 여진은 이어졌다.1층에는 뛰쳐나온 근로자들이 뒤엉켜 있었다. 밖으로 나가려면 작업복을 갈아입고 피폭량을 측정해야 하지만 측정기는 단 한 개뿐이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 사이에서 “빨리 해”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그는 “TV를 통해 12일 오후의 수소 폭발 장면을 봤는데 거기에 갇힐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다리가 떨린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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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8.8강진-쓰나미 대재앙]‘진앙’ 日동북부지역 아비규환

    1923년 간토(關東) 대지진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11일 일본은 동시다발의 무차별 폭격을 받은 듯한 충격에 빠졌다.이번 지진의 진앙인 일본 동북부 지역은 주요 도시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도심이 물에 잠기는 등 최악의 재난 상황이 연출됐다. 사상자가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돌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와 실종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사망-실종지진에 이은 최고 높이 10m의 쓰나미에 휩쓸린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 시 와카바야시(若林) 구 아라하마(荒濱) 해변가에서는 익사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 200∼300구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지진 발생 직후 대형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고 동북부 태평양 연안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대피령을 내렸지만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시민들이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 지역에서는 1200가구가 쓰나미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미야기 현에서는 조선소 근로자 100명이 탄 배가 쓰나미에 휩쓸리며 실종돼 일본 해상보안청이 수색작업에 나섰다. NHK방송은 미야기 현 경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배 실종 사실을 전하며 현재까지 배의 행방과 탑승자 생존 여부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배는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石卷) 시의 한 조선소가 항구에 정박시켜 놓고 제작하던 것이다. 또 JR 센세키(仙石) 선 노비루(野蒜) 역 부근에서 연락이 끊겼던 열차 2대 중 1대는 탈선했고 나머지 1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미야기 현 경찰이 전했다. ○ 센다이 참상센다이 시와 인근 나토리(名取)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토리 강 주변 도로에는 밀려오는 바닷물을 피하려는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지만 평지로 내려선 물결의 이동속도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가용보다 빨랐다. 미처 피하지 못한 차량이 그대로 바닷물로 휩쓸려 들어가는 모습이 NHK를 통해 생중계됐다. 일본 전문가들은 “쓰나미가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규모”라고 말했다. 센다이 시 교외에서도 대피하는 차의 뒤를 엄청난 기세의 물결이 쫓아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센다이 시 도심 빌딩 곳곳에선 화재가 잇따르며 검은 연기가 주변으로 퍼졌고 센다이 만에 가까운 센다이 공항에서는 승객들이 공항 빌딩 옥상으로 대피한 모습이 방송 영상을 통해 전해졌다.센다이 시 중심가 도로에는 깨진 유리가 흩어졌고 건물에서 뛰쳐나온 이들로 혼잡을 이뤘다. 시민들은 “불과 이틀 전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또 무슨 일이냐”며 얼굴이 새파래진 채 휴대전화로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서로 부둥켜안거나 길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대규모 정전으로 10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고 중심가 빌딩 외부의 등도 꺼졌으며 신호등도 마찬가지였다. 주변 간선도로는 대규모 정체를 이뤘다. 센다이 시내 나카노초등학교 옥상에는 시민 600여 명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난 뒤 미야기 현 청사의 직원들이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가 하면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하는 바람에 복도에 물이 넘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센다이 시에서는 시민 6만∼7만 명이 200여 곳의 대피소로 피신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인구 4만 명 어촌, 300채 가옥 파손미야기 현 인구 7만4000여 명의 게센누마(氣仙沼) 시에서는 시가지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 불이 나 수천 채의 가옥이 불탔으며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고 NHK방송이 이날 육상자위대 도호쿠(東北)방면대를 인용해 보도했다. 거대한 불기둥이 곳곳에서 치솟았고 검은 연기가 온 도시를 뒤덮였다. 화염의 폭과 길이가 수 km에 달해 마치 산불이 난 듯했다. 게센누마코요(氣仙沼向洋)고등학교는 건물 4층까지 물에 잠긴 가운데 미처 대피하지 못한 교직원 50여 명이 건물에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야기 현 남쪽 후쿠시마(福島) 현에도 높이 7m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도쿄에 인접한 사이타마(埼玉) 현의 에도가와(江戶川) 제방이 50m가량 무너져 역류한 바닷물이 주변을 휩쓸었다. AFP통신은 교도통신을 인용해 후쿠시마 현의 한 댐이 붕괴돼 수많은 가옥이 쓸려 내려갔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현 북부 해안가 30km 거리에 늘어선 주택 1800여 채가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기 현 북쪽 이와테(巖手) 현 오후나토(大船渡) 항에도 최고 10m 높이의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인구 4만 명의 어촌마을인 오후나토에서는 가옥 300여 채가 파괴됐다. 1960년에도 막심한 쓰나미 피해를 보았던 이 마을에 다시 한번 재앙이 닥친 것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 마을에서는 이날 오후 10시 현재 10명이 숨지고 고등학생 23명을 비롯한 48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테 현 미야코(宮古) 시의 양로원 ‘케빈 하우스’에서는 노인과 직원 수십 명이 쓰나미에 휘말려 실종됐다. 한편 방위성은 도호쿠 지방을 중심으로 한 지진 피해 지역과 가까운 자위대 부대에 비상 대기 명령을 내렸고 출동 요청을 한 미야기 현 등에 잇달아 병력 8000명을 투입했다.○ 트위터 통해 비극 전파트위터를 통해서도 동북지역의 참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날 오후부터 전화가 대부분 불통돼 전파력이 빠른 단문 블로그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것. 센다이는 현재 연안 지역과 항만 주변 논밭에 거대한 쓰나미가 덮쳐 일대가 물바다로 변한 상황이며 공항도 활주로까지 침수돼 폐쇄됐다. “해일이 센다이 시 밭을 삼키고 있다”는 내용은 물론이고 “직계 가족의 안부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등 극도로 불안한 심리를 보여주는 글도 많다.센다이 시 홈페이지는 현재 접속 불능 상태다. 센다이 역은 폐쇄됐고 육교는 균열이 생겨 붕괴 위험이 있으며 전기와 가스, 수도 공급도 중단되는 등 현지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글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ID가 ‘harukaruha44’인 일본인 트위터 이용자는 “센다이가 암흑이다. 기차역이 캄캄하다. 택시도 자동차도 백화점도…(깜깜하다)”란 짧은 글로 충격을 대신했다. ‘xo7maxo’란 트위터 이용자 역시 “사람들은 정전이라서 지금 정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헬리콥터랑 사이렌 소리, 비명밖에 안 들린다”고 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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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국가들, “이러다 튀니지-이집트 꼴 날라”

    아랍권 시민혁명의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음에 따라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잇따라 유화정책을 내놓고 있다. 사태를 방치할 경우 튀니지와 이집트처럼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위가 격렬하게 진행 중인 바레인은 7일 정부가 직접 나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용주택 5만 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만성적인 주택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최소 20억 바레인 디나르(약 50억3200만 달러)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바레인 정부는 앞서 정치범을 석방하고 일자리 2만 개 창출도 약속했다. 한 달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예멘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전국의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대화를 제의했다. 2013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시위대가 이를 수락하지 않자 다른 협상카드를 빼든 것. 하지만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신 사이드 누만 야당 대표는 “살레 대통령이 연말까지 퇴진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고 즉각 거부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이날 정부기관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반부패 기구의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왕실도 조사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며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집트에서는 과거 청산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당국은 7일 과거 정권의 부정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문서를 소각 폐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보기관 관리 47명을 체포해 조사하기로 했다. 에삼 샤라프 신임 총리는 6일 내무, 외교, 법무장관을 교체했다. 한편 쿠웨이트에서는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2006년 취임한 셰이크 나세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모로코에서도 일부 반정부 세력이 거리로 몰려나오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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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랩턴 “마약센터 운영비 마련”… 기타 70대 선뜻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영국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66·사진)이 사용하던 기타 70대와 앰프 70대가 경매에 나온다고 AP통신이 4일 보도했다. 경매는 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며 수익금은 전액 과테말라 안티과 시에 있는 ‘크로스로드 알코올·마약치료센터’의 운영비로 쓰일 예정이다. 이 센터는 1970년대 한때 헤로인에 중독됐다 이를 극복해낸 클랩턴이 1998년에 건립했다. 그는 1999년과 2004년에도 센터 운영비 마련을 위해 경매 행사를 열었다. 이번에 나오는 경매품 중에는 2005년 런던과 뉴욕에서 열린 영국 록그룹 ‘크림’의 재결성 무대 때 사용됐던 기타도 있다. 클랩턴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이 기타의 낙찰가는 2만∼3만 달러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경매 사상 최고가 기타는 클랩턴의 기타다. 클랩턴이 직접 조립해 1970년부터 1985년까지 사용했던 ‘블랙키’라는 전자기타로 2004년 6월 뉴욕 경매에서 95만9500달러에 낙찰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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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테러와 전쟁, 방관땐 유럽 공격 당할 것” 카다피 또 궤변

    “우리는 지금 ‘테러와의 전쟁’을 하고 있는데 왜 국제사회는 도와주지 않는가?”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사진)의 궤변 행보가 상식을 벗어난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카다피 원수는 6일 프랑스 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리비아가 수년간 테러와의 전쟁에 힘써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국제사회가 리비아 정부에 도움을 주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카다피 원수는 리비아 내 반정부 시위를 알카에다가 배후 조종하는 이슬람 성전으로 규정하고 서방국가들은 리비아 사태를 방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을 겨냥해 “오사마 빈라덴이 북아프리카에 부하들을 배치하면 당신들은 문턱에서 알카에다를 맞게 될 것이며 이들이 유럽으로 난입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향해서도 이탈리아에 사령부를 둔 미 6함대가 알카에다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다피 원수는 이날 유엔과 아프리카연합에 리비아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조사단이 방해받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카다피 원수는 6일 발매된 영국 주간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산 해외 은닉 의혹과 관련해 “그런 주장을 하는 외국 지도자들에게 ‘외국은행에 만약 내 돈이 예치된 게 있다면 1디나르라도 가져와 보라’고 되묻고 싶다”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한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6일 카다피 일가족의 자산을 동결하고 자금이체를 금지시켰다. 이에 앞서 4일에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카다피 일가와 핵심 측근 16명에 대해 불법 자산 은닉, 폭발물, 범죄 관련 용의자에게 적용하는 ‘오렌지색 경보’를 발령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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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군 폭격기 동원 반격 시도… 위성도시 자위야 탈환은 실패

    리비아 내 주요 도시를 놓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진영과 반정부 시위대 사이에 격렬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카다피 원수의 막내아들 카미스가 지휘하는 정예여단이 반정부 시위대에 장악된 수도 트리폴리 인근 도시의 탈환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저녁 수십 대의 장갑차와 탱크를 앞세운 카미스 여단은 전날 반군에게 장악된 자위야 시를 6개 방향에서 공격했다. 자위야는 트리폴리에서 불과 5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성도시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6시간여에 걸친 야간전투 끝에 카미스 여단의 도시 진입을 막았다. 한 시민은 휴대전화로 “반정부 시위대는 로켓추진총류탄(RPG) 공격으로 카미스 여단의 탱크 한 대를 격파했으며 병사와 용병 8명을 사살했다”고 전했다.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km 떨어진 리비아 제3의 도시 미스라타 인근 공군기지에서도 지난달 27일 밤부터 시작된 정부군과 반정부 시위대 간의 교전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정부군은 공군기지의 일부를 점령했지만 무기고를 포함한 기지 대부분은 여전히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하고 있다. 또 반정부 시위대는 미스라타 시내에서 라디오 방송시설을 파괴하려는 정부군 헬기를 대공화기로 격추해 승무원들을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외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리비아 공군이 지난달 28일 트리폴리 동부 아즈다비야 지역의 병기창을 폭격했다고 전했지만 리비아 국방부는 부인했다. 현재 카다피 원수를 지지하는 정부군은 수도 트리폴리와 카다피 국가원수의 고향인 수르트 등 서부 일부 지역에서만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 지도부는 모든 군사력을 결집해 카다피 원수의 마지막 아성인 트리폴리로 진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P통신은 1일 벵가지 시에 반군 자원자 5000명이 모여들었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수르트 등 카다피 원수를 지지하는 세력이 지배하는 일부 도시를 우회해 트리폴리로 진격할 계획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모든 면에서 정부군에 열세지만 일단 트리폴리 진입에 성공해 시가전을 벌이면 이 같은 열세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전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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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중조기경보통제기 7월 한국 첫 배치”

    독자적인 정보수집과 정찰 능력을 갖춘 미국 보잉사의 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사진) 1대가 올해 7월 한국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미국의 국방주간지 디펜스뉴스가 1일 보도했다. 디펜스뉴스는 한국 방위사업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에 인도될 737 조기경보기 4대 중 첫 번째 1대가 지난해 6월 시험비행을 마치고 현재 실용화 시험 및 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기종 시험 및 평가 작업이 이달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2006년 한국 공군의 조기경보기 사업에 16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보잉사에서 737 조기경보기 4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7월에 배치되는 조기경보기는 그 첫 번째로 한국에 완성품 형태로 납품될 예정이다. 조기경보기 사업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군의 독립적 작전수행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핵심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대 항속거리가 7000km이며 8시간의 초계비행을 할 수 있는 조기경보기가 도입되면 한반도 상공의 상시 감시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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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트리폴리 ‘피의 금요일’]광장에 나온 카다피 건재 과시

    트리폴리 도심에서 정부군과 용병들이 시위대에 발포한 후인 25일 밤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가 갑자기 녹색광장을 굽어보는 붉은성(城) 성곽 위에 나타났다. 털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차림의 그는 자신의 사진과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흔들며 “리비아는 카다피를 사랑한다. 우리는 시위대와 싸워 이길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시위대에게 복수하라. 무기 창고는 나를 위해 싸우려는 이들에게 열려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무기고를 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영 TV가 생중계했다. 앞서 그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25일 방송된 CNN튀르크 방송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결코 리비아의 원유시설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권 붕괴 상황과 관련해 ‘예비계획(backup plan)’을 갖고 있다며 “플랜 A, 플랜 B, 플랜 C 모두 리비아에서 살고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국영 TV는 이날 모든 가구가 식량보조금 500리비아디나르(약 45만 원)를 지급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일부 공무원의 급여가 150% 인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 환심을 얻기 위한 조치를 뒤늦게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전국 곳곳에서도 국지전이 벌어졌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자위야에서는 24일 4시간 동안 이어진 교전으로 100여 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쳤다. 정예군대와 용병부대로 이뤄진 카다피군은 대공무기와 자동화기 등을 동원해 자위야 이슬람사원에 모여 있는 반정부 시위대 2000여 명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시위대는 일부가 총과 칼로 무장하고 있었으나 화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고, 카다피군이 발사한 대공미사일에 사원의 첨탑이 파괴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카다피군은 결국 자위야를 되찾는 데 실패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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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 TV연설서 또 독설

    이틀 만인 24일 국영TV를 통해 음성메시지를 내보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가 반정부 시위를 조종하고 있다며 ‘알카에다 배후설’을 강력히 주장했다. 카다피 원수의 음성메시지는 토크쇼 도중 방영됐다. 그는 반정부 시위대를 지칭해 “당신들은 오사마 빈라덴(알카에다 지도자)의 추종자다. 알카에다가 준 마약에 중독됐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날 메시지는 친위부대와 반정부 시위대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자위야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자위야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중소 도시다. 카다피 원수는 알카에다는 리비아가 직면한 여러 문제의 배후라고 지적하고 “자위야에서 벌어진 일은 그냥 소동이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은 이런 소동에 말려들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카다피 원수는 또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무장 청년들은 미국과 서방세계가 선동한 사람”이라며 미국에도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선동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국민들이 나서서 그들을 체포해야 한다고 했다. 카다피 원수는 “리비아 상황은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다르다”라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또 “그들(외부세력과 알카에다)은 우리를 질시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무슬림이다. 우리는 미국에 의해 다투고 있다. 빈라덴 테러리스트들이 이 세계를 해체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들이 머신건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힘이 없다. 나는 어떤 권한(authority)도 없다. 나는 1977년부터 모든 인민에게 권한을 주었다”라는 주장도 폈다. 이틀 전 주먹으로 책상을 두들기고 고함을 치던 때와 달리 이날은 시종 빠른 어투였으며 내용도 분노보다는 설득, 비난에 치중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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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시 텍사스자택 폭탄테러 계획 사우디 국적 20세 남성 체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댈러스 자택 등을 폭파시킬 목적으로 폭발 물질과 장비를 구입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학생이 체포됐다고 24일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23일 용의자 칼리드 알리엠 알다사리 씨(20)를 대량살상무기 사용 시도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국적의 알다사리 씨는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으며 현재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다. FBI에 따르면 그는 자신에게 쓴 ‘나이스 타겟’이라는 제목의 e메일에 수력발전소와 핵발전소 목록을 적었다. 또 ‘독재자(Tyrant)의 집’이라는 제목의 e메일에는 전 부시 대통령의 집 주소를 적어 놨다. 당국은 알다사리 씨가 폭발물을 감추기 위해 인형을 사용하려던 계획도 세웠으며 나이트클럽을 폭파시키려고 백팩에 인형을 숨기겠다는 생각도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25일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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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극’ 부른 美 인질구출작전

    미국 특수부대가 22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자국 요트 ‘S/V 퀘스트’호(사진)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미국인 인질 4명 전원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미국 시민이 살해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작전 책임을 놓고 파장이 예상된다. 해적은 2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체포됐다.이 요트는 17일 오만 영해에서 납치됐다. 사망한 미국인들은 두 쌍의 부부로 성경을 나눠주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세계를 항해하던 중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요트가 피랍된 직후부터 전함 한 척을 동원해 뒤를 따랐다.하지만 요트가 20일 해적의 본거지인 소말리아 북부 푼틀란드 주에 거의 도달하면서부터 미 특수부대의 구출작전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해적들이 이 정보를 입수해 경계를 강화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미 해군이 해적들과 협상을 벌이면서 한편으로 특수부대를 은밀히 접근시키던 중 요트에서 총소리가 났고 특수부대가 승선했을 때는 인질 전원이 사살된 뒤였다. 제임스 마티스 미 중부군사령관은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그동안 소말리아 해적은 미국의 상선이나 민간 선박은 거의 공격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테러범들과는 몸값 지불이나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마지막으로 미국 선박을 공격한 것은 2009년으로 당시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이 해적 3명을 사살하고 인질로 잡힌 선장을 구출한 바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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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질랜드 규모 6.3 강진… 교민이 전해온 현지상황

    “갑작스럽게 ‘꽝’ 소리가 나며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뉴질랜드 탁구팀 감독으로 크라이스트처치에 머무르고 있는 한종읍 씨(43)는 이곳에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씨는 “시내 복구와 구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3일에는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점심시간에 강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무너진 건물에 깔린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특히 현지 교민들은 “지진 당시 도심의 교민식당 사무실 등에 한국 사람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인 피해가 많을 것을 걱정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한 교민은 “가장 피해가 극심한 도심에 한국음식점 대부분이 몰려 있고 교민이 운영하는 미용실 옷가게 등도 상당수 있다”며 “현재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모두 차량 진입이 통제돼 있고 도심 한가운데는 아예 사람도 들어가지 못해 피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강진으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고층빌딩 안에 고립됐다가 이 중 2명이 구조됐다. 고립된 2명은 지인을 통해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알려왔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교민 약 4000명이 살고 있다. 외교부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교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은 진앙에서 거리가 있어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은 크라이스트처치 도심 동남쪽에서 발생한 반면 교민 마을은 도심에서 서쪽으로 10km가량 떨어져 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순복음교회 조상호 목사(50)는 “현재까지 우리 교회에 다니는 교민 300여 명은 비교적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한인 밀집지역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 한국학교 황선하 교장(67)도 “학생 120명과 가족 모두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현지 시간 23일 오전 1시경) 교민 인명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한편 크라이스트처치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있었지만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시 아라온호와 관련 인력 75명이 체류 중이었다. 70명은 아라온호에 타고 있어 지진 여파를 받지 않았다. 5명은 호텔에 있었지만 안전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전기끊긴 암흑도시… 시민들 부슬비 맞으며 구조 안간힘 ▼크라이스트처치 표정22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뉴질랜드 정부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통신망이 두절된 데다 도로 곳곳이 파괴돼 피해 실태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이날 저녁 해가 지면서 전기 공급이 중단된 도시는 암흑에 묻혔다. 설상가상으로 여진을 우려해 건물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머리 위로 부슬비까지 내렸다. 어둠 속에서도 일부 시민은 무너진 건물에서 피를 흘리며 빠져나오는 생존자들을 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했다.긴급 출동한 소방대원들과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은 무너진 건물을 파헤치며 필사의 구조작업을 펼쳤다. 건물 잔해 속에서 발굴된 시신들에는 온기가 남아 있었다. 거리에는 소방차와 구급차의 사이렌이 어지럽게 울렸다. 재난당국은 100명 이상이 건물 잔해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길을 지나던 버스 2대도 붕괴되는 건물의 잔해에 깔려 승객 중 일부가 숨졌다. 인도와 차도는 곳곳이 균열되고 뒤틀렸다. 곳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회색 연기 기둥이 피어올랐고, 상하수도 파이프가 터지면서 일부 거리는 물바다가 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크라이스트 처치는 남섬 최대도시… 한국인 조기유학지로 인기 ▼ 인구 37만6700명(2010년 기준)으로 뉴질랜드에서 오클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영국국교회 신도가 1840년에 세운 이 도시는 공원이 많아 ‘정원 도시(The Garden Cit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도시의 상징인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 광장을 중심으로 도심에 상가와 주거지가 밀집돼 있다. 현재 이곳에는 4000여 명의 한국 교민과 유학생이 살고 있다. 영어권 국가이면서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전한 도시라는 장점 덕분에 인기 있는 조기유학지로 꼽힌다. 또 오클랜드보다 한국인이 적고 기초 생활비가 싸서 한국 어학연수자나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초반부터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캔터베리대 공대와 링컨대 농대가 유명하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201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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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내전 위기]리비아 군복 입은 용병들 무차별 난사

    리비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 진압에 외국인 용병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제위성뉴스채널인 프랑스24는 21일 “리비아 정부가 차드 모리셔스 기니 등 사하라 이남 국가 출신 용병들을 동원해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트리폴리 동쪽 미티가 군공항에서 수백 명의 용병이 군용기에서 내리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인터넷에도 시위대에 체포된 용병들의 동영상 등이 올려져 있다. 리비아 군복을 입고 정규군으로 위장한 용병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난사하고 여자와 아이들까지 폭행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인 용병 루머’와 관련해 리비아와 북한의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1980년대 초부터 많은 건설 노동자와 의료진을 리비아에 상주시켜 왔다. 현재 리비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는 1000명, 의료진은 500명 정도다. 리비아에 무기를 판 전력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용병으로 파견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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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선 리비아]벼랑끝 카다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사진)는 현존하는 집권자 중 가장 오래 권좌에 앉아 있다. 21일로 집권 41년 173일째다. 그는 1980년대 이후 미군 폭격 등 20여 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암살 위협에 직면하면서 많은 날을 사막의 텐트에서 기거했다. 카다피는 만 27세에 권력을 손에 넣었다. 1969년 대위였던 그는 11명의 청년장교들과 함께 무혈 쿠테타를 성공시켰다. 곧바로 혁명평의회를 구성해 스스로 의장에 올라 왕정을 폐지하고 리비아아랍공화국을 선포했다. 이후 영국군과 미군이 철수하자 석유산업을 포함한 주요산업의 국유화를 단행했고 외국인의 재산을 몰수했다. 1977년에는 사회주의와 이슬람주의, 범아랍주의를 융합한 ‘자마히리야(인민권력)’ 체제를 선포하고 인민 직접민주주의 구현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 체제는 실상 의회제도와 헌법을 폐기한 독재권력이었다. 2년 뒤인 1979년부터 그는 서방과의 관계단절을 통해 아랍권의 맹주가 되려는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5년 12월 로마와 빈에서 동시에 발생한 폭탄 테러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며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1986년 3월 미국과 영국 연합군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대규모 보복 공습을 받았고 1988년에는 270명의 희생자를 낸 팬암기 폭파사건 개입 의혹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됐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 자진 폐기 결정 때까지 오랜 고립기간을 지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는 우호적이었다. 1980년 한국과 대사급 국교관계를 맺고 2006년 9월에는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를 접견했다. 당시 한국은 리비아의 핵 폐기 경험을 북한에 전수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지난해 6월 주리비아 한국대사관 직원의 추방으로 4개월간 지속된 양국의 외교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대국민 연설’ 차남 사이프가 나선 까닭 ▼‘친서방-개혁’ 이미지로 정국 수습 노려 격화하는 반정부 시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21일(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에 나선 인물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아닌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39·사진)이었다. 사이프는 아버지가 권력을 잡은 뒤(1969년) 태어났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영어실력이 뛰어나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쓴 경력도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리비아 친서방화의 얼굴이자 개혁개방의 희망’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대표적인 친서방파이자 개혁파로 알려졌다. 현재는 공식 직함이 없지만 지난해까지 카다피국제자선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현재 카다피 국가원수의 후계구도는 차남 사이프와 4남 무타심(37)으로 압축돼 있다. 장남 무함마드(리비아올림픽위원장)와 3남 사디(리비아축구협회장)는 정치에 뜻이 없어 일찌감치 후계구도에서 탈락했다. 사이프가 개혁적 마인드로 리비아의 보수파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데 반해 4남 무타심은 보수파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사이프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군 중령 출신의 무타심은 현재 공안정보 분야를 총괄하는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고 있다. 그런데 왜 사이프가 나섰을까. 워싱턴의 중동문제전문가 데이비드 스쳉커 씨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즐기는 카다피의 성향 때문”으로 분석했지만 또 다른 전문가는 “사이프가 갖고 있는 대내외적인 좋은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풀이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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