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국가, 종파 따라 시위보도 ‘극과 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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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종주국 사우디, 시리아 시위만 신속보도…
바레인-예멘 소식은 통제… 시아파 이란은 정반대로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저마다 반정부 시위 열풍에 맞닥뜨려 있는 북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의 정부와 언론은 이웃 나라의 시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다들 ‘제 코가 석 자’인 이들은 이웃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 자국과의 외교관계에 근거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국과 사이가 좋은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시위에 대해서는 ‘동병상련’에서 축소 보도를 하고, 앙숙인 나라의 반정부 시위는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지역 언론들은 상당수가 국영이거나 정부의 강한 검열과 통제 속에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수니파 국가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 언론들은 인접한 수니파 국가인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 소식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간혹 다룬다 해도 정부가 시위대를 향해 취한 유화적 움직임을 주로 보도한다. 반면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리아의 시위 소식은 정부의 강경 탄압과 시위대의 목소리 위주로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다. 시리아는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가 인구의 74%를 차지하는 수니파를 오랫동안 다스려 왔기 때문에 사우디로서는 눈에 거슬리는 존재다.

사우디 언론들은 예멘의 반정부 시위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예멘은 시리아와 비슷하게 30% 정도의 시아파가 70% 수니파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오랫동안 사우디 왕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한편 시리아 언론 보도에선 최근 사우디를 자극하는 대목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좋게 써주면 저쪽(사우디 언론)도 알아서 좋게 써줄 것”이라는 기대감의 발로라고 볼 수 있지만 사우디의 반응은 시원찮다. 시리아 언론은 리비아를 제외한 인접국 시위 소식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시리아 시위는 작게, 바레인과 예멘 시위는 크게 보도하고 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는 외부 개방도가 높아 아라비아 반도에서 언론 통제가 비교적 약한 나라다. 하지만 이들 국가 언론도 민감한 이웃나라 시위 소식보다는 공공의 적인 리비아 관련 소식을 자세히 다루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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