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지난해 연봉이 올랐다면 다음달 10일 건강보험료를 낼 때 평균 13만3000원을 더 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건강보험료를 정산한 결과 직장가입자 1340만 명 중 소득이 늘어난 827만 명이 건보료를 평균 13만3000원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대로 지난해 소득이 줄어든 258만 명은 평균 7만2500원을 돌려받는다. 나머지 255만 명은 소득이 그대로였다. 직장인은 전년(2014년) 연봉을 기준으로 우선 건보료를 낸 뒤 해당연도(지난해) 연봉 인상 또는 감소분을 반영해 이듬해(올해) 4월 건보료를 정산하는데, 이때 더 내거나 돌려받는 건보료를 정산보험료라고 한다. 2014년에 비해 연봉이 438만 원 올랐다면 지난해 보험료율(6.07%)을 적용해 약 26만6000원을 정산해야 한다. 사업장이 절반을 대신 내주니 직장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3만3000원이 되는 것. 정산보험료가 한 달 치 건보료보다 많으면 최대 10차례에 걸쳐 분납할 수 있다. 건보료를 1년에 한 번 정산하는 이 같은 방식은 ‘4월 건보료 폭탄’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복지부가 올해 1월부터 종업원이 100명 이상인 사업장(가입자 575만 명)에 월별 정산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앞으로 ‘폭탄’ 논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보공단은 2014년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한 금액의 비율인 ‘건강보험 보장률’이 63.2%를 기록해 2013년보다 1.2%p 올랐다고 밝혔다. 보장률이 오른 것은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2014년 8,9월부터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을 상대로 실시한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금액의 비율인 ‘건강보험 보장률’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올랐다. 19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건강보험 진료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13년 62%였던 보장률이 1.2%p 올라 6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9년 65%로 고점을 찍은 뒤 2010년 63.6%, 2011년 63%, 2012년 62.5%, 2013년 62%로 계속 하락해왔다.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일정한 수준의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건강보험이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보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4.9%)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보장률이 강화된 데에는 2014년 8~9월부터 실시한 선택진료비 축소 및 상급병실료 개선 등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에 힘입어 2014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돈은 전년보다 9495억 원 줄었다. 특히 선택진료비(5434억 원)와 상급병실 사용료(1893억 원)의 부담이 경감됐다.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보장률도 77.7%로 전년대비 0.2%p 올랐고, 치료비가 가장 많이 드는 상위 30위 질환의 보장률은 전년대비 1.7%p 상승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4년 12월 이후 시행된 보장성 강화 정책도 많기 때문에 보장률은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2015년도 건강보험료를 정산한 결과 직장가입자 1340만 명 중 소득이 늘어난 827만 명이 평균 13만3000원의 보험료를 추가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직장인은 전년(2014년) 연봉을 기준으로 우선 건보료를 낸 뒤 해당연도(2015년) 연봉 인상 또는 감소를 반영해 이듬해(2015년) 4월 건보료를 정산하는데, 이때 더 내거나 돌려받는 보험료를 정산보험료라고 한다. 소득이 줄어든 258만 명은 평균 7만2500원을 환급받게 된다. 이번 정산보험료는 이달 건보료와 함께 25일 고지되며, 5월 10일까지 납부하면 된다. 정산보험료가 이달치 건보료보다 많으면 직장 내 건보료 담당자에게 신청해 최대 10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할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50)는 ‘쿡방(요리 방송)’ 열풍을 이끌고 있는 인기 좋은 요리 연구가다. 거침없이 설탕을 사용해 ‘슈거보이(sugar bo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정부가 발표한 당류 저감 종합대책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요리에 설탕을 써도 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음료수 같은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를 줄이고 당의 과다 섭취를 경고할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이다. 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더본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백 대표는 “당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안 좋다”고 인정했다.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제가 요리하는 모습 때문에 음식에 설탕 넣는 걸 쉽게 생각하는 분이 많아질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 했어요. 방송 편집 때문에 앞뒤 내용이 잘려서 설명이 부족했던 것도 있고요. 뭇국에까지 설탕 넣었다고 호되게 비판받은 적이 있는데 이것도 사실 ‘여름철 무는 쓰다’는 설명이 들어가지 않아 결과적으로 오해가 커졌어요. 어쨌거나 설탕을 많이 넣을수록 좋은 것처럼 잘못 인식되도록 한 것엔 제 책임도 있어요.” 그는 자신의 요리를 자전거 타는 법에 비유했다. 사람들이 세발자전거를 배우듯 쉽고 즐겁게 요리를 시작하도록 도우면 그 뒤론 자연히 두발자전거(각자의 입맛에 맞춰 설탕과 양념 양을 조절하는 더 나은 요리법)로 옮겨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폭주족처럼 거친 요리법을 가르친 셈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백 대표는 자신이 ‘설탕 전도사’처럼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살짝 억울하다”고 했다. ‘단맛을 줄이자’는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인물로 찍혀 있는 것이 답답한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 “언젠가부터 제가 설탕의 상징처럼 돼 있더라고요. 근데 원래 취지가 그런 건 아니었어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요리를 하자는 거였고, 그러면서 요리에 자신감이 생길 수 있게 해주자는 거였죠. 설탕은 그저 요리 스트레스를 덜어줄 재료였을 뿐이었고요.” 백 대표는 한식의 경우 설탕을 조금 더 첨가한다고 해서 서구 사회와 같은 식습관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냄새가 너무 쿰쿰해서 버리려던 된장에 설탕을 적당히 넣어서 맛있는 요리로 바꿔 놓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백 대표는 ‘그럼 앞으로 정부의 정책에 맞춰 설탕을 적게 쓰는 요리를 소개하라’는 기자의 제안에 “지금까지의 요리를 갑자기 부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당 섭취량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라며 “누군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면 설탕의 상징처럼 돼 있는 내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식 위주의 우리 식단으로는 당 과다 섭취 같은 문제가 없어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고, 콜라 같은 음료수를 같이 마셔 가공식품에서 당 섭취를 하게 되는 게 큰 문제죠. 앞으로 이런 거 줄이자고 해야겠어요. 또 방송에서도 ‘당을 과하게 섭취하면 당뇨병 등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꼭 덧붙일 겁니다.” 백 대표는 “앞으로 ‘한국의 제이미 올리버(설탕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영국의 스타 셰프)’가 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제이미 올리버가 옛날엔 설탕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아느냐”며 웃었다. “요리를 하지 않던 많은 사람이 ‘요리에 충분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할 때쯤 나도 천연재료로 단맛을 내는 진화된 요리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큰 광대뼈가 고민이었던 김모 씨(28·여)는 2013년 9월 중순 서울 강남의 그랜드성형외과를 찾았다. “안면 윤곽으로 유명한 B 원장님을 배정해 주겠다”는 상담실장의 말에 김 씨는 나흘 뒤로 수술 날짜를 잡고 수술비로 780만 원을 건넸다. 수술 당일 마취 직전 B 원장이 왔다는 것. 전신 마취를 했던 김 씨의 기억은 딱 거기까지다. 한쪽 뺨만 부기가 안 빠져 문의했더니 ‘2년 정도는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병원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2년이 흐른 지난해 9월경 재수술을 고심하던 김 씨는 대한성형외과의사회로부터 “B 원장이 ‘치과의사에게 수술을 맡겼다’는 양심고백을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TV 속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유령수술’의 피해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치과의사가 수술하는 줄 알았다면 다른 병원을 선택했겠죠.” 김 씨는 광대 축소 수술 후 3년이 지난 현재 개구(開口) 장애(턱이 벌어지지 않는 증세)를 겪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에게 믿고 맡긴 성형수술을 엉뚱한 의사에게 받은 환자는 김 씨뿐만이 아니었다. 본보가 입수한 B 원장의 자술서에 따르면 B 원장은 병원장 지시에 따라 턱·광대 축소 수술 등 수십 건을 치과의사 A 씨 등에게 맡겼다. 환자가 전신 마취되면 ‘섀도 닥터(대리 의사)’들이 수술을 집도하고,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면 다시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는 “섀도 닥터와 서로 근무지가 달라 환자를 수술실에 들여보낸 뒤 다시 일하는 건물로 돌아와 다른 환자를 수술한 적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퇴직 성형의도 “‘모든 코 수술은 이비인후과 의사인 ○○○에게 맡기라’는 지시에 따라 섀도 닥터에게 이름을 빌려줬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병원과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성과급은 고객이 담당 의사를 수술 집도 의사로 알고 있는 경우엔 5%, 그렇지 않은 경우엔 2%를 지급한다”는 등 대리 수술이 체계화돼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들이 마취된 상태에서 의식이 없는 틈을 이용해 환자의 동의 없이 ‘의사 바꿔치기’로 수술하는 ‘유령수술(ghost surgery)’은 의료계에서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고용 전문의보다 비전문의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적다는 점, 상담 의사와 수술의를 분업화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 운영진이 섀도 닥터를 기용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엄연한 범죄행위 같아도 증거 수집이 어려워 대리 수술을 실제 형사처벌까지 한 전례도 없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피해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증언할 수 없고, 직접 대리 수술을 한 의사가 사기 공범이 될까 봐 양심고백을 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정순신)는 ‘유명 스타 성형외과 의사’라는 간판을 내세워 직접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들을 모으고 실제 다른 의사를 투입해 수술하게 한 혐의(사기 등)로 그랜드성형외과 대표 유모 씨(44)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유 씨는 향정신성의약품관리대장을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 진료기록부를 보존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병원 측은 “의료계에서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협진을 오해한 것이다. 향후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마땅한 처벌 법령이 없어 난제였던 대리 수술 행위에 검찰이 사기죄를 적용해 형사처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수술을 수련의에게 맡기고 특진비를 챙긴 전 경희의료원장을 상습사기죄로 처벌한 2000년 대법원 판례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대리 수술은 환자의 신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상해죄로 판단한 1983년 미국 뉴저지 주 대법원의 판례 등을 수개월간 검토해 첫 사기 혐의 적용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령수술(대리 수술)환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은 의사가 수술 전체를 하는 형태. 고용된 성형외과 의사들이 환자를 진찰한 뒤 상담하면 환자는 수술비를 지불하고 수술실에 입장한다. 수술대에 누운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해 수술 마취를 하면 환자가 수면에 빠졌는지 확인한 후 대리 집도 의사인 ‘유령 의사(섀도 닥터)’가 들어가 수술을 하는 것을 말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조건희 기자}

대형 제약사에 다니는 이모 씨(42)의 하루는 매일 전쟁 같았다. 얼마 전 팀장으로 승진해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된 데다 부하 직원 한 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업무량이 늘었다. 성격 급한 상사는 이 씨를 자주 다그쳤다. “이 팀장, 아직도 안 됐어? 시간 많아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상사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다음 날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떠올라 심장이 쿵쾅거렸다. 새벽 2시, 3시…. 눈만 질끈 감은 이 씨의 밤이 끝나지 않는다.○ 꿀잠의 천적, 스트레스 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1만1263명으로 5년 전(19만3593명)에 비해 60.8% 늘었다. 특히 50대 환자는 2010년 3만7870명에서 지난해 6만5721명으로 늘어 모든 연령대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은퇴와 황혼 이혼, 자녀의 대학 진학 등이 겹쳐 스트레스가 컸던 탓으로 보인다. 불면증과 스트레스는 동전의 양면이다.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잠이 오지 않고, 잠이 부족하면 낮 시간대에 불안과 짜증이 늘어난다. ‘오늘도 잠이 안 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돼 다시 잠을 빼앗는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잠자리에 눕는 행동 자체가 불안을 만들어 잠을 쫓으면서 불면증에 빠진다. 호르몬의 영향도 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불면증 환자는 정상인보다 코르티솔 분비량이 2배가량 많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은 심장에도 무리를 준다. 한 불면증 환자는 “자려고 눈을 감으면 ‘내 맥박이 원래 이렇게 빨리 뛰었나’ 할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불면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심장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이나 좁아지는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심장이 박동을 늦추면서 휴식을 취할 만큼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면시간이 짧으면 기분 좋았던 기억보다 불쾌했던 사건이 장기기억으로 더 많이 이동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처럼 자는 동안 뇌가 기억의 경중을 분류하는데 잠이 부족하면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이나 느낌을 더 많이 갖게 돼 우울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졸업생 1053명을 30년 넘게 추적 조사한 결과 재학 중 불면증을 앓았던 사람이 우울증에 빠질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이정현 국립정신건강센터 불안스트레스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는 다른 정신질환을 함께 앓고 있거나 불안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기 전 족욕, 불면증 극복에 도움 스트레스성 불면증은 카페인 의존 등 다른 생리적 원인에 따른 불면증보다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달리 말하면 ‘언젠간 잠이 오겠지’라며 편하게 마음을 먹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불면증을 극복하려고 시계를 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며 지금부터 자면 몇 시간을 잘 수 있는지,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등 갖가지 생각을 하다 보면 초조감만 생긴다. 특히 “지난 며칠간 제대로 잠들지 못했으니 오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것을 반복해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실제로 남들보다 수면시간이 짧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20∼59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보다 조금 짧지만, 6시간만 자도 낮에 피곤하지 않고 정신이 맑다면 그 사람의 적정 수면시간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수면시간에는 계절의 변화도 크게 작용한다. 2월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8분이지만 해가 길어질수록 자는 시간은 짧아져 4월엔 6시간 50분 정도가 된다. 자리에 누우면 온몸의 근육이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긴장이 풀어진 이미지를 머리에 떠올리며 신체를 이완시키는 게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기 1∼2시간 전에 적당히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근육 이완에 좋다.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심한 불면증 환자도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날이 있고, 그런 날의 기억을 머릿속으로 반복해서 떠올리며 ‘나는 오늘 잘 잘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웃기는군요(ridiculous).” 담뱃갑 경고그림 등 한국의 담배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방한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전문가가 ‘경고그림은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관련법 조항에 대해 남긴 논평이라고 한다. 흡연자가 충격을 느낄 정도로 메시지를 선명히 전달하는 게 경고그림의 핵심인데, 혐오감의 수준을 제한한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12월부터 담뱃갑에 인쇄될 경고그림이 31일 공개되자 이처럼 “기대보다 수위가 낮다”는 지적과 “충분히 자극적”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공개된 경고그림은 총 10종이다. 폐암 구강암 등 질병이 일어난 신체부위 또는 임신부 흡연, 성기능 장애 등을 주제로 한 사진을 담고 있다. 정부는 WHO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10월 민관 합동 경고그림위원회를 구성한 뒤 해외 경고그림 800여 건을 분석해 최종 후보 10종을 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6월 23일까지 이 중 일부를 탈락시킨 뒤 관련법 시행령을 고쳐 12월 23일부터 경고그림을 인쇄한다. 담배회사는 경고그림을 임의로 선택할 수 없고 생산된 제품에 골고루 나눠 붙여야 한다. 전자담배에 붙일 그림도 곧 정한다. 경고그림의 수위를 놓고는 견해가 갈렸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30, 40대 직장인 흡연가 20명을 설문한 결과 “담배를 끓고 싶을 만큼 혐오스럽다”는 응답자는 2명이었다. 나머지 18명 중 2명은 “혐오스럽지만 금연 여부는 고민된다”고 했고 16명은 “별다른 감흥이 없다”고 답했다. 위원회가 최종 선정을 앞두고 벌인 일반인 대상 설문에서도 한국 경고그림의 ‘혐오감’ 항목은 5점 만점에 평균 3.3점으로 평가돼 외국 경고그림(3.69점)보다 낮았다. 이는 경고그림의 면적이 담뱃갑의 30%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의 경고그림은 경고문구와 합쳐 평균 53.8%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애연가 단체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46)는 “불법적인 상품도 아닌데 소비자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고 흉측한 사진을 부착하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KT&G와 한국담배판매인회는 “아직은 공식적으로 내놓을 만한 입장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추후 쟁점은 경고그림이 인쇄될 위치다. 전문가들은 경고그림이 담뱃갑 하단에 인쇄되면 판매대에 가려져 구매 억제 효과가 별로 없을 거라고 본다. 그림 위치가 확인된 해외 81개국 중 51개국은 그림을 상단에 인쇄하고 있다. 이는 4월 8일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거쳐 6월 최종 결정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국형 담뱃갑 경고그림 후보가 31일 처음 공개됐다. 보건복지부는 31일 경고그림위원회 5차 회의를 열고 담뱃갑에 부탁될 경고그림 후보 10개를 최종 선정해 공개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한 후보 그림들의 효과에 대해 분석해왔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2001년 캐나다가 처음 부착된 뒤 올해까지 101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후보 그림은 △폐암 △뇌졸중 △후두암 △구강암 등 질병을 형상화한 5종과 △임산부흡연 △성기능장애 △간접흡연 △피부노화 △조기사망 등 문화 관련 내용 5종 등 총 10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경고그림이 다른 나라보다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고그림위원회의 설문에 따르면 외국에서 사용되는 그림의 ‘혐오감’ 항목은 평균 3.69점이었지만 한국의 경고그림은 평균이 3.3점이다. 경고그림의 면적도 담뱃갑의 30%에 불과하다. 방한 중인 WHO 담배규제 전문가들도 “이번에 공개될 한국의 경고그림은 흡연억제 효과를 낼 것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아이들이 봤을 때 무서워할 정도여야 하는데, 한국 그림은 담배회사들이 아주 싫어할 정도로 혐오감이 강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고그림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 비흡연자가 흡연자가 될 확률을 12.5% 낮추고 흡연자의 금연 시도를 33% 증가시킨 바 있다. 복지부는 6월 23일까지 10개 경고그림 중 일부를 선정하고,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12월 23일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경고그림이 시행되면 담배 회사들은 선정된 모든 그림을 균등하게 담뱃갑에 나눠서 붙여야 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8월부턴 청소년인 줄 모르고 술을 판 음식점의 영업정지 기간이 60일에서 6일로 줄어든다. 청소년이 위조 신분증을 보이거나 주류 판매를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식품위생법을 어긴 선량한 음식점 주인의 처지를 고려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내용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5월 9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8월 4일부터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전엔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에게 술을 팔아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으면 60일간 영업이 정지됐다. 식약처는 앞으로 식품제조업자뿐 아니라 대학·연구소·개인 등도 새로 개발한 식품원료나 천연첨가물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기로 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우수업체는 자체 생산한 가공식품의 품질을 검사하지 않아도 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사람은 날씬하고 키도 크다?’ 건강보험공단이 28일 공개한 2013∼2014년 건강검진 수진자 1877만 명의 키와 체중, 비만도를 분석해 보니 이 말은 여성에게만 해당됐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의 평균 키는 161.6cm로 전국 평균보다 0.5cm 컸고, 몸무게는 전국 평균보다 0.6kg 가벼운 55.8kg, 허리둘레는 0.7cm 가는 71.5cm였다. 반면 남성은 서울 거주자가 전국 평균보다 키는 더 컸지만 몸무게는 더 많이 나갔고 허리둘레도 두꺼웠다. 이러한 양상은 20∼50대의 모든 연령대에서 동일했다. 30, 40대 남성 10명 중 4명은 비만이었다.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1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비만 여성의 비율은 30대 14.3%, 40대 22% 등으로 점점 올라 60대에 38.4%로 최고점을 찍었다. 지역별로는 강원 남성의 39.8%가 비만으로, 울산 남성(30.8%)보다 9%포인트 높았다. 2014년에 검진받은 영유아 210만 명 중 12개월 남아의 평균 키는 77.1(±11.4)cm, 몸무게는 10.3(±1.5)kg, 머리둘레는 46.4(±1.3)cm였다. 같은 개월 수의 여아는 키가 75.5(±9.8)cm, 몸무게 9.6(±1.3)kg, 머리둘레 45.2(±1.3)cm로 남아보다 체격이 작았다. 건강검진 수진자는 문화체육관광부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기적으로 성인 4000∼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표본 신체검사보다 대상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정확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단은 이 자료를 ‘한국산업표준(KS)’ 마크처럼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사용되는 지표인 ‘참조표준’으로 등록할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국 병원 48곳이 관상동맥우회수술의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심장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이나 좁아지는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자를 잘 치료하는 병원을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관상동맥우회수술은 가슴을 열어 막힌 심장동맥에 대체 혈관을 연결해주는 수술이다. 국내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는 2003년 10만 명당 1032명에서 2014년 1626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을 포함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암 사망자에 버금간다. 이번 평가 대상은 2013년 7월~2014년 6월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에게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79곳이었다. 평가등급이 나온 병원 66곳 중 서울성모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26곳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종합병원 22곳이 총 90점 이상을 받아 1등급으로 평가받았고, 강북삼성병원 등 2등급은 17곳, 3등급은 서울의료원 1곳이었다. 관상동맥우회 수술 시행 건수와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 등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남성은 60대, 여성은 70대 환자가 가장 많았다. 수술 후 30일 내 사망률은 3.3%로 2011~2013년 2차 평가(3.9%)보다 줄었고, 수술 후 입원일수고 15.4일로 지난 평가(16.5일)보다 감소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허혈성 심장질환은 고혈압 당뇨 등 평소 만성질환 탓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운동과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의료기관 등급 현황. ▽1등급<상급종합병원>서울성모병원건국대병원경북대병원경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고려대구로병원고려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동아대병원부산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순천향대서울병원아주대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연세세브란스병원영남대병원길병원인제대상계백병원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중앙대병원한림대성심병원한양대병원<종합병원>의정부성모병원인천성모병원강릉아산병원강원대병원국립중앙의료원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대구파티마병원분당제생병원동국대일산불교병원삼육서울병원서울보라매병원세종병원순천성가롤로병원양산부산대병원왈레스기념침례병원명지병원인제대해운대백병원제주대병원울산대병원을지대병원중앙보훈병원한림대동탄성심병원▽2등급<상급종합병원>강북삼성병원고려대안산병원고신대복음병원단국대병원순천향대부천병원이화여대목동병원인제대부산백병원조선대병원<종합병원>성빈센트병원강동경희대병원동강병원을지병원인제대일산백병원분당차병원삼성창원병원한림대춘천성심병원한양대구리병원▽3등급<종합병원>서울의료원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국에 치과 수십 곳을 거느린 박모 회장(63)은 2011년 건강보험료 1억6068만 원을 체납했다. 김모 변호사(58)는 2002년부터 6년 치 건보료 9442만 원을 내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는 이들처럼 체납액이 1000만 원 넘는 ‘건강보험료 고액·상습 체납자’ 2208명의 명단이 공개돼 있다. 27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이처럼 많은 건보료를 장기간 체납하는 ‘악성’ 체납자가 점점 늘고 있다. 건보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가구와 사업장은 2011년 160만 개에서 지난해 145만 개로 줄었지만 체납액은 1조6405억 원에서 2조4614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이 중 70.3%인 1조7300억 원은 25개월 이상 장기 체납된 금액이다. 건보공단은 이들 고액·상습 체납자가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이라고 보고 올해 상반기에 대대적인 징수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건보료를 체납해놓고 병원비를 타낸 환자 중 연소득 4000만 원, 재산 4억 원 이상인 자산가 7805명이 우선 징수 대상이다. 공단이 가입자의 재산 현황 등을 파악해 지원을 끊기 전까지는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이들이다. 공단은 이들을 상대로 부동산 자동차 예금 등을 압류해 공매하는 전통적인 징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올 상반기부터 증권사 예탁금과 민간보험금 등 제2금융권 재산에 대한 압류를 강화할 방침이다. 공단 관계자는 “악성 체납자의 증가에 대응해 징수 방식도 더 독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 선천성 희귀질환 ‘알라질증후군’ 탓에 생후 15개월째에 간을 이식받은 성모 군(5)은 지난달부터 병원비 부담이 3분의 1로 줄었다. 보건복지부가 진료비의 9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에 알라질증후군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간에서 담즙을 나르는 여러 갈래의 담도가 정상보다 부족하고 뼈, 눈, 신경이 잘 발달하지 않는 이 질환 환자들은 큰 수술과 검사로 연간 수천만 원을 병원에 쏟아 붓는 게 보통이었다. #2. 박보람 씨(34·여)의 경우는 사뭇 달랐다. 박 씨는 시신경과 척수에 까닭 모를 염증이 번져 사지가 마비되는 희귀질환인 ‘시신경척수염’ 탓에 열일곱 살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스물네 살 때부터 걷지 못했다. ‘돈 안 되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가 드물고 약값이 비싸다 보니 초기엔 증상 악화를 늦추는 주사를 맞는 데 월 1000만 원 넘게 들었다. 하지만 이 질환은 정부의 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씨는 “약값 부담 탓에 심장에 큰 부담을 주지만 조금 싼 주사를 맞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며 낙담했다. 이들의 희비가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환자 수다. 복지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환자 수가 2만 명 이내인 희귀질환 중 치료가 어려우면서 진단 기준이 명확한 ‘터너증후군’ 등 151종에 특례를 적용해 왔고, 지난달 환자 수가 매우 적어 진단 기준이 불명확할 수밖에 없었던 ‘극희귀질환’ 44종을 추가하면서 그 기준을 ‘환자 수 200명 이내’로 정했다. 이 때문에 환자 수가 100여 명인 알라질증후군은 지원 대상에 들었지만 500여 명인 시신경척수염은 빠졌다. 박 씨가 시신경척수염으로 인해 겪어 온 신체적 고통과 금전적 부담은 알라질증후군 환자들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지만,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조금 더 많다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했다. 희귀질환자 단체 측은 박 씨처럼 아깝게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이들 중 치료제가 마땅치 않거나 치료비 부담이 큰 ‘차상위 극희귀질환’ 환자가 적지 않다고 호소한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 수가 국내에 2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선천성 질환 ‘윌리엄스증후군’이다. 환자 송원준 군(10)은 태어났을 때부터 심장질환과 지적장애에 동시에 시달리며 매달 수백만 원짜리 호르몬제를 맞고 있지만 현재 희귀질환 특례를 받는 것은 증상 중 하나인 ‘대동맥 상부 협착’뿐이다. 폐동맥, 관상동맥, 심장 판막 등에 이상이 발생한 다른 환자들은 치료비 대부분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돈이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희귀질환자는 10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 전향적으로 지원을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특례 대상에 한번 포함시키면 나중에 빼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0∼2014년 특례 대상 희귀질환자는 47만 명에서 69만 명으로, 이들에게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1조8591억 원에서 2조7814억 원으로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6월에 시신경척수염 등 일부 희귀질환을 특례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두께 10cm짜리 단열문을 두 차례 통과하니 온도 27도, 습도 70%의 여름 날씨로 맞춘 후덥지근한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선반에 놓인 모기장 3개 안에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흰줄숲모기’ 수천 마리가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날아다녔다. 2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매개체사육동의 모습이다.○ 공격적인 ‘지카 모기’ 감염병매개체사육동은 감염병을 옮기는 곤충을 연구하기 위해 2014년에 지어졌다. 고위험 바이러스를 다룰 때를 대비해 본관에서 100m가량 떨어진 외딴 곳에 단층으로 설계됐다. 사육동에 근무하는 연구원의 신분 확인을 받은 뒤 소독·세탁된 옷과 신발을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전체 면적이 250m² 정도인 사육동에는 사육실이 7개 있고, 그 안에선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와 바퀴벌레, 파리 등 다양한 곤충이 사육되고 있었다. 지금 연구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카의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다. 흰줄숲모기의 경우 전체 국내 모기 중 1.1%에 불과하고 지카가 검출된 사례도 없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만약에 대비해 전국 각지에서 채집해 온 흰줄숲모기를 이곳에서 관찰하며 바이러스 감염 여부와 습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집트숲모기는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 신이현 연구관이 흰줄숲모기를 가둬 둔 모기장 근처로 다가가자 까만 몸통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녀석들이 ‘흡혈 대상’의 냄새를 맡은 듯 앵앵거리며 정신없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꿈틀거리며 물속에서 헤엄치는 흰줄숲모기의 유충은 외계 생명체를 연상시켰다. 바로 옆 ‘빨간집모기’들이 얌전히 그물에 앉아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흰줄숲모기는 습성이 사납고 공격적이라 촘촘한 그물을 뚫고 나올 때도 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가 사육실에서 나올 때쯤 오른팔이 가려워 소매를 걷어 보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 있었다. 신 연구관은 “바이러스를 주입한 모기가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고, 강력한 에어커튼이 설치돼 있어 모기가 배양실 밖으로 못 나온다”며 안심시켰다. 사육실 밖에 거실처럼 마련된 공동 연구 공간에 들어서니 쥐의 분비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 모기들의 주식은 설탕물이지만 번식하기 위해선 동물의 피가 필요하므로 ‘흡혈용’ 쥐도 20여 마리 키운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모기의 월동 습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연구하기 위해 이끼, 나뭇잎 등 다양한 생활 환경도 재현해 뒀다. ○ “이집트숲모기 들여와 연구해야” 연구진은 흰줄숲모기가 깨어나 활동하는 5월 각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으로 방역에 돌입하기 때문에 모기가 어떤 살충제에 내성을 갖고 있는지 집중 연구를 벌이고 있다. 같은 살충제를 계속해서 쓰면 모기의 내성이 18년 새 300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뿐 아니라 뎅기열 등 모기가 옮기는 여러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선 살충제 효율성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당국의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지카 바이러스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려면 이집트숲모기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통관 절차가 까다롭고 수송 중 모기가 탈출할 우려가 있어 아직 장기 계획으로 남아 있다. 모기를 들여오더라도 감염병매개체사육동은 아직 고위험 병원체를 실험할 수 있는 생물안전 등급(BL3)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당장 전파력 실험을 시작할 수 없다. 인력도 문제다. 모기 등 곤충을 연구하는 ‘질병매개곤충과’에는 정규직 5명, 비정규직 12명이 전부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취임 직후 “외부 인력을 영입해 ‘모기팀’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문제로 이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는 사육동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인력을 늘리면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할 수도 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24일 첫 한국인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A 씨(43)의 아내 B 씨의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청주=조건희 becom@donga.com / 임현석 기자}

정부가 지카 바이러스의 핵심 대응책으로 내세운 ‘스마트 검역’ 시스템이 첫 한국인 환자 A 씨(43)의 초진 당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거액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 일선 병원 현장까지 제대로 연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스마트 검역은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했던 여행객이 공항 검문대를 통과할 때 발열을 체크하고, 이들이 의약품을 처방받으면 진료 과목과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의료진에 “발생국 방문 이력이 있으니 증상을 눈여겨봐 달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전체 스마트 검역을 구축하는 데 지난해 55억6500만 원, 올해 127억8400만 원이 투입됐고, 이 중 5억 원가량이 ‘처방 시 경고 메시지 발송’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그런데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남 광양시 선린의원은 스마트 검역에 사용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데도 18일 박모 원장이 A 씨를 초진했을 때 경고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이 병원은 DUR 프로그램을 올해 1월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했는데,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 정보가 DUR 시스템에 추가된 것은 지난달 16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A 씨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야 프로그램을 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의료기관이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제때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공들여 만든 검역 체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전국 병·의원이 사용하는 DUR 프로그램의 종류는 400개가 넘고, 작동 방식도 조금씩 달라 신종 감염병 정보를 일사불란하게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프로그램 중에는 경고 메시지가 뜨지 않도록 설정하거나 DUR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도록 ‘종료’ 버튼 기능이 탑재된 것도 있다. 의료진이 DUR를 사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제도의 허점이다. 당국은 지난해 DUR 사용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병·의원이 따로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 정보가 자동으로 반영되는 게 정상인데 뭐가 문제였는지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전남대병원에 입원했던 A 씨는 이날 오전 발열 발진 등 모든 증상이 사라져 퇴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스마트 검역? 그런 게 있었나요?” 경기 오산시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23일 “지카 바이러스 유행국을 여행했던 환자가 내원하면 이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스마트 검역 시스템에 대해 아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한 종합병원·의원 20곳 중 19곳의 의료진은 이처럼 ‘스마트 검역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메시지 전송에 사용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프로그램을 3개월 내에 업데이트한 적이 있다고 답한 병·의원은 한 곳도 없었다. 10곳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프로그램인지, 언제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병원장은 “프로그램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유지보수 업체가 오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 검역 시스템은 지난해 6월 메르스 발생국 여행객 감시를 위해 처음 등장했을 때 부처 간 협업과 첨단 정보기술(IT)의 결정체로 주목받았다. △법무부와 관세청 자료를 활용해 감염병 발생국에서 직항해 온 여행객뿐 아니라 경유지를 거쳐 온 사람들까지 포착하고, △이들이 적어낸 입국일과 인적사항을 외교부와 협조해 DUR 시스템에 입력하면 △해당 여행객이 의약품을 처방받을 때 0.4초 이내에 의료진의 PC에 경고 메시지를 띄워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은 여러 관계 기관에 흩어져 있는 출입국 정보와 의약품 처방 기록을 한데 묶고 관련법을 개정했다.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공유될까 봐 귀국 후 2주(지카 바이러스 잠복기)가 지나면 해당 정보가 서버에서 삭제되도록 하는 세심한 조치도 곁들였다. 현재 스마트 검역이 적용되는 바이러스는 메르스와 지카 두 가지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스마트 검역을 핵심 대책으로 꼽으며 “해외 로밍 기록까지 활용해 연말까지 검역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밝힌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이 이러한 검역 체계를 정확히 알고 활용하도록 당국이 유도하지 않으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본플러스병원장)는 “협회 일로 당국과 자주 접촉하는 나조차 몰랐는데 동네 병·의원들이 과연 지카 바이러스에 스마트 검역을 적용했는지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에 의료기관들의 DUR 시스템이 최신 버전인지 점검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국 의료기관 7만1153곳 중 DUR를 설치한 곳이 7만741(99.4%)곳에 이르지만 정작 의사가 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물거나 행정처분을 받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지카 바이러스를 스마트 검역 대상에 포함시킨 뒤 발생국 방문 환자 2750여 명의 정보가 의료기관에 제공됐다”고 설명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당뇨병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임상적으로 입증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나왔다. 건강관리 서비스 업체 에임메드는 음성인식 기술기반 당뇨병 관리 앱 ‘리커버(Recover)’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에임메드에 따르면 리커버는 당뇨병 등 만성 질환으로 인해 약물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스스로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로잡고 혈당 등 생체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올바른 복약 습관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개발된 의료용 앱이다. 약물 의존적인 기존 치료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당뇨병 외 고혈압,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 관리에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리커버에는 에임메드가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개발한 ‘지능형 만성질환 자가 관리 로직’이 적용됐다. 만성질환자가 생체정보를 입력하면 그게 맞게 건강관리 목표와 방법을 설정해 주고, 복약 정보를 등록하면 정해진 시간에 복약 알람을 주고 지속적으로 복약 히스토리를 체크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기술적으로는 모바일 기기에 보편화된 메신저형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도입하여 전문 의료인과 채팅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혈당과 혈압 등의 생체정보와 복약 이력을 입력하고 조회할 수 있다.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해 노인 및 장애가 있는 환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도 장점이다. 에임메드가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기술기반 당뇨병 자가관리 시스템’은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 등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한 임상연구에서 처음으로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돼 국제적 과학저널인 ‘Scientific Report’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제1형 당뇨병과 달리 약물 치료가 가능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약물치료에 ‘자가관리 솔루션’을 추가 적용한 결과, 환자가 약물치료만 받았을 때보다 당화혈색소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준 에임메드 대표는 “혁신적인 사례”라고 자평하며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해 개발된 앱을 최근 강원대병원에 정식으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침체된 한국 u-헬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용 앱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복용 뒤 일정 기간 안에 헌혈할 경우 수혈을 받은 임신부가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있는 약품 성분 7종을 23일 공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만성 피부병인 건선(乾癬)의 치료제 ‘아시트레틴(Acitretin)’이다. 복용 환자의 혈액을 임신부에게 수혈하면 이른바 ‘기형유발 독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태아의 정상적인 기관 형성을 방해한다. 남성 탈모 및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와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도 마찬가지다. 이들 약물이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시간을 고려해 아시트레틴 복용자는 3년, 두타스테리드는 6개월, 피나스테리드는 1개월간 헌혈하지 않아야 한다. 항암제 성분 ‘비스모데깁(Vismodegib·헌혈 금지 기간 7개월)’과 ‘탈리도미드(Thalidomide·1개월)’는 태아에 선천적 결함을 미칠 수 있다. 손 습진 치료제 ‘알리트레티노인(Alitretinoin·1개월)’과 여드름 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1개월)’도 공개 명단에 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홈페이지(www.drugsaf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잠을 자는 동안 우리의 몸은 자연 치유된다. 기분 나빴던 기억은 정리되고 필요한 정보는 조직적으로 정리된다. 육체의 피로 해소도 동시에 이루어진다. 말 그대로 ‘보약’인 셈이다. 반면 잠을 잘 못 자 면역력과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치매·당뇨·암 등 각종 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잠을 더 잘 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면 부족, 알츠하이머병과도 연관 22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진단받은 60대 환자는 8만3910명으로 1000명당 17명을 기록했다. 전 연령 평균(9명)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수면장애는 심각해진다. 70대 환자는 26명, 80대 이상은 30명이었다. 이처럼 높은 연령대에서 주로 발생하는 수면장애는 알츠하이머병과도 연관이 깊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지난해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팀(현 건국대병원장)은 쥐를 정상 그룹과 수면 부족 대조군 그룹으로 나누어 인지 능력을 알아보는 ‘모리스 수중미로실험’을 통해 수면 부족이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실험 결과 수면 부족 상태인 그룹은 탐색시간, 오류, 경로의 길이, 수용 속도 등 모든 분야에서 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염증세포 반응을 비롯해 산화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도 증가했다. 반면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막는 단백질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수면 결핍이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알츠하이머병이나 자폐와 같은 신경질환 발생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하지만 수면 부족 상태에서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을 투여받은 또 다른 그룹은 정상 그보다 실수 없이 빠른 속도로 섬을 찾는 등 인지능력이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한설희 원장은 “숙면 중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독성단백인 ‘아밀로이드’가 체외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멜라토닌 혹은 유사 물질들을 숙면을 취하지 못한 수면장애 환자에게 투여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자폐증의 치료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노인 및 치매 환자, 멜라토닌 수치 현저히 낮아 멜라토닌은 수면을 관장하는 뇌 속 호르몬이다. 아침에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서 뇌가 깬다. 반대로 빛이 없는 저녁에 분비량이 늘어 ‘밤의 호르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멜라토닌은 잠을 자는 7∼8시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유지하면서 몸의 열을 떨어뜨리고 혈압과 혈당을 수면에 적합한 상태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거나 적게 분비되면 잠들기 힘들고 자다가 자주 깨는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분비량이 감소하는데, 50대가 넘으면 20대의 절반 수준밖에 분비되지 않는다. 해외 연구결과를 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같은 연령의 노인보다도 멜라토닌 수치가 5분의 1 정도로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토닌 수치가 낮으면 수면의 질이 저하되고, 수면의 질이 저하되면 신체의 면역력 및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 멜라토닌 보충으로 개선 효과 영국정신약물학회는 55세 이상의 수면장애 치료에 멜라토닌을 1차 치료제로 투여하길 가이드라인으로 권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멜라토닌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나와 있어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 멜라토닌은 2∼3시간 방출 후 소멸되기 때문에 수면시간 전체에 작용하지 않아 수면효과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 복용 가능한 멜라토닌으로는 전문의약품 ‘서카딘’이 있다. 서카딘은 인체의 멜라토닌과 유사하게 개발되어 8∼10시간 서서히 방출하면서 수면시간 전체에 작용한다. 이로써 건강기능식품 대비 우수한 수면효과가 입증되어 2년전 국내에 출시되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기존 수면제는 뇌에 직접 작용해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는 데 비해, 서카딘은 뇌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 비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근본적인 수면의 질을 개선하여 뇌와 신체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경도-중등도 치매 환자가 복용 시 인지기능과 수면효율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슬립수면클리닉 신홍범 박사는 “잠을 잘 못 자면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약화되고, 면역력이 저하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는데 이는 그만큼 신체의 자연 치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노인이나 치매 환자의 경우 기존 향정신성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할 때 생기는 중독·내성 부작용이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보건당국은 22일 지카(Zika) 바이러스의 국내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2차 확산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 수혈, 성관계 등을 통해 감염을 일으키지만 호흡기, 단순 신체 접촉 등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기 때문이다. 첫 감염자 A 씨(43)는 귀국 후 헌혈한 적이 없다. 보건당국은 감염병 관리 단계도 현재의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소두증을 제외하면 증상의 중증도가 낮고,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한 남미 국가별 사망자도 최대 3명에 불과하다.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감염자는 회복, 지역은 긴급 방역 전남 광양 지역의 한 회사에 다니던 A 씨는 현재 전남대병원 1인 음압병실에 입원해 있지만 발열 발진 등의 증상이 거의 사라져 회복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11일 입국한 A 씨가 16일부터 증상을 보인 점으로 미뤄 2주 잠복기를 감안하면 2∼9일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희창 전남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은 “현재 두통 근육통 발진이 거의 사라졌고, 내일부터 퇴원 시점을 질병관리본부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80%에서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다. 근육통 발진 결막염 등 가벼운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올해 환자 2명이 발생한 일본은 자가 치료만 했을 뿐이다. 환자 13명이 발생한 중국은 입원 치료를 통해 증상을 지켜봤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첫 감염자의 가족과 동료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해 추가 환자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는 A 씨가 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부인의 동의를 얻어 유전자 검사 등 역학조사를 할 방침이다. A 씨와 함께 브라질을 방문했던 동료들은 아직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보건소는 모기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4월 초부터 일부 모기 성충이 활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방역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광양보건소는 이날 ‘집 주변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라는 마을방송을 해 달라’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보냈다.○ 의심환자 신고 지침 잘 안 지켜져 하지만 첫 환자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지카 바이러스 의심환자 신고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고 지침에 따르면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 중 한 가지 증상 그리고 근육통, 관절통, 두통, 결막염 중 한 개의 증상이 나타나고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의료기관은 보건소에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A 씨는 11일 귀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다. 그러다가 16일부터 섭씨 37.5도 이상의 발열과 미세한 근육통, 구역질 증상이 나타나 18일 전남 광양의 선린의원을 방문했다. 첫 병원 방문 때 이미 발열, 근육통, 브라질 방문 등 신고 조건이 모두 해당됐다. 그러나 박모 원장은 브라질 방문 사실을 듣고도 “단순 감기몸살 또는 노로 바이러스의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 두고 보자”며 약과 주사만 처방하고 신고는 하지 않았다. A 씨는 19일 온몸에 발진이 생기자 인터넷에서 지카 바이러스 증세, 반점 사진 등을 검색해 스스로 감염 가능성을 타진하다 21일 해당 병원에 재방문했고, 박 원장은 뒤늦게 보건소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박 원장은 “의사가 허리 아픈 환자에게 모두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권하지는 않는다”라며 “첫 번째 진료 때 환자가 ‘브라질에 다녀왔지만 모기에는 물리지 않았다’고 했고 발진이 확인되면 바로 병원에 오라고까지 했는데 늑장 대처라는 비난을 받아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 씨가 약물 부작용 가능성을 계속 이야기했지만 그를 설득해 혈액검사를 받게 한 뒤 신고했다”며 “차라리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억울함과 괴로움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최초 감염자의 증상이 애매해 진단에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도 보건당국이 의심환자 신고 지침을 더 강하게 적용하고 일선 병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절기인 요즘 독감 환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A 씨와 비슷한 경우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처음 병원 방문 때 지카로 확신하기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며 “해당 의사가 왜 신고를 바로 안 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당국이 지카 바이러스 예방 및 신고 지침을 일선 병원에 내렸는데, 일선 병원에서 숙지하고 있는 정도가 다른 것 같다”며 “올해 여름 브라질 올림픽 때 수천 명이 오갈 텐데, 의료계가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 광양=이형주 기자}

날이 풀리고 꽃이 피는 봄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바로 황사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와 황사가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더 괴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황사와 종종 혼동되지만 실체는 크게 다르다.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로부터 흙먼지가 이동해 떨어지는 현상인 반면, 미세먼지는 자동차의 배기가스, 공장의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중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블랙 카본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 질환, 안구 질환 등 각종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콧물, 코 막힘, 기침, 재채기를 달고 사는 비염 환자들은 봄철에 더 큰 불편을 느끼는데, 염증 치료를 해 콧물과 코 막힘이 지속된다면 ‘휜 코’라고 불리는 비중격만곡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비중격은 양쪽 비강 사이에 수직으로 서서 콧구멍을 둘로 나누는 벽이다. 휘면 코 막힘, 축농증 등 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비중격 옆에 붙어있는 코의 점막은 사람마다 좌우의 부기 정도가 다르다. 비중격만곡증은 어느 한쪽이 과도하게 부을 때 생긴다. 평소 코가 휘어 보이거나 만성적으로 코막힘 증상이 나타나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가 많다면 비중격을 바로 잡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외모의 문제만이 아니다. 오래 방치하면 비강 자체가 좁아져 계속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편두통과 안면통,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콧대에 잘 다듬은 실리콘을 삽입해 코가 반듯하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코뼈가 휘어서 튀어나온 부분은 깎아 주고 들어간 부분에는 실리콘 등의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휜 정도가 심하면 돌출된 뼈를 잘라 내야 한다. 코뼈에서 휘어져 나온 부위는 안쪽으로, 들어간 부위는 바깥쪽으로 움직여 바로 세우면 콧구멍이 교정된다. 코 성형 후에는 회복에도 신경 써야 한다. 최근에는 피부를 절개하는 단계부터 빠른 회복을 염두에 두고 각 환자에게 맞춰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처방해 부기나 흉터의 가능성을 줄여 주는 수술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수술법에 비해 부기, 멍, 통증을 30∼50% 줄여 준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이현택 원장은 “코는 기능적인 면은 물론이고 미용적으로 중요한 부위이므로 코 성형을 할 때는 코의 건강과 구조적인 문제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 수술 후에는 수술 부위가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회복 관리를 병행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