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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각삼각형만 보면 생각나는 이름, 피타고라스(사진).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정의를 만들어낸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수학자는 왜 제자에게 사형을 선고했을까. 인류 문명에 획을 그은 수학과 수학자의 고향에는 알려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얘기들이 숨어 있다. 동아일보는 창간 92주년을 맞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수학자들의 고향을 찾아가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학문의 기초’인 수학에 대한 청소년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시도다. 마침 2012년은 명실상부한 수학의 해다. 7월 서울에서는 ‘수학교육의 올림픽’인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가 열린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수학의 대축제다.피타고리온(그리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푸틴은 3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푸티니즘은 끝났다.’(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이번 선거는 푸틴의 6년 임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자, 그의 시대의 마지막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4년 임기의 대통령을 두 번 지낸 후 헌법상 연임 규정 때문에 4년간 자신의 심복(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잠시 대통령직을 물려줬던 푸틴 총리가 이제 다시 6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한다. 지난해 그가 ‘회전문을 돌아오듯’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고 총리직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물려주겠다고 발표했을 때 러시아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바깥세상 보기에 창피하다” “이게 무슨 코미디냐”는 냉소적인 비판이 쏟아졌다.거센 민주화 시위 역풍을 뚫고 다소 높은 64%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도시 중산층과 지식인 사이에서는 ‘도스탈리’(‘이제 지겹다’는 뜻의 러시아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푸틴 자신도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 사회는 20세기가 전환할 때와는 달라졌다. 국민은 더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아졌으며, 중산층의 목표가 단순히 자신들의 부를 쟁취하기 위한 것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혀 과거와 같은 차르(전제군주)식 독재, 즉 ‘푸티니즘’은 끝났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올가을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총서기에 올라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교체가 이뤄지지만 공산당 집권세력 내에서의 ‘그들만의 교체’다. 양국은 대국이면서 언론 자유 제한 등 인권 상황 낙후, 권력 반대파나 비판세력에 대한 억압, 그리고 때로는 주변국에 대한 강압적인 태도 등에서 ‘초록이 동색’인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정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한 두 나라의 억압적 내부 체제는 세계 인권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 7000여 명이 희생되는 인권 참사를 빚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함께 감싸고돌아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비근한 예다.“중국과 러시아는 비교적 양호한 경제 상황을 자신들의 권위주의 체제를 지속시키는 정통성의 기반으로 삼아왔으나, 비판적인 중산층의 증가는 더 이상 ‘권위주의 체제의 현상유지’가 어려워지게 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처럼 중국과 러시아 지도부가 변화를 언제까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 사회 내부에서 점차 커가고 있는 변화의 단초가 체제 안에서 싹을 틔울지, 체제 밖에서 변혁의 바람이 불어 닥칠지는 미지수지만 인권과 민주화, 변화와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기 때문이다.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중국 외환보유액 중 미국 채권 등 달러 자산의 비중이 지난 10여 년 중 최저치인 54%까지 떨어져 앞으로 미중 관계에서 미묘한 지표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 자산의 비중은 지난해 6월 현재 54%로 1년 전의 65%에 비해 11%포인트 줄었다. 사상 최고치였던 2006년 74%에 비해서는 20%포인트가 하락했다. 1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 자산은 1조7300억 달러(약 1937조6000억 원)로 1년 전에 비해 1150억 달러가 늘었다. 하지만 1년간 늘어난 전체 외환보유액 7430억 달러 가운데 15%에 그쳤다. 이는 2009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1년간 늘어난 외환보유액 중 달러 자산 비중이 45%였던 데 견줘 크게 낮아진 것이다. 지난 5년간의 ‘늘어난 외환 중 달러 자산의 비중 평균’은 63%였다. 이는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환보유액 중 달러 자산의 절대액수는 다소 늘지만 전체 보유액 중의 비중은 급격히 줄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달러 자산 보유 감소에 대해 ‘위험 분산’이라는 경제적 해석이 많다. 루펑(陸鵬) 베이징(北京)대 중국거시경제연구소 소장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환보유액 중 달러 자산 비중이 50% 아래로 떨어져 급속히 축소되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과 함께 미중 간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국이 미국 채권 매입을 줄이면 이자율이 올라 미국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중국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미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이 달러 자산을 줄이는 것은 미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현안에 대한 ‘협상 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이집트 군부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등 43명의 국제 민간 인권단체 운동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판이 소란 속에 2시간도 안 돼 중단됐다. 이들은 이집트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 기소됐다. 이집트 검찰은 미국인 16명을 비롯한 외국인 27명과 이집트인 16명 등 43명이 프리덤하우스 등 국제단체 소속으로 일하면서 불법적으로 해외 지원금을 받아 왔다며 기소해 26일 카이로 형사법원에서 1차 공판을 열었다.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은 총 43명이었지만 14명만이 ‘자진’ 출석했으며 미국인 16명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 중 9명은 7일 기소 방침이 나오기 전 이미 이집트를 출국했고, 레이 러후드 미국 교통장관의 아들 샘 러후드 등 출국 금지된 7명은 카이로 주재 미대사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출석한 피고인들도 신변 보호를 위해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을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철장 보호실’에 앉아 있었다.재판이 시작되면서 방청객과 피고 지지자, 취재진, 변호사 등 수백 명이 재판정에 들어오는 바람에 마무드 무함마드 샤우크리 재판장은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밀려날 정도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검찰이 “피고들은 불법 단체를 조직하고 허가받지 않은 외국 지원을 받았으며…”라고 논고를 이어가는 동안 ‘철장 보호실’에 있던 피고인들은 서로 잡담을 하거나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어떤 긴장감도 없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피고 지지자들은 재판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반면 일부 방청객은 피고인들이 민주화 활동을 한다면서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고 반미 감정을 드러냈다.급기야 재판장은 4월 26일 속개한다며 재판을 마쳤다. 미국은 재판을 강행하면 올해 이집트에 대한 군사 및 경제 원조 15억5000만 달러를 중단하겠다고 이집트 군부에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재판 연기는 다음 재판 때까지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올가을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르면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끈다. 시 부주석이 탈북자 북송에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향후 한중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그는 2008년 3월 국가부주석에 선출된 후 첫 외국 방문지로 그해 6월 북한에 갔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 총서기 취임 이후 처음 해외 방문지로 북한을 방문했듯이 시 부주석이 총서기 선출 후 처음으로 북한을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 부주석은 2010년 10월 8일에는 베이징(北京)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국가부주석이 북한대사관을 방문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시 부주석은 이 자리에서 “새 지도체제와 함께 전통을 잇고 미래로 향하자”고 연설해 당시 공식화하지 않은 김정은 3대 세습 후계 체제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그해 10월 25일 항미원조전쟁(6·25전쟁) 참전 60주년을 기념해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좌담회에서는 “항미원조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발언했다. 시 부주석이 집권 기간에 북한 3대 세습의 버팀목이 되어 후견인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에 귀를 닫을 수도 있다. 더욱이 미국의 아시아 복귀에 따라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북한의 협조를 받기 위해 인권에는 눈을 돌리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시 부주석이 과거 중국 지도자처럼 자신도 국내적으로 원칙에 충실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세우려 할 경우 탈북자 북송에는 ‘시대 역행’의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주석이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으로부터 후계 지도자로 낙점된 것은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앞두고 각각 상하이(上海)와 티베트의 당서기로 있던 두 사람이 현지에서 발생한 시위 사태에 강경 대응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에 비하면 시 부주석은 2007년 10월 정치국 상무위원, 이듬해 3월 국가부주석, 그리고 2010년 10월 군사위 부주석까지 혜성처럼 떠올랐지만 특별히 어떤 장점이 ‘득점 포인트’였는지 모호하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이런 점을 의식한 시 부주석이 국제사회가 제기하는 탈북자 인권 문제를 중국의 자주 외교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탈북자는 불법 월경자’라는 강경 원칙을 고수해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도 없지는 않다. 이달 중순 미국 방문에서 시 부주석은 다른 지도자들보다 개방적이고 서구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게 인권 후진국으로 불리는 굴레를 벗어나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 처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시 부주석은 지방 당서기 시절부터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첫 번째 중국의 최고 지도자이며 한국의 정재계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텁다. 북송 위험에 처한 탈북자를 보호해 달라는 탈북자 남한 가족들의 절규를 쉽게 외면하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다.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대국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친중국 홍콩 원후이보) “겉은 요란했지만 ‘속빈 강정’이다.”(미국 공화당 대선 예비주자 밋 롬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첫 외교 무대 등판’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 부주석은 1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항구 시찰, 17일 할리우드 영화계 면담, 중국어 교육 미국학교 견학, 미국프로농구(NBA) 관람 등을 끝으로 4박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바쳤다. 그는 ‘미래 권력’이지만 사실상 국가 정상급 예우를 받았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것을 반영한 것이었다. 시 부주석의 이번 방미는 국제무대를 상대로 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자국민들을 향한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서방언론들의 평가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시 부주석은 이번 방미를 통해 중국 국민에게 13억 인구를 이끌 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자신감 등을 보여주려 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스타일은 변했으나 실질은 차이가 없었다”며 “인권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차이를 좁히는 데는 아무런 역할도 못했다”고 시 부주석의 방미를 평가했다.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은 “그는 과거 중국 지도자와 달리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봐 상호 교감성은 있지만 방미는 ‘놀랄 일 없는 각본에 따른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과거 지도자에 비해 개방적이고 서구에 우호적인 태도를 가졌으나 방미는 ‘대본에 따른 것’에 가까웠다”며 많은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말을 아끼고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서방의 다소 인색한 평가에 비해 중국 관영 및 친중국 홍콩 언론은 그의 방미 성과에 호의적이다. 원후이(文匯)보는 “미국 민중이 대국의 지도자로서 높이 평가했다”며 시 부주석의 위상을 치켜세웠다. 신문은 또 “인정미 넘치고 솔직한 태도로 차이를 좁히려 한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시 부주석이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경제위원회(USCBC) 주최 오찬 연설에서 대만과 티베트 독립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반대 표명을 촉구하면서 “진정한 친구라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라”고 몰아붙였다며 ‘할 말은 했다’고 평가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절대 권력자가 부재한 상태에서 천하를 둔 쟁패(爭覇)가 벌어지고 있다.” 올가을 구성될 차기 중국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중국 권력핵심부 내의 움직임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최근 중국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왕리쥔(王立軍) 충칭(重慶) 시 부시장 체포사건의 배경에는 차기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자리를 둘러싼 권력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0월 열리는 공산당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파(團派·퇀파이)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上海방) 및 개국공신 고위 자제들을 지칭하는 태자당 간에 자기 계파의 상무위원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치의 독특한 체제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공산당 조직상 최고 정점에 있는 ‘집단지도체제 최고지도부’다. 총서기나 국가주석이 상무위원 중에서 선출되는 지위상 최고 권력자이긴 하지만 국가의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상무위원 9명이 동등한 자격으로 토론을 벌이고 결정에 참가한다. 올해 정치국 상무위원 쟁탈전이 과거보다 격렬한 것은 과거처럼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절대 권력자의 권위와 조정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당대회에서는 후 주석을 포함한 9명의 상무위원 중 7명이 물러난다. ‘상무위원은 70세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나이 제한 불문율 때문이다. 집단지도체제인 상무위원회 한 자리 한 자리는 권력의 분점 비율과 직결된다. 마오와 덩이 실권자로 있을 때는 계파도, 상무위원 비율도 사실상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1인 독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상무위원 수도 문화대혁명 때는 11명(1966년)으로 늘거나 5명(1969년)으로 줄어들 정도로 왔다 갔다 했다. 이제 절대 권력자가 없어진 상황에서 상무위원 한 자리 한 자리의 중요성이 커졌고 별도 선거 절차도 없는 선발 과정에서 조율과 타협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본인이나 가족, 친인척 비리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 즉각 경쟁자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이번에 ‘왕리쥔 사건’으로 정치생명이 흔들리고 있는 보시라이(薄熙來) 충칭 시 서기의 경우 개국공신이자 ‘8대 원로’로 추앙받은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이라는 후광이 아직 있어 정치생명이 완전히 끝날지에는 이견이 있다. 하지만 정치국 상무위원이라는 ‘바늘구멍’ 통과를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흠집이 생겨 경쟁자인 퇀파이파 왕양(汪洋) 광둥(廣東) 성 서기에 비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물론 과거에도 상무위원 진출을 놓고 개인 간, 계파 간 경쟁이 치열했다. 개혁파와 보수파 간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산당은 일당 지배를 위해서는 정치 체제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설령 갈등 요소가 있어도 표면화하지 않거나 외부로 불거지기 전에 봉합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국원이나 상무위원 등 고위 지도부의 선출 과정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는 것은 선출 과정에서 불가피한 잡음이 외부에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2010년 10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 경쟁하는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사실상 ‘차기 최고지도자’로 가는 자리인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임명된 것도 경쟁 관계인 퇀파이와 상하이방이 타협을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왕리쥔 파동’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권력투쟁 속살의 일부가 드러날 조짐마저 보이기 때문이다. 상무위원 9명과 장 전 주석 등 원로들이 다음 달 초에 열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협회의) 전에 조사를 마치고 사태를 마무리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중국의 집단지도체제, 나아가 ‘공산당 일당 지배 정치체제’ 자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 충칭(重慶) 시에서 벌어진 권력투쟁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 청년단파(團派·퇀파이)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上海)방과 태자당을 공격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충칭 시 보시라이(薄熙來) 서기와 보 서기의 최측근이었던 왕리쥔(王立軍) 부시장이 갈등을 빚게 된 것도 퇀파이의 치밀한 ‘이간계’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사이트 보쉰(博迅)은 왕 부시장이 6일 갑자기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의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게 된 배경을 14일 상세히 분석했다. 이번 갈등은 2006년 장쩌민 계열의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당서기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 서기가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이 적극 추진하는 ‘거시 경제 조정정책’ 등에 시비를 걸고 나오자 후진타오 계열은 천 서기를 사회보장기금 유용 사건으로 구속해 18년형을 선고받게 했다. 유용 및 횡령 금액만도 329억 위안(약 5조9000억 원)에 이르는 실정법 위반을 걸고 나오자 천 서기는 낙마를 피할 수 없었으며 2007년 10월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도 무산됐다. 17차 당대회 후 장 전 주석과 쩡칭훙(曾慶紅) 부주석 등은 충칭의 보 서기에게 ‘부패척결(打黑)’과 ‘적색혁명 고조(唱紅)’ 등을 기치로 후 주석 등에 반격을 시도하도록 한다. ‘현대판 포청천’으로까지 불린 왕 부시장(전 공안국장)을 앞세운 보 서기의 ‘충칭 모델’은 ‘마오주의 회귀’라는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으며 왕 부시장은 영웅으로 부상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보 서기는 올가을 18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후진타오 계열로 보 서기의 정치적 라이벌인 왕양(汪洋) 광둥(廣東) 성 서기의 진입 가능성은 낮아진다. 17차 당대회 이후 상무위원 9명 중 후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그리고 중립성인 원 총리 등 3명에 불과했던 후진타오 계열로서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보 서기는 2011년 12월 20일 충칭 시 당대회에서 “적색 분위기 고조 등에 대한 만족도가 96.5%까지 오르고, 여기에 우방궈(吳邦國) 자칭린(賈慶林) 리창춘(李長春) 시진핑(習近平) 허궈창(賀國强) 저우융캉(周永康) 등이 모두 충칭에 와 높게 평가했다”며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좌(左)’네 ‘과거 회귀’네 하며 이상하게 여긴다”고 비꼬는 투로 비판했다. 보쉰은 “이는 명백히 후 주석과 원 총리, 리 부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최고 권력자에 대한 이 같은 행동은 마오쩌둥(毛澤東)에게 도전했다가 숙청된 류사오치(劉少奇)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자 왕조시대라면 9족을 멸할 대역죄”라고 분석했다. 올가을 권력구조 개편을 앞두고 후진타오 계열은 중앙기율위원회를 통해 왕 부시장을 불러 ‘채찍과 당근’을 동원해가며 보 서기에 대해 조사할 것이 있는지 등을 은밀히 협의한다. 그러면서 중기위는 왕 부시장과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후 대화 내용 중 보 서기에게 불리한 내용만을 뽑아 중앙정부에 있는 보 서기의 정보원에게 흘린다. 이를 전해들은 보 서기는 왕 부시장이 자신을 배반한 것으로 오해하고 왕 부시장 주변 인물들부터 검거하기 시작한다.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게 된 왕 부시장은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으로 달려가 구조를 요청한다. 왕 부시장은 후진타오 계열의 예상대로 보 서기와 맞서며 내분을 일으키게 된다. 후진타오 계열은 왕 부시장이 충칭을 벗어나지 못한 채 보 서기 측에 잡힐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보 서기 측의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이 70여 대의 충칭 경찰차를 동원해 청두까지 추적했지만 왕 부시장은 이를 따돌리고 미국 대사관에 들어갔으며 국가안전부에 신병이 넘겨져 베이징으로 압송됐다. 홍콩 밍(明)보는 14일 “당 중앙은 이번 사건을 왕 부시장의 개인 비리를 넘어 엄중한 ‘정치 문제’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쉰은 후진타오 계열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차기 정권에서 보 서기가 상무위원이 되고, ‘포청천’으로 추앙받던 왕 부시장이 공안부장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자중지란을 일으키려는 간계(奸計)가 성공한 셈이다. 보쉰은 후진타오 계열이 시 부주석이 총서기와 국가주석에 오르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상무위원 계파별 구성에 따라서는 후 주석이 국가주석에서 물러난 뒤에도 군사위 주석을 더 맡을 가능성을 내다보게 됐다고 전했다. 장 전 주석도 국가주석을 후 주석에게 물려준 후에도 일정 기간 군사위 주석을 맡은 적이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미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14일 오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의 현안을 논의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도 동석했다. 올가을 이후 중국을 이끌어갈 시 부주석과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 간의 첫 만남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이제는 이에 걸맞게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법과 규범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5년 내에 미국의 수출을 2배로 늘리고 미국의 일자리를 대폭 창출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양국 간에 예민한 문제인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에서의 긴장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며 “티베트를 포함해 중국 국민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신장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부주석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부주석은 미국 방문 공식 일정 첫날인 이날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펜타곤), 미 상공회의소 등을 방문하며 빡빡한 일정을 보냈다. 오전 9시 백악관에서부터 시작된 이날 일정은 바이든 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이르기까지 오후 9시가 지나서야 끝났다. 이날 아침 백악관 주변의 펜실베이니아 등에서는 성조기와 중국 국기를 든 많은 환영 인파가 백악관으로 향하는 시 부주석을 환영했다. 바이든 부통령과 주요 장관들은 오전 9시 시 부주석과 수행 장관들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반갑게 맞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9시 17분부터 시작된 미중의 주요 각료들이 참석한 확대 양자회담에 이어 바이든 부통령과 시 부주석 두 사람만 회담하는 시간도 따로 가졌다. 두 사람은 2시간 이상 환담하면서 미중 간의 정치, 안보, 경제 및 인권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바이든 부통령은 2010년 6월부터 위안화 절상 조치를 취한 중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환율을 낮춰 중국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불공정한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중국 정부가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 부주석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제품 덕에 6000억 달러를 아꼈다”며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468%나 증가했고 수출 덕분에 미국에서는 일자리가 300만 개 늘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위안화 환율체계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외국인투자가에게 투명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면서 “미국도 민감한 기술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를 풀어 달라”고 촉구했다는 전언이다. 마이클 프로먼 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미래의 중국 지도자에게 국제적인 법규와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미중 간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블링컨 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두 사람의 대화는 진정한 회담이라고 할 만큼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직접적이면서도, 서로의 견해를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회담 후 시 부주석을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로 안내했다. 미 행정부는 시 부주석이 미국에 도착한 13일 도착 시간과 장소를 비밀에 부쳤다. 시 부주석이 워싱턴 근교인 메릴랜드 주 앤드루 공군기지에 오후 3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한 뒤에야 알려졌다. 언론에도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시 부주석 도착 후에야 도착 시간을 공개했다. 백악관에선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아이오와 주와 로스앤젤레스 등을 방문할 예정인 시 부주석의 향후 구체적인 일정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티베트 인권과 중국 내 인권 유린 문제를 놓고 백악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14일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중국 반체제 작가들의 글과 사설 2건을 실어 중국 차기 지도자의 방미를 바라보는 워싱턴 조야의 시각을 보여줬다. 2010년 ‘중국 최고의 연기자, 원자바오(溫家寶)’라는 책을 쓰는 등 중국 정부를 비판하다 지난달 11일 미국으로 사실상 망명한 작가 위제(余杰·39) 씨는 “중국이 해(害)를 끼치지 않는 호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주장했다. 위 씨는 “중국의 서방 침투는 서구의 가치를 침식시켜 냉전시대 소련보다 중국이 세계에 더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중국에 왜 신뢰 적자(赤字)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국에 대한 신뢰 부족은 항저우(杭州) 중급인민법원이 10일 반체제 인사 주위푸(朱虞夫) 씨의 시 한 편을 문제 삼아 국가정권전복선동죄로 징역 7년형을 선고하는 등 열악한 인권 상황의 악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중국 측의 주요 관심은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 부주석의 이미지를 빛내는 것이다. 그의 일정마다 세세한 부분에 신경 쓰는 중국 측 인사들의 철저함과 집요함은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3일 미국에 도착한 시 부주석이 올해 말 최고지도자로서의 부상을 앞두고 긴장관계가 높아지는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 얼마나 고심하는지를 이렇게 전했다. 시 부주석은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과 관계를 원만히 하는 초석을 놓는 한편 중국 국민에게는 미래 지도자로서 자신감과 권위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장쩌민(江澤民) 전기를 쓴 중국 전문가 로버트 쿤 씨가 분석했다. 시 부주석이 14일 중국 최고 지도부로서는 처음으로 펜타곤(국방부)을 방문하는 것은 양국 간 가장 첨예한 문제를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부주석이 27년 전 자신이 허베이(河北) 성 정딩(正定) 현 서기로 방문했던 아이오와 주의 작은 마을 머스커틴의 한 농장을 방문하는 의미도 각별하다. 양돈기술을 배우러 미국을 찾은 평범한 지방관리였던 자신이 최고지도자 문턱까지 간 것을, 상전벽해 같은 중국의 국력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또한 대도시가 아닌 시골을 찾는 것은 미국민에게 친근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오와 주와는 콩 수입 계약을 해 이번 방미 기간 중 유일하게 구매 계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국과의 교류에는 이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프로농구(NBA) 경기를 참관할지를 놓고도 중국 측은 저울질을 하고 있다. NBA 참관은 중국 지도자들이 국내에서도 대중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장에 나서지 않는 것에 비추어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시 부주석은 축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의 ‘농구 경기 관람 외교’는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려는 ‘이미지 만들기’의 결정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시 부주석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친중파 10만 명’을 기르기 위해 중국어를 가르치는 미국 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자국민에게 큰 자부심을 줄 이벤트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에 차기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 것도 이미지 관리와 무관치 않다. 펑 여사가 동행하면 수려한 외모에 현역 인민해방군 소장(한국의 준장)이자 ‘국민 가수’인 펑 여사가 더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혁명을 다룬 옛 소련 문학에 심취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달리 시 부주석은 제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고 외동딸 밍저(明澤) 씨가 하버드대 2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등 서구에 친숙한 것으로 알려졌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수교 직후인 1979년 1월 말 미국 텍사스 주를 방문했을 때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마차를 탄 채 군중에게 인사했다. ‘죽의 장막’에서 온 ‘작은 거인’에게서 기대하기 힘들었던 개방적 몸짓이었다. 덩은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에서 모의 우주 왕복선에 타보기도 했다.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책 방향과 철학 등을 설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중국 지도자들의 의중은 말 한마디와 절제된 행동의 행간에서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에게 쏠린 세계의 눈길도 이와 비슷하다. 올가을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르고 내년 국가주석에 선출될 예정인 시 부주석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앞으로 10년가량 이끌 ‘미래 권력’이다. 그는 이번 방미를 통해 차기 최고지도자로서 국제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한다. 또한 그의 방미는 앞으로 미중이 벌일 외교전의 향방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간 세계의 판도를 좌우할 주요 2개국(G2)의 샅바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백악관이 10일 공개한 시 부주석의 방미 일정은 미국이 그를 얼마나 극진하게 예우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직 2인자이지만 차기 최고지도자라는 점을 의식한 흔적이 일정 곳곳에 담겨 있다.앤서니 블링컨 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을 통해 시 부주석은 14일 오전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백악관에서 공식 회담을 하며 이에 앞서 주요 부처 장관들과 만난다고 밝혔다. 시 부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의 회담은 2시간 이상 진행될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백악관은 회담에서 무역 이슈와 국가안보, 군사, 지역 및 세계적인 도전에 관한 과제 등이 총체적으로 협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미는 지난해 8월 바이든 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이어 시 부주석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다. 점심은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시 부주석과 중국 대표단을 초청해 국무부에서 공동으로 베푼다. 오찬에는 재계와 비정부기구(NGO), 학계 및 예술계 인사들도 참석한다. 오후에는 펜타곤에서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을 만나 양국의 군사관계를 논의한다. ‘중국 2인자’를 펜타곤으로 초청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어 시 부주석은 미 상공회의소에서 양국 재계 지도자를 만나 양국 간의 무역 이슈를 놓고 심층 토론을 벌인다. 여기서 위안화 절상 문제를 비롯한 통상 마찰 이슈가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집무실서 회담… 商議서 토론회도 ▼15일에는 의회를 찾아 상하원 의회 지도자를 만난 후 오후에 아이오와 주로 날아간다. 27년 전인 1985년 허베이(河北) 성 정딩(正定) 현 당서기로 축산대표단을 이끌고 양돈 기술을 배우기 위해 머스카틴을 방문한 적이 있는 시 부주석은 이번에는 톰 빌색 미 농림장관과 게리 로크 주중 미 대사의 안내로 이곳을 찾는다. 또 미국 측은 시 부주석의 아버지가 1980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들을 모아 만든 사진첩을 선물로 준비했다.미국은 정상에 버금가는 예우를 갖춰 시 부주석을 환대하면서도 두 나라 간 첨예한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아시아 중시 전략’을 대내외에 재천명하는 등 미중 관계에 대한 확고한 방침을 보여줄 계획이다. ‘할 말은 하겠다’는 것이다. 대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우리는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만큼 중국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법률과 규정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미중 간의 무역 불균형 해소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뿐 아니라 인권 문제와 티베트 사태 등 현안에 대해서도 시 부주석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대중 강경자세를 통해 국내의 정치적 지지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실해 대중 외교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시 부주석이 미국과 어떤 외교 관계를 설정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부주석으로서도 ‘강온(强穩)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강경한 면은 그가 2009년 멕시코 등 중남미를 방문했을 때 보여줬다. 그는 당시 “게으른 일부 외국인이 우리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우리는 혁명도 기아도 가난도 수출하지 않았고 어떤 두통거리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가”라고 공세를 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서방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중국에 손을 벌리면서도 인권 등을 놓고 중국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받아친 것이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시 부주석의 방미에 앞서 9일 “미중 간 ‘신뢰 적자(赤字)’는 미중 양국 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리아 제재에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미국이 비판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청리는 “시 부주석이 미중 화해를 의식해 서방에 유약하고 순치된 모습을 보이면 중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시 부주석은 과거 27년 전 인연을 찾아 아이오와 주를 방문하거나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관람하는 등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보다는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신뢰 적자 ::현재 미-중 간 신뢰가 양국 관계 발전에 필요한 수준보다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는 의미로 추이톈카이 부부장이 사용.}
미국은 최근 이라크에서 길이 60cm가량의 초소형 무인 정찰기를 띄우는 문제를 놓고 이라크 정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18일 미군이 완전 철수한 후 외교시설 보호나 외교관 이동 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라크의 아드난 알아사디 내무장관 직무대행은 “여기는 이라크의 하늘이지 미국의 하늘이 아니다”며 ‘주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미군 철수 이후 급변하고 있는 미국과 이라크의 역학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7일 미군 철수 이후 불과 2개월이 지나지 않아 이라크와 미국의 관계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은 이라크의 ‘훼방행태(obstructionism)’에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주둔’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바그다드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인이 이라크에 입국할 때 누리 알말리키 총리실이나 때로는 총리가 직접 승인하지 않으면 비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쿠웨이트를 거쳐 반입돼 미 대사관에 들어가는 식량과 과일 샐러드 커피 설탕 등 기초 물품 조달에도 애로를 겪는다. 과거에는 미군의 호위하에 무사 통과됐으나 지금은 각종 통관 서류를 요구하는 등 까다롭게 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은 ‘치킨윙의 날’(닭 날개를 배식하는 날)에 한 사람당 닭 날개를 6개로 제한할 정도로 물품 공급에 제약을 겪고 있다. 미국은 곧 대사관 인원을 절반가량으로 줄일 계획이다. 현재 대사관에는 파견 외교관 2000명과 현지 채용 1만4000명 등 1만6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한 해 60억 달러의 유지비가 든다. 바그다드 미 대사관은 2009년 1월 ‘그린 존(안전지대)’에 7억5000만 달러를 들여 개관할 때 해외 공관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 호화 논란이 없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대사관 인원 축소에 대해 “대사관이 너무 비대하다는 지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라크 내에서 미국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중동 전문가 케네스 폴락 연구원은 “과거 미군이 해왔던 것을 대사관 등에서 계속할 수 있다고 국무부가 생각한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현재 북부 지대 안전 상황을 모니터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국제개발기구가 맡고 있는 사업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인들은 “미국은 이라크를 중심으로 중동을 경영하려고 하고, 바그다드 대사관을 그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는 것 같다”(수니파의 나히다 알데이니 의원)는 의혹을 갖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전언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대사관 인원을 줄임으로써 비용 감축은 물론이고 ‘좀 더 조용하고 낮은 자세로’ 이라크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더 큰 레버리지 역할을 할 수 있고 나아가 ‘미군 주둔 시절’의 반미 감정도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이집트 검찰이 이집트 내에서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던 미국인 19명을 포함해 43명의 외국인을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민주혁명 이후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이집트 군부 간 정면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이집트 검찰은 5일 정부 허가 없이 국제기구 지사를 설립하고 외국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다며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의 아들 샘 러후드 씨 등 19명의 미국인과 세르비아인 5명, 독일인 2명, 아랍인 3명 등 외국인 43명을 카이로 형사법원에 기소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후드 씨를 포함한 기소 대상 상당수는 이집트 내 비정부기구(NGO) 직원이다. 이들은 출국 금지되어 있으며 3명의 미국인은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에 피신해 있다. 앞서 지난달 말 이집트 검찰은 외국의 내정간섭을 조사하겠다는 명목으로 국내에 주재하는 NGO 10개 단체 17곳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미국인 6명 등 외국 NGO 관계자 10명에게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이 이집트 군부의 더딘 민주화 조치를 비난하며 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나온 것. 뉴욕타임스는 6일 “이번 일로 미국-이집트 관계가 틀어지면 미국을 매개로 유지돼 온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우호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해 중동 질서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4일 “민주화에 역행하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원조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집트는 기소를 강행했다. 미 의회에서는 이집트의 NGO 활동 방해를 이유로 1979년부터 30여 년간 이어온 연간 평균 20억 달러(약 2조2440억 원)에 달하는 이집트 원조를 삭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이집트에 군사 원조로 13억 달러(약 1조4586억 원), 경제 원조로 2억5000만 달러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맺은 1979년부터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지만 지난해 무바라크 정권 붕괴 이후 집권 전면에 나선 군부가 민주화운동을 탄압한다며 비난해 왔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일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시한이 다 되어가고 있다”며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사진)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올해 4월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무기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몇 차례 나왔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최고위 국방 당국자 수준에서 공격이 거론되는 것은 이례적이다.》이란과 국제사회 간의 대립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실제 군사행동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씨는 3일 칼럼에서 “패네타 장관은 이스라엘이 4월, 5월 또는 6월에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서두르는 것은 이란이 ‘면제 지대(zone of immunity)’에 도달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이그네이셔스 씨는 전했다. ‘면제 지대’는 적의 직사 및 곡사 화기의 위협이 미치지 않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장을 하고 더욱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농축 우라늄을 깊은 지하 시설에 저장해 미국 이외엔 누구도 군사적으로 저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그네이셔스 씨는 분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참석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온 패네타 장관은 2일 WP 칼럼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전망하고 있는지는 나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다. 나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미국은 우려를 표시해 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바라크 장관은 2일 열린 정보 및 군사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안보 포럼’에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새로 만든 산속 벙커로 숨기고 있기 때문에 이란의 핵 개발 진전을 막기 위한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누구라도 ‘나중에’라고 한다면 그 나중은 이미 늦은 때”라고 강조했다. 바라크 장관은 “경제 제재만으로는 이란의 군사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킬 수 없다”며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보포럼에 참가한 군 정보 책임자인 아비브 코차비 씨는 “이란이 농도 20%의 농축 우라늄을 100kg 가까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초보적인 핵폭탄 4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며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뤄지는 경우 ‘특정 목표에 제한’할 것이며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나탄즈 등 일부 핵시설이 표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WP는 전했다. 이란도 섣불리 전면전으로 확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스라엘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7년 9월에도 독자적으로 핵시설로 의심된다며 시리아의 건물을 폭격기를 동원해 파괴했으나 시리아는 아무런 저항도 못했다.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부총리는 2일 “이란의 핵 시설이 있는 지하벙커는 충분한 방어물을 갖추고 있지 못해 군사 공격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지하관통 폭탄인 최신형 ‘벙커 버스터’가 아직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파괴할 능력이 없다는 외국 전문가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야알론 부총리는 “중요한 것은 모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란 공격이 이뤄진다면 어떤 무기가 동원될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1970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이듬해 러시아에 시리아 타르투스 항을 제공했다. 러시아는 베트남 이집트 등에 있던 해외 해군기지를 옛 소련 붕괴 이후 모두 폐쇄했지만 유독 타르투스 항에서만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냉전 이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턱밑에서 미국 주도의 ‘전략미사일 방어체계’에 대응하는 것이 새로운 임무로 주어졌다. 최근 이곳에 러시아의 유일한 핵항공모함인 쿠스네초프가 입항했다. 러시아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시리아의 정정이 불안한 상태에 이뤄진 일이라 주목을 받았다. 시리아 반군 ‘자유 시리아군’의 지도자인 리야드 알아사드 대령은 1일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의 절반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시리아 대통령 부자의 대를 이은 오랜 동맹국으로 현 알아사드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 되어 왔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초강경 진압해 온 것을 규탄하는 내용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나 제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방패막이를 해주고 있다. 지난해 초 반정부 시위 발생 이후 정부군의 유혈 진압과 폭력 사태로 인한 희생자가 5400여 명에 이를 만큼 반인륜적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반대하면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은 사실상 힘들다. 러시아의 친시리아 정책의 배경에는 ‘무기 판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과 그동안 약 40억 달러의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약 20억 달러의 추가 무기 거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이는 러시아 해외 무기 판매량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지난달 10일에는 지중해에서 풍랑을 만나 키프로스로 긴급 피신한 러시아 화물선에서 시리아군에 공급하는 무기와 탄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음 달 4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러시아 내 민주화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동병상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도 시리아 제재에 반대하고 있지만 큰 이해관계는 없다. 티베트 등 소수민족 분리 움직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정 불간섭’을 제재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 정도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기 때문에 시리아 제재를 원하는 아랍 산유국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냉전시대의 유대를 바탕으로 민주화를 거부하는 점에서 초록은 동색인 러시아와 시리아가 ‘반민주, 반인권’ 동맹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역사가 지켜볼 것이다.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의 위안화 환율을 평가하면서 ‘저평가되어 있다’는 지난 수년간의 기조와는 다른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고 미 달러화 체제의 한 축을 이뤄온 IMF가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달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MF가 최근 위안화가 ‘현저하게(substantially)’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다시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30일 보도했다. IMF는 17일에는 위안화가 지난해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절상됐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IMF의 평가 결과는 수개월이 지난 후 나올 예정이지만 미국의 주장처럼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절상이 필요하다’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WSJ는 “IMF가 ‘단지 저평가되어 있다’는 정도의 완화된 평가만 나오더라도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대선 주자들이 위안화 환율에 대해 강도 높은 공격을 펼치려는 기세는 꺾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의 위안화에 대한 기조 변화는 지난해 7월에 나온 자체 보고서와 다르다. IMF는 당시 발표한 중국 리포트에서 위안화가 최대 23% 저평가되어 있다고 밝혔다. IMF는 미국과 중국 간에 위안화 환율을 놓고 논쟁을 벌일 때 세계은행과 함께 ‘저평가되어 있다’는 입장을 주로 나타내 중국의 원성을 사 왔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이 국제 금융체계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IMF를 주 타깃으로 삼은 것도 미국 편을 들고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이었다. 2010년 11월 IMF 이사회에서 조정된 IMF의 지분에서 미국은 17.41%로 1위국이다. IMF 주요 안건의 의결 요건이 85%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만이 비토권을 갖고 있다. 그런 IMF가 미국과 의견을 달리할 경우 미국과 달러화의 위상이 추락하는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27일 “위안화는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IMF의 기조 변화 조짐에 대해 에스와르 프라사드 전 IMF 경제분석가는 “위안화 환율 수준이나 외환보유액 증가 속도, 무역수지 추이 등 여러 지표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의 위상 강화와 함께 IMF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 위안화 환율에 대한 기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해 7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의 선임에는 중국의 지지가 큰 몫을 했으며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주민(朱民) 부행장이 처음으로 IMF의 부총재로 선출됐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인구 11만 명의 작은 도시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1월 하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29일 닷새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예년의 다보스포럼은 ‘(금융)위기 후 세계 질서’(2009년), ‘더 나은 세계 만들기, 다시 생각하고 디자인하고 건설하자’(2010년), ‘새로운 현실의 공통 규범’(2011년) 같은 주제가 보여주듯 ‘글로벌 경제리더’들이 세계화, 기후변화, 소득 불균형 등 지구촌의 현안 해결에 대한 의욕을 다지는 활력 넘치는 토론의 장이었다. 올해 큰 주제는 ‘대전환, 새로운 모델 만들기’. 하지만 올해는 ‘다보스포럼답지 않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첫날 첫 주제가 ‘자본주의는 21세기 사회에서 실패하고 있는가’일 정도로 참가자들은 세계경제 위기에 대해 ‘무력감’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포럼에서 “이제 정치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탄만 했다고 한다. 유럽의 한 펀드매니저는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대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보다는 질책하는 데만 몰두했다”며 “나는 메르켈 총리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유럽에 가진 지분을 모두 팔아치웠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자신과 독일에 대한 눈총을 의식한 듯 “우리를 지구촌 경제의 골칫거리로 낙인찍은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 책임만 있느냐”며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유로존 위기와 독일의 처신에 대해 “이런 상태로는 계속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낸 것은 공개적으로 갈등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다보스의 정신’에서 벗어난다고 WSJ는 덧붙였다. 산적한 과제에 비해 귀중한 충고도 나오지 않고 오히려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어두운 전망들만 쏟아져 나왔다는 평가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고위 관리들의 참석도 예전보다 줄었다. 포럼 창시자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이 “지금 같은 자본주의가 앞으로는 작동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는데, 포럼 자체도 글로벌 경제의 방향타로 작동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닐까. 올해 다보스포럼을 지배한 무력감이 세계경제의 어두운 현주소와 암울한 전망을 반영하는 듯해 마음이 무겁다.구자룡 국제부 기자 bonh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다음 달 중순 미국 방문이 미중 양국의 상반기 최대 이벤트로 주목받고 있다. 올 10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에 선출돼 차기 최고지도자에 오를 것이 유력한 시 부주석의 이번 방미는 그가 2008년 국가부주석, 2010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돼 차기 지도자 자리를 ‘예약’한 뒤 갖는 첫 공식 미국 방문이다. 특히 그의 이번 방미는 10년 전인 2002년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이 그해 11월 총서기 선출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했을 때와 여러 면에서 비교돼 흥미롭다. 지난 10년간 괄목상대하게 높아진 중국의 위상이 차기 최고지도자의 방미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2002년 4월 후 부주석이 하와이를 거쳐 뉴욕 워싱턴 등을 5박 6일간 방문하는 동안 당시 미국 언론이 전한 미국 내 분위기는 “후가 누구냐(Who is Hu)?”는 것이었다. 후 부주석이 오래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장쩌민(江澤民) 주석 후임으로 낙점됐고 1999년 군사위 부주석에 올랐으나 그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반면 이번 시 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의 관심은 이미 뜨겁다. 그가 방문할 예정인 아이오와 주의 테리 브란스타드 주지사는 “방문에 감사하며 아이오와 주는 중국과의 깊은 관계로 측정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이오와 방문은 1985년 시 부주석이 허베이(河北) 성 정딩(正定) 현의 서기 때 맺은 인연 때문이라고 브란스타드 주지사는 말했다. 27년 전 인연까지 찾아 시(習) 부주석을 ‘학습(習)’할 만큼 미국의 태도가 변한 것이다. 중국은 2002년에서 2011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1조4000억 달러에서 6조5000억 달러(추정치)로 늘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을 차례로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다. 같은 기간 미국은 10조6400억 달러에서 15조22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중국 지도자들의 미국에 대한 자세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후 부주석은 방미 기간 중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며 2001년 12월 중국의 WTO 가입에 미국이 협력한 것에 감사를 표시했다. 시 부주석은 16일 열린 1972년 미중 공동성명 4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은 중국의 전략적 의도와 발전 방향을 정확히 판단해야 하고 양국 관계 발전의 기초는 상호 핵심이익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 이란 제재, 아시아에서의 주도권 다툼 등 현안을 앞두고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시 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쓰촨(四川) 성의 티베트인 시위에 대한 중국 당국의 유혈진압이 계속되고 있어 인권 문제를 놓고 껄끄러운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독일 월드컵이 열리던 2006년 6월 말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현지에서 만난 러시아인 중에 한국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한 50대 러시아 사업가는 한국을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자주 거쳐 다녀서’ 친숙해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팀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연해주에서는 미국 유럽행 직항이 적어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항공교통 허브의 이점으로 경제효과 외에 국가 이미지 상승효과도 있구나’ 생각하게 했다. 요즘 일부 학계에서 나오기 시작한 ‘한국 자유무역협정(FTA) 허브론’은 앞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새로운 키워드가 될 것 같다. ‘FTA 허브론’은 ‘FTA 허브’가 무엇이고 허브가 되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다. 올해 3월 한국과 미국 간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세계 양대 시장인 미국 및 유럽연합(EU) 모두와 FTA를 발효하는 최초의 국가가 된다. 일본과는 FTA를 위한 산·관·학 연구를 마쳤으며 중국과도 빠르면 3월 FTA 협상을 시작한다. 한국 FTA 허브론은 이 같은 한국의 FTA 추진 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전 삼성경제연구소장)는 연세대 EU센터가 최근 개최한 브뤼셀 포럼에서 한국이 FTA 허브가 될 경우 어떤 효과가 있는지, 한계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했다. 지난해 공산품 평균관세는 중국 8.9%, 미국 3.5%, EU 5.6% 그리고 일본은 2.0%였다. 만약 한국이 중국과 FTA를 맺어 관세가 0%가 되고 미중 간에 FTA가 없으면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중국 시장 진입에서 미국산 제품에 비해 8.9%의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또 한-EU 간 FTA가 완전히 발효해 서로 관세가 없어지면 EU 시장에 진출할 때 한국산 제품은 중국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5.6%의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는 미국 중국 EU 일본의 기업이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한국과 FTA를 맺은 파트너에게 수출하면 그만큼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이 상대 지역에 진출할 때 ‘관세 우회(tariff jumping)’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FTA 허브’ 이점은 한국의 FTA 파트너들이 횡적으로 서로 FTA 등 관세 인하 협력이 없을 때 더욱 극대화된다. 정 교수는 “미국 일본 EU 중국 등 4개 파트너 간 FTA가 상당 기간 내에 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한국이 허브의 지위를 활용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곽복선 KOTRA 중국조사담당관도 “올해로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았으나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 실적은 미미했다”며 “한중 FTA가 체결되면 중국 자본 유치에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는지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공장입지는 관세율 몇 %만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임금 수준과 적정 인력 공급, 시장과의 접근성 등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과 판단으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허브’ 효과에 지나친 환상을 가져서도 안 될 것이다. ‘순수 경제 이론’ 같은 단순함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이 주요 경제권과 FTA를 맺어 교역 확대는 물론이고 ‘FTA 허브’의 장점도 살릴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한때 한국에서 유행하다 외환위기를 맞고 자취를 감추었던 ‘금융 허브론’보다는 훨씬 실질적으로 진지하게 토론해 볼 만한 주제임은 분명한 것 같다.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그리스의 국가 부도를 막고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자들이 벌이는 막바지 협상이 일부 헤지펀드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의 고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사모펀드를 조성한 뒤 주식 채권 외화 등 각종 파생금융에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하는 자본을 말한다. 그리스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지난해 10월 27일 2차 구제금융 제공 협상을 타결하면서 민간 채권단의 손실분담률(PSI)을 50%로 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 은행들(500억 유로), 다른 유럽 은행들(400억 유로), 그리스 사회보장펀드(300억 달러), 유럽의 사회보장회사(150억 유로) 등 민간 채권자들도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 채권의 50%만 받겠다는 것이다. 민간 채권자들은 가지고 있는 채권의 액면가를 50%로 깎은 새 채권(쿠폰)을 받고 상환 만기는 20∼30년으로 연장하며 금리는 아직 협상 중이지만 4∼5%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민간 채권단의 총손실 규모는 68%에 이른다. 민간 채권단이 그 같은 손실을 감내하기로 한 것은 그런 노력이 없을 경우 IMF 등이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면 그리스가 3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145억 유로를 상환하지 못해 ‘무질서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리스 국채 중 약 500억 유로를 보유한 몇 개의 헤지펀드는 높은 금리의 보상을 하지 않으면 탕감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자신들은 일절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심사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악화시켰던 헤지펀드들이 또다시 유럽 경제위기를 악화시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민간 채권단을 대표해 그리스 정부와 채무 탕감 협상을 벌이는 국제금융협회(IIF) 관계자는 채무 삭감에 참여하는 채권자가 일정 수가 되면 헤지펀드 등 일부가 참가하지 않아도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보지 않고 다른 채권자들이 손실을 감내하면서 유지시킨 채권 가격으로 만기가 되면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이 헤지펀드들은 그리스 위기로 채권 가격이 폭락했을 때 매입한 것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국채 가격이 폭락했을 때 사서 큰 이윤(fat profit)을 남기려는 헤지펀드의 탐욕이 그리스 구제를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모 헤지펀드 관계자는 “IIF도 결국은 골드만삭스나 AIG보험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며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 왜 자신들이 비난받았는지, 자신들이 활동하는 공동체를 지켜야 할 책임은 없는지 등을 헤지펀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