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시진핑 ‘中인권 vs 美군사력’ 팽팽한 첫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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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차기 지도자 시진핑 국가부주석 방미

미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14일 오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의 현안을 논의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도 동석했다. 올가을 이후 중국을 이끌어갈 시 부주석과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 간의 첫 만남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이제는 이에 걸맞게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법과 규범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5년 내에 미국의 수출을 2배로 늘리고 미국의 일자리를 대폭 창출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양국 간에 예민한 문제인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에서의 긴장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며 “티베트를 포함해 중국 국민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신장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부주석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부주석은 미국 방문 공식 일정 첫날인 이날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펜타곤), 미 상공회의소 등을 방문하며 빡빡한 일정을 보냈다. 오전 9시 백악관에서부터 시작된 이날 일정은 바이든 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이르기까지 오후 9시가 지나서야 끝났다. 이날 아침 백악관 주변의 펜실베이니아 등에서는 성조기와 중국 국기를 든 많은 환영 인파가 백악관으로 향하는 시 부주석을 환영했다.

바이든 부통령과 주요 장관들은 오전 9시 시 부주석과 수행 장관들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반갑게 맞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9시 17분부터 시작된 미중의 주요 각료들이 참석한 확대 양자회담에 이어 바이든 부통령과 시 부주석 두 사람만 회담하는 시간도 따로 가졌다. 두 사람은 2시간 이상 환담하면서 미중 간의 정치, 안보, 경제 및 인권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바이든 부통령은 2010년 6월부터 위안화 절상 조치를 취한 중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환율을 낮춰 중국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불공정한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중국 정부가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 부주석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제품 덕에 6000억 달러를 아꼈다”며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468%나 증가했고 수출 덕분에 미국에서는 일자리가 300만 개 늘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위안화 환율체계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외국인투자가에게 투명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면서 “미국도 민감한 기술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를 풀어 달라”고 촉구했다는 전언이다.

마이클 프로먼 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미래의 중국 지도자에게 국제적인 법규와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미중 간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블링컨 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두 사람의 대화는 진정한 회담이라고 할 만큼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직접적이면서도, 서로의 견해를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회담 후 시 부주석을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로 안내했다.

미 행정부는 시 부주석이 미국에 도착한 13일 도착 시간과 장소를 비밀에 부쳤다. 시 부주석이 워싱턴 근교인 메릴랜드 주 앤드루 공군기지에 오후 3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한 뒤에야 알려졌다. 언론에도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시 부주석 도착 후에야 도착 시간을 공개했다. 백악관에선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아이오와 주와 로스앤젤레스 등을 방문할 예정인 시 부주석의 향후 구체적인 일정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티베트 인권과 중국 내 인권 유린 문제를 놓고 백악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14일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중국 반체제 작가들의 글과 사설 2건을 실어 중국 차기 지도자의 방미를 바라보는 워싱턴 조야의 시각을 보여줬다. 2010년 ‘중국 최고의 연기자, 원자바오(溫家寶)’라는 책을 쓰는 등 중국 정부를 비판하다 지난달 11일 미국으로 사실상 망명한 작가 위제(余杰·39) 씨는 “중국이 해(害)를 끼치지 않는 호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주장했다. 위 씨는 “중국의 서방 침투는 서구의 가치를 침식시켜 냉전시대 소련보다 중국이 세계에 더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중국에 왜 신뢰 적자(赤字)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국에 대한 신뢰 부족은 항저우(杭州) 중급인민법원이 10일 반체제 인사 주위푸(朱虞夫) 씨의 시 한 편을 문제 삼아 국가정권전복선동죄로 징역 7년형을 선고하는 등 열악한 인권 상황의 악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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