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독재본색’ 러시아의 명분 없는 시리아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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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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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국제부
구자룡 국제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1970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이듬해 러시아에 시리아 타르투스 항을 제공했다. 러시아는 베트남 이집트 등에 있던 해외 해군기지를 옛 소련 붕괴 이후 모두 폐쇄했지만 유독 타르투스 항에서만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냉전 이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턱밑에서 미국 주도의 ‘전략미사일 방어체계’에 대응하는 것이 새로운 임무로 주어졌다.

최근 이곳에 러시아의 유일한 핵항공모함인 쿠스네초프가 입항했다. 러시아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시리아의 정정이 불안한 상태에 이뤄진 일이라 주목을 받았다. 시리아 반군 ‘자유 시리아군’의 지도자인 리야드 알아사드 대령은 1일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의 절반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시리아 대통령 부자의 대를 이은 오랜 동맹국으로 현 알아사드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 되어 왔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초강경 진압해 온 것을 규탄하는 내용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나 제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방패막이를 해주고 있다. 지난해 초 반정부 시위 발생 이후 정부군의 유혈 진압과 폭력 사태로 인한 희생자가 5400여 명에 이를 만큼 반인륜적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반대하면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은 사실상 힘들다.

러시아의 친시리아 정책의 배경에는 ‘무기 판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과 그동안 약 40억 달러의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약 20억 달러의 추가 무기 거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이는 러시아 해외 무기 판매량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지난달 10일에는 지중해에서 풍랑을 만나 키프로스로 긴급 피신한 러시아 화물선에서 시리아군에 공급하는 무기와 탄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음 달 4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러시아 내 민주화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동병상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도 시리아 제재에 반대하고 있지만 큰 이해관계는 없다. 티베트 등 소수민족 분리 움직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정 불간섭’을 제재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 정도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기 때문에 시리아 제재를 원하는 아랍 산유국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냉전시대의 유대를 바탕으로 민주화를 거부하는 점에서 초록은 동색인 러시아와 시리아가 ‘반민주, 반인권’ 동맹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역사가 지켜볼 것이다.

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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