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민주화 요구 앞에 선 푸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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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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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국제부
구자룡 국제부
‘푸틴은 3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푸티니즘은 끝났다.’(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이번 선거는 푸틴의 6년 임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자, 그의 시대의 마지막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4년 임기의 대통령을 두 번 지낸 후 헌법상 연임 규정 때문에 4년간 자신의 심복(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잠시 대통령직을 물려줬던 푸틴 총리가 이제 다시 6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한다. 지난해 그가 ‘회전문을 돌아오듯’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고 총리직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물려주겠다고 발표했을 때 러시아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바깥세상 보기에 창피하다” “이게 무슨 코미디냐”는 냉소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거센 민주화 시위 역풍을 뚫고 다소 높은 64%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도시 중산층과 지식인 사이에서는 ‘도스탈리’(‘이제 지겹다’는 뜻의 러시아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푸틴 자신도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 사회는 20세기가 전환할 때와는 달라졌다. 국민은 더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아졌으며, 중산층의 목표가 단순히 자신들의 부를 쟁취하기 위한 것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혀 과거와 같은 차르(전제군주)식 독재, 즉 ‘푸티니즘’은 끝났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올가을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총서기에 올라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교체가 이뤄지지만 공산당 집권세력 내에서의 ‘그들만의 교체’다. 양국은 대국이면서 언론 자유 제한 등 인권 상황 낙후, 권력 반대파나 비판세력에 대한 억압, 그리고 때로는 주변국에 대한 강압적인 태도 등에서 ‘초록이 동색’인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정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한 두 나라의 억압적 내부 체제는 세계 인권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 7000여 명이 희생되는 인권 참사를 빚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함께 감싸고돌아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비근한 예다.

“중국과 러시아는 비교적 양호한 경제 상황을 자신들의 권위주의 체제를 지속시키는 정통성의 기반으로 삼아왔으나, 비판적인 중산층의 증가는 더 이상 ‘권위주의 체제의 현상유지’가 어려워지게 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처럼 중국과 러시아 지도부가 변화를 언제까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 사회 내부에서 점차 커가고 있는 변화의 단초가 체제 안에서 싹을 틔울지, 체제 밖에서 변혁의 바람이 불어 닥칠지는 미지수지만 인권과 민주화, 변화와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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