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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숨기면 아무도 모르겠지.’ 이모 씨(47)는 카트 한 가득 삼겹살과 한우 등심을 담고 유유히 채소 코너로 향했다. 상추 박스의 포장을 풀고 카트의 고기를 상추더미 속에 숨긴 뒤 다시 끈으로 묶었다. 범행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후 5∼7시 점원들이 교대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를 노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에도 이 씨는 같은 수법으로 상추 박스 안에 90만 원 상당의 한우 등심 3팩을 숨겼지만 상추 값 7만 원만 지불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81차례에 걸쳐 1300만 원어치의 고기를 훔쳤다. 훔친 고기는 서울 관악구에 있는 자신의 정육점으로 가져와 되팔았다. 장사가 잘되지 않아 가게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한 이 씨는 이 고기를 25% 할인 판매해 남긴 돈을 임차료, 생활비 등에 썼다. 이 씨의 기나긴 범행은 대형마트 점원이 “번번이 육류 재고가 부족하다”며 경찰에 신고해 결국 들통났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매장 폐쇄회로(CC)TV에 찍힌 화면을 보고 이 씨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뒤 잠복해 있다가 상추 박스 안에 고기를 숨겨 나오는 이 씨를 붙잡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대낮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1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10분경 송파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김모 씨(30·여)가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찔렸다.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김 씨를 찌른 남성은 아파트 1층 뒷문으로 빠져나와 미리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범행에 사용된 칼은 단지 내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당시 경비원과 일부 주민들은 범행 현장을 목격했으나 순식간에 상황이 벌어져 미처 막지 못했다.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경찰은 한모 씨(32)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쫓고 있다. 김 씨와 한 씨는 평소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은 두 사람이 다툼을 벌이다 한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장하다, 장유빈!” 2년 넘게 기다린 첫 골이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정작 골을 넣은 장유빈(15)의 표정은 덤덤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흩어주는 동료들에게 미소로 답한 게 전부였다. 13분 뒤 터진 두 번째 골, 이때도 장유빈은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상대 진영에서 천천히 뛰어나왔다.○ 만년 꼴찌팀의 역사적인 첫 승 지난달 31일 강원 정선군 정선운동장에서 열린 ‘춘계 한국여자축구연맹전’ 예선. 이날 경기 이천의 율면중 여자축구부는 경남 진주여중을 상대로 창단 3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스코어는 2-0. ‘32전 32패’에 1승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벤치로 돌아온 아이들의 볼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물을 머리에 부으며 땀을 식히는 아이들은 “좋아요”란 짧은 소감만 밝혔다. 다들 이 순간이 낯선 표정이었다.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아이들이라 그럴 거예요.” 한쪽 구석에서 눈물을 훔치던 이민영 감독(25·여)이 귀띔했다. 율면중 여자축구부는 2013년 11월 학생 수가 부족해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기 위해 창단됐다.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힘든 환경이었다. 출전하는 경기마다 번번이 졌다. 32경기 동안 실점만 150골이 넘었다. 아이들은 경기당 평균 5골을 내주며 좌절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누구보다 승리에 목말라 있었다. 이날 경기 도중 장유빈은 왼쪽 다리의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뛰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골대 옆에 주저앉았다. 코치의 등에 업힌 채 벤치로 돌아온 장유빈은 “다음 경기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반전에서 팔목 뼈가 부러진 강서연(14)도 후반전까지 모두 소화한 뒤에야 병원으로 갔다.○ 축구가 희망인 아이들 율면중 여자축구부에는 남다른 사연을 가진 아이들도 있다. 장유빈은 엄마와 아빠를 모르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초등학생 때부터 남학생들과 어울려 놀다 보니 남학생 못지않게 축구공을 잘 다뤘다. 할머니는 그런 손녀를 축구부에 보냈다. 장사를 하느라 제대로 돌볼 형편이 안 됐기 때문이다. 장유빈에겐 축구가 기회였다. 꿈이 생겼다. “지소연 언니가 제일 좋아요. 가난한데도 실력만으로 멋지게 성공했잖아요.” 지소연(25)은 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자대표팀의 공격수다. 보육원에서 자란 한 선수는 친구의 부모님이 경기장에 응원을 올 때면 괜히 주눅이 들었다. 그때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영상을 찾아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동영상을 보면서 노이어 같은 골키퍼가 되겠다고 다짐한단다. 율면중 여자축구부는 1승과 1무를 추가해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본선 첫 상대가 너무 강했다. 5일 우승 후보인 경기 안양 부흥중에 0-1로 졌다. 33번째 패를 기록한 날 숙소로 돌아온 아이들은 경기를 하느라 미뤄야 했던 이소빈(14)의 생일 파티를 열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노래에 맞춰 춤도 추며 즐거워했다. 익숙한 패배를 또 당했지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봤기에 우울해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에 이기면 되기 때문이다. 율면중 여자축구부는 ‘꿈’을 차고 있다.정선=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선거벽보 5장을 훼손한 50대 여성이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서울 강남구 경기고등학교 담벼락에 부착돼 있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강남병 선거구 선거벽보 5장을 통째로 떼어내 가져간 혐의(공직선거법위반)로 김모 씨(52·여)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김 씨는 3일 오전 8시 28분경 경기고 담벼락에 붙어 있던 선거벽보 다섯 장을 통째로 떼어 가 6일 경찰조사를 받았다. 김 씨는 경찰조사 세 시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선거벽보 다섯 장을 또 다시 떼어냈다. 김 씨가 훼손한 선거벽보는 강남병 후보자 4명의 벽보 4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홍보 벽보 한 장이다. 김 씨는 “내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은 조작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김 씨의 아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 씨는 수 년 전부터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김 씨는 일정한 수입 없이 혼자 강남 일대의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서울 성북구 고려대 법대 후문에 있는 낡은 연립주택. 현관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자 10m²(약 3평) 남짓한 거실이 나왔다. “매일 아침 우리 가족과 하숙생 10명이 여기 둘러 앉아 아침을 먹었죠.” 1985년 이곳에서 시작된 최필금 씨(60·여)의 하숙집 인생이 31년을 넘었다. 이달 초 만난 최 씨는 하숙을 처음 시작한 곳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화장실 유리문에는 누렇게 바랜 신문지가 붙어 있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최 씨의 딸이 “오빠들에게 씻는 모습이 비치는 게 남사스럽다”며 붙인 것이라고 했다. 최 씨는 오래돼 너덜거리는 테이프 한쪽을 손으로 꾹 눌러 붙였다. 최 씨는 자신의 하숙집을 거쳐 간 학생이 어림잡아 2500명은 될 거라고 했다. 하숙을 쳐 두 자녀를 키워낸 최 씨는 학생들에게 받은 도움에 보답하는 뜻으로 2010년부터 고려대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금액은 2억5000만 원을 넘었다. 현재 최 씨는 번듯한 건물 4채에서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30여 년 전을 그리워했다. “그때는 하숙생들과 살을 맞대며 ‘한가족’처럼 지냈거든요. 매일 아침을 함께 먹고 저녁이면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였지요. 새 하숙생이 오는 날이면 ‘입방식’도 열어줬어요.” 그때마다 케이크를 사와 통기타를 치며 분위기를 띄웠던 조덕현 씨(49)는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됐다. 매일 시위 현장에 달려가 최 씨의 속을 썩였던 문홍기 씨(48)는 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전무가 됐다. 31년 전 하숙을 시작했던 낡은 공간에는 현재 중국인 유학생 한 명만 살고 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요즘 학생들은 원룸형 하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전처럼 학생들과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하루 두 번 학생들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식사 준비에 더욱 공을 들인다고 했다. 학생들은 그런 최 씨에게 각자의 방식대로 고마움을 전달했다. 고려대 농구부 주장이었던 이승현 씨(24)는 2014년 ‘고연전’에서 승리한 뒤 4년 동안 아침밥을 챙겨준 최 씨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선물했다. 이 씨의 자필 사인이 담긴 유니폼은 하숙집 식당에 보물처럼 걸려 있다. 그 옆에는 한 하숙생이 남긴 편지가 액자에 보관돼 있었다. ‘7년 가까이 아주머니 밑에서 밥을 먹은 또 하나의 아들의 도리로 당연히 드려야 할 글’로 시작한 편지는 A4 용지를 가득 채웠다. 좋은 추억만 있을 줄 알았던 최 씨에게도 잊을 수 없는 상처가 있었다. 3년 전 하숙집에 불이 나 한 여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제 잘못인 것 같아 마음이 떨려요.” 최 씨는 말끝을 흐렸다. 하숙생들의 저녁식사가 시작되는 오후 5시. 최 씨는 서둘러 하숙집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메뉴는 닭백숙이었다. 구수한 냄새가 식당을 가득 채웠다. 최 씨는 학생들에게 큼직한 닭다리를 골라 퍼주며 “부족하면 더 먹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학생들 밥을 퍼줄 때 가장 행복해요.” 오후 6시, 하숙생들이 몰려들자 최 씨의 손길은 더 바빠졌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세 살 여자어린이가 자신을 내려주고 출발하던 유치원 통학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전 9시경 송파구 올림픽공원 옆 도로에서 유치원생 강모 양(3)이 통학차량에 부딪쳤다. 경찰은 강 양이 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차량을 출발시킨 혐의(교통사고특례법 위반)로 운전기사 조모 씨(44)를 입건했다. 강 양은 양쪽 골반에 골절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지점 인근의 W유치원에 다니는 강 양은 통학차량에 내려 운전석 옆으로 갔다가 출발하는 차량에 치였다. 당시 현장에는 차량에 탑승해 있던 교사 1명, 앞에서 인솔을 돕던 교사 2명 등 총 3명이 있었으나 아무도 강 양을 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치원 교사들에게도 과실이 없는지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국내 유명 벤처기업가이자 엔젤투자가인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수십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조세범죄수사팀(팀장 양인철 형사5부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창업지원사업 ‘팁스(TIPS)’의 보조금을 받아준다는 명목으로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5곳의 지분을 과도하게 받아 챙기고 허위 투자계약서를 작성해 정부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사기 등)로 호 대표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중소기업청이 2014년 시작한 팁스 사업은 민간 엔젤투자사를 운영사로 선정해 이들이 1억 원을 투자하면 최대 9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더벤처스는 2014년 팁스 운영사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6개 업체에 투자했다. 검찰에 따르면 더벤처스는 이 중 5개 업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아준다며 30억 원 상당의 지분을 받아 챙치고 허위 계약서를 작성해 지분을 받은 것을 숨기고 중간에서 보조금 2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더벤처스는 검찰의 수사에 즉각 반발했다. 더벤처스는 이날 오후 10시경 더벤처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보조금을 가로채거나 허위 투자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 팁스 운영사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 일체의 행위를 저지른 적도 없다”고 해명하면서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호 대표는 국내에서 성공한 대표 벤처기업가로 꼽힌다. 미국 유학 시절 동영상 자막업체 ‘비키’를 창업해 2007년 일본 인터넷 기업 라쿠텐에 2억 달러에 매각했다. 2012년 국내에서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빙글’에 이어 2014년 더벤처스를 설립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어라. 분명 여기 서 있었는데.’ 불과 30분 전 집 앞 주차장에 세워 둔 차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4시간 전에 현금 990만 원을 주고 사온 중고차였다. 경찰과 함께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던 윤모 씨(25)는 할 말을 잃었다. 영상 속 내 차를 타고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간 사람은 이날 오전 나한테 차를 판 남성이었다. 자신들이 판매한 중고차를 훔쳐 달아난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범행을 꾸민 정모 씨(26)와 이모 씨(26)를 구속하고 공범 최모 씨(26)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정 씨 일당은 휴대전화 판매점을 동업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사업 실패로 돈이 궁해지자 중고차 판매 범행을 계획했다. 정 씨는 자신 명의의 중고 BMW 승용차를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시세(약 3000만 원)의 3분의 1 가격에 내놓았다. 정 씨 일당은 위치추적센서를 조수석 아래에 몰래 부착한 뒤 윤 씨에게 차량을 넘겼다. 이후 서울로 향하는 윤 씨의 뒤를 몰래 쫓았다. 위치추적센터 덕분에 차량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친구 사이였지만 돈 앞에서 우정은 없었다. 정 씨는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친구 최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범행이 발각되면 그 죄를 최 씨에게 덮어씌우기 위해서였다. 윤 씨를 만나 차량을 넘기는 일은 이 씨에게 맡겼다. 딴 마음을 품은 건 이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돈을 더 챙기려고 공범들에게 990만 원 중 500만 원만 먼저 받았다고 속였다. 경찰은 모방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고 두고 최 씨 일당을 조사했다. 그 수법이 영화 ‘베테랑’에서 나온 수법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영화를 따라한 것은 아니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 계획을 짰다”고 진술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나 쟤 맘에 드는데 꼬셔도 괜챦냐?” “꼬실 수 있으면 그렇게 하세요.” 대기업 직원은 함께 술을 마시다 만취한 하청업체 여자 인턴을 강제로 추행했다. 인턴을 보호해줘야 할 상사인 하청업체 직원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갑(甲)질’ 범죄의 피해자는 입사한 지 2주일 밖에 되지 않은 21살 사회초년생이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하청업체 인턴 A 씨(21)를 추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국내 유명 대기업 의류계열사 직원 최모 씨(42)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최 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하청업체 직원 권모 씨(35)에게는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최 씨와 권 씨에게 각각 성폭력치료강의 80시간과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최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성북구 한 식당으로 권 씨와 피해자 A 씨를 불렀다. 앞서 최 씨는 권 씨에게 피해자를 술자리에 데려오라고 했다. 권 씨에게 회사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주요 거래처 실무자이자 회사 사장과도 친분이 있는 최 씨의 부탁은 ‘명령’과 다름없었다. 권 씨는 A 씨에게 술자리에 참석할 것을 종용했다. A 씨는 전날 과로로 몸이 안 좋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권 씨를 따라 술자리에 참석했다. A 씨는 이날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최 씨와 권 씨가 주는 대로 술을 받아 마셨다. 2시간가량 흐르자 A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다. 최 씨는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 식당 의자에 누워있는 A 씨를 껴안고 신체를 더듬었다. 이후 의식이 없는 A 씨를 인근 모텔로 데려갔다. 권 씨는 당시 술자리에서 최 씨의 범행을 지켜보면서도 단 한번도 말리지 않았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최 씨의 비위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는 오히려 최 씨가 A 씨를 모텔로 데려가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 대기업 과장의 지저분한 하청업체 ‘갑질’은 이렇게 이뤄졌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큰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직장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최 씨와 권 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성폭력 전과가 없는 점과 최 씨가 상당한 금액의 합의금을 지급했고 피해자가 최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당의 해산결정을 반대하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기자회견을 경찰이 가로막은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월 통진당 당원 4명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당 해산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앞뒤로 밀착 방어한 행위가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인권위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경찰은 헌법재판소 정문 앞이 법률상 집회가 금지된 장소임을 근거로 기자회견 장소를 옮길 것을 통진당 당원에게 권유했으나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이라며 지시에 따르지 않자 당원 앞뒤로 경력을 밀착 배치했다. 통진당은 이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이 기자회견이 불법집회로 번질 위험에 대비해 병력을 배치한 것은 타당하다”면서도 “당원이 기자회견 방식을 택했고 피켓을 들거나 구호를 제창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기에 그 정도가 지나쳤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단속대상 업소에서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던 경찰 간부가 파출소에서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위 혐의로 전날 조사를 받아 총기를 소지할 수 없는 이 경찰 간부의 총기를 경찰이 제때 수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관할 경찰서의 총기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2일 동대문구 망우로 휘경파출소 2층 숙직실에서 이모 경위(47)가 머리에 실탄 한 발을 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주간 근무 중이던 이 경위는 오전 11시경 같이 근무하던 동료 경찰관에게 화장실을 간다고 한 후 2층 숙직실로 올라갔다. 이 경위는 베개를 베고 누운 상태에서 근무용으로 지급된 38구경 권총을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쐈다. 낮 12시 반경 이 경위가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동료 경찰관이 2층에 올라갔다가 숨진 이 경위를 발견했다. 당시 이 경위는 오른손에 권총을 쥔 채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파출소에 있던 동료 경찰관들은 총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이 발사된 장소가 2층 구석이었고 총구를 관자놀이에 대고 쏠 경우 소리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던 이 경위가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위는 올해 1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에서 유흥업소 단속을 맡다 지난달 1일 동대문경찰서로 옮겼다. 그는 서울경찰청 근무 당시 업소에 단속정보를 알려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청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자살 전날인 21일 본청 내부비리전담수사대는 처음으로 이 경위를 불러 오후 1시부터 3시 40분까지 비위 혐의를 수사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경위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서울청 관계자는 “이 경위가 풍속업소와의 유착관계로 인해 내부적으로 징계를 받고 동대문서로 발령이 났다”고 밝혔다. 동대문경찰서는 유족과 지인을 상대로 정확한 자살 동기 및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관할 경찰서의 총기관리가 부실해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청은 21일 이 경위를 수사 중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동대문경찰서에 보냈다. 하지만 동대문경찰서는 22일 오전 공문을 확인했지만 즉시 이 경위의 총기를 수거하지 않았다. 경찰 장비관리 규칙에 따르면 형사사건의 조사를 받는 경찰은 총기 사용이 금지돼 있다.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이 경위의 총기를 수거했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경찰도 이 사건을 계기로 총기 소지 관련 규정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총기 소지 부적합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여느 제사상과는 달랐다. 상 한가운데에는 초콜릿케이크와 초코파이, 생크림 빵이 놓였다. 흰 우유와 오렌지 주스도 올랐다. 상 옆에는 과자 상자와 캔 음료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상이 다 차려진 뒤 고인의 사진이 놓였다. 천진난만하게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고 있는 아이. 친부와 계모의 학대에 못 이겨 추운 욕실에서 사망한 신원영 군이었다. 21일 경기 평택시립추모관에서 원영이의 49재가 열렸다. 평택 지역 어머니 커뮤니티 ‘평택 안포맘(평택시 안중읍 포승읍 엄마 모임)’이 원영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준비한 자리였다. 류정화 안포맘 대표와 스태프 등 20여 명의 회원과 공재광 평택시장, 평택시의회 김기성 의원 등 총 40여 명이 원영이의 넋을 기렸다. 안포맘은 원영이의 넋을 위로하고 ‘제2의 원영이’를 막기 위해 49재를 마련했다.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학대에 사늘히 죽어간 원영이에게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주는 ‘식사’였다. 잡채와 불고기, 전, 미역국 등 회원들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 상에 가득했다. 류 대표는 밥그릇 크기의 두 배가 되는 양의 밥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동안 못 먹은 한을 달래는 의미였다. “매서운 바람이 스며드는 캄캄한 화장실에 오도카니 있었을 널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먹먹해서 숨을 쉴 수가 없구나.” 류 대표가 원영이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자 추모관을 찾은 모두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원영이의 이모와 이모부도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느라 바빴다. 이모는 “저 영정 사진도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찍은 건데…. 저때만 해도 몸에 아무 흔적이 없어 그저 잘 지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라며 울먹였다. 이모부는 “원영이 엄마가 어제 ‘혹시 오늘 49재면 원영이 혼자 쓸쓸히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며 추모관을 찾았다. 오늘 안포맘 회원분들이 와 주시니 어제 원영이를 보러 여기에 왔나 보다”라며 눈물을 다시 훔쳤다. 이날 100일을 갓 넘긴 아기를 품에 안고 과자를 한가득 사 온 봉혜진 씨(36·여)는 “딸이 있다 보니 원영이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 살아 있을 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지만 가는 길이라도 배웅하고 싶어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화꽃을 받기엔 아직 어린 나이. 꿈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떠난 원영이에게 사람들은 국화꽃 한 송이를 놓으며 넋을 기렸다.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생을 일찍 마감했지만 원영이의 하늘 길은 쓸쓸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외쳤다. ‘원영아 잘 가거라.’평택=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전 남편이 재산을 뺏으려 해서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21일 오후 5시 5분경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문모 씨(56·여)가 종이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문 씨는 가방 속에서 현금 뭉치를 꺼내더니 갑자기 공중을 향해 뿌렸다. 1000원, 1만 원, 5만 원짜리 등 지폐 수백 장이 길바닥에 흩어졌고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나던 시민 수십 명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 광경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일부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돈을 주워가지 않았다. 마침 현장에 있던 경찰이 곧바로 달려와 현금 회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경찰은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집회에 대비해 주변을 지키고 있다가 문 씨가 돈을 뿌리는 걸 보고 곧바로 현장을 수습했다. 경찰은 약 10분 만에 흩어진 현금을 전부 회수했다. 문 씨는 경찰 조사에서 2500만 원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폐 중 상당수가 1000원짜리라 실제 액수는 2500만 원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 1월 경기 수원시에서도 5만 원짜리 지폐 80장과 1만 원짜리 지폐 200장 등 600만 원이 거리에 뿌려졌다. 하지만 돈을 주워가는 광명이 지나던 차량 블랙박스에 찍혀 공개되면서 대부분의 시민들이 경찰에 반환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춘분인 20일 2만8000여 달림이들이 봄을 만끽하며 서울 도심에서 마라톤 축제를 벌였다. 이날 서울국제마라톤에는 역대 국내 대회 최다 참가자들이 남대문과 청계천, 동대문, 잠실종합운동장 등 서울의 역사를 느끼며 달렸다. 이날 오전 7시경 출발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몸을 풀며 봄의 축제를 즐길 준비를 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소속 치어리더의 응원 속에 참가자들이 아이돌 그룹 노래에 맞춰 동작을 따라 하면서 분위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105리의 드라마’를 달리는 참가자 곁에는 가족이 있었다. 풀코스 참가자 정달화 씨(69)는 결승선에서 칠순 잔치를 열었다. 정 씨의 아들과 딸, 손자 손녀는 ‘할아버지 짱! 칠순 기념 축하드려요’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나와 응원했다. 정 씨는 “7개월 난 손자가 완주를 축하해 주는 듯 내 얼굴을 만져줬다”며 “내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노시봉 씨(34)는 13개월 아들을 등에 업고 달렸다. 노 씨는 “아들과 찍은 기념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달린 추억을 이야기해 주겠다”면서 “아들의 응원을 받으니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볍다”고 말했다. 김재형 씨(53)는 남동생 3명과 함께 어머니 안옥순 씨(75)의 응원을 받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고려대 의대 마라톤팀 회원 14명은 ‘마라톤이 무릎 건강에 안 좋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47)는 “마라톤 시작 전에 준비운동을 잘하고 무리하지 않게 뛰면 무릎 건강뿐 아니라 심폐기능도 좋아진다”며 “하반기에 마라톤과 건강을 주제로 한 의학 세미나도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육군 25사단 중대장인 이담용 중위(26)는 중대원 12명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이 중위는 “한 달 동안 200km를 달리며 체력이 약한 중대원도 특급 전사가 됐다”며 “극한을 넘는 경험을 통해 전투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색 복장 참가자들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일본인 이시하라 나카히로 씨(40)는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 복장으로 참가했다. 함께 참가한 일본인 친구들도 슈퍼맨과 미니마우스 옷을 입었다. 이시하라 씨는 “서울국제마라톤이 워낙 유명한 대회라서 일본에서 서울까지 왔다”며 “마라톤은 재밌는 놀이이기에 재미난 의상을 준비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태권도 도복, 주꾸미 분장, 정장에 앞치마 차림을 한 참가자 등도 있었다.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중학교 교사인 심미선 씨(40·여)는 ‘피에로 가면’을 쓰고 반짝이 장식으로 꾸민 찜질방 옷을 입고 응원에 나섰다. 심 씨의 옷에는 응원하는 사람 이름까지 써 붙였다. 심 씨는 “지하철을 타고 풀코스를 따라 이동하면서 계속 응원했다. 응원을 하며 마라톤 회원들의 완주를 지켜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마라톤협회 총무인 김정호 씨(44)는 30km 지점에서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들고 서서 연신 “파이팅”을 외쳤다. 올해 대회 준비 시간이 부족해 참가하지 못하자 동료 회원을 응원하며 아쉬움을 달랬다.유원모 onemore@donga.com·김재희·강성휘 기자}
선임의 폭행과 가혹행위로 숨진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당시 20세)의 사망 2주기를 앞두고 같은 사단의 장병이 간부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4일 군인권센터와 육군 등에 따르면 2014년 9월 17일 경기 연천군 28사단의 한 대대에서 부사관이 직속 부하 장병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하사인 신모 씨(24)는 빨래방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병 김모 씨(23)에게 “××새끼, 꺼져라”라고 욕하고 김 일병의 허리를 군홧발로 한 차례 가격했다. 신 씨는 김 씨가 군 입대 후 비중격만곡증으로 코 수술을 한 사실을 알고도 안경을 낀 김 씨의 뺨을 손바닥으로 때리기도 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김 씨가 허리 통증을 치료받지 못한 채 타 부대로 전출됐다”며 “지난해 전역했지만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28사단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사건 은폐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28사단은 2014년 4월 7일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헌병대는 수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신고를 받은 이모 헌병대 수사과장(준위)은 “전치 3주 이상의 진단서를 가져오면 수사를 고려하겠다”고 규정에도 없는 이유를 대며 수사를 미뤘다. 국방부 훈령에는 ‘구타 및 가혹 행위자는 경미한 행위도 처벌한다’고 돼 있다. 이 수사과장은 윤 일병 사건을 담당한 바 있다. 김모 대대장은 헌병대가 수사를 미루자 김 씨의 부모에게 “신 씨를 구속하고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수차례 알렸지만 실제로는 정직 1개월 처분만 내렸다. 신 씨는 이후 현역 부적격 판정을 받고 지난해 1월 전역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신 씨가 아들을 협박하고 부대를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며 “아들이 ‘나와 마주치자 씩 웃어 보이기까지 해 공포가 컸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신 씨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전역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지난해 4월 군 검찰에 고소했다. 예비역인 신 씨는 법원에서 상해죄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악몽은 2013년 6월 시작됐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다 신모 씨(38)를 만난 김모 씨(38)가 아예 신 씨의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신 씨는 원영이 남매에게 김 씨를 ‘새엄마’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어색한 동거와 함께 새엄마의 학대가 시작됐다. 지난해 4월 원영이 누나(10)는 친할머니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홀로 남은 일곱 살 원영이에게 더욱 가혹한 학대가 이어졌다. 같은 해 11월 김 씨는 집 안 욕실 겸 화장실에 원영이를 감금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이때부터 3개월간 원영이의 지옥 같은 감금생활이 시작됐다. 40m²가 채 안 되는 작은 빌라의 욕실이라 별도 난방시설이 없었다. 창문 밖의 냉기가 그대로 들어오는 곳이었다. 원영이는 담요 한 장 없이 갇혀 한 발짝도 나오지 못했다. 감금 초기 살며시 문을 열고 나오려다 걸려 김 씨에게 몇 차례 혼난 뒤로는 아예 나올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낮에는 물론이고 밤이면 칠흑처럼 어두운 화장실에서 원영이는 무서움에 떨었다. 울다 지쳐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잠들었다. 처음에는 퇴근한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원영이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신 씨는 김 씨와의 재혼생활에 매우 만족해했다. 어린 원영이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는 점차 잊혀져 갔다. 그럴수록 김 씨의 학대는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소변 볼 때 작은 실수만 해도 바로 매질이 이어졌다. 올 1월 초 원영이는 구타를 당하다 넘어져 변기에 이마를 다쳤다. 김 씨는 찢어진 이마에 붕대만 감아줬다. 신 씨 부부는 원영이가 갇혀 있는 욕실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씻고 볼일을 봤다. 특히 김 씨가 들어올 때면 원영이는 화장실 벽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벌벌 떨며 서 있었다. 올 1월 28일 김 씨는 원영이의 무릎을 꿇린 뒤 표백제를 쏟아 붓기도 했다. 이 충격으로 원영이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리고 나흘 뒤 바지에 대변을 쌌다는 이유로 원영이는 발가벗긴 채 찬물을 뒤집어써야 했다. 결국 다음 날 원영이는 욕실 바닥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원영이가 당한 학대는 부검 결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은 기아와 다발성 피하출혈 및 저체온 등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머리 부위는 폭행에 의한 다발성 출혈이 관찰됐고 온몸엔 멍 자국이 있었다. 이마에서는 표백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부가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이 관찰됐다. 피하지방은 거의 없었고 위에서는 내용물 없이 점액질만 검출됐다. 키는 112.5cm로 같은 나이 어린이 중 하위 10%에 속했고, 몸무게는 15.3kg으로 저체중으로 나타났다. 13일 오전 원영이의 장례가 치러졌다. 친모(39)와 유족, 평택시와 지역아동보호센터 관계자 등 약 30명이 원영이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친모는 화장로로 들어가는 아들의 관을 붙잡고 한동안 오열했다. 원영이의 외할머니는 “우리가 만났을 때에는 학대를 당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만나면 뭐라도 챙겨주려고 했던 손자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원영이의 유골은 이날 오후 평택시립추모공원에 안치됐다. 경찰은 김 씨에게 살인죄 추가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이다.평택=남경현 bibulus@donga.com / 김재희 기자}
#1. 직장인 최기민 씨(33)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타오바오몰’ 등 중국 쇼핑몰을 애용하는 ‘중국 직구(직접구매)족’이다. 최 씨는 11일 중국 광군제 세일에 맞춰 미리 구매할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각종 쿠폰 등 할인혜택을 재차 확인했다. 11일이 되는 순간 최 씨는 눈여겨봐 둔 스마트시계와 무선 스피커 등을 결제했다. 그는 타오바오몰에서 국내 최저가 30만 원대의 무선 스피커를 인민폐 1199위안(약 21만7000원)에 무료배송으로 구매했다며 만족해했다. #2. 대학원생 신혜림 씨(26·여)는 5년 전부터 매년 10월 31일이면 친구들과 핼러윈데이를 즐기고 있다. 신 씨는 올해도 대학원 동기 4명과 실험실 가운과 마스크, 장갑을 착용한 채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신 씨는 “5년 전과 달리 이제는 웬만한 분장을 해도 튀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일상적인 축제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핼러윈데이(10월 31일)와 중국 광군제(매년 11월 11일) 등 해외 축제를 국내에서 즐기는 2030세대가 크게 늘어났다. 핼러윈데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과자나 사탕을 주고받는 것에 그쳤지만 최근 들어 2030세대의 ‘파티문화’와 접목하며 새로운 놀이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국내 한 소셜커머스의 핼러윈데이 용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780%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독신자를 위한 각종 축제와 할인판매가 주를 이루는 중국 광군제도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별명처럼 해외 직구족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외 이벤트들은 대부분 상업주의와 결합해 있다”며 “젊은이의 욕구에 부합해 확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흐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재희 기자}
알고 지내던 50대 중국동포 여성을 목 졸라 죽인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평소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중국동포 A 씨(59·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허모 씨(61)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8일 종로구에 위치한 A 씨의 자택에서 A 씨와 다투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의 가족은 두 사람이 2012년부터 알고 지냈으며 최근 다툼이 잦았다고 진술했다. A 씨의 가족들은 8일 숨진 A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유족 진술과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허 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10일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허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중 허 씨는 “보름 전에 놓고 간 양말과 운동화를 세탁하지 않는 등 날 무시하는 것 같아 우발적으로 목 졸라 죽였다”고 자백했다. 허 씨는 과거에도 연인관계였던 여성을 살해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1995년 경기 남양주에서 애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복역하다 2010년에 출소했으나 5년 만에 비슷한 범행을 다시 저지른 것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