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어디갔지”…판매한 중고차 30분만에 다시 훔친 일당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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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분명 여기 서 있었는데.’

불과 30분 전 집 앞 주차장에 세워 둔 차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4시간 전에 현금 990만 원을 주고 사온 중고차였다. 경찰과 함께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던 윤모 씨(25)는 할 말을 잃었다. 영상 속 내 차를 타고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간 사람은 이날 오전 나한테 차를 판 남성이었다.

자신들이 판매한 중고차를 훔쳐 달아난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범행을 꾸민 정모 씨(26)와 이모 씨(26)를 구속하고 공범 최모 씨(26)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정 씨 일당은 휴대전화 판매점을 동업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사업 실패로 돈이 궁해지자 중고차 판매 범행을 계획했다. 정 씨는 자신 명의의 중고 BMW 승용차를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시세(약 3000만 원)의 3분의 1 가격에 내놓았다. 정 씨 일당은 위치추적센서를 조수석 아래에 몰래 부착한 뒤 윤 씨에게 차량을 넘겼다. 이후 서울로 향하는 윤 씨의 뒤를 몰래 쫓았다. 위치추적센터 덕분에 차량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친구 사이였지만 돈 앞에서 우정은 없었다. 정 씨는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친구 최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범행이 발각되면 그 죄를 최 씨에게 덮어씌우기 위해서였다. 윤 씨를 만나 차량을 넘기는 일은 이 씨에게 맡겼다. 딴 마음을 품은 건 이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돈을 더 챙기려고 공범들에게 990만 원 중 500만 원만 먼저 받았다고 속였다.

경찰은 모방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고 두고 최 씨 일당을 조사했다. 그 수법이 영화 ‘베테랑’에서 나온 수법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영화를 따라한 것은 아니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 계획을 짰다”고 진술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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