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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와의 전쟁을 당장 끝내고 억류 중인 인질을 귀환시켜라.”“인질 귀환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는 퇴진하라.”17일 이스라엘 전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완전 점령 계획을 반대하는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가자지구를 점령하려는 시도가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현재까지 억류 중인 생존 인질 20여 명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시위를 주도한 단체들의 추산에 따르면 평일(이스라엘은 금요일, 토요일이 휴일)임에도 약 1000만 명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100만여 명이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네타냐후 정권은 같은 날 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 가자시티를 장악하기 위한 군사 작전을 승인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종식 요구는 하마스의 입지만 강화할 뿐”이라며 가자지구 점령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시위대 “전쟁 종식” vs 네타냐후 “하마스 궤멸”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인질 가족 등을 대표하는 ‘10월 협의회’, ‘인질·실종자 가족 포럼’ 등이 주도했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경제중심지이며 제2도시인 텔아비브에서만 50만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수도 예루살렘과 북부 거점이며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파 등에서도 약 50만 명이 동참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고속도로 등의 불법 점거를 이유로 최소 44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시위대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 어린이들을 상징하는 빈 유모차에 ‘어머니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팻말을 걸고 전쟁 종식을 호소했다. ‘원더우먼’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갈 가도트(40)는 텔아비브의 시위대 집결 장소였던 도심 ‘인질광장’을 찾아 인질 가족들을 끌어안고 위로했다.전쟁 발발 당일 아들 님로드가 납치된 인질 가족 예후다 코헨 씨는 이날 시위 중 진행된 연설에서 “네타냐후 정권이 정치적 목적(장기 집권)을 위해 인질 석방 및 종전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내 아들을 집으로 데려오지 못한다면 물러나라”고 일갈했다.하마스는 전쟁 발발 당일 251명의 이스라엘인을 납치했다. 절반 정도는 풀려났으나 상당수 인질이 장기 억류 과정에서 숨졌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정권이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가자지구 점령에 나설수록 생존 인질의 목숨이 더 위험해진다고 보고 있다.이날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이스라엘 현지 법인과 지사의 일부 직원들은 시위대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임시 파업을 선언했다. 하이파의 항만 노동자, 텔아비브대 벤구리온대 하이파대 등 주요 대학의 교직원 등도 파업 동참 의사를 밝혔다.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내각 회의에서 “가자시티 점령 작전이 하마스 궤멸과 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기존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공영 칸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에서 하마스를 몰아내는 데만 최소 4개월이 걸리고, 가자지구 전체를 점령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분기 GDP, 1분기 대비 3.5%↓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 올 6월 13~24일 이란과 벌인 ‘12일 전쟁’ 등의 여파로 이스라엘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결과도 나왔다.이스라엘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올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은 올 1분기(1~3월) 대비 3.5% 감소했다. 1분기보다 0.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시장 전망치가 완전히 빗나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과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동안 많은 기업이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이로 인해 2분기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근 재무부 또한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1%로 0.5%포인트 낮췄다. 네타냐후 정권이 가자지구 완전 점령 시도를 거듭하면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젤렌스키가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합한 지역)를 포기하면 러시아와 신속한 평화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유럽 주요국 정상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6일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돈바스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시키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둘러싼 협상이 주권국을 선제 침공한 ‘강대국’ 러시아의 논리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은 “돈바스를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선 노벨 평화상 수상과 국제유가 안정화 등에 관심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서둘러 종식시키는 데만 집착해 친(親)러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바스 병합” 사실상 수용… 궁지 몰린 우크라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만 했을 뿐 세부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의 입장 선회를 시사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한 휴전 협정이 아니라 평화 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돈바스 합병 주장을 두둔하는 취지의 글을 썼다. 회담 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일부 영토를 주고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럽 정상들에게 “러시아로부터 단순 휴전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돈바스 면적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약 5만3200km². 약 665만 명이 거주하며 39% 정도가 러시아계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도 이곳의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루한스크주의 대부분, 도네츠크주 약 70%를 장악했다. 돈바스 전체의 약 88%인 약 4만6570km²를 점령하고 있고, 나머지 12%(약 6630km²)까지 우크라이나에 포기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다만, 러시아는 최근 미국에 우크라이나가 장악 중인 남동부 수미 일대의 약 440km²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5만3200km²의 영토를 포기해야 하는 우크라이나와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수미 일대는 낙후된 지역이지만 석탄 등이 풍부한 돈바스는 광공업, 제조업, 교통 중심지이다.● 러시아, 관세 압박도 피해러시아 관세 압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180도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 등에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회담 뒤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은 필요 없어졌다. 지금은 러시아 제재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또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와 대규모 무역을 원한다”며 경제적 이익을 강조했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유가 등을 의식해 러시아 제재 카드를 접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 제재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15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0.99달러(1.48%) 하락한 배럴당 65.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예정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의 영토 포기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다만 미-러 정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제공 방안에는 일정 부분 공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우크라이나에 서방 측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러시아의 재침공 시 서방 국가들이 공동 대응하는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안전보장 체계를 논의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을 꺼리던 기존 태도와 달라진 대목이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푸틴 대통령 당신만이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되찾아 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5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백악관이 공개했다. 이번 회담에 동행하지 않은 멜라니아 여사는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호함으로써 당신(푸틴)은 러시아를 넘어 인류 그 자체에 봉사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옛 유고슬라비아 연방 소속 공화국 중 한 곳) 태생으로 22세까지 이곳에서 거주했다. 그는 역시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우크라이나에 줄곧 동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올 6월 말∼지난달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잠시 중단했다가 재개했을 때도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기아 위기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미국의 구호품 공급에도 멜라니아 여사의 설득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석에서 “멜라니아는 ‘최고의 여론조사원(pollster)’”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인권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에게 입김을 행사하며 일종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멜라니아 여사의 활동을 두고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투트랙 외교 전략이라고 진단한다.● 러의 우크라 어린이 납치 간접 비판 15일 백악관이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는 “모든 아이는 지역, 정부, 이념을 떠나 순수한 존재로 태어났고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꿈꾼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앗아갈 거대한 힘(러시아)에 맞서고 있다고 적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납치된 수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환을 호소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백악관 관계자 또한 로이터통신에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을 통해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만∼3만5000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어린이들은 대다수가 전쟁 후 러시아가 대부분을 점령 중인 남동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주 출신이다. 이들 대부분은 러시아 본토의 기숙학교, 호텔, 병원 등에 분산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어린이들을 전쟁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를 자녀가 없는 러시아 가정에 강제 입양시키고, 대부분의 어린이들에게 러시아어와 역사 교육을 시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보호자 동의 없는 어린이 강제 이주는 전쟁 범죄”라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2023년 3월 어린이 납치 및 이송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15일 회담이 중립국이 아닌 미국 땅에서 열린 이유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ICC 회원국이 아닌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세계 대다수 국가가 가입한 ICC 회원국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멜라니아, 우크라 전쟁에 꾸준히 관심 보여 트럼프 대통령 또한 자신의 정책에 부인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백악관 정상회담 당시 멜라니아 여사를 “매우 똑똑하고 중립적인 사람”이라고 극찬하며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그만 보고 싶어 한다”고 공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사실을 알리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을 자제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멜라니아 여사는 “정말? 방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요양원을 공습했던데”라고 받아쳤다. 멜라니아 여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에도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은 가슴 아프고 끔찍하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적십자사 기부를 독려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올해 초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를 대통령 부인으로만 보는 사람이 있지만, 나도 나름의 생각이 있다”며 “남편의 말과 행동에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남편에게 (특정 의제를) 조언하면 그가 수긍할 때도, 아닐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푸틴 대통령 당신만이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되찾아줄 수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과 15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백악관이 공개했다. 이번 회담에 동행하지 않은 멜라니아 여사는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호함으로써 당신(푸틴)은 러시아를 넘어 인류 그 자체에 봉사하게 된다”고 호소했다.멜라니아 여사는 옛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옛 유고슬로비아 연방 소속 공화국 중 한 곳) 태생으로 22세까지 이곳에서 거주했다. 그는 역시 옛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우크라이나에 줄곧 동정적인 태도를 취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올 6월 말~지난달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잠시 중단했다가 재개했을 때도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기아 위기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미국의 구호품 공급에도 멜라니아 여사의 설득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석에서 “멜라니아는 ‘최고의 여론조사원(pollster)’”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국제인권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평을 얻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에게 입김을 행사하며 일종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멜라니아 여사의 활동을 두고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투트랙 외교 전략이라고 진단한다.● 러의 우크라 어린이 납치 간접 비판15일 백악관이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는 “모든 아이는 지역, 정부, 이념을 떠나 순수한 존재로 태어났고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꿈꾼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앗아갈 거대한 힘(러시아)에 맞서고 있다고 적었다.멜라니아 여사는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납치된 수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귀환을 호소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백악관 관계자 또한 로이터통신에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을 통해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만~3만5000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부분 전쟁 후 러시아가 대부분을 점령 중인 남동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주 출신이다. 이들 대부분은 러시아 본토의 기숙학교, 호텔, 병원 등에 분산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러시아 측은 “어린이들을 전쟁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를 자녀가 없는 러시아 가정에 강제 입양시키고, 대부분의 어린이에게 러시아어와 역사 교육을 시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보호자 동의 없는 어린이 강제 이주는 전쟁 범죄”라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국제형사재판소(ICC)도 2023년 3월 어린이 납치 및 이송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15일 회담이 중립국이 아닌 미국 땅에서 열린 이유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ICC 회원국이 아닌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세계 대다수 국가가 가입한 ICC 회원국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이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멜라니아, 우크라 전쟁에 꾸준히 관심 보여트럼프 대통령 또한 자신의 정책에 부인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백악관 정상회담 당시 멜라니아 여사를 “매우 똑똑하고 중립적인 사람”이라고 극찬하며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그만 보고 싶어 한다”고 공개했다.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사실을 알리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을 자제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멜라니아 여사는 “정말? 방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요양원을 공습했던데”라고 받아쳤다. 멜라니아 여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에도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은 가슴 아프고 끔찍하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적십자사 기부를 독려했다.멜라니아 여사는 올해 초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를 대통령 부인으로만 보는 사람이 있지만, 나도 자기 나름의 생각이 있다”며 “남편의 말과 행동에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남편에게 (특정 의제를) 조언하면 그가 수긍할 때도, 아닐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016년 핀란드는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젊은 정치인이었던 당시 재무장관은 20%대 청년 실업률과 정체된 경제성장률에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났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 강경론자인 그가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24년 2월 당선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57)의 이야기다. ● “트럼프가 경청하는 사람”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지만,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 입장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인 유럽의 막후 중재자로 스투브 대통령이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투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동트기 전 새벽부터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라고 한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투브 대통령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사랑’은 에서 다뤘다. 최근 본명을 숨기고 아마추어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수영, 사이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남성 참가자 중 2위를 기록해 화제가 됐던 스투브 대통령은 오전 5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일벌레다. 아버지는 하키 선수 출신이고 그 역시 학창 시절에 하키 선수로 활약했다. 대학은 골프 장학생으로 갔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워진 계기도 골프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라운드를 함께한 첫 국가수반이 스투브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약 7시간의 골프 회동을 마친 뒤 휴전을 미루는 푸틴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를 두고 “스투브의 골프 외교가 통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스투브 대통령 역시 가교(架橋)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 직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앞두고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소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4월 20일 부활절 휴전을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WSJ와 인터뷰에서는 솔직함이 가교 외교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우리 핀란드인들이 숨기는 의제가 없다는 걸 안다. 우리는 매우 솔직하다”며 “나는 유럽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생각을 트럼프에게 전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토 뺏긴 아픔 공유스투브 대통령이 WSJ 인터뷰에서 한 말은 사실이다. 스투브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은 명확하다. 그는 2004년 정계에 입문한 뒤로 줄곧 러시아 강경론을 편 베테랑 정치인이다. 핀란드 또한 수십년간 철저히 대(對)러 방어 태세를 갖춰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러시아와 맞댄 국경의 길이가 가장 길고, 구소련의 침공으로 영토를 잃은 역사가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핀란드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핀란드는 1939년 구소련의 침공을 받아 105일간 겨울전쟁을 치렀다. 강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이듬해 모스크바 평화조약을 맺으며 카렐리야 등 영토 일부를 내줬다. 1941년 나치 독일과 손잡고 겨울전쟁 때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1947년 파리 평화조약으로 카렐리야, 살라, 페차모 등을 구소련에 잃었고, 이 지역들은 현재도 러시아 영토다. 또한 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3억 달러(현재 가치 약 58억 달러, 약 8조 원)의 배상금을 구소련에 지불해야 했다.핀란드는 중립국으로 유명하지만 징병제를 실시하고 국방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국가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역에 건설한 지하벙커는 5만 개가 넘는다. 인구 550만 명 중 48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핵과 가스 등을 동원한 공격에 안전하고, 2주 이상 체류시에도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전쟁에 대비해 지하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한 셈이다. 스페인 엘파이스에 따르면 올해 초 외신 기자단을 상대로 진행한 지하벙커 투어에서 핀란드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핀란드가 현재 전쟁 중은 아니지만,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핀란드를 지키겠다”스투브 대통령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 뒤 첫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중도우파 국민연합당 소속으로 정계 입문 당시부터 주목을 받은 스타 정치인 출신이다. 수도 헬싱키에서 자라며 하키 선수로 활약한 그는 12세에 골프를 시작해 고등학생 때 골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프로 골프 선수의 꿈을 안고 198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퍼먼대에 골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런데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핀란드의 유럽연합(EU) 가입이 코앞에 다가오며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돼 수강한 정치학 수업이 전환점이었다. 강의를 맡은 브렌트 넬슨 퍼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시 갓 임용된 31세 교수였다. 그는 스투브 대통령을 학문의 길로 이끌었고, 둘이 스투브 대통령의 학부생 시절에 함께 집필한 유럽 정치 교과서는 오늘날에도 강의실에서 쓰이고 있다고 한다.스투브 대통령은 1999년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핀란드 정부에서 일했다. 집필 활동도 왕성히 해 2000년부터 쓴 책만 16권이 넘는다. 2004년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되며 정계 입문을 했고 2008년에는 만 40세 생일날 외교장관으로 발탁됐다. 이어 유럽통상장관, 총리, 재무장관을 역임했으나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이 발목을 잡았다. 핀란드가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률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와중에 트위터(현 X)에 “잘 잤고 아침 운동도 잘 했고 커피랑 아침밥도 좋았고 컨디션도 좋다. 오늘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 모두 좋은 아침 보내시라”고 올린 것.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으며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고, 결국 2016년 정계를 떠났다. 그런데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그의 인생에 또 한번 반전이 일어났다. 유럽투자은행(EIB) 부총재에 이어 유럽대학연구소(EUI) 교수로 지내던 그가 러시아 비판의 전면에 서게 된 것. 그는 침공 후 첫 4개월 간 400건이 넘는 언론 인터뷰를 하며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주장했다. 핀란드는 2023년 나토에 가입했고, 이듬해 핀란드는 정부 운영 경험이 풍부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 트럼프로 이끈 ‘남부 인연’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이 순전한 행운이나 우연 덕분에 생긴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치밀한 설계의 핵심은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70)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는 충성파이지만 러시아 문제에 대해서는 종종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스투브 대통령은 그레이엄 의원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접점 삼아 친해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유학한 스투브 대통령은 지역색이 짙게 묻어나는 남부 방언을 곧잘 구사한다고 한다. (스투브 대통령은 핀란드어, 스웨덴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까지 총 5개국어에 능통하다.)그레이엄 의원은 정치적 신념을 위해 의기투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보수 거목’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빈 공화당 전통 매파 출신이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 후 충성파로 돌아섰지만, 올 4월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거부하거나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한다면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지한 국가를 제재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레이엄 의원의 정치적 변신은 에서 다뤘다. 그레이엄 의원은 올 2월 뮌헨안보회의 당시 저녁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즉석에서 스투브 대통령과 골프 약속을 잡아줬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유럽 정상을 직접 고른 셈이다. 핀란드 대통령 임기는 6년이라 트럼프 2기 내내 안정적인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그레이엄 의원은 WSJ에 최근 스투브 대통령과 하루 두 차례씩 주기전으로 통화하고 있다며 “그는 유럽과 트럼프 대통령을 잇는 존재”라고 말했다.37화 요약: 러시아 강경론자인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2024년 당선됐다. 1940년대 구소련의 침공으로 영토를 빼앗긴 핀란드는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강한 대러 방어 태세를 유지해왔다. 골프를 매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워진 그는 트럼프를 설득하는 유럽의 막후 중재자로 주목받고 있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https://original.donga.com/2025/trump_policymap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홍콩 유명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자이자 대표적인 반(反)중국 인사인 지미 라이(78)의 재판이 14일 홍콩에서 재개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서도 그의 석방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고 CNN 등이 13일 보도했다. 1995년 라이가 창간한 반중 매체 핑궈일보는 중국 및 홍콩 당국의 탄압으로 2021년 6월 폐간됐다. 이에 앞서 2020년 8월 라이 또한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전부터 줄곧 “라이의 석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올 5월 스위스 제네바, 6월 영국 런던에서 각각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는 라이의 석방 문제가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을 관장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게 라이의 석방 임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의 석방을 보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라이는 현재 홍콩 스탠리교도소의 독방에 수감된 상태이며 외세 결탁, 불법 집회 참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이 법이 반중 인사의 탄압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보수 성향 시사 평론가 휴 휴잇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재집권하면 라이의 석방을) 100%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올 5월에도 같은 방송에 출연해 “라이의 석방을 무역협상 의제로 다루겠다”고 했다. 라이는 1947년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태어났다. 14세에 홍콩으로 건너온 뒤 지오다노를 창업해 거부가 됐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후 홍콩 내 반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홍콩 유명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창업자이자 대표적인 반(反)중국 인사인 지미 라이(78)의 재판이 14일 홍콩에서 재개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에서도 그의 석방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고 CNN 등이 13일 보도했다. 1995년 라이가 창간한 반중 매체 핑궈일보는 중국 및 홍콩 당국의 탄압으로 2021년 6월 폐간됐다. 이에 앞서 2020년 8월 라이 또한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전부터 줄곧 “라이의 석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CNN에 따르면 올 5월 스위스 제네바, 6월 영국 런던에서 각각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는 라이의 석방 문제가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을 관장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게 라이의 석방 임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의 석방을 보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라이는 현재 홍콩 스탠리교도소의 독방에 수감된 상태이며 외세 결탁, 불법 집회 참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이 법이 반중 인사의 탄압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보수 성향 시사 평론가 휴 휴잇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재집권하면 라이의 석방을) 100%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올 5월에도 같은 방송에 출연해 “라이의 석방을 무역협상 의제로 다루겠다”고 했다.라이는 1947년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태어났다. 14세에 홍콩으로 건너온 뒤 지오다노를 창업해 거부가 됐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후 홍콩 내 반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국가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7조 달러(약 5경1060조 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36조 달러를 넘긴 지 약 8개월 만이다. 미국의 나랏빚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재무부가 공개한 일일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전날 미국 정부의 국가 부채는 37조48억1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가 37조 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국가부채는 지난해에만 2조 달러 넘게 늘었다. 지난해 1월 34조 달러에 이어 지난해 6월 35조 달러, 11월 36조 달러를 잇달아 넘어선 것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부채로 인해 매년 갚아야 하는 이자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피터 G 피터슨재단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9520억 달러(약 1313조 원)로 추산된다. 피터 G 피터슨 재단은 “최근 미국의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지난 25년에 비해 2배 넘게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 공동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일 평균 51억3000만 달러의 국가 부채가 쌓였다. 이 추세대로면 이르면 내년 1월 미국의 국가 부채는 38조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에 따른 대규모 감세와 국방비 등의 증액으로 향후 10년간(2025∼2035년) 미국 국가 부채는 4조1000억 달러가 추가로 불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관세 수입으로 인한 국가 부채 감소분은 2조80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스위스에 39%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스위스의 유명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44·사진)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구원투수로 거론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이 텔레취리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페더러나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등 자국 유명 인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접촉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상 외교 실패로 스위스의 상호관세율이 39%로 정해지자, 스위스 일각에서 “유명 인사 투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 유명 인사와 만나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기대 무역협상을 원만하게 풀어보자는 얘기다. 이에 대해 페더러는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페더러가 2001년부터 광고 모델을 맡고 있는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고관세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스위스에 39%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스위스의 유명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44)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구원투수로 거론되고 있다.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이 텔레취리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페더러나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등 자국 유명 인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접촉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상외교 실패로 스위스의 상호관세율이 39%로 정해지자, 스위스 일각에서 “유명 인사 투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 유명 인사와 만나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기대 무역협상을 원만하게 풀어보자는 얘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가 시절인 2008년 페더러가 우승한 US오픈 결승을 가족과 함께 직접 관람한 바 있다.이에 대해 페더러는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페더러가 2001년부터 광고 모델을 맡고 있는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고관세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45%의 관세를 유예하는 종료 시점을 하루 앞둔 11일(현지 시간) 유예 기간을 90일 연장했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핵심 동맹에 대규모 미국 투자를 촉구하며 조속한 통상 합의를 압박했던 미국이 대량의 희토류를 보유한 중국에는 거듭 물러서는 모양새다. 교역국에 우선 관세 위협을 가했다가 철회·연기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가 또 한 번 나타나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관세 유예 재연장이 예상된 조치였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4월 미국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역시 미국 제조업을 위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저자세인 이유를 분석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 아직까지 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주요국과의 협상을 먼저 마무리하고 중국과는 재연장 기간이 끝나는 11월 10일 전 최종 담판을 지으려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10월 31일∼11월 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 협상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中 희토류 압박에 ‘관세 휴전’ 연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유예를 90일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중국은 잘 대처해 왔고 시 주석과 나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했다. 중국 상무부 또한 12일 관세 유예 연장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과 중국은 올 4월 각각 상대방에 대해 145%, 1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중국은 ‘첨단 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하며 미국에 ‘일격’을 가했다.이후 두 나라는 올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무역 협상에서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한 달 후 영국 런던에서 2차 협상을 갖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한시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달 28,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3차 협상을 갖고 관세 유예 90일 추가 연장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를 곧바로 발표하지 않고 유예 종료 하루 전에야 발표했다.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중국 측에 굴복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12일 중국 상무부 또한 올 4월 미국 기업 12곳에 대한 이중 용도 품목(상업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쓰이는 물품) 수출 통제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거나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 17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포함시킨 제재도 중단하기로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희토류 통제 카드를 쥔 중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희토류 무기화를 통해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에 관세 유예 등을 계속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中, 美 대두 수입 늘리라” 촉구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大豆)를 더 많이 수입하라”고도 요구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콩 주문을 네 배로 늘리기를 바란다”며 중국이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야 중국의 막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압박했다.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은 한때 미국산 대두의 최대 구매국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발발한 양국의 무역전쟁 이후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늘리며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대두는 중국인의 주요 식재료인 돼지(고기)의 사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 대두로 만든 식용유 또한 중국 가정의 생필품이어서 수입 확대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규모는 128억 달러(약 17조9200억 원)였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포함한 양국 통상 의제에 대한 최종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45%의 관세를 유예하는 종료 시점을 하루 앞둔 11일(현지 시간) 유예 기간을 90일 연장했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핵심 동맹에 대규모 미국 투자를 촉구하며 조속한 통상 합의를 압박했던 미국이 대량의 희토류를 보유한 중국에는 거듭 물러서는 모양새다. 교역국에 우선 관세 위협을 가했다가 철회·연기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가 또 한 번 나타나는 모양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관세 유예 재연장이 예상된 조치였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4월 미국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역시 미국 제조업을 위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저자세인 이유를 분석했다.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 아직까지 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주요국과의 협상을 먼저 마무리하고 중국과는 재연장 기간이 끝나는 11월 10일 전 최종 담판을 지으려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10월 31일~11월 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 협상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中 희토류 압박에 ‘관세 휴전’ 연장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유예를 90일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중국은 잘 대처해 왔고 시 주석과 나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했다. 중국 상무부 또한 12일 관세 유예 연장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미국과 중국은 올 4월 각각 상대방에 대해 145%, 1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중국은 ‘첨단 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하며 미국에 ‘일격’을 가했다.이후 두 나라는 올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무역 협상에서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한 달 후 영국 런던에서 2차 협상을 갖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한시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달 28,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제3차 협상을 갖고 관세 유예 90일 추가 연장에 잠정 합의했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를 곧바로 발표하지 않고 유예 종료 하루 전에야 발표했다.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중국 측에 굴복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12일 중국 상무부 또한 올 4월 미국 기업 12곳에 대한 이중 용도 품목(상업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쓰이는 물품) 수출 통제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거나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 17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포함시킨 제재도 중단하기로 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희토류 통제 카드를 쥔 중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회토류 무기화를 통해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에 관세 유예 등을 계속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中, 美 대두 수입 늘리라” 촉구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大豆)를 더 많이 수입하라”고도 요구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콩 주문을 네 배로 늘리기를 바란다”며 중국이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야 중국의 막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압박했다.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은 한때 미국산 대두의 최대 구매국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발발한 양국의 무역전쟁 이후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늘리며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대두는 중국인의 주요 식재료인 돼지고기의 사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 대두로 만든 식용유 또한 중국 가정의 생필품이어서 수입 확대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규모는 128억 달러(약 17억9200억 원)이었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포함한 양국 통상 의제에 대한 최종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45%의 관세를 유예하는 종료 시점을 하루 앞둔 11일(현지 시간) 유예 기간을 90일 연장했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핵심 동맹에 대규모 미국 투자를 촉구하며 조속한 통상 합의를 압박했던 미국이 대량의 희토류를 보유한 중국에는 거듭 물러서는 모양새다. 교역국에 우선 관세 위협을 가했다가 철회·연기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가 또 한 번 나타나는 모양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관세 유예 재연장이 예상된 조치였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4월 미국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역시 미국 제조업을 위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저자세인 이유를 분석했다.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 아직까지 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주요국과의 협상을 먼저 마무리하고 중국과는 재연장 기간이 끝나는 11월 10일 전 최종 담판을 지으려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10월 31일~11월 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 협상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中 희토류 압박에 ‘관세 휴전’ 연장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유예를 90일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중국은 잘 대처해 왔고 시 주석과 나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했다. 중국 상무부 또한 12일 관세 유예 연장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미국과 중국은 올 4월 각각 상대방에 대해 145%, 1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중국은 ‘첨단 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하며 미국에 ‘일격’을 가했다.이후 두 나라는 올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무역 협상에서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한 달 후 영국 런던에서 2차 협상을 갖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한시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달 28,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제3차 협상을 갖고 관세 유예 90일 추가 연장에 잠정 합의했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를 곧바로 발표하지 않고 유예 종료 하루 전에야 발표했다.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중국 측에 굴복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12일 중국 상무부 또한 올 4월 미국 기업 12곳에 대한 이중 용도 품목(상업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쓰이는 물품) 수출 통제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거나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 17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포함시킨 제재도 중단하기로 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희토류 통제 카드를 쥔 중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회토류 무기화를 통해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에 관세 유예 등을 계속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中, 美 대두 수입 늘리라” 촉구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大豆)를 더 많이 수입하라”고도 요구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콩 주문을 네 배로 늘리기를 바란다”며 중국이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야 중국의 막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압박했다.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은 한때 미국산 대두의 최대 구매국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발발한 양국의 무역전쟁 이후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늘리며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대두는 중국인의 주요 식재료인 돼지고기의 사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 대두로 만든 식용유 또한 중국 가정의 생필품이어서 수입 확대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규모는 128억 달러(약 17억9200억 원)이었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포함한 양국 통상 의제에 대한 최종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저사양 반도체 수출 재개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대중(對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미국 정부에 내는 ‘수출 통행세’만 최소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저사양 인공지능(AI) 칩인 엔비디아 ‘H20’의 중국 수출 재개는 H20 제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는 일단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조건이라, 향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납품단가 인하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NYT “美 정부 최소 20억 달러 수익”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반도체 H20, AMD는 MI308(중국 수출용 저사양 AI칩)에 대한 중국 수출을 재개하는 대신 각 품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FT는 “미국 기업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수익 일부를 정부에 지불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최소 20억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엔비디아의 올해 H20 매출액 예상치를 뉴욕타임스는 150억 달러, FT는 230억 달러로 내다봤다. 이 수치에 15%를 적용하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서만 22억5000만∼34억5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미국은 올 4월 H20과 MI308을 대중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당시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최신형 반도체가 중국의 AI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엔비디아는 꾸준히 “저사양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과 이달 6일 거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수출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8일 H20과 MI308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다.● 이익 되면 자국 기업도 쥐어짜는 트럼프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향 AI 칩 수출 재개가 양사에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단기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업체들의 H20 주문이 재개되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20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를 한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 수출 재개는 물량 증가로 이어져 유리하다”면서도 “다만 엔비디아와 AMD가 매출의 15%를 세금 형태로 내야 하는 만큼, 이를 협력사인 한국 기업에 전가해 고통을 분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방식을 ‘재확인’시킨 사례로 해석되는 만큼, 대미(對美) 투자 압박을 받는 한국 기업들이 이를 참고해 유연한 대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자국 기업에 수출 허가를 내주는 대신 돈을 받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 당초 H20의 중국 수출을 막았던 이유인 기술 유출 우려가 해소됐다는 정황도 없다. 그런데도 H20 수출을 허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통행세’를 받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던 중국 전문가 리자 토빈은 “중국은 미국 정부가 수출 허가로 수익을 창출한 것에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 록히드마틴도 중국에 전투기를 팔고 15% 수수료를 내면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트럼프식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려면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관세와 시장 규모 변화에 맞춰 글로벌 생산 설비를 재배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을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겠다”며 노숙인을 길거리에서 쫓아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노숙인은 즉각 떠나야 한다. 머물 곳을 제공하겠지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숙인들이 잔디밭에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텐트가 찍힌 사진도 여러 장 올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으로 이동한 직후 트루스소셜에 이 사진들을 올렸다고 전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또 다른 게시글을 통해 “워싱턴은 텐트, 불결함, 범죄가 생기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였다”며 “곧 다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좋은 사람이지만 여러 번 기회가 있었음에도 범죄 수치는 더 악화하고, 도시는 점점 더 더럽고 매력 없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며 “미국 국민은 더 이상 이를 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바우저 시장이 워싱턴의 치안과 미화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앞서 3일 정부효율부 직원인 에드워드 코리스틴이 폭행당한 사건이 알려지자 “워싱턴을 연방정부 직할시로 편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리스틴 폭행 사건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수사국(FBI) 요원 120명을 워싱턴에 파견해 범죄 단속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국가방위군 수백 명을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바우저 시장은 MSNBC 인터뷰에서 “워싱턴의 폭력 범죄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을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겠다”며 노숙인을 길거리에서 쫓아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노숙인은 즉각 떠나야 한다. 머물 곳을 제공하겠지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숙인들이 잔디밭에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텐트가 찍힌 사진도 여러 장 올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으로 이동한 직후 트루스소셜에 이 사진들을 올렸다고 전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또다른 게시글을 통해 “워싱턴은 텐트, 불결함, 범죄가 생기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였다”며 “곧 다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좋은 사람이지만 여러 번 기회가 있었음에도 범죄 수치는 더 악화하고, 도시는 점점 더 더럽고 매력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며 “미국 국민은 더 이상 이를 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바우저 시장이 워싱턴의 치안과 미화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앞서 3일 정부효율부 직원인 에드워드 코리스틴이 폭행당한 사건이 알려지자 “워싱턴을 연방정부 직할시로 편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리스틴 폭행 사건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수사국(FBI) 요원 120명을 워싱턴에 파견해 범죄 단속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국가방위군 수백명을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6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해 논란이 됐다.한편 바우저 시장은 MSNBC 인터뷰에서 “워싱턴의 폭력 범죄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저사양 반도체 수출 재개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대중(對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미국 정부에 내는 ‘수출 통행세’만 최소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H20 수출 재개는 H20 제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납품단가 인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 “美 정부 최소 20억 달러 수익”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반도체 H20, AMD는 MI308에 대한 중국 수출을 재개하는 대신 각 품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FT는 “미국 기업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수익 일부를 정부에 지불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최소 20억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엔비디아의 올해 H20 매출액 예상치를 뉴욕타임스는 150억 달러, FT는 230억 달러로 내다봤다. 이 수치에 15%를 적용하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서만 22억5000만~34억5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미국은 올 4월 H20과 MI308을 대중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당시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최신형 반도체가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엔비디아는 꾸준히 “저사양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과 이달 6일 거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수출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8일 H20과 MI308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다.● 이익 되면 자국 기업도 쥐어짜는 트럼프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향 AI 칩 수출 재개가 양사에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단기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업체들의 H20 주문이 재개되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20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를 한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 수출 재개는 물량 증가로 이어져 유리하다”면서도 “다만 엔비디아와 AMD가 매출의 15%를 세금 형태로 내야 하는 만큼, 이를 협력사인 한국 기업에 전가해 고통을 분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방식을 ‘재확인’시킨 사례로 해석되는 만큼, 대미(對美) 투자 압박을 받는 한국 기업들이 이를 참고해 유연한 대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자국 기업에 수출 허가를 내주는 대신 돈을 받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 당초 H20의 중국 수출을 막았던 이유인 기술 유출 우려가 해소됐다는 정황도 없다. 그런데도 H20 수출을 허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통행세’를 받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던 중국 전문가 리자 토빈은 “중국은 미국 정부가 수출 허가로 수익을 창출한 것에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 록히드마틴도 중국에 전투기를 팔고 15% 수수료를 내면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트럼프식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려면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관세와 시장 규모 변화에 맞춰 글로벌 생산 설비를 재배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여름 휴가의 첫 일정으로 J D 밴스 미국 부통령(41)이 영국의 데이비드 래미 외교장관(53)의 시골 관저를 찾았다. 8일(현지 시간) 두 사람은 관저 뒤 연못에서 잉어 낚시를 했고, 이후 함께 미사에 참석했다. 마가 운동의 유력한 후계자인 밴스와 좌파 성향 노동당 소속인 래미의 정치적 차이를 뛰어넘은 우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 英-美 다리 놓은 ‘가교 정치’래미는 런던 남동쪽 켄트에 있는 외교장관 공식 시골 관저인 ‘체브닝 하우스’에 밴스의 가족을 이틀간 초대했다. 8일 휴가 겸 영국을 찾은 밴스는 잉글랜드 코츠월드와 스코틀랜드로 이동해 미군 기지 방문, 정치 자금 모금 행사 등 공식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밴스는 글로벌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능가할 정도의 날 선 동맹국 비판으로 ‘공격견’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는 한층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다. 올해 2월 뮌헨안보회의와 곧이어 백악관을 찾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에서는 “영국의 기술 플랫폼 규제는 검열”이라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이날 체브닝 하우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관련 질문에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았다. 영국 기술 플랫폼 규제에 대한 우려를 묻자 “몇 가지 비판을 제기해 왔지만, 이 문제가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방 전체가 직면한 사안”이라고 했다.오전 낚시 후 회담을 가진 양측이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관세 협상 등 각종 현안을 의논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밴스가 우정을 통해 양국 관계에 다리를 놓는 시도를 했다.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가교(架橋)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 어려운 유년시절-신앙심 공통점두 가족은 115개의 방과 미로와 호수를 갖춘 체브닝 하우스에서 첫 일정으로 낚시를 했다. 밴스 가족은 모두 잉어를 잡았지만 래미는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후 응접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밴스는 둘의 인연을 설명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밴스가 2023년 상원의원에 취임한 직후였다. 밴스는 “우리 둘이 다른 정치 스펙트럼에 속하지만, 그가 워싱턴 방문 중 시간을 내어줘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정기적으로 만나왔다. 최근 워싱턴에서도 비슷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함께 놀았고, 두 사람은 미사에 함께 참석했다. 밴스는 “데이비드와 정말 좋은 친구가 됐다. 가족들끼리도 잘 어울리니 도움이 된다”고 했다. 둘은 깊은 신앙심과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 노동자 계층 출신이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졌다. 래미는 1985년 폭동으로 어지러웠던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성장했다. 부모는 그가 10대일 때 이혼했고, 알코올 의존증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미국으로 떠난 뒤 미국에서 사망했다. 밴스 역시 약물 중독을 겪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두 사람은 변호사 출신 젊은 정치인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래미는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를 졸업한 뒤 22세에 영국 최연소 변호사가 됐다.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영국 흑인 최초로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이때 같이 학교를 다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는 절친이 됐다. 유명 초상화가인 래미의 부인이 2008년 대선 유세를 동행하며 초상화 연작을 그리기도 했다. 밴스는 해병대 복무 후 하버드대의 라이벌 예일대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래미는 2000년 최연소 하원의원이 됐고, 밴스는 2023년 상원의원이 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래미는 둘의 우정에 대해 “우리는 정치적 토론과 논쟁을 즐긴다”고 했다. 특히 노동자 계층의 삶에 대한 깊은 우려를 공유한다고 했다. 밴스는 “엄청난 긴장 상태에 있는 세상에 더 큰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자”는 래미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둘이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했다. 래미는 5월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식에서 밴스에게 새로운 친구도 소개했다. 밴스와 래미, 안젤라 레이너 영국 부총리는 이탈리아 주재 미국 대사의 관저에서 얼음 넣은 로제 와인을 마시며 친해졌다. 셋은 ‘문제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낸 노동계급 정치인’이라는 접점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래미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아주 멋진 한시간 반을 보냈다”고 했다. ● “트럼프 시대에 걸맞는 전략적 우정” 평가도2023년 시작된 둘의 우정은 지난해 큰 변곡점을 맞았다. 노동당이 총선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며 14년 만에 집권을 눈앞에 뒀던 지난해 5월 래미는 워싱턴을 찾아 민주당과 공화당 인사들을 만났다. 밴스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들과 회동했다. 래미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네오나치 성향의 소시오패스” “위험한 광대”라고 불러 트럼프 대통령 측과 관계가 껄그럽지 않겠나는 우려도 컸으나, 미국 방문 당시 이를 정면 돌파했다. 워싱턴 보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서방 세계 정치인 중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에둘러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 받는 지도자”라고 했다. 유럽이 보다 강한 방어 태세를 갖추길 원하는 것이나 이를 ‘미국이 유럽을 버리겠다’는 위협으로 오독됐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선량한 크리스천이자 소규모 보수주의자로 공화당과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2개월 뒤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며 래미는 외교장관이 됐고, 밴스는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그런데 직후 밴스가 내놓은 발언이 영국에서 큰 논란이 됐다. 밴스가 한 보수 행사 연설에서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영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최초의 이슬람 국가가 됐다”고 농담했는데 이를 두고 노동당의 이민 정책을 겨냥한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밴스가 노동당의 이민 정책 기조가 영국 내 무슬림 인구를 늘려 영국을 ‘이슬람 국가’로 만든다는 논리를 펼치자 밴스를 친구라고 불렀던 래미도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래미는 “비슷한 배경 덕분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나토를 비판해온 밴스와 외교 정책에서도 일부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두둔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처리 과정에 대한 이견, 관세 후속 협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방위비 문제 등을 둘러싼 미국과의 긴장을 관리하는 데 래미가 쌓은 우정이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브론웬 매독스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고위급 인사와의 개인적 관계가 특히 중요하다”고 BBC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수의 측근을 기용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핵심 인사가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각국이 정부 차원의 인맥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다. 36화 요약: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정치 성향 차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왔다. 둘은 어려운 유년 시절, 강한 신앙심, 노동계급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만나며 외교안보 현안에서 접점을 찾는 ‘가교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래미의 이러한 인맥이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외교 현안을 조율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전략적으로 중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불과 몇 달 만에 미국은 수년간의 성과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보다 더 많은 해외 시장 접근성을 확보했다.”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미국 주도의 새로운 무역체제의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1995년 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 라운드’의 대척점에 ‘트럼프 라운드’를 놓고, 30년을 이어온 글로벌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경제 질서를 규정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빗대 최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합의를 ‘턴베리 체제’로 규정했다. 양자 무역협상을 통해 15% 관세 부과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턴베리 체제가 WTO 중심의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할 거라고 주장했다.● 천문학적 美 국가부채에 ‘단비’ 된 관세이날 그리어 대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강력한 당근’으로, 관세를 ‘강력한 채찍’으로 각각 표현했다. 고율 관세와 거액의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37조 달러(약 5경147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를 해소하겠다는 것.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올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둬들인 관세 수입(특별소비세 포함)은 1520억 달러(약 211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세 수입(780억 달러)의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매달 500억 달러 이상을 관세로 벌어들일 거라고 말했다. 관세 전쟁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앞으로 10년간 관세로 약 6조 달러의 수입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간 관세 수입을 이보다 크게 낮은 2조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어도 관세 수입을 포기하긴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아오 고메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경제학)는 “높은 관세 수입은 중독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미국의)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선 새로운 수입원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턴베리 체제’ 지속 가능성은턴베리 체제가 WTO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을 미칠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주가가 반등하고,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뉴욕증시는 4월 초 상호관세 부과 발표 직후 나스닥 종합지수가 15,000 초반대까지 떨어졌지만, 각국과의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7일 나스닥은 전날보다 0.35% 오른 21,242.70에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관세 실험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의) 경제는 붕괴하지 않았다”며 “물가는 다소 올랐지만 급등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빈 진열대를 마주하는 일도 없었다”고 진단했다.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수개월의 유예를 거쳐 7일부터 발효됐기에 경제적 충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쌓아놓은 덕분에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세 부담이 누적되면 기업들도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단기적으로 1.8%포인트 올라 미국 가계에 가구당 연평균 2400달러(약 330만 원)의 실질소득 감소를 일으킬 거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에도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지속되겠지만 의류, 신발 등 일부 소비재 관세는 조정될 여지가 있는 걸로 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장난감, 의류 등의 품목은 관세 부과 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나중에 미국이 선택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턴베리 체제여러 국가가 다자협상을 통해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 투자 등을 합의한 방식. 턴베리는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질서의 서막”이라며 “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세계 무역질서는 불가능하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각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협상)’가 1995년 출범해 30년간 유지된 기존의 WTO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것을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턴베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으로,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이다. 그는 “(턴베리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적이며,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며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130일이 안 됐고, 턴베리 체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우리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WTO 체제가 관세 보호를 해제시켜 미국의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낮은 노동 기준 등을 갖고 있는 중국에 이익을 안겨 줬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WTO 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질서로 인해 미국은 산업과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고관세를 통한 제조업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투자를 위한 협정을 병행해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기존 무역 관료들이 선호한 지루한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이행 시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제 관세를 더 폭넓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지난해 3월(3.5%)에 비해선 낮아졌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반도체 관세(100%)를 면제하겠다고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