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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다문화가정 어린이 10명 중 7명은 자신을 100%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다문화가정 아동·청소년의 발달 과정 추적을 위한 종단연구Ⅱ’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밝혔다. 조사는 지난해 8∼10월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아동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자신을 100%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1103명(73.4%)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절반씩 섞여 있다’는 응답은 323명(21.5%)이었고 외국인이라고 답한 사례는 45명(3%)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가정의 월평균 수입이 190만6000여 원 미만인 저소득층 다문화가정의 아동 618명을 따로 뽑아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저소득층 아동들과 심리발달 수준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아동은 △학교 학습활동 △교우관계 △교사 관계 △자아 탄력성(스트레스 극복 역량) 등 4개 영역에서 4점 만점 중 2.86∼3.1점을 받았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같은 소득계층의 아동들보다 0.8∼1.3점 높은 수치다. 다문화가정 아동들의 심리 발달 수준은 여느 한국 아이들처럼 가정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학습활동, 성취동기, 자아 존중감의 수치가 어머니의 교육수준과 가정 소득에 비례해 높아진 것. 보고서를 작성한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수준에 따라 다문화가정 아동의 발달정도도 다양할 수 있다. 이들을 모두 하나의 집단으로 범주화해 부족하고 결핍된 존재로 인식하는 건 심각한 판단 오류”라며 “이들을 다른 사람으로 구분해 지원하는 대신 같은 이웃으로 통합하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의대교수가 환자 앞에서 전공의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병협)가 3일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에 대한 공동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병협 산하 병원신임평가위원회는 21일 열릴 병원실행위원회에서 이번 사건을 다루고 을지병원에 대한 제재방안을 복지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병협은 전공의 수련과 관련된 일부 업무를 복지부로부터 위임받은 기관이다. 을지병원은 해당 교수를 징계하려던 방침을 바꿔 사직서를 수리하고 복지부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병원실행위원회는 복지부, 병협, 대한의학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기구. 병협 관계자는 “위원회가 을지병원의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을지병원에는 현재 인턴 28명과 전공의 1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또 병협은 5∼18일 전국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할 수련환경 설문조사에서 현재 근무하는 병원에 폭행을 막기 위한 규정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관련 규정이 없다면 가능한 한 빨리 만드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병원은 교수가 전공의들을 수년째 폭행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전공의 폭행 문제가 발생한 병원에 전공의를 배정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전공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회식 자리에서 교수님이 여자 전공의의 외모를 비교하고 얼굴이 예쁜 순서대로 자리를 지정해서 앉혔습니다. (저보다 위인) 전문의는 술을 받지 않는다며 제 치마를 찢은 적도 있습니다.”“병원에서 일하는데 선배 의사가 ‘야, 이년아’라고 말하고 물건을 던졌습니다.”“임신을 했을 때 축하는커녕 레지던트 2년차에 임신을 해야겠냐는 타박을 들었습니다.”여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성추행과 성희롱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이나 회식자리에서 교수 또는 선배 의사가 모욕감을 주는 사례가 늘어나지만 대부분은 쉬쉬하고 넘어가 개선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전공의 631명을 대상으로 의료계의 폭언이나 폭행실태를 조사했더니 285명이 피해경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본보가 이 자료를 검토해 보니 여자 전공의들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남자 전공의들이 대부분 폭언이나 폭행을 언급한 것과 대조적이었다.여자 전공의들은 의도적인 신체 접촉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교수가 원치 않는 스킨십을 했다 △수치심을 느낄 만한 부위를 만졌다 △일부러 몸을 살짝 더듬는다는 식이었다.성희롱은 회식자리에서 자주 일어났다. “술자리에서 야한 농담을 하며 특정한 신체부위를 거론했다. 당시는 막 전공의가 된 시기여서 당황했고 울었다. 선배 의사들이 이 일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아서 그냥 사과를 받고 끝냈다. 그러나 이 일은 오랫동안 상처로 남아있다”(전공의 A 씨)“술자리 이후 전문의가 다음 장소로 옮기자고 했습니다. 이제 그만 집에 가셔야 되겠다며 제가 택시에 태우려 했습니다. 그러자 ‘씨×. 전공의 주제에 가자고 하면 가는 거다’라며 욕을 했습니다.”(전공의 B 씨)여의사의 비율은 1980년 13.6%에서 2010년 22.6%로 크게 늘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올해를 기준으로 인턴은 32%가, 전공의는 35%가 여자다. 이처럼 여의사가 늘어나면서 성희롱과 성추행 사례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여자의사회가 2010년 여자 전공의 12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8.6%는 가끔, 0.6%는 자주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문제는 대부분 남자인 의대 교수나 선배 의사의 권한이 커서 여의사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잘못을 바로잡을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피해자들은 △네가 전문의 자격증을 따는 데에 방해를 하겠다 △전공의를 못하게 만들겠다 △내가 (널) 어떻게 해버리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문조사에서 밝혔다.전공의 C 씨는 “대부분의 경우 가해자는 무사하고 사실을 발설한 피해자만 더 다치게 된다. 윗사람이 아무리 부당한 일을 해도 의사 사회에서 윗사람을 이길 순 없다”고 말했다.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전공의 D 씨는 “피해를 당해도 어디다가 얘기할 곳이 없다. 다른 교수님들도 모르는 게 아닌 데다가 불이익이 무서워서 행동에 나설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현재의 교육체제에서는 피교육자가 교육자를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전공의에 대한 폭력은 점차 구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환자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면허를 계속 유지해 의료계 전체가 불신의 대상이 되는 일을 막자는 취지에서다.의협은 환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산부인과 의사 김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2일 이같이 결정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후배 의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일이 벌어진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의 실태조사에 나섰다.의협은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의 명단을 법무부로부터 받으면 내부 징계를 거쳐 복지부가 의사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도록 관련 법 개정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의료행위는 윤리와 도덕이 필요한 영역이기에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도록 의원들을 설득하겠다. 법이 개정되면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를 모두 파악해 면허 제재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현재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는 의료법이 유일하다.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의사의 면허를 복지부 장관이 정지시킬 수 있다. 이런 처분을 세 번 받은 의사는 면허가 취소된다. 형사처벌을 받아도 의료인 신분을 계속 유지하는 셈이다.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 5월까지 약 1800명의 의사가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이 중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경우는 모두 의료행위 위반과 관련이 있다. 성범죄나 폭행 등 형사처벌로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없다.의협은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현황을 확인할 권한이 없어 언론에 보도되거나 제보를 받는 등의 사안에 대해서만 징계를 한다. 회원이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자체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조사해서 회원자격을 정지시키는 식이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의협은 복지부에 당사자의 면허 정지나 취소를 요청한다.의협의 징계위원회는 2006년 10월부터 지금까지 56차례 열렸다. 이 중 회원의 면허 정지나 취소를 요청한 경우는 2008년 2건뿐이다. 그나마 정부가 주의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송 대변인은 “형법엔 의사면허를 제재할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성범죄 등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아 취업제한시설을 제외한 기업 의무실 등에서 의사면허를 갖고 일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대한전공의노조 태스크포스팀은 2일 성명을 내고 “(서울 을지병원의) 폭행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정부와 대한병원협회는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행의 당사자인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병원은 징계절차를 밟기로 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A 교수가 병실에서 젊은 의사의 뺨과 머리를 수차례 때리는 걸 봤습니다. 군부정권 시대도 아니고 아파 누워 있는 환자 앞에서 폭력, 욕설, 고함소리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습니다.”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A 씨는 지난달 24일 고객소리함에 이런 내용의 편지를 넣었다. 그는 “교수가 회진을 돌며 환자 앞에서 전공의를 수차례 때렸다. 병 치료와 안정을 위해 입원했는데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봐서 불쾌했다”고 했다. 기자가 전화를 걸어 내용을 확인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이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병원의 여러 관계자는 “수년째 후배의사인 전공의들을 폭행한다. 병원 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전공의를 때리는 모습은 동료 교수와 전임의, 전공의에게 낯설지 않다. 간호사와 식당 조리사 같은 병원 직원, 환자까지 목격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서다. 병원 관계자는 “A 교수가 병실과 복도, 계단은 물론이고 수술실과 진료실에서 구타를 한다. 어느 전공의는 수술방에서 시작해 병원 곳곳을 끌려다니며 수십 차례 뺨을 맞았다. 얼굴이 붓고 귀 한쪽이 먹먹해졌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때리는 이유는 매번 비슷하다. 교수에게 보고해야 하는 환자 상태를 일부 빠뜨렸다고, 검사나 처치를 잘못했다고. 자신이 원하는 정도로 일을 완벽하게 해놓지 않으면 여지없이 손을 날린다. 그는 진료과목 특성상 100% 남자인 전공의들을 가르치는 중이다. 주로 연차가 높은 전공의를 맡는다. 병원 관계자는 “A 교수가 맡았던 전공의 중에서 안 맞았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폭력의 정도는 더 심해지고 있다. 슬리퍼로 뺨을 때리고, 수술실에서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한 뒤 물을 끼얹었다. 전공의를 때리던 알루미늄 목발이 휘어진 적도 있다. A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물을 뿌린 사실은 부인했지만 폭행 부분은 인정했다. 그는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데 아무리 말로 주의를 줘도 전공의들이 말을 잘 안 들었다. 성격이 급한데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폭행이나 폭언을 일삼는 의사는 A 교수만이 아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5∼7월 전공의 6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284명(45%)이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상급 전공의(49.3%)나 교수(35.2%)를 가해자로 꼽은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10명 중 8, 9명(86.4%)은 별 대응 없이 넘어갔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폭행을 당해도 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고 얘기했다. 도제식 수련 시스템에서는 교수가 진료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배울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 이 관계자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의료계 내부에서 폭력의 고리가 진작 끊어졌어야 했다. 잘못된 관행을 쉬쉬하는 바람에 병원 내 폭력이 계속됐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13세 미만의 여자 어린이나 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자의 공소시효가 2일부터 폐지된다. 또 교사와 학생,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처럼 상하관계에서 발생하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무리하게 합의를 종용하고 처벌을 피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여성가족부는 2월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2일부터 시행한다고 7월 31일 밝혔다. 우선 아동·청소년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친아버지 등 친권자이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경찰이 피해 진술을 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는 피해자나 보호자가 거부하면 녹화를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의 다른 가족이 가해자를 보호하려고 영상녹화를 거부해 검찰이나 경찰이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의 범위가 늘어난다.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신체촬영, 공중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도 성범죄로 명시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성범죄자 취업제한시설에 10년간 취업할 수 없다. 성범죄자를 취업제한시설에 고용하면 기관명과 시군구 단위의 주소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www.sexoffender.go.kr)’에 공개된다. 이런 기관이 성범죄자를 해임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검찰은 재범 가능성이 높고 성폭력 전과가 있는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사범에 대해 원칙적으로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또 검찰은 성폭력범죄자를 기소할 때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약물치료 명령을 적극 청구키로 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경기 구리시 왕숙천에 중학생 15명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문신, 피어싱, 주황색 머리카락, 파란색 매니큐어…. 겉모습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대한노인회, 자전거 동호회 ‘구리챌린저’, 한국외국어대 자전거 동아리 ‘만리행’ 회원들은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한 뒤 자전거에 올라탔다. 전국이 폭염이던 28일 일행은 경기 남양주시까지 가면서 틈틈이 이야기를 나눴다. 점심도 함께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매주 토요일 왕숙천에 온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위탁형 대안교육센터 ‘모여라 학교’에 4월부터 다니는 학생들이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성록 대한노인회 사무총장(55)은 아내인 이성희 모여라 학교 소장(56)에게서 학생들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가르쳐 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학생들에겐 처벌뿐 아니라 치유도 필요한데 운동을 하면 폭력성을 없애고 따뜻한 마음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대한노인회 자원봉사지원센터와 여러 자전거 동호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뜻있는 회원들이 모였다. 대학생 동아리 ‘만리행’도 섭외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마음을 닫은 상태였다. 첫 모임인 7일, 운동화를 신고 오라 했지만 일부는 슬리퍼 차림이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해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저씨라고 말했다. 욕도 자주 나왔다. 회원들은 자전거를 타며 대화하는 방법을 익혔다. 여학생이 거친 욕을 하면 “예쁜 입에서 욕만 나오지 않으면 넌 어딜 가든 최고일 거야”라고 말했다. 소년원에 가게 될 것 같다는 학생에게는 “잘 다녀오는 게 중요하다”며 다독여줬다. 아이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회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렸을 때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충격을 받고 가출했던 아이.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자 학생들은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아빠라고 부르고 먼저 다가와 말을 걸기도 했다. 회원들에겐 더 큰 목표가 있다. 다음 달 10∼15일 구리에서 부산까지 600km를 자전거로 종주하기로 했다. 대한노인회가 행사를 주최한다. 숙박은 중간의 경로당 4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경로당 노인들에게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 사무총장은 “나도 학창 시절에 싸움에 연루돼 정학을 당한 적이 있다. 누구나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니 학생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구리=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우울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정신과 질환으로 ‘마음의 감기’로 불린다. 고대 이집트 유물에도 관련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질환이기도 하다. 살아가며 심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남성은 5∼12%, 여성은 10∼25%다. 6명 중 1명꼴이다. 여성의 경우 생리, 임신, 출산, 폐경 등 호르몬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에 더 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강박적이거나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매사에 자신을 높은 기대수준에 비춰 판단하고, 결과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신감을 잃어버리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유전적인 원인이나 내분비호르몬 이상과 같은 신체적인 요소도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 뇌에서 분비하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는 것도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우울증 예방과 치료, 생활태도 개선부터 우울증은 일단 발병하면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발병하기 전 미리 우울증을 유발하는 습관이나 태도를 고치는 게 좋다. 우선 자신의 성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박관념을 갖고 자신이나 주위 사람을 대하고 있다면 고치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이런 사람들은 작은 일이라도 실수를 하면 그때마다 자신에게 실망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기 쉽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도 스스로 칭찬하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계절적인 요인도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 주로 가을이나 겨울에 질환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햇볕을 쬐는 일조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루 한 시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담배나 커피, 콜라, 녹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수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이나 담배를 줄인 후 우울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한두 가지 갖는 것도 좋다.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면 우울증에 노출될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 주변에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감정을 깊이 이해해 줘야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안 좋은 일은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이 상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도록 감싸주는 게 좋다. 주의할 점은 환자가 싫어하거나 능력에 벅찬 것을 무리하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리한 요구는 좌절감을 줘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환자를 다그치거나 좌절시키는 말도 삼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우울증 증상을 보일 때 가능한 한 빨리 의사에게 진료받을 것을 권유해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자살에 대해 얘기하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줘야 한다. ○ 우울증은 신속하게 치료받아야 우울증은 한번 걸리면 수면, 식사, 사고방식,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길게는 수년간 증상이 계속된다. 재발이 잘되기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못 받으면 장기간 고통을 받거나 심하면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울증은 정신과 질환 중 가장 치료가 잘되는 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환자 10명 중 9명은 완전히 회복한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이 잘된다는 단점도 있다. 치료를 받으면 성급하게 중단해선 안 된다. 치료를 받다 중단하면 1년 안에 3명 중 1명이 재발한다. 또 치료가 시작된 후 3개월 이전에 성급히 약을 끊으면 재발하기 더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를 받지 않은 우울증 환자는 약 15%가 자살을 시도한다는 조사도 있다. 우울증 치료는 어떻게 할까.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대표적인 정신치료로는 자기 자신과 주위 환경,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이나 사회성 기술 등을 익히는 치료도 있다. 약물치료로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물질을 공급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의 우울증 치료약은 이전 약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도 줄어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우울증이 심하면 입원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자살 시도를 했다거나 △식욕, 의욕이 심하게 저하돼 신체가 매우 쇠약해졌거나 △불면증이 심하거나 △환청이나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입원치료가 좋다. 입원치료는 약물에 대한 반응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고, 비교적 집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효과에 대해서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울증은 하루아침에 치료되지 않는다. 시간을 갖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어느새 전과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도움말=정한용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장기요양보험서비스를 받는 치매환자가 늘어난다. 서비스 신청이 가능한 기준을 완화하고 치매노인으로 인정하는 등급판정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또 초기 치매환자를 빨리 발견하기 위해 국가건강검진의 검사 방법을 개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국가 치매관리 종합계획(2013∼2015년)’을 확정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전국의 치매환자는 53만4000명 정도로 2008년(42만1000명)보다 26.8% 늘었다. 2025년에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제2차 치매관리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Q. 장기요양보험의 인정기준은…. A. 1∼3등급이 돼야 한다. 심신이 전적으로 불편한가(1등급), 상당 부분 불편한가(2등급), 부분적으로 불편한가(3등급)에 따라 결정한다. 이 중 3등급 인정기준을 낮춰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치매환자를 현재의 14만9000명에서 2015년까지 20만3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Q. 평가기준은 어떻게 바뀌나. A. 가족이나 사물을 알아보는 정도 등 인지기능에 대한 항목의 비중이 늘어난다. 지금은 신체기능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두 가지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더 검토할 계획이다. Q. 진단도 달라진다는데…. A. 국가건강검진 대상자(전 국민) 중에서 66, 70, 74세 노인은 원하면 치매검진을 받는다. 문항이 현재 5가지에서 더 늘어난다. 정밀하게 보고, 빨리 진단하기 위해서다. Q. 환자는 어디서 돌봐주나. A. 주간보호기관이 1320곳에서 해마다 120곳씩 늘어나 2015년에는 1680곳이 된다. 주야간 단기 보호, 방문간호를 모두 제공하는 종합서비스 제공기관은 520곳에서 해마다 20곳씩 늘어나 2015년에는 580곳이 된다. 자녀가 직장을 다니거나 외출할 때는 증상이 아주 심하지 않은 노인을 이런 시설이 맡아준다. Q. 가족을 위한 지원은…. A. 보건소가 관리하는 환자의 신상정보에 사진, 환자별 고유번호, 가족사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치매환자가 실종됐을 때 좀 더 쉽게 찾기 위해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중고교생 4명 중 1명은 1주일에 닷새 이상 아침밥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지난해 전국 중고교생 8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학생들의 24.4%가 “최근 1주일간 5일 이상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아침을 거르는 학생 비율은 특성화고(35.1%)가 가장 높았다. 일반계고는 22.6%였으며 중학교는 이보다 조금 높은 23.2%였다. 성별로는 남학생(25.3%)이 여학생(23.4%)보다 높았다. 학생들은 10명 중 2, 3명꼴로 라면, 과자, 탄산음료 등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먹고 있었다. 최근 1주일간 3회 이상 라면을 먹었다는 학생은 22.7%였다. 남학생(28.5%)이 여학생(16.1%)보다 더 라면을 즐겼다. 탄산음료에 대해 같은 질문을 하자 23.2%의 응답률이 나왔다. 이 또한 남학생(28.8%)의 비율이 여학생(17%)에 비해 높았다. 1주일간 세 번 이상 과자를 먹었다는 비율은 39.4%로 라면이나 탄산음료보다 더 높았다. 이 질문에서는 여학생(43.0%)의 응답비율이 남학생(36.2%)보다 높았다. 피자나 햄버거, 치킨은 학생 10명 중 1명 이상(11.6%)이 최근 1주일간 세 번 이상 먹었다고 응답했다. 반면 최근 1주일간 하루 한 번 이상 과일을 먹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20.3%로, 라면이나 과자보다 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성화계 고교생의 경우 이 비율은 11.0%로 뚝 떨어졌다. 박진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연구원은 “청소년기 식습관이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경기 용인시에 사는 김지혜 씨(23·여)는 매달 9만9850원씩 국민연금 보험료를 3년째 내고 있다. 대학생이라 일정한 수입이 없어 국민연금에 반드시 가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2년 전인 대학교 2학년 때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보험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냈다.그가 앞으로 37년 동안 지금처럼 보험료를 내면 60세부터는 매달 63만 원(현재가치 기준)을 받는다. 김 씨는 “학생에게 매달 10만 원은 큰돈이지만 은퇴 후에 더 많은 연금을 받기 위해 일찍 보험료를 낸다”며 “취업하면 보험료를 더 내서 노후에 100만 원 이상 받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김 씨처럼 소득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노후를 준비하려고 국민연금에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만 18∼29세 임의가입자는 지난달 기준으로 5020명이다. 20대 임의가입자는 2008년 115명, 2009년 182명에 그쳤지만 2010년에 1517명, 지난해 4211명으로 크게 늘기 시작했다.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대 임의가입자는 대부분 대학생과 군인이다. 국민연금은 만 18세부터 가입이 가능하지만 직장에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등 소득이 있을 때만 의무가입 대상이 된다. 전체 임의가입자는 20만379명으로 이 중 여성이 83.7%(16만7626명), 50대가 51.1%(10만2484명)이다.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다른 연금과 달리 물가 상승폭을 감안해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층 임의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불면증은 신체질환으로 발생하지만 별다른 신체적 원인 없이도 발생한다. 불면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7년 20만7559명에서 2011년 38만3150명으로 5년간 연평균 16.7%씩 증가했다. 환자 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1.7배 이상 많았다. 남녀 모두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연령대로는 중장년층 이상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 환자의 65.6%로 10명 중 6, 7명은 50대 이상이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 활동량이 줄어 필요한 잠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활동이 줄어든 상태에서 운동도 하지 않을 경우 필요한 잠의 양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불면증을 음주로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과음은 지각 능력을 떨어뜨려 불면증을 감지하지 못하게 할 뿐이다. 과음으로 잠이 든 것을 숙면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불면증의 치료 방법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특정한 신체질환으로 불면증이 발생한 경우엔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별다른 원인 없이 불면증이 발생하는 경우엔 수면제, 항우울제 등 약물을 통해 치료하기도 한다.불면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올바른 수면습관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정하고, 그 기준시간에서 2시간 이상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낮잠도 피하는 게 좋다. 담배나 술, 커피 등 수면을 방해하는 물질을 멀리하고 저녁식사 때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은 도움이 된다.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잠을 청할 필요는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 등 다른 일을 하다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알코올이나 수면제를 남용해선 안 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전북 김제시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배준식 씨(60·사진)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22일 밝혔다. 농부로는, 또 전북에서는 처음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5년간 1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해야 회원이 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를 포함하면 전체 회원은 139명. 배 씨는 올 2월 전북 사랑의 열매에 셋째 아들의 결혼축의금 5000만 원을 건넨 데 이어 5년 안에 1억 원 이상을 추가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그는 충남 금산 출신으로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냈다. 배가 고플 때마다 나중에 잘살게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부지런히 노력해 인삼 농사를 성공적으로 일궈내면서 꾸준히 나눔을 실천했다. 자신의 인삼 재배 노하우를 인근 지역의 농부에게 전수하고, 지역 주민을 위해 이동도서 차량과 신간도서를 구입했다. 또 생활이 어려운 홀몸노인을 돕기 위해 연탄 2만 장을 구입해 전달했다. 그는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을 위해 2006년에는 쌀 80kg들이 1000가마(1억6000만 원 상당)를 구입해 북한에 보냈다. 백두산을 여행하던 중 구걸하는 북한 어린이를 보고 배고픔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배 씨는 “인삼 농사를 시작할 무렵 아들의 저금통을 깨 7만 원을 기부하면서 처음 나눔을 시작했다”며 “남을 돕는 데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진 않다. 그저 조금 더 가진 사람이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0∼2세 전면 무상보육보다 소득에 따라 지원을 달리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19일 서울 은평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보육제도 개선방향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다. 주제발표를 맡은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은 “현재의 0∼2세 보육료 지원은 소득이나 근로 상태와 무관해, 효율성과 형평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도 “교육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계층엔 추가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효과는 크지 않다. 정부의 개입은 중상위계층의 자녀보다는 취약계층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현재 재원이 부족하므로 선별적인 보육지원을 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정책은 대국민 약속이기 때문에 몇 년 동안은 계속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고소득층 0∼2세 무상보육 지원 중단 검토에 대한 여론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8%가 저소득층 대상으로 무상보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재정부는 복지부와 협의해 내년 예산안 편성을 마무리하는 9월 말까지 보육제도 개선책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만 0∼2세 무상보육 예산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예산이 모자라 중단 위기에 놓인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을 연말까지 지속하기 위해 지자체에 28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자체는 “정부가 모든 예산을 부담하라”고 맞서 예산 실정에 따라 이달부터 점차 0∼2세 무상보육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은 보육료 수급 대상자가 지난해 예측했던 것보다 늘어나 추가로 투입해야 할 예산 중 2800억 원을 국비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무상보육 사업은 국비와 같은 금액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다만 정부는 올해 예산 여유분이 없는 만큼 일단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내년에 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정부 대책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인다. “국가가 지자체와 상의 없이 단독으로 결정한 사업인 만큼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필요 예산은 모두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올해 정부가 추가 수요를 고려해 내놓은 3698억 원에 대응하는 지자체 부담금 3788억 원도 아직까지 예산에 편성하지 않았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19일 “정부는 추가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2800억 원만 지자체에 지원하겠다는 이야기 아니냐”며 “이 돈도 일단 빚(지방채)을 지면 나중에 갚아주겠다는 건데 원금까지 갚아준다는 것인지 이자만 주겠다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자치구청장협의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무상보육 예산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여섯 살 민수(가명)의 항문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병명은 2년 동안 대형병원 4곳을 돌아다닌 뒤에야 나왔다. ‘판코니 빈혈’.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희귀난치성 질환. 이 기간에 염색체 검사비로만 180만 원이 들어갔다. 상당수 희귀난치성 질환자는 진단 단계에서부터 벽에 부닥친다. 돈도 돈이지만 이 기간만큼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이 커진다. 이런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정부가 로드맵을 처음 만들었다. 국내 희귀난치성 질환자는 최소 38만 명으로 추정된다. 로드맵에 따라 확진이 특히 어려운 17개 희귀난치성 질환을 9월부터 무료 진단한다. 질병관리본부 박현영 심혈관·희귀질환과장은 “관련 학회에 자문해 진단이 특히 어려운 중증 유전질환을 추천받았다. 이 가운데 정부 지원이 절실한 질환을 우선 선정했다”고 말했다. 전문 진단기관 2곳은 이달 말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무료 진단 대상이 되는 질병은 해마다 20여 개씩 늘리기로 했다. 2020년경이면 15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확정된 환자에 대해서만 진료비를 지원하는 게 전부였다. 앞으로는 진단 단계부터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연구 결과(2010년)에 따르면 희귀난치성 질환자 322명 중 51.6%(166명)가 확진을 받는 데 1년 이상 걸렸다. 정부는 진단과 임상연구 역시 연계하기로 했다. 치료법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으면 희귀난치성 질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임상연구모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3개 질환(크론병, 베체트병, 조직구증식증)의 임상연구모임에 연간 1억 원을 지원한다. 앞으론 지원 대상 모임을 해마다 2개씩 추가로 늘릴 방침이다. 박 과장은 “미국의 경우 2003년부터 희귀난치성 치료와 임상연구를 연계해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는 진단지원으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론 치료도 임상연구와 연계해 지원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질환자 데이터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환자 등록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의료비 지원을 받는 환자만 파악해 정확한 현황을 알지 못했다. 장기적으론 유럽처럼 질환별로 전문치료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진단지원 대상 질환△판코니 빈혈 △메틸말론산 혈증 △확장성 심근병증 △비후형 심장 근육병증 △모세혈관확장 운동실조 △지대형 근디스트로피△엘러스-단로스 증후군 △루빈스타인-테이비 증후군 △홀트-오람 증후군 △소토스 증후군△젤위거 증후군 △차지 증후군 △엔젤만 증후군 △ARC 증후군 △탈수소효소 결핍증(경쇄) △밀러-디커 증후군 △래리-웨일 연골뼈형성이상증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승강장을 순찰하다 특정 행동을 하는 승객이 눈에 띄면 지하철에 같이 타고 지켜봅니다. 십중팔구는 예상대로입니다.”김영호 경사(42)는 평범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소속. 지하철 성추행 사건을 2년째 맡고 있다고 했다. 13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지하철 성추행범의 특징이 있다면서 승객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했다.잠시 후 30대로 보이는 승객이 승강장에 나타났다. 키는 180cm 정도. 지하철이 몇 차례 도착했지만 그는 타지 않았다. 주변만 살피면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김 경사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18분쯤 지났을까. 노란색 운동화를 신은 20대 여성이 승강장에 들어섰다. 착 달라붙는 청바지 차림이었다.문제의 남성이 여성 뒤에 잽싸게 붙어 지하철을 탔다. 김 경사와 함께 있던 임재민(38) 유공현 경사(41)가 뒤를 따라가 양쪽 옆에 섰다. 유 경사는 한 손에 소형 캠코더를 쥐고 있었다.청바지를 입은 여성이 갑자기 몸을 뺐다. 그러고는 옆으로 빠져나갔다. 30대 남성이 다가가 몸을 붙인 직후다. 그는 “이거 문래역 가는 열차 아니었어요”라고 묻고는 열차에서 내렸다. 다른 승객의 의심을 피하려는 듯했다.임 경사가 말했다. “보셨죠? 보통은 저렇게 두리번거리다 취향에 맞는 여성이 나타나면 따라갑니다. 요즘엔 짧은 치마, 얇은 옷차림의 여성을 노리는 성추행이 많이 일어나죠. 치마보다 몸에 착 달라붙는 바지를 입은 여성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키가 큰 성추행범은 편하게 손을 뻗기 위해 키가 큰 여자를 찾는 경향이 있죠. 모든 여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지하철 성추행은 심할 경우엔 성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찰에 따르면 고교 중퇴생 장모 군(18)은 2월 10일 지하철에서 여중생 한모 양(13)을 추행한 뒤 뚝섬유원지역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붙잡혔다.▲동영상=노출의 계절, 성추행범을 찾아라!▼ 역 에스컬레이터엔 미니스커트 노린 몰카범 기승 ▼성추행이 벌어져도 경찰은 곧바로 체포하지 않는다. 증거 확보가 우선이니까. 먼저 캠코더로 현장을 촬영한다. 이후 1명은 성추행범을 뒤쫓는다. 다른 1명은 피해 여성을 따라가 신분증을 보여 주고 처벌 의사를 확인한다.성추행범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범죄 경력은 없는 편이라고. 김 경사는 “대체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수법은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휴대전화, 시계, 볼펜에 장착된 몰래카메라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는 수법은 고전적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에는 가방이나 운동화에 몰래카메라를 숨겨 찍는다.이들은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다. 몰래카메라의 각도를 맞추려고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제대로 촬영되는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자주 올렸다 숙였다 하는 특징이 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가장 많이 당한다.여성들은 성추행을 당할 때마다 무섭고 불쾌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하철에서 남자가 하반신을 밀착시켰다. 어떻게 할 수 없어 내리면서 욕을 했다.”(김모 씨·20·경기 부천시) “지하철 종점 역에서 성추행범이 엉덩이를 만진 적이 몇 번 있다. 심지어 집 앞까지 따라온 적도 있어 무서웠다.”(이모 씨·24·서울 강서구)장지은 경장(35·여)은 “성추행범은 한 번 처벌을 받으면 대개 정신을 차리고 그만둔다. 곧바로 신고해야 제2, 제3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박요진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졸업 신진 인턴기자 연세대 경제학과 4학년 }

고려사이버대의 다문화 캠페인 수강생이 5년 만에 10만 명을 넘었다.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어를 비롯한 교육 강좌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시작 당시 명칭은 ‘다문화가정 e-배움 캠페인’이었다. 포스코와 골드만삭스의 지원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도록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 등 7개 언어로 강좌를 만들었다. 올 4월부터는 본보가 후원하는 ‘고려사이버대와 함께하는 다문화 캠페인’으로 명칭을 바꿨다. 또 이들 여성이 전문성을 갖고 자립하도록 국내외 전문가가 지도하는 돌봄(케어기빙)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다문화가정 자녀에게는 이중언어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서울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이용자가 늘기 시작해 2007년 2월 이후 이달 5일까지 10만213명이 수강했다. 이 중 1만3300여 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러시아 페루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71개 국가, 708개 도시에서 외국인 7451명이 무료 강좌를 듣고 있다. 사이버대의 특성을 살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강좌로 만든 덕분에 수강생이 짧은 기간에 많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사진)은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다문화가정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온라인 교육기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고려사이버대의 한국어와 상담심리 강좌를 듣는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김봉화 씨(37·제주시)는 “아기를 키우느라 학교에 가기가 힘들었는데 집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어서 아주 좋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다음 달 2일부터 지하철에서 만 19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을 성추행하면 10년간 학교 학원 등 교육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성추행엔 휴대전화 또는 볼펜 시계 등에 내장된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범죄자의 신상정보는 여성가족부가 20년간 보존하고 관리한다. 여성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다음 달 2일 시행된다고 12일 밝혔다. 지금까지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폭행이나 강제추행을 한 성범죄자는 10년간 교육기관에 취업할 수 없고 의료인, 학습지 교사도 될 수 없다. 그러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범죄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에 이를 추가한 것. 서울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올 1∼6월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추행 적발건수는 총 4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98건)보다 33.4% 줄었다. 그러나 분기별로 보면 1∼3월(127건)보다 4∼6월(338건)의 건수가 166% 증가했다. 이 가운데 몰래카메라 촬영 방식의 성추행 건수는 1분기 32건에서 2분기 186건으로 481% 늘었다. 서울지하철경찰대는 16일부터 9월 30일까지 성추행 집중 단속에 나선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학생·학부모 상담을 하는 등 학교폭력 해결에 기여한 교원은 연말부터 승진 가산점을 받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해결 기여교원 승진 가산점 부여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방과 후나 점심 때 학교 내를 점검하거나 △인터넷 게임 만화 등 유해매체에 빠진 학생을 지도하거나 △가해·피해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를 한 교원은 승진 가산점을 받는다. 연말에 학교폭력 해결 실적을 학교에 제출한 교원이 대상이다. 선정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선정한다. 교원당 연간 최고 가산점은 0.1점으로 평생 통산 2점 이상은 받지 못한다. 승진심사에 동점자가 많아 0.1점 차로 결과가 바뀌는 현실에 비춰 볼 때 비중이 높은 셈이다. 가산점 부여 대상 교원은 학교별로 전체 교원의 40%를 넘지 못한다. 또 선정된 교원의 80%는 담임이어야만 한다. 단 시도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학교는 전체 교원의 50%까지 가산점을 줄 수 있다. 이 방안에 대해 (사)좋은교사운동은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는 교원의 의지를 꺾고 승진 점수의 노예로 만드는 정책”이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한편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 방안에 대한 비판은 1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학교폭력 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도 이어졌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세미나에서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진경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는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온 학교에 경찰을 투입해 일진을 소탕하는 제도다. 이 부연구위원은 “대부분의 학생이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하는데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한 번의 행동이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정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의 ‘소년구금’ 처분 제도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을 포함해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2일에서 4주까지 구금시설에 들여보내는 방식이지만 형사처벌은 아니어서 거부감이 적다는 이유에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