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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8일 일본 상황이 악화돼 현지 한국민들의 긴급 대피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세 항공기와 선박은 물론이고 군 수송기, 해경 경비함, 군함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대피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방사성 물질 누출 피해가 우려되는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 시 인근에서 활동하던 한국 긴급구조대 일부를 서부 해안 지역인 니가타(新瀉) 현 니가타 시로 이동시켰다.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긴급구조대원 107명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버스 2대를 타고 니가타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80km 바깥 지역에 체류하는 국민들도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좀 더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전날 원전에서 80km 이내에 있는 국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공정사회 구축을 위한 민간 차원의 첫 토론이 열린 17일 ‘공정한 사회: 새로운 패러다임’ 학술행사는 국내 사회과학 분야를 대표하는 한국정치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경영학회가 공동 주최자로 참여한 학제 간 교류의 장이었다. 김세원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국내 최대 4개 학회가 함께 학술회의를 개최하기는 처음”이라며 “이날 모임이 공정한 사회 추진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본격적인 토론의 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정치와 공정한 사회 △공정한 사회와 한국 경제 △사회적 불평등 구조와 공정한 사회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동반성장 등 4개 세션으로 나뉘어 하루 종일 진행됐다. 전문가 12명이 발제를 하고 분야별 쟁점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 한국사회의 정치적 공정성 제고 방안을 논의한 ‘정치와 공정한 사회’ 세션에서는 공정성 담론의 확산 과정에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할, 자유와 평등 그리고 서구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 문제 등이 논쟁 대상이 됐다. 선거제도와 정당정치의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공정사회 함께 논해야” 장동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의 공정사회 담론’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해 8월 이후 정부가 공정사회 담론을 주도해온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공정성에 대한 최종 판단의 책임을 짊어지면 사회갈등에 휘말려 결과적으로 국가정책의 불확정성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의 절차, 내용, 실행 등의 문제에 대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부에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불안정과 불확정성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도 “공정은 최종 목표가 아닌 수단적 가치에 가깝다”며 “결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자원과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야 할 정부가 논리적인 개념의 엄밀성도 갖추지 않은 공정 개념을 내세우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민간의 적극적인 논의 참여를 전제로 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장 교수는 “시민사회 역시 대중주의(populism)와 갈등 분열로 흐를 수 있는 만큼 정부 관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대표자가 회합해 공적(公的) 문제를 논의하는 중간 수준의 연결고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찬욱 한국정치학회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공정한 사회’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드는 담론과 개혁정책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와 한국의 차이 반영해야” 장 교수는 ‘공정한 사회’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선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느냐”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정의론’의 저자인 미국 정치학자 존 롤스 교수가 주장한 것으로 개인적 자유의 신장을 우선적인 과제로 하되 기회의 평등과 ‘차등의 원칙’(약자의 지위를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사회적 불평등의 허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토론자들은 문제 제기에는 동의했으나 서구 사회의 정의 개념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반론을 폈다.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롤스의 주장은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 영미 국가에서 가능한 한 최대한의 사회·경제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이론적 구성물”이라며 “한국은 아직도 충분히 개인주의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이지 않으며 과거사 청산 문제 등 서구와 다른 역사적 과제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국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은 특정 지역에서 태어나 죽는 역사를 지닌 ‘서사적 존재’이기 때문에 공정한 사회를 꿈꾸려면 공동체의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선거제도와 정당정치의 공정성 필요” 현행 선거구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특정 지역에 근거를 둔 거대 정당들이 정당 득표수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제도 아래에서는 공정한 정치의 핵심인 ‘1인 1표’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며 “큰 선거구와 작은 선거구의 유권자 비율이 3 대 1에 이르는 선거구 획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선 현재 299석인 국회 의석수 가운데 54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자리를 더 늘려 국회의원 정족수를 늘리거나 정족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비례대표의 증원수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객관적인 제3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선거구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당 지도부가 소속 국회의원들을 초등학생 대하듯 하고 다수당이 힘으로 소수당의 목소리를 누르는 현재 정당정치 구조가 민주화되지 않는다면 비례대표 의석 확대나 선거구 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참석한 전문가 명단1. 정치와 공정한 사회사회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발표 장동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토론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백종국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2. 공정한 사회와 한국경제사회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발표 좌승희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토론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윤창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3. 사회적 불평등 구조와 공정한 사회사회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발표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토론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4.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 동반성장사회 유관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발표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주현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실장토론 박명길 포스코 동반성장사무국장 임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5. 종합토론사회 김세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토론 박찬욱 한국정치학회장(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하성근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박재묵 한국사회학회장(충남대 사회학과 교수)곽수근 한국경영학회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정부가 주도하는 ‘공정한 사회’라는 담론은 시민을 공정한 사회 형성의 주체로 삼기보다는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동원과 시혜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또 다른 억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동진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정한 사회: 새로운 패러다임’ 주제의 공동학술행사에서 “정부주도형 공정사회 담론은 정의와 공정성의 판단기준을 정부가 담보하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정치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경영학회 및 동아일보사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최근의 복지 논쟁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가 지역주의, 색깔론으로 점철된 질 낮은 선거민주주의에서 ‘누가 주권자인 국민의 복지를 더 향상시켜 줄 것인가’에 관한 정책경쟁을 벌이는 질 높은 복지민주주의로 발전하는 징후”라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축사를 통해 “경제성 효율성만 강조해온 경쟁일변도의 패러다임을 규범 신뢰 배려가 중시되는 품격 있는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사회적 공정성의 확대 방안을 논의한 3세션에서는 교육 개혁의 대안도 논의됐다.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에 있어서의 공정성: 사회적 가치와 정책적 수단’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세 가지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첫째, 공교육 서비스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쟁을 도입해 공교육 전체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철폐해 각급 학교의 자율적 운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강화다. 교육서비스의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더 넓은 학교 선택권을 가지면 선택의 자유가 확대되고 학교의 경쟁을 촉진해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셋째, ‘관리’에서 ‘경영’으로 학교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학교가 교과과정 및 교과목 개설, 교원의 운영, 재원의 확보 및 시설 활용, 외부 기관과의 제휴와 협업 등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변화를 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교육은 개인의 사회적 성취와 이동, 사회경제적 지위 결정에 핵심적인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공정성 제고 논의의 핵심적인 내용”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교육에 대한 규제보다 공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며 “이를 위해선 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천천히 이뤄 나가야 할 장기과제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단기적으로 이뤄낼 필요가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논란이 있지만 가족 등 개인의 배경이 교육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지 않는다”면서 “공교육 강화와 아울러 사교육 억제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묵 한국사회학회장은 “기존의 불평등이 개인의 사회적 지위 배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은 공정한 사회 구축을 위한 핵심 과제”라며 “부모 세대의 계급 또는 계층 차이가 자식 세대의 교육과 직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 집행이 느슨해졌다는 주장을 놓고서는 논쟁이 팽팽했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집단 중심의 경제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해 당선됐다. 따라서 (시장의 공정거래 분야에서) 공정사회 구현 의지가 강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지주회사 규제 완화, 금융·산업 분리, 감세 논쟁 등의 이슈에서 대기업과 재벌에 유리한 정책이 추진됐다”며 “공정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공정거래 정책의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창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거래 정책은 약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이 되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성근 한국경제학회장도 “정부의 기능 확대나 독점력 강화는 기업의 독점력 강화보다 더 폐해가 크다”며 공정거래를 위한 정부 개입에 신중론을 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시장의 실패와 거대기업 독과점의 폐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공정금융질서 확립을 위해 공급자 위주의 금융규제 체제를 소비자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또 김 교수는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원암 홍익대 교수는 “오히려 부동산담보대출 관행을 시정하는 구조개혁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야 중소기업 금융이 나아질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급 간 불평등은 물론이고 같은 계급 내에서도 불평등이 커지면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불평등 수준이 급속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시장에서 노사 간에 이뤄지는 분배의 공정성을 높이고 낙후된 조세제도와 복지제도를 선진화해 정치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재분배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주장은 ‘현대사회에서 계급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라는 오래된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최고경영자는 자본가인가 노동자인가, 영세자영업자는 자본가인가 노동자인가의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판단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지수) 증가가 계급 간 불평등의 확대를 말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성과 여성 간 공정성의 회복을 위해 ‘젠더(성) 평등+α’ 정책이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주장도 나왔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여성들이 입사시험 상위를 차지하지만 실제 합격자 명단에는 남성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현존하는 남녀 불평등과 차별을 극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역사적 부정의를 치유하기 위한 (여성) 특별우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의 위력이 커지면서 (여성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험적 불공정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며 함 교수의 문제 제기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경쟁의 파고가 개인을 압박하는 현실에서 남녀 불평등 문제를 이슈화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지원 액수가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 때의 4750만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정부 당국자는 16일 “재계가 2005년 미국에 지원했던 금액(1700만 달러)보다 많은 사상 최대 규모의 특별성금을 모으기로 한 데다 연예인 등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일본의 피해 규모와 두 나라의 지리적 인접성 등을 감안할 때 정부와 민간을 합친 국가 차원의 지원 규모가 아이티 사건 때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규모나 방법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아직 청와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고 이달 말로 예정된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된 이후 국내 여론의 향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정부지원금은 예비비에서 충당될 예정이다. 선진국이 재난을 당했을 때 지원할 수 있는 연간 예산(20만 달러) 가운데 지난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때 15만 달러를 지출하고 남은 돈이 5만 달러뿐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일본 측 지원 창구를 일본적십자사로 단일화했다. 민동석 외교통상부 2차관은 “일본 측의 요청에 따라 민간단체들의 성금은 대한적십자사가, 지방자치단체들은 행정안전부를 통해 외교부가, 기업 성금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한적십자사가 취합해 모두 일본적십자사에 전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또 정부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원자력발전에 쓰이는 붕산 52.6t을 지원하기로 했다. 붕산은 연료봉의 중성자를 잡아 핵분열을 억제하는 흡수재인 붕소가 포함된 물질이다. 한국이 지원키로 한 붕산 52.6t은 일본이 요청한 물량 전량이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동아일보는 일본의 가족·지인과 연락이 끊긴 분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메일(find@donga.com) △동아닷컴(dongA.com)의 ‘지금 어디 있나요’ 코너 △트위터(@dongamedia)에 찾는 분의 이름과 사연 등을 남겨주세요. 》“사람을 찾습니다. (키) 163cm, (몸무게) 53kg 한국인이며 쌍꺼풀 수술을 했음. 리쿠젠타카타 시청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었음.” 동일본 대지진으로 실종된 박형숙 씨(44·여)를 찾기 위해 가족들은 한국어와 일본어로 된 실종자 찾기 전단을 만들어 조만간 일본으로 달려갈 계획이다. 전단엔 ‘여러분의 신고와 제보가 한 가족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는 애절한 호소를 담았다. 박 씨의 올케인 남기연 씨(32·광주)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로하신 시어머니께서 충격을 받으실까 봐 말씀도 못 드리고 속이 타들어가고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2008년 일본의 한 출판사에서 번역 일을 하기 위해 일본에 건너갔다가 리쿠젠타카타 도심에 ‘청출어람’이라는 한국어학원을 개설했다. 11일 지진으로 박 씨와의 연락이 끊어지자 가족들은 주일 한국대사관 페이스북에도 신고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남 씨는 16일자 동아일보 A1면에 게재된 ‘지금 어디 있나요’ 사고(社告)를 보고 A6면의 리쿠젠타카타 르포를 쓴 현지 취재기자에게 e메일을 보냈다. 현지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서였다. 동아일보는 취재 기자를 다시 리쿠젠타카타 시로 보내 박 씨의 생사를 알아볼 계획이다. 남 씨는 “그동안 시누이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동아일보를 통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미숙 씨(45)도 미야기 현 히가시마쓰시마 시에 사는 언니 김미애 씨(일본명 今野美愛·49)와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언니는 1993년 건축업을 하는 일본인 형부와 만나 결혼해 현지 대학과 고교에 다니는 두 딸을 뒀다. 언니가 사는 곳은 공군기마저 힘없이 쓸려갔던 자위대 부대 근처 바닷가라고 한다. 김 씨는 “3월 5일에도 통화를 했는데 그땐 정말 이런 일이 날 줄 몰랐다”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기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김형옥 씨(51)는 이시카와 현 고마쓰 시에 사는 외삼촌 정우현 씨(85)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동아일보에 알려왔다. 김 씨는 “이시카와 현은 지진이나 지진해일 피해가 크지 않지만 11일 이후 현재까지 전혀 연락이 안 된다”고 전했다. 정 씨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까지 부동산 관련 회사를 운영해왔다. 일부 동아일보에 가족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던 사람들은 가족의 생환을 극적으로 확인하는 기쁨을 누렸다. 인천에 사는 김미경 씨(40·여)는 미야기 현 가쿠다 시에 살고 있던 언니 김영란 씨(45)와 연락이 두절돼 애를 태우다 15일 오후 언니의 생존을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북한인권정보센터 김인성 연구원(31)도 일본 외갓집에 갔던 한 살짜리 딸과 일본인 아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14일 밤늦게 확인하고 안도했다. 그의 아내는 취재를 하고 있던 외국인 기자에게 남편의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살아있다는 것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14일 생존자 구조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인 희생자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희생자 확인사망 사실이 확인된 교민 이모 씨(40)는 수십 년 동안 일본에 살아왔으며 14일 일본 당국이 먼저 사망 사실을 확인해 연락을 해왔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한 당국자는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해 장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가 숨진 일본 동북부 이바라키 현 소재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는 조선적(朝鮮籍) 김모 씨(43)도 함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까지 후쿠시마 현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50여 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후쿠시마 현 한국상공회의소 김정남 회장이 이날 밝혔다. 미야기 현 한국상공회의소 임용주 사무국장도 “미야기 현에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를 제외하고도 4500여 명의 동포가 거주하고 있고 이번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지역에는 70가구가 살고 있다”며 “이 가운데 10가구는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나머지 60가구 200여 명은 연락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외교부 영사콜센터에는 11일 대지진 발생 이후 14일까지 일본에 있는 가족, 친척, 지인과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 전화가 1만여 건이 이어졌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4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총련 동포들도 큰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 박차 가하는 구조작업구조대원들은 쓰나미가 할퀴고 간 해안마을 등에 투입돼 맨손으로 땅을 파고, 쇠톱으로 건물 잔해를 자르면서 필사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들이 대거 발견됨에 따라 사망자 수가 수만 명으로 치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립된 동북부 해안의 일부 지역은 길이 끊겨 구조팀이 아직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현재 지원 의사를 밝힌 국가와 지역은 88곳에 이른다. 특히 러시아는 이날 가까운 시일 내로 일본의 현 전력 부족분의 60%에 해당하는 600만 kW의 전력을 해저 케이블로 송전해주고 4, 5월경 액화석유가스 20만 t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의 동물반입 규제로 인해 외국에서 온 일부 수색견 구조팀이 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ABC방송은 수색견 9마리와 함께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한 스위스 구조팀이 동물반입 규제로 발이 묶인 상태라고 보도했다.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재일 교민들의 지진 피해는 13일 오후 6시 현재 확인된 게 없다. 주일 한국대사관 측은 이날 “센다이(仙臺) 총영사관과 민단 중앙본부 및 산하조직, 유학생회 등을 중심으로 교민 피해상황을 확인하는 동시에 일본 당국과도 협조하고 있지만 아직 사망자나 부상자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사관 측은 통신과 전기가 끊겨 연락이 닿지 않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실제 피해가 있어도 파악이 안 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대사관에 따르면 대지진이 강타한 일본 도호쿠 및 간토지방에는 2009년 말 현재 지바(千葉) 현 1만8853명, 이바라기(茨城) 현 5822명, 미야기(宮城) 현 4439명, 도치기(회木) 현 3160명, 야마가타(山形) 현 2099명, 후쿠시마(福島) 현 2062명, 이와테(巖手) 현 1131명, 아오모리(靑森) 현 1072명, 아키타(秋田) 현 772명 등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피해가 집중된 소지역별로 보면 이와테 현 오후나토 시(8가구),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8가구), 센다이 시 와카야마 구(3가구), 미야기 현 게센누마 시(2가구) 등 21가구 60여 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테 현에 살던 30여 명을 비롯해 60여 명 모두 연락두절 상태여서 인명 피해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민들이 살던 지역은 바닷물에 주택 등이 쓸려나간 뒤 진흙밭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km 안에는 교민 1가구(노인 2명)가 살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으나 안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진 발생 당시 도호쿠대에 재학 중이던 한국인 유학생 210여 명 가운데 77명의 안전이 확인됐으나 나머지는 연락이 안 되는 상태다. 한일교류 차원에서 장학금을 받고 간 이공계 유학생 29명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주일 한국대사관은 11일 권철현 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대사관과 총영사관은 각각 건물 1층에 임시 피난소를 설치하고 교민과 관광객 가운데 도쿄에서 발이 묶인 사람들에게 침식을 제공하고 있다. 두 곳에는 각각 10여 명의 교민이 모포와 음료 등을 제공받으며 머물고 있다. 센다이 총영사관에도 교민과 관광객 200여 명이 대피하고 있으며 한국해영선박 소속 쿨루비스머큐리호 선원들(한국인 2명, 필리핀인 16명)도 공관의 도움으로 인근 중학교에 대피 중이라고 외교부가 13일 밝혔다. 도쿄와 센다이 등의 총영사관은 비상대응반을 편성해 교민 피해상황 접수 및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센다이 총영사관에는 외교부 신속대응팀이 12일 합류해 교민 안전대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민단은 정진 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교민 피해상황 파악과 연락업무에 주력하고 있다.대사관은 전화로 교민 피해상황을 접수하고 있다. 도쿄 03-3454-5025, 4616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막대한 피해를 본 일본을 돕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섰다. 정부는 12일 구조견팀을 일본에 파견한 데 이어 13일 밤 긴급구조대 102명을 일본에 급파했다.○ 이명박 대통령 제의에 일본 수락 중앙119구조단과 서울 경기지역 구조대원 100명(의료요원 6명과 통역요원 6명 포함), 외교통상부 직원 2명으로 구성된 구조대는 13일 오후 11시 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공군 C-130 수송기 3대를 이용해 일본 센다이 지역으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이에 앞서 정부는 12일 구조견 2마리와 구조대원 5명으로 구성된 구조견팀을 급파했다.민동석 외교부 2차관은 13일 오후 정부 대책회의 후 “일본 측과의 협의를 거쳐 추가 구조인력을 파견하고 민간단체들과 함께 식수 등 구호품을 이재민들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민 피해상황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도호쿠 센다이 지역 해변에서 시신 200∼300구가 발견됐다는 보도에 따라 일본 정부와 협력해 우리 교민이나 여행자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긴급구조대 추가 파견은 아랍에미리트(UAE) 공식 방문 이틀째인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에게 전화로 제의하고 일본 정부가 수락하면서 성사됐다.이 대통령은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위로를 드리면서 허락한다면 구조팀을 보내려 한다”고 제의했다. 이에 간 총리는 “지진 발생 당일 위로전문을 보내준 데 이어 오늘 이렇게 따뜻한 말씀을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어제 한국 구조(견)팀이 도착해 미야기 현에 투입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첫 번째 해외 팀으로, 일본 국민이 감격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정부는 일본 도쿄와 지바 현에 여행경보 1단계(여행유의), 동북부 5개 현(이바라키, 이와테, 아오모리, 후쿠시마, 미야기)에 2단계(여행자제),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반경 30km 이내 지역에 3단계(여행제한)를 각각 발령했다.○ 종교계·사회단체·정치권도 나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지진 발생 직후 “하느님의 자비로 고통 중에 있는 일본 국민이 하루빨리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일본 가톨릭계에 전달했다. 구세군은 18, 19일 서울 시내 20여 곳에서 자선냄비 거리모금을 하고 홈페이지(www.jasunnambi.or.kr)를 통해 온라인모금을 실시하기로 했다.그동안 일본의 과거사 처리행태를 비난해 온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도 이날 “대지진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심심한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국가적 재앙이 조기에 수습되고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정치권도 위로 행렬에 동참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12일 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일본 국민이 이번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리라 믿는다”고 위로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비극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여야는 1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지식경제위원회에서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출석시켜 일본 원전 폭발 사고가 국내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외교 일정 차질… 안보지형에도 영향일본 지진 사태로 한일 양국 간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일본의 지한파 정치인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민주당 대표대행은 15, 16일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12일 지진 사태로 방한이 어렵다고 외교부에 전해왔다. 일본 교토(京都)에서 19, 20일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아울러 동북아 지역 현안인 북핵 이슈가 관심권 밖으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미국 등 주변국이 일본의 지진 피해 복구에 외교력을 집중하게 되고, 일본이 국내 상황에 관심을 쏟다 보면 북핵 문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상하이 스캔들’의 중심인물인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 씨가 행적을 감추면서 그의 행방을 찾는 것이 진실 규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곧 정부합동조사단이 상하이에 와 중국 정부에 공동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어서 덩 씨의 소재 파악이 한중 양국 간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백한 물증이 없어 자국민에 대한 조사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난항이 예상된다.○ 중국에 덩 씨 조사 협조 요청하기로 정부합동조사단은 13∼20일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현지 조사를 벌인다. 합조단은 총리실을 중심으로 법무부 외교통상부 직원 등 총 10명이 참가한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10일 “중국 당국에 덩 씨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청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중국 당국이 이 요청을 받아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현지 조사 진행 상황을 보고 요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웅 상하이 부총영사는 “조사단이 덩 씨의 중국 조사를 희망하면 관계 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덩 씨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의 외교담당 영사는 “덩 씨 조사를 요청하는 것은 외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외교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국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덩 씨의 신병 확보가 진실규명의 관건임에도 정부 관계자들이 이처럼 중국의 덩 씨 조사 협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덩 씨가 중국 고위층과 관련이 있어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중국 고위층 인사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직 덩 씨의 뚜렷한 범죄 혐의 없이 단순한 ‘불륜 스캔들’만 가지고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조사를 선뜻 응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상하이 공안당국이 덩 씨가 상하이 고위층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이미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소극적인 태도는 진실규명을 스스로 회피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하이 공안당국에 자체 조사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는 방안도 한국 정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실 중국 당국으로선 상하이 특정 고위층 인물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게 껄끄러운 일이다. 내년 18차 공산당 당대표자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노리는 이들 고위 인사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덩은 어디에? 덩 씨가 현재 주소지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은둔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덩 씨는 상하이 거주지로 자신이 신고한 밍두청(名都城) 빌라와 스마오빈장화위안(世茂濱江花園) 아파트에는 오래전부터 드나들지 않았다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또 덩 씨의 남편 진모 씨의 거주지로 알려진 민항(閔行) 구 진후이난(金匯南)로 진슈장난(錦繡江南) 아파트에도 덩 씨 앞으로 온 우편물이 2월 초부터 쌓여 있다.없다. 공안당국에 의해 모처로 옮겨져 사실상 연금상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1월 초 중국 공안이 덩 씨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을 암시하는 e메일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덩 씨가 8일까지도 주변 인물과 통화한 점으로 미뤄 구금이나 연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덩 씨는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려 10여 개에 이르는 가명 신분증과 10여 대의 휴대전화 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덩 씨가 상하이 총영사관으로부터 중복 비자를 받으려 했던 것도 여권이 한 개가 아닌 것과 관련이 없지 않다. 덩 씨는 동아일보 8일자 특종 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진 뒤부터 전화를 일절 받지 않는다. 다만, 10일 KBS가 덩 씨의 휴대전화번호로 건 전화를 (덩 씨의) 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남자가 받아 덩 씨가 상하이에 있다고 말했으나 신뢰하기 어렵다. 한편 올 1월 사표를 내고 중국에 온 것으로 알려진 H 전 영사의 소재도 확인되지 않는다. H 전 영사가 덩 씨와 함께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상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주몽골 한국대사관에 근무했던 전직 고위급 외교관이 현지 여성과의 불륜 행각이 드러나 지난해 2월 사표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9일 “이 외교관은 2009년 귀국했으나 현지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여성과의 문제가 드러나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지 여성이 아이를 가졌다며 거액을 요구했고 현지 조직 폭력배들이 돈을 주지 않으면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관련 사실을 비공식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고위급 외교관은 본부에서 관리감독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외국에 살고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협의회 자문위원 23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한반도 통일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90%가량은 한국 사회의 남남갈등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동아일보와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는 지난달 민주평통,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과 함께 민주평통 해외협의회 자문위원의 통일·민족의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들은 외국에서 바라보는 분단의 폐해와 원인, 정부 대북정책과 민족공동체 회복 방안 등에 대해 진솔한 응답을 내놓았다.○ 통일 되면 마음 안정감 높아질 것 향후 통일 전망을 묻는 질문에 ‘10년 내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119명)는 전체 응답자의 51.7%를 차지했다. 설문작업에 참여한 박희진 이화여대 연구교수는 “최근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남한의 국력이 높아진 것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또 통일이 되면 어떤 점이 좋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1.2%가 ‘마음의 안정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더 많은 자유’(21.7%)와 ‘더 많은 풍요’(18.5%)를 누릴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정성임 이화여대 연구위원은 “지난해 북한의 잇단 도발 이후 모국에 대한 동포들의 심리적 불안 상태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응답자들은 ‘통일의 어떤 점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통일 이후의 미래와 비전’(52.1%)을 통일의 방법(30.1%)이나 시기(4.2%), 주체(11.4%)보다 많이 꼽았다. 이들이 선호하는 가장 바람직한 통일 방식은 ‘남북한 합의에 의한 통일’(45%)이었다.○ 통일 위해 남북한 모두 노력해야 통일 한반도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는 ‘자유’(32%)가 가장 많았고 통일 한반도가 추구할 가장 바람직한 민족공동체는 ‘정서적, 문화적 동질감에 기반을 둔 문화공동체’(26.4%)가 꼽혔다. 미국에 사는 50대 남성 응답자는 “문화적 통일이 이뤄져야 사회적인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 이후 민족통합 완성 과정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는 ‘남북한 주민들의 가치관 차이’(38.6%), 사회문화 통합을 위해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로는 ‘남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 적응교육’(31.6%)이 각각 꼽혔다.○ 분단의 폐해 극복 위해 함께 나서야 응답자의 절반(50%)이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이 매우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심각한 편이다’(39.1%)까지 합하면 90%에 가까워 외국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동포들이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남북 화해와 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39.5%가 ‘북한 정권의 폐쇄성과 비민주성’이라고 답했다. 이어 23.5%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가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들었다. 홍민 동국대 연구교수는 “해외 동포들이 이 문제를 (북한 내부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北 도발 막고 통일 이루기를 기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3대 공동체 통일구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71.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정부 홍보자료를 통해 알게 된 경우가 절반(49.7%)이고 현지 한인사회의 모임이나 친지, 대중매체 등을 통해 알게 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응답자들은 통일 전 남북한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인도적 과제로 ‘이산가족 상봉 및 교류 촉진’(74.1%)을 꼽았고,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할 분야로는 경제(51.5%)를 택했다. 동포들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하고 북한 정권의 변화와 통일을 추동하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개방적 민족개념, 정치참여 욕구 높아 한편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민족의 개념은 ‘남북한과 외국에 사는 한민족’(45.1%)이 가장 많았고, 여기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응답(42.1%)도 많아 해외 동포들의 개방적인 의식을 반영했다. 민족공동체에 대해서는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정서적 공동체’(54.7%)라는 응답이 ‘같은 핏줄을 가진 혈연공동체’(27.9%)보다 많았다. 민족 구성원으로서 소외감을 느낀 경우는 ‘투표권 등 정치참여가 제한돼 있음을 느낄 때’(26%)가 가장 많아 강한 정치참여 욕구를 드러냈다. 박영자 이화여대 연구교수는 “해외 동포들이 민족 개념에 대해서는 문화적 측면을 강조하고, 자신들의 처우에서는 정치적 측면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 어떤 의미 있나… “해외 동포사회까지 통일논의 확대”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민주평통 해외협의회는 전 세계 101개 나라에 자문위원을 둔 글로벌 조직으로 현재 해외 자문위원은 2644명이다. 자문위원들은 국제문제가 된 한반도 통일 문제를 각국 지도층과 여론에 호소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거주 국가는 미국이 97명(42.2%)으로 가장 많고 캐나다 15명(6.5%), 독일 브라질 각 8명(각 3.5%), 영국 아르헨티나 호주 각 4명(각 1.7%),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중국 필리핀 홍콩 각 3명(각 1.3%) 등의 순이다. 응답자들은 객관식 설문 19개 항과 주관식 설문 2개 항에 답변했다. 이번 조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적 차원의 통일 준비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활발해진 논의의 장을 해외 동포사회로까지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일부 응답자는 “한국의 통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해외에 사는 우리에게도 의견을 물어봐 줘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해외 동포들은 평화통일로 하나가 된 한민족이 세계 속에 우뚝 서길 바라고 있었다”며 “이를 위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을 때”라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고문인 청송(靑松) 박병헌 대성엘텍 명예회장(사진)이 7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1928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초등학교 때 일본으로 건너가 주경야독으로 메이지대 법학과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혈서를 써 가며 참전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642명의 재일학도의용군 일원으로 직접 참전하기도 했다. 이후 줄곧 일본에서 활동하며 1973년 옛 대성전기를 창업했고 재일한국투자협회 설립과 신한은행 출범에도 참여했다. 1985년과 1988년 제38, 39대 민단 단장을 지냈고 최근까지도 상임고문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서 재일동포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왔다. 1987년에는 세계한인회장대회의 모태가 된 해외한민족대표자회의의 설립을 주도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에는 일본에서 후원회를 결성해 성금 525억 원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그에게 보국훈장 삼일장, 대통령방위무공훈장, 체육훈장 청룡장, 국민훈장 모란장과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황영임 여사(64)와 장남 성규(일본 소니 부장), 차남 상규 씨(대성엘텍 상무)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15호실, 발인은 10일 오전 6시, 02-3410-6915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정부는 7일 오후 문하영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 대사 주재로 ‘정세 급변지역 비상대책반 회의’를 열고 폭력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예멘과 코트디부아르에서 현지 교민 등 한국인의 자진 철수를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예멘에서 반정부 시위 격화로 유혈 충돌이 계속되는 점을 감안해 교민 130여 명에게 자진 철수를 강력히 권고하는 한편 기업인 및 대사관 직원 가족 60여 명의 출국을 우선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대통령선거 불복 사태가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에는 대사 대리를 조기에 부임시켜 재외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140여 명에 이르는 교민의 철수도 적극 권고할 계획이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7일 남북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을 제의하며 귀순자 4명의 가족 대질을 제안하자 정부 당국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 표류 주민들의 귀순 사건에 거세게 반발할 때도 이런 요구까지는 하지 않았다”며 “어떻게든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이런 공세까지 펴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북측의 요구에 절대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망명자나 다름없는 귀순자들에게 어떤 고통도 줘선 안 되는 만큼 이들이 벗어나려 한 정권의 관계자들 앞으로 데려가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국제적으로도 그런 전례가 없다는 설명이다.그러나 정부는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주민 4명의 자유의사를 확인하는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하기는 했지만 그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귀순자 대신 유엔군사령부 중립국감독위원회 관계자 등 제3자를 실무접촉에 참석시켜 4명의 귀순 의사를 확인시키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북한이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이에 앞서 북한은 6일 유엔사가 4명의 귀순 의사를 확인했다고 북측에 통보한 데 대해 “비인도주의적 범죄행위를 비호 두둔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북한의 귀순자 가족 대질 제의는 고도의 ‘대남 인권 심리전’으로 풀이된다. 귀순자 가족을 동원해 남측이 ‘귀순 공작’으로 생이별을 만들었다는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4명이 귀순 의사를 포기하지 않으면 가족이 고초를 당할 것이라는 협박의 의미도 담고 있다. 북한은 적십자 실무접촉 장소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로 지정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측 주민이 남측 평화의 집으로 올 수 없고 남측에 있는 귀순자 4명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중간의 중립지역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일각에서는 북한이 귀순자 4명 문제를 빌미로 적십자회담을 재개한 뒤 대북 식량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조건으로 남측에 쌀 50만 t, 비료 30만 t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의 체제유지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가 이른바 ‘제2의 유성진 사건’을 만들기 위해 최근 개성공단 등 북한을 방문하는 남측 민간인들을 억류할 구실을 찾아내라는 지시를 비밀리에 하달했다고 대북 단파라디오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이 7일 전했다.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 씨는 2009년 3월 북한에 불법 억류됐다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136일 만에 석방됐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지난달 5일 조개잡이 어선을 타고 남하한 북한 주민 31명 중 귀환 의사를 밝힌 27명이 4일 오전 북측으로 가기 위해 판문점 인근에서 9시간가량 기다리다 되돌아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 판문점 연락관은 오후 6시경 남측에 구두 통지문을 보내 ‘31명 전원을 배와 함께 나갔던 해상경로를 통해 무조건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뒤 퇴근했다”고 전했다. 북한 조선적십자회 장재언 중앙위원장도 개인 명의의 통지문을 남측에 보내 31명 전원 송환을 요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 귀환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경 판문점 인근에 도착한 주민 27명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지 못한 채 저녁까지 대기하다 숙소로 돌아왔다. 이들은 송환이 늦어지자 판문점 인근에서 정부가 제공한 점심 식사를 한 뒤 대기했으나 끝내 송환이 무산되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오전부터 북측 연락관에게 전화해 27명의 송환을 수용하도록 요구했으나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며 “5, 6일은 연락관들이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7일 송환 문제를 북측과 다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측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27명을 송환하려다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27명 송환을 거부하면서 남측을 비난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추가로 귀순자가 나올 경우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이번 조사와 처리 과정을 독점하다 미숙한 일처리 능력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국정원은 조사 과정에서 군과 통일부 등의 접근을 차단한 채 단독플레이를 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고위 당국자들도 지난달 7일 ‘31명 전원이 송환을 원한다’고 성급하게 말했다 북한에 발목이 잡힌 셈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귀순 의사를 밝힌 4명은 황해남도 해주 출신인 선장 옥모 씨(38)와 박모 씨(22·여·통계원), 봉모 씨(21·여·간호사), 그리고 강원 원산 출신인 홍모 씨(44·무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극심한 경제난 때문에 한국의 공무원에 해당하는 통계원과 간호사까지 조개잡이에 동원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주민 4명의 귀순을 둘러싸고 남북한이 ‘국제관례’ 논쟁을 벌였다. 북한은 3일 밤 조선적십자회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나고 인도주의 견지에서도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를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오전 “(귀순자 4명을) 송환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원칙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송환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양측이 말하는 ‘국제관례’가 서로 다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난민 문제를 처리할 때 적용되는 △개인의 의사 존중 △처리 과정에서의 인도적 지원 △박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 송환하지 않는다는 일반적 원칙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4명의 귀순을 남측의 ‘공작’이라고 규정하고 ‘귀순 의사가 없던 사람을 귀순하도록 유인한 행위’가 국제관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한의 분단 상황은 국제적으로 특수하기 때문에 표류한 어민을 돌려보내는 것에 대한 정확한 국제규범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남북이 그동안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남북관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4년 이후 북한 주민의 남하사건 29건 중 전원 송환(18건)과 전원 귀순(9건)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만 귀순한 사건도 2차례 있어 이번 4명의 귀순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6일이나 걸린 조사기간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대부분 2일 안에 끝냈지만 3일, 7일, 35일이 걸린 경우도 1건씩 있었다. 이번에는 조사 대상자가 31명으로 유난히 많았다는 점에서 ‘남북관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4일 주민 27명의 송환을 끝내 거부하면서 나머지 주민 4명의 귀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이 사안을 북한이 어느 선까지 끌고 가느냐에 있다.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들이 북한과의 대화를 조심스럽게 모색하는 가운데 일어난 이번 사건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6자회담 재개의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북측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남한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경우다. 조선적십자회는 전날 발표한 담화를 통해 남측 정부가 귀순 의사를 밝힌 4명에 대해 ‘귀순 공작’을 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반인륜적 행위(윤리적 차원) △북남관계와 관련한 중대한 도발(남북관계 차원) △국제적 관례에 어긋난 행위(국제적 차원)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7명의 송환 절차를 계속 거부하면서 각종 선전 매체를 통해 남한 내 갈등을 조장하고 이명박 정부를 국내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뜨리려 할 수 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의 대외 위장기구인 조선적십자회 수준을 넘어 노동당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나 내각 산하 외무성 등이 대남 비방전에 나서 문제를 확대시킬 수 있다. 북한은 유엔 등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며 외교적 공세에 나서고 미국에는 “남한과는 대화할 수 없다”며 직접 대화를 요구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 식량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춘궁기를 맞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큰 틀의 유화공세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당장은 비난하겠지만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앞둔 상황이어서 큰 틀의 유화공세 기조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훈련 이후에는 다시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북측은 27명을 적당한 시기에 받고 나머지 4명의 송환을 몇 차례 더 요구하는 선에서 공세를 멈출 수 있다. 2009년 10월 1일 동해를 통해 주민 11명이 귀순했을 때에도 북한은 대남 유화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한편 북한의 대외 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남북대화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이자 새해 들어 자신들이 제안한 각급 회담을 남측에 수용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