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김유영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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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유영 부본부장입니다.

abc@donga.com

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칼럼100%
  • “스마트폰 갖고 노는 가게 주인은 상대 안해요”

    불황기는 대부분의 보험설계사에게는 시련의 계절이다. 고객들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해도 ‘형편이 안 돼서’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등의 이유로 손사래 치기 일쑤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져 그나마 있는 보험을 해약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연간 수입 보험료 40억 원을 올려 웬만한 중소기업의 규모를 능가하는 보험설계사가 있다. 주인공은 장순애 대한생명 종로지역단 명예상무(53)이다. 그는 1998년부터 서울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영업해 보험 여왕상을 네 차례 수상했다. 최근 10년간 대한생명 보험설계사 2만1000명 중 실적 10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5일 보험설계사의 꽃인 명예상무로 등극했다. 대한생명은 명예상무에게 전용사무실을 제공하는 등 임원에 준하는 대우를 한다. 그에게 극심한 불황에도 통하는 영업 노하우를 듣고 이를 경영학적으로 분석했다.○ 될 성 부른 떡잎을 눈여겨보라 그는 모든 사람을 무턱대고 영업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시장에서 장사가 잘될 것 같은 상인을 선별적으로 공략한다. 상인의 태도를 보고 가게 매출 규모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상인이 게임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접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손님이 없어도 옷을 정리하거나 행인의 움직임을 계속 눈으로 좇는 상인만 골라 영업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점포 매출의 척도이고 결국 돈 잘 버는 점포는 보험도 많이 가입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요령이다. →장 명예상무는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장사가 잘되는 상인은 여전히 장사가 잘된다”며 “매출이 높은 가게를 위주로 공략한 덕택에 올해 상반기 수입 보험료가 전년 동기보다 두 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경영학에서 몰입(engagement)은 종업원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척도로 쓰인다. 업무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대체적으로 업무 성과가 높다.○ 매일 오전 6시 반에 나와 하루 200명 만난다 그는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한다. 잠은 하루에 서너 시간 잔다. 새벽 상인들의 일과 시간에 맞춰 일찍 나와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1998년 보험 영업을 시작한 뒤로 15년째 이런 일정을 지키고 있다. 올해 그에게 월 보험료 2000만 원인 연금보험을 가입한 한 상인 고객이 있다. 그 상인은 “장 명예상무가 상가에 7, 8년간 같은 시간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신뢰를 갖고 거액의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했다. 장기간 한결 같은 모습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평판 관리(reputation management)는 장시간 일관된 행동을 보여줘야 형성된다. 고객들이 진정성을 단번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순애=매일 새벽같이 우리 상가에 찾아오는 사람’이라는 개인 브랜드(personal brand)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 됐다.○ 내가 없으면 고객은 안 된다 그는 자신의 일을 돈벌이 수단이 아닌 고객을 위해 책임감을 실천하려는 삶의 목적으로 여긴다. 고객의 고민을 흘려듣지 않고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이유다. 최근 2, 3년 사이 동대문시장에는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활력이 생겨났지만 남대문시장은 이렇다 할 리노베이션이 없었다. 그러던 중 낙후된 상가를 동대문시장처럼 세련되게 바꿨으면 좋겠다는 상인 고객들의 불만을 접했다. 그는 고객들의 이런 불만을 해결해 주려 상인회장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상인회는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그에게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고 신뢰도가 높아져 영업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또 그는 고객들의 다른 고민에도 귀를 기울인다. 재테크 등의 상담을 위해 세무서적 등을 한 달에 7, 8권씩 독파하고 절세 강의가 있으면 꼬박꼬박 듣는다. 나이가 찬 자녀를 둔 고객을 위해 중매도 나선다. 그는 “당장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도 먼 길을 보고 영업하면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명(mission)은 일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스타벅스 종업원은 쾌적하고 친절한 응대를 통해 고객에게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다. 그도 자신을 보험 판매자가 아니라 고객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여기고 실천하려 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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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 늪’에 빠진 가계… 신용위험 9년 새 최고

    부동산 거래 위축과 소득 여건 악화 등으로 한국 경제가 가계부채의 늪에 빠질 위험을 경고하는 지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가계대출의 신용 위험도가 9년 만에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또 부동산 대출이자 부담과 세금처럼 가계가 소비 이외의 목적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가구당 월평균 80만 원에 육박해 역대 최고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38로 2분기 22에서 16포인트 뛰어올랐다. 이는 2003년 3분기의 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분기의 25보다도 악화된 수준이다. 한은의 조사는 국내 은행 16곳(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제외)을 대상으로 6월 11∼21일 진행됐다. 가계대출의 신용 위험도가 치솟은 것은 가계부채 규모는 커지는 반면 소득 여건은 악화돼 소득으로 대출이자를 갚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911조 원이며,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까지 합치면 1000조 원을 넘는다. 또 부동산 거래가 위축돼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최병오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 과장은 “주택 가격 하락으로 대출 담보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통계청의 가계수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 412만3254원에서 비(非)소비지출 79만275원의 비중이 19.2%에 이르러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소비지출 액수는 지난해 1분기보다 7.3% 늘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9.1%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19%대에 진입한 상태이다. 소득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이자비용 등을 합친 비소비지출이 늘수록 상품과 서비스 구매에 쓸 수 있는 소득은 준다. 비소비지출 증가의 원인은 가계 대출의 이자비용이 꼽혔다. 이자비용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월 9만 원 선을 돌파한 뒤 1분기 9만6131원으로 많아져 지난해 1분기 8만1254원보다 18.3% 늘었다. 여기에 고용사정이 나아져 고용보험과 각종 사회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비소비지출이 늘었다. 한편 부동산경기 침체로 가계의 주택대출 수요도 3분기 3으로 2분기 9보다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집값 하락으로 굳이 은행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 우리 국민 하나 기업은행과 농협 등 6대 시중은행의 올해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368조2984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4000억 원(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기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기는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이 10조 원가량 급증했다. 가계대출은 2010년 8.0%, 지난해 7.8% 등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늘다가 올해 상반기 증가세가 꺾였다. 신한과 국민은행(이상 ―0.2%) 등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오히려 줄었다. 특히 가계대출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상반기 증가율이 1.8%로 지난해 하반기 증가율 3.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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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그룹 全임원 6:30 출근하라”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그룹의 전(全) 계열사 임원에게 오전 6시 반에 출근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삼성그룹의 조기출근 조치는 대내외 경영 환경을 둘러싼 삼성그룹의 위기 진단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보인다. 재계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삼성의 조기출근 조치는 다른 기업의 근무체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4일 복수의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최근 삼성그룹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유럽 재정위기를 언급하며 2일부터 오전 6시 반에 출근하라고 말했다. 또 최 실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새벽에 출근하는 것은 일종의 메시지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빠를 때는 오전 6시에도 출근한다.조기출근은 최 실장이 6월 초 취임한 뒤 전 계열사에 보내는 사실상 첫 지시로 임원이 변화 주체로서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도 위기의식을 전파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 측은 “미래전략실이 조기 출근하라고 각 계열사에 전파했으며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계열사 임원은 대부분 조기출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의 전격적인 조기출근 조치는 유럽 위기에 따른 삼성전자 등 계열사 매출 감소 우려에 대비해 전 직원에게 위기의식의 고삐를 죄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해외시장 상황이 예상범위를 벗어난 ‘위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2분기(4∼6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추정치(7조 원 안팎)보다 낮은 6조5000억∼6조70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70∼8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사업을 빼면 나머지는 큰 손실을 본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분야가 한 곳에 편중된 데 대한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현재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 위기경영 용어를 쓰지 않지만 경영현장 곳곳에서 위기경영 움직임이 감지된다. 미래전략실장 교체는 물론이고 삼성전자가 부문별 사업을 점검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예년보다 보름 앞당겨 진행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은 “환율 유가 등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 시기를 위기상황이라 인식하고 이에 맞는 시나리오 경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조기출근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조치인 동시에 관리의 삼성으로 돌아가는 전형적인 조치’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는 2003년의 ‘7·4제’보다도 피로감이 더 심할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조기출근 자체가 위기관리 경영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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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男 과 女 3년 뒤에는… 女 와 男

    한국이 2015년부터 여성인구가 남성보다 많은 ‘여초(女超) 사회’로 바뀐다.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여전히 많이 태어나지만 남아선호 현상이 눈에 띄게 완화되고 있고,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길기 때문이다. 1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5년 남성은 2530만3000명, 여성은 2531만5000명으로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추월하는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처음이다. 2010년 남성인구(2475만8000명)는 여성(2465만3000명)보다 10만5000명 많았지만 5년 뒤인 2015년까지 남성이 54만5000명 증가하는 데 비해 여성은 66만2000명 늘어나 전체 성비가 뒤집힐 것으로 추산됐다. 여초 현상은 2015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00.4였던 전체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는 2015년 100.0을 지나 여성이 많아지며 2020년 99.4, 2025년 99.0, 2030년 98.6 등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남아 선호사상 완화로 출생 성비는 1990∼1995년 평균 114.6에서 2005∼2010년 106.9, 2030∼2035년 105.4로 떨어진다. 특히 전통적으로 남아 선호 경향이 강했던 영남권의 출생 성비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2030∼2035년 출생 성비가 1990∼1995년 대비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 시도는 경북(19.1명 감소), 대구(18.3명), 경남(14.7명) 순이었다. 여성 노인인구는 크게 늘어난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 감소로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데다 여성의 기대수명(84.1세, 2010년 기준)이 남성(77.2세)보다 길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별로는 2015년에 서울이 96.5로 떨어지는 것을 비롯해 부산(96.7), 대구(98.5) 등에서 여초 현상이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에 남성 제조업 근로자가 많은 울산은 2015년 108.0으로 2010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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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年35% 성장하는 英잡지 ‘모노클’ 대표 타일러 브륄레

    《 종이매체의 위기론에도 아랑곳없이 연 35% 성장하는 매거진이 있다. 비즈니스와 국제정치, 디자인을 다루는 영국 매거진 ‘모노클(Monocle)’이 그 주인공이다. 웬만한 미디어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공짜로 기사를 읽을 수 있지만 모노클은 예외다. 연간 75파운드(약 13만 원)를 내고 종이 매거진을 정기 구독해야 온라인 기사를 볼 수 있다. 또 대부분의 매체는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PC에서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지만 모노클은 당분간 이런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 없다. 》 모노클을 창간한 타일러 브륄레 모노클 대표 겸 편집장은 ‘미디어 업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기자생활을 하던 1996년 28세 때 ‘월페이퍼’라는 건축·인테리어·디자인 잡지를 창간했고, 이듬해인 1997년 이를 타임워너에 매각해 관심을 모았다. 모노클은 2007년 창간했다. 그가 모노클을 운영하는 철학은 독특하다. 모노클에 독창적인 기사만 싣겠다며 로이터 같은 통신사 뉴스는 아예 안 쓴다. 또 모노클의 브랜드 관리를 위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의 번화가에 모노클숍이라는 독립 매장을 운영한다. 그 덕분에 모노클 독자 수는 2008년 20%, 2009년 22%, 2010년 35% 늘었다. 현재 15만 부를 발행한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현대카드의 ‘슈퍼토크’ 참석차 방한한 브륄레를 인터뷰했다. 기사 전문은 DBR 82호(2011년 6월 1일자)에 실려 있다. ―모노클의 창간 배경은…. “2000년대 중반 매거진이 많아졌다. 하지만 대부분 열등한 제품을 제공했다. 나는 여기서 사업의 기회를 봤다. 기존 매거진과 반대로 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생동감 있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디지털과 싸워 이기려면 종이매체를 통한 경험의 질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기존 매거진보다는 오히려 책에 가까운(bookish) 매체를 만들기로 했다. 넘겨 읽는 손맛이 느껴지고, 재미있고,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매체 말이다. 또 미디어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사람들은 외출할 때 안경이나 신발, 가방에는 신경 쓰지만 매거진이나 신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미디어는 소비자가 정보를 전달받는 수단에서 더 나아가 소비자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처럼, 당신이 읽는 미디어가 당신을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다.” ―모노클의 타깃 독자층은…. “모노클은 각국 주요 도시를 누비는 비즈니스맨의 입맛에 맞게 각종 이슈를 감각적이고 현장감 있게 다룬다. 독자들은 글로벌화한 세상에서 개인적이든 사업적이든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휴가지를 물색하거나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파악하려 할 수 있고 영감을 주는 스토리에 목말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건축문화, 헝가리 외교장관이 말하는 유럽연합(EU),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보낸 베이징(北京) 특사, 레바논의 패션 디자이너에 관한 기사를 싣는다.”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정책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소비자들의 저항은 없나. “진짜 돈(real money)은 여전히 종이에서 나온다. 우리 매거진도 웹사이트가 있지만 수익은 종이에서 창출된다. 우리는 수익성 있는 브랜드 정책을 편다. 독자들에게 공짜로 콘텐츠를 주면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 구찌는 저가 시장에 아예 접근하지 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모노클이 표방하는 저널리즘은 싸구려가 아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독자들에게 돈 받는 이유다. 우리 독자들은 브랜드를 아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왜 콘텐츠를 공짜로 개방하지 않는지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의 확산에 어떻게 대응하나. “아이패드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보라. 이를 이용해 돈 버는 매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이패드는 출판사가 아닌 콘텐츠를 전달하는 도구이다. 계속 무언가 주입(feed)해야 한다.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하는 매체가 많지만 투자비의 회수 가능성은 낮다. 현재 이 분야에 과잉 투자됐다. 너무나 많은 회사가 웹에 너무 일찍 투자한 것이다. 향후 18개월 내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돈 벌기는 힘들 것 같다.” ―서점에서 모노클 한 권을 사면 5파운드인데 연간 구독료는 75파운드다. 정기 구독자에게 돈을 더 받는 이유는…. “독자들은 구독료를 냄으로써 온라인 기사를 볼 수 있다. 또 모노클이 개최하는 행사에도 올 수 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클럽’에 가까운 환경을 모노클을 통해 만들고 싶었다. 미디어 업계는 그간 신규 독자를 유치해 발행부수를 늘리는 ‘낡은 모델’을 썼다. 우리는 양질(良質)의 독자를 유지하는 게 우선순위다. 권당 7.5파운드를 내고 모노클을 구독하는 독자가 있다는 것은 독자들이 충분히 열정적이라는 의미다.” ―전 세계 어디서 구독하건 배송료를 따로 안 받는다. 이유는….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다른 지역에 있다고 해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 우리 독자들은 동일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 배송비가 많이 드는 일부 국가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하지만 우리의 철학을 따르는 게 더 중요하다.” ―외부 사진이나 기사를 쓰지 않는 신디케이션 정책도 독특하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오리지널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원본 기사를 제공해야 독자들에게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더불어 우리는 공짜 출장을 가지 않는다. 우리의 출장비는 우리가 댄다. 광고 담당 직원이 5명으로 회사 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렇게 인건비를 아껴서 취재 경비를 댄다. 좋은 품질의 매거진이 제작되니, 광고 유치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 이를 통해 정직성과 양심을 지키고 있다.” ―런던과 뉴욕, 홍콩 등 5개 도시에서 모노클숍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노클숍을 통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매거진 소비 환경을 바꿔보고 싶었다. 모노클숍은 독자들과 대화하는 살아 있는 연구실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부산한 거리에 위치해 모노클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모노클 독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어울릴 만한 제품을 패션 브랜드인 콤데가르송이나 에르메스 등과 함께 개발해서 판매한다. 모노클이란 독특한 브랜드 자산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상당히 다양한 일을 하는 것 같다.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사람들과 다른 방향을 보려 한다. 항상 변화를 추구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일 것이다. 나는 독자들이 우리 매거진을 읽고 이에 영향을 받아 어떤 반응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다. 또 다양한 일도 벌여볼 생각이다. 조만간 팟캐스트에서 4시간 라디오 방송국을 꾸려볼 계획이다. 이는 새롭고 트렌디한 기회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2호(2011년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전쟁터에서 배우는 협상의 지혜▼ Harvard Business Review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장교들은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안하며 상대의 비판을 수용한다. 또 사실 및 공정성의 원칙에 입각해 상대를 설득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체계적으로 신뢰를 구축한다. 이후엔 협상 결과를 수정하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간다. 경영자들은 업계나 개인의 경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복잡한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협상을 해야 한다.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든 말끔한 도심의 비즈니스 공간에서든 협상 성공의 근본 원리는 비슷하다. 전쟁터에서 배우는 협상의 지혜를 소개했다.실패의 리더십 vs 성공의 리더십▼ 실패학 연구성공한 리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 성공한 리더십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실패한 리더십은 많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패한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패한 리더십의 유형으로는 권위주의, 변화에 둔감, 실행력 결여, 인기주의, 대인 관계 문제 등이 있다.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리더가 간과하고 있는 피드백에 신경을 써야 한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는 실패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실패한 리더십의 유형과 성공적인 리더십을 위한 전략을 정리했다.}

    • 20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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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스페셜]‘커피 왕국’ 스타벅스의 돌아온 CEO 하워드 슐츠

    《 2008년 스타벅스는 위기에 빠졌다. 거침없이 성장하면서 ‘커피왕국’을 건설했던 스타벅스는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고객들은 커피 소비를 줄였다. 맥도널드나 던킨도너츠는 스타벅스를 겨냥해 ‘4달러짜리 커피는 사치’라고 주장하며 2달러 안팎의 커피를 내놓는 등 공세를 펼쳤다. 결국 200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하워드 슐츠가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복귀했다. 그는 경영 혁신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미국 내 600개 매장을 폐쇄하고 직원 550명을 해고했다. 새 메뉴를 개발하고 물류시스템을 정비했다. 무엇보다도 기업 문화의 핵심 가치를 회복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스타벅스는 2010년(회계연도 기준) 매출 104억 달러, 영업이익 14억7000만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0호(5월 1일자)는 경영저널 매킨지쿼털리의 하워드 슐츠 인터뷰 기사를 전문 번역해 실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 ―최근 발간한 ‘온워드’에서 성장이 스타벅스에 ‘발암물질’과 같다고 말했다. 그 의미는…. “1987년 스타벅스 매장은 11개, 직원은 100명이었다. 당시 사랑받는 커피 브랜드를 만들고 차별화된 매장 경험을 창출해 미국 전역에 사업을 확대한다는 꿈이 있었다. 다행히 성공했다. 그러나 성장을 전략으로 인식하는 순간, 이는 집착과 중독을 낳는다. 성장은 결코 전략이 아니고, 전략이 돼서도 안 된다. 성장은 전술일 뿐이다. 성장과 성공의 미명하에 많은 실수가 은폐될 수 있다. 이제 과거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성장을 추진할 것이다. 정당한 명분과 수익성이 있는 성장을 신중하게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2008년 당시 발암물질과 같은 요소는 무엇이었는가. “실적이 저조한 매장들을 검토하던 중 경악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폐쇄 조치를 단행한 매장 중 일부는 1년 반도 안돼 다시 문을 열었다. 매장 개설 투자비와 대손상각비를 감안하면 의사 결정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알 수 있다. 또 공격적인 성장을 추구하면서 주가를 의식한 의사 결정도 많았다.” ―경영 일선 복귀 후 동일 매장 매출을 보고하는 제도를 없앴다. 왜 인가. “동일 매장 매출은 매장의 성장 추이를 1년 이상 관측한 수치다(보통 유통업체는 매년 신규 매장을 내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장률을 판단하려면 신규 매장을 제외한 기존 점포의 판매량을 과거와 비교해야 하는데 동일 매장 매출은 이를 나타내는 수치임). 증권가에서 선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매업체나 레스토랑 체인은 매월 동일 매장 매출을 보고하고 있다. 이 발표 때문에 주가가 월 단위로 극심한 등락을 반복하는데, 어떤 기업도 하락세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이는 족쇄처럼 작용했다. 나는 동일 매장 매출 보고에 너무 얽매이는 등 매출 신장에 집착한 나머지 브랜드 자산이 타격을 입는다고 판단해 이를 폐지했다. 당시 실적이 좋지 않아서 ‘무언가 숨기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고객을 진정으로 위하는 경영관행을 확립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 ―우려할 만한 의사결정의 예를 들면….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자산에 부합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의사결정이 매우 많았다. 한 스타벅스 매장은 커피와 전혀 상관없는 테디베어를 팔았다. 매장 매니저는 동일 매장 매출 실적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의기양양하게 설명했다. 이처럼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자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근시안적 의사결정이 매우 많았다.” ―CEO 복귀 후 ‘혁신적 성장 플랫폼을 창출한다’는 경영 어젠다를 천명했다. 경영 정상화가 최우선인 시점에서 성장을 배제하지 않은 이유는…. “성장하지 않는 회사는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할 수 없다. 직원들에게 미래를 향한 목표와 비전을 심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회사를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보다 성장을 향한 굳은 의지를 직원들에게 고취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차별화된 성장 방안을 모색한 사례는…. “최근 인스턴트 커피인 VIA를 출시해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했다. 인스턴트 커피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240억 달러에 이르지만 50여 년간 정체 상태다. VIA를 식료품 매장에 먼저 내놓았더라면 반응이 안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벅스 매장에서 먼저 판매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고 이 과정에서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에 일반 식료품 매장으로 판매처를 쉽게 확대할 수 있었다.” ―현재 스타벅스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요인은 무엇인가. “인적 자본이다. 스타벅스 문화와 잘 융합할 수 있는 가치를 보유한 세계 초일류 인재들을 영입하려고 한다.” ―성장이 또다시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심각하게 하고 있나. “과거의 실패를 계속 성찰하면서 스스로 채찍질한다. 나 또한 잠시 멈춰 제대로 기초가 구축됐는지, 조직문화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한다. 이는 성장만 추구했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또 투자현황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계량화가 가능한 온갖 종류의 수익 지표를 모두 살펴본다. 신규 시장 진입 비용 및 공급망 자체를 색다른 각도에서 조망한다. 지난 2년간 운영원가 중 무려 7억 달러를 절감했는데 여전히 원가절감에도 힘을 쏟고 있다.”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0호(2011년 5월 6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고객불만 잘 관리하려면▼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거나 차라리 자동차를 탔어야 했어. 유나이티드항공은 기타를 부러뜨리니까.” 2009년 중반 유튜브에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서비스를 비난하는 뮤직비디오가 올라왔다. 이 동영상의 주인공은 유나이티드항공 승객이었던 데이브 캐롤. 수화물로 부친 기타가 망가진 것을 발견한 캐롤은 항공사 직원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9개월을 끌었다. 최종 결론은 ‘보상 불가’였다. 극심한 좌절감과 분노를 느낀 캐롤은 이 경험을 노래와 뮤직비디오로 만들고 유튜브에 올렸다. 이 동영상은 하루 만에 15만 번, 한 달간 모두 500만 번이 재생됐고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됐다. 성난 고객들이 온라인에 올리는 불만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소개한다. 티무르 제국 흥망의 교훈▼ 전쟁과 경영 칭기즈칸의 후예를 자칭하며 티무르제국을 일으킨 티무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정복자였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기만, 모략, 배신, 암살,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폐허와 시신만 남았다. 그는 ‘피와 공포’로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러시아, 중동, 아프가니스탄, 인도에 이르는 광활한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힘을 앞세워 단기간에 세운 역사는 오래갈 수 없었다. 정복자 티무르는 거대한 제국을 세웠지만 역사적으로 추앙받지 못했다. 그가 남긴 유산도 지속가능하지 못했다. 티무르는 반면교사다.}

    • 201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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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브레인스토밍으로 건진 게 없다면… “이렇게 해봤어?”

    《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은 머릿속을 휘저을 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일종의 난상토론이다. 하지만 목적 달성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거나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최근 10년간 유통과 금융 등 150여 개 기업에서 진행된 다양한 사례를 분석, 브레인스토밍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7가지 단계를 제안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8호(2011년 4월 1일자)에 실린 맥킨지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간추린다. 》[1]조직의 의사결정 기준 파악하라 한 은행이 진행한 브레인스토밍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바꿔야 했다. 경영진은 IT 인프라를 바꾸지 못하게 했는데, 브레인스토밍 진행자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결국 하루 종일 진행한 브레인스토밍은 무용지물이 됐고 참가자들은 시간만 허비했다.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위의 사례처럼 제시된 아이디어가 종종 조직이 생각하는 범주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회사가 외부 환경을 많이 고려하고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분위기라면 ‘틀을 깨고 사고하라’는 주문은 헛된 구호가 되고 만다. 따라서 경영진은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채택하는 기준을 미리 정해야 한다.[2]적절한 질문 정해 체계적 진행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은 아이디어를 무조건 많이 내라고만 한다.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건질 게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보다는 ‘적절한 질문’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 적절한 질문은 참가자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되 참가자들이 탐색하는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기존 문제를 해결할 때 대개 과거의 방식이나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좋은 아이디어의 수는 줄어든다. 또 브레인스토밍에서는 다양한 예시를 구체적으로 들어주는 게 바람직하다. 질문은 브레인스토밍을 이끌어가는 축이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적절한 질문이 정해지면, 참가자들을 여러 소그룹으로 나눠 질문에 대해 심층적으로 생각해보게 해야 한다. 약 20명의 참가자가 참여하는 브레인스토밍 워크숍이라면 15∼20개의 질문이 적절하다.[3]관련 지식 갖춘 적임자 선정하라한 유통업체는 일부 고객에게 신용 기간을 연장해줬다. 그런데도 부실채권 회수가 잘 안 됐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 회사는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프로세스를 바꾼 뒤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그러자 현장의 부실채권 회수 담당자는 ‘고객들 중 최근 돌아가신 분이 많이 늘었다’고 답했다. 사정을 모르는 경영진은 당황했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후 이어진 브레인스토밍에서 이들이 웃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최근 몇 년간 대금이 밀린 고객들은 채권 회수 직원이 연락하면 자신이 죽었다고 말해 달라고 가족들에게 시킨다는 것. 채권 회수 직원은 고인의 가족들에게 지나친 압박을 주기 싫어해 대개 채권 회수를 중단했다고 했다. 워크숍 참석자는 채권 회수 담당자가 통화했을 때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상대방의 신원 요구 등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로 했다. 거짓말을 하는 채무자는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전화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현장을 잘 아는 실무자가 참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해결책이었다. 조직 내 직위나 영향력에 따라 참가자를 선정하는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과 달리, 새로운 브레인스토밍 방식에서는 관련 지식을 풍부하게 갖춘 사람을 선정하는 게 좋다.[4]참가자 3~5명씩 나눠 문제 배분참가자 전원을 한 개 그룹으로 묶어 놓고 한 문제만 몇 시간 동안 계속 논의하게 해선 안 된다. 사람들은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는 이야기를 잘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적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규모인 3∼5명 단위의 그룹으로 묶는 게 좋다. 그룹이 정해지면 미리 준비한 15∼20개의 질문을 소그룹별로 5개 정도 배분해야 한다. 모든 소그룹이 전체 15∼20개 질문을 일일이 다 짚고 넘어가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아이디어를 반대할 사람, 즉 참가자들의 상사나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 전문가 등은 별도의 그룹으로 묶어야 한다. 참가자들 가운데 상관 앞에서 입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거론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시간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편향된 시각을 갖거나 참가자들의 아이디어가 쓸모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 따라서 각각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한데 섞어 놓아야 한다는 기존 브레인스토밍 원칙을 따르지 않고, 아이디어에 반대할 사람들만으로 따로 소그룹을 구성하는 방법도 고려해 봄 직하다. 이는 오히려 다른 소그룹들이 더욱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5]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소통하라 참가자들을 소그룹으로 나누기 전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참가자들에게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고, 무엇을 달성하지 못할 것인지 등 조직의 기대 수준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여러 아이디어가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논의가 빨리 진행된다. 하지만 아이디어별로 심층적인 토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소그룹별로 질문 한 개당 30분씩 할애하게 해서 심층 토의하도록 하는 게 좋다. 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다른 출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언급할 수 없게 한다. 토의 대상이 아니지만 좋은 해결책이라면 브레인스토밍이 끝난 뒤 논의하게 한다.[6]최고의 아이디어를 뽑는 건 금물아이디어가 나온 뒤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전체 참가자들이 최고의 아이디어를 뽑게 하는 일이다.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에선 이런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투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경영진과 항상 같은 시각을 취할 수 없다. 또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선정하면 자칫 참가자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 설령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나중에 채택되지 않으면 참가자들이 낙담한다. 따라서 최고의 아이디어를 뽑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그 대신 각 소그룹이 제안한 아이디어들 중 상위 몇 개를 선정해 다른 그룹들의 결과와 공유하는 게 좋다. 실행할 아이디어를 어떻게 선정할지, 최종 의사 결정을 어떻게 통보할 것인지도 참가자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줘야 한다.[7]후속조치 최대한 신속히 취하라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교무처장, 학과장들이 비용 절감 방안을 두고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대학 경영진은 아이디어들을 △즉시 실행 △다음 학사연도에 시작하기로 결정 △추가 조사를 한 뒤 결정 △즉시 기각 등 4개로 분류했다. 처음부터 경영진이 아이디어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염두에 두고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고 궁극적으로 수백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또 대학 측은 의사 결정 결과를 모든 참가자에게 즉시 알려줬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은 참가자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참가자들은 결과에 대한 반응을 원하고 있었고, 특정 아이디어가 왜 거절됐는지 충분히 설명해 참가자들이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했다.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8호(2011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모건스탠리가 본사 붕괴 다음날 영업재개한 비결▼ Special Report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9·11테러로 맨해튼 본사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다음 날 영업을 재개했다. 수년간의 꾸준한 대피 훈련 덕에 건물 붕괴 직전 2700명의 직원이 신속히 탈출에 성공한 데다 대체 사업장까지 미리 보유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형 위기가 아닌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버티지 못하고 몰락하는 기업도 많다. 양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충격을 받아도 남들보다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기업 복원력(corporate resilience)을 보유했느냐 아니냐다. 과거에 비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훨씬 커지면서 기업 복원력의 유무가 기업 생존을 결정짓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수석 연구원과 유종기 딜로이트 이사가 기업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7대 전략을 제시한다.매출이 계속 떨어지는 브랜드는 수명 다된 걸까▼ Brand Management 특정 브랜드의 매출 성과가 계속 하락할 때 대다수 기업은 그 브랜드를 회생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 무조건 새 브랜드를 육성하려고 한다. 하지만 매출 성과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브랜드라고 모두 수명이 다한 걸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시장에서 막강한 위상을 가지고 있던 브랜드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브랜드 자산이 있다. 브랜드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 해도 최소한 브랜드의 인지 자산은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육성하는 것보다 브랜드를 재활성화하는 편이 위험 부담도 적고 비용도 적게 든다. LG생활건강의 치약 브랜드 페리오는 제품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포장 디자인을 바꿔 성공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 바 있다. 김동균 비아이티컨설팅 대표가 브랜드 퇴출 판별 기준과 성공적인 브랜드 재활성화 전략을 소개한다.영리기업-시민단체 손 잡으니 놀라운 결과가…▼ Harvard Business Review 최근 멕시코의 한 시민단체는 멕시코 관개시설 건설업체 아만코(Amanco)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영세 농민들을 상대로 한 아만코의 사업을 도왔다. 이 시민단체는 농부들이 단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알선해준 후 대출금으로 아만코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이후 농민들에게 관개기술을 전파하고 관개 시스템도 직접 설치해줬다. 그 결과 연간 5600만 달러 규모의 적수 관개(drip irrigation) 시장이 형성됐고, 농부들은 관개 시설 설치를 통해 농작물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아만코도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빈곤, 질병 등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코너에서 영리 기업과 시민단체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수익도 늘리는 법을 설명한다.}

    • 201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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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불확실성 시대, 기업의 리스크 접근법은?

    세계적인 금융정보업체인 톰슨로이터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급 출판물 발간업체였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인터넷의 확산으로 출판업계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출판사보다 이런 변화를 훨씬 일찍 감지한 것. 이에 따라 인터넷 확산에 타격받을 만한 자산과 사업을 매각했다. 또 고품질 전문 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정보 전달을 위한 소프트웨어·솔루션 업체를 인수했다. 이처럼 고급 정보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역량을 키우는 등 생존을 위한 도전을 이어갔다. 고급 정보 생산이라는 기본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업계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리스크를 충분히 떠안은 것이다. 그 덕분에 톰슨로이터는 2010년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리스크는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다. 자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면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새로운 실험이나 혁신에서 어느 정도의 실패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스크를 회피해야 할 위험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보고 리스크를 전사적으로 관리하는 기법을 리스크 인텔리전스(risk intelligence) 경영이라고 한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는 ‘딜로이트 리뷰’에 실린 리스크 인텔리전스 경영의 원칙을 번역해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7호에 소개했다. ○ 블랙 스완도 있다 17세기 호주에서 흑조(블랙 스완)가 처음 발견됐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모든 고니가 흰색인 줄 알았다. 흑조는 9·11테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언제든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행동경제학자 나심 탈레브는 극단적인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흑조에 비유해 설명했다. 리스크 관리에서는 가정이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인 가정이 백조라면, 기업에 치명적인 위험이나 절호의 기회를 안겨줄 수 있는 가정은 흑조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경영 환경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존 가정을 잘 이해하고 반대 명제를 제시해야 한다. 경영진은 앞으로 일어날 주요 변화를 예측하고 이것이 기업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한 반대 명제를 택해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흑조와 같은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악영향을 미치는 흑조에도 대비할 수 있다. ○ 늦추지 마라 9·11테러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정부기관들이 수집한 많은 정보 간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관련 징후와 경고를 무시해 엄청난 재앙이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항공의학저널의 한 연구에 따르면 비행 사고의 80% 이상은 조작 실수에 따른 것이었다. 또 이런 실수의 80%는 상황 인식, 주의, 경계 부족이 원인이었다. 비즈니스 현장도 비슷하다. 기업 내에 정보 공유의 장애물이 많다. 이는 갑작스럽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정보와 부서 간 소통 부재, 중앙집중적 통제 체계의 부족 등에 따른 것이다. 기업은 흑조의 조짐을 감지하고 변화가 미칠 파장을 이해해야 한다. 리스크를 신속히 감지하고 조기경보시스템을 도입하면 업계 선도자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위기의 징후로 여겨지는 미미한 신호를 감지하려면, 찾고자 하는 대상인 흑조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신호 감지를 위한 메커니즘, 대응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실제로 로열더치셸은 1973년 석유위기에 대비해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그 덕분에 이 회사는 생산 설비 증설이 아닌 정제 효율 개선을 통해 선두기업이 될 수 있었다. 기업이 성공하면 현재에 안주하려 하고 변화에 저항한다. 하지만 여러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 염두에 둬라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반면 재앙은 갑작스레 닥친다. 나쁜 일은 좋은 일보다 훨씬 빨리 생긴다. 하지만 전통적인 리스크 평가 방식은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보고 리스크의 파급 속도나 증폭 문제는 그다지 크게 감안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에스더 콜윌 딜로이트앤드투시 파트너는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했을 때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등반대는 설원 속에 갈라진 깊은 틈에 추락하거나 산사태를 겪을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당연히 사전에 이런 리스크에 대한 많은 대비책을 세워뒀다. 반면 등반을 위한 체력 쌓기나 식량 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그 결과 등반대 12명 중 콜윌을 비롯한 4명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등반대원은 사소한 것을 행하지 않아 실패했다. 그는 “실패의 원인은 다름 아닌 작은 의사 결정들의 조합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리스크 요인의 크기와 상관없이 위기 상황에서 민첩하게 정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해당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가 아닌 ‘사태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가’ ‘리스크를 증폭하는 계기는 무엇인가’ 등을 평가해야 한다.○ 유지하라 안전 마진(margin for safety)은 비상시에도 안전한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여유 한도를 의미한다. 초대형 기업이라도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아 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진은 적절한 안전 마진을 확보해 리스크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아폴로 프로그램의 달착륙선 제작 사례는 안전 마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당시 제작 과정에서 착륙선 무게가 늘었지만, 착륙선을 운반할 우주선은 최초의 설계 기준을 따랐다. NASA 로켓개발센터장인 워너 본 브라운은 오차 범위를 고려한 우주선 무게가 34t이라고 보고 받았다. 하지만 그는 과거 경험을 통해 실제 무게는 항상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로켓 개발자에게 개발 기준을 39t 이상으로 잡으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아폴로11호가 제작됐을 때 우주선의 무게는 45t에 달했다. NASA가 안전 마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 덕분에 로켓은 예정 시간에 맞춰 무사히 이륙할 수 있었다. ○ 충분히 감수하라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면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수용해야 한다. 모든 리스크를 제거할 수는 없다. 또 리스크와 관련한 모든 의사 결정이 정확히 이뤄질 수도 없다. 따라서 기업은 수용할 리스크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 리스크를 적절하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결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리스크를 현재의 역량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도 판단해야 한다. 리스크 인텔리전스 경영에서는 리스크 선호도에 따라 수용 또는 회피 리스크의 유형을 나눠야 한다. 기업은 신제품 개발이나 신규 시장 진입처럼 보상받을 수 있는 리스크(기회)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 반면 규제의 미준수, 운영 실패와 같이 보상받을 수 없는 리스크, 즉 위험에 대해서는 선호도를 낮춰야 한다. 또 최고경영자(CEO)가 리스크에 대한 선호 수준을 결정하면, 이사회는 비즈니스 전략 및 이해 관계자의 기대 수준과의 연계성을 따져서 이를 승인하거나 수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7호(2011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신체 약점 극복한 ‘로마軍 신화’의 비결은▼ 전쟁과 경영 로마인은 유럽 여러 민족 중 체격이 작은 편에 속했다고 한다. 날래고 사나운 유목민족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덩치 큰 유럽 민족들이 그들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힘과 힘이 부닥치는 고대 육박전에서 평범한 체구의 로마인이 우세를 보인 비결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힘을 극대화하는 로마군만의 노하우에 있었다. 로마군의 혁신적 시스템, 공학기술, 체계적인 훈련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로마군은 오늘날 군인들이 쓰는 철모와 비슷하게 머리를 감싸고 측면에 귀마개 같은 쇠를 붙인 투구를 썼다. 머리와 얼굴까지 통째로 감싸고 눈과 입만 보이는 일체형 투구를 사용한 그리스군과는 달랐다. 살과 피가 튀는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동료들과의 효율적인 대화와 팀워크는 강력한 경쟁력이다. 로마군은 팀워크와 통제가 생명인 밀집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전한 그리스식 일체형 투구를 포기하고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리는 새로운 투구를 디자인했다. 그들이 쓰는 투창, 사각형 방패, 양날 검 ‘글라디우스’에도 로마군의 전략적 디자인이 녹아 있다.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집단의 힘을 극대화하고 신체적 약점을 극복한 로마군의 혁신을 생생한 사례와 분석을 통해 소개한다.간디식 혁신, 동반성장의 야심을 현실로▼ 스페셜리포트 ‘기원후 500년경 인도의 한 수학자가 숫자 0의 개념을 만들었다. 그는 매우 놀라운 예지력을 가졌다. 인도에서 발생할 혁신의 숫자를 정확히 맞혔으니 말이다.’ 과거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 그만큼 인도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곗바늘이 마치 과거에 멈춘 것만 같았다. 하지만 최근 인도는 급부상하는 신흥시장이자 새로운 혁신의 원천이다. 영리한 인도 기업들은 신기술과 과감한 사업모델로 혁신에 나서 신흥시장의 가난한 이들도 살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을 설계하고 아주 적은 자본으로 대량 생산에 나선다. 분당 1센트짜리 통화료, 30달러짜리 백내장 수술, 2000달러짜리 자동차 등 믿기 힘든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가 인도 시장에서 나왔다. 선진 기업들의 허를 찌르는 그들의 혁신은 공급망 관리, 인재 모집, 새로운 경영환경 구축 등 가치 사슬의 모든 요소를 바꿔놓고 있다. 신흥국가의 저소득층을 뜻하는 BOP(Bottom of the pyramid) 개념을 주창한 프라할라드 미국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간디식 혁신(Gandhian innova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가 지난해 작고하기 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남긴 유고를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안정적 수익 내는 기업 주가가 더 높다고?▼ 맥킨지쿼털리 시장에는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꺼린다는 통념이 존재한다. 그래서 기업 경영진은 종종 이익 유연화(earning smoothing)에 매달린다. 등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수익보다 안정된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미 해당 업종에 변동성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맥킨지 조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이 조사에서는 수익 변동성이 낮은, 즉 안정적 수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가 더 높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변동성이 높은 기업들 중 상당수는 주주총수익률(TRS)이 높았다. 심지어 수익 변동성이 낮은 기업들의 상당수는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다가 일정 시점에 이르면 수익이 급감하는 패턴을 보였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익 변동성을 줄이려는 시도도 별 효과가 없었다. 맥킨지의 컨설턴트들이 수익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이익 유연화에 매달리기보다는 매출이나 자본수익률을 근본적으로 신장시키기 위한 의사 결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 201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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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인터뷰]대니얼 스미스 美 인디애나대 켈리경영대학원 학장

    기업 경영에서 다양성은 ‘선(善)’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마케팅과 기술, 영업 등 각 부서에서 다양한 사람을 뽑아 태스크포스를 꾸릴 때가 많다. 다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에서 여러 관점을 접한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치열하게 회의를 하며 팀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왜일까. 대니얼 스미스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경영대학원(Kelley School of Business) 학장은 “단지 다기능팀을 만든다고 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보의 과부하 현상이 빚어지면 사람들은 위축돼 기대한 만큼의 성과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미스 학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오랜 고민 끝에 무심히 찾아온다”며 “이는 무(無)에서 유(有)가 창조되듯 갑자기 떠오르는 게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의성을 배가시키려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놓은 뒤 개별 아이디어를 숙고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스미스 학장은 켈리스쿨이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과 공동 운영하는 경영학석사(EMBA) 과정에서 특강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스미스 학장과의 인터뷰 전문은 DBR 76호(3월 1일자)에 실려 있다. ―정보 과부하가 창의성을 방해한다는 시각이 흥미롭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모이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압도당할 정도로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면 팀원들이 갈피를 잡기 어렵게 된다. 사람들은 위축되고 과거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마감 시간에 대한 압박이 있을 때 이는 더욱 심해진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단순함을 선호한다. (테이블 위의 플라스틱 생수병을 가리키며) 만약 이 물병의 디자인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자. 지나치게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면 그냥 과거대로 디자인을 유지하자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근거가 있나. “혁신이 다기능팀의 속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소비재 산업의 상품 개발자 14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팀원들의 출신이 다양해진다고 해서 혁신성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2개 부서 출신으로 이뤄진 다기능팀과 11개 부서 출신으로 이뤄진 다기능팀 사이의 성과 차이는 미미했다. 다양성이 높아지면서 아이디어는 많이 나오지만 팀의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질 때가 많다. 정보 과부하 현상이 나타나면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의 장점을 취하기가 어려워진다.” ―창의성을 북돋우려면 정보 과부하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미국 3M의 다기능팀은 아이디어가 열렬하게 쏟아질 때를 바로 ‘멈춰야 할 시간(time to stop)’이라고 판단한다. 이들은 바로 이때 흩어져서 자신의 일을 하면서 각자 시간을 가진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 뒤에 다시 모인다. 아이디어를 재검토하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실체가 없던 아이디어들도 더 명확해진다. IBM도 비슷하다. IBM에서 다기능팀이 꾸려지면 전용 회의실이 배정된다. 회의실에는 매우 큰 화이트보드가 있다. 5∼7명 단위의 팀이 수없이 회의하면서 아이디어를 화이트보드에 적는다. 그리고 이들은 3M과 마찬가지로 다시 일상 업무로 돌아간다. 각 팀원은 매일 몇 시간씩 이 방에 혼자 들어와서 화이트보드에 계속 아이디어를 추가한다. 또 다른 사람이 적은 아이디어를 보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비교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한다. 다기능팀은 그룹으로 모일 때뿐 아니라 혼자 있을 때에도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무르익는가. “사람들은 창의력이라고 하면 섬광 같은 통찰력을 통해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많이 생각하고, 자고, 운동하고,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가 문득 우리에게 찾아온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떠오른다. 창의적인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하게 주고 시간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정보의 과부하 이외에 창의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팀원 간 사회적인 유대감이 지나치게 강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기존 관계에 집착하게 해서 동조 현상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신상품의 혁신성을 감소시킨다. 혁신성이 저하되는 것을 막으려면 꼭 필요한 분야의 팀원들만 모아서 정보 과부하 현상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팀원들이 낯설어하는 사람을 ‘양념’처럼 포함시켜 사회적인 유대감의 수준을 낮추는 방법으로 창의성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6호(2011년 3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피카소와 잡스의 핵심 경쟁력 비교 분석▼ 통찰모형 스핑클 20세기 대표적 서양화가이자 조각가인 파블로 피카소(사진). 그는 예술을 표현할 때 언제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입체주의 미술 양식도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을 표현하고자 한 혁신적 시도의 결과물이다. 피카소는 또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미술 소재를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고, 아직 만나보지 않은 소재들 간의 결합을 추구했다. 이런 그의 천착 끝에 탄생한 게 바로 ‘콜라주’ 기법이다. 콜라주는 그동안 물감만 사용되던 캔버스에 피카소가 신문지나 모래, 헝겊, 벽지 등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피카소의 이런 시도에 당시 미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캔버스에 물감이 아닌 천이나 모래, 벽지 등을 붙여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콜라주는 1960년대를 거치면서 팝 아트의 주요 형태로 성장하게 된다. 콜라주의 탄생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는 21세기 정보기술(IT) 창조자의 대명사라 불리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 아이폰 등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혁신적 제품들을 계속해서 내놓는 비결과 일맥상통한다. 신병철 WIT 대표가 통찰에 이르는 비결을 파블로 피카소와 스티브 잡스의 핵심 경쟁력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혁신과 시스템의 진화는 모순 극복이 출발점▼ TRIZ 컨설팅 트리즈(TRIZ) 컨설턴트 A 씨는 핵심 공정에 문제를 겪고 있는 고객사의 엔지니어로부터 다음과 같은 고민을 들었다. “액체가 파이프를 통해 이동하는데 중간에 자꾸 굳어 후공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시스템 전체 효율이 50% 이하로 떨어집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액체 성분은 절대 바뀌면 안 되고 온도나 압력도 변하면 안 됩니다. 파이프 속에 먼지 하나 들어가도 안 되고요. 바깥에 히터를 설치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는데 공간이 좁아 불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액체를 굳지 않게 해야 합니다. 아, 그런데 액체 성분은 극비 사항이라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제공되는 정보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서없이 말하는 고객사 직원의 설명을 들었을 때, 숙련된 트리즈 컨설턴트라면 트리즈의 문제 형식화 기법인 ‘기술적 모순(technical contradiction) 정의’에 따라 문제의 핵심만 짚어 다음과 같이 명료하게 정리해 낸다. “파이프 주변에 히터를 설치하면 액체의 이동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히터를 설치할 공간이 좁아 주변이 복잡해진다.” 창조적 문제 해결 이론인 트리즈의 기본 관점은 ‘혁신과 시스템의 진화는 모순을 극복할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모순을 간파해 통찰에 이르는 트리즈의 방법론을 소개한다.아웃소싱에 치우치면 어떤 결과가 올까?▼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비즈니스 분해(business disaggregation)를 최고의 경영 기법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실제 많은 관리자는 가치사슬을 분리하고 중요한 활동과 기능을 외부 공급업자에게 넘기는 아웃소싱에 주력하고 있다. 1990년대에 IBM 같은 기업들이 제조뿐 아니라 설계 활동까지 아웃소싱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트렌드는 점차 두드러졌다. 보잉 같은 기업들마저 혁신 활동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아웃소싱 트렌드는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이렇게 끝없는 아웃소싱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잠깐 멈춰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해 많은 통제권을 넘겨주는 게 항상 옳은 것일까? 아웃소싱에 관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해법을 소개한다.}

    • 201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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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 과학 2.0]처치 곤란한 고래, 폭파시켰더니…

    《 미국 오리건 주 플로렌스. 북태평양 인근의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이 에워싼 것은 다름 아닌 고래. 조류에 휩쓸려 해변까지 떠밀려온 고래는 14m 길이로 무게는 8t이 넘었다. 주민들은 고래 처분을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해결책이 나왔다. 고속도로 건설에 사용되는 다이너마이트로 고래를 폭파해 산산조각을 내자는 아이디어였다. 폭발된 고래가 잘게 나눠져 해변에 떨어져도 갈매기들이 조각들을 죄다 먹게 될 것이므로 따로 치울 필요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민들은 일제히 동의했고 고래 대폭파 작전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다량의 건설용 다이너마이트가 매립됐다. 폭발음이 들리자 주민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 환호는 얼마 뒤 비명으로 변했다. ‘잘게’ 조각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고래는 ‘거대한’ 토막으로 갈라졌다. 폭발로 인해 하늘 높이 치솟은 고래 조각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하늘에서 떨어졌고, 심지어 주변 자동차들을 박살내기까지 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폭파 현장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이 고래 폭파 일화는 1970년에 벌어진 실화다. 아쉽게도 본질은 파악하지 않고 표면적인 관찰이나 수박 겉핥기식 학습으로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는 사례는 플로렌스 해변뿐 아니라 경영 현장 곳곳에서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DBR 75호(2월 15일 발생)가 직관에 따른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할지 소개했다.○ HP의 이클립스 프로젝트1996년 HP는 ‘이클립스(Eclipse)’라는 신규 라인을 건설해 잉크젯 프린터를 새로 출시하기로 했다. 로봇이 모든 조립 공정을 맡는 자동화 시설로 생산 재고가 거의 없는 린(Lean) 생산방식이 이클립스 라인에 도입됐다. 하지만 정작 이클립스 라인이 가동되자 경악할 만한 사태가 벌어졌다. 생산 물량이 목표치의 절반도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몇 주가 지나도록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았다.HP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생산시스템을 연구하는 스탠리 거슈윈 교수에게 자문했다. 거슈윈 교수는 공장 데이터를 취합해 문제의 근본 원인이 린 경영을 통한 무리한 생산재고 저하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이 문제가 자동화 시스템과 잦은 기계 고장 문제와 함께 증폭됐다는 점도 발견했다. 마치 작은 화학 물질이 각각 반응하면 큰 반응을 일으키지 않지만 서로 함께 반응하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과 같았다. ○ ‘재고=악’의 허와 실 직관적으로만 생각하면 공장 전체의 생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건 공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의 생산율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하지만 거슈윈 교수는 공정과 공정, 혹은 기계와 기계 사이의 버퍼(buffer·완충)에 있는 생산 재고와 생산율 간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기계 고장이 전혀 없다면 생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건 기계의 생산율이라는 직관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현실에선 기계가 언제든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 공장 생산율과 총버퍼의 관계를 분석해 보면, 버퍼가 전혀 없을 때 총생산율이 가장 낮고, 일정 부분까지는 버퍼가 늘어나면서 생산율이 증가한다. 특정 공정에서 예상치 못한 고장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어느 정도 생산 재고를 쌓아놓아야만 이미 비축해 놓은 재고로 탄력적인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HP가 이클립스 라인을 도입하며 목표로 했던 생산율은 충분한 재고량, 즉 버퍼 공간이 있을 때 가능한 수치였다. 그런데 HP는 생산재고는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고 충분한 버퍼 공간을 두지 않았다. 실제 생산율이 목표보다 훨씬 낮았던 건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HP는 목표 생산치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버퍼 공간을 계산해 이를 각 기계 사이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목표치를 달성하면서도 재고량을 최대한 낮춰 뒤늦게나마 린 경영의 본질을 살릴 수 있었다.○ 경영에서 과학이 필요한 이유HP가 처음에 맹목적으로 린 생산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당시 ‘도요타 생산 방식’이나 ‘린 경영’이 유행처럼 번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수의 언론은 재고 없이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도요타자동차의 사례를 몰락하는 미국 제조업의 구세주로 치켜세웠다. 이 과정에서 왜 생산 재고가 군더더기인지는 논리적으로 따져보지 않았다. ‘생산 재고는 무조건 악(惡)’이라는 사고는 콘크리트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러나 도요타자동차가 악으로 규정한 것은 ‘필요 이상’의 생산 재고였다. 바꿔 말하면 일정 수준의 생산 재고는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필요 이상이라는 개념을 간과했고, 그 결과 논리가 아닌 직관에 따라 판단했다. 플로렌스 주민들이 직관적인 판단으로 고래를 폭파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HP도 생산 재고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 이를 무조건 제거하려 했다. 경영에서 과학은 직관적 사고로 판단하기 힘든 문제의 본질을 논리적으로 탐구하고 실험하게 해서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자연 현상을 논리적으로 이해한 물리학이 탄생한 뒤 자동차나 비행기가 발명된 것처럼 본질을 이해하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할 수 있다.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yjang@kaist.edu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동영상=죽은 고래, 폭파 동영상}

    • 201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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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메디치 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놔라”

    15∼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던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의 탄생과 발전을 이끌었다. 당시 피렌체에서 활동하던 인문학자나 예술가치고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예외가 있었다.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다. 다빈치는 생애 첫 30여 년을 피렌체에서 성장해 예술가로 활동했다. 그런데 메디치 가문에서는 무시에 가까운 푸대접을 받았다. 메디치 가문은 왜 다빈치를 등용하지 않았을까? DBR 73호(2011년 1월 15일자)는 당시 메디치 가문의 선택이 현대의 기업인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소개했다. 다빈치는 미술은 기본이고 건축, 미학, 음악, 요리, 수리학(水理學), 생물학, 해부학, 지질학, 수학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 연구했다. 그는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미술 수련을 받았는데, 당시 베로키오의 제자들은 대부분 성공 가도를 달렸다. 1470년 즈음 도제 생활을 거의 마친 다빈치는 스승 베로키오와 함께 ‘그리스도의 세례’를 그렸다. 이때 다빈치는 베로키오가 10대에 불과한 제자의 그림 솜씨를 보고 자신의 붓을 꺾었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다빈치는 정확히 20세가 되던 해(1472년)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도제 생활을 마치고 화가로 독립했다. 그런데 그는 작품 주문을 받지 못했다. 메디치 가문을 비롯해 특별한 후원을 받지도 못했다. 1481년 또 한 번의 굴욕이 이어졌다. 당시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중요한 작품 의뢰가 들어왔다. 교황이 피렌체와 화친을 맺겠다는 뜻에서 자신이 건축한 예배당의 장식을 로렌초에게 의뢰했다.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는 피렌체를 대표하는 예술가를 선발해 로마로 파견했다. 당연히 다빈치도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보티첼리, 시뇨렐리, 기를란다요, 페루지노가 갔다. 로렌초가 지명한 예술가들은 모두 베로키오 공방 출신이었고 여기에서 다빈치만 빠졌다. 그는 호구지책으로 수도원의 제단화로 사용될 ‘동방박사의 경배’를 주문받았다. 이 그림에는 당시 궁핍했던 다빈치의 슬픈 현실이 녹아 있다. 다빈치는 작품에 쓰이는 물감과 기타 비용을 모두 본인이 부담하는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그리고 나뭇단 한 짐과 밀 13L, 포도주 한 통을 사례로 받았다. 수모에 가까운 대우였다. 이 작품은 1482년 다빈치가 이탈리아 밀라노로 떠나면서 미완성으로 남게 됐다. 이후 다빈치는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기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기발한 생각으로 새롭게 작품을 시작했지만 이를 끝까지 밀고 가지 못했다. 밀라노에서 제작하다 중단했던 ‘프란체스코 스포르차 공작의 기마상’과 ‘안기아리 전투’, ‘성 안나와 성 모자’,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대부분이 미완성으로 남았다. 다빈치의 치명적 약점에 대해 조르조 바사리는 통렬하게 지적했다. “다빈치는 분명히 예술에 대한 이해가 탁월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시도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도 끝내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완벽한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상은 고매했다. 그의 손이 아무리 뛰어난 솜씨를 지녔다고 해도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없었다.” 다빈치는 1482년 밀라노의 로도비코 스포르차 공작의 후원을 받기 위해 피렌체를 떠났다.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다빈치는 고매한 이상을 가졌지만 이를 실현할 수 없는 초라한 이상주의자였다. 다빈치가 창의적인 인재임은 분명하다. 세밀한 관찰력과 극단적인 상상력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후대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끝까지 완수해내는 추진력이 없었다. 오늘날 경영 리더들에게 다빈치는 경계의 대상이다. 계획은 잘 세우지만 이를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추진력이 부족하다면 경영 현장에서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직원이 현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가. 그러나 그 프레젠테이션이 실행으로 잘 연결되는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면한 일의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그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는가. 추진해낼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의 업무에 대한 결함만 지적하는 것으로 월급을 챙겨가는 후안무치한 직원은 얼마나 많은가.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야 한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 경영 현장에서는 회의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현장으로 달려가 구슬땀을 흘릴 수 있는 실행자가 필요하다. 성과 우선주의도 문제지만 성과 없는 주도면밀함도 미덕은 아니다. 메디치 가문은 이런 이유로 다빈치를 내쳤다. 다빈치는 실행력에서 2% 부족했다. 때로는 2%가 만사를 그르친다.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니라, 작은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던가.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3호(2011년 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조직 재편하려면 의사결정 구조부터 바꿔라▼ Harvard Business Review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은 조직 구조 변화를 통해 기업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고 대대적인 조직 재편에 나서곤 한다. 그러나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57개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조직 재편이 실제 유의미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확률은 30%대에 불과했다. 조직 구조 재편이 오히려 기업 가치를 파괴하기도 했다. 세 번이나 사업 구조를 재편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산을 면치 못하고 피아트에 합병된 크라이슬러가 대표적인 예다. 크라이슬러가 실패한 건 조직 구조와 성과의 상관관계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풍부한 물자와 강한 전투력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전선을 진두지휘하는 장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업 구조도 이와 비슷하다. 의사결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성과와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의사결정에 중심을 둔 조직 구조 재편을 위한 6단계 방법론을 소개한다.진정한 글로벌 경영을 위한 전략 수립 ABC▼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기업의 국제화 전략에는 크게 글로벌 통합 전략과 현지화 전략이 있다. 전자는 세계 각국 시장에 동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고, 후자는 각국 소비자 고유의 특성에 부합한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이다. 많은 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 시 일반적으로 두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지만 두 전략은 모두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기업의 발전 단계 및 핵심 역량을 고려해 현지화 후 글로벌 통합이라는 식으로 두 전략을 순차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고객 중심 경영에 대한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진정한 고객 중심 경영은 소비자의 요구를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소비자들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지역적, 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세계 각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글로벌 경영의 시발점이다. 문휘창 서울대 교수가 한국 기업의 진정한 글로벌 경영을 위한 올바른 전략 수립 방법을 제시한다.이기고 싶은가? 싸울만한 분야서 제대로 붙어라▼ strategy+business1960년대부터 등장한 개념인 경영 전략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서 엄청난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전략을 언급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경영 전략의 올바른 활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경영 전략의 역사와 변화 양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등장한 주요 경영 전략은 크게 △포지셔닝(업계 내에서 차별화된 포지션을 창조하고 유지) △적응(시장 및 경쟁 구도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 △실행(사람 및 프로세스의 운영 고도화에 중점) △집중(현재의 핵심 사업에 주력)을 강조하는 4가지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전략은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전략을 제대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특정 전략을 절대 선으로 생각하지 말고, 해당 시점에서 유행하는 전략보다는 자사의 특성과 특정 전략 간 적합성을 중시하고, 같은 전략이 모든 기업에 똑같이 통용될 수 없다는 점부터 인지해야 한다. 경영 전략의 역사와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 201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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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비즈니스 모델 혁신, 출발점은 ‘고객 재발견’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이라는 용어가 경영 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경영 전략을 다루는 교과서엔 비즈니스 모델이란 표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붐이 일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꾸준히 기업 현장에서 주목받다가 최근 들어서는 경영학계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영 전략 교과서에 비즈니스 모델이란 개념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DBR 72호(2011년 1월 1일자)는 초경쟁 환경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론을 집중 소개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욕구(needs)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 제공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윤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으로 정의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customer value creation)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획득하게 해 주는 수익모델(profit model) △ 앞의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구조(organizational arrangement) 등 세 요소로 구성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이들 세 요소 간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되고 완성된다. 언뜻 보면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strategy)이 비슷한 개념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외부 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시기에는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한 개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독립 분야로 다뤄지고 있다. 같은 사업 분야에서도 끊임없이 가치를 창조하고 이윤을 획득하는 게 중요해졌다. 또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거나 여러 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운영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전략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고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경쟁 우위와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선택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과연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의 범주를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를 구매했거나 구매하려는 고객으로 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제품, 서비스의 속성을 다소 향상시켜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닌텐도 위(Wii)는 비(非)고객을 재발견했다. 기존 게임기 업체의 고객은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의 남성이었다. 대부분의 게임회사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를 염두에 두고 이 회사들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쳇바퀴 경쟁’을 했다. 하지만 닌텐도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체 인구 대다수는 왜 게임을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화려한 그래픽과 복잡한 내용을 없애는 대신에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비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려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구매 의사 결정의 잣대인 성능(performance)은 기술 발전 등에 따라 다양한 속성을 지니면서 진화한다. PC산업의 경우 초반에는 연산을 빠르게 제대로 수행하는지와 관련한 기능성(functionality)이 중요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대부분의 PC가 일정 수준의 기능성을 갖추게 되면서 PC가 다운되지 않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신뢰성(reliability)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후 고객이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지, 제품이 시장에 얼마나 빨리 나오는지, 제품을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의 편의성(convenience)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 이처럼 경쟁의 근간이 되는 성능의 속성을 파악하고 진화 과정을 정확히 짚어내야만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도 이익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주요한 성공 요소다. 예컨대 비디오 게임기기 산업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면도기-면도날의 관계로 표현되는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특정 회사의 면도기를 한 번 구입하면 소모품인 면도날을 구입할 때 대부분 해당 기업의 면도날을 산다. 비디오 게임기기 업체들도 게임기보다는 소프트웨어 판매로 수익을 거둔다. 하지만 닌텐도는 면도날(게임 소프트웨어)이 아닌 면도기(게임기기)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 최고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 마니아가 아닌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성능에 만족하는 비전통 소비자를 공략했기 때문이다. 비고객을 만족시키는 데에 필요한 제품은 한두 세대 정도 지난, 가격이 매우 저렴한 부품을 사용해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 덕분에 닌텐도는 위의 가격이 경쟁사의 게임기기보다 상대적으로 싼 데도 불구하고 기기 판매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유럽의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도 독특한 수익 모델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했다. 라이언에어는 대도시의 큰 공항이 아니라 해당 도시에서 약간 떨어진 작은 공항을 이용했다. 이와 함께 항공사들이 공항에 비용을 지불하고 공항을 사용하던 관행을 뒤집었다. 공항으로부터 돈을 ‘받고’ 공항을 이용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든 것이다. 규모가 작은 공항에 이용객이 많아지면 공항은 음식점 같은 부대시설을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공항 시각에서는 라이언에어에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있었다. 따라서 라이언에어는 일정 규모의 승객을 공항에 끌어오겠다는 계약을 체결하고, 승객을 끌어오지 못하면 항공료를 내려서 해당 도시에 방문할 계획이 없던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조직 구조를 비즈니스 모델과 잘 정렬(align)시켜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실행할 수 있다. 고심 끝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해도 기존 조직과 조화되지 못해 실행에 실패한 기업이 적지 않다. 기존 조직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잘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기존 조직에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한다면 직원들 간 회의론이 형성되기 쉽다. 게다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는 조직이 서둘러 이익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눌려 현명하지 못한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때에는 성과 평가와 작업 방식, 시스템 등의 기준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성숙해져가면서도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을 ‘백발의 혁명가’라고 칭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로 언급됐던 닌텐도마저 전성기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성공을 거듭할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김한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hk3624@hongik.ac.kr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2호(2011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비공식적 협력네트워크가 성과 좌우한다▼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한 경영컨설팅회사가 정보기술(IT) 분야 직원들의 협력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이 결과 성과가 뛰어난 직원들은 다른 동료들과 판이하게 다른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 직원들은 독특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각 분야 최고 전문가의 지식에 접근해 이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최근 이 비공식적인 협력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 간의 비공식적이고 자율적인 상호작용이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최고의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교과서적인 경영 기법의 한계를 이 비공식적 협력 네트워크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더들이 이 같은 비공식적 협력네트워크를 파악하고 경영에 응용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가 이 까다로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한국형 리더십 8가지 특징 살펴보니…▼ 한국형 리더십1651 년 효종은 충청도에서 모든 공물을 쌀로 통일해 내게 하는 대동법을 시범 시행하기로 했다. 각 지역의 특산물을 바치던 공물제도를 쌀로 내게 해 특산물 수송과 저장의 불편을 덜고 지방 아전의 부정도 막자는 취지였다. 대동법은 조선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앞당긴 혁신적인 제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 대신 상당수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방납을 통해 사리사욕을 챙기던 중앙 관료, 서리, 거상, 지방 토호까지 가세해 대동법 도입을 추진한 재상 김육을 압박했다. 김육은 굴하지 않았다. 대동법이 일반 백성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최종 결정권자인 효종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대동법을 실시하려거든 신을 쓰시고, 그렇지 않으면 신을 노망한 재상으로 여기고 쓰지 말라”며 효종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육은 미래지향적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체계적 계획을 수립해 이를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한국 역사에는 현대에도 유효한 통찰을 주는 리더십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해 말 열린 ‘제3회 한국형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한국형 리더십의 8가지 특징을 소개한다.대량구매 할인 가격 책정의 수수께끼▼ Knowledge@Wharton미국 디즈니랜드의 1일 자유이용권 가격은 성인 기준 79달러다. 그런데 10일 자유이용권은 790달러가 아닌 단돈 243달러다. 10일 연속 놀이공원을 이용하려는 고객에게 무려 69%의 할인을 제공한다. 왜 그럴까. 디즈니는 놀이공원에 오래 머물수록 즐거움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찻잔 속에 앉으면 처음 3번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그 이후에는 지겨워진다. 그래서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고객을 유인한다. 그런데 10일 이용 티켓 가격을 243달러로 책정한 원리는 무엇일까. 디즈니는 왜 450달러나 650달러가 아닌 243달러가 수익을 극대화해 준다고 믿었을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연구진은 디즈니가 경쟁 및 다른 요소를 고려했을 때 가족 전체가 놀이공원을 오래 이용하도록 유도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최적 가격이 243달러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는 디즈니의 과학적인 경영 기법이 숨어 있다. 하루 더 머물기 위해 사람들이 어느 정도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정확히 가격에 반영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법을 적용했다. 기업이 골머리를 앓는 수량 할인의 가격 설정 노하우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 201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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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고객 40% “직원 권유에 마음 흔들려”

    웹 2.0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온라인 쇼핑몰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 이미 제품에 대한 정보를 줄줄이 꿰고 매장에 들어선다.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등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나 매장에 설치된 인터넷 키오스크 덕분에 판매사원의 도움 없이도 원활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들은 판매사원 수를 줄이고 판매 커미션을 기반으로 한 영업모델을 바꾸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당장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겠지만, 일선 판매사원들의 영업의욕은 크게 꺾였다. DBR 72호는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담은 맥킨지 쿼털리 보고서를 소개했다. ○ 고객은 구매만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 고객들의 정보력은 점점 막강해지고 있다. 일부 품목에 대해선 광범위한 사전 조사를 통해 매장을 찾는 고객이 75%나 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들은 대개 고객들이 단지 ‘구매’만을 위해 매장을 방문한다고 여긴다. 고객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며 정확히 무엇을 구매해야 할지 이미 결심을 하고 매장에 들어선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맥킨지의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매장 방문 후 점원의 적극적 권유에 마음이 흔들린다’고 대답한 고객이 응답자의 40%나 됐다. 고객들이 구매 의향이 있는 제품에 대해 온라인 후기를 미리 확인하고 꼼꼼하게 가격까지 비교하는 등 방대하게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따라서 고객들의 구매 의사 결정을 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식을 갖춘 판매사원을 두지 못하면 매출을 올릴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시각적인 마케팅 요소를 구현하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영업력과 세일즈 마인드의 강화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효과적인 판매 사원이 매장 매출 늘린다 효과적인 영업 역량을 지닌 판매사원을 확충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런 판매사원을 두면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스스로 제품 정보를 조사하는 전형적인 품목인 가전제품의 예를 들어보자. 제품 판매 가격이 평균 200달러, 평균 총 마진이 가격의 10% 혹은 거래당 20달러 정도라고 치자. 역량 있는 판매사원 한 명을 고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시간당 판매 대수를 한 개만 늘려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여기에 상향판매(up-selling·어떤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고급 상품을 판매)나 교차판매(cross-selling·어떤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비슷한 상품을 추가로 판매) 마진까지 감안하면 이 비용은 두 시간당 제품 한 개를 추가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회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자립형(self-help) 의류매장은 고객들이 옷을 고르는 것을 도와주는 판매사원을 늘림으로써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판매 전환율이 이전보다 1.5∼2배 높아졌다. 분석 결과 판매 사원 한 명을 확충하는 데 소요된 비용도 평균 10∼15분(정규 영업시간 내) 안에 회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객들에게 최적의 매장 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영업력을 최적 규모로 구축하고 판매사원 교육을 충분하게 실시해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임할 수 있게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 ○ 숙련된 판매직원은 드물다 숙련된 판매사원이 일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대개 판매 기회 포착(open), 고객의 요구 파악(ask for needs), 제품 시연(demonstrate), 제품 판매 완료(close)라는 4개 핵심 단계를 거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단계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행하는 판매사원들은 의외로 드물다. 예를 들어 한 매장의 판매사원들이 최종적인 판매 권유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는 비율은 무려 8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판매사원을 확보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곧 최적의 인재 확보, 효과적 교육 제공 및 적절한 성과 보상을 의미한다. 효과적인 판매사원들에게서는 고객 지원을 향한 높은 의욕, 외향적 성격, 일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맥킨지가 소매 부문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런 속성을 지닌 판매사원들은 전체의 4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유통업자들은 성공적인 영업에 필수적인 성격 및 속성을 지닌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게 채용 방식과 판매직 배치 방식을 재편해야 한다. 또 고객이 원하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판매사원들에게 실질적이고 유용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 매장 내 고객 경험을 개선하라 고객들의 구매 행태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해서 이를 매장에 반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매우 효과적으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얼 머천다이징(visual merchandising·상품 전시를 시각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 가전 매장은 디지털 카메라 판매대의 상품 기능설명 문구를 수정했다. 소비자와 판매사원 모두 더 쉽게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게 단순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메가 픽셀, 줌 사이즈 등의 전문용어 대신 ‘사진 확대 사이즈’ ‘촬영 거리’ 등 알기 쉬운 일반적 용어들을 썼다. 또 메모리카드 용량도 GB(기가바이트) 대신 카드 한 개에 저장 가능한 사진 수로 표기했다. 판매사원들은 기술적으로 상세한 내용을 암기하기보다는 고객 친화적인 시각적 효과를 이용해 더욱 자신감을 갖고 고객을 대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단위시간당 더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방식을 고찰하는 것만으로도 영업 실적을 높일 수 있다. 한 목욕용품 체인은 고객들이 ‘기능’보다는 ‘향’을 중심으로 쇼핑을 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장의 레이아웃을 기능 중심에서 향 중심의 디스플레이로 재편해 카테고리별로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동일한 향의 다양한 제품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서 고객들은 당초 사려고 했던 제품만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같은 향의 다른 상품들까지 추가로 구매했다.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2호(2011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타타車가 저가 자동차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Special Report 메르세데스벤츠는 트럭과 트럭 부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트럭 운행거리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사업모델을 도입했다. 이는 트럭을 싸게 판매하고 부품 판매로 마진을 보완하는 식의 판박이 경쟁을 탈피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부품 모듈을 지방 소규모 공장에 보내 현지에서 부품을 조립한 뒤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저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시장 내 입지와 매출 위협을 받을 때 상품에 기능 하나를 더 추가하는 등의 초보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변동성의 시대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벤츠와 타타자동차가 가치와 운영 모델을 창의적으로 바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혁신한 이유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 혁신해야 할까.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나서다가 그나마 있는 사업마저 망가지는 게 아닐까.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공동대표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유형, 혁신의 시점, 혁신에 따르는 함정을 심층 분석하고 전략적 시사점을 소개한다.일단 바꾸고 보자고? 습관적 변화는 毒일뿐▼ Academia & Business 스웨덴의 볼보자동차와 영국의 톰 월킨쇼 레이싱은 1995년 합작회사인 오토노바AB를 설립했다.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볼보와 톰 월킨쇼 레이싱은 합작회사 경영과 관련해 자주 갈등을 빚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작회사의 조직 구조도 여러 번 바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모(母)기업 간 갈등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800∼900대의 자동차가 배송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합작회사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공장도 폐쇄 위기에 놓였다. 결국 104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환경 적응을 위한 구조 변화는 기업에 유익하다는 게 통념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국제 합작회사는 잦은 변화가 기존 관행을 파괴하고 관계를 악화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정창화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폴 비미시 캐나다 IVEY 비즈니스 스쿨 교수와 함께 17년간 5053개 국제 합작회사를 대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이번 호에 실었다.집토끼-산토끼 모두 잃는 어설픈 창조경영▼ Mind ManagementNewsletter 김 사장은 2세 경영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회사를 맡았다. 김 사장은 ‘카피’를 주력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이 아닌 창조적인 기업으로 회사를 재편하고 싶었다. 창조적인 직장을 만들려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 때부터 오랫동안 회사에서 근무했던 임원들이 그런 분위기를 막는 것 같았다. 그는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명문대 출신 대기업 연구소 직원들을 영입했다. 그러자 기존의 연구소 직원들은 그들과 자신을 동급으로 대우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버지 밑에서 오래전부터 일했던 임원 두 명도 회사를 나갔다.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막상 그들이 나가자 일이 돌아가지 않았다. 비싼 몸값에 영입한 직원들은 “단순한 일을 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기존 직원들이 하던 일을 맡지 않겠다고 버텼다.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진 회사는 결국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창조 경영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했던 김 사장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천편일률적인 창조혁신 전략의 위험성을 짚어본다.}

    • 201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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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경력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 한때 잘나가던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였던 A 씨. 그는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아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곧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했다. 탁월한 역량과 벤처 붐에 힘입어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몇 년 뒤 벤처거품이 꺼졌다.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한 그는 부도를 맞았고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을 지내던 즈음, 극적으로 스카우트 제의 두 건을 받았다. 국내 대기업의 IT 계열사 마케팅 팀장 자리와 신생 벤처기업의 CEO 자리였다. 두 곳 모두 장단점이 명확했다. A 씨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A 씨는 고민 끝에 여건이 불안정해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벤처기업 CEO를 선택했다. 어느 정도의 위험이 있더라도 자신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쪽을 택했다. 경력관리에 보편타당한 ‘답’은 없다. 그 대신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이후의 경력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 볼 것을 권하는 게 현명하다. 당장 이직할 회사도 중요하지만 평생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그곳을 떠났을 때의 경력을 어떻게 평가 받을지가 중요하다. DBR 71호는 장기적인 몸값을 높이는 경력관리법을 소개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마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평균 4.1회 이직을 한다. 눈앞의 조건만 보고 무작정 연봉이 더 높은 곳으로 이직하려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또 이직 자체를 위해 필요한 경력을 관리하는 ‘직(職)테크’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는 장기적인 경력관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력사원은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용병’과도 같다. 새 조직에 들어간 인재가 자기 자리를 찾고 역량을 더 키워서 성장하면 이직은 경력에 플러스가 된다. 그러나 용병으로서의 기능만 수행하고 역량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보상이 아무리 훌륭해도 경력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따라서 자신이 더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경력 목표를 찾아야 한다. 다른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일을 통해 자신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면 투자가치가 있다. ○당신은 어떤 주식인가?경력 관리의 관점에서 인재시장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 첫째, 우량주형이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뚜렷한 목표를 갖고 꾸준한 경력 관리로 몸값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사람이다. 이들은 이직 때도 자신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고려한다. 지방대 출신으로 사용자환경(UI) 디자인 전문가를 꿈꾸던 B 씨는 대기업 공채에 줄줄이 낙방했다. 그는 첫 목표를 수정해 중소 MP3플레이어 제조기업에 입사했다. 대우는 열악해도 성실히 역량을 쌓았다. B 씨는 휴대전화 제조사를 거쳐 결국 처음에 고배를 마셨던 대기업에 스카우트됐다. 둘째, 고깔모자형이다. 승승장구하는 듯하다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경우다. 입사 후 본인의 경력 계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하루하루 바쁘게 살면서 연차만 쌓다가 결국 조직에서 내몰리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대개 직장이나 직급 등 소위 백그라운드는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다. 전문성을 기르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본인을 지탱했던 백그라운드가 없어지면 뒤늦게 후회한다. 물론 이미 때는 늦었다. 이직할 곳을 찾기도 쉽지 않고 경력공백에 대한 초조함을 이기지 못해 개인 창업으로 방향을 틀곤 한다. 셋째, 롤러코스터형이다. 상승세와 하락세를 반복하는 경우로 고깔모자형과 비슷하다. 이들 역시 경력공백이 생길 때 전문성과 상관없는 분야라도 쉽게 이직을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이직은 언제든지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하락세로 들어서긴 쉽지만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서는 건 쉽지 않다. 넷째, 저공비행형이다. 주식시장에도 가치가 변동 없이 처음 주가 그대로 지속되는 주식이 흔치 않듯 일반 직장인 사이에서 저공비행형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교사, 공무원 등이 이런 저공비행형에 속한다. 이들은 고용안정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우량주형 몸값 올리기 처음부터 본인이 저공비행형을 선택하지 않은 바에야 대부분의 직장인은 우량주형 경력관리를 추구할 것이다. 시작점은 중요하지 않다. 시작점에서 몇 년 주기로 자신 되돌아봤을 때 본인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게 중요하다. 다음을 명심하자. 첫째, 현 직장에 충실하라.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자신만의 커리어 패스와 일치하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특히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일인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지, 경제적 수익을 많이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 본인의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실행과 성과 창출을 꾀해야 한다. 열정과 최선을 다하면 더 큰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목표와 비전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목표를 수정하든지, 이직으로 가치가 맞는 기업을 찾아 나서야 한다. 둘째, 직무의 발전성과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직에 앞서 현재 직장과 직무를 평가해야 한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인지, 이직할 기업의 직무가 현재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연봉이나 직급이 높아지거나 규모가 큰 회사로 가는 게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셋째, 긍정적인 이직을 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경력상 더 좋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서 전략적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회사가 싫어서 관두는 부정적인 이직 시에는 상대적으로 급하게 다음 직장을 찾기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질 우려가 많다. 하지만 긍정적인 이직은 목표가 뚜렷하고 머물러야 할 때와 움직여야 할 때를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다. 여유 있게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성공적으로 경력을 관리할 수 있다. 기업들은 연초마다 경영목표를 세운다. 마찬가지로 개인도 매년 경력 계발 전략을 다시 고민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조직도 정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제는 개인 주도의 경력 계발로 시장에서의 고용경쟁력을 높여 가야 한다. 현재 상황에 충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후의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이정표도, 지도도 없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운전하면 여러 갈림길에서 우왕좌왕 헤맬 게 뻔하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황소영 HR코리아 이사 nana77@hrkorea.co.kr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1호(2010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기업간상거래에서도 고객세분화는 약이다▼ Hightech Marketing Group 실전 솔루션 시장 세분화는 소비재 시장에만 적용되는 개념일까? 그렇지 않다. 산업재 기업도 얼마든지 시장 세분화로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세계 최대 실리콘제품 제조기업인 다우코닝은 기업간상거래(B2B) 고객 세분화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대표 사례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삼던 다우코닝은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등장으로 한때 시장점유율이 잠식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다우코닝은 시장 세분화 연구로 저가 구매 고객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기반의 자동화된 구매 시스템 ‘자이아미터(Xiameter)’를 개발했다. 기술 지원이나 고객 서비스 없이 낮은 가격에 온라인에서 제품을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덕택에 다우코닝은 저가 구매 고객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던 기존 고객군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자이아미터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해 세분 시장 간 충돌 없이 효과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수 있었다. B2B 기업들이 고객별 포지셔닝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세분 시장별 마케팅 활동을 구사해야 할지 DBR 71호에서 분석했다.지속가능 디자인 핵심비결? 재료부터 바꿔라▼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미국의 사무용 가구 업체 허먼밀러는 20여 년 전인 1991년, 재활용할 수 없어 매립해야 하는 쓰레기 발생량을 ‘제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미시간 홀랜드에 있는 허먼밀러의 공장에선 하루에 평균 1만 개의 의자가 생산되고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해도 수천 명에 달했다. 설계, 도면 제작, 판매, 기획 등 일상적인 운영 활동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쓰레기, 카페테리아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등 이런저런 것을 다 모으면 몇 트럭 분량의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의 매립용 쓰레기 배출량은 고작 한 달에 30파운드(약 13.6kg)에 불과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밀은 바로 ‘재료’에 있었다. 허먼밀러는 공장 곳곳에 재활용함을 설치하는 노력만으로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일 방법을 고심했다. 그리고 아예 제품을 만들 때부터 나중에 쓰레기가 되어 궁극적으로 매립될 수밖에 없는 재료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품 설계도를 개선했다. 엔지니어링, 설계, 공급망 등 생산 과정 전 단계에 걸친 획기적인 개선이었다.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 디자인의 핵심 비결을 이번 호에 소개했다.당신이 협상 테이블에서 행운을 거머쥐려면…▼ 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이 운(luck)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우선 피험자를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이후 각 그룹에 신문을 던져 주고 그 안에 게재된 사진 개수를 세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신문 내지 한 면에는 “이 광고를 봤다고 연구진에게 말하면 100달러를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광고도 있었다. 실험 결과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그룹 중 상당수는 이 광고를 봤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룹은 대부분 이 광고를 보지 못했다.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광고를 발견한 비율이 월등히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스스로를 행운아, 혹은 불운아라고 여기는 데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삶의 경험이 작용한다. 태생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 갑자기 긍정적으로 바뀌기는 힘들다. 불운한 경험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상황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미래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운이라는 건 성격상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운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면 인간의 힘으로도 운을 관리할 수 있다. 이는 운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협상 테이블에서도 유효한 논리다. 협상에서 행운을 거머쥐는 비법을 소개한다.}

    • 201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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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선정 2010 베스트 마케팅]김영사 ‘정의란 무엇인가’

    2010년 대한민국은 책 한 권으로 ‘공정 사회’ 열풍에 휩싸였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때문이다. 이 책은 5월 말 출간 이후 61만 권(출고 기준)이 팔렸고 무려 12주간 베스트셀러 1위(교보문고 종합, 누적 기준)를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인문서적은 2000년 ‘노자와 21세기 2’(김용옥 저), 2002년 ‘신경림의 시인들 찾아서 1’(신경림 저)뿐이다. DBR 71호에 실린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케팅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2009년 말 미국에서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의 원서를 받아든 김영사. 한국 출간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2010년에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광저우 아시아경기 등 굵직한 스포츠 행사에다 지방선거도 있어 새 책을 내놓을 시점이 마땅치 않았다. 김영사는 출판시장의 통념을 역이용했다. 시장이 위축되면 경쟁 강도도 약해지므로 책을 조금만 더 팔아도 순위가 대폭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김영사는 책을 6·2지방선거 직전에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선거 기간에 다양한 정치적 논란이 일 때 이 책이 ‘정의’의 잣대를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방선거 직전에 책을 출시한 김영사는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집중 배포해 입소문 효과를 노렸다. 실제 이 책은 선거 직후인 6월 내내 베스트셀러 2, 3위를 유지했고 7월부터 1위로 올라섰다. 책의 마케팅 콘셉트는 ‘하버드대 교수의 전설적인 강연’으로 잡았다. 실제로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강의는 매년 1000여 명이 수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사는 동양권에서 ‘하버드’라는 브랜드가 유독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책의 얼굴인 제목도 고심을 거듭했다. 원제인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정의: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한국어판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로 결정했다. 대학 강의를 연상시키기 위해 ‘하버드대 학생들은 정의를 어떻게 배우는가? 하버드가 전 세계에 최고의 강의실을 개방한다’는 문구도 광고에 강조했다. 표지사진도 원형극장과 비슷한 웅장한 하버드대 강의실에 수백 명의 학생이 빼곡하게 모여 샌델 교수의 강의를 듣는 모습을 실었다. 흰색 바탕에 제목만 있는 원서의 표지와도 확연하게 다르다. ‘정의란 무엇인가’ 3쇄부터는 강연을 30분 분량으로 압축한 DVD도 첨부했다. 샌델 교수가 학생들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퍼붓는 드라마틱한 강의 스타일로 유명하다는 점을 이용해 어학용 교재가 아닌 인문서적에 DVD를 주는 마케팅을 시도한 셈이다. 동영상을 본 독자들이 직접 샌델 교수의 수업을 듣는 듯한 효과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샌델 교수의 방한과 강연도 책의 인기를 더욱 높였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비자 욕구의 정중앙, 즉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겨눴다. 공정함과 정의라는 이슈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시대정신을 잘 읽어냈다. 둘째, 구전 마케팅(word of mouth)의 성공이다. 권위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게 해서 이들의 입소문과 꾸준한 광고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게 했다. 셋째, 다양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제공했다. 서적이라는 단일 플랫폼이 아닌 동영상, 오프라인 강연 등의 멀티 플랫폼을 활용했다. 넷째, 아시아권에서 형성된 하버드대에 대한 독특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했다. 또 책의 표지, 홍보, 제목 등을 마케팅 콘셉트인 ‘하버드대의 전설적인 강연’에 정렬(align) 시켰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이문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 mlee@yonsei.ac.kr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1호(2010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당신의 제안이 확실히 실패하는 원인은?▼ 제안 성공 노하우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서 사내 부부인 황태희(김남주 분)와 봉준수(정준호 분)는 신상품 기획안을 두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나선다. 태희는 어수룩한 남편 준수를 격려하며 프레젠테이션의 필살기를 소개한다.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중요한 데이터는 암기하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 하지만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다. 게다가 사외 입찰에서 경쟁사와 맞붙는다면 고려해야 할 게 한 둘이 아니다. 제안·입찰 전문가들은 이기는 제안과 실패하는 제안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실패하는 제안서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다. 제안의 충실도와 반응도가 낮거나 고객 관점이 빠져 있다. 전략도 불명확하다. 제안서가 짜임새 있게 구조화되지 않고 과거의 실적 및 성과와 프로젝트 과제를 연결하는 고리도 약하다. 이런 제안은 백전백패일 뿐이다. 제안에서 확실히 실패하는 10가지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5가지 원인에 대한 분석을 실었다.숨겨진 인재의 마음에 신바람을 일으켜라▼ 메디치 가문의 창조경영 리더십 보티첼리의 그림 ‘프리마베라’의 가장 오른쪽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나온다. 그림 속 제피로스는 입술을 모아 힘껏 바람을 불고 있다. 왼쪽에서는 교역, 거래, 상업의 신이었던 메르쿠리우스가 바람의 구름을 휘젓고 있다. 보티첼리는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 사람들을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작품 속 메르쿠리우스의 모습을 통해 메디치 가문이 감당해야 할 리더의 역할과 임무를 은밀한 코드로 집어넣었다. 그 역할이란 바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로렌초 데 메디치는 소년 미켈란젤로의 마음에 거센 바람을 일으켰고, 소년의 마음에 불었던 그 바람은 거대한 태풍으로 변했다. 르네상스 예술은 미켈란젤로에 의해 극상(極上)의 아름다움으로 발전했다. 돈이나 승진을 미끼로 인재들의 마음을 사려는 것은 부질없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 소년 미켈란젤로와 같은 숨은 인재의 마음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킨 메디치 가문 리더십의 요체를 짚었다.리더십 스타일보다 부하와의 궁합이 성과 좌우▼ Knowledge at Wharton 늘 강하고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리더가 적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의견을 내고, 명령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며, 그룹 내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애덤 그랜트 교수가 최근 진행한 리더십 및 그룹 역학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통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내성적인 리더가 외향적인 리더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리더가 관리하는 대상이 어떤 유형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리더 중에는 대담하고 말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한 잭 웰치,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등과 같은 외향적인 리더가 있는가 하면 마하트마 간디,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조용하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리더도 있다. 리더십에 대한 일반의 통념을 뒤집는 그랜트 교수의 통찰을 소개한다.}

    • 201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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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터노믹스’]유엔 물-위생자문위(UNSGAB) 서울회의 개막

    “아프리카에선 매일 5000명의 어린이가 물과 관련된 질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비행기 10여 대가 추락해 귀중한 생명을 잃는 것과 다름없지요. 모든 지구인이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받으려면 위생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합니다.”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 Secretary-General's Advisory Board in Water & Sanita-tion·UNSGAB) 제15차 회의 참석차 방한한 빌럼 알렉산더르 UNSGAB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물과 위생은 인류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이같이 말했다. 네덜란드 왕세자인 알렉산더르 위원장은 2004년부터 네덜란드 물위원회 위원장을, 2006년부터 UNSGAB 위원장을 각각 맡으면서 국제사회의 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물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너무나 간단하고 자명하다. 인간은 물이 없으면 3일 이상 살 수 없다. 그런데 기후 변화와 도시화, 인구 증가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엔의 세계 수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인구의 40%인 30억 명이 담수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은 석유 못지않게 중요한 자원이다. 이제는 석유 파동(oil shock)이 아닌 물 파동(water shock)에 대비해야 한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는 물 부족 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세계 인구는 매년 8000만 명씩 증가해 2025년에는 2000년에 비해 30% 증가한 80억 명에 이른다. 또 경제발전과 산업화로 물 소비량이 늘어났다. 특히 육류 소비 증가와 같은 식생활 변화로 물 사용량이 급증한다. 쌀 1kg을 생산하는 데 2000L의 물이 필요한 반면 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만6000L가 필요하다. 이는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된 물의 양인 가상수(virtual water)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한정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물 재활용이 필수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전하게 처리하면 하수가 매우 생산적인 물자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개발도상국의 메가시티 부근에서 한 번 사용한 물을 농업에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수 담수화 같은 물 활용도 필요하다.” ―UNSGAB가 개입하는 분야 중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꼽는다면…. “UNSGAB는 유엔 190여 개 회원국이 합의한 ‘새천년 개발 목표’ 중에서 물과 위생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자문기구다. 위생과 관련된 분야가 가장 시급하다. 세계 26억 명이 물과 관련된 질병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하루 7000∼8000명이 사망하고 이 중 5000명이 5세 이하의 어린이다. 나는 파일럿 출신인데, 비유하면 ‘에어버스 380’이 매일 10여 대씩 추락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도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거나 돈이 없어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손을 씻기만 해도 해결할 수 있고 각종 폐기물 처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방을 하면 실제 병에 걸렸을 때보다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선 물 부족 문제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국은 반세기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아마 50∼60년 전 한국도 비슷한 물 부족과 물 위생 문제를 겪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나이 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문화가 아닌가. 나이 든 세대가 빈곤했던 시절에 물 상황과 위생이 어떠했는지 설명을 해줘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한다. UNSGAB가 2008년을 세계 위생의 해로 제안해 위생에 관한 인식을 높였는데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이다. 위생 문제를 전 지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2015년까지의 지속가능한 위생 5개년 계획(Sustainable Sanitation 5-year drive to 2015)’을 12월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국 국회가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물은 인류 공동의 자원이므로 국제 공조가 필수다.” ―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네덜란드 사람들은 물과 함께 살아왔다. 국토의 3분의 2가 해수면 아래에 있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물에 잠긴다. 실제로 1953년에는 홍수로 1800여 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빚어졌다. 네덜란드는 무려 900여 년간 지역별로 물위원회라는 민주적인 조직을 꾸려 홍수에 대비했다. 그러므로 네덜란드 사람이라면 누구나 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당시에는 물이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하지 않았을 때지만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물로 인해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직접 보고 경험했다. 나에게도 항상 ‘물은 인류가 고귀한 삶을 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는 새천년 개발 목표의 필요성을 널리 알려 안전한 물을 세계인이 공급받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고 있다.” ▼ 수자원 관리 정보교환… “국제 네트워크 구축”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SGAB) 제15차 회의가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사흘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2004년 설립된 UNSGAB는 유엔 190여 개 회원국이 2000년 채택한 빈곤 퇴치 프로그램인 ‘새천년 개발 목표’ 중에서 물과 위생 분야 해결책을 모색하는 유엔 사무총장 산하 자문기구이다. 29일 첫날 행사는 빌럼 알렉산더르 UNSGAB 위원장과 로이크 포숑 세계물위원회 위원장, 후아니타 카스타노 유엔환경계획(UNEP) 뉴욕지부 대표, 오마르 카바즈 전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 올리비아 라오카스티요 지속가능한 소비·생산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라운드테이블 의장, 안토니우 미란다 브라질 물과 위생·공공서비스관리기관연합회 국제협력팀장, 마거릿 캐틀리칼슨 세계경제포럼의 물안보 글로벌어젠다위원회 의장 등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날 물과 재해, 재정, 위생, 모니터링, 통합수자원 관리, 아프리카 등 UNSGAB의 6개 활동 분야에 걸친 활동 계획을 논의하고, 각국의 재해 예방 및 복구 활동 등에 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 UNSGAB 자문위원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한국은 짧은 기간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국민들에게 깨끗한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했지만 상대적으로 수질 보전 문제는 도외시했다”며 “국제사회의 물 문제 해결에 한국도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물 문제에 대한 국제 네트워크 구축과 물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번 행사를 기회로 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물 외교戰 치열… 3년간 中18회 - 佛16회 국제회의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물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물 외교전이 치열하다. 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 공조가 필수라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적인 물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물산업 신기술과 공법을 공유하고 자국 물산업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깔려 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부설 지역경쟁력센터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이 조사한 결과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물 관련 국제회의를 가장 많이 개최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이 기간에 물 관련 국제회의를 18차례나 열었다. 물산업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가 16차례로 뒤를 이었다. 특히 아시아 물 선진국 간의 물 관련 국제회의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은 2007년 12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004년에 설립된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SGAB)의 초대 위원장도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였다. 싱가포르는 환경물자원부 주관으로 매년 싱가포르 인터내셔널 워터위크(SIWW)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서는 세계 각국의 물 관련 정책담당자와 산업전문가들이 물 관련 최신 지식과 기술을 공유한다. 후발 주자인 한국도 최근 물 외교전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이번에 UNSGAB 제15차 회의를 열면서 아시아 국회의원 회의도 함께 유치했다. 내년에는 제주에서 세계물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물 관련 아시아 국회의원 회의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물 관리 및 서비스 공급 역량을 개선하고 물 환경 보전과 복원 등의 정책 및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2015년까지 아시아 각국에서 식수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단계적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올해는 일본 중국 호주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메콩 강을 공유하는 동남아국가의 정책담당자와 아시아 국회의원이 참가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은 “기후변화와 재해 등에 따른 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법을 입안하고 국가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의원의 개입이 필수”라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물 관련 아시아 국회의원 회의를 정례화해 정치권이 범지구적인 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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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MBA 통신]“결론은 중요하지 않다… 선입견 뛰어넘어라”

    《캐런 리어리 씨(37)는 메릴린치증권의 미국 시카고 지점장이다. 최근 부임한 그는 시카고 근교에 거주하는 대만 화교들이 아직 증권사를 많이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는 이 시장을 개척하려고 대만계 미국인인 테드 청 씨(41)를 고용했다. 청 씨는 일을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600만 달러를 보유한 VIP 고객 한 명을 데려왔다. 하지만 리어리 지점장의 마음은 편치 않다. 청 씨는 지점의 문화에 잘 융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리셉션 데스크에서 일하는 젊은 여비서가 청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그는 “나한테 그런 일을 시키다니”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청 씨는 지점의 어느 누구와도 교류가 없고 사적인 대화도 하지 않는다. 더욱이 청 씨는 종종 리어리 지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리어리 지점장은 청 씨에게 잠재고객에게 콜드 콜(cold call·영업직원들이 사전 동의를 얻지 않고 불시에 고객에게 전화하는 행동으로 고객들이 싸늘하게 반응할 때가 많다는 점에서 유래한 단어)을 해보라고 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오히려 대만계 고객은 전화보다 점심을 같이하는 걸 더 좋아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그는 고객과의 점심에 몇 시간을 소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청 씨는 리어리 지점장에게 “개인사무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점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도 아직 개인사무실이 없다. 리어리 지점장은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때문에 사무실을 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 씨는 “사무실을 내주면 더 많은 고객을 데려오겠다”며 재차 요청했다. 당신이 리어리 지점장이라면 청 씨에게 사무실을 내주겠는가? 이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토머스 디롱 교수의 ‘리더십과 조직행동’ 수업에서 나온 사례다. 모건스탠리의 최고인사책임자 출신인 디롱 교수는 인간과 사회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자극하고, 활발한 토론을 유도한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 재학생들이 직접 현장 소식을 전하는 ‘MBA통신’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 안찬호 씨가 DBR 69호(11월15일 발간)에 소개한 수업내용의 일부를 전한다.》 “크리스, 자네가 리어리 지점장이라면 청 씨에게 사무실을 내주겠나?” 디롱 교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교실을 울린다. 오늘은 동료학생 크리스가 교수로부터 콜드 콜을 받았다. 수업시간의 콜드 콜은 교수가 90명의 수강생 중 무작위로 한 명을 뽑아 그에게 긴 발표를 맡기는 방식. 익숙할 때가 됐는데도 언제나 떨린다. 혹시 그 학생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서다. 다행히 크리스는 청산유수로 말을 이어갔다.“저라면 절대 사무실을 내주지 않겠습니다. 첫째, 청 씨가 다른 직원에 비해 더 나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아직 고객을 한 명밖에 데려오지 않았습니다. 그것만으로는 그가 영업력이 뛰어난지, 운이 좋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청 씨는 조직문화에 잘 융화하지 못했습니다. 그에게 사무실을 내준다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셋째, 지점장의 권한에 도전하는 부하직원에게 순순히 사무실을 내준다면 리더십에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디롱 교수는 크리스가 말한 내용을 열심히 칠판에 적고 있었다. 여성운동가 출신으로 경영학석사(MBA)와 정치학석사 과정을 함께 공부하고 있는 맥스가 손을 든다. “동의합니다. 과거 청 씨가 보여준 행동은 비정상적일 때가 많았습니다. 상사의 권위에 도전했고, 여비서의 간단한 요청을 무시하는 등 여성에게 적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대답도 이어졌다. 대부분 청 씨에게 사무실을 내줄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언급만 쏟아졌다. 디롱 교수가 나섰다. “여러분이 리어리 지점장이었다면 청 씨는 사무실을 얻지 못했겠네요. 청 씨에게 사무실을 내주어야 한다는 의견은 없나요?”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졌다. 청 씨에게 불리한 내용만 오가다 보니 그에게 사무실을 내주는 일도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기회에 발표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손을 번쩍 들었다. “모두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청 씨가 과연 자신을 위해 사무실을 달라고 했느냐는 점입니다. 청 씨는 리어리 지점장이 사무실을 내주면 더 많은 클라이언트를 데려오겠다고 했습니다. 아시아에서 일한 경험에 비춰보면 개인사무실은 클라이언트에게 회사 내 입지나 위상을 알리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이 관점에서 VIP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사무실이 필요하다는 청 씨의 요청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닙니다.” 교실이 술렁거렸다. 중국 GE에서 일했던 헬렌도 거들었다. “저도 동의합니다. 유교사상이 강한 아시아 국가에서 나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청 씨는 41세로 지점장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그에게 젊은 여비서가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건 오만불손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디롱 교수의 표정이 ‘이제야 내가 기대했던 토론이 이뤄지는구나’로 바뀌었다. “좋아요. 그럼 한번 상황을 달리 해보죠. 마이클, 자네는 리어리 지점장이 되는 거야. 제레미는 청 씨의 역할을 하게. 여러분, 이 두 사람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나 봅시다.” 마이클과 제레미는 졸지에 상황극의 주인공이 돼 각자 왜 사무실을 내줄 수 없는지, 왜 사무실을 얻어야 하는지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교실 내 88명의 학생과 교수는 이를 낱낱이 지켜봤다. 상황극이 끝난 후 디롱 교수는 케이스의 실제 결론을 설명했다. 결국 리어리 지점장은 청 씨에게 사무실을 내주지 않았다. 청 씨는 자신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는 회사에서 일할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리어리 지점장은 청 씨와 같은 대만계 미국인 직원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적당한 인물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디롱 교수가 말했다. “여러분, 이 케이스가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여러분이 졸업 후 청 씨나 리어리 지점장처럼 문화적 인종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들과 어떻게 융화하며 소통할지 지금부터 미리 익혀둬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살지 않았다면 청 씨가 오만하고 여성을 차별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선입견일 수 있습니다.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그 선입견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우리는 완벽한 인간이 아닙니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교수의 말이 끝나자 우렁찬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안찬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Class of 2012 cahn@mba2012.hbs.edu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9호 (2010년 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제품 수익 극대화할 수 있는 가격 전략은?▼ McKinsey Quarterly 한 의료장비 제조업체는 6∼18개월 간격으로 주력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버전의 신제품을 내놨다. 새 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보다 일괄적으로 몇 퍼센트 가격을 올렸다. 혁신적인 기능 개선이 이뤄져도 이런 식의 가격 정책을 고수했다.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에서 신제품으로 쉽게 이전하도록 가격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기존 제품은 가격을 20∼40% 크게 내려 장기간에 걸쳐 판매했다. 신제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대체재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기존 제품의 할인 판매로 신제품 값도 추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과 신제품이 창출하는 가치에 큰 변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회사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수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모든 제품 라인의 평균 가격이 해마다 떨어지는 문제에 직면했다. 회사가 자기 혁신을 할수록 성과가 하락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가격 전략에 있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장기적 관점에서 제품의 수명주기까지 고려한 새로운 가격 전략 솔루션을 소개한다.‘결정적 순간’에 강한 기업이 장수한다▼ 경영거장 탐구 한 기업이 오랜 기간 생존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불과 10년 남짓이다. 특히 80%에 가까운 기업들이 창업 후 30년 이내에 사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100년, 200년을 생존할까.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우량기업일까? 학계의 엄밀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과와 생존은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 심지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놀라운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분석의 단위를 개인으로 바꿔도 비슷하다. 높은 성과를 내고 좋은 인사고과 점수를 받는 사람이 높은 직위로 승진하느냐의 문제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궁극적으로 최고위직으로의 승진 여부는 그 이전까지의 성과, 즉 인사고과와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상적 성과가 장기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기회나 위기와 같은 ‘결정적 순간(critical moment)’의 성과는 기업의 장기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수기업은 결정적 순간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기업의 수명을 늘렸다. 인사고과가 뛰어난 인재가 어느 순간 갑자기 몰락하거나 평범한 사람이 결정적 순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롱런하는 이유다. 결정적 순간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장수기업’의 비결을 소개한다.무너진 갱도에서 피어난 영적 리더십▼ Lessons from the Past 얼마 전 칠레 산호세 광산에서 광원 33명이 무너진 갱도에 갇혔다가 사고 69일 만에 무사히 구출됐다. 매몰된 광원들의 극적인 귀환은 칠레는 물론 세계를 흥분시켰다. 광원들은 암흑 속 지하 갱도에서 처음 17일간 48시간마다 비스킷과 두 스푼 분량의 참치로 연명했다. 일부 광원은 자신이 굶어 죽으면 다른 광원들에게 먹힐 것을 두려워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구출된 광원들은 이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생명을 부지한 사람답지 않게 건강하고 활기가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지하 갱도의 암흑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는 극한 상황 속에서 행정리더, 보건리더, 영적리더 등 3가지 다른 역할을 지닌 리더십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덕분이다. 현대 비즈니스 리더들은 행정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현대 기업 현장에서는 이윤 추구 등 세속적 이슈를 떠나 높은 수준의 가치에 대한 신념을 실천하고 확산시키는 영적리더십이 절실하다. 조직원들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목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이끈 영적 리더십의 요체를 분석했다.}

    • 201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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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고객심리 마케팅 활용 기법

    #1. 아우슈비츠 대학살을 배경으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와 레이싱 게임을 다룬 코믹 영화 ‘탈라데가 나이트(Talladega Nights)’. 두 영화의 DVD가 있을 때 사람들은 대개 탈라데가 나이트를 쉰들러 리스트보다 먼저 보고, 반납도 빨리 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쉰들러 리스트를 며칠 전 빌리고 탈라데가 나이트를 늦게 빌린 사람들도 이런 행동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렵고 심각한 영화보다는 가볍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당장 보려 한다.#2. 미국의 대형 레스토랑인 애플비(Applebee's)는 건강하고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메뉴판에 추가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메뉴를 일부 개편했다. 하지만 정작 저녁을 먹으러 와서 그런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객들은 앞으로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식당에 이렇게 요청을 했지만, 막상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에는 먹고 싶어 했던 기름진 음식을 주문했다. 결국 이 식당은 고객들이 사 먹지도 않을 식재료를 주문하느라 손해를 봤다. 이처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지,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주는지에 따라 소비 행태가 크게 달라진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온라인 웹진 ‘날리지@와튼’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하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9호(11월 15일자)에 실린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들의 연구 결과를 간추린다.○ 소비자 심리 알아야하는 이유 캐서린 밀크먼 와튼경영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배달 시간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온라인 식료품 구매 방식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결과 소비자들은 배송 일자를 설정할 수 있는 온라인 식료품 매장에서 주문할 때 스낵이나 디저트류처럼 ‘먹고 싶은 음식’은 당장 배달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채처럼 몸에 좋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음식’은 며칠 후에나 배달받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담은 ‘아이스크림은 곧장, 채소는 나중에: 온라인 식료품 구매 및 주문 리드 타임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마케팅 학술지인 ‘마케팅 레터스(Marketing Letters)’에 소개했다. 연구진은 어떤 식품이 먹고 싶은 품목인지, 아니면 몸에 좋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음식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소비자 154명이 117개 종류의 식품을 평가하게 했다. 예상대로 초콜릿과 간식류 과자 등 고칼로리 식품은 ‘원하는 음식’으로 분류됐다. 신선한 과일 채소 해산물 등은 ‘필수적인 음식’에 포함됐다. ○ 간식거리가 계산대 옆에 진열된 이유 식료품 주문일과 배송일 차이가 많이 날수록 소비자의 지출 금액은 줄어들고, 주문 명세 중 원하는 음식보다는 필수적인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미래에 소비할 식품을 주문할 때 지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소비자들은 즉각적인 만족이 클수록 좀 더 자유롭게 지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소비자라도 배송 시간을 더 빠르게 할 때 지출 금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 시간이 짧을 때 소비자는 충동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비슷한 이유로 주문에서 배송까지 이틀이 걸리는 경우와 닷새가 걸리는 경우를 비교했을 때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하는 음식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필수적인 음식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온라인상에서 식료품의 주문일과 배송일이 크게 차이가 날수록 해당 소비자가 지출한 전체 금액이 줄었다. 필수적인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대형 마트는 소비자들의 이런 경향을 잘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식료품점을 방문할 때 매장에 들어서면 먼저 채소가 눈에 들어오며 간식거리는 계산대 주변에 진열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는 시점에서 멀수록 건강에 도움을 주는 필수적인 음식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만, 정작 계산대 앞에서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원하는 식품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가게 주인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 비즈니스 현장과 학교 등에서의 활용법 이처럼 사람들은 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기다리기보다는 적은 수익을 당장 손에 쥐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결정으로 인한 결과가 먼 미래가 아니라 단기간 내에 실현될 때 사람들은 좀 더 충동적으로 행동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내일 당장 봉사활동을 하는 쪽보다는 2주 후에 자선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쪽을 선택한다. 또 유권자들은 실행이 어렵지만 반드시 실행되어야 하는 정책을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 실행하겠다고 외치는 후보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려 한다. 다양한 조직에서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을 활용할 수 있다. 소매업체들은 쇼핑객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관심품목 목록을 제공하는 추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주문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소비자들에게 언제 배송을 원하는지 물어서 만약 소비자가 다음 주에 배송을 받겠다고 선택한다면 고칼로리 식품보다는 건강에 좋은 식품을 우선 추천하는 방식이다. 또 소비자들이 배송 시간을 짧게 선택할 때와 길게 선택할 때 각기 다른 습성을 드러낸다는 점을 이해하면 수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기업의 구내식당이나 학교 카페테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응용될 수 있다. 기업이나 학교는 구성원들이 식당에서 바로 메뉴를 선택하게 하지 않고, 식사를 하기 한 주 전에 미리 식단을 주문하도록 요청해 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사전에 건강에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 뒤 이 선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면 조직원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심어줄 수 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9호(2010년 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이기적 수요예측 통해 컨센서스를 찾아라▼Special Report세계적 시멘트 회사인 세멕스는 마치 레고와도 같은 콘크리트 블록을 이용해 고객들이 손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새로운 건축 공법과 제품을 개발했다. 건축업자들은 덕분에 공사비를 낮출 수 있었고 이를 통한 수요 증가로 세멕스의 시멘트 판매량도 50%가량 늘어났다. 듀폰은 매년 교체해야 하는 구식 호스를 대체하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신제품은 3년간 사용 가능했다. 듀폰은 구식 호스 교체 비용과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기회비용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고객이 경제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최적 가격을 책정하고 영업 활동을 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해 듀폰은 큰 성과를 창출했다. 수요 관리란 수요의 규모와 변동성을 심층적으로 해석해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전략적이고 전사적인 관점에서 수립해 실행하는 경영 활동이다. 수요 변동성이 커지는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효과적 수요관리 방안을 제시했다.갑자기 뭉친 그리스, 페르시아 대군을 깨다▼전쟁과 경영 기원전 480년 9월 24일, 살라미스 해협에서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 간의 결전이 벌어졌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등 여러 폴리스로 구성된 그리스군의 전력은 378척. 반면 페르시아 원정군 규모는 600척이 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리스군은 기병이 아예 없고 형편없는 궁수나 경보병 정도만 있었다. 반면 페르시아는 제국 내 다양한 국가로 이뤄진 강력한 다국적군을 거느리고 있었다.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는 승리를 확신하면서 근처 산에 올라갔다. 느긋하게 전쟁을 감상하면서 승리를 만끽하려던 것. 그러나 결과는 페르시아의 참패였다. 페르시아가 ‘그리스의 뱀’으로 불리는 아테네 제독 테미스토클레스의 계략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과 기존 체제의 위력에 경도되어 경직된 싸움을 벌인 것도 패인으로 작용했다. 페르시아는 그리스군이 제일 유리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잘 싸울 수 있는 방식대로 싸워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의 역사가 만들어낸 생생한 교훈을 전한다.위기관리, 과거의 기록만으로 충분치 않다▼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거대 보험사 AIG의 전 최고경영자(CEO) 모리스 그린버그는 가장 뛰어난 위험 관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했었다. AIG는 위험 관리 부문의 선구자로 평가받았고 위험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까지 따로 두고 있었다.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위험 분석과 관리 측면에서 업계 최강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베어스턴스가 건전한 위험 관리에 관한 명성을 쌓은 기업이라고 평했다. 연방전국모기지협회인 패니메이는 뛰어난 신용 문화와 위험 관리 역량이 있다고 평가받았으며, 리먼브러더스 홀딩스 경영진도 위험 관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자주 표현했다. 하지만 이들의 실제 위험 관리는 형편없었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다. 기존 위험 관리 접근법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험 관리 접근법이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지나치게 큰 위험을 떠안은 게 화근이었다. 위험 관리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소개한다.}

    • 20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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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터노믹스’ 물경영 시대] 싱가포르 ‘워터 허브’

    싱가포르는 이웃나라인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수입한다. 강우량은 많지만 빗물을 저장할 땅이 부족해 만성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물 부족 위기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물 확보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에 글로벌 물 기업을 끌어들이고 자국의 물 기업도 함께 육성하면서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워터 허브(Water Hub)’로 도약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부설 지역경쟁력센터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물 경쟁력 선도국가(W20)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싱가포르의 물 산업 경쟁력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 지멘스 등 글로벌 물 기업 유치 싱가포르는 이번 W20 조사에서 물 산업 집적효과 창출 여건이 가장 뛰어난 국가로 평가됐다. ‘물 프로젝트 투자-글로벌 물 기업 유치-산업 클러스터 구축-관련 기술 개발 및 대기업 육성-국제화’의 ‘워터 허브’ 전략을 추진한 결과다. 이달 초 찾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창이 물 재생 공장. 이곳에서는 싱가포르 전체 하수의 절반을 정수해 음용수 이상의 깨끗한 물인 ‘신생수(New Water)’로 바꾼다. 하루에 생산되는 물은 한국의 올림픽 수영경기장 32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으로 이는 싱가포르 물 수요량의 40%가량에 해당한다. 첨단 분리막(membrane) 기술을 적용해 면적은 기존 물 재생 공장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정수 처리 용량은 더 크고 악취도 없다. 8년간 22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9000억 원)가 투입된 이 공장의 건설에는 GE와 지멘스 등 29개 글로벌 기업과 300여 개 협력업체가 참여했다. 글로벌 물 처리 기술이 총 집결한 것이다. 용 웨이 힌 부사장은 “비슷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달라는 요청이 중동, 홍콩 등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워터허브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물 클러스터를 구축한 싱가포르는 글로벌 물 기업을 속속 빨아들이고 있다. 싱가포르 수자원공사(PUB) 산하의 연구개발(R&D) 센터인 ‘워터허브(Waterhub)’를 비롯해 싱가포르 전역에는 지멘스 워터 테크놀로지와 니토덴코 등 글로벌 물 기업과 연구센터 50여 개가 입주했다. 마이클 토 킴 혹 PUB 수석부사장은 “싱가포르는 물 관련 기술과 산업의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기업과 합작벤처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세계적인 물 기업을 키워라”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로 물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자국 대기업을 키우는 독특한 물 산업 육성 모델을 만들었다. 세계 물 시장에서 분리막 기술의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하이플럭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1989년 설립되어 비교적 역사가 짧지만, 연 매출 5억2500만 싱가포르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컸다.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이 회사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해외 물 시장에 진출하려면 사업실적(track record)이 필요한데, 싱가포르 정부는 2002년 대규모 물 재처리 프로젝트와 2004년 세계 최대 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하이플럭스를 참여시켰다. 하이플럭스는 이를 바탕으로 2004년부터 중국, 알제리 등에서 40여 건의 수 처리 프로젝트에 뛰어들 수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 차원의 물 산업 발전 전략도 일찌감치 마련했다. 물 기술을 3대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2006년 범부처 차원의 환경·물산업육성위원회(EWI)를 출범시켰다. 2015년 물 산업을 통해 17억 싱가포르달러의 부가가치와 1만1000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목표도 함께 세웠다. ○ 핵심인재 확보해 영향력 확대 싱가포르는 이번 W20 조사에서 네트워크 조성, 물 관련 전문가 확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평가한 물 산업 집적효과 창출 여건 분야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의 치밀하고 파격적인 인재 확보 전략이 주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는 세계 물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매년 세계 물 정책 당국자와 기업인, 연구원 등 1만여 명이 모이는 ‘싱가포르 워터 주간’을 열고 있다. 이 행사에서 리콴유 전 총리의 이름을 딴 ‘리콴유 워터 상’도 수여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행사를 통해 올해 28억 싱가포르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성사시켰다. 또 싱가포르는 물 전문가를 유치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혜택도 준다. 국내외 유수 대학의 물 관련 박사 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제공한다. 최장 4년까지 학비 전액과 생활비까지 지원한다. 외국인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그 대신 장학금 수혜자는 학위 취득 후 일정 기간 싱가포르에서 일하게 해서 물 관련 지식을 자국으로 흡수하고 있다. 싱가포르=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지자체별 ‘물 클러스터’ 추진… 중복투자 우려 ▼한국형 모델 개발해야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물 경쟁력 선도국가(W20)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물산업 성장 잠재력은 14위로 평가됐다. 한국은 물산업의 성숙도, 자본 유치의 용이성, 인력 및 기술 발전 잠재력을 평가한 국가 산업제반 여건 분야에서는 11위였다. 하지만 물 관련 네트워크 조성, 물 전문가 확보,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 3개 항목을 평가한 ‘물산업 집적효과 창출 여건’ 분야에서는 14위에 그쳤다. 특히 내수시장 매력도와 국내 물기업의 해외 인지도가 크게 떨어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물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2.1%, 국내 물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0.3%로 조사됐다. 물산업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면 ‘국내 내수시장 매력도 확대-물산업 클러스터 구축-핵심 인재 양성-해외 시장 인지도 확대’ 등의 단계적인 한국형 ‘워터허브’ 모델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인천 대전 경북 제주 등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물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별로 제각각 진행되면서 중복 투자 우려도 나온다. 금융 지원시스템도 필요하다. 일본은 이달 초 정부와 민간 기업이 공동 출자해 물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최대 1000억 엔 규모의 ‘물펀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물 관련 국제회의, 국제기구, 교육기관을 유치해 글로벌 물 전문가를 육성하고 국내 물산업을 해외에 알리는 노력도 시급하다.박용 기자 parky@donga.com ▼ 물 선진국 ‘워터허브’ 전략 3가지 모델 압축 ▼싱가포르 정부주도… 호주 민간주도… 네덜란드 연구개발동아일보와 미래전략연구소 부설 지역경쟁력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물 경쟁력 선도국가(W20) 조사 결과 상위권 국가의 ‘워터 허브’ 전략은 △정부 주도 모델(싱가포르와 이스라엘) △연구개발 주도 모델(네덜란드) △민간 주도 모델(호주) 등 세 가지로 압축됐다. 이스라엘은 물산업을 국가 성장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인적자원 육성-연구개발 활동 강화-국내시장 혁신-세계시장 진출’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물산업 육성 프로그램인 뉴테크(NEWTech)와 와테크(WaTech) 프로그램을 통해 물 관련 기술 수출액이 2005년 7억400만 달러에서 2008년 15억5000만 달러로 늘었다. 300여 개 물 관련 기술 기업의 60%가 2001년 이후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네덜란드는 유엔 산하의 국제 물 전문가 교육기관인 유네스코-IHE를 운영하고 있다. 석·박사 학위 과정인 IHE는 1957년 설립 이후 163개국 출신 1만4500여 명의 물 전문가를 배출했다. 2004년 조성된 물 클러스터인 베취스도 있다. 다우, 하이네켄, 신젠타 등 80개 회사와 네덜란드 트벤터대, 델프트공대, 유네스코-IHE 등 14개 교육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물 산업 클러스터는 1998년 조성된 ‘워터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다. 프랑스의 베올리아 등 250여 곳 이상의 기업 및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곳의 물 관련 기술 수출 규모는 4억 호주달러에 이른다.델프트(네덜란드)=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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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더 이상 소비자를 낚지 마라… 마케팅 진수는 좋은 세상 만들기”

    미국 펩시는 올해 7월 중대 발표를 했다. 2012년까지 전 세계의 초등학교에서 설탕 첨가물 음료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생과일주스와 타조티(tea), 트로피카나와 같은 건강 음료 제품군의 생산을 3배로 늘리고 음료에 함유된 나트륨은 파격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콜라를 주로 판매했던 기업이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나선 셈이다. 미국 유기농 식품 체인인 홀푸드는 학교를 대상으로 8월부터 ‘샐러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홀푸드 매장 50마일 이내의 학교에서 신청을 받아 샐러드바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 음식과 각종 시설은 홀푸드의 고객과 협력업체가 기부한다. 이런 활동이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여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활동은 직접적인 매출 향상을 위해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소비 욕망을 부추겼던 과거 마케팅 관행과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펩시나 홀푸드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려면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케팅 석학’으로 꼽히는 라젠드라 시소디아 미국 벤틀리대 마케팅 교수(사진)는 최근 DBR(동아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의 삶을 개선하고 고객을 기분 좋게 하는 마케팅이야말로 고객의 마음을 사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케팅은 쿠폰을 뿌리는 등 야단법석을 떨면서 소비자를 ‘낚는 활동(hoax)’이 아니다”라며 “고객이 욕망하는 게 아닌 필요로 하는 것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게 진정한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DBR 68호(11월 1일자)에 실린 시소디아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나쁜 마케터와 좋은 마케터를 가르는 기준은….“마케팅을 20여 년간 가르쳤지만 자주 좌절을 느낀다. 판사나 소방관, 경찰관과 같은 직업들은 본질적으로 고귀하다. 하지만 ‘마케터들도 과연 이런 직업군에 속할까’라고 자문할 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2004년께 전문가그룹 1000명과 일반 소비자 1000명 등 모두 2000명을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는 질문에 일반 소비자는 ‘성가시다’, ‘거짓말을 자주 한다’, ‘광고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 등의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전문가 그룹도 ‘마케터들이 회사의 비용을 많이 쓰지만 효과는 적다’는 불만을 토로했다.”―마케팅 비용이 느는데도 효과가 커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마케팅이 회사 측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제품을 쓰면 당신은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기가 많아질 것이다, 멋져질 것이다 등 달콤한 유혹을 퍼붓는다. 이런 식으로 마케팅비 지출을 늘리면 고객들의 부정적 인식만 높아진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마케팅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가?“소비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개선시키는 것(healing)이다. 이를 위해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게(real needs)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원하는 것(wants)이나 욕망하는 것(desires)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마케터는 사람들이 필요(needs)로 하는 상품을 원하도록(wants)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케터는 사람들이 담배나 알코올, 심지어 립밤에 중독되게 할 수 있다. 립밤도 자꾸 쓰면 입술이 건조해져서 립밤을 더 필요로 한다. 제품 사용 과정에서 또다시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도록 설계된 셈이다. 마케팅은 중독이나 욕망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정말로 필요한 상품을 사게 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쿠폰을 뿌리는 등 야단법석을 떨면서 소비자를 낚아서도 안 된다.”―이런 사례를 소개해 달라. “맥도널드가 대표적이다. 맥도널드는 거대 점포망과 수십억 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무기로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주면서 햄버거 세트를 파는 해피밀을 생각해 보라. 좋지 않은 마케팅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야채를 곁들인 메뉴나 유기농 커피 등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마케팅은 고객을 ‘좇는(following)’ 게 아니라 고객을 ‘이끌어야(leading)’ 한다. 올바른 수요를 창출해 소비자의 입맛을 점차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맛과 영양은 상충관계(trade-off)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맛있으면서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진정한 마케팅은 이런 상충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이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든지 편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힐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캐논은 조작하기 쉬우면서도 DSLR급 화질을 갖춘 카메라를 내놓았다. 젯블루는 낮은 가격에 고품질의 여정을 제공한다. 가죽 좌석에 30여 개 채널의 TV 모니터를 갖췄으며 고객이 스낵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했다.” ▼ 뉴발란스 스니커즈의 힐링마케팅… 100년 넘게 발의 편안함 중점 ▼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가 강조하는 삶의 질 향상 마케팅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발볼이 넓은 운동화를 만드는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윌리엄 라일리가 신발의 착용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동화 내부에 아치 모양의 받침을 깐 제품을 만들면서 탄생했다. 고객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그는 발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한 신발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에도 신발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고용해 발의 편안함을 살리는 기본 정신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뉴발란스는 아웃소싱하지 않고 미국에서도 운동화를 제조한다. 임금이 비싼데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통해 이런 정책을 유지했다. 뉴발란스의 광고에는 흔한 운동화 광고와 달리 남자다움이 없다. 오히려 중년기를 강조한다. 정신적 에너지가 충만한 중년이 된 베이비붐 세대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미국 벤틀리대의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 연구소(Conscious Capital Institute)’ 창립자 겸 회장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마케팅과 경영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영국 마케팅 전문 연구소가 선정한 ‘뛰어난 마케팅 사상가 50인’에도 꼽힌 그는 ‘저널 오브 마케팅(Journal of Marketing)’과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등에 100여 편의 논문을 실었다. IBM과 볼보, 스프린트 등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저서로는 ‘사랑받는 기업(Firms of Endearment)’ ‘마케팅은 개혁이 필요한가?(Does Marketing Need Reform?)’ ‘빅 3의 법칙(Rule of Three)’ 등이 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8호(2010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위축된 기업가정신… ‘氣 UP’할 묘책은?▼스페셜리포트 한국이 1960년대부터 급속한 경제성장을 해온 배경에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가들과 정부의 역할이 컸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은 기업가정신이 발휘된 전형적인 모습이다. 기업가정신은 현재 상황과 미래 지향 사이에 부족, 결핍, 격차가 클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현재의 자원은 부족하지만 미래의 기회를 보고 그 기회를 추구할 때, 그 자원 격차를 메워 가는 노력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기회에 대한 집요한 추구이자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과 탐험의 여정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위축되는 모습이다. 금융제도나 사업기회 등 인프라나 생태계 측면에서, 인재역량의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현대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강한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로 그 역동성의 뿌리는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배종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업가정신을 북돋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카리브해 작은 어촌마을 칸쿤의 기적▼City Innovation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적인 명승지를 꼽을 때 멕시코 칸쿤을 빼놓을 수 없다. 온난한 열대성 기후를 갖고 있는 칸쿤의 너비 400m 정도의 곱고 긴 7자형 산호섬 해변에는 특급 호텔들과 수십 개의 리조트, 쇼핑센터들이 늘어서 있다. 호텔존으로 불리는 해변에는 140개의 호텔과 380개의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는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페러세일링 같은 해양스포츠는 물론이고 골프 같은 일반 스포츠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약 50년 전인 1960년대 칸쿤은 인구 100명에 불과한 카리브 해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관광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멕시코 정부는 관광객이 접근하기 쉽도록 상하수도, 전력,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하고 국제공항을 건설했다. 또 삼엄한 경비 체제를 갖춰 ‘안전한 관광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칸쿤의 성공요인을 분석했다.소셜미디어 마케팅 투자수익 거두려면?▼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가 현대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주요 마케팅 및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과연 소셜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의 투자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측정하려면 전통적인 투자수익률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 기업의 마케팅 투자를 강조하고 고객의 반응을 기준으로 투자수익률을 산출하지 말고, 고객이 느끼는 소셜 미디어 활용 욕구부터 평가해야 한다. 그 다음, 고객이 기업의 브랜드를 대하는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에 얼마만큼 투자하는지 측정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 활동으로 인한 다음 달의 판매 증가뿐 아니라 기업의 소셜 미디어 투자가 장기적으로 안겨줄 수익도 고려해야 한다. 또 고객 반응에 좀 더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온라인 지원으로 인한 비용 감소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리뷰 코너에서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투자수익률 계산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 20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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